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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산행

[2013-01-05] 태백산 - 혼돈 속의 단군(檀君)과의 만남

태백산(1537m) - 혼돈 속의 단군(檀君)과의 만남

 

[산행일시] 2013. 01. 05(토) 11:13~14:45(3시간 32분)
[날      씨] 맑음 / 혹한
[산행인원] 길양식(+1), 박상연∙이명옥, 박성창, 윤형건, 은영윤, 임백열, 장해식, 진한영, 성봉현(11명, 이름순)
[접근방법] 지하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 태백산 유일사 매표소 : 뚜벅이산악회 전세버스
[복귀방법] 당골주차장 →지하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 뚜벅이산악회 전세버스
[산행시간] 유일사 매표소(11:13) → 유일사 쉼터(사길령 갈림길, 12:20) → 태백산(장군봉, 13:23)
                → 천제단(13:36~13:39) → 망경사(13:45) → 반재(14:12) → 당골(14:45)
[산행지도]


[산행후기]
2012년 11월과 12월 정기산행은 이상하게 무산되어 무언가 찜찜한 것처럼 아쉬움이 남아있었는데
그것을 떨치기 위해서라도 일찍 산행공지를 하였다.
신년 산행이고 또한 사무실 내 팀원들이 쉽게 갈 수 있는 곳을 택하려고 하였는데 마침 태백산을 가자고 한다.
하여 산세도 완만하고 산행거리도 짧은 곳이라 결정하였지만 마음 한 구석에 우려감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단군신화가 있고 또한 신년 산행지로 각광받는 곳이라 많은 산객들로 정체될 것이 불 보듯 뻔한 태백산,
하지만 약속된 일정이 어느새 코 앞으로 다가왔다.


차가운 냉기가 온 몸을 움추리게 하는 신년 첫 토요일의 새벽에 집을 나선다.
지하철 6호선을 타고 신당역에서 다시 2호선으로 환승하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 도착하니 어느덧 약속시간이다.
추위를 피해 8번 출입구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일행들과 만나 지상으로 올라가니 산악회 버스가 도착해 있다(06:50).
대기 중인 버스에 승차하니 조금 더 오늘의 일행들을 기다리다가 양재로 출발한다.


이후 양재역과 복정역을 경유하면서 만차가 된 산악회 버스는 신제천휴게소를 경유하여 영월을 지나고
태백산에서 함백산으로 연결되는 백두대간의 화방재를 넘어 오늘 산행 기점인 유일사 매표소 앞에 도착한다(10:50).


조금 일찍 도착하였는지 아직은 붐비지 않는가 싶더니만 연이어 서너 대의 산악회 버스가 속속 도착하면서
매표소 앞은 어느새 등산객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어이하다보니 일행들과 헤어져 별수 없이 입장권을 개인적으로 구입하여 앞서간 우리 팀원들을 따라 올라간다(11:13).


1분 여 거리에 있는 공터에서 아이젠을 착용하는 등산객이 우리팀의 직원인 듯한데 확실치 않아 빠르게 오르다보니
앞서간 박성창 대장이 윤형건 대원과 나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박성창 대장과 같이 윤형건 대원을 기다리는 도중 대구참사랑산악회의 전(前) 회장이었던 기경환씨를 만났는데
이렇게 북적이는 태백산에서 우연히 만났다는 것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
짧은 인사를 하고나니 잠시 후 올라온 윤형건 대원과 만나 속속 몰려드는 산객들을 조금씩 추월하면서 오른다.


이제 태백산 장군봉으로 향하는 등산로를 걷는 발걸음은 내 의지와 관계없이 가다쉬다를 반복해야만 한다.
일렬로 줄지어 오르다가 유일사쉼터가 있는 사길령 갈림길을 눈 앞에 두고서는 아예 멈추어 버린다(12:08).
이것이 산행인지 아니면 지옥철에 승차한 것인지 구분이 되질 않는다.
10여 미터의 짧은 거리를 밀고 밀리면서 우측의 화방재에서 올라오는 사길령 갈림길의 유일사 쉼터에 이른다(12:20).


