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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2015-02-05] 산꿈_성판악휴게소→진달래밭대피소_한라산 - 그대는 설국(雪國)을 꿈꾸는가

한라산 - 그대는 설국(雪國)을 꿈꾸는가


[산행일시] 2015. 02. 05(목) 08:50~14:48(5시간 58분)
[날      씨] 흐리고 눈 / 대설주의보로 진달래밭대피소에서 정상 방향 등산 통제, 성판악휴게소로 원점회귀
[산행인원] 16명(산꿈(산을 꿈꾸다) 회원 10명, 회사 직원 6명)
                 산꿈 회원 10명(김명수, 민병근, 박상연∙이명옥, 박성창, 윤형건, 임백열, 조봉렬∙강연옥, 성봉현)
                 회사 직원  6명(김태혁, 이남구, 이남규∙이정수, 이선미, 이우현)
[산행경로] 성판악휴게소 → 속밭대피소 → 사라오름 분기점 → 진달래밭대피소 → 사라오름 → 속밭대피소 → 성판악휴게소

[산행지도]

 

[구글 어스]   2015-02-05_산꿈_한라산_성판악~진달래밭대피소.gpx

 

[산행기록]

회사 사무실내 등산동호인의 모임인 산꿈의 신년산행으로 지리산을 계획하였으나 무산되었다.
그 대안으로 한라산이 거론되었고 일정이 확정되면서 여행사를 통해 예약을 하였었다.
아시아나 항공편을 이용하는 당일 산행으로 2월 5일(목)을 산행일로 하였다.


이른 아침 집에서 나와 종암동의 kt 월곡빌딩 앞에서 직원들과 만나 택시로 공항에 도착하니 아직은 여유롭다
약속시간에 맞추어 모두들 도착하고 항공 탑승권을 발급받은 후 배낭은 수하물로 탁송한다.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는 각 항공사마다 분주한 손놀림으로 시작되는 듯 하다.


오전 6시 20분, 승객을 태운 항공기는 김포공항 활주로를 이륙하여 아직 어두운 하늘 속으로 솟아올랐나 싶은데
어느새 제주공항에 도착하려 한다.
비행기 창문으로 보이는 바깥의 하늘은 짙은 구름을 가르는 붉은 여명으로 시작하고 있는 중이다.
날씨가 좋기를 기대하면서 제주공항에 도착하고 각자의 배낭을 찾은 후 2번 출구 앞에서 현지 가이드를 만나 주차장으로 이동한다.
오늘 산행인원이 45명이라고 하니 대형버스 한 대로 움직인다.
성판악휴게소로 올라가는 내내 하늘은 어두운 구름을 걷어낼 생각은 아예 없는 듯한데 바람마져 심하게 불고 있다.


버스 안에서 가이드 왈 기상악화로 진달래밭대피소까지만 산행이 가능하니 오후 3시까지 성판악휴게소로 다시 내려오라 한다.
가이드의 안내가 끝나고 성판악휴게소에 도착하니 검은 먹구름에서 떨어지는 하얀 꽃송이들… 눈이 내린다.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일행들은 뿔뿔이 흩어져 성판악탐방안내소를 지나 한라산 백록담을 향해 시야에서 벗어나고 있다.
우리 일행들도 도시락을 재분배하고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한 후 성판악탐방안내소를 지난다(08:50).


탐방로의 원래 흙길을 덮어버린 적설은 길 양옆으로 묶여 있는 줄만 보여줄 뿐 모든 것이 하얀 설국이다.
아직은 평탄한 산길로 이어지는 길을 우리 일행들만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성판악탐방안내소를 얼마나 지났을까, 나뭇가지에 매달린 짙은 녹색의 나뭇잎들은 마치 박쥐가 매달린 듯한 분위기이다.
반면 나뭇잎을 모두 떨군 채 벌거벗은 모습으로 반겨주는 나무들을 보면서 앞사람의 발자취를 따라만 간다.
초록의 잎파리마다 하얀 분칠을 한 듯 신설이 쌓인 삼나무 숲도 지나면서 체온이 올라갈 즈음 속밭대피소에 도착한다(09:57).


흩어진 일행들이 1차로 모이기로 한 속밭대피소에서 잠시 쉬면서 간식도 먹고 산행복장도 재정비한다.
평일이라 그런지 아니면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탓인지 한가하기만 한 속밭대피소에서의 짧은 휴식을 끝내고 다시 출발한다.
비교적 완만하던 산길이 이제부터는 진달래밭대피소를 향해 조금씩 고도를 올려갈 것이다.
급격히 올라온 체온 때문에 자켓을 벗어버린 복장으로 산행을 하는 산꾼의 온 몸을 거센 바람이 훑고 지나간다.
거칠은 바람과 함께 오락가락하는 눈이 가세하니 오늘 날씨로는 한라산 백록담에 오를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진달래밭대피소에 도착할 때쯤 기상특보가 해제되기를 마음 속으로 빌면서 올라간다.


