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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산행

[2024-06-23] 대암산 용늪 : 안개구름 속에서 용이 승천하나 보다

대암산 용늪 : 안개구름 속에서 용이 승천하나 보다

 

[탐방 일시]  2024.06.23(일) 09:53~14:58(5시간 5분 // 산행 : 4시간 21분 / 휴식 : 0시간 44분)

[날       씨]  보슬비 내린 후 맑음

[인       원]  김만기, 성봉현

[접       근]  서울 → 임시 용늪탐방센터/임시 용늪탐방센터 → 대암산 용늪 생태탐방안내소(서흥리) : 자차

[이       탈]  대암산 용늪 생태탐방안내소(서흥리) → 서울 : 자차

[탐방 경로]  대암산 용늪 생태탐방안내소(09:53) → 이정표 2(10:01) → 너래바위(출렁다리, 10:20~10:26)

                  → '대암산-큰용늪' 갈림길(10:32) → 쉼터('바람꽃 군락지' 팻말, 10:53~10:56) → 이정표 8-2(11:15)

                  → 쉼터('원주지방환경청' 현수막, 11:23~11:45) → 큰용늪 입구(12:00~12:07) → 큰용늪 출구(12:37)

                  → 큰용늪 입구(12:47) → 쉼터('원주지방환경청' 현수막, 13:14) → 쉼터('바람꽃 군락지' 팻말, 13:52)

                  → '대암산-큰용늪' 갈림길(14:17) → 너래바위(14:24~14:30) → 대암산 용늪 생태탐방안내소(14:58)

[탐방 지도]  1:50,000 인제(국토지리정보원 1:25,000 2013년 온맵 편집),   '인제군 대암산 용늪' 홈페이지 자료(2015-08-06)

 

[구글 어스]

2024-06-23_대암산_용늪.gpx
0.41MB

 

[인제군청 자료]  대암산 용늪 소개, 예약 안내, 코스 안내

 

[탐방 기록]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생각나질 않지만 대암산 용늪 탐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전부터 늘 하고 있었다. 그러던 오월 어느 날 우연히 대암산 용늪의 탐방이 5월 16일부터 재개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내에게 의향을 물어본다. 아내에게 이야기 하니 인터넷으로 검색한 결과 여름 야생화가 볼 만 하다고 하여 장마철이 시작되기 전에 탐방하기로 하고 인제군 대암산 용늪 홈페이지(https://sum.inje.go.kr)에 접속하여 탐방 예약(10시 탐방)을 하였다. 그리고 탐방 예정일 3일 전에 집결 장소와 시간, 탐방 비용 등의 안내문을 문자로 받아 주민 안내원의 고용 비용을 입금하였디.

 

   탐방 당일 고속도로에서의 차량 정체를 감안하여 서울에서 이른 시간에 출발한다. 가평휴게소를 경유하여 인제군 서화면에 있는 임시 집결 장소인 용늪마을 체험관에는 9시를 조금 넘은 시간에 도착하였다. 6월 이전에는 용늪 자연생태학교에서 집결하였지만 습지센터 건립을 위한 철거 공사로 인해 인근에 있는 용늪마을 체험관으로 이전하여 임시 용늪탐방센터를 운영한다고 한다.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두 팀 그리고 마지막 팀이 도착하여 인원을 확인한 후 예정보다 일찍 용늪탐방센터에서 출발한다. 현지 주민 안내원의 차량을 선두로 각 팀별로 타고 온 자차로 7km 떨어진 거리에 있는 대암산 용늪 생태탐방안내소(서흥리)에 도착하니 십여 분 이상 소요되었으며 비가 제법 내리고 있다.

 

   대암산 용늪에 대해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https://korean.visitkorea.or.kr)에는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강원도 인제군 대암산(1304m) 정상 인근에 자리 잡은 용늪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고층습원(식물 군락이 발달한 산 위의 습지)이다. 일찍이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73년 용늪을 포함한 대암산 전체가 천연기념물 246호로 지정되었고, 1989년에는 용늪만 따로 생태계보전지역이 되었으며, 1997년에는 대한민국 최초 람사르협약 습지로 등록되었다. 람사르협약은 물새가 서식하는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1971년 이란 람사르에서 채택된 국제조약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101번째로 람사르협약에 가입했다.

