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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산행

[2013-10-24] 지리산 반야봉 - 마고할미의 엉덩이

지리산 반야봉 - 마고할미의 엉덩이

 

[산행일시] 2013. 10. 24(목) 09:22~17:13(7시간 51분 // 산행시간 : 6시간 37분 / 휴식시간 : 1시간 14분)

[날      씨] 맑음
[산행인원] 김만기, 성봉현
[접근방법] kt 지리산수련관→성삼재 : 자차
[복귀방법] 성삼재→kt 지리산수련관 : 자차
[산행시간] 성삼재(09:22) → 노고단대피소(10:02~10:10) → 노고단고개(10:21~10:28) → 임걸령(11:28~11:40) 
→ 노루목(12:21~12:24)

                → 반야봉(13:10~13:38) → 노루목(14:25) → 임걸령(14:54) → 노고단고개(16:06~16:12) → 성삼재(17:13)

[산행지도]

 

[구글 어스]   2013-10-24_지리산 반야봉.gpx

 

[산행후기]

회사에서 운영하는 수련관에 당첨되어 2박3일의 여정을 위해 도착한 것이 10월 23일인 수요일 저녁이었다.
원 계획으로는 목요일 여수 향일암과 오동도를 관광하고 저녁 노을이 질 무렵 순천만을 찾으려 하였지만 계획을 변경한다.
지리산의 단풍이 그리워지기에 반야봉까지만 다녀오기로 하고 아침밥을 먹은 후 수련관을 나와 차를 성삼재 방향으로 돌린다.


861번 지방도를 따라 구례에서 성삼재 방향으로 이동하면 만나게 되는 천은사 입구,
자치단체에서 건설한 도로를 따라 그저 이동만 할 뿐인데 천은사에서는 문화재관람료를 내라하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천은사 경내를 들르는 것이 아니라 도로를 따라 성삼재로 올라가면서 무엇을 본다고 문화재관람료를 내라하는지 궁금하다.
그들의 이야기로는 자기네들 사유지이므로 통행세라 주장하는 것 같은데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과 무엇이 다르랴.
아침부터 언짢코 불쾌한 기분이 들지만 관람료를 내기 싫으면 다른 지방도로로 돌아가라 하는 식의 배짱에 별 방법이 없다.


찜찜한 기분을 털어버리라는 듯 저지대에 깔린 아침 안개가 고도를 올려감에 따라 조금씩 사라지면서 밝은 빛으로 채워진다.
구불구불 에돌아 가는 도로에서 드디어 지리산 주능선인 백두대간이 보이는 것이 이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성삼재일 것이다.
시암재휴게소를 지나 도착한 성삼재에서 우측편 주차장으로 진입하여 차를 주차하니 벌써 여러 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다.
상큼한 아침공기를 음미하면서 신발을 바꿔신고 산행 준비를 마친 후 반야봉까지 왕복하는 원점회귀 산행을 시작한다(09:22).


성삼재탐방지원센터 앞의 탐방객 계수기를 통과하여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노고단고개까지 대략 340여 미터의 해발표고차에 거리상으로는 2.5km 정도이니 쉬엄쉬엄 가기로 한다.
오늘 일정은 지리산 반야봉 왕복 산행으로 끝이니 서둘러야 할 일도 없다.
앞서가는 두 명의 산님들과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오르다 보니 어느새 우측으로 돌아가는 길을 가로질러 올라가는
나무계단이 나오고 그 계단을 올라서니 지리산의 주요 등산로 입산시간지정제 안내판이 보인다.
화엄사에서 올라오는 길이 코가 땅에 다을 정도로 가파르다 하여 코재라 불리는 곳에서 올라오는 곳과 합류하고
물길을 건너 돌길의 오름을 올라서면 지루하게 느껴지던 노고단대피소를 만난다(10:02).


젊은 시절 한 때 지리산에 빠져 지리산만 찾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세월이 한참이나 지나버린 것이 가을을 닮았나 보다.
짧은 휴식을 끝내고 노고단고개로 오르는 돌길을 이어간다(10:10).
언제 어떻게 와도 항상 반갑고 새롭게 느껴지는 지리산, 오늘도 새로운 느낌으로 노고단고개에 올라선다(10:21).
앞쪽으로 보이는 반야봉과 중봉이 마고할미의 엉덩이 아니 젖가슴처럼 느껴지는 것은 지리산이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해서일까.
반야봉 우측으로 보이는 천왕봉에서 힘차면서도 조용히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능선길을 천천히 눈으로 음미해 본다.


