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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山] 테마특집_등산과 술_1_산행 음주법

월간山 홈페이지(http://san.chosun.com)에 연재된 기사입니다.

산에서 특히 정상에서 정상주라고 하면서 한 잔 하는 술, 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본문 출처 : http://san.chosun.com/site/data/html_dir/2009/12/01/20091201008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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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특집 | 등산과 술] 1. 산행음주법 ABC

 

'술독 뺀다'고 땀 흘리는 등산하면 건강에 좋다?
정상주는 딱 한 잔, 하산주는 거나해지는 정도로 그쳐야
양의와 한의에게 들어보는 정상주·하산주 이야기

 

 

산행 중 추울 때 독주 한 잔은 괜찮은 것인지, 산행 후 음주는 어느 정도가 좋은지 등등 산행 음주 요령에 대해서는 항상 의견이 분분하다. 산중에서나 하산해서나 과음하기 쉬운 연말을 맞아 서양의학과 한방에서 보는 등산 음주법을 문답식으로 알아본다. 종합검진기관인 하트스캔 박성학 원장과 경희샘한의원 구재돈 원장이 도움말을 주었다.

 

▲ 광덕산 정상의 휴일 풍경. 정상에서 파는 막걸리를 마시고 만취해 하산 중 실족, 부상당하는 사고가 몇 건 있었다.

 

 

 

>>술에 취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신체 메커니즘)

 

서양의학  혈중 알코올 농도가 올라감에 따라 뇌의 전두엽, 해마, 소뇌 등의 활동에 지장을 초래해 일어나는 정신적·신체적 변화를 말합니다. 술을 마시면 흥분상태가 되는 것처럼 보여 흥분제로 오해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전두엽의 기능을 억제해서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이나 말들이 고삐가 풀려 나오는 것입니다.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의 작용이 방해를 받으면 단어나 기억이 흐트러져 말이 꼬이게 되고 심하면 소위 필름이 끊어지는 현상이 생깁니다. 소뇌는 운동을 관장하므로 술에 취하게 되면 운동실조가 됩니다. 즉 비틀거리게 됩니다.

 

한방  술에 취했다고 말하는 것은 몸 안에 알코올이 들어온 후 이것이 대사되면서 뇌의 기능도 술에 취하는 것입니다. 이때 술은 중추신경계를 억제하는 작용을 하게 되죠.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술을 마시면 빠르게 핏속으로 흡수됩니다. 흡수된 이후 혈류량이 많은 뇌 속으로 투과되면서 초기에는 편안한 느낌을 주게 됩니다. 그러나 술이 과해서 알코올의 혈중 농도가 높아지면서 취한 상태로 변하고 운동기능 장애나 구토, 심할 경우 저체온증, 혼수상태로까지 이어지는 것입니다.

 

 

>>과음한 다음 날 술독을 뺀다고 땀 흘리는 등산을 하는데, 건강에 과연 좋은가?
(어떤 신체기관에 어떻게 좋거나 해로운가)

 

서양의학  과음한 후의 무리한 산행은 건강을 해치는 지름길입니다. 과음한 다음 날은 예외 없이 갈증을 느낍니다. 위에서 언급한 알코올의 이뇨작용 때문에 신체는 탈수상태가 되어 있는데 땀을 흘리며 산행을 하면 탈수가 더욱 빨라집니다.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한 상태에서 적절한 수분 공급이 되지 않고 체내에 남은 알코올의 작용으로 탈수가 계속된다면 신체가 겪을 고생은 뻔합니다.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물질이 젖산 축적을 촉진하여 산행으로 생기는 젖산을 적절히 분해하지 못해 쉽게 지치게 됩니다. 또한 젖산이 신장을 통해 요산으로 배출되는 것을 방해해서 이러한 상태가 가중됩니다.

 

한방  한방적으로 숙취를 해소는 방법은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과 땀을 흘리는 것이 있습니다. 술을 마신 이후에 몸은 매우 피곤한 상태입니다. 머리도 아프고, 간도 피로하고 목도 마르게 되죠. 이 말은 곧 우리 몸이 휴식을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휴식을 취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죠. 가볍게 운동을 하면서 땀을 흘린 후 휴식을 취하는 방법이 있고, 다른 하나는 그냥 쉬는 것입니다. 전자에 해당하는 것이 등산일 것입니다. 땀을 흘리면서 등산을 하게 되면 주독이 보다 빠르게 순환하면서 몸의 독소가 배출이 됩니다. 음주 다음 날 사우나에서 땀을 빼면 몸이 상쾌한 것이 이런 작용이죠. 그런 면에서 등산은 좋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하지 않으면서 격한 산행을 하는 것은 오히려 간과 소화기관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치므로, 음주 다음 날 산행시에는 물과 음식을 충분히 섭취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스포츠클라이머들은 체험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술이 근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서양의학  지속적인 음주는 심장의 근육이나 골격근의 형성과 유지에 관련하는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므로 근섬유의 퇴행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근육을 많이 쓰는 운동선수들이 자기 관리를 위해 음주를 절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한방  스포츠클라이밍은 강한 심장과 엄청난 양의 근지구력을 요구하죠. 과량의 음주를 하게 되면 심장의 근육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알코올의 대사산물로 인해서 근육의 지구력을 감소시키고 운동능력을 점차 저하시키게 됩니다.