우리 일행이 마지막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우리보다 늦게 출발한 팀들이 있었는지 못 보았던 산객들이 우리를 추월한다.
하지만 개의치 않고 우리 팀의 마지막 후미와 발을 맞추면서 쉬엄쉬엄 눈길을 오른다.
중간 곳곳에 해발고도 안내석과 진달래밭대피소의 통제시간을 알려주는 안내판도 오늘은 무의미하게 다가선다.
하늘을 보아서는 진달래밭대피소가 오늘 산행의 제일 높은 곳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으니 말이다.
서서히 오르던 경사길이 제법 가팔러진다, 아마도 사라오름 분기점이 가까워지나 보다.


북풍의 바람이 나뭇가지를 헤집고 들어와서는 한바탕 휘젖고 빠져나간다.
거기에다 눈발마저 흩날리니 오늘 산행하는 날을 제대로 잡은 듯 하다.
아참 오늘이 2월 5일, 33년전인 1982년 2월 5일의 한라산에서는 개미등 인근에 공군 수송기 한 대가 추락한 날이었지.
당시 전두환 대통령 한 사람의 목숨을 경호하기 위해 악천후의 기상 속에서도 성남 서울비행장을 이륙한 공군 수송기 C-123기가
한라산의 개미등 인근으로 추락한 사건 즉, 봉황새작전으로 애꿎은 53명의 군인들(특전사 47명, 공군 6명)만 사망한 날인 것이다.
백록담을 넘어 관음사계곡으로 내려가면 만나는 원점비를 꼭 한 번 들러보아야지 하였는데 오늘도 그 날처럼 기상이 별로 좋지 않다.
아마도 개미등으로 넘어오지 마라는 것인지 날씨가 별로 호응을 해주질 않는다.


다소 가파른 오름이 잠시 숨을 고르려는지 완만해지는 곳에 좌측으로 사라오름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보인다.
하지만 날씨가 짖궂어 백록담 정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포기해야 할 것 같아 내려오는 길에 들러보기로 하고 그냥 지나친다.
드센 바람에 흩날리는 눈송이들…
변화무쌍한 하늘처럼 오르막길에서는 체력을 종잡을 수 없는 민차장을 다독이면서 앞서간 선두를 쫓아간다.
다시금 다소 버거운 오르막길로 바뀌는 산길이 진달래밭대피소가 가까워지는지 바람이 더욱 거세어진다.
엎친 데 덮친다고 하였나, 짙은 안개마저 한 몫 거드니 몸을 가누기가 힘들어지지만 진달래밭대피소가 희미하게 보인다.
그렇게 도착한 진달래밭대피소에는 먼저 온 산객들로 북새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부 도착한 것을 확인하고 점심식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의견을 모아보니 하산길에 바람이 조용한 곳에서 먹자고 한다.
하여 진달래밭대피소를 나와보니 역시나 백록담 방향으로는 짙은 안개구름으로 지척을 분간할 수가 없다.
태풍에 버금가는 바람을 피해 왔던 길을 따라 다시금 내려간다.
바람이 잔잔한 곳을 찾아 내리막길을 내려가지만 마땅한 곳이 없을 뿐만 아니라 열 명이 앉을만한 자리 찾기도 힘들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등산로 옆에 눈으로 덮여 조금은 너른 터가 있어 이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한다.


박성창 대장이 준비해 온 차량용 비닐 커버를 뒤집어 쓰고 옹기종기 모여 앉았지만 거센 바람은 잠시도 편안하게 해주질 않는다.
찬바람과 함께 뚝 떨어진 기온으로 점심용 도시락은 찬밥 아니 돌덩어리 같은 느낌이지만 허기를 면하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는데
바람결에 맞추어 흔들리는 비닐 천막은 태풍의 노래를 연주하니 저절로 추위가 더 느껴진다.
추위와 맞선다는 것이 힘들다고 느끼면서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여 하산길을 서두른다.


늦은 시간이지만 진달래밭대피소 방향으로 올라오는 산객들에게 길을 양보하면서 내려간다.
조금은 급한 내리막길이 잠시 쉬었다 가는 길목에서 만난 사라오름 분기점,
일핻들에게 물어보니 계속 하산하겠다는 직원들과 올라가겠다는 직원으로 나누어졌다.
여섯 명만이 사라오름으로 올라간다.
초반부터 다소 급경사로 올라가는가 싶었지만 이내 완만해지면서 얼어붙은 넓은 호수가 짙은 구름 속으로 보인다.
백록담 등산로에서 대략 칠 분여를 올라온 듯 한데 날씨가 좋았다면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에서도 바람의 심술이 여전하여 전망대로 가는 나무데크 산책로를 버리고 다시 올라온 길을 내려간다.


