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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정맥 산행 기록/낙동정맥_백두대간의 동쪽 울타리

[2011-12-17] 낙동정맥 17구간(석개재→고비덕재) : 산꾼의 발목을 잡는 눈 덮인 산죽밭

낙동정맥 17구간(석개재→고비덕재) : 산꾼의 발목을 잡는 눈 덮인 산죽밭

 

[산행 일시]  2011. 12. 17(토) 07:55~22:40(14시간 45분)

                  (산행시간 : 12시간 36분 / 휴식시간 : 1시간 04분 / 헛걸음시간 : 0시간 00분 // 정맥 이탈시간 : 1시간 05분)

[날       씨]  맑음

[산행 인원]  성봉현

[지형도 명]  1:50,000  장성, 태백(1990/1996년 편집, 2009년 수정(2005년 촬영, 2009년 조사), 2010년 인쇄)

[정맥 접근]  청량리역→영주역/영주역→석포역 : 열차(무궁화호) / 석포역→석개재 : 택시(20,000원)

[정맥 이탈]  고비덕재→윗통골(원통골) : 도보 / 윗통골→태백 : 태백소방서 산악구조대 차량

[산행 시간]  석개재(07:55) → 면산(10:30~10:35) → △1071.6봉(구랄산, 12:30~12:50) → 토산령(13:35~13:45

                  → 1041봉(14:36~14:52) → 덕거리봉(휴양림 삼거리, 15:24~15:27) → 86번 송전철탑(16:20)

                  → 백병산 갈림길(20:47) → 고비덕재(21:35~21:45) → 윗통골(원통골, 22:40)

[산행 지도]

 

[산행 기록]

12,16(금) 21:00~12.17(토) 00:07   청량리역 → 영주역

3월 첫 주말에 시작하였던 낙동정맥의 끝점을 본다는 설레임과 함께 청량리역에서 부전행 무궁화호에 승차하여 원주역을 지나 영주역에서 하차한 후 개찰구를 빠져 나간다.

   청량리역→영주역  열차 운행시간(철도고객센터  ☎ 1544-7788 / 1588-7788)

      06:10(09:53)  07:40(10:24)  08:15(11:09)  10:25(13:23)  13:00(15:50)  17:00(19:44)  19:00(22:04)  21:00(24:00)

      코레일  홈페이지(http://www.korail.com) 참조

   동서울→영주  시외버스 운행시간(동서울종합터미널 ARS  ☎ 1666-7782)

      06:15  06:45  07:15  07:45~20:15  20:45  21:15  21:45  (2시간 3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 홈페이지(https://www.ti21.co.kr)  '배차정보조회 - 경북 - 안동'  참조

 

06:05~07:35   영주역 → 석포역

역전 앞의 직진하는 도로를 따라가다 만나는 홈플러스 앞에서 11시 방향으로 보면 '영주 스포렉스' 찜질방이 보이고 어정쩡한 시간의 휴식을 취한 후 다시금 영주역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침과 점심용 김밥을 해결한다. 달랑 2량의 객차로 구성된 동해행 무궁화호 열차는 현동역을 지나 어느새 석포역에 도착한다.

   영주역→석포역  열차 운행시간(철도고객센터  ☎ 1544-7788 / 1588-7788)

   ;   03:08(04:28)  06:05(07:32)  08:54(10:16)  13:36(15:01)  19:00(20:29)

      코레일  홈페이지(http://www.korail.com) 참조

  ▼ 석포역에 정차한 동해행 무궁화호 열차

 

07:37~07:53   석포역 → 석개재

기다리고 계신 이학형 기사님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눈 덮인 석개재에 이른다.

   석포역에서 석개재로 이동하는 시내버스가 없으므로 택시를 이용하여야 한다.

   석포 개인택시  이학형(경북 16바 6608  ☎ 054-672-6272 / 011-538-6272)

 

07:55   석개재

지난 구간 석개재에 도착하자마자 고갯마루를 넘어오던 스타렉스에 편승하였던 것을 떠올리며 석포 방향과 삼척 방향의 모습을 디카에 저장한 후 산행을 시작한다.

