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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산행

[2013-05-21] 설악산 - olleh LTE 무선품질 측정

설악산 - olleh LTE 무선품질 측정

 

[산행일시] 2013. 05. 21(화) 11:15 ~ 05.22(수) 11:22(13시간 23분 // 산행시간 : 8시간 47분 / 휴식시간 : 4시간 36분)
[날      씨] 맑음

[산행인원] 6명(강금철, 김명수, 박성창, 박지운, 방명호, 성봉현)

[접근방법] 서울(동서울)→백담사 입구 : 시외버스 / 백담사 입구(용대리)→백담사 : 회사 업무용 차량(강원엔지니어링팀)

[복귀방법] 설악동→속초 : 택시 / 속초→서울(동서울) : 시외버스(직행)

[산행시간] 백담지킴터(백담탐방지원센터, 11:15) → 영시암(12:04~12:09) → 수렴동대피소(12:27~13:43) → 봉정골입구(15:41)

                → 봉정암(16:11~16:47) → 소청대피소(17:26~17:32) → 중청대피소(18:15, 숙박)

                -------------------------------------------------------------------------------------------------------

                중청대피소(04:59) → 대청봉(05:13~05:24) → 중청대피소(05:38~06:00) → 희운각대피소(07:12~08:18)

                → 이정표(↑비선대 4.4km, 08:47~09:07) → 양폭대피소(09:30~09:40) → 병풍교(10:12~10:31) → 비선대(11:22)

[산행지도]

 

[구글 어스]   2013-05-21_설악산.gpx

 

[산행후기]
===  무선품질 측정 산행 1일차  ===
지난 4월 말경 설악산 일원의 'olleh LTE 무선품질 측정'이 거론되면서 산행계획이 진행되었다.
원 계획대로라면 5월 초순 경에 산행이 이루어져야 했지만 여러가지 사유로 미루어지다가
5월 21일에서 22일까지 이틀간의 산행 일정이 확정되면서 중청대피소를 예약한다.
집중운용센터장님을 위시하여 총 6명의 측정단이 결정되었지만 최종적으로는 2명의 인원이 변경되었다.
강금철 교환기술지원팀장님, 박지운 마이스터(Meister), 김명수 마이스터, 박성창 매니저, 방명호 매니저,
그리고 본인을 포함한 6명으로 최종 확정하고 사전 만남을 통하여 각자 준비할 물품을 배분 받았다.


5월 21일 아침 7시 경에 동서울터미널 대합실에 모인 5명은 대진까지 운행하는 07시 30분 발 금강고속버스에 승차하여
남교정류장을 경유하여 다음 정류장인 백담사입구(용대리)에서 하차한다.
우리가 도착할 시간에 맞추어 미리 와있던 무선운용센터의 방명호 매니저와 조우하여 인사를 나눈다.
백담사까지 회사 업무용 차량으로 이동하는데 도로 사정으로 용대리~백담사 간 마을버스를 따라 뒤쫓아가야 한단다.
차량통제소를 지나 바로 앞의 공터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리기를 10여 분이 지났나보다,
입석의 승객이 보이는 마을버스를 앞세우고 편도 1차로의 좁은 시멘트 포장도로를 가는데 버스가 잠시 정차한다.
이유인즉 용대리 방향의 마을버스와 교차하기 위해 약간 넓은 공터에서 마주오는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라 한단다.
그렇게 교차주행을 하면서 도착한 백담사에는 초파일이 몇 일 지났지만 봉정암을 찾은 많은 불자들로 제법 붐비고 있다.
우리는 차량의 승차인원 관계로 용대리에서 대기하고 있는 박지운 마이스터와 박성창 매니저를 기다리는 동안
백담사 경내를 천천히 둘러보면서 오늘 산행의 경로를 다시금 떠올리며 정리해 본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 두 명을 태운 차량이 도착할 백담탕방지원센터로 이어지는 삼거리에
멧돼지 한 마리가 어슬렁 거리면서 우리 주위에 나타나는데 이미 야성을 잃어버린 듯 사람들을 경계하지 않는다.
느릿느릿 걷는 것을 보아하니 아마도 불자 신도와 등산객들에게서 먹이를 많이 얻어 먹어본 듯한 모습이다.
잠시 후 도착한 두 명과 만나 백담탐방지원센터까지 이동하여 배낭 무게를 엇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짐을 재분배하고
휴대폰의 품질측정용 앱을 띄운 후 수렴동대피소를 향한 발걸음을 시작한다(11:15).


