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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산행 기록/한반도 물길을 동서로 가르는 산줄기

[2015-05-02] 백두대간 13구간(피앗재 → 늘재) : 넘어설 수 밖에 없는 금줄

백두대간 13구간(피앗재 → 늘재) : 넘어설 수 밖에 없는 금줄

 

[산행 일시]  2015.05.02(일) 05:09~13:42(8시간 33분)

                  (산행시간 : 6시간 26분 / 휴식시간 : 1시간 39분 / 헛걸음시간 : 0시간 0분 // 대간 접근시간 : 0시간 28분)

[날       씨]  맑음

[산행 인원]  성봉현

[대간 접근]  피앗재산장 → 피앗재 : 도보

[대간 이탈]  늘재 → '장암' 정류장 : 도보 / 장암 → 화북 : 문경택시 / 화북 → 청주 : 시외버스 / 청주 → 서울(동서울) : 시외버스

[산행 시간]  피앗재산장(05:09) → 피앗재(05:37~05:47) → 폐헬기장(06:38) → 윗대목골 분기점(07:37~07:43)

                  → 속리산 천왕봉(∆, 07:59~08:08) → 문장대(09:29~09:41) → 916봉(10:23~10:35) → 698봉(11:23~11:42)

                  → 밤티재(12:05~12:07) → 696.2봉(∆, 12:58) → 늘재(13:42)

[산행 지도]  1:50,000  속리(국토지리정보원 1:25,000 온맵 편집)

                  월간 '사람과 山' 1대간 9정맥 종주지도(2009년 20주년 특별부록) 9구간(비재~늘재)

 

 

[구글 어스]  2015-05-02_백두대간_13구간_피앗재~늘재.gpx

 

[산행 기록]

   원래 잠을 늦게 자는 버릇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앗재산장에서는 전날 초저녁에 일찍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커튼으로만 두 구역으로 나눈 안채에서 깊은 잠이 들었는지 휴대폰의 알람이 울리기 전에 잠을 깨었는데 커튼 너머에서 다정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무슨 소리인가 가만히 듣고 있으려니 다정님이 내가 깬 것을 느끼고 확인하는 목소리로 식사 준비가 되었으니 식사를 하라는 것이다. 더불어 다감님은 나와 충북알프스를 산행하는 부부 산꾼을 위해 이른 새벽부터 밥상을 차려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아침 식사를 끝내고 산행 준비를 마친 후 부부 산꾼이 먼저 출발하고 십여 분 후 나도 피앗재산장을 떠날 준비를 한다. (우리를 위해 이른 새벽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해 주신 다정∙다감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주위 사물을 육안으로 충분히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밝아진 새벽녘의 여명과 함께 다정∙다감님의 배웅을 받으며 피앗재산장에서 출발한다(05:09).

 

   시멘트 도로를 따라 만수리의 아침 공기를 몸으로 느끼면서 걷는 발걸음은 천왕봉까지 6.6km 남았다고 알려주는 이정표를 만난다(05:18). 어제 내려온 길을 머릿속으로 복기하면서 쉬엄쉬엄 오르는 산길에 동물의 울음 소리가 들린다. 아무 생각없이 멧돼지라 생각하고 너의 영역으로 가지 않으니까 그만 조용히 하라고 속으로 말하면서 오르다 보니 어느새 피앗재다(05:37). 나보다 십여 분 먼저 출발하였던 부부 산꾼을 다시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눈 후 그들은 문장대를 향해 출발하고 나는 땀도 식힐 겸 잠시 쉬어간다. 하지만 문장대에서 국립공원 직원들과의 만남을 피하려면 서둘러야 할 것 같아 땀만 식힌 후 어제에 이어 늘재를 향한 13구간을 시작한다(05:47).

