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남정맥 11구간(고운동재 → 지리산 영신봉) : 아! 지리산 - 운무 속으로 숨어버리다
[산행 일시] 2010. 12. 19(일) 06:45~16:43(9시간 58분)
(산행시간 : 5시간 53분 / 휴식시간 : 1시간 7분 / 헛걸음시간 : 0시간 0분 // 정맥 이탈 시간 : 2시간 58분)
[날 씨] 지리산 영신봉까지는 운무와 강풍, 백무동 하산길은 구름 조금
[산행 인원] 성봉현
[정맥 접근] 고운동 봉매산장 → 고운동재 : 봉매산장 트럭
[정맥 이탈] 지리산 영신봉 → 백무동/백무동 → 서울(동서울터미널) : 도보/직행버스
[산행 시간] 고운동재(06:45) → 묵계재(07:33) → 외삼신봉(1287봉, 09:05~09:10) → 삼신봉(09:38~09:42)
→ 1229봉(10:54~11:28) → 1363봉(12:28~12:32) → 음양수(12:56~12:58) → 지리산 영신봉(13:40~13:43)
→ 이정표(↓세석대피소 2.0km, 14:57~14:59) → 이정표(↑백무동 2.1km, 15:57~16:02) → 백무동(16:43)
[산행 지도] 1:50,000 곤양, 하동, 운봉, 산청 (1975년 편집, 2007/2008년 수정(2003년 촬영, 2007/2008년 조사), 2008/2009년 인쇄)
[산행 기록]
06:45 고운동재(봉매산장 ☎ 055-973-6649 / 016-573-3420)
칠흙같던 어둠 속에서 하룻밤을 보낸 봉매산장을 나와 산장지기 님의 트럭으로 고운동재에 도착하고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고운동재에서 봉매산장으로 되돌아가는 트럭을 보면서 헤드 랜턴을 착용한다.
(청학동행 버스로 묵계초등학교에서 하차한 후 1047번 지방도를 따라 오르면 고운동재가 나온다.)
진주 → 청학동 시외버스(진주시외버스터미널 ☎ 055-741-6039)
07:10 11:20 15:50 (1시간 30분 소요)
진주시외버스터미널 홈페이지(http://tour.jinju.go.kr) '여행정보 - 교통정보 - 시외버스' 참조
하동 → 청학동 시외버스(하동시외버스터미널 ☎ 055-883-2663)
08:30 11:00 13:00 15:20 19:00
하동군청 홈페이지(http://www.hadong.go.kr) '생활종합정보 - 교통정보 - 시외버스시간표' 참조
▼ 고운동재 들머리(철망문 좌측으로 진행한다) - 10구간 하산 시 촬영한 사진
06:58~07:05 987봉
지리산국립공원의 산불 조심 기간이 해제되어 열려진 철망문에서 바로 좌측으로 보이는 철망과 산죽 사이로 이어지는 길은 성인 키보다 더 높이 자란 산죽밭을 잠시 벗어나 잡목 구릉을 넘고 또 한 번 더 넘어 산죽이 무성한 987봉에 오르고
07:26 935봉
연속되는 산죽 숲길은 구릉을 두 번 넘어 935봉으로 오른 다음
07:33 묵계재
제법 가파른 내리막으로 바뀌어 능선 지하로 1047번 지방도 삼신봉터널이 지나가는 묵계재에 도착한다.
▼ 묵계재
08:02 1086봉
좌우 양쪽으로 길이 보이지만 우측길로 산죽을 뚫고 가파르게 올라가다가 부드러워지는 능선길을 따라 산죽 터널을 지나면 바위 능선으로 이루어진 1086봉이 나오고
08:26 구릉(1160능선)
산죽밭이 끝나는가 싶으면 또 나타나는 능선길은 따라 반 암릉길을 지나 다소 가파르게 올라선 후 1160능선 구릉에 이른다.
