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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山] 국립공원 정책 해부_등산로 포장해 정상으로 등산객 유도하는 …

월간山 홈페이지(http://san.chosun.com)의 기사입니다.

과연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정책이 이런 것인지 산을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다시금 그들의 존재 여부를 생각하게 합니다.

 

[원문 출처]  http://san.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6/12/200906120148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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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정책 해부] 등산로 포장해 정상으로 등산객 유도하는 공원정책


속리산 사찰매표소에서 문장대(1054m) 방향으로 법주사, 세심정휴게소를 지나 용바위휴게소를 오르는, 계곡 옆으로 이어지는 울창한 숲길을 걷노라면 산새소리·물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 원시적인 자연 속에 들어섰다는 느낌이 새콤새콤 솟는다. 이러한 산길이 올해도 확·포장 된다. 백두대간은 속리산, 지리산, 설악산 등을 품고 있는데, 능선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포장되고 있는 것이다.

 

보은군은 예산 4억5,200만 원을 들여 흙길을 포장한다. 법주사 위 탈골암 입구~세심정휴게소 구간, 그리고 세심정휴게소~복천암(용바위휴게소 아래 50m 위치) 구간 중 포장이 안 된 구간을 포함, 총 1.1km다. 공사기간은 5월 25일경 착공, 8월 중순까지다.

 

▲ 성삼재 상공에서 천왕봉 방향으로 본 지리산 전경. 사진 앞쪽 방향이 성삼재다. 성삼재에서 올라온 차도가 노고단대피소 뒤 노고단고개(해발 약 1,450m)까지 구불구불 뚫렸다. 사진 중앙에 반야봉이, 멀리 천왕봉이 솟아 있다.(항공촬영 김정명)


법주사 코스의 현재 포장현황을 살펴보자. 공원 경계~법주사 집단시설지구~상수도 수원지까지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창설 이전에 포장되어 있었다. 2002~2004년에 속리산공원사무소는 상수도 수원지~법주사~탈골암 입구까지 1.8km를 포장했다. 예산은 3억5,000만 원이다.

 

복천암은 2006년에 세심정휴게소~복천암(용바위휴게소 50m 못 미친 곳)까지 등산로를 확장하고 중간 약 200m를 콘크리트로 포장했다. 콘크리트 포장이 끝난 지점에서 나머지 구간을 올해 보은군이 복천암까지 포장한다는 것이다.

 

포장거리를 보자. 매표소~상수원수원지~탈골암 입구 2.9km, 그리고 세심정휴게소~복천암 일부구간 0.2km로서 포장구간은 현재 3.2km다. 올해 포장할 1.1km를 보태면, 총 4.2km가 포장된다. 매표소에서 문장대까지의 등산로 거리가 6.0km라는 점을 감안하면, 포장 4.2km는 전체 등산로의 70%에 해당한다.<표 참조>

 


보은군청 "포장하면 문장대 등산객 는다"

 

포장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 포장공사 시행청인 충북 보은군청은 “관광시설 확충 차원이다. 울퉁불퉁한 등산로가 포장되면 걷기 편해져서 문장대를 찾는 등산객이 늘어난다. 그래서 지역주민은 소득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2004~2006년 상수원 수원지~탈골암 입구를 포장한 공원사무소는 “법주사의 요청도 있어서 포장했다”고 말했다. 속리산중 계곡길은 이렇게 관광객 유도용과 사찰차량 운행 편의를 위해 포장되고 있는 것이다.

 

법주사 코스는 자연공원법상 자연보존지구다. 또한 속리산 법주사 일원 1,924,201㎡는 사적 및 명승 제4호로서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그래서 법주사 코스에서는 공원사무소의 협의(허가)와 문화재청의 문화재 현상변경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차량통행이 어려웠던 세심정휴게소~복천암~용바위휴게소 구간 산길을 확장하고 높은 곳을 깎아 낮은 곳을 메우고 그곳을 포장해왔다. 그러다 2006년도에는 약 200m를 콘크리트로 포장했다. 공원사무소는 "공원사무소의 공사허가나 문화재청의 허가는 없었다"고 말했다. 공원사무소는 등산로를 직접 포장하거나 지자체의 포장을 동의해주고 있으며, 허가 없이 벌이는 공사를 묵인하고 있다. 공원사무소 존립 이유가 어디 있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을 주는 곳은 북한산에도 있다. 정릉 코스는 정릉에서 보국문, 대성문, 그리고 칼바위능선으로 오르는 3개 코스가 있다. 이곳에 원형이 보존되던 계곡을 뭉개며 공원사무소 직원전용 차도를 개설했다. 1991~1992년이었다. 정릉탐방안내소 안쪽 계곡 변에 주차장을 신설하고, 매표소(현 시인의마을) 앞에는 계곡을 복개하여 널찍한 광장을 만들어 포장했다. 이어 매표소 안쪽으로 계곡을 따라 공원관리사무소까지 2차선 차도를 개설, 포장했다. 약 400m다. 포장구간은 탐방안내소~보국문 구간의 25%에 해당한다. 공원사무소에서 보국문 방향 계곡 변 오솔길 200m 구간도 넓혀 차량이 수월하게 통행할 정도로 만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원사무소 정문 옆으로 칼바위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다. 공원사무소에서 약 450m 지점에 위치한 내원사가 1993년부터 오솔길을 넓히고 띄엄띄엄 콘크리트 포장을 했으며, 지금은 4륜구동 내원사 차량이 오르내리고 있다. 공사허가는 없었다. 탐방안내소~공원사무소~내원사 구간 차도는 탐방안내소~칼바위능선의 약 75%다.

