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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2019-11-03] 한라산 - 가을의 붉은 단풍처럼 심하게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오르다

한라산 - 가을의 붉은 단풍처럼 심하게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오르다

[산행일시] 2019.11.03(일) 09:00~18:48(9시간 48분 // 산행시간 : 8시간 56분 / 휴식시간 : 0시간 52분)

[날       씨] (오전) 흐림, (오후) 맑음

[산행인원] 김만기, 성봉현

[접       근] 서울/김포 → 제주 : 비행기(아시아나항공) / 제주공항(2번 게이트 앞) → 성판악 : 181번 급행버스

[이       탈] 성판악 → 제주버스터미널 : 182번 급행버스 / 제주버스터미널 → 어반 아일랜드 호텔(제주시 연동) : 택시

[산행시간] 성판악탐방안내소(09:00) → 해발 900m(09:41) → 속밭대피소(10:21~10:24) → 사라오름 입구(10:56~11:00)

                   → 진달래밭대피소(11:40) → 해발 1,500m(11:46) → 해발 1,600m(12:11) → 해발 1,700m(12:34)

                   → 해발 1,800m(13:04) → 한라산 동릉 정상(백록담 표석, 13:32~14:02) → 해발 1,700m(14:40)

                   → 해발 1,600m(14:58) → 해발 1,500m(15:16) → 진달래밭대피소(15:20) → 해발 1,400m(15:37~15:52)

                   → 사라오름 입구(16:19) → 해발 1,100m(16:59) → 속밭대피소(17:06) → 속밭 안내판(17:17)

                   → 해발 900m(17:55) → 성판악탐방안내소(18:48)

[산행지도] 1:50,000 서귀(국토지리정보원 1:25,000 on-Map 편집) / 국립공원공단 발행 '한라산국립공원 탐방안내도'

 

[구글어스] 2019-11-03_제주도 한라산_성판악~백록담.gpx

 

[산행기록]

두어 달 전에 예약한 제주행 비행기를 탑승하는 날을 하루 앞둔 토요일 저녁, 배낭 정리상태를 마지막으로 확인한다. 그리고 일요일 새벽,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의 시간 때문에 자차로 신내동을 출발하여 김포공항 국내선 제1주차장에 도착하고 빈자리를 찾아 주차하니 시각이 오전 5시를 가리키고 있다.

 

국내선 청사로 들어가 아침을 먹기 위해 4층 식당가로 올라가 보았지만 대부분의 식당들 영업 시작시간이 오전 5시 30분이란다. 별수 없이 아침을 건너뛰고 기다렸다가 오전 6시 5분에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 제주행 비행기에 탑승한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지연없이 이륙한 비행기는 구름 속으로 올라가 제주를 향해 날아가는데 동쪽편에서 일출이 시작되나 보다. 구름 사이로 붉게 물드는 모습을 보았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한 시간이 되어가는지 제주공항에 착륙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그렇게 한 시간 만에 도착한 제주공항은 수십 번 왔어도 항상 새롭게 느껴지는데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바다를 건너 도착한 제주도, 대부분의 승객들처럼 우리도 수하물이 없으니 바로 개찰구를 나와 2층 식당가로 올라간다. 한식당에서 성게미역국으로 아침을 먹고 1층 출구로 나왔지만 성판악을 경유하는 버스 정류장을 몰라 잠시 헤메이다가 2번 게이트 앞의 2번 '5∙16로 일주동로 방면'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7시 50분이다. 제주버스정보시스템 안내판에 표시되는 181번 급행버스 정보는 이곳 제주국제공항에서 08:00 출발예정이라고 알려주고 있다. 정시에 도착한 181번 급행버스에 승차, 공항을 출발하여 열 번째 정류장인 성판악에 도착하니 8시 48분이다.

