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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山] 최선웅의 지도이야기_힘 있는 나라들은 제 나라 중심 세계지도…

월간山 홈페이지(http://san.chosun.com)에 실린 기사 중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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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웅의 지도이야기] 힘 있는 나라들은 제 나라 중심 세계지도 제작


벽걸이용으로는 메르카토르도법·밀러도법 지도가 적합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세계지도를 펴 놓고 친구들과 함께 생소한 나라 이름과 재미난 지명 찾기를 하거나 나라 이름 대고 수도 이름 알아맞히기 내기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세계지도는 어린이들에게 상상 속의 세계를 떠올리게 하며, 넓은 세상을 열린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교육적 효과를 준다. 또한 어린이들로 하여금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꿈을 간직케 하는 보물과도 같은 것이다. KBS 라디오 <이영권의 경제포커스>를 진행하는 경제전문가 이영권 박사도 ‘아이를 세계의 부자로 키우는 교육’(여성동아 2008년 8월호)이란 주제의 대담에서 세계가 나의 놀이터이며 경쟁의 장이라는 것을 일찍부터 깨닫게 하기 위해서는 “자녀의 방에 반드시 세계지도를 걸어 주라”고 말했다.

 

세계지도란 한 마디로 세계 전체를 그린 지도이지만 좀 더 전문적으로 풀이하면 지구 표면의 전부 또는 그 대부분을 원칙적으로 한 장에 나타낸 지도로, 포괄적인 지도의 분류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할 것이다. 내용에 따라서는 일반 세계지도와 주제별 세계지도로 구분하는데, 일반 세계지도는 지형·수계·국계 및 국명·도시·교통망 등 자연적·인문적 사항과 경위선·날짜변경선 등 지구상의 전체적인 현상들이 묘사된다. 주제별 세계지도는 아틀라스나 사회과부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세계지세도·세계기후도·세계지하자원도·세계인구분포도 등 주제에 따라 그 종류가 수없이 많다.

 


용도에 따라 제작 방법 확연히 달라져

 

지도를 정확하게 제작하기 위해서는 각, 방위, 면적, 거리, 형상의 다섯 가지 조건을 필요로 하는데 축척이 1:25000 지형도와 같이 토지의 좁은 범위를 나타내는 경우에는 위의 다섯 가지 조건을 거의 만족할 수 있기 때문에 지도 읽기에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지구 전체를 나타내는 세계지도에서는 다섯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해낼 수 없다. 이는 귤껍질을 벗겨 그 껍질을 지도와 같이 평평하게 펼치려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과 같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지도학자들에 의해 다섯 가지 조건 가운데 한두 가지라도 정확하게 나타내는 지도 제작방법이 연구되었다. 이 방법이 바로 투영도법이다. 세계지도를 올바르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도법의 특성을 알고 용도에 따라 구별해서 사용하는 지혜가 중요하다.

 

첫째 조건인 각의 크기를 정확하게 잴 수 있는 도법을 정각도법(正角圖法)이라 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벽걸이용 세계지도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메르카토르도법이다. 1569년 메르카토르(G. Mercator)가 고안해낸 이 도법은 지구상의 각도와 지도상의 각도가 동일해 지도상의 두 지점을 잇는 직선이 경선과 이루는 각이 일정하다. 때문에 방위각을 수정하지 않고도 목적지까지 일직선의 항해가 가능해 대항해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지도였다.

 

그러나 이 지도는 고위도로 갈수록 면적이 지나치게 확대되어 면적과 거리가 매우 부정확한 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이 단점을 보완해 고위도 지역의 면적 왜곡을 줄인 것이 1942년 밀러(O. M. Miller)가 고안한 밀러도법 세계지도다.

