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에 품어 왔던 백령도와 대청도, 찜통더위에 사그라지다
[여행 일자] 2024.08.15(목)~08.17(토) (2박 3일)
[날 씨] 맑음 / 찜통더위
[인 원] 김만기, 성봉현
[교 통 편] 인천항 → 백령도/백령도 → 대청도/대청도 → 인천항 : '코리아 프린세스'호 여객선
[백 령 도] 인천항 → 용기포항 → 심청각 → 중화동교회 → 천안함 46용사 위령탑 → 두무진(유람선)
사자바위 → 사곶해안 → 콩돌해안 → 사곶 사빈 전망대(사진찍기 좋은 녹색명소) → 용기포항 → 선진포항
[대 청 도] 선진포항 → 농여해변(나이테바위) → 매바위 전망대 → 모래울해변 → 옥죽동 해안사구 → 농여해변(석양)
광난두 정자각 → 서풍받이 → 선진포항 → 인천항
[안내 지도] 2023년 옹진군 관광안내도, 스마트 관광 전자지도 편집(옹진군 관광안내지도 온라인 서비스 QR 코드 이동)
[백령도 기후 정보] 출처 : 위키백과
[여행 기록]
올 여름은 유난히 무덥고 그 열기도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어 열대야가 언제나 끝날련지 모르겠다. 그런 와중에 8월 16일은 공동연차 사용으로 15일부터 18일까지 연휴가 되었다. 한 달 전쯤 노랑풍선 여행사를 통해 백령도와 대청도를 여행하는 2박 3일 패키지 상품을 구매하였고 기상청 동네예보를 틈틈이 확인하니 백령도는 서울보다 약 3도 정도 낮다고 한다.
언젠가 마음 속에 들어왔던 백령도와 대청도를 만난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8월 15일 이른 아침에 서울에서 출발하여 인천연안여객터미널 임시 주차장에 주차하니 한 시간 정도 소요되어 오전 7시 15분을 가리키고 있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여행사 담당자를 만나 여객선 승선권을 전달받고 8시 30분에 출발하는 백령도행 코리아 프린세스호 여객선에 탑승하니 객실은 많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잔잔한 듯한 바다는 인천항에서 멀어질수록 파고가 높아짐을 느끼지만 그리 심한 파고는 아니다. 해무인 듯한 구름으로 수평선이 흐릿한 바다를 한참 갔다고 느껴질 즈음 소청도에 도착했고 대청도를 거쳐 백령도 용기포항에 도착하니 인천항에서 4시간 10분이 소요된 12시 40분이 되었다.
기상청 동네예보와 달리 여객선에서 백령도 용기포항 선착장으로 나오니 열기가 서울보다 더 심한 것 같다. 백령도 여행 담당자와 만나 대형 버스에 승차하였는데 여러 여행사가 통합되어 12팀의 인원이 되었다. 용기포항을 출발한 버스는 인천광역시의료원 백령병원을 조금 지난 곳에서 정차하는데 오늘 숙소가 있는 곳이다. 이곳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짐을 숙소에 풀어놓고 잠시 쉬었다가 첫 번째 행선지인 심청각을 향해 출발한다.
백령도에는 교통신호등이 없다고 하는데 그래서인가 신호등처럼 생긴 시설물 자체를 볼 수가 없다. 차량 통행이 별로 없는 약간 경사진 길을 올라가 심청각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미 여러 대의 관광버스가 주차해 있다. 2층 건물인 심청각은 백령도의 인당수와 연봉바위가 나오는 고전소설 <심청전>을 테마로 한 기념관이다. 1층에는 <심청전> 내용을 글과 영상, 모형으로 소개하는 한편 소설 동화, 국악 등 여러 장르로 소개하여 다양한 볼거리를 전시하고 있으며 심청이 테마별 포토존도 마련하여 사진 촬영 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다. 2층에는 옹진군의 역사와 관광명소, 백령도의 절경 등을 전시하고 있으며, 창가에서 저 멀리 보이는 두무진을 마지막으로 보고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담장 너머 수평선에 볼록 솟은 육지가 북한땅이라고 하는데 직선거리 10km정도 라고 하니 서해상 최북단 섬이라는 것이 실감난다.
