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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산행

[2018-01-07] 덕유산 - 겨울이 떠나버린 덕유산은 봄을 꿈꾸고 있는 걸까

덕유산 - 겨울이 떠나버린 덕유산은 봄을 꿈꾸고 있는 걸까

[산행 일시] 2018.01.07(일) 07:00 ~ 01.08(월) 10:10 / 11시간 23분

[날        씨] 맑은 하늘과 구름 많은 날

[산행 인원] 김창주, 조한근, 성봉현

[접        근] 서울 → 무주 : 시외버스 / 토비스콘도 무주(무주군 무풍면) → 구천동 탐방지원센터 : 택시(10,000원)

[이        탈] 황점(거창군 북상면) → 거창(서흥여객 차고지) : 거창 농어촌버스 / 거창 → 서울 : 시외버스

[산행 시간] 구천동 탐방지원센터(01.07(일) 07:00) → 백련사(08:54~09:05) → 향적봉(10:58~11:05)

                    → 향적봉대피소(11:09~11:57) → 백암봉(12:45) → 동엽령(13:45) → 무룡산(15:52~15:57)

                    → 삿갓재대피소(16:57) // 삿갓재대피소(01.08(월) 08:44) → 황점마을(버스 정류장, 10:10)

[산행 지도] 1:50,000 무주,무풍(국토지리정보원 1:25,000 온맵 편집) / 덕유산국립공원 탐방로 등급지도

 

[구글 어스]  2018-01-07_덕유산_구천동 탐방지원센터~황점마을.gpx

 

[산행 기록]

고등학교 동창들과 신년 산행으로 눈 덮인 덕유의 모습을 보기 위해 2018년의 첫 토요일 아침에 서울에서 출발한다. 무주를 거쳐 장수로 가는 시외버스는 옥산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하였다가 정시에 무주에 도착하고 터미널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택시로 무풍면의'무주 토비스콘도에 이르는데 아직도 해가 중천에 떠 있는 듯하다. 삭막한 겨울바람을 피해 콘도 내부에서 잠시 기다렸다가 배정받은 객실로 들어가 짐을 내려놓고 저녁 먹거리를 준비하러 나선다. 삼오정삼거리를 지나 구천동 방향으로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 작은 상점에서 어렵게 부식을 준비하고 콘도로 다시 복귀한다. 저녁 식사와 더불어 불고기 안주로 즐기는 반주는 적당량을 넘어 내일의 산행을 잊어버린 듯 과하게 이어지다가 다시금 생각나는 산행 생각에 마무리 하고서 찰흙같은 겨울의 깊은 밤과 동침한다.

 

새벽녘 하늘에 총총 떠 있는 별빛을 보면서 호출한 택시를 기다리기를 십여 분, 어둠 속에서 한줄기 밝은 빛이 보인다. 어두운 주차장으로 들어온 택시에 승차하여 기사님과 짧은 대화를 하다보니 어느새 구천동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한다. 한 오분 만에 도착한 택시는 우리를 떨구더니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산행준비를 마친 우리는 향적봉을 향해 출발한다(07:00).

 

어둡다 하지만 도로에 얼어붙은 눈은 희미한 불빛에 의지하여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데 우리의 발걸음은 반대로 조심스러워진다. 하지만 아직 다져지지 않은 눈을 밟으면 들리는 뽀드득거리는 소리에 발걸음도 가볍게 걸어가는데 무언가 이상하다. 전에 못 보았던 자동차 야영장 같은 시설물들이 보이지만 의아해 하면서 길을 따라 가다보니 아뿔사 도로가 끝나는 지점이다. 휴대폰의 오룩스맵을 가동해서 살펴보니 예상대로 엉뚱한 길로 들어섰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헛걸음한 지점에 이르니 우리가 걸어갔던 '덕유 대야영장' 방향으로 '덕유산자연관찰로 구천동 어사길'이라 새겨진 이름표가 보인다(07:35). 어두웠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헛걸음에 허탈한 감정을 진정시키면서 제2인월교를 건넌다(07:36).

