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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산행

[2011-08-06] 북한산성 12성문 종주

북한산성 12성문 종주


[산행일시] 2011. 08. 06(토) 09:38~19:37(9시간 59분)
[날      씨] 구름 많음 / 오후 한때 강한 소나기
[산행인원] 김창주, 성봉현
[접근방법] 홍제역(지하철 3호선)→북한산성입구 : 704번 시내버스(청색)
[복귀방법] 북한산성입구→구파발역(지하철 3호선) : 704번 시내버스(청색)
[산행지도] 국립공원관리공단 발행 북한산 안내도, 인터넷 자료 

 

 

[산행기록]

산행을 해본지가 언제인지 나 자신도 잊어버렸다.
지난 6월 첫 휴일에 낙동정맥을 다녀온 후 한 달이 지난 7월의 첫 주에 설악산 공룡능선을 다녀왔다는 것만
기억나는 8월의 첫 주말…
6월 들어 갑자기 비상걸린 구순의 노모 건강으로 산행을 포기한
아니지, '비 온다는데 무슨 산행을…' 하면서 애당초 산을 멀리 하였던 것이 올바른 표현이리라.
이렇게 한없이 무디어지는 시간의 감각을 벗어나고자 전부터 꿈꾸어왔던 북한산성 12성문 종주를 슬그머니 들추고 있는데
주말에 다가설 즈음 세무사 사무장으로 있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불쑥 12성문 종주 산행 이야기를 끄집어 내본다.
즐겁게 같이 가자는 약속과 함께 토요일 만날 장소와 시간을 결정하고 나니 마음은 벌써 북한산으로 달려가고 있다.

 

이윽고 토요일이 시작되고 약속장소인 홍제역에서 친구와 만나 송추행 704번 시내버스로 환승하여
생각보다 여유롭게 구파발역을 지나 북한산성입구 정류장에서 많은 산님들과 함께 하차한다.
원효봉 위로 보이는 하늘은 맑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흐린 것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으로 다가서지만
오후 한 때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힘을 실어 주는 것인지 습도만 무지막지하게 높게 느껴진다.
북한산성 탐방안내소로 이어지는 우측길을 못 본 척 슬쩍 지나서 다리를 건너 효자원 입구로 걸어간다.
조경수가 아름다운 효자원 입구에 세워진 음식점 간판에 더부살이하는 산길 안내판을 따라
북한산 둘레길 중 '묘시내역길구간' 이정표를 지나니 미소쉼터 음식점이 나온다.
잠시 산행 준비를 하고 간단한 심호흡을 들이마시면서 그렇게 기대하였던 12성문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한다.
똑딱이 디카에 담겨진 시간은 오전 9시 46분을 가리키고 있다.

 

이정표의 '밤골 공원지킴터' 방향으로 가다가 우측 원효봉 표지를 따라 방향을 바꾸면 돌계단길이 시작되고
초반부터 땀으로 흥건해진 상의에서 오늘 하루 고생길이 훤하다고 느낄 때쯤 서암문으로도 불리우는 시구문이 반겨준다.
한 무리의 산객들의 단체 사진을 친구가 찍어주는데 오늘 이 팀하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산행을 하게 된다.
10시 02분 12성문의 첫 번째 성문인 시구문을 통과하여 연속되는 돌계단길을 오른다.
오름길 중간에 잠시 뒤돌아 속세의 모습을 똑딱이 디카에 담아보는 여유를 즐기면서 원효암을 지나
비위 봉우리인 원효봉 전위봉에서 천천히 오늘 가야 할 능선을 두 눈과 똑딱이에 담아 둔다.
살짝 내려가 다시 올라선 구릉인 원효봉에서 땀도 식힐 겸 겸사겸사 막걸리 한 잔에 파전을 곁들이면서 허기를 달랜다.
빈 속에 사르르 퍼지는 누룩과 알코올의 적절한 조화 때문이었을까, 30여 분이라는 시간이 흘러 버렸다.
가슴 속까지 파고드는 시원한 바람을 못내 아쉬워하면서 두 번째 성문인 북문에 내려서니 시간은 11시 21분을 가리키고
이제 위문을 향해 염초봉을 우회하기로 하고 상운사 방향으로 내려간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계곡물을 건너 좌측의 백운대로 가라는 이정표를 보았지만
막걸리의 위력인지 아니면 보리사의 보살이 얼굴 한 번 보자고 한 것인지 그만 우측길로 마냥 내려가
11번째 성문이 될 가사당암문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까지 내려가서야 발품을 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허걱, 대형 발품을 팔았으니 다시 되돌아가려면 시간 좀 걸리겠구나 하다보니 어느새 보고도 지나쳤던 이정표가 나오고
위문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거위지기만 한다(나중에 확인해보니 40여 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약수암을 지나 위문에 도착하기 전 시구문에서 만난 12성문 종주팀과 다시 조우한 후 이번에는 우리가 먼저 앞서간다.
가파르게 올라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계단에서 좌측 위문으로 올라서니 어느새 시간은 오후 1시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백운대는 이제 꿈에서나 만나기로 하고 올라왔던 길을 내려가 만경대릿지를 우회하는 일반등로를 따라 가는데
먼 옛날 뭣도 모르고 혈기 하나로 런닝화를 신고 올라다녔다는 중학생 시절의 친구 이야기는 아련한 기억으로 다가선다.
북한산 아래에 줄곳 살아왔던 친구의 이야기에 잠시나마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고 있었지만
고갈된 체력에 허기진 현실로 돌아와 노적봉을 눈 앞에 두고 밥과 김치 그리고 오징어채로 대서문을 향한 기력을 보충한다.
혼자라면 이십여 분이면 충분하였을 식사시간이 40여 분으로 늘어져 무거운 엉덩이의 흙을 14시 10분에 털어낸다.

