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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제주올레

[2025-09-27] 제주올레 20코스(김녕 서포구 → 제주해녀박물관)

제주올레 20코스(김녕 서포구 → 제주해녀박물관)

 

[지       도]  사단법인 제주올레트레일 홈페이지의 '제주올레 코스별 지도(업데이트: 2024.12) 20코스'

 

[코스 소개]  총 길이 : 17.4㎞,  소요 시간 : 5~6시간,  난이도 : 중

제주 북동부 바다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담은 바당 올레다. 제주 북동쪽 바닷가 김녕서포구에서부터 김녕, 월정, 세화 해수욕장의 잔잔하게 일렁이는 쪽빛 바다 물결을 감상하며 걷게 된다. 물빛이 아름답고 수심이 고른 편이어서 물놀이 하기에도 좋다. 운이 좋으면 해녀들이 물질하는 모습과 함께 숨비소리도 들을 수 있어 길에 제주 해녀 문화가 함께 스며 있다.

 

[코스 TIP]  김녕해수욕장 인근이나 월정리 해안도로 주변으로 식당들이 많다. 세화오일장이나 세화해수욕장 부근으로도 다양한 메뉴의 식당들이 여럿 있으니 안심해도 좋다.

 

[탐방 일시]  2025.09.27(토) 08:28~13:00(4시간 32분 // 구간 : 3시간 33분 / 휴식 : 0시간 59분)

[날       씨]  비

[인       원]  성봉현

[접       근]  오름모텔 →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 '남흘동' : 도보/201번 시내버스 / '남흘동' → 김녕 서포구 : 도보

[이       탈]  제주해녀박물관(제주올레 21코스 공식 안내소)에서 21코스 연속 탐방

[구간 시간]  김녕 서포구(08:28) → 도대불(08:41) → 성세기 태역길(08:57) → '현재지점 3.0km' 플레이트(09:05)

                  → 김녕 국가 풍력 실증연구단지(카페 델문도 김녕점, 09:12~10:04) → '현재지점 5.0km'(10:28)

                  → 월정리해수욕장(10:46) → 행원포구(중간 스탬프, 11:04~11:07) → '현재지점 9.0km'(11:18)

                  → '현재지점 11.0km'(11:44) → 한동해안도로(해맞이해안로, 11:56) → '현재지점 13.0km'(12:10)

                  → 평대해수욕장(12:23) → '현재지점 15.0km'(12:35) → 제주해녀박물관(제주올레 공식 안내소, 13:00)

[구글 어스]

2025-09-27_제주올레 20코스(김녕 서포구~제주해녀박물관).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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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기록]

   이제 세 코스 남은 제주올레 길, 20코스와 21코스를 하루에 그리고 다음날 7-1코스를 걸은 후 437km 완주 인증을 한 후 오후 비행기로 부산으로 돌아오기로 한다. 김녕 서포구에서 제주해녀박물관을 경유하여 종달바당까지 걸어가는 두 코스를 하루에 끝내고 여유롭게 서귀포시로 가려면 아무래도 아침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금요일 저녁 비행기로 제주도에 도착했다. 사전에 예약한 제주시 삼도1동에 있는 오름모텔로 가기 위해 제주공항 3번 정류장에서 331번 시내버스를 타고 '용천마을/남서광마을' 정류장에서 하차하는데 제법 굵은 비가 내리고 있다. 오늘밤만 내리고 내일은 괜찮아지겠지 생각하면서 아니 그러길 바라면서 사오 분 거리의 숙소에 도착했지만 비는 더 굵어졌다.

 

   오름모텔에서 꿀잠을 잔 후 아직 사위가 어두운 시간에 모텔에서 나오니 전날 내리던 비가 그친 것이 아니라 조금만 걸어도 바짓가랑이가 젓을 정도로 내리고 있다. 부산에서 출발하기 전 검색했던 일기예보는 오전 중에 약한 비가 내린 후 오후에는 그친다고 했으니 그러기를 바라면서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다. 가상 정류장인 '제주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6시 10분에 출발하는 201번 첫차가 이곳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정류장에 도착한 시간은 6시 15분이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보면서 지난 9월 초에 지났던 제주올레 구간을 지나 조천체육관에 도착한 시간은 30분이 소요되어 6시 45분이 되었다. 20코스를 시작하려면 이삼십여 분 더 가서 '남흘동' 정류장에서 하차해야 하지만 제주시에서 이른 시간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지난 19코스를 시작하기 전에 이용하였던 함덕골목 식당에서 아침을 먹기 위해 이곳에서 내린 것이다.