'설악산 날다람쥐'라 불린다는 방명호 매니저가 선두로 나선 일행의 후미에서 수렴동계곡을 우측에 두고 산길을 걷는다.
영시암으로 이어지는 길은 울창한 수림 사이로 걷는가 하면 어느새 계곡에 바짝 접근하여 걷기도 하는 등
봉정암을 향한 불자와 함께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햇빛을 피해 완만하게 오르는 형세이다.
김명수 마이스터와 후미에서 걷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등이 땀으로 흥건해지고 이마에서는 땀이 송글송글 배어나올 때쯤
영시암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선두를 만난다(12:04).


물 한모금 마시고 오이로 짧은 허기를 달랜 다음 이제 지척에 있는 수렴동대피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12:09).
3분 후 오세암으로 분기되는 갈림길에서 우직진으로 진행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물부족 국가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인지 수렴동계곡에는 예전과 달리 수량이 많이 줄어들었다.
중간중간 조금씩 고여 있어 말라버린 듯한 물줄기와 나란히 연결되는 등산로는 수렴동대피소까지 이어지고
우리는 조금 늦은 점심을 위하여 대피소 안으로 들어가 취사준비를 한다(12:27).


서울에서 준비한 김밥과 함께 먹기 위해 라면을 끓이는 동안 홍어회와 곁들이는 막걸리 한 잔에 오고가는 이야기들,
도란도란 이어지는 담소는 이곳까지 오면서 흘린 땀을 식혀주기에 충분하다.
아울러 막걸리와 함께 흥겨워진 산꾼들은 업무차 설악산을 찾았다는 부담감을 잊어버렸는지 연신 웃음꽃을 피운다.
초라하지만 푸짐한 점심을 끝내고 뒷정리를 하는데 방명호 매니저가 자신의 넓은 마당발(?)을 슬며시 표현한다.
수렴동대피소 아니 설악산국립공원 대피소 직원들과의 관계가 돈독하다는 것을 이때부터 보여준 것이었다.
단지 우리는 그것을 중청대피소에 도착해서야 실감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잠시 머물렀던 자리를 깨끗이 정리한 후 다음 중간 집결지인 봉정암을 향해 수렴동대피소를 나선다(13:43).
오늘 산행도 후미를 지키는 김명수 마이스터와 함께 선두팀을 보내고 뒤따르기로 한다.
봉정암 길목의 상행 안내판에는 '현위치[수렴동]→봉정암(5.9km, 3시간 30분) / 봉정암→대청봉(2.3km, 1시간 40분)'
소요된다고 적혀 있다(체력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


말라버린 듯한 구곡담계곡과 동조하려는지 돌길의 등산로는 철계단으로 이어지는 등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알게 모르게 서서히 고도를 높여만 간다.
만수담 앞에는 백담사에서 6.4km를 왔고 대청봉까지는 6.4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산객을 맞이하여 준다(14:02).
'설악 10-22(해발 715m)' 표지목을 지나 구곡담계곡을 다리로 건넌 후 다시 한 번 더 다리를 건너면
잠시 후 바윗면을 타고 흐르는 장쾌한 폭포가 우리를 맞이하여 주는데 아마도 용손폭포인 듯하다(14:42).


용손폭포가 만든 담을 건너는 다리에서 다시 한 번 용손폭을 살펴보고 사진도 찍으면서 천천히 다리를 건너가는데
장마철이 지난 후 수량이 풍부할 때 보면 장쾌하리라 생각된다.
계속되는 다리로 구곡담계곡을 넘다들면서 '설악 10-24' 표지목을 지나면 또 한 번 아름다운 용아폭포를 만난다(14:56).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거대한 바윗면을 가르면서 깊숙한 물길을 만들은 것에 나도 모르게 눈길을 빼앗긴다.
그 용아폭포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철계단을 올라가다보면 또 하나의 폭포를 만나는데
청봉골에서 흘러내리는 양폭(남폭)과 쌍폭골에서 흘러내리는 음폭(여폭)이 합쳐진다하여 쌍용폭포라 한단다(15:08).


