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성 4성문 환종주 - 성곽 따라가기
[산행 일시] 2024.05.18(토) 09:24~18:20(8시간 56분 // 산행 : 6시간 56분 / 휴식 : 1시간 52분 / 접근·이탈 : 0시간 8분)
[날 씨] 맑음 / 초여름 더위
[인 원] 성봉현
[접 근] 서면역→온천장역/'온천시장'→'동문' : 도시철도(1호선)/203번 좌석버스 / '동문'→동문 : 도보
[복 귀] 동문→'동문' : 도보 / '동문'→'온천장역'/온천장역→서면역 : 203번 좌석버스/도시철도(1호선)
[산행 경로] '동문' 버스 정류장(09:24) → 동문(09:28~09:30) → 산성고개(09:38) → 대륙봉(09:54)
→ 제2망루(10:14~10:18) → 남문(10:24~10:30) → 헬기장(10:49) → 상학산(제1망루, 11:03~11:12)
→ 파리봉(파류봉, 11:28~11:33) → 얼음골(11:57) → 서문(12:24~12:50) → 도원사(13:15)
→ 송전 철탑(13:45~13:48) → 496.4봉(장골봉/물리재 석문, 14:07~14:10) → 제2금샘(14:27~14:30)
→ 572.4봉(14:42~14:55) → 711.8봉(15:24~15:26) → 고당봉(15:47~16:00) → 금샘(16:15~16:20)
→ 북문(16:40~16:45) → 원효봉(17:03~17:06) → 제4망루(17:25~17:27) → 제3망루(17:44~17:46)
→ 동문(18:12~18:16) → '동문' 버스 정류장(18:20)
[산행 지도] 1:50,000 양산, 부산(국토지리정보원 1:25,000 2013년 온맵 편집) / 금정산성(국제신문사) 지도
[구글 어스]
[금정산성 안내문]
사적 제215호
소재지 : 부산광역시 금정구 금성동
금정산성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고 난 후인 1703년(숙종 29)에 국방을 튼튼히 하고 바다를 지킬 목적으로 금정산에 돌로 쌓은 산성으로 성벽의 길이는 18,845m, 성벽 높이 1.5~3m, 총 면적은 약 8.2㎢에 이르는 국내 산성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산성이다. 처음 산성을 쌓은 시기는 문헌상으로는 확실하지 않으나 남해안과 낙동강 하류에 왜구의 침입이 심하였다는 사실로 미루어 신라 시대부터 성이 있었다는 견해도 있다.
그리고 1667년(현종 8) 통제사 이지형(李枝馨)이 왕에게 금정산성을 고칠 것을 건의하였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1703년 이전에 산성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현존하는 산성의 기초는 1703년(숙종 29) 경상감사 조태동(趙泰東)의 건의로 동래부사 박태항(朴泰恒)이 성을 쌓았고, 1707년(숙종 33) 동래부사 한배하(韓配夏)가 중성(中城)을 새로 쌓았으며, 1808년(순조 8) 동래부사 오한원(吳翰源)이 무너지고 없어진 성을 고쳐 쌓았다. 산성의 보수 정비는 사적으로 지정된 이후인 1972년부터 복원을 하여 금정산성 정비 계획에 의거 연차적 지속적으로 보수 정비하고 있다.
금정산성은 바다로 침입하는 외적에 대비하기 편리한 낙동강 하구와 동래 지방이 내려다 보이는 요충에 위치하고 있어 조선 후기 부산 지방의 국방상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유적이다.
[산행 기록]
갈맷길 7-2구간을 걸었을 때와 2020년 4월에 범어사에서 출발, 복귀하는 원점 산행을 하였을 때 생각했었던 것이 있었다. 그 이전으로 가면 2012년 낙동정맥 산행을 하면서 보았던 금정산성 산줄기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떠오른다. 금정산성 성곽따라 환종주 산행을 생각했었던 것이다. 일 때문에 부산으로 내려온지 벌써 6개월을 넘었으니 어찌 보면 늦었다고도 할 수가 있겠다. 갈맷길도 끝났으니 금정산성 성곽 따라가기를 하기 위해 소요 시간 등 대략적인 자료를 검색해 보았다. 환종주에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8시간 내외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판단하고 동문에서 출발하기로 한다.
