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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산행

[2022-04-30] 축령산→서리산 : 봄이 떠나는 길은 정체 중이나 보다

축령산→서리산 : 봄이 떠나는 길은 정체 중이나 보다

 

[산행 일시]  2022. 04. 30(토) 11:21~16:55(5시간 34분 // 산행시간 : 0시간 00분 / 휴식시간 : 0시간 00분)

[날       씨]  흐림

[산행 인원]  김창주, 조한근, 성봉현

[접       근]  신내동 → 구리역/구리역 → 축령산자연휴양림(제3주차장) : 시내버스/자차(김창주)

[이       탈]  축령산자연휴양림(제3주차장) → 구리 : 자차(김창주)

[산행 시간]  축령산자연휴양림(제3주차장, 11:21) → 이정표(↑축령산 정상 1.99km, 11:51) → 수리바위(12:08)

                  → 능선삼거리(12:24) → 남이바위(12:49~00:00) → 축령산(13:54~13:58) → 절골(14:21) → 서리산(15:20)

                  → 전망대(15:31~00:00) → 철쭉동산(15:52) → 이정표(관리사무실 0.2km) 삼거리(16:41)

                  → 관리사무소(16:50) → 제3주차장(16:55)

[산행 지도]  1:50,000 일동,양수(국토지리정보원 1:25,000 2013년 온맵 편집), 축령산자연휴양림 등산 안내도

[구글 어스]

2022-04-30_축령산-서리산.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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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기록]

   금년부터 시작된 지방 생활로 생체 리듬이 흐트러진 것인지 이제는 산에 가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대전과 서울을 오가는 여정 때문에 온전한 하루를 쓸 수 있는 것은 토요일 하루 뿐이다. 사 월의 마지막 토요일, 오늘은 한근과 함께 하는 서울둘레길의 계획을 바꾸어 축령산에서 서리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걷기로 하고 구리에서 창주를 만나 자차로 축령산자연휴양림으로 향한다. 구리에서는 별 막힘없이 출발하였지만 마석에서의 지정체로 축령산자연휴양림에 도착하니 예상보다 다소 늦은 시간에 도착하였다. 그래서인가 제1주차장은 만차라 도로를 따라 올라간 제3주차장의 도로 한편에 주차를 하니 어느새 11시가 훌쩍 넘어 버렸다.

 

   산행 준비를 하고 생각쉼터 화장실을 지나 만나는 돌길의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우측 능선길로 올라선다. 수리바위능선이라 이름 붙은 이 능선길은 등산 안내도의 일주코스(8.7km, 4시간 30분 ~ 5시간 30분)라 부르는 능선길이다. 봄이 아직 떠나질 않은 것인지 연한 초록의 이파리들로 치장한 나무들을 보면서 설렁설렁 한 걸음 한 걸음씩 내딛는다.

 

   축령산 정상까지는 1.99km 남았고 수리바위는 0.32km 반면 제1주차장에서는 0.75km 걸어왔다는 이정표를 지난다. 십여 분 후 만난 수리바위, 멀리서 보면 독수리 머리 모양이라고 하여 수리바위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하며 중생대 화강암으로 약 1억 5천년에서 2억년 사이 마그마가 지하 깊은 곳에서 천천히 식어져 만들어진 암석이라고 한다. 그런데 내 눈에는 물개가 연상되는데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의 조망이 시원스러운 것에 만족할 뿐이다.

 

   짧은 시간동안 눈을 즐겁게 하였으니 이제는 남이바위로 향하는 발걸음은 왼쪽 홍구세굴에서 올라오는 능선과 만나는 능선삼거리를 지난다. 남이바위로 향하는 산길이 무언가 변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도착한 남이바위, 앞쪽으로 높은 산이 없어 이곳 역시 조망이 좋지만 오늘 회색빛 구름에 덮인 하늘빛으로 원거리 조망은 먹물을 흩뿌린 듯 수묵화를 그리고 있다. 늦게 출발한 산행이었지만 배낭을 벗고 잠시 쉬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십여 분 이상의 시간이 흐른 듯하다. 머물렀던 자리를 정리하고 아직도 모습을 숨기고 있는 축령산 정상을 향해 멈추었던 발걸음을 다시 옮긴다.

 

   축령산을 언제 왔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정상으로 향하는 산길의 경로가 살짝 옆으로 우회하는 등 일부분 바뀐 것 같다. 하지만 고만고만한 산길에서 보는 노랑제비꽃과 눈맞춤하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싱그러운 연초록의 이파리들이 보인다. 그렇게 바쁠 것이 없는 발걸음임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축령산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을 만난다. 계단으로 올라서니 잿빛 하늘 아래 만개한 진달래 꽃이 수고했다고 반겨주는 축령산 정상이다. 오늘은 등산객들이 별로 없는 것인지 정상에는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다. 흐릿한 원경을 그리는 산줄기들을 스르륵 훑어보고 앞쪽으로 보이는 서리산을 향해 내려간다.