08:47~08:52 1220능선 구릉
계속되는 산죽길은 구릉을 좌사면으로 우회한 후 외삼신봉이 보이는 1220능선 구릉으로 오른 다음
09:05~09:10 1287봉(외삼신봉)
키가 작아진 산죽길을 지나 10mm 정도 굵기의 가느다란 나일론 줄이 걸려 있는 바윗길을 오르면 1287봉으로 정상에는 '외삼신봉 1288.4m'이라고 새겨진 정상석이 시멘트 기초대 위에 세워져 있다.
▼ 외삼신봉
09:26 이정표[←청학동마을 2.0km ↑(삼신봉 0.5km / 세석대피소 8.0km)] 삼거리
바위 구릉인 외삼신봉을 내려와 잡목 숲을 지나 산죽밭을 나가면 청학동으로 연결되는 갈림길에 이정표가 있으며
09:36 이정표[삼신봉 해발1,288m / ↑쌍계사 8.9km ↓청학동 2.5km →세석대피소 7.5km] 삼거리
정규 탐방로를 따라 삼신봉 방향으로 직진하여 오르는 산길은 쌍계사와 세석대피소로 분기되는 갈림길을 만난다.
09:38~09:42 삼신봉(1289m)
우측으로 바윗길을 올라가면 사각 제단 형태의 커다란 바위 덩어리들 위에 정상석(삼신봉 1,284m)이 세워진 삼신봉으로 '삼신봉에서 바라본 지리산 종주능선' 안내판이 있다.
(삼신봉은 지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지인데 오늘은 어제와 달리 지리산 주능선이 짙은 운무 속으로 숨어버렸다.)
삼신봉에서 바라본 지리산 종주능선
지리산국립공원에서 동서로 길게 펼쳐져 있는 종주능선(25.5km)은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 노고단(1,507m)의 삼대 주봉을 연결하는 지리산의 대표적인 탐방로입니다. 지리산의 종주능선에서는 천왕일출, 반야낙조, 노고운해 등 아름다운 경관자원을 비롯해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반달가슴곰 등 희귀한 야생 동∙식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는 다양한 야생동물과 수려한 자연경관, 유구한 문화유적 등을 온전히 보전함으로써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탐방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 안내판 全文
▼ 삼신봉
10:05 1283봉
삼신봉을 내려와 세석대피소 방향으로 진행하는 산길은 국립수산진흥원 산악회에서 매립한 산악인 추모비를 지나 '현위치 번호 : 지리14-06' 표시목을 만나고 잠시 후 바위구릉인 1283봉을 우하단으로 우회하며
10:16 1278봉
이정표[↑세석대피소 6.2km ↓(쌍계사 10.3km / 청학동 3.8km)]를 지나서 1278봉을 좌사면으로 우회한다.
10:35 1210봉
외길로 이어지는 세석대피소 가는 길은 '현위치 번호 : 지리 14-08' 표시목이 있는 능선 구릉을 거쳐 내리막길의 이정표[↑세석대피소 5.5km ↓청학동 4.5km]를 지나 '바른재봉(1214.0m)' 이름표를 달고 있는 1210봉에 오르고
10:40 1185봉
바로 엇비슷한 높이의 구릉을 넘어 밋밋한 능선 구릉인 1185봉에 도착한다.
10:43~10:45 이정표[↑세석대피소 4.8km ↓청학동 5.2km], 한벗샘
키 작은 산죽 사이로 연결되는 능선은 KT의 '긴급 재난 비상용 이동전화 중계기'와 이정표가 있는 한벗샘을 지나고
10:54~11:28 1229봉, 이정표[↑세석대피소 4.4km ↓(쌍계사 12.1km / 청학동 5.6km)]
잠시 후 만나는 산죽밭 갈림길에서 우직진하면 작은 원형 공터에 KT의 '긴급 재난 비상용 이동전화 중계기'가 있는 1229봉이다.