심청각에서의 시간을 접고 중화동교회로 이동한다. 중화동교회는 백령도 최초의 교회로 우리나라에서 서울의 새문안교회(1887년 창립) 다음으로 1898년에 설립된 두 번째 장로교회라 한다. 주차장에서 교회로 올라가는 길목의 거목이 예사롭지가 않다고 느껴졌는데 언제 기준인지 모르겠지만 수령 150여 년이 된 팽나무라고 안내문에 적혀 있다. 계단을 올라가 중화동교회 예배당과 백령기독교역사관을 잠시 둘러보고서 버스에 승차한다.
지열이 오를 대로 올랐나 보다, 버스는 냉방기를 가동하고 있어도 그리 시원하다는 느낌이 안 든다. 이곳 백령도에 오기 전에 기상청 동네예보로 확인했을 때에는 서울보다 약 3도 정도 기온이 낮아 무더위가 조금은 덜 하겠다 생각했는데 해안가라 그런지 습도가 높아 체감 온도는 더 높다. 천안함 추모공원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리니 열기에 숨이 막히는 듯하다. 매점에서 국화 한 송이를 구입하여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으로 올라간다. 아름답고 잔잔한 저 바다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2010년 3월 26일 21시 22분, 북한 어뢰 공격에 피격된 천안함에서 46명의 꽃다운 젊음이 산화한 것이다. 104명의 승조원 중 구조된 58명의 삶 역시 힘들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고인이 된 분들의 명복을 빌면서 다시 추모공원 주차장으로 내려와 오늘의 마지막 여정이 될 두무진으로 향한다.
두무진(頭武津)은 뾰족한 바위가 모여 있는 모습이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하는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10억 년 전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규암들이 수억 년 동안 파도와 바람에 깎여 빚어진 기암괴석들이 바다를 향해 서 있다. 높이 50m, 연장 길이 4km의 규암 절벽으로 이루어진 두무진은 1997년 12월 30일 대한민국의 명승 제8호로 지정되었다. 버스에서 내려 두무진포구로 걸어가다가 유람선 운행 시간이 남아 왼쪽으로 두무진 해안가를 향해 걸어간다. 데크 길을 거쳐 숲길을 지나 우똑 솟은 기암을 보면서 데크 계단으로 내려간다. 약간 경사진 계단길을 내려가면 바닷가에 이르고 사암과 규암으로 이루어진 두무진의 여러 바위들을 볼 수가 있다. 유람선으로 관람하면서 사진 촬영을 하면 이곳의 바위들을 배경으로 인물 사진 촬영이 어렵다고 운전 기사님이 이야기해서인지 모두들 이곳 해안가로 내려왔다.
아무리 봐도 신비로운 기암들의 두무진 풍광 보는 것을 접고 유람선을 타기 위해 왔던 길을 따라 두무진포구로 이동한다. 다른 여행사 팀원들과 함께 유람선에 승선하여 두무진의 해상 풍광을 보러 포구를 떠난다. 해안가에서 직접 보는 모습과 또 다른 풍광으로 보이는 두무진의 풍광, 더불어 바위 위에서 쉬고 있는 가마우지와 천연기념물 제331호(1982년 11월 16일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해양보호생물 등으로 지정된 점박이물범 한 마리가 바위 위에서 쉬고 있다. 그렇게 해안가를 따라 움직이는 유람선에서 이번에는 수면 위로 빼꼼 얼굴을 내밀고 있는 점박이물범도 보너스로 볼 수가 있었다.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이 보이는 해안 근처까지 운항한 유람선은 다시금 두무진포구로 회항하는데 점박이물범도 찜통더위에 지쳤는지 아직도 바위 위에서 쉬고 있는 중이다.
기암괴석들의 전시장인 듯한 두무진의 유람선 관광을 끝내고 두무진포구에서 횟집으로 가는 일행들과 헤어져 숙소로 돌아간다. 가슴 속에 품어 왔던 백령도와 대청도, 생각지 못했던 찜통더위에 몸은 지쳤지만 그래도 즐거웠던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배정받은 숙소에서 나도 모르게 잠에 빠져 든다.