[원문 출처] 대한민국 구석구석 - 대한민국 람사르 습지 1호, 인제 대암산 용늪(수정일 : 2021.08.20)

 

   생태탐방안내소 앞의 '인제군 대암산 용늪 및 심적습지 안내도'를 살펴 본다. 현 위치인 이곳 생태탐방안내소부터 대암산-용늪 갈림길까지는 1.9km, 갈림길에서 큰용늪 입구까지는 2.6km라고 한다. 아울러 용늪 관리소에서 대암산 1.5km, 대암산에서 대암산-용늪 갈림길까지 2.1km라고 하니 오늘 전체 거리는 큰용늪 탐방 거리를 제외하면 10km정도이다. 큰용늪 탐방은 주민 안내원이 선두에서 우리를 안내하게 되는데 탐방 산행 시간은 약 5~6시간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오늘 10시 탐방 인원은 열 명이다. 이곳까지 430km 정도를 이동해서 왔다는 네 명 그리고 우리를 포함한 부부 세 쌍으로 이루어진 조촐한 인원이다. 출입 허가증을 받아 목에 걸고 오늘 탐방을 안내해 줄 주민 안내원 분의 자기 소개와 함께 대암산 용늪 탐방 시 주의 사항을 들은 후 용늪을 향해 출발한다(09:53). 대암산 용늪 생태탐방안내소(서흥리) 앞의 나무 다리를 건너면 바로 약간 경사진 오르막 흙길이 시작되는데 비가 내려서인지 미끄러워 앞서가는 일행들 모두 줄을 잡고 올라간다. 짧은 오르막길을 올라서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가는데 임도처럼 느껴지는 사면길로 바뀐다(09:57).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오르막 산길을 걷는 발걸음들이 산행 초반이라 그런지 아직은 그리 빠르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그들에 비해 발걸음 속도가 느린 우리는 바삐 쫓아가야 할 듯 싶다. 2번 이정표[↑큰용늪 4.1km/대암산 6.0km ↓탐방 안내소0.4km]를 지나고(10:01) 오른쪽 아래편의 계곡에 흐르는 계곡물이 시원스럽게 느껴진다. 거칠지도 그렇다고 약한 경사도 아닌 오르막길에서 빗방울이 맺친 초롱꽃을 보면서 걷는다. 앞서가는 주민 안내원이 우리와의 거리를 맞추어 주는지 멀어지는가 싶으면 적당히 속도를 늦추어 주는 듯하다. 그렇게 오르다 보니 일행들이 쉬고 있는 곳에 도착하는데 너래바위 안내판 너머로 출렁다리가 있는 곳이다(10:20). 너래바위는 대암산에 나무를 하러 오는 나무꾼들이 쉬어 가던 곳으로 사방이 하나의 넓은 바위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주민 안내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쉬었던 발걸음을 다시 옮긴다(10:26). 총연장 19.0m, 폭 1.5m라 적힌 출렁다리 안내문을 눈으로 보면서 출렁다리를 건너니 돌길이 시작된다. 그리고 잠시 후 대암산과 큰용늪 갈림길을 만나는데 탐방객은 반드시 우측 즉 큰용늪 방향으로 진행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것이 대암산에서 내려오는 하산 전용 탐방로로 이용되는 것 같다(10:32). 이곳의 6번 이정표에는 큰용늪까지는 2.6km, 대암산은 2.1km라고 표기되어 있다.

 

   큰용늪으로 가는 오른쪽 길 역시 돌길이다. 용늪으로 올라가는 산길은 나무들의 이파리와 풀밭 사이로 이어지는데 맺혀 있던 빗방울로 바짓가랑이가 젖어 든다. 십여 분 후 만나는 7-2번 이정표는 큰용늪까지 2.4km 남았다고 한다(10:42). 그리고 바로 대암산 용늪 습지보호지역의 출입을 통제했었지만 지금은 상시 개방된 나무문도 지난다. 그칠 줄 모르는 보슬비가 내리는 산길을 얼마나 더 걸었을까 앞서가던 일행들이 쉬고 있는 곳에 도착하는데 '바람꽃 군락지' 팻말이 있는 곳이다(10:53). 걸음 걸이가 상대적으로 느린 우리를 위해 기다렸던 것 같은데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출발한다(10:56).