 

차량 통행이 일찌감치 멈추었던 것인지 눈으로 덮인 포장도로에도 아침의 여명이 밀려들면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안내한다. 간간이 스치고 지나가는 얼음장 같은 바람이 야속하다고 느껴질 즈음 덕유산휴게소가 나와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한다(07:59). 근 한 시간여를 걸어오면서 적당이 덥혀진 체온 때문에 겉옷을 벗어 배낭에 집어넣는 등 복장을 다시 정리하고서 출발한다(08:06).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걸어가는 발걸음은 지겹던 도로길이 끝나간다는 것을 암시해주는 일주문에 이르고(08:46) 지금까지와는 달리 제법 많은 눈으로 덮여 있어 향적봉에서의 심설을 은근히 기대하면서 백련사에 도착한다(08:54). 백련사의 범종각을 눈으로만 훑어보고 대웅전 앞마당에 올라서서 잠시 주변을 살펴 보다가 또다시 길을 잃어버린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순간 하얗게 증발해 버린 옛 기억들… 오늘은 도대체 왜 이렇게 헛갈리는지 의아해지는데 우리처럼 잠시 헤메이던 다른 팀을 만나 그들의 뒤를 따라간다. 더불어 불현듯 떠오르는 산길에 대한 기억과 함께 향적봉으로 향하는 등산로의 소환에 마치 꿈에서 깨어나는 듯하다(09:05).

 

백련사 대웅전 앞마당을 가로지르면 되는 것을 잊어버린 채 헛걸음을 하다니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다. 작은 나무다리를 건너 삼성각을 지나면서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계단(戒壇)은 불교의 계법(戒法)을 전수하는 곳이라는 설명문이 있는 백련사 계단(白蓮寺 戒壇)이 나오고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니 참나무 가지 높은 곳에는 얼기설기 얽혀 있는 겨우살이가 지천이다(09:15). 반면 백두대간 산줄기의 북사면에 쌓여 있는 적설량은 심설의 덕유를 기대하지 마라고 말하는 듯하다. 약 2.5km의 거리에 해발고도 600m 정도를 올려야 하는 향적봉으로 가는 산길, 아쉬움을 떨치고 다시 움직인다(09:20).

 

어제의 과한 음주가 이제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눈이 없는 나무계단을 오른 후에도 별말 없이 걷기만 하는 세 명의 산꾼, 호흡이 가뻐지고 발걸음이 무겁다고 느껴질 즈음 몸을 파고 드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향적봉대피소 0.1km, 향적봉 0.2km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서 향적봉대피소의 유혹을 뿌리치고 향적봉으로 오른다(10:48). 평상시 같으면 휘리릭 올랐을 텐데 오늘은 마음과 몸이 일심동체가 아니어서 그런지 200미터가 왜 이리 멀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향적봉에 도착하니 백련사에서 한적하게 올라온 것과 달리 많은 산객들로 북적거린다(10:58).

 

올겨울 눈 쌓인 덕유산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적설량도 별로 없는데다 하늘빛마저 회색으로 칙칙하기만 하고 더불어 차가운 바람이 등을 떠미는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회색빛 하늘 아래에서도 뚜렷한 마룻금을 보여주는 지리산의 주능선이 마음을 풀라 한다. 지리산에서 이어져 오는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남덕유산을 지나고 백암봉에서 방향을 틀어 수령으로 떨어지는 산줄기를 살펴본 후 향적봉대피소로 내려가는 산객들을 따라 이른 점심을 먹기 위해 우리도 내려간다(11:05).

 

안전목책이 있는 꽁꽁 얼어붙은 짧은 내리막길을 내려가 도착한 향적봉대피소에는 이미 많은 산객들이 선점하였다(11:09). 먼저 도착한 창주와 한근이가 그나마 출입문 앞쪽에 자리를 잡고 있어 준비한 점심거리로 이른 점심을 먹고 환경친화적으로 만들어진 화장실에서 식후 볼 일도 해결하고서 짐을 다시 챙긴 후 대피소를 나선다(11:57).