 


정릉계곡 복개, 공원사무소 전용차도 개설

 

북한산 정릉은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공원경계에 위치한 현 정릉탐방안내소까지만 차량 진입이 가능했다. 그 이상은 차량은 물론 경운기조차도 다닐 수 없었다. 그래서 안쪽에 있던 휴게소(식당)들은 등짐으로 짐을 져 날랐다. 정릉4동에 사는 노영호(65)씨는 "계곡을 복개해가며 차도를 뚫었고 공원관리사무소가 생겼다. 계곡 옆으로 걸어 다니던 호젓한 산길이었다. 공원사무소가 1993년경 들어선 다음에, 칼바위능선으로 1~2명이 걸어 오르던 폭이 좁은 경사진 산길도 내원사까지 차도로 변했다. 참 아쉽다"고 말했다.

 

공원사무소 전용차도는 소백산에도 있다. 다리안폭포 위에서 천동계곡을 메우며 약 1.0km 구간에 차도를 개설하고 콘크리트로 포장했다.

 

북한산 백운대로 오르는 코스는 도선사광장(국유지)까지 포장되어 있다. 그래서 등산객들 중 상당수는 광장을 공원경계라 생각하고 등산기점이라고 생각한다. 공원경계(우이분소 아래)~도선사광장~위문(백운대 옆 능선) 구간의 약 60%를 포장한 것이다.

 

지리산을 보자. 1988년 성삼재횡단로가 개통되었다. 성삼재에서 노고단고개(해발 약 1,450m)까지도 차도가 뚫렸다.<사진 참조> 지리산 종주 중간지점인 벽소령을 보자. 북쪽 마천면에서 벽소령까지 차도를 뚫었다.

 

▲ 왼쪽이 절반 가량 메워진 북한산 정릉계곡. 빗물이 스며들고 미생물이 살 수 있다는 컬러아스콘으로 시공했다. 차량 통행으로 바닥이 파이자, 걷어내지 않은 공사폐기물인 기존 콘크리트가 드러나고 있다. 2중, 3중으로 콘크리트를 덧씌운 것이다. 옆에는 자연관찰로라는 안내판이 서 있고, 사진 뒤쪽으로는 계곡을 복개하여 만든 광장과 매표소(전)가 보인다.

 

천왕봉 등산 기점인 중산리를 보자. 중산리마을에서 매표소(전)를 거쳐 순두류 경상남도자연학습원까지 차도가 나 있다. 이 길을 법계사 차량, 자연학습장 방문객 차량, 구조대 차량, 택시, 경운기 등이 오르내리며 매연을 내뿜고 소음을 내고 있다.

 

중산리~순두류~천왕봉은 등반 소요시간이 5시간30분이다. 이 중 보행에 2시간 걸리는 중산리~자연학습원을 차도로 만든 것이다. 중산리~천왕봉 구간 중 약 36%가 차도인 것이다.

 

계룡산을 보자. 동학사 코스는 동학사까지 포장되었는데, 매표소~ 관음봉(816m) 정상까지 거리의 약 40%다. 공원경계에서부터 본다면 약 60%가 포장길이다. 공휴일을 빼고는 차량출입을 통제하지 않는다.

 

갑사 코스는 용문폭포까지 차도가 나 있는데, 매표소~금잔디고개까지 거리의 약 45%다. 신원사 코스는 보광암까지 차도가 뚫렸으며, 매표소~관음봉 정상 구간의 35%다. 전 국립공원이 이와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공단은 오솔길을 확장, 차도를 개설하여 차츰 포장해 나가고 있는데, 아스콘(아스팔트와 콘크리트를 혼합한 공법으로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등 주요 도로에 시공)이나 콘크리트를 깔고 있다. 그런데 포장에 대한 거부감이 일자 공단은 새로운 포장공법을 꺼냈다. 즉 '컬러아스콘 공법'이다. 아스콘에 소량의 흙을 섞는 공법인데, 누런 흙 색깔을 띤다. 그래서 통행객들은 흙을 깐 것으로 착각하기 일쑤다.

 


미생물 살 수 있다는 황토색 컬러아스콘

 

북한산 정릉에도 이 공법을 적용했다. 북한산공원사무소는 "숨쉬는 콘크리트다. 빗물이 스며들며 콘크리트 속에는 미생물이 살 수 있다. 환경친화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속리산공원사무소는 "흙 포장이다. 흙과 콘크리트를 혼합한다"고 말했다. 보은군청은 "공법의 공식적인 명칭은 흙콘크리트 공법"이라고 말했다. 보은군청이 올해 포장하려는 1.1km 구간도, 이미 속리산공원사무소가 2004~2006년에 시행한 2.8km 구간도 컬러아스콘이다.

