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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의 이야기

[2018-04-13] 말레이시아 키나발루산(MT. KINABALU) - 거대한 화강암 반석 위로 솟아오른 바위 봉우리

말레이시아 키나발루산(MT. KINABALU) - 거대한 화강암 반석 위로 솟아오른 바위 봉우리

 

[산행 일시]  2018.04.13(금) 09:40 ~ 04.14(토) 12:27

[날       씨]  흐림 / 우리나라의 초가을 같은 날씨

[산행 인원]  김창주∙두점민, 조한근, 성봉현

                  [현지 가이드] Gana Borneo사 김민성(리키), [현지인 산악 가이드] Francis

[출       국]  인천공항(19:10) →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공항(23:35, 말레이시아 현지시간, 한국과의 시차 +1시간)

[입       국]  코타키나발루공항(00.30, 말레이시아 현지시간) → 인천공항(06:50, 한국 시간)

[항  공  편]  제주항공 / 출국 '7C 2501', 입국 '7C 2502'

[숙       박]  헤리티지 로지(Mount Kinabalu Heritage Resort & Spa) / 라반라타 산장(Laban Rata Resthouse)

[들머리 접근]  코타키나발루공항 → 헤리티지 로지 → 키나발루공원 관리사무소 : 여행사 전용버스

                                                                            관리사무소 → 팀폰 게이트 : 공원 관리사무소측 셔틀버스

[날머리 이탈]  팀폰 게이트 → 키나발루공원 관리사무소 : 공원 관리사무소측 셔틀버스

                                           관리사무소 → 코타키나발루 프로메나드 호텔(Promenade Hotel) : 여행사 전용버스

 

[산행 1일차]

* 팀폰 게이트 → 라반라타 산장(09:40~16:50(7시간 10분) // 산행시간 : 5시간 44분 / 휴식시간 : 1시간 26분)

Timpohon Gate(1,866m 09:40) → Pondok Kandis(1,981m 10:08~10:20) → Pondok Ubah(2,081m 10:34~10:39)

→ Pondok Lowii(2,267m 11:10~11:15) → Pondok Mempening(2,515m 12:02~12:12)

→ Pondok Layang Layang(2,702m 13:00~13:30) → Pondok Villosa(2,960m 14:55~15:05)

→ Pondok Paka(3,080m 15:41~15:46) → Laban Rata Resthouse(3,273m 16:50)

 

[산행 2일차]

* 라반라타 산장 → 키나발루산 → 라반라타 산장 → 팀폰 게이트(02:43~12:27(9시간 44분))

                                                                                          (산행시간 : 7시간 59분 / 휴식시간 : 1시간 45분)

Laban Rata Resthouse(3,273m 02:43) → 전망대(03:48) → Sayat Sayat Hut(Check Point 3,668m 04:30~04:35)

→ 8.0km 지점(3,929m 05:43) → Low's Peak(Mt. Kinabalu 4,095.2m 06:35~06:52) → Sayat Sayat Hut(07:56~08:02)

→ Laban Rata Resthouse(3,273m 08:59~09:49) → Pondok Layang Layang(2,702m 10:43~10:50)

→ Pondok Ubah(2,081m 11:50~11:57) → Timpohon Gate(1,866m 12:27)

 

[키나발루산 트레킹 개념도]

 

[구글 어스 및 지도]  2018-04-13_MT. KINABALU.gpx

 

[산행기록]

* 산행 1일차 : 팀폰 게이트(Timpohon Gate, 1,866m) → 라반라타 산장(Laban Rata Resthouse, 3,273m)

   금년 1월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덕유산 산행이 끝나고 동남아 최고봉인 말레이시아의 키나발루산 트레킹이 회자되었던 것이 2월이었던가 … 창주가 서너 개의 여행사를 저울질하다가 '(주)산이좋은사람들(http://www.sanlove.co.kr)'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났고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 되었다. 전날 미리 챙겨두었던 여행용 가방을 들고 망우역에서 공항 리무진버스로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먼저 와 있던 한근과 만난다. 그리고 잠실에서 출발한 공항버스가 제2여객터미널부터 경유하는 바람에 조금 늦어진다는 창주 부부도 도착하는데 탁송 수하물 무게로 한바탕 난리를 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수하물을 탁송하는 것까지 마치고 나니 이제 인천공항에서 보르네오섬에 있는 코나키나발루로 이동할 제주항공 비행기에 탑승하는 것만 남았다.

 

   출국 보안수속을 마치고 코타키나발루로 직항하는 제주항공 '7C 2501' 비행기에 탑승하는데 3좌석 2열 형태의 작은 비행기다. 오후 7시 10분, 탑승구와 분리된 비행기가 활주로로 이동하고서도 한참을 움직였다고 생각들 즈음 굉음과 함께 동체가 들리는 것을 느낀다. 어두운 하늘 위로 솟아올라 정상적인 고도에 이르니 오늘 승객 중 5명만이 기내식을 신창하였다고 말해 준 승무원이 기내식을 챙겨준다. 불고기 덮밥으로 식사를 마친 후 졸다깨다를 반복하기를 몇 번이나 하였을까, 코타키나발루공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현지 시간으로 23시 35분을 가리키고 있으니 대략 다섯 시간 정도 소요되어 도착한 코타키나발루공항은 한밤중이다.