좌측으로 한층 가깝게 다가선 용아장성을 보면서 짚은 연두색의 녹음 사이로 삐집고 들어오는 햇살을 벗삼아 오른다.
뿌리채 뽑혀버린 나무가 가로 막은 산길을 아랫편으로 조심스레 통과하면
2006년 7월 10일 한반도에 상륙하여 7월 11일 지나갈 때까지 큰 피해를 입힌 태풍 에위니아(EWINIAR)에 의해
파괴된 다리 시설물이 나오는데 한경파괴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존치하였다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15:27).
엿가락처럼 늘어진 다리 위에 쌓인 바위덩어리들이 그 날의 상태를 알려주는 듯 하다.


오름길이 조금씩 각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쯤 봉정골입구(해발 1050m) 안내판이 나온다(15:41).
이곳부터 사자바위에 이르기까지 깔딱고개를 올라야 하므로 김명수 마이스터와 함께 잠시 숨을 고르다가
봉정암을 찾은 불자분들이 앞에서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본 후 우리도 뒤따라 오른다.
오름길에 서있기조차 힘들었는지 바위에 기대어 있는 '설악 10-27(해발 1118m)' 표지목을 지나니
이정표[↑봉정암 0.2km  ↓백담사 10.4km / 사자바위 - 해발 1180m]가 수고했다면서 우리를 반겨준다(15:56).


이제 봉정암이 코 앞이니 물 한모금 마시고 오이 하나 먹은 후 짧은 내리막길을 지나 봉정암을 향해 살짝 오른다.
'참 좋은 인연입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지나 봉정암 윗편에 있는 바위 구릉에 설치된 olleh LTE 중계기의 안테나를
똑딱이 디카에 담은 후 봉정암 총무실 앞의 쉼터에 도착한다(16:11).
박성창 매니저와 강금철 교환기술지원팀장님이 무언가를 손수레에 실고서 열심히 나르고 있는 중이다.
휴식을 하고 있는 박지운 마이스터와 방명호 매니저를 만나 의자에 배낭을 내려놓고 사리탑으로 향한다.
이곳 봉정암은 우리나라의 5대 적멸보궁 중의 하나로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있는 보궁이어서 불상이 없다.
왔던 길을 따라 조금 이동하다가 우측으로 보이는 계단을 따라서 5분 여 올라가면 이내 사리탑이 나온다(16:22).


인터넷으로 적멸보궁의 유래를 찾아보니 다음과 같다.
석가모니가 설법을 펼친 보리수 아래의 적멸도량을 뜻하는 전각으로 석가모니 사후에 와서는 그의 사리를 봉안하고
있는 절, 탑, 암자 등을 뜻하는 말로 바뀌었다. 절과 보궁을 병행해서 말하기도 하지만 엄격히 따지자면 절 자체가
적멸보궁이 아니라 절에서도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있는 장소를 일컬어 적멸보궁이라 한다. 석가모니의 사리를
진신사리라고 하며, 이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있는 절에서는 석가모니, 즉 부처님이 계신다고 하여 불상이나 조각을
절에 두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절의 시설은 전(殿)이나 각(閣)으로 나타내지만(대웅전, 삼신각) 진신 사리를 봉안한
절은 보궁이라 하여 궁(宮)으로 높여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643년 신라의 승려 자장(慈藏)대사가 당나라에서 귀국할 때 가져온 부처의 사리와 정골(頂骨)을
나누어 봉안한 5대 적멸보궁이 있다. 경남 양산 통도사(通度寺),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上院寺), 설악산 봉정암(鳳頂庵),
태백산 정암사(淨巖寺), 사자산 법흥사(法興寺) 적멸보궁이 이에 해당된다.


사리탑에서 참배하는 불자들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윗편의 바위에 올라선다.
새로 개장한 소청대피소를 지나 거대한 하얀 공을 머리에 이고 있는 중청, 그리고 이어지는 서북능선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잠시 시선을 거두어 발 아래 펼쳐지는 용아장성을 바라보니 오래 전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십여 년 전일 것으로 생각되는 90년대 초반의 한 여름이다.
한국등산학교 정규반 31기의 일부 대원들의 모임인 정우회 회원들과 찾았던 용아장성,
7월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용아장성 암릉을 걸으면서 물을 아껴 먹는다고 하였지만 일부 고래들의 준비부족으로
봉정암이 시야에 들어오기도 전에 수통의 물이 바닥나 버렸다.
그리하여 앞서간 선두에게 봉정암에서 식수를 공수해 올 것을 부탁하고 후미와 함께 힘들게 암릉길을 걸어간다.
얼마나 걸었을까, 마지막 바윗길을 거의 다 내려가다가 선두팀을 만났고
그들로부터 건네받은 수통의 차가운 물을 마시는 순간의 짜릿한 물맛이 아련한 기억 속에서 떠오른다.


