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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산행

[2022-06-19] 보문산→안산(보만식계 1/3) : 산줄기는 낮아도 골 깊은 산길

보문산→안산(보만식계 1/3) : 산줄기는 낮아도 골 깊은 산길

 

[산행 일시]  2022. 06. 19(일) 10:07~18:01(7시간 54분 // 산행시간 : 6시간 46분 / 휴식시간 : 1시간 8분)

[날       씨]  흐림 / 맑음

[산행 인원]  성봉현

[접       근]  LH연구원(전민동) → 보문산공원(버스 회차 정류장) : 802번 시내버스

[이       탈]  먹티고개(만인산 입구) → 가목정마을(버스 정류장) : 도보

                                                      가목정마을 → 복합터미널/복합터미널 → LH연구원 : 501/802번 시내버스 환승

[산행 시간]  보문산공원(버스 종점, 10:07) → 대전아쿠아리움(10:11) → 보문산(보문정/시루봉, 10:55~11:05)

                  → 임도(행복숲길(순환), 11:31) → 259봉(11:50) → 오도산(12:09~12:30) → 375봉(13:06)

                  → 금동고개(13:40~13:43) → △468.4봉(14:22) → 474.4봉(14:37~14;47) → 떡갈봉(15:02~15:05)

                  → △490.5봉(15:15~15:17) → 436.9봉(15:57~16:09) → 379.2봉(16:31~16:46)

                  → 410능선 구릉(만인산 2.6km, 17:16) → 안산(17:27) → 먹티고개(17:41~17:44) → 가목정마을(18:01)

[산행 지도]  1:50,000 대전,금산(국토지리정보원 1:25,000 2013년 온맵 편집)

 

[구글 어스]

2022-06-19_보문산-안산(보만식계_1-3).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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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기록]

   전민동 집에서 출발하여 보문산공원 버스 회차 지점에 도착하니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한 시간쯤 늦은 시간이다. 일 때문에 대전으로 내려올 때 마음 한편에 자리잡고 있던 보만식계 산줄기 산행을 하기에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질 않았다. 하늘은 흐리고 무더운 날이 될 것 같지만 마냥 미룰 수 없기에 간단한 점심 먹거리와 마실 물만을 준비하고 이곳에 오기까지 다섯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802번 시내버스가 도착한 보문산공원 정류장은 주차장인 듯 대형 버스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다(10:00). 버스에서 내리니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리다가 휴대폰의 Oruxmaps를 실행하여 지형도를 보면서 걷는다(10:07). 대전아쿠아리움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르려면 아래편으로 조금 내려가야 할 것 같아 공사 중인 듯 파헤처진 흙길로 바로 올라간다. 그리고 경사진 오르막 도로를 따라 걷는 발걸음은 대전아쿠아리움 정문을 지나 나무 데크로 정비된 보행로로 올라서는데 지금 걷는 이 길을 '보문산 명품 숲길'이라 하는지 '보문산 명품 숲길 조성 안내도'가 보인다(10:12).

 

   올라가는 사람들보다 내려오는 주민들이 더 많은 것이 아무래도 오늘 산행 시간이 늦었나 보다. 우리 민족의 아픈 상처인 북한군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 초기 우리 군이 낙동강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데 성공하였던 대전지구에서의 전투 승리를 알려주는 대전지구 전승비를 지난다. 그리고 도착한 보문산 숲속공연장, 여러 갈래로 산길이 흩어지지만 시루봉이 아니라 보문산성 방향의 계단길로 오른다(10:22).

 

   나무 계단길로 시작하는 보문산성 가는 길, 오늘 산행은 계단으로 시작해서 계단으로 끝난다고 해도 틀리지 않겠다. 두 번에 걸쳐 보만식계 산길을 확인한 후 무박 산행을 하기 위해 오늘은 만인산에서 내려가면 만나는 태조대왕태실을 지나 만인산자연휴양림까지 가려고 하였다. 하지만 어느 누군가의 블로그에 올려진 글에서 보았던 것처럼 이번 구간 찐빵처럼 오르락내리락한다고 한 것을 간과한 덕분에 만인산을 눈앞에 두고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리라 생각도 못했다. 산줄기의 해발 고도는 낮아도 골 깊은 산길과 더불어 수시로 나타나는 계단길에 내 체력의 한계를 인정해야만 했다.

