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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산행

[2020-11-22] 청평 호명산 - 너덜의 하산길에 후회만 밀려오다

호명산 - 너덜의 하산길에 후회만 밀려오다

[산행 일시] 2020. 11. 22(일) 09:32~16:36(7시간 4분 // 산행시간 : 5시간 19분 / 휴식시간 : 1시간 45분)

[날       씨] 비/구름 후 맑음

[산행 인원] 김창주·두점민, 조한근, 성봉현

[접       근] 신내역(경춘선) → 청평역(경춘선) : 전철

[이       탈] 상천리(가온길 숯불닭갈비) → 상천역 : 식당 차량 / 상천역 → 신내역 : 전철

[산행 시간] 청평역(2번 출구, 09:32) → 조종천 인도교(09:50) → 오대골 갈림길(운동시설, 10:04~10:19)

                 → 전망대(10:48~10:50) → △629.1봉(정상석, 11:40~11:53) → 632.4봉(11:55) → 기차봉(12:30~12:32)

                 → 600m 능선(12:35~13:43) → 장자터고개(펜스 철망 쪽문, 14:23~14:25) → 전망대(호명호수, 14:35)

                 → 호명정(14:57~15:00) → '상천역(북쪽능선)' 분기점(15:24) → 호명산 잣나무숲속 캠핑장(16:01)

                 → 상천루(16:22) → 상천리('가온길' 숯불 닭갈비, 16:36)

[산행 지도] 1:50,000 일동·양수(국토지리정보원 1:25,000 2013년 온맵 편집)

 

[구글 어스]

2020-11-22_청평 호명산.gpx
0.59MB

 

[산행 기록]

코로나19로 시간이 멈추어 버린 것 같은 느낌 속에서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주말, 모든 것이 불편하기만 하다. 이번 주는 그나마 고등학교 친구들과 청평에 있는 호명산으로 산행을 하기로 하였는데 새벽녘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렸나 보다. 일요일 아침, 지금 내리는 비는 오전 중에 그친다는 일기 예보를 보았지만 그래도 작은 우산을 쓰고 집을 나선다. 신내역까지 걸어갈까 하다다 비가 내리고 있어 버스를 타고 신내역에서 하차하여 약속된 시간에 도착한 경춘선 전철로 환승한다. 첫 번째 열차간에서 친구들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잠시뿐이고 이내 침묵을 지키면서 눈을 살며시 감는다. 그렇게 삼십여 분이 지나 도착한 청평역에는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고 2번 출구로 나와서 보는 호명산은 비구름 속에 숨었다(09:25).

 

산행 준비를 마치고 2번 출구 앞의 도로를 건너 좌측으로 진행하였지만 조종천을 건너는 길이 없어 다시금 왔던 길을 따라 한근이 먹거리를 준비한다고 24시간 편의점으로 간 길을 쫓아 걸어가 보았지만 역시나 길이 불분명하다. 청평역 2번 출구 앞쪽으로 원위치하여 다시 한번 더 살펴보니 좌측으로 길의 흔적이 보여 그곳으로 진행하니 조종천을 건널 수 있는 인도교가 우측으로 보이고 좁은 찻길을 걸어가 차량 통행은 불가하고 사람만 건널 수 있는 인도교에 도착한다(09:50).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상판리에서 발원하여 청평면 청평리에서 북한강과 합류하는 하천인 조종천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인도교를 건너니 우기철 하천이 범람할 경우 안내 방송을 하기 위한 스피커가 있는 방송시설물 철주에 호명산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어서오라 하는 듯하다(09:52). 밭과 밭 사이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잠시 내려가 폭 좁은 물길을 한번 더 건너면 청평역까지 1.0km, 호명산까지 1.9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서 있는 호명산 등산로 입구에 이른다(09:53).