 

   피앗재부터 속리산 천왕봉 가기 전의 703봉까지는 그리 심한 고도 차가 없는 산길이므로 부담없이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오름길을 오른다. 639봉으로 올라선 산길은 다음 구릉에 이르기 전 썩어서 속이 빈 고목 앞에 놓인 '긴급구조 | 현위치 번호 : 속리 16-08' 표지판을 지난다(05:54). 이 분여 후 '현위치번호 : 속리 16-10' 표지목도 보이고 조금 더 걸어가면 '현위치 번호 : 속리 16-08' 표지목이 서 있는 667봉이 나온다(06:11). 대간길은 이곳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면서 내려가지만 이내 평탄한 길로 바뀌어 725봉을 향해 서서히 올라간다. 속리산 천왕봉이 가까워질수록 산길에는 잔돌들이 조금씩 많아지며 소나무 위로 보이던 구릉에 이르는데 '현위치 번호 : 속리 16-06' 표지목이 있는 725봉이다(06:28). 편한게 걸을 수 있는 능선으로 이어지는 대간 마룻금은 주변을 정리하지 않아 용도 폐기된 헬기장을 지나고 암릉의 능선 구릉을 우사면으로 우회하여 703봉으로 올라서서 산행 초반부터 딸리는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잠시 쉬어간다(06:45~06:55).

 

   흐릿한 아침 연무에 몸을 숨겼던 속리산 천왕봉이 잠에서 깨어나는지 갈목재로 내려가는 한남금북정맥의 능선이 맑게 보이기 시작하고 큰 고저 차 없는 외길의 능선은 '현위치 번호 : 16-01' 표지목을 지나 천왕봉이 손에 잡힐 듯한 거리의 암릉 구릉에 이른다(07:33). 약간 경사진 내리막이 끝나는 안부에는 '현위치 번호 : 속리 04-05, 해발896m'라고 적힌 탐방로 안내판이 있는 윗대목골 분기점 삼거리로(07:37) 탐방로 안내판에는 '(현위치) 형제봉 삼거리'로 표기하고 있는 지점이다. 또한 천왕봉까지 남은 거리 0.6km, 경사도 36.1%에 소요시간 30분으로 적혀 있는데 경사도 36.1%이면 약 20도의 경사면이다. 그만큼 경사도가 심하다는 것이니 천왕봉에 오를려면 땀을 꽤나 흘려야 할 것 같다. 숨 한 번 고르고 마지막 된비알이 될 천왕봉으로 오르는 길을 오른다(07:43).

 

   위로 뻔히 보이는 천왕봉을 향한 오름길은 생각보다 그리 심하지 않은 경사길로 시작하는데 힘들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산죽 사이로 이어지는 오르막을 걷다 보니 좌측의 한남금북정맥으로 연결되는 지점의 안내판을 예상보다 빨리 만난다(07:57). 조금 전 들리던 목소리의 주인공인지 부지런한 산꾼 두 명이 한남금북정맥임을 암시하는 안내판 너머로 날쎈 발걸음으로 후다닥 지나간다. 그들은 한남금북정맥 산길로 내려갔지만 나는 천왕봉을 향해 올라간다. 드디어 바위 위에 '天王峯  해발 1,058m'라고 새겨진 정상석이 보이고 몇 걸음 더 올라 오늘 산행의 최고봉인 속리산 천왕봉에 도착한다(07:59).

 

   산행기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로 두 번째 방문하는 속리산 천왕봉이다. 첫 번째는 2006년 5월 17일(수) 한반도 남쪽에 있는 9개 정맥 중 4번째 산행한 한남금북정맥을 마무리하는 날이었으니 벌써 10년이 지났다. 9정맥을 마무리한 후 대간길에 다시 만나자고 했던 그 날의 감동이 아직도 느껴진다. 산줄기는 변하지 않았지만 '天皇峯'이라 음각된 검은 대리석의 정상석이 '天王峯'으로 음각된 화강암으로 교체된 것이 눈에 띈다. 교체 전의 정상석이 있었던 자리의 흔적을 보니 이왕지사 교체하였을 때 그 흔적마저 깨끗하게 제거했었으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불어 삼각점[속리 11 / 2003 재설] 옆에 있던 철제 안내문도 철거되었고, '천왕봉 주변탐방로 안내'판의 이름도 바뀌었다.