 

두 번째 조건인 방위가 정확한 도법을 방위도법(方位圖法)이라 한다. 이 지도의 형태는 원형(圓形)으로 지도의 중심에서 각 지점에의 방위가 정확하게 표현되지만 각도와 면적이 정확한 도법이나 거리와 각도가 정확한 도법은 성립될 수 없고, 세계 전체를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다만 정각방위도법, 심사도법, 정거방위도법, 람베르트정적방위도법은 성립되어 세계지도 도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세 번째 조건인 면적을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는 도법을 정적도법(正積圖法)이라 한다. 지도의 형태가 완전 타원형인 몰와이데(Mollweide)도법, 변형 타원형인 에케르트(Eckert)도법, 단열 형태를 이룬 구드(Goode)도법, 서구 제국주의 상징으로 평가되어 온 메르카토르 도법에 도전한 정방형의 페터스(Peters)도법 등 여러 종류가 있으나 고위도, 저위도 지역에서 지형의 형상이 심하게 왜곡되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벽걸이용 세계지도로는 부적합하고 주로 주제도에서 많이 사용된다.

 

네 번째 조건인 지도상에서 지점과 지점 간 거리를 정확하게 잴 수 있는 도법이 정거도법(正距圖法)인데 지구상에서 거리 관계를 정확하게 나타내는 도법은 존재하지 않고, 다만 지도의 중심점에서 임의의 각 지점에의 방위와 거리를 바르게 나타내는 정거방위도법은 성립될 수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조건인 형상이 정확한 지도는 좁은 범위를 나타내는 경우는 가능하나 세계지도에서는 형상이 제대로 된 지도가 성립될 수 없다.

 

 

▲ 위의 지도는 세계지도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태평양 중심의 밀러도법 지도이고,

아래 지도는 주제도에 적합한 정적도법인 태평양 중심의 에케르트 제4도법 지도다.

 

 

마테오 리치는 중국인 비위 맞추려 곤여만국전도 제작

 

위의 다섯 가지 지도의 조건에서 본다면 역시 벽걸이용 대형 세계지도로는 메르카토르도법과 그 계통인 밀러도법이 가장 적합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왠지 모르게 불균형하게 보이는 메르카토르도법보다 정각성은 상실했지만 균형 잡힌 모양의 밀러도법 세계지도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각 지역의 면적 비교나 각종 통계를 나타내는 주제도로는 면적이 바르게 표현되는 정적도법의 지도가 적합하다.

 

이 밖에 세계 여러 나라의 지리적 위치에 따라 도법과 관계없이 자국이 속해 있는 곳을 지도의 중앙에 위치시키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일찍이 세계지도 제작이 발달한 유럽에서는 유럽을 중앙에 배치한 이른바 대서양 중심의 세계지도가 주류를 이뤘고, 1884년 지구상 경도의 기준이 되는 본초자오선이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는 자오선으로 결정되자 대서양 중심의 세계지도는 한층 고착되어 갔다.

 

그러나 1602년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Mateo Ricci)가 중국의 천주교 전교를 위한 적응주의 차원에서 중화사상에 거슬리지 않기 위해 중국을 지도의 중심에 둔 소위 태평양 중심 세계지도인 <곤여만국전도>를 제작하여 당시 조선과 일본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도 우리나라의 중학교 사회과부도나 고등학교 지리부도에는 유럽 중심의 주제도가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는 외국의 스쿨 아틀라스에 실린 주제도를 그대로 모사하는 데 기인한 것이지만 보다 큰 이유는 그 같은 도법으로 태평양 중심의 지도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데 있다.

 

현재 초등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는 초등학교용 사회과부도에 실린 세계지도를 분석해 보면 세계전도는 도법의 명칭이 부기되어 있지 않으나 태평양 중심의 밀러도법이다. 일곱 가지의 세계 주제도 역시 모두 밀러도법으로 되어 있다. 이는 제작상의 편의성 때문에 한 가지 도법으로 통일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통계를 나타내는 주제도는 정적도법의 세계지도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초등학생들이 투영도법까지 이해하기는 어렵겠으나 교과 과정에 나오는 지도의 방위와 거리를 배우는 이상 최소한 지구의와 비교하면서 세계지도의 특징과 종류만이라도 가르칠 필요는 있다고 생각된다.

 


/ 글 최선웅 한국산악회 부회장·매핑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