 

   함덕골목 식당은 아침 7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므로 '조천체육관' 정류장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비가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거칠어지고 있다. 영업 시작 시간에 맞추어 첫 손님으로 입장하여 아침 식사를 하고 나왔지만 내리는 비가 더 굵어진 것이 여름 장맛비 수준이다. 오늘 20, 21코스 두 코스 거리가 약 30km 정도인데 이런 날씨에 걸어야 하는지 심란해진다. '조천체육관' 정류장에서 '남흘동' 정류장을 경유하는 201번 버스를 그냥 보낸 후 기다렸지만 아무래도 비가 그칠 것 같지는 않아 다음으로 미룰까 생각해 본다.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이곳까지 왔으니 일단 20코스를 시작해서 가는 데까지 가 보기로 하고 201번 버스를 타고 '남흘동' 정류장에서 하차한다. 20코스 시작점인 김녕 서포구로 걸어가는 길에 부산에서 짐을 꾸리면서 눈에 띄었던 하의 우비가 생각나지만 이제는 부질없는 생각일 뿐이다. 김녕 서포구를 향해 골목길을 꼬닥꼬닥 걸어가는 내 자신이 처량하게 느껴진다.

 

   20코스 시작점 표시석이 있는 김녕 서포구에 3주 전에 왔을 때에는 폭염으로 고생했는데 오늘은 거센 비가 내리는 것이 극과 극이다. 제주올레 437km 완주의 마지막을 시작하는 첫날부터 고생길이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서 걷는 길이므로 제주올레 패스포트에 20코스 시작 스탬프를 날인하고 제주해녀박물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08:28). 조금 전에 지나왔던 해녀마을 쉼터 오른쪽의 골목길로 마을을 빠져나가면 탁 트인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원뿔 모양의 도대불을 만난다(08:41). 도대불은 바다로 나간 배들의 밤길을 안전하게 밝혀주는 제주도의 민간등대로 제주도 해안가 마을의 포구마다 하나씩 있었는데 그 모양이 원통 모양, 사다라꼴 모양 등 저마다 달랐다고 한다. 김녕리 도대불의 등불은 해질 무렵 바다로 나가는 어부들이 켜면 아침에 들어오는 어부들이 껐다고 하며, 1972년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면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내리는 비도 그렇지만 바람마저 거세다. 거친 물결이 일렁이는 바닷가의 방파제가 있는 작은 포구를 지나 세기알해변을 보면서 해안 도로를 따라 걷는다. 잠시 후 퐁력발전기가 보이고 김녕 해수욕장 입간판이 있는 갈림길에 도착한다(08:49). 이곳 김녕 지오트레일의 '김녕 흰모래' 안내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김녕 흰모래(White Sand of Gimnyeong Beach)

검은색 용암이 드넓게 펼쳐진 제주도의 지표와 달리 김녕 해안에는 독특한 흰색의 모래 해변을 볼 수 있다. 이 흰모래는 원래 얕은 바다에 살았던 조개와 해양생물의 골격이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던 것으로 태풍이나 바다에서 불어온 북서 계절풍을 타고 해안으로 밀려와 쌓인 것이다,

이 흰 모래를 자세히 보면 조개껍질을 비롯한 해양 생물의 흔적들을 관찰할 수 있다, 김녕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 흰 모래를 밭의 토양으로 사용했으며, 주로 마늘, 당근, 양파 등을 재배하고 있다.

 

   왼쪽 해안 방향으로 이어지는 올레길 입구에 서 있는 간세 '성세기 해변', 제주도의 지명들은 특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성세기는 외세 침략을 막기 위한 작은 성(새끼 성)이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비가 내리면서 바람이 불어서인가 관광객들이 보이질 않아 썰렁한 김녕 성세기 해변을 지나는데 '김녕해수욕장'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유명한 곳이다. 해변에서 살짝 올라선 곳에는 간세 '성세기 태역길'이 있다(08:57). '태역'은 잔디를 일컫는 제주 말로 잔디가 많아 제주올레가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해안선과 잔디밭 사이로 이어지는 제주올레 길은 자잘한 검은 돌들이 깔린 곳에 서 있는 '현재지점 3.0km / 총길이 17.4km' 플레이트를 만난다(09:05).