천신의 딸이면서 지리산의 산신이었던 마고할미는 지리산에서 불도를 닦고 있던 반야를 만나서 결혼한 뒤 천왕봉에 살았다.
슬하에 여덟 명의 딸을 두었는데, 그 뒤 반야가 더 많은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처와 딸들을 뒤로 하고 반야봉으로 들어갔다.
마고할미는 백발이 되도록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남편 반야를 기다리며 나무껍질을 벗겨서 남편의 옷을 지었다.
그리고 딸들을 한 명씩 전국 팔도로 내려 보내고 홀로 남편을 기다리다 나중에 지쳐 남편을 위해 만들었던 옷을 갈기갈기
찢어버린 뒤에 숨을 거두고 만다. 이때 갈기갈기 찢겨진 옷은 바람에 날려서 반야봉으로 날아가 풍란이 되었다고 한다.
후세 사람들은 반야가 불도을 닦던 봉우리를 반야봉(般若峯)으로 불렀으며, 그의 딸들은 무당의 시조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 디지털남원문화대전 홈페이지(http://namwon.grandculture.net)에서 인용


입산통제를 하고 있는 공익요원에게 부탁하여 우리 부부의 인증샷을 남긴 후 천왕봉으로 향하는 쪽문을 통과한다(10:28).
노고단 아래편의 사면으로 돌아가는 산길은 아직 늦가을의 아름다운 단풍이 남아있어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적당히 선선한 기온과 햇볕을 막아주는 그늘을 벗삼아 걷고 또 걷는다.
답답하던 시야가 트이는 헬기장인 돼지령에 이르니 우측으로 달려가는 산줄기의 끝지점 쯤에서 눈길을 잡는 봉우리가 있다.
천천히 주변을 살피면서 산줄기를 그려 보니 호남정맥의 산경표 상 끝지점인 광양의 백운산(1216.6m)이다.
그 당시 백운산에서 지리산을 찾아보지를 못했는데 오늘 그 백운산을 바라보리라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아울러 지나온 노고단고개와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대간길을 뒤돌아 보고 온전한 능선길을 따라 반야봉으로 발길을 옮긴다.
안부를 지나 두어 구릉을 올라서다가 만난 피아골삼거리의 이정표는 노고단에서 2.8km를 왔다고 한다(11:19).
천왕봉 방향의 좌측길로 계속 걸어가니 이내 임걸령샘터가 나오고 화사한 햇살을 받으면서 배낭을 잠시 내려 놓는다(11:28).
전날 준비한 과일로 간식을 먹으면서 쉬는 시간은 짧기만 한 것인지 잠깐 쉬었다고 생각되는 시간이 근 이십여 분이 되어간다.
잠시 걸쳤던 자켓은 다시 배낭에 수납하고 머물렀던 자리를 정리한 후 반야봉을 향해 출발한다(11:45).


안부에서 쉬었다가 다시 올라야 하는 오르막길은 역시나 힘들게 한다.
지형도 상 1433봉을 지나니 반야봉이 한껏 가깝게 다가서고 산길은 이내 노루목에 이른다(12:21).
한참 전에 다녔던 기억에는 이곳을 노루목삼거리라 불렀던 것 같은데 어느날 찾아와보니 노루목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기사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산길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리라 생각하고 반야봉으로 향하는 좌측 오르막길로 진행한다.


반야봉을 처음 아니 지리산을 처음 찾았을 때 멋모르고 올랐던 반야봉이니 벌써 삼십 칠 년을 훌쩍 넘어섰다.
그리고 그 후로 몇 번을 더 올랐지만 이제는 그저 기억 속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 반야봉으로 지금 평생 옆지기와 함께 다시 올라가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이 쉬고 있는 반야봉삼거리를 지나 계속 올라가는 길이 집사람에게는 힘들게 다가서는 듯 하다.
걸음속도가 느려진 집사람을 기다리면서 적당한 간격을 두고 앞서 걷는다.
철계단을 올라서니 두 명의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이 내려오는데 손에 전파 수신기를 들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아마도 방사한 반달가슴곰의 위치를 추적하고 있는 듯 하다.
거칠던 산길이 완만하게 바뀌면서 꼭짓점이 보이더만 잠시 후 검은 대리석에 '般若峯'이라고 음각된 정상석이 반겨준다(13:10).


십 수어 번을 지리산에 들었어도 반야봉에 오른 것은 서너 번인 것으로 기억된다.
한동안 잊었던 반야봉에 다시 올라서니 주변의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서지만 그래도 천왕봉의 모습을 천천히 음미한다.
천왕봉에서 촛대봉을 거쳐 영신봉으로 올라선 산줄기가 벽소령에서 잠시 몸을 낮추더니만 다시 토끼봉을 세우고
삼도봉에 이른 후 반야봉을 비껴서면서 노고단으로 달려가는 백두대간의 하늘선을 따라 눈길을 돌린다.


우리보다 먼저 올라와 자리를 지키고 있던 산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자리를 잡고 빵과 과일로 점심을 해결한다.
그런데 조촐한 점심이지만 언제 욌는지 산새가 우리에게 나누어 먹자는 듯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다.
사과를 건네주지만 반응이 없기에 빵을 한 조각 떼어 던져주니 잠시 눈치를 보다가 금새 부리에 물고 안전한 곳으로 멀어진다.
그리고는 다시 또 한 마리와 다가와 남은 빵을 마져 주고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자리를 떠난다.
지리산 제2봉인 반야봉, 마고할미의 전설이 깃든 반야봉을 언제 다시 올지 모를 기약을 하면서 성삼재를 향해 돌아간다(13:38).