백령도에서 새롭게 맞이하는 이틀차, 숙소 바로 앞의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지척에 있는 고봉포구로 이동하여 사자바위를 보았다. 사자바위는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포효하고 있는 용맹한 사자의 형상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그 모습이 사자라기 보다는 이구아나처럼 보이는 것을 우리만의 생각인지 모르겠다. 이곳 사자바위는 북쪽에서 밀려오는 강한 파도를 막아주고 있어 옛날부터 진촌리의 피항지(避港地)로 이용되어 고봉포구의 수호신 역할을 해 왔다고 한다.
짧은 시간의 사자바위 보는 것을 마치고 천연비행장인 사곶해안으로 이동한다. 1997년 12월 30일 천연기념물 제391호로 지정된 사곶사빈은 언뜻 보면 모래로 이루어진 듯하지만 실제는 규암 가루가 두껍게 쌓여 이루어진 해안으로 썰물 때에는 거의 수평에 가깝게 길이 약 2km, 폭 약 200m의 사빈이 나타난다. 사빈이란 모래가 평평하고 넓게 퇴적된 해안의 지형을 말한다. 이곳 백령도 사곶사빈은 6.25 전쟁 때 천연비행장으로 활용되었다고 하는데 이탈리아의 나폴리 해안과 함께 세계에서 두 곳 밖에 없는 천연비행장으로 나폴리 해안보다 규모가 더 크다고 한다.
백령·대청 지질공원 사곶해변 탐방 안내소 앞의 주차장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사곶해안이다. 모래처럼 보이는 규암 가루들의 입자가 워낙 고와 밀가루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왼쪽의 산등성이 너머가 용기포항이고 오른쪽으로는 해안선이 한참을 뻗어가는데 그 끝의 산등성이 너머가 콩돌해안이다. 이 고운 규암가루 위에 이리저리 헝클어진 실타래마냥 새겨진 음각의 선은 누구의 작품인지 궁금했는데 작은 고동이 움직이면서 그리는 선이라는 것을 이내 알 수가 있었다. 고동이 그리는 선과 물결이 만든 무늬들을 보면서 즐기는 시간도 이제는 다음 목적지로 이동해야 할 시간이 되어 사곶해안을 벗어난다.
사곶해안과 담수호인 백령호를 가르는 도로에 있는 작은 다리는 백령대교라 한다. 백령호 앞에 세워진 '서해최북단백령도' 표석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거창한 이름을 가진 백령대교를 건너 콩돌해안 주차장에 도착한다. 콩돌해안은 1997년 12월 30일 천연기념물 제392호로 지정되었는데 콩알처럼 동글동글하고 알록달록한 자갈이 해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콩돌들은 주변 바위로부터 떨어져 나온 큰 암석 덩어리들이 파도에 시달리고 돌끼리 서로 갈려 동글동글하고 매끈한 모양으로 변한 것으로 여러 종류의 암석으로부터 떨어져 나왔기 때문에 색이 알록달록하다고 한다. 이곳은 길이 약 800m, 폭 약 30m로 둥근 자갈들은 백령도 지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규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콩돌들의 평균 크기는 2.0~4.3cm라고 한다.
천연 매트가 깔린 곳에 신발을 벗어놓고서 맨발로 걸어가는데 콩알처럼 작은 돌들을 밟느라 자연스레 지압이 된다. 작고 앙증맞은 콩돌들과 어우러진 바닷물은 맑고 시원한데다가 투명하여 물속의 콩돌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왼쪽 산등성이 너머가 사곶사빈의 해안이고 오른쪽 멀리 자잘한 콩돌들이 만드는 해안선이 아름다운 곳이다. 그렇게 콩돌해안에서의 이십여 분의 시간이 흘러 1박 2일의 백령도 여정을 서서히 마감할 때가 되어 간다. 아쉽지만 아름다운 풍광은 기억 속으로 담고서 용기포항으로 가는 길에 사곶사빈 전망대(사진찍기 좋은 녹색명소) 입구에 주차를 한다.
굴곡진 고갯마루에는 이미 여러 대의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우리도 버스에서 내려 산길을 따라 오륙 분 정도 걸어가니 아침에 들렀던 사곶해안과 백령호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에 이른다. 백령호 방향으로 '사진찍기 좋은 녹색명소' 안내판이 붙어 있는 이곳 사곶 사빈 전망대는 고갯마루에서 약 250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다. 조망이 시원스레 트이는 곳이지만 벌써부터 달아오르는 열기에 땀으로 목욕을 하는 듯 연신 땀이 흘러내리니 오래 있지를 못하고 다시금 버스로 돌아간다.
