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日常의 이야기

[월간山] 최선웅의 지도 이야기_국토지리정보원 홈페이지의 낯 뜨거운 …

월간山 홈페이지에 실린(http://san.chosun.com) 기사인데 이제 우리나라도 글로벌을 외치는 입장에서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원문 출처]  http://san.chosun.com/site/data/html_dir/2009/12/16/2009121601275.html

 

 

---------------------------------------------------------------------------------------------------------------

 

 

[최선웅의 지도 이야기] 국토지리정보원 홈페이지의 낯 뜨거운 대한민국전도

 

전 세계 통일 규격의 1:100만 국제도 규정에 맞춰야

 


축척 1:25,000이나 1:50,000 지형도를 보면 외도곽 상단 우측에 도엽번호가 표기되어 있다. 이는 지형도 난외주기의 하나로 해당 지형도에 부여된 고유번호로서 각 지도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번호다. 가령 'NJ52-9-12'라는 도엽번호를 분석하면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의 지도이며, 축척이 얼마라는 것까지 알아낼 수 있다.

 

국내의 독도법 교재를 보면 'NJ52'의 'N'은 북반구를 의미하고, 'J'는 적도에서 북으로 4°마다 알파벳순으로 붙인 위도대로 위도 36~40°대를 나타내는 것이고, '52'는 경도 180°선에서 동으로 6°마다 숫자를 붙인 경도대로 동경 126~132°대를 나타내는 것으로, 국제지리학회에서 정한 만국 색인번호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NJ52'는 유엔이 주관하여 제작한 축척 1:100만 국제도(國際圖)의 도엽번호다. 국제도(IMW·International Map of the World on the Millionth Scale)는 세계 각국이 국제적으로 정한 통일된 사양에 따라 분담하여 제작한 지도로 그 구상은 120여 년 전에 시도되었다. 1891년 스위스 베른에서 열린 제5회 국제지리학회의(IGC)에서 독일의 지리학자이며 알프스 빙하 연구의 권위자인 알브레히트 펭크(Albrecht Penck·1858~1945)가 지구 규모의 일관성 있고 정확한 지도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축척 100만분의 1 국제도 2500여도엽의 제작을 제안했다.

 

제안이 나온 지 18년 뒤인 1909년 런던에서 IMW회의가 개최되어 지도의 투영도법, 축척, 기호, 주기 등을 포함한 국제도 제작에 관한 기준을 정하였는데 이때 1:100만 국제도의 도엽번호 부여 방식도 정해졌다. 그것은 경위도 구역으로 위도대는 적도로부터 북쪽은 N, 남쪽은 S를 넣어 88°까지 4°씩을 A부터 V까지로 하고, 88° 이상의 극 지역은 Z로 정하였다. 또 경도대는 경도 180°로부터 동쪽으로 6°씩을 1부터 60까지로 정하였다.

 

이어 1913년 파리에서 열린 IMW회의에서는 지도 제작에 필요한 구체적인 사양을 결정하였는데 "축척은 1:100만, 투영도법은 변경다원추도법, 도곽은 국경선을 무시한 채 경위도에 따라 경도 6°, 위도 4° 범위로 구획하고, 길이의 단위는 미터법, 지형은 등고선에 의한 단채로 표현한다" 등이었다. 지도의 색상은 도시·철도·행정계는 먹색, 도로는 적색, 등고선은 갈색으로 표준화하였다. 이후 30개국 이상이 지도 제작에 임했으나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될 즈음인 1914년 겨우 8도엽의 지도가 제작되었다.

 

   ▲ 1:100만 국제도(IMW) 인덱스 지도의 일부. 네모 한 칸이 국제도 한 도엽이고,   

      우리나라 부분을 보면 여섯 도엽으로 나눠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색이 진한 부분은 1983년 현재 지도가 간행된 지역을 나타낸 것이다.

      도곽 가장자리에 경위도 숫자와 경위도대의 부호가 있고,


 

국제도에 독도가 일본령으로 표기된 문제

 

1924년 런던에서 개최된 IMW회의에서는 기호를 추가로 제정하고, 영국의 지도제작기관인 육지측량부(Ordnance Survey)에 중앙사무국을 설립하여 각 나라로 하여금 국제도 제작을 독려하였다. 그에 따라 미국지리학협회는 1946년까지 예산 57만 달러를 들여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지역의 국제도 107도엽을 제작하였고, 전 세계적으로는 405도엽이 제작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세계 평화유지 목적으로 국제연합이 발족되자 1949년 IMW 중앙사무국이 유엔으로 이관되었고 이후 이 지도는 유엔의 국제적인 기본도가 되었다.