 

   코타키나발루 국제공항이 작은 것인지 몇 걸음 걷지 않고서 입국 심사장에 도착하는데 먼저 도착한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대여섯 개의 입국 심사대 앞쪽으로 길게 늘어선 줄 중 중간줄에 합류하여 순서를 기다리는데 근무자가 비숙련자인지 우리 줄만 하세월이다. 삼십여 명의 끄트머리에서 기다린 입국 심사는 인내심을 요구하면서 근 한 시간이 지나서야 마칠 수가 있었으니 말레이시아의 첫 인상은 불쾌하게 시작되었다. 그렇게 입국 심사가 끝나고 수하물 찾는 곳에 도착하니 딸랑 5개만 남은 여행용 가방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공항 직원으로부터 한근과 내 여행용 가방을 건네받고 대합실을 나가니 현지 한국인 가이드(가나 보르네오사 김민성(리키))와 창주가 한참을 기다렸다고 한다.

 

   차량 통행이 우리나라와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는지 차량 출입문이 좌측편에 있는 9인승 정도 되는 크기의 미니버스에 승차하여 오늘 숙소를 향해 달려간다. 가이드 왈 두어 시간 가야 한다는 말에 어두운 밤이라 보이는 것도 없으니 눈을 감아 보지만 잠은 그리 쉬이 오지를 않는다. 반면 타이어를 통해 느껴지는 도로의 노면 상태 때문에 그나마 쪽잠마저 멀어지지만 순간순간 어설프게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니 어느새 숙소가 지척이나 보다.

 

   빛이라고는 헤리티지 로지라 알고 있는 헤리티지 리조트(Mount Kinabalu Heritafe Resort & Spa)의 불빛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곳에 도착한 차에서 내린다. 가이드의 체크인 수속이 끝나고 배정받은 객실을 향해 계단으로 올라 차도를 횡단하는 줄에 묶여 있는 나무다리를 건너 별채같은 느낌의 객실에 도착, 오늘 아침의 산행 복장을 준비하고서 불필요한 짐들은 여행용 가방에 챙겨넣은 후 소주 한잔으로 인천공항에서 이곳까지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서너 시간의 짧은 잠이었지만 깊은 수면을 취했던 것인지 개운한 상태로 맞이한 아침 공기를 느끼면서 키나발루산을 바라보니 옆구리 능선만 보일 뿐이다. 간단히 세면을 하고 여행용 가방을 챙겨 들고서 본관으로 건너가 아침을 먹는데 음식들이 생각했던 것과 달리 먹을만 하다. 그렇게 아침 식사를 끝내고 건물 밖으로 나와 있으니 가이드가 같이 가자고 하여 호텔을 끼고 조금 걸어가니 키나발루산이 전체적으로 보이는 전망대가 나온다. 뭉게구름을 허리춤에 걸치고 있는 키나발루산의 아름다운 자태가 매혹적으로 다가선다. 맑은 날의 키나발루산을 보기가 힘들다고 하던데 그 모습을 직접 보니 빨리 가 보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헤리티지 로지(Heritafe Lodge)에서 전용버스에 승차하여 구불구불한 도로를 십여 분 이상 달려서 도착한 키나발루공원 관리사무소, 여러 대의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고 아울러 산꾼들로 보이는 객들과 현지인 산악 가이드인 듯한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우리의 현지 가이드를 따라 탐방객 센터에서 입산 신고서를 작성하고 잠시 기다렸다가 이름과 입산 일자가 적힌 ID 카드를 가이드로부터 받는다. 그리고는 우리가 타고 온 버스와 비슷한 공원측 셔틀버스로 환승하여 팀폰 게이트(Timpohon Gate)까지 이동하는데 십여 분이 소요된 듯하다.

 

   이곳 팀폰 게이트에서 출발하여 내일 다시 이곳으로 내려올 때까지 우리를 안내해 줄 현지인 산악 가이드 프랜시스( Francis)를 소개받고 우리의 한국인 가이드인 김민성씨는 팀폰 게이트에서 헤어진 후 내일 만나기로 한다.

(산행 인원이 7명 이상일 경우 한국인 가이드가 동행하지만 우리팀은 4명이라 트레킹 옵션에 이렇게 진행하기로 되어 있다. 또한 키나발루 산행시 전에는 산행인원 8인에 현지인 산악 가이드가 1인씩 배정되었지만 지금은 4인에 1인씩 배정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팀폰 게이트(Timpohon Gate)에서 이름과 입산 일자가 적힌 ID 카드로 입산 확인을 한 후 계단을 내려감으로써 키나발루산의 등산이 시작된다(09:40). 첫날인 오늘은 이곳 팀폰 게이트의 해발고도가 1,866m이고 숙소인 라반라타 산장(Laban Rata Resthouse)의 높이가 3,273m이므로 1,407m의 고도 차가 있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고 현지인 산악 가이드인 프랜시스가 뒤에서 따라오는 형태를 유지하면서 카슨폭포(Carson Fall)를 지나는데 그리 크지 않은 폭포이다(09:44). 돌이 섞인 흙길은 6km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라반라타 산장(Laban Rata Resthouse)까지 계속 오르막을 유지하면서 진행된다고 한다. 고소 적응을 위해 가급적 천천히 걷기로 한 발걸음은 어느새 0.5km(1935m) 지점을 통과한다(09:51).

