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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산행

[2018-08-14] 고성 운봉산 - 바위를 품고 외따로 솟아오른 산

고성 운봉산 - 바위를 품고 외따로 솟아오른 산

[산행일시] 2018.08.14(화) 10:08~13:04(2시간 56분 // 산행시간 : 1시간 37분 / 휴식시간 : 1시간 19분)

[날       씨] 맑음 / 높은 습도와 폭염

[산행인원] 김창주, 조한근, 성봉현

[접       근] 서울 → 미륵암 : 자차

                   ('운봉산 숲길 입구' 주소 :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떡바우골길 90 / 미륵암 주소 : 토성면 떡바우골길 93)

[이        탈] 미륵암 → 고성군 아야진초등학교 : 자차

[산행시간] 미륵암(10:08) → '운봉산 숲길 입구' 안내판(10:13) → 95.7봉(머리바위, 10:27)

                   → 용천사 갈림길(이정표, 11:04~11:47) → 운봉산(△, 11:56~12:03) → 용천사 갈림길(이정표, 12:13~12:42)

                   → 머리바위 갈림길(12:49) → 미륵암(13:04)

[산행지도] 1:50,000 오호(국토지리정보원 1:25,000 On-Map 편집)

 

[구글어스]  2018-08-14_고성 운봉산.gpx

 

[산행기록]

아침 6시 10분 경, 신림동에서 출발하여 신내동에 도착했다는 한근의 전화를 받고 집에서 내려가 한근을 만난다. 그리고 구리에 사는 창주를 만나 인근의 콩나물해장국집에서 아침을 먹은 후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운봉산을 향해 출발한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이 오늘도 예외는 아니라고 하려는 듯 피부로 전해지는 습도와 기온이 예사롭지 않다. 서울양양고속도로 상의 인제양양터널(길이 10,965m)을 지나면서 보게 되는 전광판에는 '백두대간 통과중'이라고 표시되고 있는데 구룡령에서 점봉산을 향해 북진하다가 조침령 조금 못 미친 지점의 쇠나드리 아랫편을 지나는 것이다. 백두대간과 태백산맥, 사람의 족보와 같은 산줄기 족보인 산경표에 기록된 백두대간이라는 단어가 언제쯤이나 태백산맥이라는 잘못된 이름을 지우고 널리 사용될려는지 안타까운 마음만 속으로 간직하면서 터널을 빠져 나간다.

 

서울양양고속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속초 방향으로 방향을 바꾸어 오늘 우리가 묵을 숙소가 있는 아야진리를 지나 문암진리 백도교차로에서 좌회전하여 미륵암에 도착, 주변의 공터에 차를 주차한다. 하늘은 맑지만 폭염으로 인한 것인지 차에서 내리면서 느껴지는 끈끈한 공기가 오늘 산행이 어떠할 지 불을 보듯 뻔하다. 영동지방이라 조금은 선선하겠지 하는 바람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그나마 원점회귀하는 산행거리가 3km정도라는 것으로 위안한다.

 

신발을 등산화로 갈아신고 복장을 정리한 후 방금 차로 들어온 길을 따라 운봉산 숲길 입구로 걸어간다(10:08). 우축사를 지나 만난 '운봉산 숲길 입구'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운봉산(雲峰山) 숲길

○ 위치 : 고성군 토성면 운봉리

○ 유래

     운봉산에는 우리나라 백성 모두가 사흘간 먹을 수 있는 양식이 들어 있는데도 지금까지 임자를 못 만나 그대로 묶어 있다고 한다. 옛날 금강이 되려고 돌을 알뜰살뜰 소복이 모우고 있는데 고성에서 금강산이 났다는 소식에 너무 억울해 으르렁 거리며 울었다고 해서 운봉산이라 했다.

○ 명물

     높이 284m 산으로 6각 또는 8각 모양의 병풍바위·기둥바위, 거북바위·사자바위 등 기암괴석이 있으며, 북쪽 계곡에는 높이 20~30m되는 10여 개의 폭포가 웅장하게 떨어져 절묘한 음향을 느끼게 하고, 중턱에서 나오는 자연적으로 솟는 샘과 늪은 신비로워 보는 이를 감탄하게 한다.