 

   바닷가 잔디밭을 지나는 길이라 그런지 바람이 거칠게 분다. 작은 우산이라 하지만 바람에 수시로 뒤집히고 빗줄기는 더 거칠어져 이미 바짓가랑이가 흠뽁 젖어버린 상태로 해안 돌길을 지나 '김녕 국가 풍력실증연구단지' 사옥이 있는 해안 도로(해맞이해안로)에 나선다(09:11). 이 상태로 계속 걷는다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되어 코스 이탈을 생각하는데 왕래하는 차량마저 보이질 않는 해안 도로에서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겠다. 일단은 가는 데까지 가기로 하고 걸어가는데 오른쪽에 2층 건물의 카페가 보인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비를 피하기 위해 카페 델문도 김녕점으로 발길을 옮겨 입구에서 빗물이 흐르는 코트형 우의의 빗방울을 털어내고 들어간다(09:12). 짖궂은 비가 내리는 날이라 그런지 아니면 이른 시간인지 모르겠지만 바다 전망이 트이는 2층에는 서너 명만 있을 뿐 분위기 자체가 썰렁하다.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면서 통창 너머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흐릿해진 바깥 풍광을 보고 있노라니 '현재지점 3.0km' 플레이트가 있던 곳을 지난 해안 돌길에서 보았던 대여섯 명의 올레꾼들이 거센 빗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나간다. 무리지어 걷는 저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나는 도저히 저 비를 맞으면서 걷지를 못하겠다. 그렇게 하염없이 넋놓고 바깥을 바라보다 보니 빗줄기가 가늘어지면서 내리는 둥 마는 둥 하는 것 같다. 오늘 제주올레 길 걷기를 포기할까 하던 생각을 접고 바깥으로 나오니 바람만 거칠게 불 뿐 비는 잠시 소강 상태가 되었다. 그나마 카페에서 쉬었다고 젖었던 바지도 어느 정도 말라 20코스 종점까지 가 보기로 하고 다시 움직인다(10:04).

 

   해안 도로를 따라 걸어가는데 그친 줄 알았던 비가 다시 내린다. 오늘 날씨가 비를 피할 만한 곳에 있을 때에는 그치는 듯하다가 나만 밖으로 나오면 다시 내리기를 반복하는 하늘이 원망스러워진다. 해안 도로에서 왼쪽 바닷가 돌길로 잠시 걷다가 다시 해안 도로로 나와 걸어가다 보면 '제주밭담 테마공원 정보센터'가 도로 건너편에 보인다(10:18). 제주밭담 테마공원은 세계 중요 농업 유산으로 등재된 제주밭담을 한 공간에서 관람 및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된 테마공원으로 특히 제주도 내에 분포하고 있는 각종 밭담의 유형에 대한 전시와 직·간접적으로 체험과 학습을 할수 있는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테마공원 정보센터를 보면서 조금만 더 걸어가다가 도로가 왼쪽으로 굴곡지는 지점을 지나는 곳의 도로 건너편 풀밭 사이로 길이 이어지는 것을 모르고 그냥 지나쳐 걸어가다가 되돌아왔다(10:21~10:25).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바람은 거칠게 부는 것도 모자라 흙길에는 물이 고여 내딛는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그런 길을 따라 걸어가다가 풀밭 길에 서 있는 '현재지점 5.0km' 플레이트를 지난다(10:28). 시멘트로 포장된 농로는 해안 도로로 나서는가 싶지만 다시금 농로로 방향을 바꾸어 한동안 이어지다가 마을 골목길을 빠져나가면 월정리해수욕장이다(10:46). 모처럼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해수욕장이라기 보다는 해안가 모래밭처럼 느껴지는 폭이 좁은 월정리해수욕장을 지나 도로 건너편에 있는 '행원리' 표석을 만난다(10:53). 그리고 잠시 후 도로를 건너 무인카페 앞을 지나는 시멘트 길로 방향을 바꾼다(10:54). 얕은 돌담 사이로 이어지는 시멘트 농로는 다시금 해안 도로로 나서는데 행원포구 방파제가 있는 곳이고 해안 도로를 따라 조금만 가면 해안가 쪽의 안전 난간이 끝나는 곳에 중간 스탬프 간세인 '행원포구/광해군기착비'가 있다(11:04).

 

   2006년 9월 북제주문화원에서 세운 '광해 임금의 유배, 첫 기착지' 표석에는 다음과 같이 음각되어 있다.