 

   여름 바지에 봄∙가을용 얄팍한 긴팔 집티를 입었지만 산행하는데는 그다지 춥지도 덥지도 않은 것이 이곳이 열대지역이 맞나 싶다. 열대우림 사이로 오르는 산길은 곳곳에 계단으로 정비되어 있고 습기가 많은 것인지 이끼와 함께 산행한다고 표현해도 될 듯 하다. 공원 관리사무소에서는 맑았던 하늘이었지만 지금은 안개구름이 몰려들어 하늘색이 회색으로 변했는데 다행히 스콜성 소나기는 아직 안 만났다.

 

   긴 계단길이 끝나면 첫 번째 쉼터인 캔디스 쉼터(Pondok Kandis, 1,981m)가 나오는데 사각형 양철 지붕의 쉼터로 수세식 화장실과 커다란 물탱크가 있다(10:08). 물탱크는 식수가 아닌 화장실용으로 사용되는 것 같고 쓰레기통도 보인다. 잠깐 쉰다는 것이 십여 분을 넘어서고 휴식을 끝내고 라반라타 산장을 향해 발걸음을 다시 시작한다(10:20).

 

   잠시 후 1.0km 지점의 안내판을 지나는데 해발 고도 2,039m라고 하니 드디어 2,000m를 넘어 고소가 느껴지는 높이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10:21). 평지가 나오는가 싶으면 여지없이 계단길이 나타나는 산길, 앞에 가는 현지인은 포터인지 여러 개의 배낭을 짊어지고서도 수월하게 오르는 듯 하다. 한국인 가이드 김민성씨에 의하면 kg당 미화 5달러씩 받고 등산객의 배낭을 대신 매고서 올라간 후 하산시까지 동행한다고 한다.

 

   우리의 걸음 속도가 빠른 것인지 다른 팀들을 추월하면서 도착한 두 번째 쉼터 우바 쉼터(Pondok Ubah, 2,081m)는 육각지붕과 사각지붕의 쉼터가 있다(10:34). 육각지붕 쉼터에 붙어 있는 팻말에 이곳의 해발 고도는 2,081.4m, 750m 떨어진 곳의 로위 쉼터는 2,267.4m, 441m 아랫편의 캔디스 쉼터는 1,981.7m라고 적혀 있다. 오 분간의 짧은 휴식을 마치고 우바 쉼터를 떠나 로위 쉼터로 향한다(10:39).

 

   말레이시아 현지인 듯한 산객들과 어울려 오르는 산길에 30리터 정도 되는 크기의 경유통을 들고 내려오는 현지인들을 만나는데 어디서 내려오는 것일까. 짙은 수목을 벗어나 하늘이 보이는 곳에 이르니 산을 뒤덮은 구름이 캄보롱고 휴대폰 기지국(Kamborongoh Telekom Station)의 철탑에 걸려 있다.

 

   캔디스 쉼터를 지나 등산로 옆에서 줄곳 따라오고 있는 특고압 전력 케이블과 통신용 케이블을 PVC 파이프에 넣어 포설하려는 것인지 자재들과 함께 등산로 아래편에 맨홀을 만드는 현지인들이 보인다. 2.0km(2,252m) 안내판과 함께 응급구조용 헬기장 방향 안내판(N 06˚ 02' 29.5" / E 116˚ 32' 50.0")이 서 있는 곳을 지나고(11:00) 조금 더 올라가니 세 번째 쉼터인 로위 쉼터(Pondok Lowii, 2,267m)가 나오는데 캔디스 쉼터와 우바 쉼터랑 같은 판박이 사각형 지붕의 쉼터다(11:10~11:15).

 

   지금 걷고 있는 이 등로의 이름을 말해주는 것인지 'SUMMIT TRAIL'이라 쓰인 작은 팻말이 서 있는 곳을 지나 2.5km(2,350m) 지점 안내판을 만난다(11:23). 하늘은 여전히 구름에 가려져 있고 3.0km(2,455m) 지점을 통과하여(11:44) 네 번째 쉼터인 멤페닝 쉼터(Pondok Mempening, 2,515m)에 도착한다(12:02). 전날 팀폰 게이트를 출발하여 오늘 키나발루산 정상인 로우봉에 오른 후 하산을 하는 듯한 서양인들 한 팀이 비워준 쉼터에서 배낭을 벗고 쉬고 있으려니 우리나라 등산객들이 우루루 내려오고 있어 말을 붙여 보니 혜초여행사 팀이다. 내려가는 그들을 보면서 사진기로 촬영한 사진을 확인하다 보니 사진의 시간이 잘못된 것을 확인했는데 시차 보정이 되질 않은 것이다. 시간을 재설정한 후 휴식을 끝내고 점심을 먹기로 약속된 라양라양 쉼터를 향해 다시 출발한다(12:12).

 

   산행 전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검색했을 때 이맘때 쯤이면 스콜성 소나기가 한바탕 내린다고 하던데 오늘은 구름만 낄 뿐이고 멀쩡하다. 그래서인가 옅은 구름이 만드는 습기 때문에 산길 바닥의 돌들에는 물기가 느껴지고 하늘을 가리는 열대우림이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대나무가 시야를 가리는 곳에 서 있는 3.5km(2,634m) 지점 안내판을 지나면(12:34) 위험지역이니 빨리 통과하라는 안내판을 볼 수가 있는데 무엇 때문에 위험한 것인지 알 수가 없는 곳이다(12:36).

 

   팀폰 게이트 방향으로 67m 떨어진 곳에 응급구조용 라양라양 헬기장이 있다는 안내판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다섯 번째 쉼터인 라양라양 쉼터(Layang Layang, 2,702m)인데 바로 옆에는 공원 관계자들의 막사인지 출입구에 'STAFF onLY'라 적힌 팻말이 보인다(13:00).