 

   사위를 감싸는 옅은 안개구름으로 그냥 앞만 보면서 선두를 따라가는데 주민 안내원이 산길 옆에 있는 무언가에 대해 설명을 해 주고 있다. 우리는 그 설명을 듣지는 못했지만 낙엽이 수북이 덮여 있는 그 자리를 보니 처음보는 꽃(?)이 보인다. 인터넷에서 사진으로만 보았던 나도수정초(처음에는 수정난풀인지 알았다)이다. 생김새가 비슷한 식물로 수정난풀이 있는데 둘의 차이점은 개화 시기와 암술 색의 차이라고 한다. 나도수정초의 개화 시기는 5~7월이고 암술 색은 암청색이며 수정난풀 개화 시기는 9~10월이고 암술 색은 연한 노란색을 띤다. 숲속의 요정이라고 불리는 나도수정초는 전국 숲속에서 자라는 다년생 부생식물(腐生植物)로 자생지와 개체 수가 많지 않아 희귀 식물 취약종(VU)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부생식물이란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을 못하는 식물을 통칭하는 용어로 썩은 나무나 낙엽의 부엽토에서 영양을 얻는 식물을 말한다. 세계자연연맹(IUCN)에서는 희귀 식물을 멸종(EW), 멸종 위기종(CR), 위기종(EN), 취약종(VU), 약관심종(LC) 및 자료 부족종(DD)의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있다.

 

   그칠 줄 모르는 보슬비가 계속 내리고 있는 산길에서 8-2번 이정표[↑용늪 1.7km ↓용늪 안내소 4.0km]를 지난다(11:15). 선두는 시야에서 멀어졌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2~3분 정도 거리만큼 뒤처진 듯하다. 완만해진 능선길을 따라 조금 더 걸어가니 '야생동·식물 포획 … 금지'라 적힌 원주지방환경청의 현수막이 걸려 있는 제법 넓은 곳에서 다들 배낭을 벗어 놓고 점심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11:23). 아마도 더 이상 올라가면 마땅히 점심 먹거리를 해결할 만한 장소가 없는 듯하다. 주민 안내원과 일행들의 주고 받는 이야기 소리를 들으면서 우리도 과일로 간단한 요기를 한다.

 

   그렇게 이십여 분 정도 쉬었나 보다, 주민 안내원이 다시 출발한다고 하면서 900m만 더 가면 용늪 입구라고 한다. 잠시 쉬었지만 아니 머문 듯 자리를 정리하고서 후미가 되어 용늪 입구를 향한다(11:45). 오룩스맵의 지형도를 확인해 보니 이제부터 큰용늪 입구까지는 완만한 능선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뱀무와 참조팝나무, 아직 꽃이 피질 않는 노루오줌 등 야생화들을 보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큰용늪과 작은용늪 갈림길에 도착한다(11:58). 이정표에는 우리가 올라온 방향인 용늪마을(11.4km)과 왼쪽의 큰용늪(100m), 용늪관리소(400m) 등의 방향만 가리키고 있으며 오른쪽 작은용늪 방향으로는 아무 것도 없다.

 

   이제 탐방로는 좁은 풀길에서 넓고 편편한 돌로 정비되어 임도처럼 넓은 길로 이어진다. 오른쪽 수풀속에 머리만 빼꼼 내밀고 있는 샘을 지나면 바로 큰용늪 입구가 나온다(12:00). 보슬비는 그쳤지만 안개구름이 조망을 가리는 것은 여전하다. '용늪 / 1280m / 북부지방산림청'이라 새겨진 커다란 표석이 있는 이곳의 큰용늪 안내는 선두에서 여기까지 인솔해 주신 주민 안내원 분이 아니라 환경부 소속 자연환경해설사가 안내를 해 준다고 한다. 대암산 용늪 관련 안내문을 보고 있으려니 자연환경해설사 님이 오신다. 큰용늪 관련 안내와 함께 탐방 시 주의 사항을 듣고 자연환경해설사를 따라 탐방로 입구의 데크 길을 걸어간다(12:07).

 

   큰용늪 탐방로는 습지 보호를 위해 입구부터 출구까지 나무 데크로 연결되어 있다. 자연환경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가는 탐방은 아무래도 좁은 데크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뒤에서는 그 설명을 제대로 알아듣기가 힘들다. 그냥 눈치껏 어림하면서 가다가 용늪을 향해 계단을 내려가니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의 일시 최대 사용 인원은 체중 65kg 성인 기준으로 30명까지라는 안내문에 붙어 있다. 전망대라 하지만 오늘은 늪에서 쉬었던 용이 승천하는지 안개구름이 사위를 가려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어 아쉽기만 하다.