이제 백령도에서의 일정이 끝나 용기포항 여객 터미널로 가는 길에 빈대떡과 냉면으로 점심을 먹는다. 두툼한 빈대떡의 뒷맛이 기억에 남는 음식점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한낮의 열기를 헤치면서 달려 도착한 용기포항 여객 터미널, 짧은 시간 정들었던 기사님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여객 터미널로 들어가니 이미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인천항에서 출발하여 도착한 코리아나 프린세스호 여객선이 이곳 백령도에 관광객들을 내려놓고 난 후 우리가 승선하니 대청도를 향해 백령도 용기포항을 떠난다.
백령도 용기포항을 출발하여 이십여 분만에 도착한 백령도 선진포항, 이곳에서 승선객 일부만 내리고 나머지는 소청도를 거쳐 인천항까지 갈 것이다. 백령도에서 출발할 때 기사님이 미리 알려준 것처럼 선진포항에 내리니 백령도 여행 12팀 중 6팀이 함께 대청도를 돌아보게 되었다. 백령도도 더웠지만 이곳 대청도 역시 찜통더위는 매 한가지이다. 여객선에서 내리니 우리 숙소 이름이 붙어 있는 소형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선진포항에서 한바탕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 바로 농여해변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중천의 찜통더위를 피해 숙소에서 한 시간 정도 쉬었다가 움직이기로 한다. 숙소가 백령도에서는 모텔이었지만 대청도에서는 펜션이라 실내 공기질 자체 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환경이 쾌적하다. 그렇게 잠시 쉬었다가 오후 3시에 다들 버스에 승차하여 지근거리에 있는 농여해변으로 이동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 정도이지만 농여해변과 미아동해변 경계 지점에서 옥죽동해변 방향으로 길게 나타난 모래톱(풀등)의 길이는 약 2km라면서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려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기사님이 설명해 준다. 그 모래톱 너머로 보이는 백령도는 해무의 영향인지 흐릿하게 보인다. 거친 모래밭에 자잘한 돌들이 널브러진 해안선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범상치 않는 바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나이테바위(고목바위)로 불리는데 지층이 구부러진 후 만들어진 해식기둥이다. 농여해변 입구에 있는 '농여해변'과 '나이테 바위' 안내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농여해변은 썰물 때 드러나는 광대한 풀등과 지층이 구부러진 후 만들어진 해식기둥인 나이테바위(고목바위)가 위치하고 있다. 대청도 전역에서 관찰할 수 있는 이암과 사암으로 구성되며, 기존에 수평으로 쌓인 지층이 습곡작용으로 구부러진 후 상부의 볼록 튀어나온 부분이 풍화되어 마치 지층이 수직으로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이테바위를 지나면 많은 양의 모래가 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모래 언덕을 수직으로 파 보면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사층리를 관찰할 수 있으며, 이 모래들은 옥죽동 해안사구까지 이동하여 쌓이게 된다.
나이테바위(고목바위, 구멍바위)는 대청도 북동쪽 농여 해안에 위치하는데 대청도를 상징한다고 일컬어진다. 이 바위는 파도에 의한 해식이나 염 풍화에 의해 발달한 타포니의 상징으로 암체가 붕괴되면서 강도가 센 부분만 남아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특히 수평으로 쌓인 퇴적층이 강한 지각 변동을 받아 수직으로 세워졌고, 붉은색을 띤 점토로 구성된 암석의 위쪽 부분에 구멍이 나 이 같은 특이한 모양을 갖게 되었다. 점토로 구성된 적색 이암층이 모래로 구성된 백색 사암층보다 풍화에 약해 구멍이 뚫려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나이테바위 오른쪽 중하단부를 자세히 살펴보면 퇴적 당시 퇴적물의 공급 방향과 상하판단을 지시해 주는 사층리가 있다. 이를 통해 바다 쪽의 암석이 먼저 퇴적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나이테바위 바로 옆의 노두를 살펴보면 연흔, 사층리, 둔덕 사층리 등의 퇴적 구조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이는 이 지층이 조간대환경에서 퇴적되었음을 말해 준다. 현재, 우주 나이는 150억~200억년, 지구의 나이는 46억년, 나이테바위 나이는 11억년으로 보인다.