 

   헤리티지 로지에서 받았던 점심용 도시락을 꺼내 펼쳐 보니 계란 프라이를 올려놓은 밥과 콩자반 그리고 김치와 작은 사과 한 개가 들어 있다. 찰기가 없어 바람이 불면 날아갈 듯한 쌀에 적응하지 못해 절반 정도만 먹고 점심 식사를 마무리한다. 여러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쉼터가 한가해졌다는 것을 느끼면서 우리도 2km정도 남은 거리의 라반라타 산장을 향해 후반전 발걸음을 시작한다(13:30).

 

   회색빛 구름으로 덮인 하늘을 보면서 몇 걸음이나 걸었을까 4.0km(2,745m) 지점 안내판이 나오고(13:33) 잠시 후 우측으로 폐쇄된 등산로가 보인다(13:36). 바로 위에 있는 표지판을 보니 메실라우 리조트(Mesilau Nature Resort)까지 6.0km라고 표기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메실라우 게이트에서 오는 길이나 보다.

 

   팀폰 게이트에서 라반라타 산장까지 오르는 등로는 계단의 연속이다. 돌계단을 오르다가 등로 우측편에 피어 있는 식충 식물인 네펜데스(Nepenthes)를 발견하여 걸음을 멈춘 채 사진을 찍고서 발걸음을 옮기는데 몸 상태가 많이 불편한 것인지 보행 속도가 점점 늦어지는 두점민 씨의 속도에 맞추어 천천히 걷는다. 소나기 대신 시야를 가리는 구름 속으로 걸어가는 오름길에서 십여 분을 쉬었다가 다시 올라가니 4.5km(2,898m) 지점 안내판이 나온다(14:28).

 

   고소 적응을 위해 천천히 걸으라 했지만 내 신체 리듬에 관계없이 가다 쉬다를 반복하다 보니 나 역시 몸에 이상신호가 느껴져 2016년 11월 대만 옥산에 오를 때 경험했던 고산 증상이 떠오른다. 진통제인 타이레놀을 복용하고서 등로 상에 물이 고일 정도로 짙어진 구름으로 덮인 길을 따라 오르고 또 오른다.

 

   특고압 전력 케이블이 머리 위로 넘어가는 곳을 지나면 잠시 시야가 트이는 곳이 나와 뒤돌아서서 지나온 길을 바라보니 구름이 구릉을 감싸고 있다. 잠시 후 해발 고도 2,960m에 자리잡은 여섯 번째 쉼터인 빌로사 쉼터(Pondok Villosa, 2,960m)에 도착하니 두 명의 현지인만 있을 뿐 한적한 분위기다(14:55).

 

   십여 분을 쉬었다가 일어나서 라반라타 산장으로 향한다(15:05). 5.0km(3,001m) 지점을 지나면 시야를 가로막는 큰 나무들이 없어 시야가 트이는 곳이 나오는데 햇빛이 보이는가 싶으면 이내 구름으로 덮이기를 반복하는 날씨, 키나발루산의 날씨는 이런 것이라고 말이라도 하는 것 같다. 잠시 후 '700M TO PL'이라고 적힌 표지목이 보이는 것이 당시에는 라반라타 산장까지의 거리를 표시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변전소까지의 거리를 말하는 것이었다(15:25). 이어 '600M TO PL' 표지목을 지나 만나는 일곱 번째 쉼터인 파카 쉼터(Pondoj Paka, 3,080m)는 지금까지와 달리 화장실이 없는 육각형 지붕의 쉼터이다(15:41).

 

   오 분여 짧은 휴식을 취하고 얼마 남지 않은 라반라타 산장을 향해 오르면서 특이한 나뭇잎을 보는데 물혹이 생긴 것처럼 볼록하게 부풀은 저 상태는 무엇일까. 또한 고란초 씨앗이 붙어 있는 것처럼 물혹이 일정한 간격으로 부풀어 오른 것 같은 길다란 잎사귀도 신기하기만 하다.

 

   고도가 많이 높아졌다는 것을 주변의 식생으로 느끼면서 오르는 산길은 텅빈 상태의 옅은 연두색 건물을 지나는데 무슨 용도인지 알 수가 없다(16:38). 좌측에 풍향계 등 기상관측장비가 있는 곳을 지나고 조금 더 올라가니 응급구조용 헬기장이 나오고 라반라타 산장이 보인다. 더불어 'PANALABAN 3072.7M'라고 적힌 큰 표시판 옆에는 'PANALABAN SUBSTATION' 안내판이 있지만 변전소는 보지를 못했다. 미색의 산장 우측으로 돌아가는 길을 따라 도착한 라반라타 산장(Laban Rata Resthouse, 3,273m),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니 식당으로 사용하는 1층에는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많은 탐방객들로 북적거리고 있다(16:50).

 

   현지인 산악 가이드인 프랜시스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가 우리에게 배정된 객실에서 짐을 정리하고서 1층으로 내려와 주변 지형을 살펴본다. 이곳에는 여러 개의 산장 건물이 있지만 식당은 여기 뿐이어서 식사를 하려면 이곳으로 와야 한다. 내일 올라갈 정상부를 바라보니 2015년 6월 5일 아침 7시 15분 경에 발생한 규모 5.9의 강진으로 왼쪽 귀가 떨어진 당나귀 귀봉을 비롯하여 거대한 하나의 화강암 바위덩어리인 키나발루산의 웅장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주변을 둘러본 후 다시 식당으로 돌아와 부페식 식단에서 음식을 가져와 소주 한잔을 곁들인 저녁을 먹는다. 소주 한잔에 힘들었던 오늘을 기억하기 위해 '마운틴 키나발루'를 외치면서 건배를 하니 일순간 식당에 있던 탐방객들의 시선을 받는다. 더불어 식당 직원들의 엄지 척과 함께 찬사를 받으니 고단했던 산행의 피로가 풀리는 듯하다.