이곳에서 마냥 쉬고 싶지만 중청대피소까지 가야 할 길이 남아 있기에 다시금 복장을 정리하고 내려간다(16:32).
다시금 쉼터에 도착하니 박성창 매니저가 참배를 하고 있다고 하여 잠시 기다린다.
참배를 마치고 나온 박성창 매니저와 합류하여 중청을 향한 또 한 번의 비알길을 오르기 위해 봉정암을 떠난다(16:47).


이곳 봉정암이 해발고 1244m이고 소청이 1550m이므로 해발 표고차 약 300m에 거리는 1.1km의 오름길이다.
거기에다 돌길임을 감안하여 쉬엄쉬엄 오르기로 하고 총무실 좌측편으로 이어지는 계단길로 올라간다.
돌길 아니 너덜같은 오름길은 나무계단을 만나는가 싶지만 돌길의 연속이다.
쉬지않고 올라가다보니 2011년 6월 시작한 증개축공사로 사용이 불가하였지만
이번 산불조심기간이 5월 15일자로 해제되면서 같이 개방된 소청대피소에 도착한다(17:26).
새로 단장된 소청대피소 앞에서 용아장성과 공룡의 아름다움에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린다.
이곳에서 저녁 노을을 본다면 아름답겠다 생각되지만 앞서간 선두를 따라 이동해야 한다.
어차피 다음 주에 다시 올 소청대피소이기에 잠시의 휴식을 접고 중청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17:32).


아직 공사가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는지 소형 포크레인을 보면서 중청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을 간다.
이정표에는 '소청봉 0.4km, 대청봉 1.6km' 남았다고 알려주고 있다.
진달래가 피어 있는 능선길을 따라 오르면서도 용아장성이 자꾸만 뒤돌아 보게 한다.
반면 우측으로 펼쳐진 서북능선은 어서 오라 하고…
하여 시선을 앞쪽에 고정하고 오르니 내일 아침에 내려갈 희운각대피소로 분기되는 삼거리인 소청에 도착한다(17:51).


앞서간 선두는 지금쯤 중청에 도착했을려나 생각하면서 커다란 축구공이 보이는 중청을 향해 우측길로 진행한다.
대청봉과 중청이 어깨를 나란히 견주지만 거리에 따른 시각차로 중청이 더 높아만 보인다.
중청 가는 길에 잠시 시선을 좌측으로 돌려보니 화채봉으로 향한 화채능선과 천불동계곡의 암릉
그리고 울산바위 너머로 동해가 손짓하면서 반갑다고 인사하는 듯 하다.
발걸음은 어느새 계단길을 올라 중청을 좌사면으로 우회하면서 중청대피소로 향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대청봉까지 0.6km 남았다는 '끝청갈림길/해발 1600m' 이정표 삼거리를 지나 완만해진 내리막길을 따라
1분여 거리의 중청대피소에 도착함으로써 오늘의 일정이 끝났다(18:15)


먼저 도착한 일행을 찾아보지만 대피소 매점 앞에도 없고 객실에도 보이질 않아 취사장으로 내려가 본다.
역시나 취사장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배정받은 침상 번호를 확인한 후 김명수 마이스터와 나의 배낭을 내려놓고 먹을거리를 가지고 다시 취사장에 내려간다.
우리와 시간차가 제법 되었는지 이미 밥은 먹을 수 있을 만큼 뜸이 들었고 또 한켠에서는 삼겹살을 굽고 있는 중이다.
푸짐한 먹거리를 준비하고 또한 이곳 중청까지 지고 올라오느라 고생한 박지운 마이스터,
또한 돼지고기 알러지 때문에 못먹는 나를 위해 매운 닭발을 챙겨 온 김명수 마이스터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면서
각 자의 잔에 소주를 채워 건배를 한다.
오고 가는 이야기와 함께 화기애애한 중청대피소에서의 저녁은 이렇게 저물어가고 있다.