연흔은 물결무늬이고 노두는 암석이나 지층, 석탄층 따위가 지표(地表)에 드러난 부분을 말한다. 나이테바위는 마치 밑둥만 남겨놓고 부러진 고목같은 시각적 느낌이 든다. 또한 구멍이 난 상부의 바위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려나. 나이테바위 뒤편의 모습도 함께 보고서 미아동해변과 만나는 경계 지점의 모래톱으로 이동하는데 특이한 바위들을 여럿 볼 수가 있다. 이제 해안은 자잘한 돌들이 널려 있는 곳과 모래만 있는 곳으로 양분되었다가 미아동해변 가까이 가면서 모래밭으로 변한다. 미아동해변 방향으로 보면 뾰족한 산이 보이는데 이 작은 대청도에도 저런 산이 있나 싶을 정도로 제법 날카로워 보인다. 사방으로 둘러보면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는 농여해변, 그리고 옥죽동해변 방향으로 길게 뻗어간 모래톱은 눈으로만 보고서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길에 연찬 청색(?)을 띤 순비기나무 꽃이 시선을 붙잡는다. 한낮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비오듯 땀을 쏟게 만드는 폭염을 피해 농여해변 안내소로 들어가니 우리 일행들이 쉬고 있는 중이다. 그 안에서 해설사님의 나이테바위 등의 설명과 함께 내일 보게 될 서풍받이에 대한 안내사항을 마지막으로 듣고 주차된 버스에 승차한다. 에어컨이 고장난 것인지 뜨뜻미지근한 바람만 나오는 버스를 타고 대청초중고교를 지나 도착한 곳이 매바위전망대이다. 주차장에 서 있는 '매바위 전망대' 안내문에는 전망대에 올라 경관을 바라보면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형상을 닮은 매바위가 보인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산 중턱에 올려보이는 전망대까지 이런 폭염 속에서 가고 싶은 생각이 사라져 주차장의 정자로 자리를 옮기니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일행들이 보인다. 매바위는 이곳 주차장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전망대에 다녀온 일행들과 합류하여 다음 목적지를 향해 주차장을 떠난다.
선진포항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대청도를 돌고 있는 듯하다. 섬이라 산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라는 듯 버스는 산등성이 고갯마루인 매바위전망대에서 내려간 후 도로 한편에 주차를 한다. 샤워장이 있는 곳으로 모래울해변이다. 모래울해변은 바다에서 파도에 의하여 밀려온 모래들이 쌓여 만들어진 일종의 해안사구인데 해안으로 내려가기 위해 걷는 숲길에서 만나는 소나무들이 푸릇푸릇하니 아주 건강해 보인다. 소나무 숲길을 따라 해변으로 내려가니 매바위전망대에서 보았던 수리봉이 왼쪽으로 보이고 그 옆으로는 갑죽도가 보인다. 백령도 사곶해안의 규암가루가 밀가루처럼 고왔다면 이곳의 모래는 쌀가루처럼 약간 굵지만 그래도 고운 느낌이 든다. 게들이 만든 구멍들을 보면서 해안선을 따라 걸어 다시금 버스가 주차된 곳으로 원점회귀한다. 백령도에서 그리고 이곳 농여해변을 보아서인가 이곳의 해안선도 아름답지만 조금은 덜한 느낌이다.