 

   국토지리정보원은 2007년 12월 26일, 중앙지명위원회(현 국가지명위원회)에서 심의 결정한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면 사내리, 경상북도 상주시 화북면 상오리 등 2개 행정 구역에 걸쳐 위치한 천황봉을 천왕봉으로 변경 고시하였다. 대동여지도 등 옛 지도를 보면 속리산의 주봉을 모두 '천왕봉'으로 기록하고 있었는데 천황봉으로 이름이 바뀐 것은 일제 강점기에 들어서다. 우리 땅을 침탈한 일제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부정하기 위하여 지명을 한자 동음이의어나 비슷한 단어로 바꿔 버리곤 했는데, 산 이름에서는 원래의 왕(王)이란 글자를 일본 왕을 뜻하는 '왕(旺)'이나 '황(皇)'으로 변경했던 것이다. 이제 다시 우리의 옛 이름을 찾았으니 다행이라 생각한다.

 

   천왕봉은 속리산의 주봉임에도 문장대의 유명세에 가려 대접을 제대로 못 받고 있지만, 지리적으론 매우 중요한 봉우리다. 한강과 금강의 수계를 가르는 한남금북정맥의 분기점인 동시에 낙동강으로도 물방울이 흐르는 삼파수 봉우리다. 천왕봉에 빗방울이 떨어졌을 때 남쪽으로 흐른 물은 금강으로, 동쪽으로 흐른 물은 낙동강으로, 또 서쪽으로 흐른 물은 남한강으로 흘러간다.

 

   속리산의 아름다움은 8봉(峰), 8대(臺), 8석문(石門)으로 대표된다고 하는데 이곳 천왕봉에서 문장대까지 이어지는 대간길을 따라 지나가면서 일부만 보게 될 것이다.

 

8봉 : 천왕봉(天王峰, 1,058m), 비로봉(毘盧峰, 1,032m), 길상봉(吉祥峰), 문수봉(文殊峰, 1,031m), 보현봉(普賢峰), 관음봉(觀音峰, 982m), 묘봉(妙峰, 874m), 수정봉(水晶峰, 566m)

8대 : 문장대(文藏臺), 입석대(立石臺), 경업대(慶業臺), 배석대(拜石臺), 학소대(鶴巢臺), 은선대(隱仙臺), 봉황대(鳳凰臺), 산호대(珊瑚臺)

8석문 : 내석문(內石門), 외석문(外石門), 상환석문(上歡石門), 상고석문(上庫石門), 상고외석문(上庫外石門), 비로석문(毘盧石門), 금강석문(金剛石門), 추래석문(墜來石門)

 

   일정한 높낮이를 유지하면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산길을 따라 저 앞으로 3.4km 떨어진 문장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08:08). 산죽으로 시작하는 속리산 주능선 길은 장각동으로 분기되는 갈림길에 있는 헬기장과 법주사 갈림길을 지나 석문에 이른다(08:22). 두 개의 거대한 바위 위에 얹혀진 돌덩이가 만드는 석문을 통과하니 이번에는 두껍등과 도룡뇽바위라는 이름표가 보인다. 뒤돌아보면 암봉 너머로 천왕봉이 어서 가라 하면서 손짓하는 듯하기에 가던 길을 계속 가다가 고릴라바위인 상고외석문을 지난다(08:32). 이어서 입석대 안내문을 지나면 천왕봉에서 1.5km 왔고 문장대까지는 1.9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서 있는 곳을 만나고(08:44) 구릉을 넘어 경업대로 분기되는 갈림길의 이정표가 나온다(08:57). 그리고 잠시 후 신선대에 이르는데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신선대 휴게소는 영업 준비를 하고 있다(09:01).