 

1955년 인도 북부 무소리에(Mussoorie)에서 유엔아시아·태평양지역지도회의가 개최된 이래 아시아 지역에서도 국제도 제작이 본격화되었다. 일본은 1967년에 새로운 도식에 의해 일본 영토를 3개의 구역으로 나눈 대형판 국제도를 제작하였는데 이것을 원래 국제도 규격으로 하면 14도엽이나 되나 이용과 관리의 편의성을 고려하여 3장으로 제작한 것이다.

 

1980년대까지 전 세계적으로 800~1000도엽의 국제도가 제작되었으나 각국에서 자금 등의 이유로 국제도의 제작이 지지부진하자 1987년 1월 방콕에서 열린 제11회 유엔아시아·태평양지역지도회의에서 국제도의 제작을 중단하자는 결의가 채택되어 이후 지도의 제작은 더 이상 진척되지 않고 일부 수정만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제도는 1967년 미군에 의해 제작되었다. 1995년 유엔의 요청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나, 우리 손으로는 국립지리원에서 국제도 6도엽을 제작하였으나 일반에게는 공개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도 규격의 경위도에 따라 도곽을 구획하면 6도엽으로 쪼개지는데 이 6도엽의 도엽번호와 지도명은 북쪽 좌측으로부터 NK51(Nan-Tung), NK52(Vladivostok), 그 아래로 NJ51(Lu-Shun), NJ52(Seoul), 다시 아래로 NI51(Nan-Tung), NI52(Nagasaki)로 서울만 빼고는 지도명이 모두 인접국의 지명으로 되었다. 더욱 NJ52 도엽을 보면 우측 도곽선의 경도가 동경 132°인데도 독도가 누락되었고, 동해의 명칭도 'SEA OF JAPAN'으로 표기되어 있다. NI53(Central Japan)의 도엽을 보면 독도가 일본 영토로 되어 있고, 섬 이름도 'Take Shima'로 표기되었다.

 

현재 국토지리정보원이 간행한 지도 가운데 1:100만 대한민국전도는 한글판·영문판 두 가지로 되어 있다. 제작 현황을 보면 1965년에 최초 6색도로 제작하여 2000년에 수정·발행하였고, 1:25만 지세도를 축소·편집하여 제작하였으며, 투영은 평면직각좌표계에 의한 T.M도법이라고 되어 있다.

 

국토지리정보원 홈페이지에서 대한민국전도를 열면 한글판과 영문판 지도 이미지를 볼 수 있는데 영문판 1:100만 지도는 그 제작 목적이 아무래도 국내용인 것 같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영문판 국제도는 국외를 대상으로 자국의 지형과 교통망, 도시 등의 개황을 파악하고 국제회의 등의 자료나 전시·홍보 등에 광범위한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 제작 목적이나 이 지도는 전혀 딴판이다.

 

가장 이해되지 않는 것은 도곽 내에 한반도만 표현되고 중국이나 러시아·일본 등 인접국은 지도의 내용을 삭제한 채 백지 상태이고, 중국과 러시아와의 국경선은 표시되어 있는데 일본과의 국경선은 아예 없다. 그리고 지도의 도식은 국제도의 도식 규정에 전혀 부합하지 않고 지명의 표기도 일관성이 없다. 예를 들어, 산맥은 ○○sanmaek이라 해놓고, 고원은 ○○plateau, 만은 ○○man인데 해협은 ○○Strait이다. 더욱 심한 것은 백두대간을 'BAEK DU DAE GAN'으로 표기하면서 간격을 벌려 띄엄띄엄 표기해 놓았다.

 

영문판 지도에는 반드시 부기되어야 하는 지명의 로마자 표기법(Romanization)과 고유지명에 대한 용어주해(Grossary)가 없는 것은 그야말로 난센스다. 국토지리정보원은 금년도 지리정보표준화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축척별 지도 도식규정의 보완' 작업을 추진 중이다. 다른 축척의 지도 도식도 마찬가지겠지만 축척 1:100만 대한민국전도의 도식은 국제적으로 통일된 국제도 도식규정에 맞게 바로잡고, 그에 따라 국제화 사회에 손색없는 좋은 지도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 글 최선웅 한국산악회 부회장·매핑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