 

성판악휴게소에서 식수와 점심용으로 먹을 김밥을 구입한 후 복장을 정리하고 한라산 동봉 정상을 향해 산행을 시작한다(09:00). 성판악탐방안내소를 지나자마자 시작되는 계단길, 알록달록 가을옷으로 바꿔 입는 나무들 사이로 한라산 동릉 정상을 향하는 산길에 첫 번째 만나는 국가지점번호[다나 1784 8841]와 '현위치 번호 : 성판악 4-1'이라 적힌 위치 표지판을 지난다(09:04). 계단이 끝나고 현무암을 덮은 천연매트가 깔린 산길로 바뀌지만 눈 덮인 한겨울이라면 몰라도 오늘은 계단을 수없이 만날 것이다. 잠시 후 탐방로 우측에 성판악에서 0.6km(10분) 왔고 속밭대피소까지 3.5km(1시간 10분) 남았다는 탐방로 안내판을 지난다(09:10, 오늘 탐방로 안내판에 적힌 구간별 소요시간과 우리의 걸음 속도가 비슷했다는 것을 하산을 하는 중에 알게 되었다). 아직은 완만하게 올라가는 산길이라 절정으로 치닫는 한라산의 단풍을 보면서 여유롭게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언제 출발한 팀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를 추월하는 산악회 회원들을 따라 천천히 고도를 올려가는 탐방로를 걷는다. >천연매트에서 나무데크로 정비한 탐방로를 따르다 보면 진달래밭대피소까지 6.0km 남았고 12:00까지 통과해야 정상에 갈수 있다는 안내문이 적힌 안내판을 지난다(09:23). 오름길인 듯 그냥 평지길인 듯한 탐방로를 올라가다 보면 '해발 900m'라 새겨진 표석도 만나고(09:41) 키 작은 산죽밭 사이로 걷는다. 단풍의 향연을 보면서 가는데 잘 따라오던 아내가 발걸음을 멈춘 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어 힘든가 생각하였지만 딱따구리를 보았단다. 제주도 대부분이 구멍이 숭숭 뚤린 현무암으로 되어 있어 물이 고이기 힘든 구조라 건천의 계곡을 가로지르는 모노레일 너머로 노란색으로 물들은 풍경을 보는가 싶었는데 '해발 1,000m' 표석이 나오니 그새 표고차 100m를 올렸나 보다(10:01).

 

탐방로 옆으로 흔한 산죽을 보고 있으려니 만세동산 일대에서 한라산 고지대까지 확산되고 있는 제주조릿대(산죽)의 효과적인 관리방법을 마련하고자 말 방목에 따른 식생변화 연구를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한다는어리목 탐방로의 안내문이 생각난다. 넓은 지역으로 퍼지고 있는 조릿대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라면서 느리지만 천천히 탐방로를 오른다.

 

천천히 오르는 발걸음은 탐방로 왼쪽에 세워진 속밭(內田) 안내문을 만나는데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10:12).

 

이곳 일대는 1970년대 이전까지 넓은 초원지대였으며, 인근 주민들이 우마를 방목하며 마을 목장으로 이용하기도 했던 곳이다. 주변에 키 작은 털진달래, 꽝꽝나무, 정금나무 등이 많아 한라정원이라 불리기도 했으나 지금은 삼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져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삼나무 숲속을 천천히 걸으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속밭 안내문을 지나 칠팔 분 정도를 걸어가면 속밭대피소가 나오는데 지금은 초록색 나일론 그물망이 둘러처져 있다(10:21). 간이대피소처럼 작은 대피소 창문에 '화장실 리모델링 공사로 인해 대피소를 임시 폐쇄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고 그물망 안에는 공사 자재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임시 화장실을 이용하고서 다시 길을 이어간다(10:24).

 

아직까지 여전히 완만한 오름길로 이어지는 탐방로, 조릿대 숲속에 자리잡고 있는 '해발 1,100m' 표석을 지난다(10:30). 해발 고도가 높아지고 있어서인가 단풍나무 수종이 줄어 쓸쓸한 가을 풍경을 느끼게 하는 산길에서 만난 한라산 탐방로 안내도는 1km 떨어진 곳에 있는 사라오름 입구까지는 지금까지와 달리 조금만 더 가면 경사진 오르막길로 이어진다고 알려주고 있다(10:37). 해발 1,200m 표석을 지나(10:50) 나무데크 탐방로를 걷는가 싶으면 다시금 계단길로 바뀌어 사라오름 입구를 만난다(10:56).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182호인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내에 소재한 사라오름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 지정명칭 : 사라오름

□ 지정종별 및 번호 : 명승 제 83호

□ 소재지 :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산2-1번지

□ 지정사유

    사라오름은 한라산 동북사면 성판악 탐방로 근처에 있으며, 오름 정상부에 둘레 약 250m의 분화구에 물이 고여

    습원을 이루는 산정호수로서 오름 중 가장 높은 곳에 있음. 분화구 내에는 노루떼들이 모여 살면서 한가롭게 풀을

    뜯어 먹거나 호수의 물을 마시면서 뛰어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오름에서 바라보는 한라산 정상과 다양한

    경관이 아름다워 조망 지점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명승지임.