  ▼ 석개재

 

 

:15   △1009.3봉

삼척방향의 커다란 표석 옆으로 오르는 산길에는 연두색 펜스 철망이 둘러져 있는데 그 길을 따라 서서히 올라가다보면 면산인 듯한 높은 구릉이 정면으로 보이는 등 조망이 트이는 △1009.3봉에 이른다. 지도를 꺼내지 않아 삼각점이 있는 것을 몰랐지만 알았다 하더라도 많은 눈이 쌓여 있어 찾기도 힘들었을 것 같다.

 

08:41   능선 사거리

면산으로 향하는 산길에는 지난 폭설과 강풍으로 부러진 듯한 나무들이 가로막고 있으며 쌓인 눈으로 속도가 다소 더디어진 발걸음은 능선 상의 갈림길을 만난다.

  ▼ 폭설과 강풍으로 부러져 쓰러진 소나무

 

10:30~10:35   면산(△1245.9m), 이정표[삼방산 삼거리, ↓석개재 4.2km  ↗휴양림삼거리 4.8km]

우측 3시 방향으로 틀어가는 산길은 앞쪽으로 보이는 면산을 향해 외길로 이어지면서 몇 개의 구릉을 넘나든 후 가파른 오름길로 바뀌어 한참을 오르고나서야 그 모습을 보여주는데 지난 12월 둘째 주에 내린 눈으로 정상석은 눈 속에 파묻히었고 대부분의 잡목들도 눈 속에 가리어져 있다.

  ▼ 면산

 

10:55~11:05   1180능선 구릉

이제 경상북도와 강원도의 경계를 벗어나 태백시와 삼척시의 시계를 따르는 능선길은 허리춤까지 빠지는 눈밭을 헤치면서 '휴양림 삼거리' 방향으로 내려가 안부를 지나 올라서니 1180능선 구릉이다.

 

12:04   1000능선 구릉

모든 것이 눈으로 덮여버린 능선을 따라 잡목 사이로 언듯언듯 보이는 백병산을 향해 가는 길은 외길로 이어지면서 몇 개의 구릉을 넘었는지도 생각나지 않지만 어느새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면 1000능선 구릉이다.

 

12:30~12:50   △1071.6봉(구랄산)

비교적 완만하게 수그러들은 능선길은 잠시 내려섰다가 산길 좌측에 '구랄산'이라고 음각된 정상석이 있는 1071.6봉에 이른다.

  ▼ 구랄산으로도 불리는 △1071.6봉

 

13:20   1000능선 구릉 삼거리

좌전방으로 멀리 보이는 매봉산과 앞쪽으로 밋밋하게 흐르는 능선 상에 자리잡은 백병산을 바라보면서 구랄산을 내려가다가 버들골로 이어지는 안부를 지나 슬쩍 올라서면 1000능선 구릉으로 갈림길이 나온다.

 

13:35~13:45   토산령(950m)

우측 3시 방향의 내리막길은 산죽이 무성한 고갯마루 안부로 이어지는데 토산령이라고 음각된 작은 표석이 세워져 있다. 이곳은 좌측의 '태백고원자연휴양림'으로 분기되는 갈림길이 있는 곳으로 지형도에 표기된 토산령은 백병산 방향으로 오백미터 정도 더 올라간 1041봉에서 내려가다 만나는 안부를 가르키고 있다.

산행 당시에는 실제 위치와 지형도에 표기된 토산령의 위치가 틀리다고 생각하지 못하였다. 또한 표석의 하단부 기초대에는 백병산까지 5.2km, 면산까지는 3.3km라고 새겨져 있다.

  ▼ 토산령

 

 

14:03   1020능선 구릉

무성한 산죽을 헤치고 올라가는 산길은 1020능선 구릉으로 이어진다.

 

14:36~14:52   1041봉

살짝 내려서다가 다시 오름길로 바뀌는 산길은 좌측으로 흘러내리는 능선으로 올라선 후 우측으로 진행하여 1020능선 구릉을 넘고 계속 올라가다보면 1041봉에 이른다.

 

15:19   1080능선 구릉 삼거리

엇비슷한 높낮이를 가진 구릉을 몇 번 넘어서다보면 1080능선 상의 구릉에 도착한다.