원 산길과 합류하여 내려가는 산길에는 이제 바람도 조금은 얌전해졌다.
하얀 솜같은 눈을 덮어 쓴 주목나무 사이로 탐방안내용 안내줄이 보이는데 그 길을 지나가는 직원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인다.
왜일까, 백록담을 보리라 생각했던 것이 무산되어 내려가는 발걸음이 무겁다고 생각해본다.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속밭대피소가 나오고 먼저 하산하였던 일행들과 만나 사십 여 분을 쉬었다가 대피소를 나선다.


속밭대피소를 나오니 소강상태를 보이던 눈이 함박눈처럼 또 내려 도대체 언제까지 내릴려나 궁금해지는데
하늘이 이 속된 중생의 마음을 읽었는지 눈을 거둔 채 조금 밝은 회색빛으로 얼굴색을 바꾸고 있다.
하늘 한 번 보고 또 눈길을 보면서 걷다보니 완만하지만 그렇다고 짧지만은 않은 성판악휴게소로 가는 길도 서서히 끝나간다.
이제 우리와 반대방향으로 가는 탐방객이 없는 산길이 끝나는 지점에 현수막이 보이고
시간이 경과되어 등산할 수 없다는 안내판이 길을 가로 막고 있는 성판악휴게소에 도착한다(14:48).
진달래밭대피소에서 한라산 백록담을 넘어 관음사코스로 하산하다가 원점비를 보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뭇내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다음에 다시 오라는 산신령이 약속이라 생각하면서 산꿈 회원들과의 신년산행을 무사히 마친 것을 자축해본다.


성판악휴게소에서 출발한 버스는 제주대학교 입구 버스 정류장에 우리를 내려주고 일정에 맞추어 이동한다.
이후 우리는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제주시 동문시장으로 이동하여 방어회로 산행 뒤풀이를 하였다.
조촐한 뒤풀이를 끝내고 택시로 제주공항까지 이동하여 아시아나 항공사의 21시 25분서울행 항공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
각 자의 배낭을 찾은 후 다음 산행을 기약하면서 집으로 돌아간다.

 

[산행사진]

 ▼ 산행 들머리인 성판악휴게소 앞 주차장

 

 ▼ 잔뜩 흐리던 하늘에서 드디어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 푸르던 나뭇잎을 다 떨군 나무와 달리 아직도 붙어 있는 저 나뭇잎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박쥐를 보는 듯 하다

 

 ▼ 시간이 흘러가면서 나뭇가지와 잎파리에는 눈이 쌓이기 시작한다

 

 ▼ 이전에 쌓인 눈에 또 신설이 내리고

 

 ▼ 1차 집결지인 속밭대피소(무인대피소)가 보인다

 

 ▼ 주말이 아닌 주중의 평일이라 한가하기만 한 속밭대피소

 

 ▼ 하늘은 점점 더 농도가 짙은 잿빛으로 물든다

 

 ▼ 산길 옆으로 보이는 저 계곡능선의 눈은 언제나 녹을려나

 

 ▼ 어두운 산길을 하염없이 가야만 하려나 보다

 

 ▼ 갑자기 우측으로 나타난 저 봉우리도 오름일까? - 산행기를 작성하면서 지도를 보니 돌오름인 듯 하다

 

 ▼ 눈이 계속 내리지만 행여나 진달래밭대피소에 도착할 쯤이면 대설주의보가 해제되어 백록담을 오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황량한 겨울 속으로 일행들이 걸어가고 있다

 

 ▼ 신설이 만들고 있는 조각품들

 

 ▼ 행여나 하는 기대감을 산산히 박살내놓은 진달래밭대피소의 모습

 

 ▼ 한라산은 지금 설국(雪國)을 꿈꾸고 있나보다

 

 ▼ 아쉽지만 다음에 보기로 하면서 진달래밭대피소에서 성판악휴게소로 원점회귀하다가 사라오름에 올라보았지만 이곳 역시 ...

 

 ▼ 지금 한라산은 변신 중~

 

 ▼ 왔던 길을 따라 내려가는 저 산꾼의 심정은 어떠할까나

 

 ▼ 아쉬움에 탐방로 안내판을 사진기에 담아본다

 

 ▼ 세월의 흔적

 

 ▼ 하산을 위해 속밭대피소에 다시 도착한다

 

 ▼ 내려가는 길에도 눈은 속절없이 내리고 있다

 

 ▼ 이제 성판악휴게소가 지척이나보다

 

 ▼ 성판악휴게소에 도착하여 한라산 백록담을 향한 눈길(視線)을 끝으로 아쉬운 산행을 마감한다

 

 ▼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은 한라산 백록담 사진(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 '공원안내 > 자료실 > 다운로드서비스')

    [원본 출처] http://jejuwnh.jeju.go.kr/data/bg_down/1280/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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