휴식을 취해서인지  올라올 때와 달리 그리 힘들어하지 않는 집사람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내려간다.
그런데 보여야 할 반야봉삼거리 이정표가 보이질 않고 오히려 낯선 봉우리가 눈 앞에 다가선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가만히 살펴보니 삼도봉 방향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아마도 이야기를 하면서 내려오다가 반야봉삼거리로 가는 큰 길을 나두고 어느 지점에서 좁은 옛 길로 접어든 듯 하다.
이왕지사 삼도봉까지 갈까 했지만 힘들어하는 집사람을 위해 노루목 방향으로 우측 능선길을 따라 진행한다.
야트막한 오르내리막을 거쳐 노루목에 도착하니 약 1km 정도 우회한 듯 하다(14:25).


왔던 길이지만 역으로 되돌아가는 길은 왜 그런지 낯설게 느껴지는데 아마도 시야가 바뀌어서 그런 것이리라.
아침에 걸을 때보다 더 밝아진 하늘색을 닮아 더욱 더 화사하게 다가서는 늦가을의 단풍을 눈으로 만끽하면서 걷는 즐거움,
어느새 임걸령에 도착하여 우측편의 샘에서 물 한 모금 마신다(14:54).


지나왔던 길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서는 산길은 피아골삼거리를 지나고, 적당히 흔들거리는 너울처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걷다 보니 역광으로 은색빛을 발하는 억새가 조금 남은 돼지령에 도착한다(15:17).
이제는 좌측편으로 바뀐 백운산을 다시 한 번 더 보고 앞쪽의 노고단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앞쪽의 봉우리와 겹쳐 보이는 노고단에서 우측으로 완만히 흘러내리는 지점에 자리잡은 노고단고개가 어서 오라 하는 듯 하다.
이제 0.5km 간격으로 설치된 이정표가 하나씩 줄어들 때마다 그만큼 노고단이 가까워지는 것이다.
반야봉으로 가면서 못 보았던 군 장비처럼 보인는 얼룩무늬의 장비가 눈에 띄인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설치한 생태계 조사용 카메라이다.


너덜 비슷한 산길이 끝나가는 지점에 조그만 건물과 문틀이 보인다.
아침에 성삼재에서 올라왔던 노고단고개이다(16:06).
노고단 정상 탐방은 시간제로 운영되는데 오늘의 탐방시간이 끝난 것인지 탐방로의 출입문이 닫혀져 있다.
출입문에 붙은 안내판을 보니 2013.10.19~11.10(23일간)은 09:00부터 19:00까지 7차례,
이 기간 이후에는 10:30~15:30까지 탐방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노고단 정상 역시 자연휴식년제로 묶이기 전에 하룻밤을 야영했으며 이후 두어 번 다녀왔기에 아쉬움 없이 대피소로 내려간다(16:12).


흙길보다 불편한 돌길, 특히나 내려갈 때에는 부담스럽기만 한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자연환경을 생각하면 흙보다는 돌로 정비하는 것이 맞으리라 생각하면서 걷다 보니 대피소가 지척이다.
노고단대피소의 바깥 식탁에서 십분을 쉬었다가 연속되는 돌길의 내리막길을 따라 비포장 도로에 이르고,
그 길을 걸어 화엄사 방향의 분기점 인근에 설치된 나무계단길로 내려간다.
이제 흙길은 시멘트 포장도로로 어느새 바뀌어 있고 지루하다고 느껴질 즈음 성삼재탐방안내센터가 저 앞에 보인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조금 늘어진 반야봉 탐방을 탐방객계수기를 지나 성삼재주차장에 도착함으로써 마무리한다(17:13).


지리산 주능선의 산길보다 더 화사한 단풍나무가 있는 주차장에서 노고단을 바라보면서 복장을 정리한다.
아침보다 바람이 심해진 성삼재를 떠나 구불구불한 도로를 내려가 도착한 구례구역 인근의 음식점에서
무청 시래기와 함께 보글보글 끓는 섬진강 민물참게탕으로 저녁을 맛있게 먹는다.

 

[교통정보]

구례→성삼재  구례군내버스 운행시간(구례공영버스터미널  ☎ 061-780-2730~2731, ARS 061-781-2730~2733)

   03:50  06:00  08:40  10:20  11:40  13:40  15:40  17:40

성삼재→구례  구례군내버스 운행시간

   04:30  06:30  09:20  11:20  12:40  14:40  16:40  18:20

   ***  동절기(11월 말부터 4월 중순)에는 운행을 안함

 

구례군청→생활정보→교통정보→공영버스터미널→군내버스→군내버스 시간표 '노고단 노선' 참조

(http://tour.gurye.go.kr/kr/life_info/01/001/index03_2.jsp)

2013-10-24_지리산 반야봉.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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