11:34 1237봉, 이정표[↑세석대피소 3.9km ↓(쌍계사 12.6km / 청학동 6.1km)]
연속되는 산죽길은 평탄한 능선 구릉인 1237봉으로 오른 후
11:51 이정표[↑세석대피소 3.3km ↓(쌍계사 13.2km / 청학동 6.7km)]
10여 분 후 커다란 암봉을 좌하단으로 우회하여 지나면 세석대피소까지 3.3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온다.
11:57 돌문봉
'현위치 번호 : 지리 14-13' 표시목을 지나면 올라가는 산길 좌측에 '돌문봉 (1270.0m)' 이름표가 걸려 있고 잠시 후 커다란 암봉을 좌하단으로 우회하여 올라서면 한현우 님의 '乭門峰' 이름표가 보인다.
12:09 1319봉
내려서는 듯하는 산길은 다시금 바위 구릉을 넘어 서서히 올라가면서 역시 암릉인 1319봉에 오른 후
12:12 석문
잠시 내려섰다가 올라가는 길은 마치 바위로 만들은 문 같은 곳을 통과하게 되는데 석문이라 부르는 곳이다.
▼ 석문을 통과한 후 뒤돌아본 모습
12:28~12:30 1363봉
얕은 고도 차를 유지하면서 서서히 올라가는 마루금은 이정표[↑세석대피소 2.7km ↓(쌍계사 13.8km / 청학동 7.3km)]가 있는 구릉을 지나 좌하단으로 구릉을 우회하여 1363봉에 오르며
12:32 이정표[←의신 6.9km ↑세석대피소 2.2km ↓삼신봉 5.3km]
잠시 후 의신으로 내려갈 수 있는 삼거리에 세워진 이정표를 만난다.
12:42 1403봉
세석대피소 방향의 우직진하는 산길은 완만하게 오르면서 암릉 구릉인 1403봉에 도착하고
12:56~12:58 음양수, 이정표[음양수 해발1,450m / ↑세석대피소 1.2km ↓(쌍계사 15.3km / 청학동 8.8km / 의신 7.9km)]
이정표[↑세석대피소 1.7km ↓(쌍계사 14.8km / 청학동 8.3km)]와 목책이 있는 산길을 지나면 커다란 바위 아래 조그만 샘이 있는 음양수가 나온다.
▼ 음양수
13:13 이정표[↑세석대피소 0.5km ↓(의신마을 8.8km / 청학동 9.5km) →거림 5.5km] 삼거리
음양수에서 정상적인 마루금은 좌측으로 직진하는 길이지만 세석대피소로 이어지는 우측 2시 방향의 정규 탐방로로 진행하면 목책과 나무 계단길을 올라 거림마을로 분기되는 삼거리를 만나며
13:23~13:26 세석대피소, 이정표[↑벽소령대피소 6.3km →장터목대피소 3.4km]
완만하게 오르는 능선길은 '식수장 →70m' 표지판이 있는 삼거리에서 좌측길로 올라가면 세석대피소다.
16:29 세석자연관찰로 표지목, 나무문
대피소 건물 좌측에 있는 이정표에서 벽소령대피소 방향으로 올라가다가 '세석자연관찰로' 표지목이 나오면
13;39 영신봉 이정표[영신봉 해발1,651m / ↑(연하천대피소 9.3km / 벽소령대피소 5.7km) ↓세석대피소 0.6km]
열려진 나무문을 지나 오르는 산길을 따라 진행하면 영신봉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능선에 이른다.
▼ 지리산 주능선 상에 있는 영신봉 이정표
13:40~13:43 영신봉(1652m)
탐방로 좌우로 묶여 있는 줄을 넘어 우측으로 올라가면 낙남정맥의 시점인 커다란 바위들이 널려 있는 영신봉 정상부로 11일간의 낙남정맥 산행이 끝나는 지금 짙게 드리운 운무와 강풍만이 산꾼을 맞이해 주고 있다.