 

   초반부터 계단으로 시작되는 보문산 가는 길에서 만나는 이정표는 시루봉 대신 보문산성으로 가라 한다. 데크 계단길 중간에 만난 또 다른 안내도인 보문산 도시공원 종합안내도에는 명품 숲길이 아니라 행복숲길이라고 되어 있다(10:40). 계단길이 끝나면서 올라선 흙길에서 만난 이정표는 보문산성에서 0.68km 왔고 시루봉은 0.35km 남았다고 한다(10:47). 이정표의 방향이 보문산성에서 시루봉으로 바뀐 것이다. 흙길의 산길은 이내 계단으로 이어지고 '현위치높이 408m'라 표기된 국가지점번호(다바 9300 1111) 안내판을 지나고 다시 계단을 올라서니 팔각정인 보문정이 반겨준다(10:55).

 

   보문정이 자리잡고 있는 이곳이 보문산(457m)의 정상인 시루봉이다. 사방으로 시원스럽게 트이는 조망처인 이곳에서 동쪽 대전천 건너편에 우뚝 솟아오른 식장산은 한눈에 들어오는데 보만식계의 마지막 산인 계족산(424m)을 찾아보지만 아직 미답이라 그런지 저 언저리 어디쯤이겠거니 하지만 확신이 서질 않는다. 지금 일하고 있는 현장에서 갑천 너머로 보이기에 찾아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저 마음뿐이었나 보다. 회색빛 구름이 덮인 하늘 아래 풍경을 둘러보면서 쉬었던 발걸음, 가야 할 길이 아직 멀기에 다시 움직인다(11:05).

 

   보문정 왼쪽의 계단길로 내려가 헬기장을 지나니 '대전광역시 기념물 제4호 보문사지'라 새겨진 안내문이 보인다(11:08). 그리고 만난 이정표에는 오도산까지 2.9km라 하는데 완만한 산길은 보문사지 갈림길을 지나 이사동 전망대를 만난다(11:18). 이사동 전망대에서 맞은편의 식장산과 다음에 보자고 눈인사 나누고 왔던 길로 몇 걸음 되돌아가 왼쪽으로 내려간다(11:21). 내리막길 초입에 서 있는 이정표가 오도산까지 2.1km 남았다고 알려준다. 경사진 통나무 계단길을 내려가 번호가 지워진 송전철탑을 지나니 자잘한 돌들이 깔린 임도로 내려선다(11:31). 보문정에 올라오기 전에 보았던 안내도에 행복숲길(순환)이라 표기된 길이다.

 

   계속해서 고도를 낮추는 산길은 도대체 얼마나 더 내려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154kV 신옥천-서대전 T/L 67번 송전철탑을 지나 내려선 안부에는 이사동과 구완동 버스종점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서 있는데 지금 내가 내려온 방향과 가야 할 방향의 산길은 '대전둘레산길 1구간'이라고 표기되어 있다(11:43). 안부로 떨어졌으니 다시 산길을 따라 올라서면 이사동 방향으로 내려갈 수 있는 삼거리 구릉인 259봉이다(11:50). 그런 후 오도산을 향해 다시 내려가 국가지점번호 '다바 9406 0920' 안내판이 있는 안부 사거리인 절고개를 만나고(11:53) 또 각목으로 이어지는 오르막 계단길은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의 구완터널 상단부를 지나 능선 삼거리에 이른다(12:08). 이정표에는 오도산 0.09km라고 되어 있지만 왼쪽으로 살짝 올라서면 돌탑이 있는데 이곳이 지형도 상 오도산(337m)이다(12:09).