 

식사 후 남봉에서 흘러내리는 암릉 쪽으로 붉게 물드는 석양의 향연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짙은 구름이 하늘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햇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내린 야심한 시각, 코타키나발루 쯤으로 예상되는 먼 하늘에서 번쩍이는 번개는 그치기를 기다리지 말라는 듯 꽤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는데 그 지역에는 비가 꽤 내리는 듯 싶다. 이제 내일의 새벽 산행을 위해 한가해진 식당에서 우리도 2층 객실로 올라가 키나발루산의 정상인 로우봉(Low's Peak)을 만날 준비를 한다.

 

 

* 산행 2일차 : 라반라타 산장(3,273m) → 로우봉(Low's Peak, 4,095.2m) → 라반라타 산장 → 팀폰 게이트(1,866m)

   고산 지대의 라반라타 산장에서는 춥다는 산행기들을 보았기에 준비한 얇은 구즈다운 패딩 자켓을 입고서 잠자리에 들었지만 그리 춥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새벽 2시 전이리라, 휴대폰의 알람이 동작되기 전에 잠에서 깨어 보니 다른 객실에서는 일출 산행을 준비하느라 북적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우리도 2시가 넘은 시간에 산행 준비를 마치고 1층 식당에 준비된 간단한 새벽참을 먹고서 봄∙가을용 바지와 긴팔 집티에 방풍 자켓을 걸치고 산행에 임한다. 대만 옥산에서의 고산증세가 자꾸 생각나 미리 고산증 예방 차원에서 아스피린 한 알을 먹고서 객실을 나와 산장 출입문을 나선다. 산장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프랜시스(Francis)를 만나 이미 앞서 출발한 산꾼들을 따라서 우리도 키나발루산 정상인 로우봉을 향해 출발한다(02:43). 산장에서 로우봉까지 약 2.7km 정도의 거리에 해발 고도 차는 822m 내외이지만 고산임을 감안하면 인내심을 요구하는 산행이 될 것이다.

 

   프랜시스가 앞장서고 우리는 뒤를 따르는 형태로 'SUMMIT TRAIL' 방향인 좌측길로 대피소를 지나 나무계단을 올라간다(6.0km/3,290m 지점을 지나는 것이다). 초반부터 시작된 계단의 오르막길은 전망대를 지나 나무가 보이질 않는 암반지대에 이를 때까지 우리를 괴롭힌다는 것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철문을 지나고 계속되는 오르막길에 두점민 씨가 힘에 부치는지 아니면 몸 상태 좋지 않은 것인지 속도가 느려지면서 잠깐씩 쉬어가는 횟수가 늘어난다.

 

   어둠 속을 얼마나 걸었을까, 전망대에 이르지만 앞서간 산꾼들의 헤드 랜턴 불빛만 보일 뿐 그저 적막감만 느껴지는 전망대를 지난다(03:48). 어두운 주변이지만 지금까지 보았던 나무들이 사라지고 바윗길만 나타나는 오르막의 산길은 경사도를 낮출 생각이 없는지 또 다른 계단길로 이어진다. 그러다가 밧줄이 나타나지만 그리 위험하지 않은 슬랩지대를 오르라 한다.

 

   우리보다 발걸음이 빠른 다른 팀들을 먼저 보내면서 오르고 또 오른다. 일순간 경사도가 수그러드는 것을 느끼면서 너덜지대를 횡단하는 기분으로 얼마나 걸었을까, 윗편으로 등불을 밝힌 건물이 보이는 데 사얏사얏 대피소이리라. 천천히 걸어 도착한 불빛의 건물은 예상대로 사얏사얏 대피소(Sayat Sayat Hut, Check Point, 3,668m)로 탐방객들의 입산 허가증을 확인하는 곳이다(04:30). 우리도 목에 걸고 있는 개인별 ID 카드로 로우봉 등정을 확인한 후 오르면서 벗어버린 자켓을 꺼내 다시 입고 잠시 숨을 고르고 출발한다(04:35).

 

   사얏사얏 대피소를 지나 경사진 바윗길을 몇 분이나 올랐을까, 두점민 씨가 힘든 결정을 한다. 아무래도 정상까지 오르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에 하산하겠다고 결정하여 산악 가이드인 프랜시스와 함께 산장으로 내려가서 팀폰 게이트까지 먼저 하산하기로 한 것이다. 아쉽지만 프랜시스와 함께 하산하는 두점민 씨를 잠시 바라본 후 창주와 한근 그리고 나 세 명만 키나발루산의 정상인 로우봉을 향해 오른다.