오늘 우리 6명의 팀 이름을 내 나름대로 'olleh LTE 무선품질 측정단'으로 지어 보았다.
백담사를 출발하여 중청대피소까지 더 좋은 olleh LTE 무선품질 개선을 위하여 땀을 흘린 'olleh LTE 무선품질 측정단'
오늘 하루 고생하셨고 내일을 위해 화이팅입니다.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취사장에 내려온 중청대피소 직원과의 각별한 친분을 보여준 방명호 매니저,
설악산을 얼마나 찾았으면 저런 관계가 되었는지 짐작이 간다.
하여 2014년 아니면 2015년 초반 쯤 통과해야 할 백두대간 마등령~미시령 구간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이 많았는데 방명호 매니저에게서 답을 찾아 언제 한 번 부탁하겠노라고 반 강제적 합의를 하였다,

 


===  무선품질 측정 산행 2일차  ===

전날 저녁과 함께 한 반주에 제 정신이 아니었는지 약간 후덥지근하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곤히 잠들었던 것 같다.
새벽녘에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가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다시금 깜박 졸았는지 박성창 매니저가 잠을 깨운다.
서울을 출발하기 전 검색해 본 일기예보에 의하면 오늘 일출은 구름에 가려 보지를 못할 것이지만 일단은 짐을 정리한다.
모포를 정리하여 대피소 관리사무실에 반납하고 밖으로 나와보니 역시나 동해쪽은 흐릿하다.
하지만 바로 앞에 보이는 대청봉을 향해 중청대피소를 나선다(04:59).


5월 22일 속초에서의 일출시간이 05시 10분이므로 대청봉에 도착할 때쯤이면 일출이 시작되겠지만
바닷가를 보아하니 수면에서 떠오르는 일출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아침의 상쾌한 공기를 피부로 느끼면서 대청봉에 도착한다(05:13).
예상대로 짙은 회색빛 구름이 지평선과 수평선을 분간할 수 없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기다린다.
그러한 산꾼들의 바램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한 태양은 얼굴은 커녕 코빼기도 보여주질 않고 바람만 거세게 불고 있다.
몸이 휘청거릴 정도의 바람이지만 시간을 무시할 수는 없나 보다.
추위를 느낄 수 없는 바람에 맞서 기다리기를 7분 여, 한순간 구름 속에서 주황색 점 하나가 불쑥 나온다.
수평선을 박차고 나오는 일출이 아닌 구름 속에서 솟아난 일출이다.
잠시 더 지켜 보다가 역광이지만 증명사진을 담은 채 중청대피소로 돌아간다(05:24).


미리 정리한 배낭을 메고 대피소 밖으로 나온 우리 일행들, 이제 방명호 매니저와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었다.
아침을 먹기에는 시간이 너무 일러 우리는 희운각대피소에서 해결하기로 하였지만 방명호 매니저가 걱정이다.
본인이 알아서 해결할테니 걱정말라는 방명호 매니저와 작별인사를 하면서 우리는 중청대피소를 떠난다(06:00).
하기사 어제 보아하니 설악산 곰발바닥이므로 한 끼 쯤이야 무난히 해결하리라 생각된다.


아직도 피지를 못하고 꽃망울만 맺은 진달래 군락지인 끝청갈림길에서 대청봉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본 후
중청의 시설물 때문에 어깨 부분으로 에돌아 소청을 향해 내려간다.
수렴동계곡을 품은 용아장성과 천불동계곡을 감싸고 있는 화채능선 그리고 공룡의 등뼈처럼 울퉁불퉁한 공룡능선이
옅은 구름의 옷깃을 살며시 여미고 있는 중이다.
차라리 화사한 구름이이었다면 더 아름다웠겠지만 내 욕심으로는 그것이 불가능하니 이 정도의 풍광이라도 감지덕지이다.


소청 갈림길에서 어제 올라왔던 봉정암 갈림길을 버리고 오늘은 희운각대피소 방향으로 내려간다(06:17).
소청을 내려가자마자 아랫편에 희운각대피소가 보이지만 거리는 1.3km이므로 한참을 내려가야 하겠지,
긴 계단이 끝나면서 돌길로 바뀌고서도 더 내려가니 이제는 천화대와 엇비슷한 눈높이가 된다.
신선대가 코 앞에 다가서는 듯 하더니만 또 한 번 나무계단의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이제 이 계단이 끝나면 희운각대피소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산꾼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다른 팀을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내려서니 희운각대피소에 미리 도착한 일행들이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07:12).