 

   또 계단을 내려가다가 자작나무에 대해 설명을 듣고 계단을 또 한 번 더 내려가면 큰용늪으로 내려서게 된다. 안개구름이 사방을 가렸지만 그래도 빙 둘러보니 큰용늪의 규모는 상당히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자료를 찾아 보면 습지 전체 면적은 1.06㎢에 이른다고 한다. 사초 사이로 이어지는 폭이 좁은 데크 탐방로를 따라 줄지어 걸어가면서 전망대를 지난다. 걸어가면서 보이는 야생화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박새와 참조팝나무가 눈에 띈다. 더불어 사초가 반영된 수면은 너무 추워 죽은 식물이 채 썩지 않고 차곡차곡 쌓인 이탄층에 고인 빗물이 만든 작품이다.

 

   큰용늪 입구를 뒤돌아보고 또한 대암산 방향으로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몇 걸음 걷다가 자꾸만 다시 둘러보게 된다. 안개구름이 살짝 옅어지면서 이동통신용 안테나가 멀리 보이는데 저곳이 큰용늪 출구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오락가락하는 구름을 벗삼아 데크 길을 걸어가는 길은 용늪 데크 탐방로가 끝나가는지 계단으로 올라간다. 짧은 계단길이 끝나고 출입문을 나가니 입구에서 헤어졌던 주민 안내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12:37). 이곳에서 대암산으로 올라가서 하산한다고 하는데 우리 걸음걸이로 쫓아간다는 것은 무리라 생각된다고 이야기하고서 올라왔던 길을 따라 내려가겠다고 의사 전달을 한다.

 

   8명은 주민 안내원을 따라 대암산 방향으로 이동하지만 우리는 자연환경해설사와 함께 큰용늪 입구를 향해 움직인다. 큰용늪 출구에서 오른쪽으로 나오면 이동통신용 안테나가 보이던 곳의 '대암산 용늪 습지보호지역 관리소' 초소를 만나는데 가야리 탐방 코스의 탐방자 확인 초소이다. 자연환경해설사와 짧은 구간 동행하다가 우리가 내려가는 길을 안다고 하니 주의해서 내려가라 하면서 초소로 복귀한다. 오늘은 아무래도 종일 안개구름과 가까이 해야 하는 날이나 보다. 다시금 짙어진 안개구름을 헤치고 조금 더 걸어가니 큰용늪 입구에 도착한다(12:47).

 

   편편한 돌아 깔린 탐방로는 잠시 후 작은용늪/애개용늪과 생태탐방안내소로 분기되는 갈림길에 이른다(12:50). 작은용늪과 애기용늪은 지금은 철수했지만 군부대가 있었을 때 늪의 형태가 거의 사라진 채 육지화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지금은 작은용늪과 애기용늪은 탐방을 할 수가 없는 것 같다. 따라서 우리는 오른쪽 용늪마을 방향으로 올라왔던 길을 따라 내려간다. 올라올 때에는 못 보았던 이제 피기 시작하는 쥐오줌풀과 눈인사를 하고 한 번 걸었다고 낯설지 않은 내리막길을 걷는다. 올라오면서 보았을 뿐더러 물방울을 숨기고 있는 수풀길이라 그냥 지나치다 보니 점심 식사를 하였던 쉼터에 이른다(13:14).

 

   이제 안개구름만 끼었을 뿐 비는 내리질 않아 우산은 접은 상태로 들고 내려간다. 올라오면서 보았던 나도수정초 생각이 떠올라 시간 기록을 확인한 후 역으로 계산해 본다. 혖재 지점부터 약 십오륙여 분 정도의 거리에서 보았다는 계산이 되어 올라올 때의 지형을 떠 올리며 유심히 살펴보면서 내려간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발걸음 속도도 느려지지만 그래도 대암산으로 돌아오는 일행들과 시간 차이는 별로 없으리라 생각된다. 대암산 용늪은 여름이 탐방 적기라 하는데 우리가 일찍 온 것인지 아니면 안개구름 속으로 숨었는지 야생화는 별로 보질 못했다. 여하튼 땅바닥만 보느라 내려가는 발걸음이지만 늦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그렇게 바닥을 보면서 얼마나 내려갔을까, 나도수정초를 다시 보게 된다. 딱 한 개체만 있는 것도 신기하지만 처음 보는 꽃이라 신비스럽게 느껴진다. 날씨가 맑았다면 인터넷에서 사진으로 본 것처럼 투명한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오늘은 날씨 때문에 색깔이 약간 거칠어 보인다.