 

   이제 임도가 있는 헬기장사거리까지 다소 경사진 내리막길로 이어지는 길이므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긴다. 계단을 내려가 만나는 흙길이 완만해지는가 싶으면 절골인데 왼쪽은 남양주시 축령산자연휴양림, 오른쪽은 가평군 잣향기푸른숲이라 적힌 이정표가 있다. 그러고 보니 지금 걷는 이 능선이 남양주시와 가평군의 행정구역 경계선인 것이다.

 

   완만해진 능선을 따라 나지막한 구릉 능선을 넘어 헬기장사거리 임도를 지나고 부드러운 흙길의 감촉을 느끼면서 걷는다. 그런만큼 발걸음이 가벼우니 서리산으로 가는 산길이 즐겁기만 하다. 다만 하늘이 맑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건 우리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까 그러려니 하면서 계단길을 올라간다. 하나둘 올라가는 계단이 끝나고 뒤돌아보니 바람에 태극기가 흔들리던 게양대가 있는 축령산의 정상부가 꽤나 멀게 보인다. 잠시 멈춘 발걸음을 다시 움직여 펑퍼짐한 서리산의 정상에 이르는데 "서리산은 북서쪽이 급경사로 이루어져 서리가 내려도 쉽게 녹지 않아 늘 서리가 있는 것처럼 보여 서리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라 적힌 '서리산의 유래' 안내판이 보인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떠밀려 서리산에서 살며시 내려가 도착한 전망대에는 두 명의 산꾼이 머물다가 떠나려고 한다. 바람을 피해 전망대 한편에 자리를 잡고 자켓을 덧입고서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허기를 달랜 후 서리산 정상 방향으로 보았지만 아직 시기상조이나 보다. 철쭉이 만개할 때 이곳에서 서리산 정상 방향으로 한반도 모양의 철쭉밭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최소한 일주일 정도 더 지나야 할 것 같다. 아마도 봄이 떠나는 길이 정체가 된 것인지 철쭉이 수줍은 듯 듬성듬성 피었을 뿐이다.

 

   아쉬움을 떨치고 지척에 있는 철쭉동산과 화채봉삼거리를 지나 관리사무소 방향으로 내려가는데 흑염소 세 마리와 만난다. 우리와 마주쳤지만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사람 손에 길들여진 것 같은데 방목된 것인지 아니면 울타리를 탈출하여 이곳까지 올라왔는지는 모르겠다. 여유롭게 어린 이파리들을 뜯어먹는 흑염소들을 뒤로하고 우리는 하산길을 이어간다.

 

   계절이 바뀌어도 썩지 않는 낙엽들에 덮인 하산길, 축령산 정상으로 올라갈 때처럼 경사진 내리막의 숲길이다. 더불어 살랑살랑 흩뿌리는 빗방울은 우리보고 더 빨리 걸으라 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그냥 설렁설렁 내려간다. 그닥 높지 않은 서리산(832m)이지만 고도가 낮아짐에 따라 비구름에서 멀어지는 것인지 비가 그친 산길이 일순 조망이 트인다. 왼쪽 계곡능선 위로 우리가 출발했던 제3주차장이 보이는 것이 이제 다 내려온 듯하다.

 

   마지막까지 조심스럽게 내려가라는 듯 안전로프가 설치된 흙길을 조심스레 내려가 만난 잣나무가 무성한 안부같은 삼거리에는 직진하는 길은 관리사무실까지 0.56km이고 왼쪽으로 내려가면 0.20km라고 적혀 있는 이정표가 서 있다. 왼쪽 내리막길로 조금만 내려가면 이내 관리사무소가 나온다. 관리사무소 앞의 제1목교를 건너 산책로같은 길을 올라가 제1주차장으로 향하는 도로를 만나지만 계속해서 산길을 따라 아침에 주차하였던 제3주차장에 도착하니 그사이 주차된 차들이 빠져나가 한가롭기만 하다.

 

   서울둘레길을 걸을려고 하다가 하루 전날 바뀐 축령산에서 서리산으로 이어가는 산행, 서울둘레길마냥 여유로웠다. 산행 기록에 신경쓰지 않고 봄나들이처럼 걸었던 산행이었지만 서리산 철쭉은 시기적으로 일렀는지 드문드문 피었고 하늘은 흐렸어도 오랜만에 걸은 산길이라 그런지 아쉬움은 별로 없다. 더불어 친구들과 함께 걸어서 즐거웠던 축령산~서리산 산행이 끝났으니 이제 집으로 가기 위해 제3주차장에서 출발한다. 아침에는 빈 자리가 없던 제1주차장에 듬성듬성 자리잡고 있는 차들을 보면서 내려가 매표소를 통과하여 구리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