□ 문화재구역 : 1필지 / 62,863㎡

□ 문화재관리단체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지사)

 

현재 위치에서 분화구를 지난 사라오름 전먕대까지는 편도 0.6km이고 왕복 40분이 소요되고 사라오름 정상에서 15:00 이전에 하산을 해야 한다고 다른 안내문들이 알려주고 있다. 물 한모금 마시면서 짧은 휴식을 끝내고 진달래밭대피소를 통제시간 이전에 지나기 위해 다시금 발걸음을 시작한다(11:00). 고관절의 관절염(낭종) 진단을 받은 아내의 발걸음에 맞추어 천천히 걷는 산행이라 그런지 우리를 추월하는 산꾼들에게 길을 내주며 쉬엄쉬엄 걸어서 올라가는데 경사진 계단길이 힘들게 하지만 그래도 정상까지 가겠다는 생각으로 걷는 아내가 안쓰럽다.

 

해발 1,300m 지점을 지나고(11:07) '현위치 번호 : 성판악 4-25' 표지판이 나오는가 싶으면 해발 1,400m 지점에 이른다(11:24). 지금 이 정도의 속도라면 진달래밭대피소를 통제하기 직전에 지날 듯 싶다고 생각되지만 안되면 아쉽더라도 하산을 하면 되리라. 산이 어디로 도망가는 것도 아니니 다음을 기약하면 되니까 욕심을 버리고 걸어간다.

 

나무계단은 그나마 괜찮은데 돌계단이 나오면 발 딛는 곳이 불편하므로 걸음속도가 늦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나무계단의 폭이 넓어지고 평탄한 데크로 바뀐 탐방로, 드디어 하늘선을 가리던 나무숲이 끝나면서 정상의 화구벽이 보인다. 다시금 완만한 돌길로 바뀐 탐방로를 조금만 걸어가면 진달래밭대피소가 우측으로 보이는데 우리는 시간 관계상 그냥 지나쳐 정상방향 통제소인 진달래밭안내소를 예상했던 12시보다 이십여 분 빨리 지난다(11:40).

 

불과 3일 전인 10월 말일까지는 이곳 진달래밭대피소 통과시간이 12시 30분이었는데 사흘 사이에 30분이 단축된 것이다. 진달래밭안내소를 지나면 탐방로 우측 조릿대 숲속에 파묻혀 가는 '해발 1,500m' 표석이 보이고(11:46) 정상을 향해 가는 아내의 발걸음이 점점 더디어지면서 걸음걸이 자세마저 무언가 불편해 보인다. 불편하면 무리하지 말고 내려가자고 해도 괜찮다고 하면서 신경쓰지 말고 가라고 하는데 앞서가는 나 역시 불편하기만 하다.

 

이제 탐방로에는 정상으로 올라가는 탐방객도 있지만 반대로 하산을 하는 탐방객들의 인원수가 많아지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올랐다가 하산하는 그들과 부딪치며 올라가는 탐방로의 하늘을 가렸던 구름이 조금씩 걷히는 듯하다.

 

한라산 정상을 향해 본격적으로 고도를 올려가는지 경사도가 조금씩 가팔라진다. 눈에 띄게 느려진 아내의 발걸음 속도가 심상치 않지만 말을 안하니 알 수가 없어 천천히 올라 '해발 1,600m' 표석을 지난다(12:11). 벌써부터 겨울 채비를 한 것인지 탐방로를 따라 세워진 붉은 깃발을 매단 쇠파이프는 한겨울 적설기 때 길잡이를 할 것이다. 거리는 짧아도 해발 고도가 높아지는 것과 비례해서 느려지는 속도지만 표고차 100m를 올려 '해발 1,700m' 표석을 만난다(12:34). 더불어 한라산의 모진 풍파에 생을 마감한 구상나무의 고사목들이 눈에 띄는데 하나둘씩 쓰러진 것을 보니 안타깝다.