 

   그새 어디에 숨어 있던 바람이 나타난 것일까, 그냥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의 매우 강한 바람이 화강암의 바윗면을 타고 불어댄다. 헤드 랜턴 불빛에 나타나는 7.5km(3,800m) 지점 안내판을 지나고(05:17) 왼쪽의 사선방향으로 진행하다 보니 8.0km(3,929m) 지점 안내판을 지난다(05:43). 조금씩 찾아드는 여명으로 어둠이 밀려나는 것을 보면서 동쪽편을 보니 하늘선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의 구름이 끼었는데 그 뒷편으로는 붉은 기운이 느껴진다. 아마도 일출이 시작되는 것 같은데 짙은 구름으로 오늘은 태양을 정상적으로 보기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이미 늦어진 일출을 쉽게 포기한 채 오른다.

 

   헤드 랜턴을 꺼도 될 정도로 밝아진 새벽녘이 되니 이제 주위의 사물들이 시각적으로 판단이 된다. 어슴프레한 푸른 빛을 받고 있는 존봉(St. John's Peak)과 우측편에 불쑥 솟아오른 바위봉우리인 로우봉(Low's Peak, 4,095.2m)이 인상적이다. 정상을 향해 이어지는 거대한 화강암의 반석을 걷고 있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어 선 채 뒤돌아보니 남봉(South Peak)이 송곳처럼 뽀쪽하게 서 있다. 배트맨의 옆모습처럼 보이는 존봉을 향해 오르면서 자연스레 우향으로 휘어지는 등로는 로우봉으로 향하는데 8.5km(4,008m) 지점 안내판을 만난다(06:12). 이제 저 앞쪽으로 보이는 바위봉우리만 오르면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으리라.

 

   정상에서 내려오는 산꾼들을 피해 올라가는 발걸음이 가벼운 것은 정상이 지척이기 때문이다. 한걸음 또 한걸음 오르는 발걸음이 드디어 끝났다, 키나발루산의 정상인 로우봉(Low's Peak, 4,095.2m)에 도착한 것이다(06:35). 정상 표지판에는 'KINABALU PARK / WORLD HERITAGE (LOW'S PEAK - 4095.2M, MT. KINABALU)'라고 적혀 있다.

 

   동남아시아의 최고봉인 키나발루산(MT. KINABALU)은 150만 년 전 수백 년 동안 지표 아래에 있던 대량의 화강암이 약한 암반 표면을 뚫고 위로 상승하기 시작했고 마지막 빙하기에 이동하는 얼음덩이에 깎여 넓고 평탄한 형세를 띠면서 만들어 졌다고 한다. 키나발루란 이름은 사바에서 인구 비중이 가장 많으며 키나발루 국립공원 지역에 살고 있는 원주민 카다잔두순족의 '아키 나발루'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아키(aki)는 조상이란 뜻이고, 나발루(nabalu)는 산으로 조상의 산이 된다. 즉, 키나발루산은 '죽은 이의 영혼이 쉬는 산'이란 의미로 이곳 사람들은 죽어서 영혼이 산으로 간다고 믿을 정도로 신성시 하는 산이다.

 

   로우봉(Low's Peak)이란 이름은 1851년 이 산의 정상을 최초로 올랐던 당시 이곳 식민지 관리관이었던 영국인 Hugh Low 경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정상부의 바위(Peak)들은 '새가 아니면 올라갈 수 없다(inaccessibile to any but winged animals)'라고 하면서 실제로 올라가지 않았다고 하며 1888년 'John Whitehead'란 등반가가 올랐다고 한다.

 

   2015년 6월 5일 아침 7시 15분 경 키나발루산에 규모 5.9의 강진이 발생하여 '당나귀 귀봉(Donkey's Ears Peak)'의 한쪽 봉우리가 떨어졌으며 18명의 가이드와 등반객이 희생당하는 사고가 있었다. 6개월 간 등반로를 폐쇄하고 정비를 한 후 2015년 12월 1일 등반이 재개되었지만 2018년 3월 8일 21시 06분 경 규모 5.2의 지진이 또 한번 발생하였다. 이로 인해 모든 등반객들이 한밤중에 팀폰 게이트로 하산해야만 했었는데 다행히 피해는 없었던 것 같다.

 

   아직도 바람이 거세게 불지만 체감적으로 느끼는 추위는 우리나라 초겨울 추위보다 조금 덜한 것이 늦가을과 초겨울의 중간 쯤이라 할 만하다. 로우봉 주변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고서 라반라타 산장으로 내려가기로 한다(06:52). 올라올 때와 달리 내려가는 것이 속도가 빨라지는데 아무래도 해발 고도를 낮추는 것이 큰 영향이리라. 고릴라처럼 보이는 존봉을 향해 내려가는 길은 존봉과 로우봉의 안부에 쉬이 내려서고 왼쪽으로 보이는 '못난이 자매봉(Ugly Sister Peak)'을 향한다(07:03).

 

   이제 내려가는 것만 남았으니 그닥 급할 것이 없으므로 바람을 막아줄 만한 바위에 기대어 라반라타 산장에서 구입한 따뜻한 물에 커피 한잔을 마신다(07:07). 바위 위로 노출된 머리를 덮은 자켓의 모자가 아직도 거센 바람에 웅웅 소리를 내지만 고산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의 여유는 즐겁기만 하다. 십여 분을 쉬었다가 일어나 산장으로 내려가는 하산길을 계속 이어간다(07:17).

 

   로우봉과 존봉이 자꾸만 뒤돌아보라 하는데 남봉 너머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뭉게구름이 만드는 풍경을 보면서 8.0km(3,929m) 지점 안내판을 지나고(07:30) 거대한 한 덩어리의 바윗면을 따라 내려가니 어느새 사얏사얏 대피소에 이른다(07:56). 새벽녘 로우봉으로 오르면서 확인했던 ID 카드를 다시 확인하는데 로우봉을 올랐다는 완등 인증서를 발급하기 위한 것이다. 짧은 휴식을 취하고 뒷편의 남봉을 한 번 더 본 후 사얏사얏 대피소를 출발한다(08:02).