 

   바위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로 삐죽 솟아오른 것처럼 보이는 문장대가 이제 지척이다. 자연의 암반을 쪼아 계단 형태로 만든 오름길을 올라서는데 바위 사이를 헤집고 뿌리를 내린 어린 진달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위를 깍아 만든 계단과 돌로 만든 계단길을 번갈아 올라서니 경찰 통신 중계소가 철거된 자리다(09:24). 시간이 일러서일까 과거 매점이 있던 자리에는 등산객 몇 명만 보일 뿐 한가롭기만 하다. 헬기장으로 연결되는 길목에 세워진 출입 금지 안내판으로 눈길이 가는 것을 잠시 거두고 문장대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올라선다(09:29). 피앗재에서 먼저 출발한 부부 산꾼을 이곳 문장대에서 다시 만났는데 서로 가야 할 길을 무사하고 즐겁게 가라는 인사를 나누면서 헤어진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세운 문장대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문장대는 원래 큰 암봉(岩峯)이 하늘 높이 치솟아 구름 속에 감추어져 있다하여 운장대(雲藏臺)라 하였으나, 세조가 속리산에서 요양을 하고 있을 때 꿈속에서 어느 귀공자가 나타나 "인근의 영봉에 올라서 기도를 하면 신상에 밝음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찾았는데 정상에 오륜삼강(五倫三綱)을 명시한 책 한권이 있어 세조가 그 자리에서 하루종일 글을 읽었다 하여 문장대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文藏臺'라고 새겨진 작은 옛 정상석과 '문장대'라고 음각된 커다란 새로운 정상석과 함께 문장대를 사진기에 담고서 문장대(1,054m)로 오르니 울퉁불퉁 파여진 구멍마다 물이 고여 있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09:33). 이곳에서는 천왕봉과 관음봉을 비롯해 속리산의 고봉들이 한눈에 보여 많은 사람들이 천왕봉보다 문장대를 최고봉으로 알고 있을 정도다. 충북알프스 산줄기에 우뚝 솟은 관음봉과 묘봉, 밤티재를 향해 힘차게 내려가는 대간 산줄기 그리고 하늘선을 그리면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대간 산마루가 아름답게 펼쳐지는 풍광이 시선을 빼앗지만 가야 할 길이 있기에 다시 내려간다(09:39). 그런데 내려가는 길에 헬기장으로 자꾸 시선이 가는 것은 왜일까. 문장대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다시 내려와 주변 상황을 잠시 살펴보고 올라온 길을 따라 내려간다(09:41).

 

   좌측으로 보이는 출입 금지 안내판을 보면서 망설이다가 반듯한 길을 따라 진입한다. 이어서 바로 넓은 헬기장으로 올라서는데 문장대를 사진기에 담고서 후다닥 산길로 내려가니 이번에는 현수막이 길을 막는다. 대간길을 가는 산꾼들은 모두 범법자가 되어야 하고 그리고 꼭 이런 방법으로 지나야 하는 것인지 생각하면서 부득불 금줄을 넘는다. 문장대에서 가려진 산길에 갑자기 인체 감지기가 보이는가 싶더만 가까이 접근하자 안내 방송이 나온다. '무인단속장비(CCTV) 촬영중 / 백두대간 지킴이'라고 쓰여진 장비에서 미리 녹음된 음성 파일이 재생되는 것이다. 이곳에서 다시 되돌아 나갈 것 같으면 애초 금줄을 넘지 않았을 터 무시하고 빠른 걸음걸이로 가야 할 방향으로 진행한다. 잠시 후 첫 번째 암릉 구간에 약간 못 미친 지점에 이르는데 갑자기 안내 방송이 또 들려온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산길 옆의 바위 쪽으로 잠시 몸을 숨겨 보는데 다행히 아무도 오질 않아 첫 바위 지대를 통과한다(09:53). 야트막한 바위 위로 올라선 다음 배낭은 그 윗편의 또 다른 바위에 올려 놓고 맨 몸으로 바위 틈새를 빠져 나가야 하는 구간이다.