 

앞쪽으로 빤히 보이는 한라산 동릉 정상을 향해 올라가다 만난 탐방로 안내도에는 백록담까지 1.0km, 40분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우리도 과연 40분 만에 올라갈 수 있을려나 모르겠다(12:40). 이제 백록담 화구벽 사면을 따라 올라가는 탐방로는 정상까지 나무계단으로 이어지므로 발걸음이 그나마 조금 수월할 것이다. 우리가 마지막 후미이겠거니 생각하였지만 우리보다 늦은 팀들이 올라오고 있는 것에 위안삼으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올라간다.

 

해발 1,800m 지점을 통과하고(13:04) 하늘선과 맞다은 계단을 보면서 오르다 보니 해발 1,900m 표석을 지난다(13:28). 그리고 사 분 후 한라산 동릉 정상에 올라서서 숨을 고르고 나니 힘든 기색이 역력했던 아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아오는 중이다(13:32). 하산 통제시간인 13시 30분이 넘었지만 시월이 끝나면서 시작되는 동절기에 맞이하는 첫 주말이라 그런지 아직 조용하기만 하다. 올라서자마자 바로 내려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던 마음을 접고 배낭을 벗은 후 늦은 점심을 해결한다. 백록담 표석과 함께 인증사진을 촬영하려는 산꾼들의 긴 줄에 국립공원공단 직원도 아직은 하산을 재촉하지 않는 것 같다.

 

이제 여유가 생긴 것인지 점심을 먹으면서 아내가 실토하는 말에 기가 막혀 순간 미련한 곰탱이라는 말이 나올 뻔했다. 진달래밭대피소까지는 괜찮았는데 이후 해발 1,700m 지점을 지나고 동릉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심하게 요동치는 심장과 토가 나올 듯 하였다고 하면서 나에게 말하면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냥 하산하자고 할 것 같아 아무 말을 안 했다고 한다. 그래도 동릉 정상에 도착하는 순간 불편했던 속이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편안해 졌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 같다. 몇 년 전 적설기 때 성판악에서 동릉 정상에 올랐던 경험 뿐만 아니라 전에도 산행을 많이 했었기에 체력적으로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하고 단지 고관절이 불편해서 그러나 보다 했던 내 생각의 실수를 떠나 안스러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하질 못했다.

 

성판악휴게소에서 준비한 김밥과 과일 등으로 허기를 달래고 나니 한결 여유가 생겨 백록담 정상석과 함께 인증사진을 남기려는 산꾼들의 꼬리를 물고 순서를 기다리는데 우리 뒤에 한 팀이 더 꼬리를 문다. 우리 다음의 마지막 팀까지 인증사진 촬영을 끝내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국립공원공단 직원이 하산을 서둘러 달라고 한다. 한라산 동릉 정상, 백록담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고서 관음사 탐방로로 내려가려던 계획을 접고 성판악으로 원점회귀하기로 한다. 아직 정상을 떠나지 않은 몇 명의 산꾼들을 뒤로 하고 힘들게 오른 동릉 정상에서 하산을 시작한다(14:02).

 

2019년 11월 1일자로 입력된 동아일보의 한라산 백록담에 대한 기사에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원문 출처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91031/98166987/1)

 

[드론으로 본 제주 비경] 하늘이 쏟아진 듯 짙푸른 백록담의 만수

 