 

   잠시 후 7.0km(3,653m) 지점 안내판을 지나 2015년 6월 5일의 지진으로 떨어진 듯한 거대한 바윗덩어리들이 널부러진 곳에 이르는데 오를 때에는 어두워서 보질 못 했던 살점이 떨어져 하얀 속살이 드러난 봉우리를 보니 당시의 지진이 어떠했을까 짐작이 된다(08:08). 우측 아래로 보이는 라반라타 산장을 비롯한 여러 채의 산장까지 낙석이 떨어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만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조각난 바위들을 피해 내려가는 등로에는 밧줄이 내려져 있고 그 밧줄을 따라 밑에 보이는 전망대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긴다. 작은 돌덩이들이 널부러진 곳에는 나무계단과 안전줄이 설치되어 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내려가 오를 때 그냥 지나친 전망대에 이른다(08:25~08:27).

 

   화창하던 하늘에 하얀 구름이 밀려들면서 우리가 내려온 산정을 가리더만 지겨운 나무계단이 끝나는 지점의 철문에 도착한 우리를 그새 쫓아왔다(08:55). 전망대에서 선명하게 보이던 산장들이 회색빛 구름에 숨었지만 우리는 가야 할 길을 알고 있기에 6.0km(3,290m) 지점 안내판을 지나고(08:57) 라반라타 산장에서 새벽에 출발하여 여섯 시간이 조금 넘어서 다시 도착한 것이다(08:59).

 

   1층으로 들어가 매점에서 어젯밤 '마운트 키나발루' 건배사로 낯이 익었다고 친근감을 표시하는 직원으로부터 두점민 씨가 맡기고 간 객실 열쇄를 건네 받는다. 식당에서 약간의 과일로 늦은 아침을 해결하고 2층 객실로 올라가 가을 산행 복장에서 여름산행 복장으로 다시 갈아 입고 짐을 정리한 후 열쇄를 반납한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를 라반라타 산장의 출입문을 나가 만난 직원과 함께 사진을 찍은 후 작별 인사와 함께 팀폰 게이트로 내려갈 발걸음을 시작한다(09:49).

 

   전망대부터 우리를 따라 내려오던 구름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고 다시금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 남봉과 당나귀 귀봉을 올려다 본 후 이제 고소증세를 걱정할 염려가 없는 하산길이므로 두어 시간 전에 출발했다는 두점민 씨와 산악 가이드를 쫓아 걸음을 빠르게 옮긴다.

 

   돌덩이로 정비된 계단길을 내려가면 파카 쉼터가 나오지만(10:07) 쉼 없이 그냥 지나치고 빌로사 쉼터도 눈으로만 보면서 지나간다(10:17). 역시나 열대우림의 기후 특성인지 맑았던 하늘에 금새 구름이 덮이기를 반복하는 변덕스런 날씨는 흙길에 물기를 만들어 놓아 미끄러운 곳도 지난다. 어제 올라온 길을 역으로 내려가는 하산길, 더불어 팀폰 게이트에서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두 명을 생각하면서 이런 속도라면 어쩌면 팀폰 게이트에 엇비슷하게 도착하거나 그리 차이가 나지 않을 거란 추측을 하면서 속도를 늦추지 않고 내려간다.

 

   어제처럼 오늘도 안개구름이 낀 등로는 별로 볼 것이 없어 자연스레 걸음걸이가 빠른 것인지 메실라우 게이트(Mesilau Gate) 방향의 분기점을 지나 4.0km(2,745m) 지점 안내판을 만나고(10:42) 이어 시간이 일러서인지 한적하기만 한 라양라양 쉼터에 도착해서 숨 한번 고르고 다시 하산한다(10:43~10:50). 토요일이건만 라반라타 산장으로 오르는 등반객을 별로 못 만나면서 내려가는 듯 했지만 멤페닝 쉼터를 지나면서부터는 수시로 만난다(11:08). 올라오는 등반객들에게 길을 양보하면서 내려가다 보니 한근과 창주는 어디까지 내려갔는지 알 수가 없으니 자연스레 내 걸음이 더 빨라진다. 3.0km(2,455m) 지점 안내판과(11:19) 로위 쉼터를 차례로 지나고(11:34) 우바 쉼터에서 잠시 쉬어간다(11:50~11:57).

 

   다리가 불편하다는 한근의 걸음걸이 속도에 맞추어 내려가는 길은 1.0km 남았다는 지점 안내판을 만나고(12:07) 잠시 후 우리에게는 마지막 쉼터인 캔디스 쉼터가 나타나니 이제 다 왔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12:07). 하지만 마지막 순간이 더 힘들다고 하였나 내려가는 계단이 이렇게 지루하고 힘들다는 것을 느끼면서 만난 카슨폭포(12:21), 한바탕 비라도 내리면 시원스럽게 물줄기를 쏫아낼 텐데 지금은 가느다란 물줄기 때문에 볼품없다. 라반라타 산장에서 이곳까지 내려왔지만 저 앞의 다리를 건너면 팀폰 게이트를 향해 오르막 계단이 나온다. 완만한 나무계단을 올라서니 드디어 팀폰 게이트이고 우리를 세 시간 정도 기다렸다는 두점민 씨와 다시 합류하면서 이틀간의 키나발루 산행이 끝났다(12:27).