 

산행 전 인터넷으로 운봉산에 대해 알아보고 왔기에 안내판에 적힌 내용은 그냥 사진기에 담고서 느긋한 산행을 시작한다(10:13). 천천히 걷는다고 생각하면서 걷지만 높은 습도 때문인지 배낭의 등판과 맞다은 등에는 이미 땀이 주룩주룩 흐르고 있다. 설상가상 긴 바지를 입고 통나무로 정비된 계단길을 오르려니 신축성을 잃어버린 바지 때문에 걷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 큰 나무들이 만드는 그늘의 오르막길이 끝나고 햇볕이 내리쬐는 돌길로 나서지만 오늘은 그늘이나 햇살 아래나 별 차이가 없다. 커다란 바윗덩어리를 옆으로 돌아서 올라서면 특이하게 생긴 바위가 나오는데 어떤 이들은 이 바위를 머리바위라고도 하는데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닮은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는 바위로 생각의 한계인지 떠 오르는 이름이 없다.

 

저만치 떨어진 95.7봉 정상부에서 기다리는 친구들을 따라 이동하니 여러 사람들이 얼굴바위라 부르는 바위가 있다(10:27). 보는 위치에 따라 그냥 바윗덩어리이거나 얼굴 옆모습으로 보이는데 그래서인가 어떤 이들은 이를 얼굴바위라 한단다. 반면 얼굴 옆모습과 연관지으면 오히려 이 바위를 머리바위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고성군에서 머리바위 이정표를 세워 놓았으면 어떤 바위를 머리바위라 하는지 알려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면서 내려간다. 잠시 후 남근석 팻말 너머로 보이는 작은 저 바위도 상상력을 동원해야 할 것만 같은데 기암괴석 전시장이라는 말이 우습기만 하다.

 

144.2봉을 우회하는 짧은 바윗길이 끝나면서 흙길이 나오는가 싶으면 작은 물줄기를 두어 번 건너 습지 팻말이 나온다(10:50). 어느 곳을 습지라 하는지 알쏭달쏭한 지역을 지나자마자 어디서 솟아오른 것인지 무성한 풀섶에 덮힌 샘터를 만난다(10:52). 그리 작지 않은 스테인리스 스틸 원통으로 만들어진 물통을 채우고 있는 샘물과 함께 아들 없는 집에서 아들을 얻게 해달라고 정성을 드리던 곳이라는 문구가 적힌 샘터 안내판이 서 있다.

 

샘터를 지나 조금만 올라가면 운봉산 정상과 미륵암으로 분기되는 삼거리인데 운봉산에 오른 다음 이곳으로 내려올 것이다(10:53). 이정표에는 '미륵암 0.6km↑, 머리바위 0.6km→, 주상절리 0.1km←'라고 표기되어 있다. 조금씩 고개를 드는 산길을 따라 한 굽이 돌아 오르면 '운봉산 정상 0.3km↖, 용천사 0.9km↙, …'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다(11:04). 오늘 산에서 빨리 내려가야 할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날도 무더워 그늘진 이곳에서 막걸리 한 통을 비우기 위해 쉬기로 한다. 상의를 벗는데 피부에 달라붙어 잘 벗어지질 않을 정도로 땀으로 목욕한 것도 모자라 한번 열린 땀구멍이 쉬이 닫히질 않는다. 살랑살랑 불어주는 바람과 함께 흐르는 시간은 사십여 분이 지났고 체온도 어느 정도 식었기에 정상을 향해 다시 움직인다(11:47).

 