조금씩 가팔러지는 오름길은 자연스럽게 서서히 정체를 풀어주고 있다.
꽉 막히었던 유일사쉼터를 지나 한 명 한 명씩 추월하면서 앞서간 일행들을 다시 만난다.
망경사로 이어지는 갈림길을 지나면서 주목이 보이기 시작하고 뒤졸아보면 백두대간의 능선이 하얀 눈이불을 덮고 있다.
또한 중계소가 있는 함백산은 몇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우리를 보고 반갑다고 손짓하는 듯하다(13:10).


잠시 후 동향으로 가지를 늘어뜨린 작은 주목을 만나는데 마음 속으로 가지마다 눈(雪)을 덮고나니 아름다워진다.
또한 천 년을 살고서 고사한 주목에는 하얀 상고대를 덧씌워 똑딱이 디카에 함백산과 함께 담아본다.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간다는 저 주목은 오늘의 내 발자국을 기억하리라 생각하면서 지척의 장군봉으로 걸어간다.


우리나라의 산들을 지질학적 구조의 산맥(山脈) 개념이 아닌 실생활과 연관된 산줄기 개념으로 정의된 백두대간,
짧지만 그 백두대간의 능선을 따라  태백산 장군봉(1537m)에 이르자 숨어있던 거센 바람이 반갑다고 달려든다(13:23).
그러한 바람이 싫지만은 어찌하겠는가, 얼굴을 등산모자인 비니(beanie)로 더욱 더 감싼다.


돌무더기의 원형 제단인 장군단, 그 앞에서 함백산을 넘어 고냉지채소밭으로 유명한 풍력발전기를 이고 있는 매봉산과
2011년 12월, 허리까지 빠지는 눈밭에서 허우적거리다가 119구조대의 도움을 받았던 낙동정맥의 백병산을 바라본다.
너울대는 산줄기에 숨었는지 백병산은 저기 어디쯤이겠거니 하면서 추측해보고 천제단으로 발길을 옮긴다(13:25).


      태백산 천제단 | 太白山 天祭壇 (중요민속문화재 제228호)
      천제단은 우리 조상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설치한 제단이다. 만들어진 시기나 유래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삼국사기]를 비롯한 옛 서적에 '신라에서는 태백산을 삼산오악 중의
      하나인 북악이라고 하고 제사를 받들었다"라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태백산은 예로부터 신령
      스러운 산으로 섬겨졌음을 알 수 있다. 태백산 정상부에 위치한 천제단은 천왕단을 중심으로 북쪽에
      장군단, 남쪽에는 그보다 규모가 작은 하단(下壇)의 3기(基)로 구성되어 있으며, 돌을 쌓아 신역(神域)을
      이루고 있다. 이 3기로 이루어진 천제단은 고대 민속 신앙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장군단 | 將軍壇
      장군단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설치한 3기의 천제단 중의 하나이다. 이 단은 천왕단으로부터
      북쪽 300m 지점에 위치하였는데, 둘레 20m, 높이 2m의 타원형으로 천왕단에 비해 조금 작으며, 원형이
      비교적 잘 남아 있다.
      … 장군봉에 있는 '태백산 천제단' 안내문 전문(全文)


밋밋한 능선의 백두대간을 따라 300여 미터를 걸어 단군신화와 연관있는 천제단에 이른다(13:36).
천제단은 강원도 태백시 소도동에 위치해 있으며 1991년 10월 23일 중요민속문화재 제228호로 지정되었다.
'천왕단(天王壇)'이라고도 하는 천제단은 산 정상의 천왕단을 중심으로 북쪽 뒤에는 장군단이 있고, 남쪽 언덕
아래 하단(下壇)이 있다. 천제단에서는 매년 10월 3일 개천절에 제의를 행하는데 이를 천제 또는 천왕제라고 한다.
태백산은 이미 신라 초기부터 신산(神山)으로 여겨 제의를 행하여왔으며, 돌을 쌓아 만든 천제단의 높이는 2.4m,
둘레 27.5m, 좌우너비 7.36m, 전후너비 8.26m나 되는 타원형의 거대한 석단이다.