 

신설은 아니지만 산길을 덮고 있는 눈길을 따라 동엽령 방향으로 길을 이어간다. 목책 너머로 있는 주목 한 그루, 하얀 눈꽃이 피었다면 매혹적일 텐데 오늘은 짙은 녹색의 이파리만 보여줄 뿐이다. 그 주목과 뒤편으로 보이는 향적봉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 촬영하고 조금 더 가니 전에 못 보았던 전망대가 나타난다. 그러고 보니 향적봉에서 동엽령 방향으로 산길을 걸은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이런저런 생각과 한참 전의 기억들을 꺼내며 걷는 발걸음은 그저 다져진 눈 위로 희미한 발자국만 남기면서 진행한다.

 

옷가지를 떨쳐버린 채 맨몸으로 겨울을 나고 있는 나무들이 불쌍해서인가 덕유산의 겨울은 실종되었고 바람마저 숨바꼭질 한다. 덕유평전 원추리군락 안내판을 지날 때 걸음을 잠시 멈추고 뒤돌아 보니 향적봉 너머로 삼봉산과 초점산이 손짓하고 있다(12:13). 가야 할 방향으로는 무룡산이 멀리 보이고 그 뒷편으로는 내일 오를 남덕유산의 기품이 당당하게 느껴진다. 경사진 돌길이 나타나고 향적봉 방향으로 올라오는 산꾼들을 기다리면서 내려가다 보니 창주와 한근은 보이질 않는다. 오늘은 어차피 삿갓재대피소까지만 가면 되므로 급할 것이 없어 쉬엄쉬엄 주변 경관을 즐기면서 내려간다. 동엽령까지 2.7km 남았다는 이정표를 지나 걷다 보니 대간길과 만나는 백암봉이다(12:45).

 

2013년 2월 24일 백두대간을 북진할 당시 삿갓재대피소에서 출발하여 이곳 백암봉에서 빼재 방향으로 길을 이어갔던 곳이다. 그것이 어느새 시간이 흘러 근 5년이 되어가고 있으니 세월이 참으로 무상하다. 짧은 기억을 되새기며 동엽령을 향해 대간 산줄기를 따라 내려가는데 동엽령에서 올라오는 듯한 산꾼들과 자주 마주친다. 산객을 피해 산줄기 등성이에 자리잡은 자동차용 비닐막을 뒤집어 쓰고 휴식을 취하는 팀이 있는가 하면 천막형 타프를 설치하고 쉬고 있는 팀도 보는가 싶더만 이내 동엽령에 내려선다(13:45).

 

입곡리 방향으로 자리잡은 나무 데크에는 열 명이 채 안되는 산꾼들만 있을 뿐 시간이 늦어서인지 한가롭기만 하다. 이제 삿갓재대피소까지는 무룡산을 넘어가는 은근한 오르막길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그 너머로는 다시 내리막길이다. 이제부터 우리만 걸어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한 팀이 우리보다 먼저 오르고 있는 중이다. 그들과 함께 삿갓재대피소까지 진행하게 되었는데, 대피소에서 소주 한잔 같이 할 줄은 모른 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걷는다.

 

동엽령을 지나면서 체력이 떨어지는 것인지 오르막길을 오를 때면 조금씩 발걸음이 늦어지는 것이 아무래도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앞서서 걸어가고 있는 두 친구에게 내색을 하지 못하고 그저 평상시처럼 묵묵히 뒤에서 따라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쌓인 눈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산죽지대를 지나 올라선 봉우리에는 향적봉에서 5.7km를 왔고 남덕유산까지 9.1km 남았다는 이정표와 '덕유 01-27, 해발 1,274m' 위치 표지목이 있는 구릉이다(14:32). 1:25,000 지형도상 1370.3봉인 듯한데 위치표지목이 틀릴 수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앞에 보이는 구릉을 향해 완만히 내려간다.