조선시대 대동여지도 등 각종 고지도에는 한라산 정상에 화구호가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연못이 형성된 백록담은 정상에 봉우리가 있는 육지지역 산과 확연히 달라 보였기 때문에 지도에 담았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제주목사를 지낸 이형상은 1704년 저술한 '남환박물'에서 한라산 백록담에 대해 '물이 불어도 항상 차지 아니하는데, 원천이 없는 물이 고여 못이 된 것이다. 비가 많아서 양이 지나치면 북벽 절벽으로 스며들어 새어나가는 듯하다'라고 표현했다. 당시로서는 상당한 관찰력인데 실제 조사 결과 땅속 화산 암반 등으로 물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백록담의 만수(사진)를 보기는 쉽지 않다. 장마철 집중호우나 태풍 등으로 1000mm 이상 비가 한꺼번에 내렸을 때 만수의 장관이 펼쳐진다. 15일 정도 지나면 담수 상당량이 새나가기 때문에 만수 풍경은 오래가지 않는다. 백록담은 면적 21만㎡의 전형적인 산정화구호로 둘레가 1700m다. 분화구 최대 높이가 1950m, 분화구 깊이는 108m 정도다. 1970년대까지 백록담 수심은 최고 12m에 이르렀으나 분화구 사면에서 흙과 자갈이 계속 흘러내리면서 최고 수심이 6~7m가량으로 낮아졌다. 1970년대에는 분화구에서 철쭉제 행사나 야영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통제구역이다.

 

올라올 때와 달리 어딘가 숨어 있던 바람이 화구벽을 휘감고 돌아가니 한기가 느껴져 자켓을 꺼내 입고 나무계단을 내려가는데 아침의 하늘을 두텁게 덮었던 구름이 밑으로 내려가 한라산 중턱에 걸려 있고 그 사이로 보이는 오름들이 만드는 풍광이 아름답다. 하산하는 길이라는 심리적 여유인지 올라올 때 보질 못했던 풍경들을 다시 살펴보면서 내려가는 발걸음이 다소 가볍다. 우리보다 앞서 내려간 젊은 연인 팀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해발 1,700m' 표석이 나온다(14:40). 그리고는 시원스레 트이던 시야가 나무숲으로 가려지는가 싶더니 '해발 1,600m' 표석을 만난다(14:58).

 

한라산 동릉 정상에서 마지막 하산객까지 확인하였을 국립공원공단 직원이 빠른 걸음걸이로 우리를 추월하여 내려가고 하산하는 발걸음이 불편해 보이는 여성 외국인(성판악 버스 정류장에서 프랑스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을 우리가 추월한다. 해발 1,500m 지점을 지나고 진달래밭안내소 초소를 통과하여 도착한 진달래밭대피소는 적막강산같은 느낌이 든다(15:20). 갈길이 멀기에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발걸음은 나무계단 좌측에 있는 '해발 1,400m' 표석을 지나는데 속이 허전하다(15:37). 해질녁의 햇빛을 피해 그늘진 곳의 계단에서 남아 있는 김밥과 간식거리를 먹으면서 에너지를 보충하고 다시 출발한다(15:52).

 

올라온 길을 따라 내려가는 원점회귀 산행길, 여러 번 왔어도 항상 새롭게 느껴지는 산길은 사라오름 입구를 향해 빠르게 내려간다. 다시금 단풍나무 수종이 나타나면서 알록달록 가을옷을 입은 모습을 보는가 했는데 어느새 '해발 1,300m' 표석이 나온다(16:09). 또한 이파리가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사라오름의 산줄기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사라오름 입구에 도착한다(16:19). 이제 조금만 더 급한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성판악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탐방로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니 한결 여유로워진다. 거의 모든 탐방객들이 빠져나가 고요한 산속에서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계음의 소음은 국공단 직원들이 타고 내려오는 모노레일의 운전음이라 생각한 것처럼 첫 번째 모노레일이 지나고 잠시 후 두 번째 모노레일이 산죽밭을 가르면서 내려간다. 더불어 우리의 발걸음도 어느새 '해발 1,100m' 표석을 만나고(16:59) 조금 더 내려간 지점의 속밭대피소를 지난다(17:06).

 

나무데크 탐방로를 사열하는 듯한 속밭의 삼나무 밭이 끝나면서 울긋불긋한 단풍이 우리를 반겨주니 자연스레 걸음걸이가 늦어지는데 아직 석양의 여명이 남아 있지만 오후 6시가 넘어가면 서서히 어둠에 잠길 것이다. 그래도 볼 것은 보고 즐길 것은 즐겨야 하므로 오늘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한라산의 단풍놀이를 즐기면서 천천히 걷는다. 그렇게 여유롭게 걷는 발걸음은 '해발 900m' 표석을 만나고(17:55) 서서히 어두워지는 탐방로를 아직은 그냥 진행한다.