 

국립공원에서 컬러아스콘으로 포장한 곳은 북한산, 도봉산, 속리산, 설악산, 가야산 등이다. 북한산은 정릉매표소(현 시인의마을)~공원관리사무소 정문까지 콘크리트로 포장했었으나 여론이 좋지 않았다. 등산객들을 딱딱한 포장길을 걷게 하고 공원 차량들이 오르내린다는 불평이었다. 그래서 2000년에 5,5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폭 6m를 컬러아스콘으로 포장했는데, 누런색이 겉으로 보기엔 흙포장이었다. 그런데 비가 오고 몇 달이 지나자 표면의 흙이 씻겨 내려가 허연 콘크리트 색깔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 도봉산 컬러아스콘 시공현장. 컬러아스콘 표면의 황토색이 씻겨내려 콘크리트의 흰색만 남았다. 파인 곳에 기존 콘크리트가 그냥 깔려 있는 게 드러나고 있다. 자연관찰로 안내판이 무색하다.


차량통행으로 바퀴가 지나는 곳에 2줄로 패어 나갔다.<사진> 흙이 섞여 있었기 때문에 아스콘 강도가 약했던 것이다. 그래서 공원사무소는 패인 부분을 콘크리트로 메웠다. 그러자 콘크리트 칠한 부분이 돌출되고 콘크리트 양옆이 다시 패어 나갔다. 차량이 덜컹거리고, 동생이 걸려 넘어져 울자 형으로 보이는 초등생이 일으켜 주는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 컬러아스콘이 움푹 파인 곳 밑으로 콘크리트 포장이 드러났다. 기존 콘크리트를 걷어내지 않고 덧씌우기 공사를 한 것이다. 기존 콘크리트가 남아 있으면 흙바닥 층과 연결이 차단된다. '콘크리트 포장을 위장하기 위한 공법'임을 말해준다. 계속 패어 나가자 공원사무소는 할 수 없이 고속도로용 아스콘을 덧씌웠다. 숨쉬기는커녕 콘크리트를 삼중(三重)으로 층층이 포개놓은 것이다. 게다가 콘크리트 폐기물을 등산로 바닥에 파묻은 셈이다.

 

도봉산 매표소(전)~서원터 구간 730m를 폭 5m로 2000년에 1억1,000만 원을 들여 컬러아스콘으로 포장했는데, 차량 바퀴가 지나는 곳엔 길게 파였다. 정릉과 마찬가지로 기존 콘크리트 포장 위에 덧씌웠다. 컬러아스콘을 깐 정릉이나 도봉산 등산로 변에는 자연관찰로라는 안내판이 서 있고 식물 사진들이 세워져 있다. 가야산 통제소~일주문 구간 1.3km도 폭 5.5m를 1998년도에 2억6,380만 원을 들여 시공했으며, 설악산 소공원~신흥사 일주문 구간도 컬러아스콘이 흉물스럽게 패이고 있다.

 

▲ 천동계곡을 자연석으로 메워 뚫은 소백산북부사무소 직원 전용차도. 공원사무소까지 콘크리트로 포장했다.


포장길에선 자연 속에 들어섰다는 느낌이 절반 이하로 반감된다. 산을 찾는 사람들은 차량이 오르내리는 포장길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러다보니 능선이나 정상으로 쉽게 올라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등산로 포장은 '공원구역을 절반으로 줄이고, 등산객들을 능선과 정상으로 유도'하는 정책인 것이다.

 


국립공원, 정상 중간까지 차도 개설

 

이러한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공단은 2007년 9월 "백운대에선 정상입산료를, 북한산과 도봉산에선 능선통과료를 받겠다"고 공표했다. 그 이유를 들어보자. 2008년 7월 부임한 현 엄홍우 이사장은 "우리나라 등산형태는 너무 정상 지향적인 것이 문제다. 산정은 좁은 곳인데 많은 사람이 몰리면 문제다"라고 말했다. 공단 신범환 처장은 공단 발행 계간지 국립공원을 통해 "우리나라만큼 정상정복 욕구가 강한 입장객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2005년 11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립공원 정책포럼에서 토론자인 환경부 자연자원과장 홍정기씨는 "정상입산료 징수 등 정상등반을 통제하는 해결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능선과 정상으로 몰리는 등산객수를 줄여야 한다며, 그 대책으로 정상입산료·능선통과료 징수, 입산예약제 등을 제시하고 있을 뿐, 등산로 포장문제 등 다른 요인에 대해서는 거론조차 않고 있다. 즉 등산객 행태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이에 대해 대산련 김병준 감사는 "우리나라 국립공원 정책은 없다. 필요한 정책, 올바른 정책이어야 하는데, 혼란정책이 난무하고 있다. 포장공사를 중단하고 현재의 포장을 걷어내는 일이 시급하다. 그러면 자연탐방 구역과 등산로 길이가 2배로 늘어날 것이고, 능선종주나 정상등반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 글 이장오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