 

벌거벗은 나무들 위로 눈이 쌓여 있다면 그나마 눈이 즐거워 덜 피로할 텐데 보이는 것이라고는 황량함 뿐이니 더 지치는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은 삿갓재대피소까지만 가면 되므로 그닥 부담스럽지 않기에 체력안배를 하면서 천천히 진행한다. 숨을 고르면서 가깝게 보이던 구릉에 올라서니 '덕유 1-28, 해발 1,408m' 위치표지목이 있지만 지형도상 1432.2봉이리라(14:51). 반시계 방향으로 슬쩍 돌아가는 S자형 능선이 무룡산에서 정점을 찍고 그 우측으로는 삿갓봉과 남덕유산이 보이는 곳이다. 아울러 저멀리 보이는 지리산의 천왕봉에서 반야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그리는 하늘선을 보고 있노라니 피곤함도 잊어버린다. 우리보다 한 걸음 늦게 도착한 동엽령에서 만난 세 명의 산꾼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무룡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다소 가파르게 내려가는 산길이 짧게 끝나면서 무성한 산죽에 덮인 눈 사이로 낮게 드러나는 산길은 다시금 완만히 오르라 하고 1425.4봉에서 내려가는 산길에는 산죽만 산객을 반겨준다. kt의 '긴급 재난 비상용 이동전화 중계기'를 지나 무룡산까지 0.7km 남았다는 '덕유 01-31, 해발 1,388m' 위치표지목이 나오고(15:28) 완만한 길을 따라 별 감흥없이 가야 하기에 그저 걷기만 할 뿐이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나무계단이 드러나 보이는 적은 적설량의 산길은 드디어 멀게만 느껴지던 무룡산에 오른다(15:52). 눈 속에 파묻힌 삼각점을 습관적으로 확인하고 사방을 둘러보고서 삿갓재대피소로 내려가기로 한다(15:57).

 

남덕유산을 바라보면서 내려가는 산길 저 아랫편 삿갓골재에 대피소가 자리잡고 있지만 보이지는 않는다. 폐타이어로 정비된 나무계단길이 나오고 그 길을 따라 두 친구가 열심히 내려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도 시선은 지리산을 향한다. 내려가고 또 내려가 계단이 끝나는 곳에서 시간을 확인해 보니 이십여 분 이상 내려왔다(16:22). 무룡산 방향을 바라보는데 우리의 흔적을 따라 동엽령부터 동행하던 젊은 친구들 세 명이 내려오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무룡산부터 삿갓재대피소까지는 내리막길의 연속이라 착각을 한 것도 모자라 살짝 올라선 1275.4봉에서 대피소로 내려가는 도중 야트막한 안부에 대피소가 있는 것처럼 헛것을 보았는데 내일의 산행이 걱정된다. 한근이와 걸으면서 헛것을 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동기상관측시설을 지나 삿갓재대피소에 내려선다(16:57).

 

대피소 앞마당에 나와 있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복장을 정리한 후 대피소로 들어가 예약을 확인한다. 산행 전 46명 정원인 삿갓재대피소에 오늘 예약인원이 26명 내외인 것으로 보고 왔으니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삿갓재대피소에서 우리가 묵을 방(?)을 배정받은 후 짐을 정리하고서 지하1층 취사장으로 내려간다. 불고기에 반주를 곁들인 저녁을 든든히 먹은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길게 이어지는 술자리는 앞마당까지 진출하게 되고 동엽령부터 동행하였던 젊은 친구들 그리고 한비야를 꿈꾼다는 동년배의 여성 산꾼 한 명이 어우러진 자리는 밤이 깊어서야 끝났다.

 

창주의 바램이 이루어진 삿갓재대피소에서의 숙박,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불어 고요해지는 산중의 밤은 깊어만 가고 새벽녘 잠에서 깨어 화장실에 들르기 위해 밖으로 나오니 흐렸던 하늘에서 결국은 약한 눈발이 내리고 있는 중이다. 다시 두어 시간 더 잠을 취한 뒤 아침 준비를 위해 참샘을 다녀오기 위해 밖으로 나오니 이제 폭설은 아니지만 제법 많은 눈이 내린다. 어묵으로 국과 반찬 삼아 아침을 해결하면서 하산 경로를 의논하다가 황점으로 변경하고 나니 시간이 여유롭기만 하다. 원래 계획은 삿갓재대피소를 출발하여 삿갓봉을 지나 남덕유산으로 오른 다음 영각사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대피소 실내에서 뭉기적거리다가 퇴실 시간에 임박해서야 짐을 정리하고 느즈막한 하산길을 시작한다.