우리 일행들 모두가 모여 단체사진을 촬영하고서 이 근처에서 간단히 간식을 하려던 계획이었지만
예상대로 워낙 지체된 시간 때문에 생략하기로 하고 망경사를 거쳐 당골로 내려가기로 한다(13:39).
지금까지 완만하던 산길은 이제 급경사의 내리막길로 바뀌는데 후미에서 이제는 선두로 위치를 바꾸었다.
한참 전 산꾼들이 지금처럼 붐비기 전에는 엉덩이 썰매를 타고 내려가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그저 미끄러지지 않으면서 또한 상호 교차하는 등산객들과 안부딪치도록 주의해서 내려간다.
눈에 익은 단종비각 앞에 많은 인파가 따뜻한 간식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용정(龍井)에 도착한다(13:45).


용정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옛날부터 천제(天祭)를 지낼 때 제수로 사용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해발 1470m)에 위치한 이 샘은
동해에서 떠오르는 아침햇살을 제일 먼저 받아 우리나라 100대 명수 중 으뜸에 속합니다.
비교할 수 없는 상쾌한 물맛을 느껴보시고 태백산 정기를 듬뿍 받아 가시길 바랍니다.
용정의 유래 - 샘에다 용각(龍閣)을 짓고 용신에 제(祭)를 올려 예부터 용정(龍井)이라 불리어지고 있습니다.
조형물의 의미 - 풍요, 다산, 번성, 장원급제, 출세를 의미하는 잉어가 황하를 올라가 급류의 용문을 통과하면
용이 된다는 전설과 같이 잉어가 낙동강을 올라와 자개분(구문소)을 거쳐 용정에 이르어 용이 되어 모든 이들의
소원성취를 이루어 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단종비각은 변함이 없건만 용정은 전에 보았던 모습이 아니다.
그만큼 오랫동안 태백산을 찾지 않았구나 생각하면서 용정의 물 한 모금을 마시고 계속 내려간다.


망경사 앞으로 지나가는 길 대신 용정 앞의 산길을 따라 수평으로 진행하다가 다시금 망경사 길과 합류한다.
계속되는 내리막길에 아직도 바람은 친구하자면서 달려드는데 어이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안면마스크에서 올라오는 입김으로 선글라스에 성애가 끼어 그냥 가자니 눈이 부시기만 한데 말이다.
고도를 떨어뜨리는 하산로, 분산된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빨리 내려가는 것인지 인파가 조금씩 줄어든다는 느낌이다.
좌우로 조망을 막는 하산로는 좌측의 백단사로 분기되는 반재를 만나는데 어묵을 파는 상인이 보인다(14:12).
이제 태백산은 그만큼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대중적인 산이 되었나보다.


우측으로 방향을 바꾸어 당골로 향하는 계곡길과 나란히 내려가는 등산로에는 아직도 눈이 수북이 쌓여 있다.
문수봉에서 내려오는 등산로와 만나면서 부드러워진 산길은 본격적인 계곡길을 따른다.
이제부터는 망경사에서 내려온 길보다는 더 멀지만 오히려 시간은 적게 소요되는 마지막 하산로이다.
식수원으로 사용한다는 안내문 너머로 하얀 눈을 덮고 있는 당골 계곡, 저 앞에 단군성전이 보인다.
앞서 내려간 박상연 회장 부부 내외와 은영윤 대원을 보면서 단군성전으로 올라간다(14:40).
방금 올라설 때와는 달리 정문 앞의 국조단군상과 정문 만을 촬영한 후 그냥 주차장을 향해 통과한다.


노산 이은상의 '산악인의 선서'가 음각된 비를 지나니 태백의 당골은 눈축제 준비로 정신없는 듯 하다.
중장비가 동원되어 축제장의 조형물을 만드는 곳을 지나 매표소를 통과하여 도로를 따른다(14:45).
주차장을 지나 아랫편의 상가지역에 위치한 눈꽃회관이 오늘 뚜벅이산악회의 최종 집결지이다.
출입문을 열고 친절한 안내를 받으면서 2층으로 올라가니 어느새 푸짐한 상차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태백시 당골에서 모처럼 맛있게 점심식사를 끝내고 16시 40분에 출발한 산악회 버스는
치악휴게소를 들렀다가 막힘없이 서울에 무사히 도착한다.


예상했던 것처럼 많은 산객들과 어우러져 지정체를 반복하면서 산행하였던 태백산에서의 신년 산행,
올 한 해도 무사하고 즐거운 산행길이 되기를 마음 속으로 소원하였던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