 

   점심 때도 되었기에 오도산에서 간단히 준비해 온 과일과 떡으로 점심식사를 대신한다. 나무들로 가려져 조망은 답답하지만 흐린 날이라 하더라도 그늘진 곳이라 등에 흐르던 땀도 말릴 심사로 땅바닥에 털퍼덕 주저앉는다. 후덥지근한 날씨라 시원한 바람 한줄기만이라도 불어주면 좋으련만 하늘은 그럴 마음이 없나 보다. 점심을 먹느라 땅에 눌러앉은 엉덩짝은 일어나기가 귀찮지만 만인산까지 가려면 아직도 먼 길이기에 훌쩍 일어선다. 별로 꺼낸 것도 없으니 주변을 달리 정리할 필요가 없어 벗어 내려놓은 배낭을 다시 둘러메고 오도산에서 떠난다(12:28).

 

   일 분여 거리에서 만난 '시루봉 3.5km'라고 알려주는 이정표에 오도산이라 새겨진 팻말이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을 오도산이라 부르는 듯한데 지형도 상 오도산은 조금 전 작은 돌탑이 있는 곳이다(12:30). 대신 바위 능선 같은 이곳에서의 조망이 시원스럽게 트여 아마도 이곳을 오도산이라고 능선 삼거리의 이정표가 말했나 보다. 버스에서 내려 올라섰던 보만식계 산행의 시점인 보문산과 남쪽으로 한참을 에돌아가서 만나는 식장산을 살펴본 후 멈춘 발걸음을 다시금 이어간다(12:30).

 

   잠시 후 팔각정을 만나는데 현판에는 흘려 쓴 한자로 헛갈리지만 아마도 사한정(沙寒亭)이라 새겨진 것 같다(12:33). 먼저 자리를 잡은 객이 있어 사한정은 눈으로만 보고 오른쪽의 내리막길로 내려가 야트막한 둔덕같은 구릉에 이르니 왼쪽으로 소화동천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는데 시루봉에서 3.9km를 왔나 보다(12:39). 그리고 밋밋한 산길은 비파산성 갈림길이 있는 능선 구릉에 올라서서 오른쪽으로 또 다시 내려간다(12:42).

 

   내려가면 또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내려가는 것이 그다지 반갑지는 않지만 그 길이 가야 할 길이니까 걸어간다. 사한정 이후로 단 한 명의 산객도 보질 못했는데 그런 생각과 달리 많은 산객들이 다녔는지 산길은 뚜렷하다. 굵은 통나무로 만든 계단길이 끝나고 밋밋한 산길이 이어지는가 싶더만 '시루봉 5.7km' 팻말이 매달린 이정표가 서 있는 375봉에 도착한다(13:06). 오른쪽으로 무수동임도로 내려설 수 있는 삼거리로 두 개의 긴 나무 의자가 날도 더우니 쉬어 가라 유혹하지만 1.89km 남은 금동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비교적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길이 언제 또 요동칠까 생각하면서 걷다 보니 초고압 송전선로를 지나 잠시 후 아니나 다를까 또 다시 경사진 내리막길로 내려가라 한다. 짧은 내리막길이 끝나고 올라가는 산길에서 금동까지 1.16km 그리고 목달동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지나 올라서면 360능선 자락인데 목달동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와 함께 대전둘레산길 제1구간 종점인 금동고개 방향을 알려주는 안내판도 있다(13:23).

 

   직진하면 목달동이고 금동고개는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내려가라 해서 오룩스맵스의 오프라인 지형도를 보니 금동고개까지 대략 150여 미터의 고도를 떨어트려야 한다고 한다. 생각보다 가파른 경사길인 것도 모자라 계단길로 되어 있는 내리막길은 미끄러운 흙길로 변하는가 싶으면 다시 계단길이 나오고 내 의지와 관계없이 떠밀리다시피 안부까지 떨어지니 잠시 숨을 고르라고 하는 것인지 완만하게 올라가라 한다. 야트막한 오르막 산길 너머 나무들이 벌목되어 풀밭처럼 보이는 둔덕과 그 뒷편으로 보이는 산등성이로 길이 이어지나 보다. 그런 생각이 끝나기 전에 산길은 '여기는 동구입니다'라 쓰인 입간판을 지나 금동고개에 도착한다(13:40).