 

   암릉 구간이라 신경이 많이 쓰이던 구간이었지만 막상 현장에 와 보니 그리 위험한 길이 아닌 것 같아 다소 여유가 생긴다. 이어 줄이 내려져 있는 곳을 내려간 다음 좌측편 바위 사이로 배낭을 맨 채 통과해도 되는 곳을 지나면(09:59) 좌측편 내리막길로 선답자의 표지기가 보이지만 마룻금은 우측편 바위 구릉으로 넘어야 한다. 이후 바위 능선의 우측 사면으로 이어지는 대간길은 경사진 짧은 바윗길로 내려간 다음 내려진 줄을 잡고 바윗돌을 밟으면서 또 내려간다. 그렇게 두 번째 암릉 구간을 지나 줄을 잡고 내려간 후 일반 등로같은 길로 암릉에 올라서는데 916봉이다(10:23). 문장대에서 멀어졌다는 생각에 긴장감이 풀리는 것인지 허기가 들어 잠시 간식을 먹으면서 쉬었다가 다시 내려간다(10:35).

 

   잠시 후 적색 페인트로 표시한 화살표 방향의 개구멍 같은 바위 사이를 통과하여 뒤돌아보니 문장대가 아름답게 보인다(10:43). 다시 줄을 잡고 내려가다가 인기척에 놀랐는데 늘재에서 출발하여 문장대 방향으로 올라오는 대간 산꾼이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갈 길로 조심히 가라 하면서 내려가다가 커다란 경사진 바위 틈새로 줄을 잡고 올라선다(10:49). 바위 틈을 빠져나오니 바윗길로 이어지는데 그곳을 올라선 후 정상부까지 오르지 않고 우측으로 보이는 선답자 표지기를 따라 우회한다(10:51). 그리고 나무와 나무 사이를 연결한 줄을 잡고 내려가면 또 한번 바위를 내려가는 짧은 줄이 있는 곳이 나온다(10:59). 마지막 바위를 내려가는 것으로 대략 삼사 미터 정도 되는 것 같다.

 

   일반 등로를 따라 부담없이 내려가다가 올라선 구릉(698봉)에서 허기를 느껴 피앗재산장의 다감님이 싸 주신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는다(11:23). 간간이 불어주는 바람에 땀을 식히면서 즐기는 휴식을 끝내고 남은 거리를 가늠하면서 늘재 도착 시간을 계산해 본다. 12시 30분에 화북에서 출발하는 서울행 버스 시간에 맞추기는 틀렸고 14시 50분에 출발하는 차편은 한 시간 이상 여유로울 것 같다. 배낭을 정리하고 무거워진 몸을 일으켜 세운 다음 다시 밤티재를 향한 내리막길을 이어간다(11:42).

 

   얼마나 내려갔을까, 청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대간길과 견훤산성 갈림길을 표시한 커다란 바위가 나오는데 594봉 갈림길이다(11:50). 직진하는 대간길을 걸어가노라니 헬기장을 지나 만나는 백두대간 지킴이의 안내 방송이 들린다. 아마도 916봉을 지나 내려오다가 만난 대간 산님의 접근을 알리는 방송이리라 생각하면서 무사히 통과하기를 마음 속으로 빌어 본다. 무덤일 것 같은 곳의 큰 돌덩이를 지나 십여 분을 내려가니 드디어 밤티재를 넘나드는 997번 지방도가 내려다보인다(12:01). 좌측으로 내려가면 감시 초소가 있어서인지 선답자의 발자국은 우측으로 길을 만들어 놓았다. 우측길로 내려가면 철망이 끝나는 곳 옆으로 길이 이어지면서 휴대폰 중계기용 철주를 지나 997번 지방도를 만나는데 밤티재를 가로지르는 동물 이동 통로가 저만치 위에 보인다(12:05).