 

모두들 떠나 버린 대피소 밖에는 안개구름이 짙은 하늘에서 아직도 많은 눈이 내리고 있다. '황점 4.2km' 이정표를 따라 참샘으로 내려가는 나무계단에 쌓인 눈에 우리의 발자국을 처음으로 남기면서 내려간다(08:44). 어제는 남덕유산을 넘는 것이 부담스러웠는데 잠을 자고 나니 그닥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좋아졌지만 아쉬움을 접고 하산한다. 얼마 내려가지 않아 만난 참샘(삿갓샘), 이곳에서 발원하여 합천호를 거쳐 낙동강과 합류하는 황강의 발원지 안내판이 있다(08:49). 60m를 내려왔다고 눈은 진눈깨비로 바뀌었지만 아직도 내려가는 길의 경사가 만만치 않아 조심스럽기만 하다.

 

말라버린 계곡에 쌓인 눈 위로 진눈깨비가 내리는 하산길, 쌓인 눈만 없다면 적막한 늦가을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한 모습이다.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따라 고도가 낮아지면서 진눈깨비는 비로 변하고 더불어 계곡에 얼어붙어 있던 얼음이 녹고 있는 중이다. 겨울의 덕유산을 생각하고 왔건만 봄을 꿈꾸고 있는 덕유의 얼굴을 보는 듯하다. 그렇게 고도를 떨어뜨리다가 만난 '↑황점마을 1.7km  ↓삿갓재(대피소) 2.5km | 현위치 번호 덕유 06-03, 해발 786m' 이정표와 나무다리 앞에서 성급한 봄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아 본다(09:35).

 

이제 급한 내리막이 수그러들면서 완만해지는 산길에 눈마저 없으니 아이젠이 거추장스러워 벗어버린다. 바위 표면을 따라 흐르는 물이 꽁꽁 얼어야 할 얼음을 녹이면서 계곡을 적시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겨울이라는 것을 잊게 하는가 하면 길 옆에서 썩지 않고 남아 있는 참나무 낙엽들이 늦가을을 연상케 한다. 유유자적 내려가는 하산길에 낙엽송을 지나니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가 보이면서 실질적인 하산이 끝났다(09:56).

 

이정표[↑황점마을 0.5km  ↓삿갓골재대피소 3.6km]와 탐방로 안내판을 뒤로 하고 시멘트 도로를 따라 우측으로 내려간다. 구불구불 몇 굽이 돌아내려가다 만난 청색 기와지붕의 가옥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외지인을 반겨주는 듯하고 아울러 우측편의 산등성이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안개구름이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고 있다. 보기만 해도 따뜻해지는 장작더미로 벽을 장식하고 있는 가옥을 지나니 37번 국지도가 나오고 좌측으로 황점슈퍼가 보인다. '달빛고운 황점마을'이라 새겨진 안내판을 뒤로 한 채 황점슈퍼로 들어가 막걸리 한잔으로 덕유산의 무사 산행을 자축한다(10:10).

 

정류장에서 대기 중인 서흥여객 농어촌버스는 50분 정도 달려 거창 차고지에 도착하고 지척에 있는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한다. 동서울행 버스 승차권을 구입하고 창동교를 건너면 있는 사우나에서 땀을 씻고 점심을 먹은 후 시외버스터미널로 돌아와 13시 30분발 동서울행 시외버스에 승차한다.

 

 

[교통 안내]  ※ 2018.02.05 현재 정보로 군청 홈페이지 또는 터미널/차고지로 재확인 요함

거창군청 홈페이지(http://www.geochang.go.kr)  '군청안내 → 지도·교통 → 농어촌버스/시외버스' 참조

ㅇ 황점 → 거창  서흥여객(☎ 055-944-3720) 농어촌버스 운행시간 : 07:00  08:45  10:35  12:05  14:35  16:30  18:30

ㅇ 서울행  시외버스 운행시간(거창터미널  ☎ 055-942-3601)

     거창 → 동서울 : 06:30  08:10  10:20  11:40  13:30  14:30  16:30  18:30

     거창 → 서울남부 : 08:30  09:20  10:00  11:00  12:00  13:00  14:00  15:00  15:30  16:10(일요일만 운행)  17:00  2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