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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의 이야기

[2018-02-11]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

[2018-02-11]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

회사 퇴직 후 밥줄이 될 기사 1회 필기시험 원서를 접수하였으니 당연 열공을 하여도 모자를 판에 무슨 배짱인지 공부는 팽개치고 유유자적 놀고 있는 중이다. 필기시험 일자가 3월 4일(일)이니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은 기간 열심히 해야 하지만 이미 마음 속으로는 자포자기 한 것일까, 자작나무 숲이 보고 싶다는 집사람의 이야기에 그래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느즈막한 아침에 신내동 집을 나선다.

 

예상외로 한가한 서울~양양간 고속도로에 올라서서 홍천IC를 경유하여 톨게이트를 빠져 나가 국도로 자작나무 숲 주차장에 도착하는데 허걱~ 주차장은 말 그대로 만차라 어이해야 할지 모르겠다. 왔던 길로 되돌아가다가 주자할 만한 공간이 있나 찾아보러 회차하니 다행이 행사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에 주자할 수가 있었다.

 

은회색 껍질을 벗는 자작나무 숲에 하얀 눈이 쌓여 있다면 더욱 아름다울 것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자작나무 숲으로 오르는데 이건 산책이 아니라 가벼운 등산 수준의 경사길로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왕래해서인지 다져진 눈 상태는 아이젠을 착용하는 것이 만수무강의 지름길일 것 같아 아이젠을 착용한다.

 

햇빛은 따스해 보이지만 영하의 기온과 매섭게 불어대는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고 하산을 시작하는 인파와 마주치면서 오른다. 3.2km의 거리를 올라 도착한 자작나무 숲, 생각대로 하얀 눈 위로 솟아오른 자작나무들이 햇빛을 받을 때면 하얗게 빛나는 듯하다.

 

자작나무는 추운 곳에서 자란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군락지 대부분이 중부 이북의 산간지역에 있다고 한다. 남한에서는 태백, 횡성, 인제 등 강원도 산간지방에서 볼 수 있고 그중에서도 인제는 대표적인 자작나무 군락지로 꼽힌다. 이곳 원대리의 자작나무 숲은 1990년대 초반부터 조림되기 시작했다고 하니 이제 이십 년을 넘기고 삼십 년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자작나무는 하얗고 윤이 나는 껍질이 불에 잘 타는데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대리 자작나무 숲을 볼 수 있는 기간은 산불조심기간(02.01~05.15 / 11.01~12.15)에는 입산이 통제된다고 하는데 그것도 모르고 온 것이다. 하지만 금년은 2월 1일부터 3월 18일까지 한시적으로 개방이 허용되었다고 하니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나는 날에 맞춘 것 같다.

 

자작나무 숲에서 삼십여 분을 머물다가 추위에 등 떠밀려 왔던 길을 따라 다시 내려간다. 시간이 오후 두시가 지나서인지 올라오는 사람은 몇 안되지만 내려가는 사람들 역시 한산한다. 여유롭게 내려가는 발걸음, 입구 감시초소가 있는 곳에 도착하니 차단기가 길을 가로 막는다. 아울러 자작나무숲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다음에는 두 시 이전에 오세요'라고 초소 감시원이 설명하는 목소리를 뒤로 하면서 주차장에 도착, 산채이야기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강추위에 얼어붙은 몸도 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