 

   차량 통행이 별로 없는 도로를 건너 밤티재 쪽으로 이십여 미터 올라가 낙석 방지용 철망이 시작되는 곳과 목책 사이로 통과한다(12:07). 배수로를 따라 절개지를 올라가면서 본 동물 이동 통로의 좌우편 절개지는 경사가 너무 심하여 동물들의 이동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능선을 따라 좌사면으로 올라가면 동물 이동 통로를 버리고 우회하였던 대간 마룻금과 다시 만나고(12:17) 완만한 산길을 따라 걷다가 바쁠 것 없으니 땀도 식힐 겸 잠시 쉬어간다(12:20~12:28).

 

   휴식을 마치고 다시 가는 산길에 커다란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데 직진으로 올라보려고 했지만 수월치 않아 좌측으로 우회한다(12:39). 반면 우측 아래편에 있는 나무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매달아 놓은 '탐방로 아님(우회 등산로 이용) ←' 안내판이 보인다. 커다란 바위 지대를 우회하여 올라선 후 조금 더 올라가면 조망이 트이는 반석 바위가 나오는데 속리산 주능선과 문장대에서 밤티재로 내려오는 대간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 쉼터바위다(12:46). 문장대에서 밤티재로 내려오는 산줄기와 속리산의 주능선이 그리는 하늘선을 사진기에 담고서 다시 출발한다(12:53).

 

   약간 경사진 오름길로 바뀌는 산길은 696.2봉의 암봉 앞에서 우측으로 우회하여 오르게 되는데 정상부에 올라서면 밑에서 본 것과는 달리 흙길의 능선 구릉으로 기초대가 없이 표주석만 있는 삼각점이 매설되어 있다(12:58, 국가기준점 성과발급 시스템 홈페이지(http://nbns.ngii.go.kr/ncp)에서 검색하면 '속리 306'으로 확인된다). 삼각점을 지나 우향으로 내려가다 만나는 삼거리의 좌측 길목에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탐방로 아님(우회 등산로 이용) →' 안내판을 매달아 놓았는데 방향 표시는 늘재로 가라고 한다. 산길은 짧지만 제법 가파른 내리막으로 이어지다가 살짝 올라서는데 뒤돌아보면 조금 전 지난 696.2봉이 잘 보인다(13:04). 고도를 낮추면서 늘재로 내려가는 산길에 만나는 628봉을 우사면으로 우회한다(13:11). 등산화 속에 들어간 잔돌들이 내리막 능선길이라 신경쓰여 배낭을 벗고서 돌들을 털어내고 다시 출발한다(13:19~13:24).

 