 

이제부터는 산성능선을 따라 오르내리다 보면 하나씩 차례대로 만날 성문들을 생각하니 발걸음이 다소 가벼워진다.
만경대 릿지가 끝나는 지점과 만나자마자 다가서는 용암문을 지나고 북한산대피소를 거쳐
성벽 복원공사로 우회하라는 안내대로 흙길를 따르다가 동장대를 못보고 지나친 것도 모른 채 대동문과 인사한다.
식사한지 40여 분이 지났지만 식곤증은 가시질 않았는지 잠시 눈좀 붙일 자리를 찾다가 포기하고
보국문으로 향하다가 적당한 자리에서 잠시 눈을 감고 배낭에 기대어 오수를 즐기기로 한다.
잠결에 들려오는 귀에 익은 목소리에 눈을 떠보니 벌써 40분이 흘러갔는데(오늘은 40여 분이라는 휴식시간이 공교롭다)
친구 왈, "눈 감기 전부터 멀리서 지속적으로 들려오던 천둥소리에 선잠을 깨었다"면서 가자고 한다.
15시 40분, 원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하산길에 대서문을 만날 시간인데 오늘은 완전 여유만만이다.

 

잠시 후 비밀통로였던 암문처럼 느껴지는 보국문을 접수하고 성벽따라 이어지는 산성주능선을 걷다보니
성벽 너머로 보이는 수유리 방향에는 용내림 현상처럼 얄궂은 회색빛 구름이 보이는데 아마도 비구름이리라.
고개를 조금 더 돌려보면 도봉산이 실루엣처럼 쟂빛 하늘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이곳에도 소나기가 한바탕 하겠다.
'산성주능선에서 보는 북한산' 안내도를 지나 대성문을 코 앞에 둔 시점에 아니나 다를까, 거센 소나기가 시원스럽게 내린다.
부랴부랴 배낭덮개를 씌우고 쏟아지는 빗줄기를 즐길 여유도 없이 내리막길을 달려 대성문 누각에서 잠시 비를 피해본다.
10여 분을 기다려보지만 주룩주룩 내리는 빗줄기는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아 잠시 수그러들은 틈을 이용하여
준비한 작은 우산을 쓰고 우중산행을 즐기면서 지척의 대남문에 도착하니 여러 산객들이 비를 피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제 소나기 구름이 지나갔는지 약해지면서 그쳐가는 비와 함께 종로구와 고양시의 경계점을 지나 문수봉에 올라서니
마지막 남은 의상능선의 바위능선이 선명한 자태를 뽐내면서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16시 40분, 8분 여 휴식을 접은채 은평 뉴타운을 덮고 있는 하얀 뭉게구름과 눈인사를 나눈 후 청수동암문으로 내려서고
삼각점(서울 22)이 매설된 715.5봉으로 올라선다.
의상능선이 시작되는 곳으로 '행궁지입구'로 우직진하라는 꼬드김을 뿌리치고 좌측 9시 방향으로 나한봉을 만나러 내려간다.