 

가깝게 생각했던 성판악탐방안내소까지의 거리는 좀처럼 줄어들 생각이 없고 어느새 탐방로를 집어삼킨 어둠이 더 무거워졌다. 불빛 없이 어둠에 시각이 적응하면 시야가 더 넓어지겠지만 발걸음이 불편한 아내를 위해 배낭에서 헤드랜턴을 꺼낸ek. 오늘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 것이 아니므로 급할 것이 없는 발걸음은 가야 할 방향으로 비추는 불빛을 따라 걷고 또 걷는다. 그렇게 하염없이 걷다 보니 저 앞에 밝은 불빛이 보이고 더불어 여러 사람들이 주고받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해발 900m지점의 표석을 지나고 나서도 근 한 시간여 걸었나 보다, 생각보다 늦게 도착한 불꺼진 성판악탐방안내소를 지나(18:48)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빈 택시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제주대학 방향의 성판악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다.

 

우리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여성 외국인이 지역 주민과 나누는 대화를 들으니 프랑스에서 왔다고 한다.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복장을 정리하고 있으려니 제주버스터미널을 경유하여 공항까지 운행하는 182번 급행버스가 오고 있다. 182번 급행버스에 승차하여(18:56) 제주시청을 경유하여 도착한 제주버스터미널에서 하차하니 삼십 분 조금 더 걸렸나 보다(19:28). 시내버스로 환승하려고 하였다가 지나는 빈 택시로 오늘 우리의 숙소가 있는 연동까지 이동하여 산행을 마무리한다.

 

진달래밭대피소를 지나면서 무리한 것인지 아내가 심하게 요동치는 심장에도 불구하고 무식하게 올랐던 한라산 동릉 정상, 더불어 고관절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격한 심박에 고관절의 고통도 몰랐다는 아내와 함께 한 한라산 단풍산행이었다. 아무 탈 없이 한라산 동릉 정상까지 올랐다가 성판악까지 하산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면서 오늘의 산행을 되새겨 본다.

 

 

[교통 정보]  ※ 대중교통별 운행시간이 수시로 변경될 수 있으므로 해당 교통편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재확인을 요함

제주국제공항 → 성판악  181번 급행버스 운행시간(2019.08.15 시행,  동진여객  ☎ 064-757-5714)

    [40분 소요] 06:40  07:20  08:00  08:40  09:10  09:50  10;30~18:40  19:15  19:55  20:35  21:15  22:20 / 25회 운행

                        제주버스터미널에서 오전 6시 10분에 출발하는 버스는 공항을 경유하지 않고 바로 성판악으로 운행함)

    제주버스정보시스템 홈페이지(http://bus.jeju.go.kr) '버스정보검색 → 노선검색 → 181번 급행버스' 참조

 

    제주국제공항 182번 급행버스 운행시간(2019.08.15 시행,  삼화여객  ☎ 064-753-1621)

    [40분 소요] 06:33  07:33  08:08  08:26~14:53  15:38  16:13  16:53  17:28  18:08  18:48  19:23  20:03  20:43  21:18

                        21:51  23:16  (제주버스터미널에서 운행 종료 / 공항 미운행)

    제주버스정보시스템 홈페이지(http://bus.jeju.go.kr) '버스정보검색 → 노선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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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 → 관음사등산로  475번 지선버스 운행시간(2019.11.03 현재,  동진여객  ☎ 064-757-5714)

    [13분 소요] 06:20  07:26  08:20  09:15  10:15  11:45  13:15  14:35  15:30  16:25  17:15  18:10  19:00  19:45

    제주버스정보시스템 홈페이지(http://bus.jeju.go.kr) '버스정보검색 → 노선검색 → 475번 지선버스' 참조

 

관음사등산로 → 제주대학교  475번 지선버스 운행시간(2019.11.03 현재,  동진여객  ☎ 064-757-5714)

    [13분 소요] 06:39  07:45  09:39  09:34  10:34  12:04  13:34  14:54  15:49  16:44  17:34  18:29  19:19  20:04

    제주버스정보시스템 홈페이지(http://bus.jeju.go.kr) '버스정보검색 → 노선검색 → 475번 지선버스'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