 

   광해군(光海君)은 1623년 인조반정에 의해 혼란무도(昏亂無道) 실정백축(失政百出)이란 죄로 폐위, 처음 강화도 교동(喬桐)으로 유배되었다. 이어 1637년 유배소를 제주로 옮기려 사중사(事中使) 별장 내관 도사 대전별감 나인(內人) 서리(書吏) 나장(羅將) 등이 임금을 압송하여 6월 16일 이 어등포(於登浦)로 입항하여 일박하였다. 이때 호송 책임자 이원로(李元老)가 왕에게 제주라는 사실을 알리자 깜짝 놀랐고, 마중 나온 목사가 "임금이 덕을 쌓지 않으면 주중적국(舟中敵國)이란 사기(史記)의 글을 아시죠"하니 눈물이 비 오듯 하였다. 주성(州城) 망경루 서쪽 배소에서 1641년 7월 1일 67세로 마치니 목사 이시방(李時昉)이 염습, 호송 책임 채유후(蔡裕後)에 의해 8월 18일 출항, 상경하였다. 광해군은 연산군(燕山君)과 달리 성실하고 과단성 있게 정사를 펼쳤으나 당쟁의 와중에 희생된 임금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주올레 패스포트에 중간 스탬프를 날인하고 앞쪽의 어등포 포구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어등포(魚登浦)는 행원포구의 옛 지명으로 바람이 심한 제주도이지만 이곳은 유독 더 심해 '지나가던 물고기도 포구로 올라온다'고 해서 어등포(魚登浦)로 불리다가 살구나무 마을이라는 뜻의 행원리(杏源里)로 바뀌었다고 한다. 정면으로 보이는 풍력발전기를 향해 바다를 가로지르는 듯한 길을 건너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풀밭 길을 지나 중간 스탬프 간세가 있던 해안 도로로 나선 후 맞은편 사사키키(SASAKIKI) 음식점 오른쪽 골목길로 들어간다(11:12). 가옥 돌담 골목길을 두어 번 돌아가 만나는 삼거리에 '현재지점 9.0km' 플레이트가 전주에 붙어 있다(11:18).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농로를 걸어가는데 비는 그칠 줄 모르고 하염없이 오락가락 내리고 있다. 석성처럼 느껴지는 각진 돌담 앞에서 돌담을 따라 걸어가다가 건천의 다리를 건너 수수하게 쌓은 돌담 사잇길을 지나면 아스팔트 포장된 찻길이 나온다(11:28). 찻길을 건너 주식회사 대동 표석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다시금 농로를 걷는다. 시멘트 농로를 칠팔 분 정도 걷다가 만나는 삼거리에서 오른쪽 풀밭 길로 방향을 바꾸어 걷다 보면 숲길이 끝나면서 좌가연대가 있는 곳으로 나선다(11:42). 연대는 횃불과 연기를 이용하여 정치·군사적으로 급한 소식을 전하던 통신수단을 말한다. 봉수대와는 기능면에서 차이가 없으나 연대는 주로 구릉이나 해변지역에 설치되었고 봉수대는 산 정상에 설치하여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횃불을 피워 신호를 보냈다. 좌가연대 앞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조금만 걸어가면 시멘트 농로를 만나는데 '현재지점 11.0km' 플레이트가 풀숲에 서 있는 것이 보인다(11:44).

 

   왼쪽으로 이어지는 제주올레 길, 시멘트 농로이지만 평탄한 길이 아닌 탓에 물이 웅덩이를 만들고 있는데 발목이 잠길 것 같아 밭 가장자리로 조심스럽게 지나간다. 다시 좁은 흙길로 바뀌기도 하고 물고기 양식장인 듯 시멘트 구조물에 검은 차양막을 두른 시설물을 지나니 다시금 해안 도로를 만난다(11:56). 오른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갈림길을 만나는데 현재 서 있는 곳은 한동리, 지나온 방향으로는 행원리이고 가야 할 방향은 평대리라 적힌 간이 이정표도 보인다. 그리고 잠시 후 만나는 '제주 오누이 회국수' 식당 앞 갈림길에서 오른쪽 이면도로같은 골목길로 발걸음을 옮긴다(11:59). 현무암을 적당히 쌓은 듯하면서도 무언가 단단하게 보이는 돌담들이 만드는 골목길을 요리조리 돌아나가다 보면 '밭담(밧담), 밭 주위를 메워 두른담' 등 제줏말이 적혀 있는 방파제 앞의 U자형으로 굴곡진 해안 도로로 나선다(12:05).