 

 

>>산행 중 음주가 건강에 좋은가, 해로운가?
(어떤 신체기관에 어떻게 좋거나 해로운가)

 

서양의학  정상에 오른 후의 성취감을 즐기기 위해서나 경치 좋은 산상 식사 시간에 마시는 한두 잔의 술은 나쁠 리 없겠지만 취기가 오를 정도의 음주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억력과 판단에 지장을 주고 운동실조를 유발해 집중을 요하는 산행에서 안전사고의 위험이 증가될 수 있습니다. 또한 알코올의 이뇨작용에 의해 마시는 술에 있는 수분보다 많은 양이 소변으로 배출되어 탈수를 조장합니다.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해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고 혈압을 낮추어 위기에 대처할 방어력이 떨어집니다.

 

한방  적당한 음주는 혈류 순환을 촉진하고 심장을 강하게 만들어서 나쁘지는 않습니다. 적당량의 음주를 한 경우 심장질환의 발생 빈도가 낮다는 연구 논문도 있고요. 이는 알코올이 동맥에 침착된 유리콜레스테롤을 제거하고, 동맥경화를 방지하는 고밀도콜레스테롤을 높이기 때문이죠. 반면 과량의 음주는 심장질환의 위험을 높이고 간 기능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위장기관에 자극을 주어 위염과 같은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전해질 균형을 깨뜨릴 수도 있죠. 과한 음주는 항상 몸에 좋지 않습니다.

 

 

>>겨울 산행 중 추울 때 독주 한 잔은 실제 추위를 쫓는 데 좋은가?

 

서양의학  추운 날씨에 산행을 하면서 음주를 하면 피부 표면의 혈관들이 확장되고 심장 박동도 빨라지게 되어 체열을 빼앗기게 됩니다. 마실 때는 금방 따뜻한 느낌이 들지만 이후에는 추위를 더 느끼게 됩니다. 독주 한 잔 정도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지만 추위를 쫓는다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습니다. 단, 따뜻한 물과 함께 몇 방울의 독주는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줘서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한방 겨울철 산행을 하게 되면 추위로 인해 체온이 떨어집니다. 이때 독주 한 잔은 혈액순환을 촉진하게 되죠. 몸도 따뜻해지니 추위를 잊게 해서 좋습니다. 하지만 한 잔의 술이 아닌 과량의 술은 저체온증과 피로의 원인이 되어 겨울철 산행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산행 중 하이포서미아(저체온증)가 됐을 때 독주 한 잔은 좋은가?

 

서양의학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체온증의 처치에 가장 중요한 것은 체온을 더 이상 빼앗기지 않게 하는 것이고, 체온을 올리기 위해서는 따뜻한 음식이나 음료와 함께 열량이 높은 음식을 섭취하게 해서 몸에서 체온 유지를 위한 열을 생성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한방  저체온증 상태에서의 음주는 절대 안 됩니다. 저체온증은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상태입니다. 장기간 추운 환경에 있으면서 몸의 체온중추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여 체온이 낮아져서 서서히 사망하게 되는 것이죠. 아이러니하게도 알코올은 소량 섭취시 처음에는 몸을 따뜻하게 만들지만 과량 섭취할 경우 뇌에 작용해서 혈관과 근육을 확장, 이완시키게 되어 결국 저체온증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저체온증이 왔을 경우에는 체온이 올라가도록 보온해주면서 빨리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공기 좋은 산에서 술 마시면 덜 취한다'고들 하는데, 사실인가?

 

서양의학  알코올의 분해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것들은 아미노산과 과당입니다. 술 마신 다음 날 꿀물이나 콩나물국을 먹는 것은 과학적인 우리 선조들의 지혜라 봅니다. 알코올의 분해는 화학적으로는 산화과정을 통하므로 산소가 풍부한 공기 좋은 산이나 바닷가에서 덜 취한다는 것도 사실일 수 있습니다.

 

한방  글쎄요. 의학적인 근거를 찾기는 조금 힘들지 않나 싶습니다. 저 역시 서울에서 술을 마시면 소주 한 병에도 취기가 올라오지만, 공기 좋고 물 맑은 설악산 대청산장에서 마시면 서너 병은 족히 마시게 되더군요. 같이 마시는 사람과 자연이 좋아서가 아닐까 싶네요.

 

▲ 등산꾼들이 즐겨 찾는 주점이 밀집한 거리(도봉동).