 

   금동고개는 대전광역시의 동구와 중구의 행정구역을 구분짓는 고갯마루이다. 보문산 시루봉(보문정)을 지나 만나는 이사동전망대부터 이곳 금동고개와 떡갈봉을 거쳐 말구리재와 만인산으로 갈라지는 지형도 상 410능선 구릉(만인산 2.6km 이정표 있는 능선 구릉)까지 대전광역시 중구와 동구의 행정경계를 걷게 된다. 그리고 410능선 구릉에서 안산을 지나 먹티고개로 내려서는 길은 대전광역시와 충청남도의 시도 경계이다. 보만식계 산줄기는 이후 만인산을 넘어 식장산 동쪽편의 574봉과 그 우측으로 있는 508봉으로 분기되는 520능선 안부까지 시도 경계를 따른다. 그리고 이곳에서 시도 경계를 버리고 왼쪽 식장산을 향해 527.4봉으로 올라 식장산을 거쳐 계족산으로 이어간다.

 

   왕복 2차로의 좁은 포장도로인 금동고개에서 도로 건너편 오른쪽으로 보이는 안내도 앞쪽의 산길로 올라간다(13:43). 산길 들머리의 초입에 있는 대전둘레산길 잇기 안내도에는 이곳이 1,2구간의 분기점이라고 되어 있다. 나 역시 만인산자연휴양림까지의 예정 거리 중 아마도 절반을 온 듯하다. 완만한 오름길에서 장척동 소나무 보호수(지정번호 6-1-21-6)를 만나는데 1991년 8월 1일 지정 당시 수령이 200년이라고 한다. 푸르른 녹음이 우거진 산길은 조금 전 금동고개로 내려서기 전에 보았던 풀밭같았던 구릉으로 올라선다(13:48). 묘들이 있는 야트막한 능선 자락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산꾼들의 발걸음이 뜸해진 것인지 무성한 수풀로 덮여 있다. 이곳부터 만인산까지는 10.2km라고 이정표가 알려주고 있다.

 

   누군가의 밭인지 길을 따라 녹색 그물망이 걸려 있고 송전탑 너머로 보이는 산줄기가 제법 높아만 보인다. 앞쪽으로 보이는 구릉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서 있는 이정표는 만인산까지 9.8km 남았다고 하는데 오르막길이 시작된다(13:54). 흙길의 산길은 또 계단길로 시작하는가 싶었지만 잠시 후 이동통신 기지국 장비가 있는 능선으로 올라선다(14:04). 이제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되고 한동안 산행을 멀리 했다고 체력은 바닥나기 시작하는 것인지 서서히 체력의 한계가 느껴진다.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멀기만 한데 벌써부터 이러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주체없이 흐르는 땀을 훔치며 올라가다 보니 수북한 낙엽에 파묻힌 468.4봉의 삼각점[금산 306]이 보이는데 삼각점 안내문이 없었다면 모르고 지나치기 쉽겠다(14:22).

 

   오룩스맵스의 지형도를 보니 떡갈봉의 해발 고도가 499.2m이므로 그나마 별로 널뛰기 없이 능선이 이어지려나 보다. 그래서인가 완만한 듯한 산길을 따라 걷고 또 걷다 보니 만인산까지는 8.2km, 떡갈봉까지는 0.8km 남았다는 이정표와 작은 돌탑 그리고 나무 의자가 있는 474.4봉에 도착한다(14:37). 배낭을 벗어 의자에 내려놓고 물 한모금 마시면서 잠시 쉰다고 한 것이 어느새 십 분이 지나간다. 마냥 머물 수 없기에 복장을 추수리고 얼마 남지 않은 떡갈봉을 향해 다시 움직인다(14:47).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산길은 내려섰다가 올라서는가 싶으면 다시 내려가라 한다. 높낮이의 차가 그리 크지도 않지만 힘겹게 느껴지는 것이 이런 상태로 만인산까지 갈 수 있을련지 내 자신 스스로 걱정된다. 점점 무거워지는 발걸음이지만 그래도 떡갈봉까지의 거리가 줄어들고 오르막길에서 두어 번 쉬면서 걷다 보니 널판지로 만든 평상 앞에 삼각점처럼 생긴 기준점이 매설된 떡갈봉을 만난다(15:02). 떡이 열리는 참나무가 있었다 하여 '떡갈봉'이라 불린다는 전설이 있다는 해설판을 사진에 담고서 안산을 향한 발걸음을 이어간다(15:05).