 

둥근 통나무로 만든 계단의 오름길에서 시작하는 호명산 산행길, 이제 호명산까지 제법 가파른 오름길을 걸어야 한다. 경기둘레길이라 인쇄된 연두색과 빨강색이 한쌍으로 묶여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표지기를 보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작은 우산을 받쳐들고 오르는 길에는 낙엽이 수북이 덮여 있고 지그재그로 설치된 미끄럼 방지용 밧줄 구간을 지나 조금만 더 올라가면 조종천과 북한강이 만나는 곳으로 달려가는 한북연인지맥의 산줄기를 만난다(10:04). 우측 방향은 오대골이라 새겨져 있는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로 운동기구가 있는 삼거리이다. 한북연인지맥 3구간(빛고개→청평대교) 산행으로 이곳을 내려온 후로 다시 찾아온 것이니 십 년 하고도 일 년이 더 지났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산길은 변하지 않았는데 우리네 얼굴과 체력이 변하는 것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겠지. 짧은 시간의 상념과 함께 복장을 추수리면서 멈춘 발걸음을 다시 시작한다(10:19).

 

호명산까지 1.64km 남았다는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연속되는 오르막길을 걷는데 나뭇가지에 붙잡혔던 빗방울들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떨어지는 것인지 우산에 부딪치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좀처럼 고개를 수그러뜨리질 않는 산길이지만 그래도 쉬웠다 가라고 청평댐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쉼터가 나온다(10:48). 하늘은 흐리지만 그래도 보이는 것은 보는 여유를 가지며 잠시 머물렀던 전망대에서 호명산을 향해 길을 이어간다(10:50).

 

비록 오래전의 기억이지만 가파른 이 오르막길은 호명산 정상석이 있는 629.1봉에 올라서야 이후 숨을 고르는 형태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쉬엄쉬엄 부담없이 걸어간다. 중간중간 만나는 서로 다른 이정표에 표기된 호명산(정상)까지의 거리는 중구난방이지만 무시하고 올라간다. 하늘이라도 맑으면 주변을 볼 수나 있으련만 오늘은 안개구름 속으로 걸어가는 형국이니 아마도 청평역에서 본다면 구름만 보일 것이다.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멈춘지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여태까지 쓰고 왔던 우산을 접어 배낭에 수납한다. 나뭇가지에서 아직 떨어지지 않은 갈색의 나뭇잎과 공생하려는지 추워지는 겨울로 향하는 시간 속에서 동면을 하고 있는 탁한 연두색을 띠고 있는 작은 무언가가 보이는데 한근 왈 사마귀 알집이라고 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오면 알집에서 부화한 어린 사마귀들이 같은 종에게 먹히기 전에 본능을 따라 이리저리 흩어진다고 한다.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안개구름 속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은 호명산(정상)이 130m 남았다는 이정표가 서 있는 삼거리를 만나는데 좌측길은 하천리에 있는 대성사에서 올라오는 길이다(11:35). 이정표 상 지척에 있는 호명산 정상을 향해 구름 속으로 조금 더 올라가니 지금은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은 헬기장이 나오는데 헬기장 조성 때문에 옮겨진 삼각점[양수 417]과 함께 호명산 정상석이 서 있는 지형도 상 △629.1봉이다(11:40). 반면 삼각점 옆에 있는 지적삼각점[경기 210] 인식표에는 이곳의 표고를 632.33m라고 표기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으로 지형도 상의 632.4봉은 이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 만나는 구릉이지만 이곳의 조망이 좋아서인지 여기에 정상석을 세운 것 같다. 헬기장 우측에 서 있는 호명산종합안내도에서 오늘 우리의 하산길이 될 산행코스는 4코스(상천역~상천농촌테마파크~호명호수)로 약 3.9km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이 코스를 택한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을 아직은 모르고 있었다. 정상석 뒷편의 나무 의자에서 점심을 먹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라 간단히 주전부리를 한 후 출발한다(11:53).

 

살짝 내려서는 듯한 산길은 이내 다시 구릉으로 올라서는데 우측 호명리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는 지형도 상 632.4봉이다(11:55). 이정표에는 '기차봉 1.5km, 호명호수 3.5km'라 표기되어 있지만 기차봉이라 표기된 지형도 상 613.8봉까지는 완만한 능선길로 이어지는데 사위를 감싸고 있는 안개구름 속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을씨년스런 안개구름을 탓하기보다는 구름 속을 걷고 있으니 신선이 되었다는 상상을 하면서 걸어간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다소곳해진 산등성이를 따라 홀딱 벗어버린 나뭇가지들이 연출하는 풍경을 보면서 얼마나 걸었을까, 호명호수까지 2.35km 남았다는 '호명산-15' 이정표를 지난다(12:19). 잠시 후 야트막한 바위 능선을 넘어 내려가 만나는 안부에서 능선을 우사면으로 돌아서 올라가는 짧은 나무 계단을 오른 후 조금만 더 올라가면 '기차봉 정상 / ←호명산 1.6km , 호명호수 2km→' 표지판이 서 있는 613.8봉이다(12:30).

