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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산행

[2017-10-07] 북한산 숨은벽 - 의도치 않은 산행길

북한산 숨은벽 - 의도치 않은 산행길


[산행일시] 2017.10.07(토) 09:05~15:50(6시간 45분)

[날     씨] 맑음
[산행인원] 이훈∙김진옥, 성봉현∙김만기
[접근방법] 세종문화회관→솔고개 : 704번 시내버스
[복귀방법] 북한산우이역(경전철)→봉화산역 : 지하철
[산행시간] 솔고개(09:05) → 충의길 시종점(북한산둘레길 12구간, 09:08) → 충의길 시종점(10:00~10:05) → 해골바위 상단(11:54~12:17)
                 → 숨은벽 하단(12:48) → 백운대피소(13:49~14:12) → 하루재(14:40) → 백운대2공원지킴터(15:27) → 우이동(15:50)

[산행지도] 국토지리정보원 온맵(2013년 1:50,000)


[구글 어스] 2017-10-07_북한산_솔고개~숨은벽~우이동.gpx


[산행후기]

2004년 한북정맥 산행을 하면서 지났던 상장능선, 그 후에도 서너 번 더 가봤지만 요근래 갑자기 상장능선이 그리워진다.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사건 이후 우이령이 통제되었다가 2009년 일정구간이 개방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상장능선은 아직도 영구 비팀방구간으로 묶여 있는 곳이다.
하지만 도봉산과 북한산의 병풍을 보면서 진행하는 산길이 자꾸 눈에 어른거린다.
결국 추석날 큰동서 형님집에서 소주 한잔 하면서 윗동서 형님 내외와 산행하기로 덜컥 약속을 해버렸다.


일요일 아침, 광화문 앞의 세종문화회관 버스 정류장에서 704번 시내버스에 승차하였는데 평상시 같으면 많은 산꾼들로 혼잡하였을 텐데
긴 추석 연휴의 끝자락에 있는 일요일이라 그런지 오늘은 그닥 북적거리지 않는다.
북한산성입구 버스 정류장에서 대부분의 산꾼들이 내리고 이어서 효자비(국사당입구) 버스 정류장에서 에서 남은 산꾼들마져 거의 다 내린다.
그리고는 두어 정류장 더 가서 도착한 솔고개 버스 정류장에서 우리마저 내리니 버스가 횡한 것 같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이곳까지 대략 한 시간여 소요되어 도착한 듯 하다.


버스 정류장 우측으로 보이는 북한산둘레길 12구간 '충의길' 이정표를 따라 한적한 마을을 향해 오늘 산행을 시작한다(09:05).
둘레길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충의길 구간 시종점인 아치형 나무문이 나오고(09:08)
서울 근교라 하기에는 생소하게 느꺄지는 풍경을 보면서 완만히 오르다보니 상장능선과 북한산둘레길이 갈라지는 지점에 이른다(09:11)
국공단 목책이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분기점 앞에 배낭을 벗어놓고 쉬고 있다가 우리를 맞이하는 국공단 직원,
이른 아침부터 둘레길을 하는 중이냐면서 친절히 말을 붙여오는 어투에서 다 알고 있으니 상장능선으로 가지 마라는 어감을 느낀다.
이렇게 되면서 오늘 우리의 산행은 의도치 않게 숨은벽으로 바뀌게 될 줄이야...
결국 쉬엄쉬엄 세 시간 산행이라고 하였는데 그와는 반대로 두 배 넘는 시간과 함께 힘들게 하였던 산행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잠시 나눈 후 별수없이 충의길을 따라 우측으로 내려가지만 마음은 자꾸만 상장능선으로 달려가니
좌측의 상장능선으로 가는 길이 있나 찾아보지만 마땅한 산길이 없어 나 혼자가 아니기에 포기하고 둘레길을 따른다.
밤골공원지킴터까지 2.5km 남았다는 이정표를 지나 출렁다리를 건너고(09:30) 잠시 후 좌측으로 방향을 바꾼다.
그닥 기복 차가 없지만 오르락내리락 하는 충의길구간이 끝나는 지점의 다리에서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에 숨어 있는 숨은벽을 보고
아치형 나무문을 벗어나니 사기막골 입구에서 올라오는 산길과 만난다(10:02).
짧은 휴식을 취하고 이제 숨은벽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10:08).


밤골공원지킴터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백운대 방향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숨은벽으로 향하는 산줄기를 따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추석의 긴 연휴 끝자락이라 그런지 평소와는 달리 조금은 한산한 산길인가 싶었지만 고도를 올려가면서 만나는 산꾼들이 늘어나고
밤골공원지킴터에서 올라오는 산길과 만나는 능선 구릉에 이르니 서너 무리의 산꾼들이 휴식을 하고 있는 중이다(11:01).
생각지도 못한 산행에 다소 힘들어 하는 집사람과 처형을 기다렸다가 오르기를 반복한다.
아침에는 흐렸던 하늘이 그새 청명한 하늘을 보여주고 짙푸른 녹음으로 가려져던 숨은벽의 위용이 조금씩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기 시작한다.
인수봉에서 흘러내린 설교벽 능선과 원효능선 사이에 꼭꼭 숨어 있어 이 능선 말고는 볼 수가 없어 숨은벽이라 부른다고 한다.


