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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의 이야기

[우리숲] 언 땅을 녹이며 피어나는 복수초(福壽草)

우리숲 홈페이지의 우리숲진 블로그에서 보내온 이메일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원문 출처]  http://www.woorisoop.org/blog/sub/blog_view.asp?Seq=76&gb=B&BloggerSeq=21&page=1

 

 

 

------------------------------------------------------------------------------------------------------------------------------   안단테                                         언 땅을 녹이며 피어나는 복수초(福壽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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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 경남 

 

1월에 접어 들면서 올 해는 유난히도 매서운 추위가 찾아왔습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최근에는 잘 얼지 않던 강에도 두꺼운 얼음이 얼고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추위에 짧은 빙하기가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까지 나옵니다.

 

하지만 추위에 강한 복수초는 그 혹한 속에서도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복수초가 피었단 소식을 들었지만, 강추위에 망설이다 날씨가 조금 풀린 주말에 비로소 복수초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저처럼 꽃에 목마른 사람들은 복수초가 필 때면 복수초를 찾아 산을 헤메는데, 이 때는 먹을 것이 떨어진 들짐승들도 부지런히 먹을 것을 찾아 다닐 때입니다. 추운 겨울에 노란색으로 유난히 고운 복수초는 배고픈 초식 짐승들의 좋은 먹이감으로 보이지만, 배고픈 짐승들이라도 복수초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복수초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유독성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독초이고, 그들은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는 복과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정월에 선물로 많이 이용한다는데, 사실은 독초인 셈입니다.

 

2009. 2. 경북

  

제가 만나러 가는 복수초는 울산의 어느 야산에 피어나는 아이인데, 엄밀하게 말하면 가지복수초(Adonis ramosa Franch.)입니다. 우리 나라에 자생하는 복수초는 도감에 따라 조금씩 다르며 학자들 간에 의견도 조금씩 다릅니다. 하지만 최근엔 국가표준식물목록위원회에서 국가 표준명을 정하고 있는데, 그 것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자생 복수초는 네 가지 입니다. 복수초, 가지복수초, 세복수초, 애기복수초가 그 것입니다.

 

복수초속의 식물은 이렇게 몇 가지 되지 않지만, 학자들 간의 논란이 많고 비교적 최근에 연구되고 있는지라, 도감의 내용도 통일되지 않아 혼란스럽습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겐 모두 복과 장수를 기원하는 식물인 복수초일뿐이니, 그렇게 알고 즐기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09. 3. 경북

 

복수초의 속명은 아도니스(Adonis)입니다. 아도니스는 그리스에 나오는 미소년인데,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저주로 테이아스 왕과 그의 딸 스미르나 사이에 태어난 사생아라고 합니다. 자신의 애첩으로 여겼던 여인이 자신의 딸이란 사실을 알게 된 왕은 스미르나를 죽이려 하고, 그 와중에 태어난 아도니스 지하세계의 여신 페르세포네에게 맡겨져 양육됩니다. 자라나 아름다운 미소년으로 성장한 아도니스는 아프로디테의 연인이 되지만, 사냥터에서 멧돼지에 받혀 죽게 되는데, 아도니스가 피 흘리며 죽어간 자리에 피어난 꽃에 그의 이름을 붙여 부르게 됩니다. 아도니스는 죽은 후 이를 불쌍히 여긴 명부의 신들에 의해 1년의 1/3은 지하에서 페르세포네와 지내고, 1년의 1/3은 지상에서 아프로디테와 지내며, 나머지 기간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지낼 수 있게 됩니다.

 

아도니스, 즉 복수초의 생태는 실제로 신화의 내용과 얼추 들어맞는데, 복수초는 지하에서 뿌리 상태로 가을과 겨울을 지냅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자신이 사랑하였던 아프로디테를 만나기 위하여 봄이 채 오기도 전부터 꽃으로 피어납니다. 물론 봄에 날려보낸 씨앗은 여름부터 가을까지 자유롭게 지상을 떠돌다 뿌리를 내리겠지요..

 

2009. 4. 경북

 

그리스 신화의 미소년 아도니스의 피를 받아 탄생한 복수초는 이처럼 봄이 오기 전에 눈을 녹이면 피어나는 꽃으로 많이 알려짐에 따라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자생지가 점점 사라져 가는 추세입니다. 복수초는 자연상태에서는 씨앗이 발아하여 꽃을 피울 수 있기까지 4~5년 걸리는 아주 성장이 느린 꽃입니다. 모르는 이는 꽃핀 복수초가 아름답다고 쉽게 꺽어 가지만, 그 꽃을 피우기 위해 복수초는 몇 번이고 추운 겨울을 넘기는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어렵게 개화하게 된 것입니다. 아직 추운 정월에 언땅을 녹이며, 노란꽃을 복스럽게 피워내는 복수초도 역시 보호하지 않으면 금방 씨가 마를 수 있는 식물이라, 우리 모두 관심을 가지고 아끼고 보호해야 하는 소중한 우리 식물 자원입니다.


 
[참고 : 한국에 자생하는 복수초의 종류와 특징]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복수초는 이영노 박사외 여러분이 몇가지 종을 보고 하여 이름을 붙였지만 유전학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는데(염색체 수가 2n=16으로 모두 동일) 반해, 일본에는 염색체가 서로 다른 종류가 있으며, 이를 잘 교배하여 120여종의 원예 품종이 개발되어 있다. 
 
l복수초(Adonis amurensis) : 꽃은 한 개, 줄기는 분지하고 않고, 잎은 주축이 분지하고 어린 잎은 개화 후에 싹이 난다. 꽃받침은 평균 8개이며, 꽃받침의 길이는 꽃잎보다 길거나 비슷하다. 주로 강원도, 경기도 일대의 산지 및 충청도, 전라도에서 자란다. 
 
l가지복수초(Adonis ramosa Franch) : 줄기는 분지하고 분지한 줄기 끝에 꽃을 피워, 보통 꽃을 두 개 이상을 피운다. 개화와 함께 어린잎이 나온다. 꽃받침은 평균 5~6개이며, 꽃받침의 길이가 꽃잎보다 짧다. 주로 동서남해안의 해안가 및 충청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북도 등지에 분포한다.
 
l세복수초(Adonis multiflora) : 줄기가 많이 분지하고, 분지한 가지 끝에 잎과 꽃이 같이 나온다. 꽃받침은 대략 5~6개이고 잎자루는 매우 짧고, 꽃이 필 때 잎이 가늘고 길게 자라서(=세엽) 피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도와 남해 도서 및 남해안 일대에 자생한다.
 
l애기복수초(Adonis amurensis subsp. nanus Y.N.Lee) : 이영노 박사에 의해 발견 보고 되었으며, 중부 이북의 해발 1000m 가량의 고지에 분포하며, 분류군의 특징은 복수초와 유사하나 크기가 작은 것이 특징이다. 

 

[참고문헌]

1. 안녕희, 여성회, 이남숙, 이상태, '남한에 자생하는 복수초의 형실특성에 관한연구’. 1999, 한국생태학회지 13(3)

2. 이정희, 이상태, 서영배, 여성희, 이남숙, ‘한국산 복수초속(미나리아재비과)의 형태분류학적 재검토’, 2003, 학국식물분류학회지 Vol 33, No.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