 

    하산주는 적당히 거나할 정도로 그치는 것이 좋다는 의사들의 조언이다.

 

 

>>해발 3,000m 이상 고산지대에서 술을 마시면 어떻게 되나?

 

서양의학  고산이라는 환경은 산소가 희박하고 기온 변화가 심하여 신체가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상태입니다.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 신체는 약간의 탈수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고산병 예방에 충분한 수분 공급을 하라는 겁니다. 이런 상태에서 음주는 이뇨작용으로 인해 추가적인 탈수가 일어나고 산소 부족으로 인해 알코올의 분해가 느려지기 때문에 더 빨리 취하게 됩니다.


한방 고산지대는 평지에 비해 산소가 부족합니다. 고산병이라는 것은 산소 부족에 의해서 대부분 몸의 대사기능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환경에서 술은 좋지 않습니다. 술을 마시게 되면 알코올에 의해서 혈중 산소 농도가 감소하게 되죠. 산소가 부족한 공간인 고산지대에서 술을 섭취하게 되면 뇌와 심장, 폐에 무리를 주게 됩니다.

 

 

>>겨울산행 중 간단히 마시기에 좋은 술 종류는?

 

서양의학  계절에 따라 다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부피나 무게가 가벼운 쪽은 아무래도 고도주(독주) 쪽이 낫습니다. 술의 종류는 개인적인 취향이므로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무게가 부담이 되지 않는 가벼운 산행이라면 막걸리나 맥주처럼 청량감이 있는 것도 권할 만합니다. 과음하지 않는다면 어떤 술이라도 문제될 게 없다고 봅니다.

 

한방  술은 크게 분류하면 발효주와 증류주가 있습니다. 겨울철 산행에는 도수가 높은 술을 과량 섭취하기보다 도수가 낮은 발효주를 소량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막걸리나 동동주, 청주, 와인 같은 술들이 겨울철 산행에는 제격일 것입니다.

 

 

>>추운 날 독주 한 잔이 주는 효과는?

 

서양의학  술꾼이라면 찬바람이 쌩쌩 부는 능선이나 정상 한쪽에서 바람을 피하며 마시는 한 잔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습니다. 그것도 향이 좋은 고도주라면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싸한 자극에 고생한 보람을 잊을 수도 있겠지요. 단, 한 잔이라는 전제조건하에서.

 

한방  알코올이 몸속으로 들어가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추위에 의해 긴장된 몸을 녹여서 따뜻한 산행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다만 한두 잔에 의한 효과이지 반복적으로 섭취하는 것은 오히려 체온을 빼앗아가고 피로를 가중시키게 되어 좋지 않습니다.

 

 

>>하산 후 권할 만한 음주 요령은?

 

서양의학  하산 후에 바로 음주를 하게 되면 알코올의 흡수와 경쟁할 대상이 없으므로 빠르게 혈중농도가 올라갑니다. 운동 후라 체내에 젖산도 축적된 상태이므로 이를 분해할 수 있게 너무 많은 양의 음주는 피해야 합니다.

술을 마시기 전에 충분한 양의 물을 마셔서 먼저 몸의 수분 밸런스를 바로 해주는 게 좋습니다. 근육의 피로를 풀기 위해 과일이나 주스 등을 가볍게 섭취하는 것도 좋습니다.

안주로는 단백질이 풍부한 육류나 두부 등이 권할 만하며 지나치게 기름진 음식이나 짜고 매운 국물 등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산행 후의 과도한 음주와 식사는 지방대사에 영향을 주어 고중성지방혈증 상태를 유발하여 지방간의 원인이 됩니다.

하산 후에 몸은 이미 어느 정도 피로를 느끼는 상태이므로 빨리 쉬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정도 이상의 음주를 하게 되면 정신적으로 흥분상태가 되면서 기분이 좋아지므로 피로가 풀린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신체에는 피로가 더욱 누적됩니다. 또한 음주는 위산의 분비를 자극하여 점막의 충혈 등 위염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기분 좋은 산행 후에는 지친 몸을 위해 적절한 수분과 탄수화물을 먼저 공급하고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적당히 섭취하면서 덕담이 오가는 분위기에 맞게 약간 거나해지는 정도의 음주를 즐기기 바랍니다.

 

한방  하산 후에는 대부분 공복상태일 것입니다. 공복상태에서 바로 술을 마시게 되면 술이 너무 빨리 몸속으로 흡수되어 자신도 모르게 쉽게 취하게 됩니다. 또한 공복상태에서 알코올이 섭취되면서 위염이나 췌장염을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 음주 전 식사를 충분히 한 후에 술을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하산 후 따뜻한 된장찌개와 산채비빔밥으로 속을 든든히 한 후 산우들과 천천히 담소를 나누면서 동동주 한 잔 정도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 정리 박정원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