 

원래 나무들로 조망이 막히는 곳으로 오늘처럼 안개가 시야를 가리는 날은 더 볼 것이 없지만 주변의 모습을 잠시 사진기에 담고서 호명호수로 향하는 나즈막한 내리막길을 따라 걷는다(12:32). 그렇게 이삼 분 내려가니 산길 우측편에 평탄한 공터가 있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자리를 펴고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12:35). 푹신하게 깔린 낙엽이 땅바닥의 한기를 막아주지만 준비한 간이의자에 앉아 먹거리를 즐기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한참동안 앉았다고 생각들 즈음 자리를 정리하고 시간을 확인해 보니 한 시간을 넘기고 있어 호명호수를 향한 발걸음을 다시 이어간다(13:43).

 

회색빛 종이 위에 앙상한 나뭇가지만 그린 듯한 풍경을 연출하던 안개구름도 이제 힘에 부쳤는지 조금씩 엷어지고 짧지만 다소 경사진 내리막길을 살짝 내려서니 '장자터고개 1.1km, 호명호수 1.4km' 남았다고 알려주는 이정표가 나온다(13:53). 다시금 올라서서 완만한 능선을 따르다가 시야가 트이는데 청평 양수발전소의 상부저수지인 호명호수에서 하부저수지로 발전용수를 흘려보내는 방수구가 있는 서쪽 제방의 돌무더기가 보이는 것이 이제 호명호수에 가까워졌나 보다. 외길의 산길은 완만한 기복으로 오르내리면서 이어지고 호명호수까지 0.8km만 더 걸으면 된다는 이정표를 지난다(14:12). 지적삼각점처럼 생긴 용도를 알 수 없는 [NO.7]이라 음각된 시멘트 표시물이 있는 나지막한 구릉을 지나(14:19) 내려선 안부를 장자터고개라 하며 우측은 범우리(범울이) 마을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14:23).

 

무슨 용도로 세웠는지 모를 펜스 철망의 열려진 쪽문을 통과하여(14:25) 다시 한번 더 올라서면 나무 식탁이 나오고 그 앞쪽에는 호명호수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 550능선 구릉에 이른다(14:35). 전망대에서 호명호수를 본 후 우측길로 내려가 만나는 도로를 따라 걷다가 우측의 전망대산책로 방향으로 올라간다(14:44). 능선에 올라서면 우측으로 전망대가 있다고 이정표가 알려주지만 우리는 좌측의 호명정을 향해 주발봉 방향으로 진행한다(14:50). 호명호수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어지는 완만한 능선길에 만나는 팔각정인 호명정이 쉬었다가 가라고 한다(14:57~15:00). 또한 호명정의 1층은 청평양수홍보관(청평 양수발전소의 홍보관)이지만 코로나19 때문인지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스산한 호명정에서 호명호수 조망을 끝내고 조금 더 가다가 호명호수 준공기념탑 앞쪽의 계단길로 도로에 내려선다(15:05). 아직 하늘을 덮고 있는 회색빛 구름 때문에 연한 쪽빛 대신 회색빛으로 물든 호수의 수면을 보면서 도착한 관리사무소 앞에 서 있는 안내판에는 호명호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호명호수

   우리나라 최초 양수발전소인 청평양수발전소의 상부저수지로서, 발전(發電)에 필요한 물을 청평호로부터 양수(Pumping)하여 저장하기 위해 1980년 4월 인공적으로 조성한 것으로, 경기도 가평군 소재 호명산(虎鳴山) 해발 538m 지점에 있으며 가평8경(加平八景)중 제2경(第二景)으로 선정되어 있다.

