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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의 이야기

민둥산 억새

스포츠칸(http://sports.khan.co.kr) 뉴스에서 옮겨온 기사입니다.

 

 

 

 

[여기 어때]정선 민둥산, ‘으악새 슬피우니…’ 은빛 억새의 노래

입력: 2007년 10월 10일 21:17:45

10월은 억새의 계절이다. 가을 정취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억새가 산마다 장관이다. 한줌 바람에 출렁이는 은빛물결이 등산객을 경탄케 한다. 산등성이를 가득 메운 억새의 군무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해발 1119m). 잡풀이 적고 사람 키를 훌쩍 넘을 정도로 키가 큰 억새는 전국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억새의 절정은 이달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이맘때 찾으면 억새의 그윽한 정취를 가슴에 담아올 수 있다.

증산읍과 남면 경계에 자리한 민둥산은 정상을 중심으로 주변이 온통 억새다. 가히 ‘억새산’이라 부를 만하다. 산의 이름처럼 민둥산 정상에는 나무를 보기가 쉽지 않다. 과거 산나물을 많이 나게 하려고 매년 불을 지른 탓이다.

억새를 보려면 발품을 팔아 산에 올라야 한다. 산행길은 정선군 남면 증산초교를 출발해 발구덕마을을 거치는 코스가 일반적. 등산로는 가파른 코스를 여럿 만나지만 잘 정비돼 있어 오르기 쉽다.

해발 800m의 발구덕마을까지는 차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주말과 축제기간 중에는 통제한다. 정상까지의 거리는 3㎞. 넉넉잡아 왕복 4시간 걸린다. 중산초교에서 깔딱고개를 지나 40분 정도 오르면 임도를 만난다. 화장실과 나무의자, 매점이 있어 쉬어갈 수 있다. 숲은 높고 푸른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상큼한 솔향에 숨이 막힐 정도다.

임도를 가로질러 능선을 따라 900m를 더 오르면 억새 군락지다. 제법 난코스가 많아진다. 길은 산허리를 이리저리 굽이친다. 전날 비라도 내리면 눈길보다 미끄러워 등산지팡이는 필수. 물도 충분히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숲을 빠져나오면 북쪽 능선에 이른다. 여기서 남쪽으로 15분 정도 더 가면 정상이다. 정상 부근 능선을 따라 나무울타리 양쪽으로 억새밭이다. 정상에는 정상표지석이 우뚝 서 있고 전망대도 널찍하게 만들어 놨다. 산등성이를 따라 끝없이 펼쳐진 은빛물결은 마치 하얀 솜이불을 뒤집어 쓴 듯하다. 비라도 내리면 억새꽃에 맺힌 빗방울은 보석을 달아놓은 듯 영롱하다.

억새는 햇살에 따라 색깔을 달리한다. 보는 위치에 따라서도 황금색과 은빛으로 일렁인다. 억새꽃은 해질 무렵에 더욱 운치가 있다. 붉은 태양빛을 온몸에 머금어 금빛 분가루를 흩날리는 모습이 특히 이색적이다. 억새꽃 사이로 구름이 지날 때면 마치 선계에 와 있는 듯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민둥산 억새가 유명한 것은 튼실하게 자란 억새와 더불어 탁 트인 조망이 일품인 까닭이다. 정선군 중앙에 자리한 민둥산은 동쪽으로 함백산과 지장산, 서쪽으로 가리왕산과 백석봉, 남쪽으로 두위봉과 백운산, 북쪽으로 상원산, 노추산, 괘병산, 고적대, 태백산이 둘러쳐져 있다. 정상에 서면 마치 태산에 올라 천하를 굽어보는 느낌이다. 산 밑에 나지막이 엎드린 증산역 일대의 시가지도 손에 잡힐 듯하다.

하산길은 코스가 다양하다. 정상에서 발구덕마을을 거쳐 다시 증산역으로 내려서는 것과 좌측 능선길을 따라 지억산을 거쳐 동면 화암약수 쪽으로 하산하는 능선종주 코스가 있다. 민둥산에서 지억산 정상까지는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지억산은 억새와 더불어 단풍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태백산 줄기 산간지역에 위치한 정선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간직한 천혜의 관광지가 제법 많다. 가리왕산, 함백산 등 1000m가 넘는 22개의 산과 산자락이 품은 계곡, 맑은 물은 청정자연의 보고임을 실감케 해준다.

산행 후 곤드레나물밥, 메밀부침, 감자떡, 콧등치기국수 등의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는 것도 정선여행의 즐거움이다.

〈정선|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