 

15:24~15:27   1080능선 구릉(덕거리봉), 이정표[휴양림 삼거리, ↑고비덕재 4.2km  ↓면산 4.8km]

좌측 9시 방향으로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서면 '여기가 덕거리봉 정상 수고 하셨네여'라고 쓰인 철제 이정표와 '휴양림 삼거리'라고 표기된 목제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1080능선 구릉이다.

 

15:42   능선 삼거리, 이정표[여기가 일출 전망대 설치장소, ↖휴양림 가는 길  ↗백병산 가는 길]

이정표가 가리키는 직진방향의 마룻금은 완만하게 내려섰다가 역시 완만한 오름길로 바뀌어 흐르는데 오름길에 '여기가 일출 전망대 설치장소'라고 쓰인 철제 이정표가 능선 상에 세워져 있다.

 

16:20   송전철탑(345kV  울태T/L No.86)

우측 2시 방향의 사면으로 연결되는 산길을 따라 구릉을 우회한 후 한개고디를 지나 올라가는 산길에는 낙동정맥 상의 최고봉인 백병산을 좌측 뒷편에 두고 있는 1040능선 상의 86번 송전철탑을 만난다(많은 적설을 헤치고 나가기 바쁘다보니 어디가 한개고디인지도 모르고 진행하였다).

 

16:28   1060능선 구릉 삼거리

송전철탑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1060능선 구릉이 나오는데 바로 전에서 우측 2시 방향으로 우회하는 길이 있다.

  ▼ 1060능선 구릉에서 보는 백병산

 

16:44   1020능선 삼거리

우측 2시 방향의 사면으로 돌아 내려가면 1020능선 상의 갈림길이 나온다.

 

20:47   백병산 분기점, 이정표[↑백병산정상 0.36km  ↓면산 8.5km  →통리/원통골체육공원 3.25km]

좌측으로 나지막이 보이는 백병산을 향해 좌향으로 틀어가는 능선 상의 마룻금은 잡목 사이를 헤치면서 서서히 고도를 올려 백병산 분기점에 이르는데 이정표 표석이 세워져 있다.

1020능선 삼거리를 지나 백병산을 바라보며 진행하는 산길 역시 엄청난 적설로 발걸음은 한없이 더디어지고 있다. 지나온 산길을 혼자 러셀하면서 이미 바닥난 체력은 계속되는 눈길을 헤치고 나가면서 점점 더 소진되고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어둠이 찾아들면서 심리적인 공황 상태가 가세하는 것인지 발걸음이 더욱 무거워지고 힘들어진다. 주위를 감싸는 어둠과 함께 찾아드는 공황 상태… , 백병산이 지척인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가도가도 나오질 않는 백병산 갈림길은 마지막 남은 체력마저 바닥나게 하는데 아~ 이러다 조난당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에 강원도 소방본부로 긴급 구조 요청을 한다(18:37). 십여 분 후 태백소방서의 산악구조팀과 전화 통화로 동선을 설명하면서 고비덕재에서 기다려 줄 것을 요청하고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걸어가다 보니 지척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던 백병산 갈림길에 도착하였다.

  ▼ 백병산 갈림길

 

21:35~21:45   고비덕재

백병산은 직진으로 오르지만 마룻금은 우측 3시 방향의 너른 공터를 가로질러 내려가게 되며 우향으로 휘어지다가 다시 좌측으로 90도 방향을 바꾸어 비탈진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이정표가 세워진 고비덕재가 나온다.

백병산 갈림길에서 고비덕재로 내려가는 도중 고비덕재에 도착하였다는 태백소방서 산악구조팀의 전화가 걸려오고 조금 더 내려가니 나뭇가지 아랫편으로 몇 개의 움직이는 랜턴 불빛이 보인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가 고비덕재에서 태백소방서 산악구조팀과 조우를 한 후 건네주는 따뜻한 커피를 마신다. 연거푸 석 잔을 마시고 나니 얼었던 몸이 풀리는 듯하다.

 

22:40   고비덕재 → 윗통골(원통골)

마룻금은 태현사 방향으로 우직진하는 길이지만 이곳에서 좌측의 윗통골(원통골)로 내려가는 계곡 능선을 따라 내려간다. 주능선과 달리 발목만 덮힐 정도의 적설량을 보이는 산길을 산악구조대원과 함께 내려가는데 고갈난 체력이 언제 이렇게 충만되었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걷다 보니 눈 덮인 도로가 나온다.