땀으로 목욕한 듯한 일행들이 탄 버스는 찬바람 대신 더운 바람만 나오는데 참다못한 누군가 차라리 에어컨을 꺼달라고 한다. 창문을 열고 내일 만나게 될 서풍받이의 탐방 시작점인 광난두정자각을 넘어 대청면사무소가 있는 곳에서 저녁 식사를 한다. 저녁 식사 후 선진포항을 보면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옥죽동해안사구(모래사막) 입구에서 우리를 내려놓는다. 대청도 역시 바닷가 바람에 의해 모래가 육지 쪽으로 불어 쌓인 해안사구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인가 '소나무 숲과 모래사막'이라 새겨진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대청도는 예로부터 "옥죽동 모래 서 말을 먹어야 시집을 간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바람이 세차게 부는 곳으로 모래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80년대 후반부터 해안가에 소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그러자 모래로 인한 피해는 줄었지만, 사구형성의 사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도로에서 데크 계단을 올라 다리를 건너면 '옥죽동 모래사막' 이정표가 나오고 짧은 소나무 숲길로 바뀐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나무 다리를 건너면 '옥죽동 모래사막'과 '소나무 보호림'으로 길이 갈라지는데 왼쪽 소나무 보호림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니 오른쪽으로 사구가 보이고 사막에 낙타의 조형물이 멀리 보인다. 푸른 소나무 숲의 봉우리 아래 형성된 모래언덕과 낙타의 조형물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소나무 숲길은 멀리 보이는 전망대 같은 시설물이 있는 곳으로 길이 이어지는 듯하지만 우리는 왼쪽의 방풍림으로 방향을 바꾼다. 소나무 사이로 걷다 보면 '대청도의 해안 방재림' 안내문을 지나 모래사막 입구로 나와 건너편의 주차장으로 이동한다. 옥죽동 모래사막의 입출구에 서 있는 '경이로운 모래사막' 안내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한국의 "사하라 사막" / 길이 약 1.6km / 폭 약 600m / 해발 40m
옥죽동 사구는 오랜세월 모래가 바람에 날려 이동하면서 거대한 모래산을 이루었으며, 계절에 따라 형태가 변화하는 활동성 사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모래사막이라는 점만으로도 이곳은 참으로 흥미로운 곳이다.
주차장에서 기다리던 버스에 승차하니 좁은 시멘트 도로를 내려가 농여해변에 도착한다. 일몰 시간이 되어서인지 저녁 태양이 수평선으로 숨는 일몰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온 것 같다. 수평선 위 낮게 걸려 있는 노란 석양이 구름이 덮인 하늘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하고 있다. 그렇게 십여 분 정도 지켜보았나 보다, 세 마리의 도요새 가족이 석양이 비추는 갯벌에 먹이 활동을 하러 나왔다. 천천히 사라지는 석양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쯤 우리도 오늘의 일정을 마치고 이삼 분 거리에 있는 숙소로 이동한다. 내일 만나는 시간을 확인하고 모두들 배정받은 방으로 흩어지면서 백령도에 이은 대청도에서의 첫 날 일정을 접는다.
대청도에서의 꿀잠에서 깨어나 아침을 맞이한다. 오늘은 얼마나 더 더울려나 생각하면서 짐을 정리하고서 버스에 승차하니 선진포항 가는 길에 있는 어느 음식점에서 정차한다. 해물탕으로 아침을 먹고 어제 왔던 길을 역으로 올라가 도착한 광난두정자각, 광난두란 무슨 뜻일까 궁금하다. 오늘 일정이 바쁜 것인지 아니면 무더위로 인한 것인지 서풍받이 탐방은 서풍받이 전망대까지 가서 마당바위로 가는 것이 아니라 왔던 길로 다시 올아오는 것으로 한다고 한다. 하기사 오늘 아침은 어제보다 습도가 더 높고 체감 온도도 더 높은 것인지 벌써부터 땀으로 목욕하고 있는 중이다.
운전 기사님 대신 해설사 님이 우리의 탐방을 안내한다. 서풍받이는 '중국에서 서해를 거쳐 불어오는 서풍을 막아주는 바위'를 일컫는 지명으로 전망대 양쪽으로 솟은 80m 높이의 눈부신 흰색 규암을 가리킨다. 광난두 정자각 왼쪽의 시멘트 도로를 내려가다 보면 오른쪽에 '해병할머니 여기 잠들다'라 새겨진 묘비가 있는데 할머니는 해병대 장병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었고, 해병대에서 그 고마움을 기리기 위해 묘비를 세웠다고 한다. 잠시 후 시멘트 도로에서 왼쪽 흙길로 방향을 바꾸어 직진하면 서풍받이 안내문을 지나 '대청도 서풍받이 탐방로' 아치문을 만난다. 본격적인 서풍받이 탐방로가 시작되나 보다.