다음 글은 소청에 세워진 설악산 국립공원 경관 안내판에 적힌 천불동계곡을 설명한 글이다.
설악산에 있는 대표적 계곡의 하나이다. 비선대에서 대청봉으로 오르는 7km 코스의 중간 계곡으로 설악의 산악미를 한곳에
집약하고 있다. 천불동이라는 호칭은 천불폭포에서 딴 것이며, 계곡 일대에 펼쳐지는 천봉만암과 청수옥담의 세계가 마치
'천불'의 기이한 경관을 구현한 것 같다고 일컬어지고 있다.


오늘 아침은 어제 저녁에 먹고 남은 밥과 함께 김치 라면을 곁들이면서 배불리 먹는다.
천천히 즐기면서 아침을 해결하고 간단한 양치질까지 끝냈지만 아직도 시간은 여유롭다.
이제 희운각대피소를 떠나면 무너미고개일 것이고 그곳부터는 공룡능선 팀과 천불동계곡 팀으로 나누어져야 한다.
박지운 마이스터로부터 품질측정용 단말기를 넘겨 받아 앱을 실행한다.
희운각대피소 앞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두 팀간의 하이 파이브를 한 후 비선대에서 만나기로 하고 출발이다(08:18).


무너미고개 직전에 있는 헬기장 시설물에서 대청봉을 되돌아 보니 새벽녘과는 달리 파란 하늘선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다.
저렇게 하늘이 맑으니 오늘도 꽤나 덥겠구나 하는 생각에 공룡능선 팀이 걱정되지만 앞에서 잘들 걷고 있으니 다행이다.
무너미고개에서 신선대 방향으로 걸어가는 공룡팀을 보면서 김명수 마이스터와 우측의 천불동계곡으로 내려간다(08:24).


우리는 비선대까지 5.5km이지만 공룡능선 팀은 8km이다.
산행거리가 2.5km 차이라 하지만 산행의 난이도 때문에 아무래도 우리와 두세 시간 정도의 차이가 날 것이므로
최대한 천천히 즐기면서 여유롭게 걷기로 하고 유유자적 하면서 내려간다.


희운각대피소에서 1.1km를 내려온 지점에서 쉬고 있는 젋은 산객들을 보고 우리도 쉬어가기로 한다(08:47).
30여 분 정도 그것도 쉬엄쉬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땀이 배어나와 옷을 적시는 날씨이다.
공룡능선 팀에게는 미안하지만 김명수 마이스터와 물가에 앉아 노닥거리면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쉬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인지 양폭대피소를 향해 자리에서 일어나니 20분 밖에 흐르지 않았다(09:07).


어느 순간 무선품질 측정용 단말기의 테스트 콜링 사운드가 안들려 확인해 보니 통화권 이탈이란다.
다행히 측정용 앱은 정상적으로 동작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은 사무실 산악회인 '산을 꿈꾸다'에서 2012년 10월에 찾았던 하산로인데 그때는 줄지어 내려가야 했었다.
반면 오늘은 등산객들을 어쩌다 한 팀씩 만나는 그야말로 널널한 산길을 걸어가고 있으니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우측의 화채능선에서 삐져나온 암릉이 그리는 하늘선과 물줄기가 만들은 계곡이 어우러진 풍광이 아름답다.
수량이 조금 더 많았으면 금상첨화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뭇내 아쉽기만 하다.
여름철 물이 많이 흐를 때를 대비해 만든 다리를 건너고 돌길을 걷기도 하면서 만나는 이름 모를 폭포와
그 작은 폭포가 만들은 소의 연초록색 물빛이 여유로운 산객의 시선을 빼앗아 간다.


지형의 형태에 따라 오르내리는 철계단의 안전시설물로 만들어진 등산로를 따라 조금씩 고도를 내려간다.
어느 한순간 아랫편으로 내려다 보이는 등산로용 철계단 구조물이 아찔해 보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이런 곳으로 등산로를 만들 생각을 하였을까 경외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한 안전시설물은 천당폭포(天堂瀑布)까지 아슬아슬하게 이어진다(09:29).
천당폭포 앞의 안내문을 인용해 본다.
천당폭포는 천불동계곡의 마지막 폭포로 예전에는 아주 험준하여 일반 관광객은 도저히 접근할 수 없었으나 지금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안전시설을 설치하여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속세에서 온갖 고난을 격다가 이곳에 이르면
마치 천당에 온 것 같다고 하여 천당폭포라 한다.