 

22:45~23:00   윗통골 → 태백시내

차량이 진입할 수 있는 지점까지 올라와 주차된 구조대 차량으로 통리초교를 지나 태백역 인근에서 하차한다. 구조대원들의 멀어져가는 차량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길 건너편의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태백시외버스터미널 앞쪽에 있는 모텔에서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었던 산행을 곰곰이 되집어 본다.

 

 

[산행 후기]

   경북 봉화군으로 접어들면서 불편해진 교통편 때문에 연속으로 한 구간씩 끊으면서 올라왔던 낙동정맥 산길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읍니다. 그렇게 순조롭게 진행되는가 싶던 낙동의 마지막 산행길이 갑자기 틀어지더니만 두 주를 넘기고 셋째 주에 이릅니다. 출발하기 전날 석포에서 개인택시를 운전하시는 이학형 기사님에게 차량을 예약하려고 전화하였더니 오지 마라고 하십니다. 지난 12월 둘째 주 중에 내린 폭설로 산길이 모두 막혔으니 아직은 산행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을 굳이 내려가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금요일 밤 청량리역에서 출발하여 영주를 경유, 토요일 이른 아침에 석포역에 도착하니 이학형 기사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석개재로 올라가는 도중 예년보다 일찍 내린 눈뿐만 아니라 그 양도 엄청났다는 말씀과 함께 조심히 산행하시라 합니다. 석개재가 가까워질수록 심상치 않은 적설량을 보노라니 마음 한편에서 걱정이 생기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습니다. 찬바람이 휭하니 불고 있는 석개재에서 석포로 돌아가는 택시를 바라보다가 석개재의 모습을 잠시 디카에 옮겨 담아봅니다.

 

   아무도 왕래한 흔적이 없는 눈밭을 헤치고 커다란 표석 옆으로 낙동정맥을 마무리하기 위한 발걸음을 시작합니다. 지난 대설(24절기)에 내린 눈이 그동안 더 이상의 눈이 없었고 날씨마저 추웠기에 어느 정도 다져졌으리라 생각하였지만 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시간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면산을 향한 오름길에 쌓인 동해에서 불어온 바람이 만든 눈길은 산꾼의 발길에 쉽게 부서지면서 발목이 빠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런데다 폭설을 이고 있던 굵은 나뭇가지들마저 강풍에 부러진 듯 산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그냥 산행을 포기하고 돌아갈까 생각해 보았지만 토산령에서도 탈출할 수 있으니까 일단 상황을 보아가면서 결정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면산에 가까이 갈수록 더욱 심해지는 적설은 발목이 아니라 이제 무릎을 넘어 허벅지까지 빠지기 시작하고 고도 차마저 심하게 나는 오르내림길의 눈 속에 숨어 있는 산죽밭은 러셀을 하는 것이 아니라 눈 속에서 수영을 하라 합니다. 그렇게 면산에 도착하니 정상석은 눈 속에 파묻혀 있고 이정표만이 가야 할 길을 알려줍니다. 허리까지 빠지는 눈 속에서 석개재로 되돌아갈까 생각하였지만 일단 토산령까지 가 보기로 합니다.

 

   산길이 아닌 그저 방향만 잡으면서 비탈진 내리막길을 지나 구릉을 넘고 지척에 있는 구랄산을 가는데 왜 이리 멀게만 느껴지는 것일까요. 힘들게 도착한 구랄산에서 바람을 피해 점심으로 준비한 김밥을 먹지만 입안이 껄끄러워 그마저도 다 먹지를 못합니다. 면산을 오르면서 산죽에 터저버린 스패츠의 지퍼 때문에 등산화로 눈이 스며들어 헤어 밴드와 분리형 발라클라바로 스패츠를 감싸 묶은 후 움직이지 않고 잠시 쉬는 동안 물기를 품고 있는 것은 모두를 얼려버리는 차가운 공기와 강한 바람을 피해 토산령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다행스럽게 토산령으로 가는 길은 거의 내리막길이라 비교적 수월하게 도착하였지만 이곳에서 잠시 갈등을 하였답니다.