   잠시 후 오르막으로 바뀐 산길은 야트막한 구릉으로 올라서는데 우측 아랫편으로 윗늘치 마을이 평화롭게 내려다보인다(13:27). 반면 다음 구간에 넘어야 할 청화산은 높아만 보이는 것이 꽤나 힘들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경사도가 완만해진 산길은 이번 구간의 마지막 능선 구릉인 낮은 둔덕을 넘자마자 32번 국지도의 늘재로 이어진다(13:42). 늘재는 다른 이름으로는 널재, 고갯길이 제법 너르다 해서 붙은 지명이다. 또 고갯마루가 눌러앉은 것 같은 형국이라 해서 '눌재'라고도 하는데 모두 낮고 널찍하다는 뜻이 담겨 있단다. 마음 졸이며 산행했던 13구간을 아무 탈없이 무사히 끝낸 것에 감사하면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도로 건너편의 백두대간 표석과 성황당을 둘러보고 다음 구간 들머리까지 확인한 후 늘재로 내려와 진행 방향으로 볼 때 좌측편의 청화산농원이 있는 곳으로 슬슬 걸어서 내려가니 대략 오 분이 채 안 걸린 것 같다. 맞은편에 보이는 버스 정류장을 보니 이곳은 '귀빈래' 정류장이다. 청화산농원 건물의 화장실에서 대충 세면을 하고 화북에서 출발하는 14시 50분 서울행 버스를 기다리기에는 너무 시간이 남아 다정님이 알려주신 늘재 우측편의 버스 정류장을 확인하기 위해 내려온 길을 따라 늘재로 올라간다. 다시 도착한 늘재에서 화북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오 분 정도 내려가니 '장암' 버스 정류장이 나온다. 늘재에서 산행을 종료한다면 장암 버스 정류장보다는 입석 방향의 귀빈래 버스 정류장으로 내려가는 것이 거리도 조금 더 가까울 뿐만 아니라 청화산농원의 화장실에서 대충이라도 땀을 씻을 수 있으니 이곳으로 내려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장암 버스 정류장에서 서울행 버스가 도착할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데 입석 방향으로 시내버스가 지나간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14시 50분이 지나 화북에서 10분 이내의 거리인 이곳에 도착할 서울행 시외버스를 기다리는데 15시가 되도록 오질 않는다. 반면 입석 방향으로 지나갔던 화북과 화령을 거쳐 상주까지 가는 시내버스는 15시 정각에 이곳 장암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다. 서울행 시외버스가 조금 늦나보다 생각하면서 화령행 시내버스를 그냥 보내고 나서도 오질 않는 시외버스 …, 그리고도 한참을 지나도록 오질 않는 시외버스는 결행이구나 생각하고 화북으로 가기로 하고 화북 택시를 알아보니 운임 요금이 만 원이란다. 때마침 대간꾼들을 내려주고 가은으로 돌아가는 택시에 승차하여 화북까지 수월하게 이동한 후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

 

   화북 정류장의 시간표를 보니 산행 전 인터넷으로 검색할 때 버스 운행 시간표의 14:50 칸에 X자를 표기한 것을 보았던 것 같다. 그게 생각났다면 오후 3시에 도착한 상주행 시내버스로 화령으로 갔을 텐데 하는 때늦은 후회가 들지만 이제와서 어떡하랴. 별수 없이 세 시간 이상 기다려 17시 40분 청주행 막차를 이용하여 청주를 경유하여 서울에 도착한다.

 

 

[교통 정보]  ※ 대중교통별 운행 시간이 수시로 변경될 수 있으므로 해당 교통편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재확인을 요함

화북(늘재) → 서울(동서울, 청주 경유)  시외버스 운행 시간

   [4시간 20분 소요, 늘재→송면→미원→청주 경유]  09:30  12:30  17:40(청주 종점, 1시간 50분 소요)

   화북버스정류장의 시간표 참조하였음 - 운행시간표에는 14:50 동서울행이 표기되어 있지만 지금은 운행을 중단한 듯하다.

 

이평(→입석)→귀빈래→화북→화령  시내버스 운행 시간(늘재에서 좌측으로 5분 정도 내려가면 '귀빈래' 버스 정류장이 있다)

   06:50(입석)  09:15(입석)  11:15(입석)  12:45(입석)  14:50  18:00(입석) / 이평에서 귀빈래 정류장까지 7~10분 정도 소요

   상주시청 홈페이지(http://www.sangju.go.kr)  '교통/숙박/맛집 → 교통편 안내 → 시내/시외버스 → 시내버스' 참조

 

화령 → 서울(남부터미널)  시외버스 운행 시간(화령공용버스정류장  ☎ 054-533-0466)

   [2시간 50분 소요, 화령→청주→남부터미널]  07:40  08:40  10:20  14:25  16:00  19:05

   [3시간 30분 소요, 화령→보은→청주→남부터미널]  07:25  09:15  12:00  13:40  16:25  17:45  18:45  20:00(청주 종점)

   상주시청 홈페이지(http://www.sangju.go.kr)  '교통/숙박/맛집 → 교통편 안내 → 시내/시외버스 → 시외버스'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