데크 계단을 내려가 조금만 걸어가면 '광난두정자각'에서 0.2km 왔다고 알려주는 이정표가 있는 곳의 전망대에 이른다. 오른쪽의 매바위의 머리에 해당하는 수리봉이 보이고 그 너머로는 매바위 전망대가 보이는 등 조망이 시원스럽게 트이는 전망대이다. 주변 조망을 잠시 살펴보고 1.0km 남은 서풍받이를 향해 산길처럼 느껴지는 탐방로를 걸어간다. 서해 바다로 길게 뻗은 산줄기의 왼쪽 사면으로 이어지는 탐방로는 하늘전망대에 이르는데 앞쪽 멀리 갑죽도가 조망되는 곳이다. 주민들은 갑죽도를 바라보면서 고기잡이 나간 가족의 무사 귀환을 빌었다고 하며 바다로 나간 선원들은 갑죽도를 보면서 돌아왔다고 한다.
하늘전망대에서 내려가면 잠시 후 '광난두 정자 방향, 나가시는 길입니다.'라 적힌 표지판이 있는 갈림길을 만나는데 왼쪽길은 마당바위에서 올라오는 길이므로 우리는 오른쪽의 서풍받이 전망대로 향하는 길로 진행한다. 광난두 정자각에 있는 관광안내도의 갈대숲 갈림길인 듯하다. 사면길을 이삼 분 정도 걸어가면 이내 갈대숲인지 초원 지대를 만나는데 여기서 해설사 님이 보기 드문 꽃이라면서 시들은 듯 초라하게 보이는 꽃을 알려주는데 대청부채붓꽃이라 한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대청부채붓꽃은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식물 Ⅱ등급 식물이고 꽃은 오후 3시 전후로 피었다가 밤 10시쯤 오므라든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꽃이 피질 않은 모습을 보아 시들은지 알았다. 여러 야생화들을 보면서 경사진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대청도 최고의 경관 조각바위 언덕'이라 새겨진 안내문이 있는 전망대에 이른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전망대 양옆으로 당당하게 바다와 맞서는 듯 기세등등한 서풍받이의 깎아지른 바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반면 바다 쪽으로는 급경사의 절벽이지만 광안두 정자각 방향인 산등성이 쪽으로는 초지대와 나무숲을 이루고 있어 특이한 풍광이다. 올라왔던 방향으로 뒤돌아보면 광난두 정자각에서 흘러오는 산등성이 오른쪽의 광난두해변의 모습이 아름답다. 이곳 전망대에서 마당바위 가는 길로 조금 올라간 지점에서 다시 보는 전망대와 서풍받이의 풍광은 또 다른 느낌이다. 조망을 마치고 다시 버스가 주차된 광난두 정자각으로 이동하기 위해 전망대로 내려간다. 광난두 정자각에서 갈대숲 길이 아닌 해안선 방향의 탐방로를 따라 마당바위를 거쳐 돌아가는 탐방을 생각했지만 찜통더위로 무산된 서풍받이 탐방길, 아쉽지만 왔던 길을 따라 광난두 정자각으로 원점회귀한다.
조망을 보느라 쉬었던 시간을 포함하여 한 시간 반 정도의 탐방이었지만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버려 모두들 신경이 날카로워진 듯하다. 선진포항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에 승차하였는데 기사님이 밖에서 딴 일을 한 탓에 시동이 걸리지 않아 무더운 실내 온도로 인해 일행 중 한 팀과 기사님과의 말다툼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전날 농여해변에서의 석양을 보게 해 주어 고장난 냉방기로 운행한 것을 참았다 하지만 결국 마무리가 안 좋게 끝난 것이다. 이제 마지막 여정으로 선진포항 인근의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한 후 카페에서 한 시간 정도를 보내고난 후 기사님과 작별 인사를 한다. 선진포항 여객터미널에서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여객터미널에서 대기하다가 백령도에서 출발하여 선진포항에 도착한 여객선 코리아나 프린세스호를 타고 이틀 전 백령도로 올 때보다는 잔잔해진 바다를 향해하여 인천항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언제인가 마음 속으로 자리잡고 들어온 서해상의 백령도와 대청도, 가 봐야지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어지다가 늦어진 여행이었지만 2박 3일의 여정이 아쉽지 않은 여행이었다. 다만 너무 무더운 찜통더위 때문에 땀으로 옷이 흠뻑 젖어 고생한 것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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