 

   면산을 지나면서 나름 태백고원자연휴양림으로 탈출하기로 정한 시간대와 엇비슷하게 도착한 토산령, 태백고원자연휴양림을 향해 좌측길로 내려가다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금 토산령으로 돌아왔습니다. 판단력이 흐려진 것인지 지금까지 걸은 시간이면 통리재까지는 한두 시간 정도 야간 산행을 하면 되겠거니 생각한 것입니다. 원래 야간 산행을 싫어하는 성격이지만 매봉산이 눈앞에 보이니 욕심을 버리지 못한 것입니다.

 

   무성한 산죽을 헤치고 올라가는 발걸음은 지금까지 걸어온 속도와 비슷하게 간다고 생각하였지만 실상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좌측으로 빤히 보이는 백병산은 가도가도 가까워지질 않고 허리까지 빠지는 적설로 더디어진 발걸음은 덕거리봉을 지납니다. 이곳에서 또 한 번의 탈출로가 있었다는 것을 모른 채 일출전망대를 지나고 송전철탑에 이르니 해가 연화산 능선 너머로 떨어지려 합니다. 해가 남아 있는 동안 최대한 걸어야 한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하지만 마음과 달리 몸은 그러하질 못합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고된 걸음걸이는 가다 쉬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주위는 어둠에 잠기어 지형의 고저 차마저 숨어버립니다.

 

   그저 산꾼의 감각과 나침반으로 길을 찾아 걷다가 문득 떠오르는 단어, 그것은 조난이었습니다. 이 세상에 오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갈 때에는 순서가 없다고 생각드는 순간, 지난 7일에 돌아가신 자형이 생각납니다. 더불어 떠오르는 가족들…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전화기를 꺼내 전원을 켠 후 강원도 소방본부로 구조 요청을 하고 나니 일순 긴장이 풀리면서 추위가 엄습합니다. 잠시 후 태백소방서 산악구조팀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제 동선을 설명하고 고비덕재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으니 윗통골(원통골)에서 올라오는 가장 짧은 길로 와줄 것을 부탁하고 저 역시 마룻금을 따라 진행합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아직 정신이 혼미해지질 않아 사리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둠 속의 눈길이지만 선답자 분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 희미하게 흔적을 보여 주는 마룻금, 기다시피 하면서 백병산 갈림길에 도착하니 살았다는 안도감이 여리게 피어오릅니다. 이어 산악구조대도 고비덕재에 근접하고 있다는 전화에 힘입어 고비덕재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갑니다. 짧은 시간이었겠지만 길게 느껴질 때쯤 아랫편으로 몇 개의 불빛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산악구조대가 도착했다는 것을 직감하였는데 필자에게로 전화가 걸려와 고비덕재에 도착했다면서 지금 어디냐고 물어옵니다. 그렇게 태백소방서 산악구조팀을 만나니 긴박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아무 일 없었던 듯합니다.

 

   구조대원이 건네주는 따뜻한 커피 석 잔을 연거푸 마셔서인지 아니면 구조대원을 만났다는 안도감인지 계곡 능선을 따라 윗통골로 내려가는 발걸음은 조난당할 뻔한 사람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걸어 내려갑니다. 발목도 채 빠지지 않는 산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윗통골 도로가 나오고 지역 주민 차량 두 대가 더 대기하고 있습니다. 윗통골까지 구조대원들의 길잡이를 해주신 지역 주민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산악구조대 차량으로 태백 시내까지 이동합니다. 태백역 인근의 대로변에 필자를 내려준 구조대원들의 멀어져가는 차량을 향해 마음 속으로 다시 한 번 고맙다는 인사를 건내면서 구조대원들이 알려준 건너편의 해장국집에서 따뜻한 저녁을 먹고 인근의 모텔에서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었던 하루 일과를 되집어봅니다.

 

   하찮은 욕심으로 무리하게 진행하였던 낙동정맥의 끝자락 산행길, 적설기의 엄청난 폭설로 탈출을 시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무모하게 진행하였다가 조난 직전까지 이르렀답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소중한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해 주어 이 글을 쓸 수 있게 해주신 고인이 되신 자형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필자를 위해 야간임에도 불구하고 출동하여 주신 태백소방서 산악구조대원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이번 구간은 엄청난 적설로 길의 상태를 알 수 없었지만 선답자 분들의 산행기를 보면 산죽 때문에 진행하기가 힘들 뿐 엇길을 갈만한 지점은 별로 없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