 

   산길은 완만한 능선을 따라 이어지면서 녹색 철망 앞에 삼각점[금산 418]이 매설된 490.5봉을 만나는데 철망 안의 시설물은 산불 조기 발견을 위한 무인 산불감시 시스템이다(15:15~15:18). 삼각점을 뒤로하고 걸어가는 산길은 기복이 별로 없는가 싶었지만 다시금 경사진 길을 내려가 청소년수련관으로 분기되는 390능선 상의 삼거리 안부에 이른다(15:27). 다시 올라섰다가 내려서고 또 올라서서 내려가는 널뛰기 산길의 안부에는 오른쪽으로 어남동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 있는데 340능선 안부로 추정된다(15:44). 눈앞의 능선을 직등하지 못하고 오른쪽으로 우회하면서 올라가면 널판지 평상이 있는 436.9봉인데 이정표의 기둥에는 해발 433m라고 새겨져 있다(15:57).

 

   물 한모금 마시고 평상에 바로 누워버린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주어도 좋으련만 어디로 숨었는지 찾을 수 없는 평상에서 누웠지만 만인산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에 무거운 몸을 일으킨 후 시간을 확인해 보니 십 분이 흘렀다. 이제 식수는 얼마 남질 않았고 체력은 거의 바닥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만인산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직은 걸을 수 있기에 안산을 지나면서 다시 생각하기로 하고 멈춘 발걸음을 옮긴다(16:09).

 

   오늘 산행 전 찾아보았던 어느 누군가의 블로그에 작성된 글이 생각난다. 거리도 짧으니 만만하게 생각하고 산행하였다가 찐빵처럼 오르내리는 산길에 호되게 고생했다는 그 산꾼의 심정을 이제야 알겠다. 또 다시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가 만나는 안부, 이제는 내리막길이 싫어진다(16:16). 산등성이의 좌사면으로 이어지면서 올라가는 산길은 다시 능선 마루에 올라서서 379.2봉의 능선 구릉에 이른다(16:31).

 

   이곳에서 오룩스맵스를 켜고 가야 할 방향을 확인했어야 하는데 그냥 눈에 띄는 직진하는 길을 따라 내려간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직감상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껴 확인해 보니 역시나 엉뚱한 방향인 하소동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헛걸음한 길을 다시 올라간다는 것처럼 힘들게 하는 것이 없는데 별수 없으니 원점으로 올라가다가 좌사면으로 우회한다. 다시 왼쪽으로 내려가는 산줄기 방향으로 짧은 걸음을 하였다가 조금 더 능선을 우회하니 379.2봉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났다(16:48). 그리고 삼 분 정도 내려가 만난 310능선 안부에는 왼쪽으로 용궁사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 있다(16:51).

 

   갈 길은 멀기만 하고 체력은 바닥으로 치닫는데 헛걸음하면서 소진된 기력에 한숨만 나온다. 하지만 다음에 무박 산행할 때를 대비해서 액땜했다고 생각하니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된다. 다시 짧게 올랐다가 살짝 내려선 후 또 올라가기를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별 특징없는 382.2봉을 지나 안부로 내려선다. 잠시 한숨을 돌리고 올라가는 길, 이미 체력이 고갈된 것인지 그닥 힘들지 않을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걸음이 서너 번 멈춘다. 칠십여 미터의 고도를 올리기가 이렇게 벅차다는 것에 내 자신 스스로 한심해진다. 그래도 걸을 수 있기에 힘들게 도착한 410능선 구릉에 서 있는 이정표에는 만인산까지 2.6km나 더 남았다고 한다(17:16).