 

   현지인 산악 가이드 프랜시스와 현지 한국인 가이드인 김민성씨를 다시 만나 팀폰 게이트에서 ID 카드로 하산을 완료하였다는 것을 확인한다. 팀폰 게이트 앞에 있는 문을 지나 차도에 이른 다음 조금 더 내려가 주차된 공원관리사무소 측 셔틀버스에 승차해서 십여 분을 달려 도착한 탐방객 센터, 이틀동안 우리와 함께 산행하느라 고생한 산악 가이드 프랜시스와 작별 인사를 하고 우측 계단을 따라 식당(Balsam Buffet Restaurant)으로 내려간다. 저지대임에도 불구하고 라반라타 산장보다 못한 메뉴에 별로 손이 가는 음식이 없어 과일 몇 조각으로 점심을 먹지만 그리 허기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키나발루산의 무사한 산행이 주는 행복 때문에 먹지 않아도 속이 든든한 것이나 보다. 가이드 김민성 씨로부터 공원 관리사무소에서 발급해 준 등반 완주 증명서를 건네 받는데 로우봉을 다녀온 사람에게는 컬러 프린트된 증명서가, 로우봉을 오르지 못한 사람에게는 그레이 스케일(흑백)로 프린트 된 증명서가 발급된다고 한다.

 

   키나발루 공원 주차장에서 여행사 전용 버스에 승차하여 다음 목적지인 포링온천(Poring Hot Spring)을 들를 것인지를 이야기 한다. 가이드 왈 포링온천은 물을 받아 욕조에 채우고 이용하는 방식인데 서너 시간 이상 걸릴 것이라고 하여 그냥 포기하고 코타키나발루 시내의 호텔로 직행한다. 코타키나발루 공항에서 올 때는 어두운 밤이라 몰랐지만 환한 대낮에 보니 도로 상태가 별로 좋지를 못할 뿐더러 차량 제한 속도도 70km라고 한근이 말해준다. 그래서인가 두어 시간을 달리고 달려서 코타키나발루 시내에 위치한 프로메나드 호텔(Promenade Hotel)에 도착하니 긴장이 풀린다. 이후 자유 시간으로 휴식을 취한 후 호텔에서 걸어도 십여 분 거리밖에 안 될 거리에 있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고기 뷔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산행 일정을 끝낸다.

 

 

* 이후 일정

   수테라 하버 마리나(Sutera Harbour Marina)에서 낚싯배를 타고 가야섬(Gaya Island)의 원주민 해상 가옥을 근거리에서 살펴보고 인근 해역으로 이동, 12명의 혼합팀으로 구성되어 오전 한나절 낚시를 하면서 잡은 물고기로 끓인 매운탕과 함께 맹그로브 숲에서 잡은 게와 새우, 오징어로 선상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는 물이 맑아서 바닥이 다 보이는 곳에서 스노클링 등 물놀이를 즐기고 선착장으로 다시 돌아와 또 다시 버스로 한 시간 이상 달려간다. 제티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긴꼬리 원숭이에게 바나나를 주는 원숭이 투어 및 해변에서의 석양, 야심한 밤 맹그로브 숲에 서식하는 반딧불이를 보게 되는데 가이드가 숲을 향해 유인하는 초록색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반딧불이의 아름다운 초록 비행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다음 날, 제셀톤 포인트(Jesselton Point)의 여객선 터미널에서 8km 정도 떨어진 세팡가섬(Sepangga Islnad)에서 물놀이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맑은 물에 보이는 것이라곤 해파리 뿐이라 물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오수를 즐기다가 점심을 먹고 코타키나발루 시내로 되돌아와서 시내 투어를 한다. 남들은 키나발루 산행에서 12시를 전후해 스콜성 소나기를 만났다고 하던데 우리 산행이 무탈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구름만 보여주었던 날씨가 마지막 날인 것을 아는지 그동안 참아주었던 빗줄기를 한동안 뿌린다.

 

   사바주 주청사 관람 등 시내 관광 대신 전망대로 가려고 하였던 계획을 원래대로 수정하여 시내 관광으로 끝내고 세계 3대 일몰 해변인 탄중아루(Tanjung Aru) 해변으로 가기로 하였지만 그마저도 월요일 퇴근 시간과 맞물려 지독한 차량 정체로 포기한다. 그리고 마지막 저녁 만찬을 즐기기 위해 찾은 깜풍아이르 씨푸드(우리나라 서울의 노량진 수산시장 등과 비슷하다), 자금바리 찜과 생새우 그리고 맹그로브 숲에서 잡은 게 등으로 푸짐한 먹거리를 끝으로 말레이시아 키나발루산 투어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작게 느껴지는 코타키나발루(KOTA KINABALU) 국제공항, 4박 6일 중 이틀간의 산행을 제외한 3박 4일간 함께 한 김민성 씨와 작별한다. 입국시와 달리 출국 심사는 신속하게 끝내고 입장한 출국장에서 우리나라 인천 국제공항으로 운항하는 제주항공 7C 2502 항공편을 기다리고 20분 지연된 비행기는 코타키나발루 현지시간으로 00시 30분에 출항하여 우리나라 인천공항에 다섯 시간 조금 넘은 6시 50분에 도착하였다. 입국 심사를 끝내고 수하물을 찾은 다음 다음 여행을 기약하면서 서로의 집으로 운행하는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