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등산 관련 자료

[월간山] 최선웅의 지도 이야기_지도와 GPS

월간山의 기사를 인용한 것입니다.

원본출처 : http://san.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6/12/2009061201152.html

 

 

=================================================================================================================

 

 

[최선웅의 지도 이야기] 지도와 GPS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도는 등산의 계획에서부터 산행, 기록 정리에 이용되었고 나침반과 더불어 지도의 정치, 현재 위치 확인, 진행 방향의 결정 등 독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도와 나침반은 물론 고도계까지 내장돼 전원 키만 누르면 지구상 어디에서든 현재 위치 좌표와 고도·방위·속도가 자동으로 표시되고, 어느 지점의 기록이나 경로의 기록, 설정된 루트로 정확하게 안내하는 기능을 갖춘 GPS가 등장해 종이지도를 밀어내고 야외 스포츠에서도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GPS는 ‘Global Positioning System’의 약자로 우리말로 옮기면 ‘전세계위치표시시스템’ 또는 ‘전지구측위시스템’이 되나 일반적으로 ‘위성항법장치’라 한다. 한마디로 GPS는 지구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으로부터 신호를 수신해 지구상의 모든 위치를 산출해내는 시스템이다. 원래 미국 군사기술의 하나로 개발되기 시작했는데 1980년부터 미 국방성이 개방해 전 세계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동안 안전보장의 이유로 정확도를 떨어뜨렸으나 2000년부터는 향상돼 카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휴대전화에까지 장착되는 등 첨단 기기나 장비와 결합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확대되고, 기능 또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 최근 GPS에는 이 같은 음영이 표시된 전국의 지형도 전체가 내장된다.(자료 네베상사)

 


미 국방성이 관리하는 GPS위성(정식 명칭은 NAVSTER위성)은 고도 약 2만km 상공의 6개 궤도면에 각각 4개씩 총 24개 이상이 배치돼 약 12시간 주기로 지구를 돌고 있다. 위성의 수명은 7년 반 정도로 매년 새로운 위성을 쏘아 올려 궤도에 투입하고 있는데 현재 30개 정도가 상시운용되고 있어 지구상 어디에서나 최저 3개 이상의 위성이 잡히도록 되어 있다.

 

GPS위성에는 고성능의 원자시계가 내장돼 아주 정확한 시각 정보와 궤도 정보를 지상에 송신하고 있다. GPS 수신기는 복수의 위성으로부터 이 전파를 수신해 각각의 거리를 계산, 현재 위치를 표시하는데 오차를 보정하고 고도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4개의 위성 신호를 수신해야 한다.

 

위성이 발신하는 전파에 포함된 시간 데이터는 암호화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두 가지다. 암호화한 데이터는 군사용으로 미군만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오차는 수cm 정도이고, 민간용으로 이용되는 암호화되지 않은 데이터는 고의로 정확도를 떨어뜨려 오차 범위가 5~10m 정도 된다. 민간에서는 이 같은 오차를 줄이기 위해 일정 영역별로 정밀한 수신기를 보유한 기준국에서 자신의 위치 데이터를 통해 오차값을 계산해 위치정보를 보정하는 DGPS(Differential GPS)라 하는 정밀위치확인시스템 기술이 실용화되어 오차 범위를 수m로 최소화하고 있다.

 

 

유럽·러시아 등 독자적 시스템 개발 중

 

이 같은 최첨단 GPS 기술은 현재 전 세계가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위기감에 유럽연합에서는 독자적인 위성항법시스템인 갈릴레오(GALILEO)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04년 4월부터 유럽우주기구(ESA:European Space Agency)에 의해 개발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2005~2010년에 실용 위성을 제조, 배치할 계획으로 2005년 말 최초의 위성을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쏘아 올려 2006년부터 최초 운용을 시작해 2010년까지는 완전 운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한국·중국·인도·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우크라이나·모로코 등이 참가하고 있으나 공동사업체의 체재가 여의치 않고 민간 기업에서도 채산성 문제로 손을 빼는 형편이라 본격 운용의 목표는 불안정한 상태다.

 

이 밖에 러시아가 구 소련시대부터 그로나스(GLONA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라는 측위시스템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0년까지 3개의 궤도면에 각 8개의 위성으로 총 24개의 위성을 배치할 계획이며, GPS와 다른 점은 위성마다 송신하는 전파의 주파수가 각기 다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득실을 따져 갈릴레오 프로젝트가 실현성이 낮다고 판단해 참가하지 않았고, 독자 위성측위시스템으로 GPS의 위치정보를 보정해서 고정밀도의 측위가 가능한 준천정위성시스템(QZSS:Quasi-Zenith Satellite System)을 개발 중이다.

 

이 같이 세계 여러 나라가 GPS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GPS 활용도의 미래 전망 때문이다. 현재도 GPS는 비행기나 선박의 항법, 측지 측량, 지구 물리, 지리정보개발(GIS), 기상 관측, 해양 탐사 등은 물론 재난 방지나 레저 부분에 이르기까지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더욱이 도로 차선에까지 특정되어 지능형교통시스템이 가능해지고, 목표 지점을 잡기 어려운 해상의 각종 공사나 지도상 전주·신호등의 위치 기입, 공원의 수목이나 야생동물 관리까지 가능해지고 있다. 또한 이동체의 측위가 고도로 정밀화함에 따라 비행기의 자동 이착륙이나 공사장의 불도저, 농장의 트랙터를 자동조종하며, 전 세계 주소 체계도 위도·경도 좌표로 바뀔 날이 머지않았다.

 

이처럼 편리한 GPS 수신기는 산길 정비가 잘 된 산에서는 별 효능을 발휘하지 못하나 야간이나 폭풍설, 심한 가스로 시야가 제로 상태인 경우나 적설기 눈 덮인 산야에서는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는 꿈의 도구랄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만능의 능력을 갖춘 GPS도 하늘이 열리지 않은 장소나 전원 공급원인 전지가 소모되고 나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산행 중에도 수림이 울창한 숲속이나 나뭇잎이 무성한 큰 나무 밑에서도 수신기능이 떨어지며 깊은 계곡이나 절벽 밑에서도 위성 수신수가 부족해지거나 반사파로 측정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GPS 수신기의 사용온도 범위가 -20~+70°C로 향상되었다고 하나 엄동기의 높은 산에서는 GPS가 작동하더라도 정확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초저온 상태에서는 액정표시의 속도가 저하되거나 표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산악 지형은 깊은 계곡과 절벽, 울창한 숲이 존재하며, 기계는 고장이 나거나 전지가 소모되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GPS에만 의지해 산행하다가는 자칫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산에서는 때로 나뭇가지에 매달린 꼬리표가 요긴하게 쓰일 때가 있다. GPS 수신기는 인간으로 하여금 행동 범위를 무한대로 넓혀주고, 지도와 나침반이 할 수 없는 일을 순식간에 해내겠지만 지도와 나침반의 기본적인 원리를 모르고서는 제아무리 좋은 도구도 100% 활용할 수 없다. 문명의 이기에만 의존하는 산행은 등산 본래의 의미를 반감시키고 만다. 산정에 서서 발아래 펼쳐진 산수경을 한눈에 보려면 아무래도 종이지도가 제격일지 모른다.

 


/ 글 최선웅 한국산악회 부회장·매핑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