 

   조금 남은 마지막 식수를 털어내는 짧은 시간에 안산을 지나 내려가면 만나는 도로에서 오늘 산행을 끝내기로 결정한다. 만인산을 오르지 못하는 아쉬움 보다는 내 체력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스스로 위안하면서 왼쪽으로 내려간다. 그렇게 생각해서 그렇겠지만 완만한 산길이라 그리 힘들다는 생각없이 도착한 안산에서 만인산을 찾아볼 생각도 못했다(17:27). 아니 만인산 자체를 잊어버렸다고 하는 것이 알맞은 표현이겠다.

 

   이제 지금부터 도로 고갯마루까지는 제법 내려가야 하는 산길이리라. 지형도의 등고선 간격이 넓은데도 불구하고 조금 가파르게 느껴지는 내리막길을 따라 칠 분여 내려가니 갈림길이 나온다(17:34). 오른쪽 내리막길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표지기를 못 보았다면 왼쪽의 직진하는 오르막길로 진행하지 않았을까 생각든다. 휴대폰의 오프라인 지형도를 다시 보니 이곳부터 등고선 간격이 좁은데 도대체 얼마나 급하게 내려가려나. 지형도에 표현된 것처럼 역시나 급한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겨 먹티고개에 내려선다(산행할 당시에는 이곳의 지명을 몰랐지만 집으로 귀가한 후 카카오맵으로 확인해 보니 '만인산 먹티고개'로 표기되어 있다. 17:41). 먹티고개의 이정표에는 만인산 1.5km, 금동고개 8.9km라고 표기되어 있다.

 

   고갯마루의 풍경을 휴대폰의 사진기로 촬영한 후 다시 지도를 보고 어느쪽 길로 내려가야 할지 살펴본다. 아무래도 산행 전 검색했던 추부터널 방향으로 내려가는 것이 시내버스를 이용하기에 수월하겠다고 판단이 된다. 이곳부터 얼마나 내려가야 시내버스 정류장을 만날 수 있을련지 모르겠지만 왼쪽으로 내려간다(17:44). 일이십 미터 정도 내려가니 오른쪽으로 만인산 등산로 입구가 나오지만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를 따라 걷고 또 걷는다. 십여 분 이상 걸어서 내려가다가 신내낚시터를 지나니 잠시 후 먹티교가 나오고 그 앞쪽으로 버스 정류장이 있다(18:01).

 

   이곳은 가목정마을 버스 정류장으로 정상적으로 산행을 하였다면 만인산에서 태조대왕태실을 지나 만인산자연휴양림으로 내려와 산행을 종료하고 501번 시내버스를 타려고 생각했던 만인산휴양림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오는 길목에 있는 것이다. 먹티교를 건널 때 501번 시내버스가 지났는데 카카오버스 앱으로 다음 버스를 검색해 보니 이십여 분 후에 도착한다고 한다. 땀에 젖은 상의를 갈아입고 주변을 살펴보다가 도착한 501번 시내버스에 승차하여 복합터미널에서 802번으로 환승하여 전민동 집에 도착하니 어느새 어스름한 밤이 되었다.

 

   보만식계, 보문산에서 시작해서 계족산까지 이어지는 산길로 58km 내외의 산줄기 산행이다. 무박으로 진행해야 하는 관계로 미답지의 산길을 야밤에 걷다가는 대형사고 치기 쉽다는 생각이 들어 두 구간으로 나누어 사전 답사를 하고서 걸을려고 계획잡았다. 그 첫 번째로 보문산에서 만인산 구간을 걸은 후 두 번째는 식장산을 넘어 계족산에서 마무리 하려고 하였다. 그런 다음 무박으로 두 구간을 연결해서 산행하려 했는데 마음과 달리 따라주질 못하는 체력은 생각도 못하고 시작한 첫 구간, 그나마 그것도 예정했던 만인산을 눈앞에 두고서 내려와야만 했던 산행이었다. 이제 별수 없이 세 구간으로 나누어 사전 답사해야 되지만 산행을 멀리 했던 그간의 공백을 어떻게 채워야 할려나. 남은 구간을 근시일 내에 답사하고서 무박으로 이어가는 행복한 꿈을 꾸면서 몸은 힘들었을지언정 마음만은 행복했던 1구간의 산행을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