▼ 낙남정맥의 시점인 영신봉
13:45 영신봉 이정표
모든 것이 운무 속으로 숨어버린 영신봉에서 다시금 이정표가 세워진 탐방로로 내려오고
13:54 세석자연관찰로 표지목 삼거리
조금 전 올라왔던 길을 역으로 내려가 세석자연관찰로 표지목이 세워진 삼거리로 복귀한다.
13:56 이정표[세석갈림길 해발1557m / ←백무동 6.5km ↑장터목대피소 3.4km →거림 6.0km] 삼거리
이제는 세석대피소에서 올라왔던 길이 아닌 좌직진하는 산길로 진행하여 '세석갈림길' 이정표가 세워진 삼거리에서
13:59 구릉
좌측의 계단길로 오르면 커다란 바위들이 널려있는 지리산 주능선 상의 구릉이 나온다.
14:19 이정표[↑백무동 5.8km ↓세석대피소 0.7km]
좌향으로 내려가는 급경사의 내리막길은 나일론 줄과 나무 계단으로 이어지면서 너덜 지대를 내려가다가 이정표를 만나고
14:57~14:59 이정표[↑가내소 1.8km ↓세석대피소 2.0km]
나무 다리로 한신계곡을 건너 계속되는 너덜의 내리막길은 계곡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조금씩 고도를 떨어뜨린다.
15:13 자동우량경보시설(백무1우량국)
어두웠던 세석의 하늘과 달리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발뺌하는 하늘을 보면서 내려가는 산길은 산간 계곡 상류 지역에 집중 호우 시 강우량을 자동으로 관측하여 경보 및 안내 방송을 해주는 '백무1우량국' 시설물을 지나고
15:34 오층폭포 이정표[오층폭포 해발855m / ↑백무동 3.0km ↓세석대피소 3.5km]
3분여 후 기둥에 한신폭포라고 쓰여진 이정표[↑백무동 3.7km ↓세석대피소 2.8km]를 지나 오층폭포가 나온다.
15:43 가내소
계속되는 내리막길은 가내소가 아래편에 보이는 곳에 가내소 전설이 적힌 안내판을 만나고
15:57~16:02 이정표[↑백무동 2.1km ↓세석대피소 4.4km]
잠시 후 '가내소자연관찰로' 표지목을 지나면서 인위적으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출렁다리를 건너면 이정표가 나온다.
▼ 인위적으로 조성된 산책로와 출렁다리
16:14 이정표[↑백무동 1.4km ↓세석대피소 5.1km]
또 다른 자동 우량 경보 시설과 '첫나들이폭포(해발630m)' 이정표를 지나면 길 좌측에 매설된 수준점(경상남도 2009년)이 나오고 잠시 후 백무동까지 1.4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이며
16:33 백무동 야영장, 이정표[↓(세석대피소 6.5km / 가내소폭포 2.7km) →장터목대피소 5.8km]
고갯마루에 돌탑이 있는 쉼터의 이정표[↑백무동 0.9km ↓세석대피소 5.61km]를 거쳐 계곡따라 내려가면 백무4경보국이 있는 백무동 야영장으로 우측에 장터목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다.
16:43 백무동탐방안내센터, 함양지리산고속 백무동 정류장
이제부터 포장된 도로를 따라 백무동탐방지원센터를 거쳐 상가들을 지나면 우측에 '지리산국립공원 백무동탐방안내센터'가 보이고 그 옆에 함양지리산고속의 백무동 정류장이 있다.
▼ 백무동탐방안내센터와 함양지리산고속 백무동 정류장(뒤로 보이는 버스가 동서울행 시외버스임)
17:00~21:12 백무동 → 서울(동서울터미널)
낙남정맥의 시점인 지리산 영신봉에서 끝난 마루금 산행은 이제 백무동으로 하산을 마무리함으로써 종료되었고 백무동에서 홀로 승차하여 마천과 인월, 함양을 경유하면서 승객을 태운 시외버스는 깊어가는 어둠을 뚫고 서울로 향한다.