 

   나도수정초를 다시 보았으니 이제부터는 내려가는 길의 전반적인 풍광을 본다. 고도가 낮아지면서인지 아니면 날씨가 개이는 것인지 숲속을 감싸고 있던 안개구름이 걷히면서 밝은 햇살이 퍼지는 중이다. 나뭇잎 사이로 삐져 들어온 햇살에 숲이 활기를 되찾는 듯하다. 물기에 젖어 있던 '대암산 용늪 탐방길' 표지기도 뽀송뽀송한 모습으로 마주치면서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대암산 용늪 습지보호 지역 출입 통제용이었던 나무문을 지난다(14:04). 하산길은 어느새 빗물이 물길을 만들어 탐방로를 따라 흐르고 있어 이리저리 물길을 피해 내려간다. 그렇게 내려가다 보니 오른쪽에서 일행으로 짐작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대암산-큰용늪' 갈림길에 도착하니 대암산을 거쳐 하산하는 주민 안내원 분과 멀리서 온 네 명 한 팀이 내려오고 있는 중이다(14:17).

 

   아마도 선두에서 내려온 것 같은데 갈 길이 멀어서인지 주민 안내원 분과 함께 빠른 걸음으로 내려간다. 그 뒤를 따라 우리의 발걸음 속도로 여유롭게 걸으면서 출렁다리를 건너가 너래바위에서 쉬고 있는 그들과 다시 만난다(14:24). 탐방로를 만드느라 절개된 사면에 핀 노랑색 꽃을 보고 있는 우리의 표정을 알아 본 주민 안내원 분이 꽃이름은 금마타리라고 알려 준다. 그렇게 작은 폭포가 있는 너른 반석바위 같은 계곡에서 주민 안내원과 함께 후미 일행을 기다리다가 아직 내려오지 않은 후미를 계속 기다릴 수 없어 다시 출발한다(14:30).

 

   이제 완전하게 개인 하늘은 탐방로에 햇빛을 뿌려주고 물기가 아직 덜 마른 이파리들은 그 햇살에 반짝거린다. 네 명은 다시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후미 일행은 아직 내려오질 않아 호젓한 산길을 우리만 걷고 있는 중이다. 아마도 출입 허가증을 받았던 생태탐방안내소에 전체 인원이 다시 모여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출입 허가증을 반납하는 것으로 개별 팀의 탐방이 끝나는 것이나 보다. 왼쪽의 급경사 산비탈을 보면서 걷다 보니 4번 이정표도 지나고(14:42) 2번 이정표를 더 지나 직진하는 임도를 가로막는 밧줄에 걸려 있는 하산길 팻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경사진 흙길을 내려간다. 올라올 때처럼 흙길이라 미끄럼에 주의하면서 줄을 잡고 조심히 내려가 다리를 건너 아침에 출발했던 '대암산 용늪 생태탐방안내소'에 도착하여 출입 허가증을 반납한다(14:58).

 

   언제부턴가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대암산 용늪, 오늘 그 일정을 지우게 되었다. 비 내리는 산길을 올라가고 안개구름 속으로 모든 것이 숨어버린 큰용늪의 풍경이었지만 용이 승천하느라 그랬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암산 용늪은 일 년 중 절반이 항상 구름에 가려진다고 하는데 그래도 맑은 날을 기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안개구름에 묻혀 아쉽지만 언제 이런 풍광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생각하니 좋았던 것 같다. 다음에는 팔 월에 다시 찾아볼 것을 마음 속에 담고서 서울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복장을 정리한다.

 

   탐방 후기를 작성하기 위해 자료를 인터넷으로 검색하였는데 환경부는 자연환경의 특별함을 직접 체험해 자연환경 보전에 대한 인식을 증진하기 위해 올해 3월부터 매달 1곳을 '이달의 생태관광지'로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고 한다. 선정 기준은 전국 생태 관광 지역 중 해당 월에 맞는 특색 있는 자연환경을 갖추고, 지역 관광 자원 연계 및 생태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지역이라고 한다. 지난 6월 28일, 환경부는 7월 '이달의 생태관광지'로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대암산 용늪'을 선정했다고 하였다.

 

   용늪은 큰용늪과 작은용늪 그리고 애기용늪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큰용늪을 제외하고는 육지화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작은용늪과 애기용늪도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오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