다시 시작된 통나무 계단 오르막길, 정상을 향한 오르막길은 제법 고개를 쳐드는지 가파르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분단된 땅이라는 것을 말하는 산길을 지나 죽변산(679.3m)과 저멀리 하늘선을 그리는 백두대간의 병풍바위와 마산을 보는가 싶더니 이내 바람에 휘날리는 듯한 모습의 철판 태극기와 정상석이 반겨주는 운봉산(△285m) 정상에 올라선다(11:56). 사방으로 막힘없이 트이는 조망처이지만 오늘은 폭염에 의한 수증기인 듯 원경이 흐릿하기만 하니 아쉬움이 크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올라온 백두대간 산줄기가 설악산 대청봉(1708m)에서 남한의 끄트머리에 있는 마산(1052m)으로 이어지는 하늘선이 뚜렷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과 함께 옅은 연무를 지우면서 눈으로 그려본다. 더불어 디카를 잠시 내려놓고 휴대폰의 파노라마 기능을 사용하여 360도 사진을 찍느라 삼각점을 확인한다는 것을 잃어버렸다(인터넷으로 검색한 선답자 산행기의 사진을 보니 [오호 21 / 1993 재설]이라 한다). 시야가 트이는 반면 햇볕을 막아줄 나무가 없는 정상에서 햇살을 피해 아쉽지만 미륵암을 향해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간다(12:03).

 

올라올 때에 느껴졌던 가파른 길이 폭염에 쫓겨 내려가느라 그런 생각도 못한 채 쉬이 도착한 용천사 갈림길(12:13), 남아있는 막걸리 한 병을 마저 비우기로 하고 앉았나 싶었는데 어느새 삼십여 분이 지나 자리를 정리하고 내려간다(12:42). 식을 줄 모른 채 점점 더 달궈지는 열기에 적응된 것인지 내려가는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머리바위를 지나 샘터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서 미륵암 방향으로 직진한다(12:49).

 

바로 주상절리와 미륵암 갈림길 이정표를 만나는데 미륵암 방향으로 내려가는 창주와 한근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주상절리 방향으로 숲길을 올라간다.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있겠거니 생각했던 주상절리를 찾아 올라가다가 정상으로 향하는 길도 희미해져 그냥 포기하고 돌아선다.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 내려와 앞서간 두 친구를 따라 발걸음을 빠르게 걸어보지만 쉬이 보이질 않는다. 중간에 만난 갈림길에서 우측길로 잘 내려갔겠거니 생각하면서 조금 경사진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보니 저 앞에서 내려가고 있다. 계곡 능선 건너편의 바위 잔치장인 95.7봉을 보면서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완만하게 바뀌어 임도에 내려선다(13:00). 운봉산 숲길 이정표에는 정상까지 1.3km라고 되어 있고 개울가에 세워진 커다란 표석에는 '96 野溪砂防'이라 음각되어 있다. 뒤돌아서서 운봉산 정상을 올려다 보고 임도를 따라 미륵암 인근에 주차된 한근의 차에 도착함으로써 산행을 끝낸다(13:04).

 

해발고도 285m로 높지 않은 운봉산이지만 시작점인 미륵암의 해발고도가 40여 미터이니 해발 표고차는 250여 미터 정도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산의 높이로만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어 낮은 산은 별 것 아니다라는 생각들을 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산이 높다고 힘든 것이 아니라 해발 표고차가 얼마나 차이나는 것인가에 따라 힘듬의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곳 운봉산은 외따로 솟아오른 단산에 산행거리 마저 짧아 힘들지 않았지만 연일 계속되는 폭염이 힘들게 한 산행이었다.

 

등산화를 벗고 나무 그늘에서 땀을 식힌 후 한근의 차로 이십여 분 거리에 있는 도원저수지 상류 계곡으로 물놀이를 하러 이동한다. 7번 국도까지 나가지 않고 마을길을 따라 고성국회연수원 입구와 도원보건진료소를 지나니 도원저수지가 나온다. 그리고 만나는 현수막에는 안전사고 및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도원 마을관리 휴양지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적혀 있지만 시멘트 포장도로가 끝나고 좁은 비포장의 흙길을 지나면 다시 2차로의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나오고 좌측으로 넓은 주차장이 보인다. 주차장은 지금은 사용중지된 상태이지만 우측편 속초토종닭집 전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서 계곡으로 직행한다. 햇볕을 가려주는 커다란 나무아래 여러 팀들이 쉬고 있고 계곡은 야트막하여 산행으로 찌들은 땀을 씻기 위해 바로 물로 들어간다. 창주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지금은 음식을 팔지는 못하지만 개인이 준비한 음식으로 취사가 가능하단다. 서너 시간 쉬었다가 다시 왔던 길을 따라 되돌아 나간 후 고성 아야진의 큰동서 형님 집에서 깊어가는 밤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