 

몇 번 산행하지 않아서인지 나한봉과 나월봉 그리고 용혈봉과 용출봉의 순서가 아직도 헛갈리는 의상능선을 따라
쇠줄이 설치된 바윗길을 오늘처럼 천둥치는 날, 물론 비가 그쳤다고는 하지만
겁없이 가고 있는 내 자신이 대견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미련한 것인지 스스로도 판단이 되지를 않는다.
그렇게 나한봉을 넘어서고 나월봉을 넘어섰지만 도통 나타나지를 않는 부왕동암문을 지난 것이 아닌지 의아해진다.
낙뢰다발지역이므로 낙뢰 사고에 유의하라는 무시무시한 경고판도 눈 감고 못본 척 지났건만 보이질 않아
모르고 지나쳤나보다 하고 스스로 위로할 때쯤 살갑게 다가서는 부왕동암문,
부둥켜 안을 수만 있다면 두 팔로 꼭 안아 주고 싶었다.

 

수목 사이로 언듯언듯 보이는 비봉능선의 배웅을 받으면서 증취봉을 지나 용혈봉에 올라서니 또 한번 눈이 호사스러워진다.
아침에 올랐던 원효봉에서 백운대로 이어지는 염초봉 릿지의 원효봉능선, 백운대에서 문수봉까지 연결된 산성주능선,
그리고 지금 걷고 있는 의상능선과 더불어 비봉능선이 비바람으로 세면을 한 듯 아름다운 모습으로 아는 척 하고 있다.
용출봉으로 이어지는 성벽을 어쩔 수 없이 밟고 지나야 하는 산길은 이제 가사당암문을 향해 내려가고
국녕사의 거대한 좌불의 뒷모습을 보면서 도착한 가사당암문에는 홀로 산객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18시 21분, 실질적인 성문으로는 마지막인 열한 번째의 가사당암문,
12성문의 종주가 끝나간다는 아쉬움을 뒤로 하면서 내리막길을 따라 국녕사를 거쳐 법용사를 지나 도로에 내려선다.
대서문으로 이어지는 포장도로를 따라 흐르는 계곡물을 보다가 20여 분 동안  흠뻑 젖은 땀을 씻는다.
잠시 후 아침에 북문에서 위문 갈림길을 놓치고 내려왔던 보리사가 있는 삼거리를 지나 구불구불 에돌아가다보니
어느새 어렴풋이 내려앉는 어둠에 자신을 숨기고 있는 대서문을 지난다(19시 21분).

 

작년 10월 대구팀과 합동등반시 가사당암문에서 의상봉으로 오른 후 바위능선길을 따라 내려왔던 날머리를 지나
바로 지척의 북한산성탐방안내소에 이르니 이제 사위가 어둠에 조금씩 잠겨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 시간이 19시 37분이니 1분 모자라는 10시간의 대장정이 끝나는 순간이다.
한 잔의 막걸리 때문에 눈 앞의 올바른 길을 보면서도 헛걸음을 하였고,
짧지만은 않은 휴식시간과 오수를 즐기는 등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롭게 진행한 북한산성 12성문 종주였다.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면서 간단히 캔 맥주로 입가심을 한 후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여 신설동의 한 보신탕집으로 이동,
늦은 저녁에 곁들이는 반주 한 잔으로 12성문의 기억을 다시 한 번 아로새겨 본다.

 

[산행사진]

▼ 들머리에서 보는 원효봉과 백운대 그리고 날머리의 의상봉

 

▼ 오늘 12성문 종주 코스 중 첫 번째 성문인 ①시구문(서암문)


▼ 원효봉에서 보는 염초봉릿지(원효봉능선)와 백운대 그리고 노적봉


▼ ②북문


▼ ③위문


▼ ④용암문


▼ 북한산대피소


▼ 복원 공사가 끝난 북한산성


▼ ⑤대동문


▼ ⑥보국문과 성곽에서 본 모습


▼ 산성주능선에서 보는 북한산


▼ 복원이 끝난 북한산성과 가야 할 산성주능선


▼ 내리는 비를 즐기고 있는 ⑦대성문


▼ ⑧대남문


▼ 문수봉에서 보는 비봉능선


▼ ⑨청수동암문


▼ 715.5봉의 삼각점


▼ 의상능선에서 보는 비봉능선


▼ 가야 할 의상능선의 위용, 우측으로 보이는 원효봉


▼ ⑩부왕동암문

 
▼ 용혈봉에서 보는 북한산

 
▼ 용혈봉에서 보는 용출봉과 의상봉

 
▼ 용혈봉에서 보는 지나온 의상능선과 산성주능선

 
▼ ⑪가사당암문 위로 보이는 용출봉

 

▼ 가사당암문


▼ 국녕사 대웅전 너머로 보이는 북한산 


▼ 국녕사의 좌불상 


▼ 12성문 종주의 마지막 성문인 ⑫대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