맑아진 날씨만큼 기온도 올라서인지 이마에 흐르는 땀이 많아진다.
완만하던 오르막길이 날을 세우면서 조금씩 가팔라지고 중간중간 바윗길도 나타나는데 앞서가는 산꾼들 모두 잘 올라간다.
그렇게 쉬엄쉬엄 오르다 보니 능선 양쪽으로 조망이 트이는 지점에 올라서는데 좌측으로 구름에 가려 그늘진 상장능선이 시선을 붙잡는다.
오늘같은 날씨라면 도봉산과 북한산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병풍같을 텐데 그런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을 떨치고 걷다 보니 어느새 해골바위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바위 지점에 이른다(11:54).
가야 할 방향으로 보이는 숨은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한 후 북적이는 산꾼들 사이 한 켠에 자리잡고서 쉬었다가 일어난다(12:17).


아직은 푸른 잎사귀들로 초록물감을 풀은 듯한 숨은벽의 모습이지만 한 보름 후면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변할 것 같다.
그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면서 앞서가는 산꾼들을 따라 숨은벽을 향해 오르다가 쉬었던 전망바위 지점을 뒤돌아 보니 여전히 북새통이다.
또한 가야 할 방향으로도 줄지어 가는 산꾼들을 따라가다 보니 숨은벽 슬랩바위 하단에 이른다(12:48).
숨은벽을 찾을 때마다 보았던 국공단 직원이 오늘은 보이질 않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상장능선 입구에서는 생각치 못했던 만남이라니...
그렇게 의도치 못했던 산행은 안전난간이 설치된 내리막길이 끝나고 다시 올라가야 하는데 집사람이나 처형의 표정이 힘들어 보인다.
그래도 우이동으로 넘어가야 하기에 쉬엄쉬엄 가다 쉬다를 반복하면서 너덜의 오름길을 오른다.


고도가 조금 더 높아졌을 뿐인데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의 안부에는 아래와 달리 붉은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어 정체되고 있다(13:30).
계단으로 정비된 산길을 따라 안부를 넘어서는데 우이동 방향으로도 붉게 물든 이파리들이 아름답다.
단풍 들은 이파리 너머로 보이는 만경대와 눈인사를 나누면서 너덜의 내리막길을 따라 백운대피소에 내려선다(13:49).


백운대피소와 관련된 2017년 5월 2일자 연합뉴스 기사에는 다음과 같이 기재되어 있다.
[원문 출처]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5/02/0200000000AKR20170502089200004.HTML


(세종=연합뉴스) 전준상 기자 = 일제 강점기인 1924년 국내 최초 산장으로 설립된 북한산국립공원 '백운대피소'가 철거되지 않고 존치된다.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산악단체 등의 의견을 반영, 백운대피소 건물을 존치시키기로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백운대피소는 일제 강점기인 1924년 봄부터 '백운산장'으로 운영돼 왔다.
1992년 6월 화재로 건물 일부가 소실됐지만 1998년 현재 모습으로 건축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애초 현재 대피소를 철거해 자연 복원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산장으로서 갖는 역사적 가치 등의 이유로 존치를 요구하는 산악단체 의견을 적극 수용하게 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백운대피소 건물 활용과 관련,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결정할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물품판매(조리음식·주류 포함)와 숙박 기능을 제외할 방침이다.
탐방객 안전을 위한 국립공원구조대 거점시설·탐방객 긴급 대피시설·산악관련 기념관 운영 등을 놓고
전문가·시민단체·산악단체 등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계획이다.
김경출 국립공원관리공단 안전방재처장은 "자연생태계 보전과 탐방객 안전 등 공원관리와 역사적 관점 등을 충분히 고려해
백운대피소 건물의 용도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백운대피소 앞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인수에 반대하는 서명부가 있으며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라 한다.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래서인가 전에는 국수를 직접 끓여주었지만 지금은 일회용으로 가공된 것을 팔고 있다.
우리도 쌀국수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서 하산길을 이어간다(14:12).


우이동까지는 대부분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산길로 너덜이라는 것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올라오는 산꾼들과 마주치면서 내려가는데 금년 여름에는 제법 많은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곳 계곡 능선은 말라버려 물을 볼 수가 없다.
인수암과 북한산산악구조대 건물 그리고 옛 인수산장터를 지나면서 무언가 모를 아쉬움에 가던 길을 멈추고 뒤돌아 서서 인수봉을 한번 보고
다시 걷다보니 깔딱고개라고도 부르는 하루재에 오른다(14:40).
이어 발바닥을 자극하는 계단 형태로 만들어진 돌길의 내리막길을 얼마나 내려갔을까, 백운대2공원지킴터로 분기되는 갈림길을 만난다(14:52).
이제 도선사 신도가 아니면 도선사 셔틀버스에 승차 자체가 불가하므로 아스팔트 포장도로 보다는 흙길을 걷기로 하고
백운대2공원지킴터 방향으로 진행하다 보니 어느새 초소를 지나 아프팔트 도로로 내려선다(15:28).


하루재 방향으로 올라선 것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시간이 흘러서인지 도로 한켠으로 만들어진 나무데크길이 낯설기만 하다.
졸졸 흐르는 물길을 보면서 산행이 끝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힘줄 봉합수술을 한 오른쪽 발의 엄지발가락 상태도 아직 괜찮은 것이 다행스럽다.
산행 뒤풀이를 하기 위해  버스 종점으로 가다가 두부요리집으로 들어가면서 생각치 못했던 숨은벽 산행을 마무리한다(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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