백무동 → 동서울터미널 시외버스 운행시간(함양지리산고속 백무동정류장 ☎ 055-963-3745~6)
07:20 08:50 11:30 13:30 14:50 16:00 17:00 18:00 (백무동에서 인월 25분, 함양 1시간 소요)
(백무동에서 대전(동대전)까지는 18:30 1회 운행함)
하동군청 홈페이지(http://www.hadong.go.kr) '생활종합정보 - 교통정보 - 시외버스시간표' 참조
[산행 후기]
10구간을 끝내고 하룻밤을 머문 봉매산장에서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시간, 산장지기 님의 따뜻한 아침과 함께 점심밥을 챙기고 나니 고운동재까지 태워주시겠다며 준비하고 나오라 합니다. 찬 공기 속에서 느껴지는 날씨인지 오늘 흐린 것이 비나 눈이 내릴 것 같다며 걱정을 해 주시는 봉매산장지기 님의 배려와 함께 고운동재에 도착, 산행 잘하시라는 담화에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서 서로 갈 길을 위해 돌아섭니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룻밤을 유숙한 산꾼을 정성스레 챙겨주신 봉매산장의 산장지기 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드립니다.)
이마에 헤드 랜턴을 달고 열려진 철망문을 들어가 10여 미터 진행하다가 좌측 산죽 숲으로 들어간다고 공부하였던 기억을 떠올리며 산길 입구를 찾아보지만 어디에도 보이질 않아 다시금 원위치하여 사전 학습을 무시하고 찾으려하니 들머리는 철망문 바로 옆이었습니다. 사전에 익히 학습하여서인지 초장부터 겁주는 산죽 터널을 그러려니 하고 어둠 속에서 고도감을 느끼지 못하면서 올라선 구릉,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는지 헤드 랜턴의 불빛이 힘을 잃어가고 체온도 올라가 산죽이 무성한 구릉에서 복장을 다시 추스릅니다.
무성한 산죽이 얼굴을 할키는 산길은 묵계재까지 이어지고 좌우로 보이는 표지기를 보면서 어느 길로 가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우측길로 초반부터 가파른 된비알의 산길을 오르는데 뒷편에서 아침의 태양이 환하게 빛을 비추어주고 있답니다. 잠시 멈추어 일출을 사진기에 담아본 후 능선길을 올라서니 따뜻하게 느껴지던 햇살과 달리 머리 위로 심한 태풍이 지나가는 듯합니다. 웅웅거리며 사정없이 달려드는 겨울 찬바람에 밀려 모자를 꺼내어 쓰고 난 후 외삼신봉에 도착하니 지리산의 주능선은 아직 잠을 깨지 않았는지 자신의 자태를 흐릿한 운무 속에 감추고 있습니다.
잠시 후 정규 탐방로와 합류하여 탐방로를 따라 올라선 삼신봉, 내삼신봉은 짙은 구름으로 가려지고 영신봉은 반야할매의 심술인지 구름 이불을 덮고 있어 보이질 않습니다. 순간적인 착각이었는지 세석대피소로 가야하지만 삼신봉 이정표로 다시 내려가니 부부 산객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합니다. 사진을 촬영해 주고 서로의 갈길을 확인하는데 세석으로 간다는 사람이 왜 쌍계사 방향으로 갈려고 하느냐는 말에 방향 감각이 되돌아옵니다. 덕분에 과외 수업을 면하고 세석으로 향하는 산길에 역시 국립공원이어서인지 제법 많은 산님들과 맞닥뜨리면서 진행합니다.
외길로 이어지는 마루금 산길은 국립공원 지역이라 그런지 곳곳에 설치된 이정표가 남은 거리를 알려 주어 시간 계획을 도와주고 한벗샘을 지나 만난 KT(구 KTF)의 '긴급 재난 비상용 이동전화 중계기'가 있는 작은 공터에서 이른 점심을 준비합니다. 라면을 끓여 봉매산장에서 준비한 밥과 함께 먹고 나니 속이 든든해져서인지 배낭도 발걸음도 한결 가볍게 느껴집니다. 영신봉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짙은 운무 속으로 지리산의 주능선이 숨어버리는지 이제 시정 거리도 더 짧아졌답니다.