   수려한 산세와 드넓은 호수의 아름다운 경관을 내방객들의 휴식처로 제공하고자 한국수력원자력(주)와 가평군간의 업무 협약을 통해 '08. 7. 1부터 개방하여 "호명호수공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만수면적 : 149,400㎡ / 총저수량 : 267만톤 / 댐(높이 x 길이) : 62m x 290m / 수심 : 55m

 

▌청평양수발전소

[위       치]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상지로 1012-22

[공사 기간] '75. 12. 18(착공) ~ '80. 04. 16(준공)

[설비 용량] 40만kW (20만kW x 2기)

[펌프 수차] 입축형 가역식 프란시스

[댐  형  식] 중앙심벽식 Rock-Fill Dam

 

▌양수발전

가장 적은 심야시간에 하부저수지의 물을 상부저수지로 양수(Pumping)하여 저장하였다가 전력사용이 가장 많은 시간대나 전력수급 비상시에 이 물을 이용하여 발전하는 방식

 

도로를 따라 '호명 갤러리 카페' 입구를 지나 호명호 비석 앞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바꾸어 내려간다(15:18). 잠시 후 이정표[↑상천역(북쪽능선) 2.96km ↓호명호수 630m/호명산 3.87km →상천역 3.2km(호명호수 올레길)]가 서 있는 삼거리에서 하산길을 직진하는 북쪽능선 방향으로 갈까 하다가 우측편 '호명호수 올레길'로 내려가기로 한다(15:24). 좌측 산등성이 능선의 우사면으로 돌아가면서 완만하게 계곡능선으로 떨어지는 호명호수 올레길이라 생각했지만 청평역에서 호명산으로 올라서는 만큼이나 다소 경사진 내리막길에 너덜은 덤이라는 것을 모른 채 내려간다.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면서 내려가는 길은 산등성이를 따라 바쁘게 내려가라 하면서 너덜길로 이어지다가 마른 계곡을 건너는 작은 나무다리를 지나면 상천역까지 2.05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온다(15:44). 이정표의 목주에는 '경기둘레길'이라는 표식이 붙어 있다.

 

이제 말라버린 건천을 좌측에 두고 나란히 내려가는 하산길, 경사는 약간 수그러들었지만 너덜길이라 별로 반갑지 않다. 우리보다 앞서서 내려가는 두 명의 산꾼들을 보면서 쉬엄쉬엄 내려가는 발걸음은 잣나무숲 사이로 이어지는가 싶더니 잣나무 판자로 가림막을 만든 곳을 만나는데 '호명산 잣나무숲속 캠핑장'이라는 표찰이 붙어 있다(16:01). 산길 우측편으로 보이는 여러 개의 나무 데크에 설치된 텐트를 보니 나도 저렇게 산중 노숙을 해 본 것이 언제인가 하면서 불현듯 훌쩍 떠나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난다. 잠시 후 호명산 잣나무숲속 캠핑장 관리사무소를 지나니 이제 길이 다소곳해지면서 걸을만 해지고 너른 공터를 만나는데 '상천지구 농촌테마공원'이라 한다(16:16).

 

상천원 좌측의 주차장을 지나 조금만 더 내려가면 우측으로 상천루가 보이고 그 앞쪽으로 도로가 나오는데 좌측 방향이 상천역이지만 우리의 하산지점은 경춘선 과선교 방향에 있는 음식점으로 정해져 있어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이어간다(16:22). 도로를 따라 요리조리 찾아가는 발걸음이 멈춘 곳은 경춘선 과선교 바로 전의 우측편에 있는'가온길 숯불닭갈비' 음식점이다(16:36). 창주가 십여 년 전부터 이용하였다는 음식점으로 원래는 호명호수 순환버스를 타는 곳으로 올라가는 방향에 있다가 한 달 전 쯤 현재 자리로 이전했다고 하여 이곳까지 오는 동안 잠시 헛갈릴만 하였다. 참나무 숯불로 굽는 직화구이 닭갈비와 소주 한 잔 그리고 열무국수로 저녁을 먹은 후 식당 차량으로 상천역에 도착하여 호젓하게 걸었던 호명산 산행을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