바위를 깍아내면서 흘러내리는 천당폭포를 지나서도 철구조물의 안전시설물은 계속 이어진다.
또 하나의 폭포를 더 지나면 이정표[양폭대피소 해발 750m  ↑비선대 3.5km  ↓희운각대피소 2.0km]가 나온다(09:30).
하지만 지금 양폭대피소는 과거의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허전한 터만 남아 있을 뿐이다..
2012년 1월 21일 오후 6시 21분에 발생한 원인 모를 화재로 전소되면서 사라진 것이다.
해우소를 찾아 달려간 김명수 마이스터를 기다리면서 양폭대피소 터를 이리저리 살펴 보다가 다시 출발한다(09:40).


대피소 앞의 다리를 건너면 야트막한 계곡을 따라 길이 이어지는 듯 하다가 다시 한 번 아찔한 다리를 만난다.
2007년 2월 24일 대형낙석으로 붕괴되었지만 40여 일 간의 복구공사로 현재의 모습을 갖춘 병풍교이다.
계곡의 양편 바윗면에 걸친 병풍교를 건너 물가로 내려가 다시금 쉬어간다(10:12).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물줄기는 비선대를 거쳐 설악동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쌍천에 합류하여 동해로 빠져 나간다.
우리도 조금만 더 내려가면 비선대에 이를 것이고 거기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공룡능선 팀이 올 것이다.
한참을 쉬었다고 생각들 즈음 자리에서 일어나 시간을 확인해 보니 20여 분이 지난 시간이다(10:31).

여건이 이렇게 여유로울땐 흐르는 시간이 참으로 더디게 느껴지나 보다.
잠시 후 비선대까지 2.0km 남았다는 이정표를 만나고 우측편의 바윗면에 설치된 간이크랙측정기를 지나서(10:40)
다소 경사진 계단을 올라가면 귀면암이 나온다(10:43).
평상시 같으면 설악동까지 절반의 거리를 왔다고 생각하겠지만 오늘은 비선대가 목표이므로 발걸음이 유유자적이다.
간식을 먹으면서 쉬었다 일어나니 5분이 흐른 10시 48분을 가리킨다.


해발고도가 많이 낮아졌나 보다, 계곡의 수량이 조금은 늘어난 모습이다.
비선대까지 1.0km 남았다는 이정표를 지나고(10:59) 바람결에 흔들리는 물결을 보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금강굴이 보인다.
다시 한 번 다리를 건너 안전시설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르면 마등령에서 내려오는 길과 마주치는 곳의 철망문이 나오고
철망문을 나가 우측으로 계단을 올라서니 비선대공원지킴터이다(11:22).
이제 김명수 마이스터와 함께 한 천불동계곡 무선품질 측정이 끝난 것이다.


공원지킴터 앞에 세워진 비선대 안내판의 내용을 적어 본다.
기암절벽 사이에 한 장의 넓은 바위가 못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계곡쪽에는 미륵봉(일명 장군봉), 형제봉, 선녀봉이 보이며
미륵봉 등 허리에 금강굴이 보인다. 와선대에 누워서 주변경관을 감상하던 "마고"라는 신선이 이곳에서 하늘로 올라갔다 하여
비선대라고 부른다.
이 곳에서 천불동 계곡을 지나 대청봉으로 이어지고 금강굴을 지나 마등령으로 이어지는 본격적인 등산로가 있다.


다리를 건너 만나는 첫 번째 휴게소에 배낭을 내려놓고 공룡능선 팀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막걸리 한 통으로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데 다람쥐 한 마리가 보인다.
아마도 사람들의 손을 많이 탓는지 별로 경계하는 눈빛이 아니라 오히려 먹이를 달라고 다가서는 배짱 좋은(?) 녀석이다.
초코파이로 다람쥐와 노는 것도 지겨워질 무렵 따뜻한 햇볕이 드는 옆자리로 자리를 옮겨 앉았는데 그만 잠이 들었나 보다.
한참을 졸고 있는데 공룡능선 팀이 우리를 깨우는 소리에 넋나간 정신이 돌아온다.


공룡능선 팀과 다시 합류하였으니 이제 설악동으로 걸어나가 속초를 경유하여 서울로 가는 일만 남았다.
도로를 따라 약 4km를 걸어가야 하는 설악동,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걸어간다.
어느덧 지겨운 시멘트 도로가 끝나고 설악동 소공원을 지키는 반달가슴곰 동상 앞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olleh LTE 무선품질 측정'을 끝내고 설악동탐방지원센터를 벗어나 대기 중인 택시로 속초시외버스터미널까지 이동한다.

2013-05-21_설악산.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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