 

   제주올레 20코스 제주해녀박물관으로 가는 길은 해안 도로에서 골목길 이면도로로 그리고 다시 해안 도로로 나서기를 반복하고 있다. 아일랜드 라운지를 지난 곳에서 오른쪽 골목길로 방향을 바꾸면 다시 농로로 이어지다가 왼쪽 가옥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니 이면도로 삼거리인데 나무 기둥에 붙어 있는 '현재지점 13.0km' 플레이트가 보인다(12:10). 이면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계룡동마을회관을 지나 '한동리 계룡동' 표석이 있는 사거리를 만난다(12:17). 사거리에서 맞은편의 '올레길20코스' 표식이 있는 곳으로 직진하다가 '스물셋' 펜션 돌담 앞에 서 있는 '오소록길' 표지판이 가리키는 왼쪽길로 방향을 바꾼다(12:19). 스물셋 펜션 뒤편으로 돌아가는 길은 마을 돌담을 따라 이어지다가 평대리해수욕장 앞의 해안 도로로 나선다(12:23).

 

   날씨 탓인지 썰렁한 평대리해수욕장을 보면서 해안 도로를 잠깐 걸어가다가 다시 오른쪽 이면도로로 이어지는 길은 좁은 흙길과 농로를 번갈아 지나면서 찻길로 나선다. 공사장인지 가림막이 있는 곳의 도로 굴곡점에 '현재지점 15.0km' 플레이트가 있다(12:35). 이제 20코스의 종점까지는 2.4km만 남았지만 이른 아침부터 내리는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가늘어졌다가 굵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내리고 있는 중이다. 포장 도로가 끝나면서 풀밭으로 이어지는 입구에는 간세 '뱅듸 길'이 있다(12:37). 간세에는 "평대 마을은 '뱅듸' 또는 '뱅디'라고 불렸다. 돌과 잡풀이 우거진 넓은 들판을 뜻하는 제주어이다. '뱅듸 길'은 마을 유래를 짐작하게 하는 옛길이다."라 적혀 있다. 짧은 풀밭 길을 지나는데 잠시 주춤해졌던 비가 김녕 서포구에서 출발할 때처럼 더욱 거세지는 것이 마지막까지 고생해야 할 듯싶다. 풀밭이 끝나면 농로가 이어지고 다시 마을 골목길을 이리저리 빠져나가니 세화포구 앞의 해안 도로이다(12:49).

 

   거칠은 비도 그렇지만 바닷가로 나오니 이제는 강풍이 더해져 걷는 것이 고약하다. 방파제처럼 쌓은 돌담 너머로 보이는 바다의 풍랑이 매우 거칠다. 물이 고이지 않은 곳을 찾아 걸어가는데 '세화 숨비소리길' 표시물을 지나 방파제 위에 올려진 작은 책상과 걸상이 짖궂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12:54). 방파제가 끝나고 도로를 따라 조금 더 걸어가다가 GS25 편의점이 우측으로 100m 지점에 있다는 안내판 및 하도리 표석이 있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찻길을 건너면 해녀박물관이 길 건너편에 있다. 그리고 조금만 더 걸어가면 제주올레 21코스 공식 안내소와 함께 시작점 표시석 옆의 '제주해녀박물관' 스탬프 간세가 반겨준다(13:00).

 

   제주올레 패스포트에 20코스 종점 스탬프를 날인하고 나니 이런 날씨에 김녕 서포구에서 이곳까지 왔다는 것이 내 스스로도 고생했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시 올레모텔에서 출발할 때에만 해도 비가 어느 정도 내리다가 그치겠지 생각했는데 그런 바람과는 달리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는가 하면 가랑비처럼 내리는 등 잠시 숨고르기 하기를 반복했다. 3km 지점을 통과한 후 거센 장대비로 중간 이탈까지 생각했던 20코스, 카페에서 쉬면서 소강 상태를 보여 다시 걷기를 시작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세화해수욕장 전부터 다시 거세진 비바람은 아직도 그칠 줄 모르고 굵은 비를 주룩주룩 쏟아붓고 있다. 21코스를 이어서 갈 것인지 생각하는 것보다 지금은 점심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 해녀박물관 맞은편에 있는 돌담칼국수 식당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식당에서 비를 피하고 있으려니 창밖으로 보이는 풍광은 비가 언제 왔냐는 듯이 시치미 떼고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만큼 흠뻑 젖었던 바짓가랑이도 말라가니 21코스를 이어가자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