암봉들의 영향인지 커다란 바위들이 만들은 석문을 지나니 자욱한 운무 속에서 음양수의 커다란 바위가 보입니다. 마루금은 좌측의 바윗길을 따라 진행하지만 이정표가 가리키는 정규 탐방로를 따라 낙남정맥의 시점인 영신봉을 향합니다. 하얗게 쌓인 눈을 밟으며 먼저 길을 다닌 산님들의 발자국을 따라 세석대피소에 도착하니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파로 북적입니다. 이제 낙남정맥의 시점이자 나에게는 끝 지점이 되는 영신봉이 지척이라는 생각에 잠시 들뜨는 기분을 억누르고 다시 발길을 옮깁니다.
한때 10년 연속 산행을 계획하였다가 9년으로 끝나버린 지리산 주능선 종주였지만 모처럼 찾아서인지 낮설게 느껴지는 주능선, 오늘 낙남정맥을 마무리하기 위해 그때와 달리 역방향으로 걸어가 영신봉 이정표가 있는 곳에 도착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음양수에서 이곳까지는 정규 탐방로로 우회하였지만 바로 지척에 있는 영신봉의 정상부를 보고 싶어 줄을 넘어섭니다. 사방이 짙은 운무로 감싸인 영신봉…… 11일간의 여정이 끝나는 순간입니다. 서울에서 떠날 때의 느낌과 달리 또 하나의 산줄기 산행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무덤덤해지는 것은 짙은 운무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백무동으로 빨리 하산해야겠다는 생각만 간절해집니다.
어제와 달리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영신봉을 내려와 다시금 세석대피소를 거쳐 백무동을 향한 내리막길을 내려갑니다. 스패츠도 아이젠도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제법 쌓인 눈길의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도중 준비성 부족한 제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금년 첫 산행이었던 한남관악지맥의 2구간 산행을 할 때도 오늘과 같은 상황이었는데 마지막 산행까지 똑같은 전철을 밟습니다. 하지만 지금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눈 쌓인 너덜길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내려갑니다.
지리산의 북부능선으로 내려오니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아지고 있지만 연속되는 너덜길에 산꾼은 지쳐갑니다. 계곡을 몇 번 넘나들었는지 세는 것조차 잊어버릴 때쯤 백무동이 코앞이라고 이정표가 알려줍니다. 백무동 한신계곡길은 오늘 초행이었지만 다시 걷고 싶다는 생각이 싹 사라질 정도의 너덜길, 백무동야영장을 만나면서 끝이 나고 구 매표소였던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탐방안내센터가 있는 주차장에 도착함으로써 안도의 숨을 고릅니다. 함양지리산고속의 시외버스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하는데 오늘은 혼자 온 산꾼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추운 날씨로 별로 땀을 흘리지 않았지만 여벌 옷으로 바꿔 입고 백무동을 출발한 버스에서 깊어가는 지리산 자락의 어둠을 봅니다.
이번 구간의 대부분이 지리산국립공원지역이라 그런지 이정표가 길안내를 잘 해 주어 눈만 감지 않는다면 헛걸음 할 일이 없는 구간입니다. 삼신봉을 거쳐 음양수까지 마루금을 따르다가 마루금으로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정규 탐방로로 우회갈 것인지는 본인이 결정할 사항이며, 하산길은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너덜길로 이어지는 백무동보다는 거림을 추천합니다.
낙남정맥을 시작하면서 산행 전 찾아보았던 산행기를 남겨주신 많은 선답자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 드리며 산행 중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격려와 힘을 실어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아울러 제 산행기 역시 후답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낙남정맥 산행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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