서면에서 도시철도로 온천장역까지 이동하여 이곳에서 203번 좌석버스를 타면 되겠지만 점심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203번 버스 경로를 따라 온천시장 정류장까지 걸어가게 되었다. 김밥집에서 점심용 김밥을 구입하여 온천시장 정류장에서 동문을 경유하는 203번 좌석버스에 승차한다. 지난번 갈맷길을 끝내고 내려올 때와는 달리 오늘은 휴일의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몇 자리가 남은 상태로 동문에 도착한다. 동문 입구의 의자에서 복장을 정리한 후 날씨가 생각보다 덥지만 잘 걸어 보자고 하면서 동문으로 출발한다(09:24). 한 번 걸어서 내려왔다고 그리 낯설지 않은 길을 따라 사 분 정도 걸어가니 오늘 금정산성 4성문 환종주의 시점이자 종점인 동문이 반겨준다(09:28).
부산광역시 금정구는 2017년 3월 17일, 금정산성 4대 문루(누각) 편액 자문위원회가 4대문의 이름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금정산성 4대문이 314년 만에 얻은 새 이름은 관해문(동문), 해월문(서문), 명해문(남문), 세심문(북문)이다.
관해문(關海門)은 왜구의 방위를 동쪽으로 보고 바다를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해월문(海月門)은 낙동강의 아름다운 경관과 옛 뱃길을 따라 이동하는 선인들의 풍경을 묘사했다.
명해문(鳴海門)은 금정산 상계봉이 바다 건너 지네 형상을 한 왜적을 향해 크게 홰를 치면서 호령한다는 뜻이다.
세심문(洗心門)은 금샘 정기로 마음을 씻고 다짐하는 문을 의미한다.
[관련 기사] 국제신문사 / 금정산 4대문, 이름 얻기까지 314년
오늘 산행은 동문에서 출발하여 동문으로 복귀하는 것으로 진행 방향은 시계 방향으로 돌기로 한다. 낙동정맥 산행이나 갈맷길 탐방 시 모두 동문에서 북문 방향으로 걸었기에 오늘은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동문은 금정산 주능선의 해발 415m의 잘록한 고개에 위치히고 있으며 동래읍성에서 가장 근접하기 쉬워 금정산성의 으뜸 관문으로 자리하고 있다. 동문은 홍예식문(虹霓式門 : 무지개 형태)으로 문폭은 300cm, 홍에의 높이는 340cm이다. 그 모습을 디카에 담고서 산성고개로 향햐는 오르막길을 올라선다(09:30). 짧은 오르막길을 올라간 후 잠시 내려가면 이내 산성고개이다(09:38). 조금 전에 온천시장에서 타고 왔던 203번 좌석버스가 동문 정류장을 지나 정차하는 곳이 이곳인데 정류장 명칭은 '남문'이다. 육교처럼 변해버린 성곽을 따라 산성고개를 지나 계속 올라가면 성벽의 흔적만 남아 있다. 나무 계단을 올라서면 나무 숲에 숨어 있는 산불 감시 초소가 나오고 잠시 후 대륙봉에 도착한다(09:54). 동문에서 1.2km를 왔고 남문까지는 1.4km 남았다고 이정표가 알려주고 있다.
넓은 반석바위 같은 대륙봉을 내려가면 이내 숲길인데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잠깐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장산을 본다. 더불어 장산에서 흘러내리는 산자락 너머의 엘씨티 및 해운대를 보고서 걸음을 계속 이어간다. 이제 산길은 오른쪽 남문으로 직접 내려갈 수 있는 사거리에서 직진으로 올라가면 나무 계단길이 나온다. 오르막이 끝나는 곳에는 제2망루가 있는데 오후에 지날 것으로 예상되는 고당봉에서 동문으로 흘러내리는 산줄기가 멀리 떨어졌다는 생각이 든다(10:14). 복원된 성곽과 함께 망루의 모습을 둘러본 후 이제 지척에 있는 남문을 향해 걸음을 이어간다(10:18).
금성동에서 남문마을로 이어지는 도로에 의해 끊어진 성곽을 지나 조금만 내려가면 이내 남문이 나온다(10:24). 갈맷길 7-1구간을 걸으면서 지났던 남문을 오늘은 4성문 환종주 산행으로 다시 만난 것이다. 성곽 외부에서 남문을 살펴보고 다시 내부로 들어와 금정산성 남문 안내문을 보니 남문은 평거식문(平居式門)으로 문의 상부에는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익공계 팔작지붕의 단층 문루이며, 문폭은 290cm, 높이는 280cm라고 한다. 더불어 금정산 등산로 안내도도 보고서 이정표상 3.92km 거리에 있는 서문을 향해 길을 이어간다(10:30).
복원된 성곽을 따라 완만하게 올라가는 산길은 계단길로 바뀌고 조금 더 올라가면 약간 경사진 데크 계단으로 이어진다. 이 데크 계단이 끝나는 곳에서 왼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지형도상 600능선 구릉인 망미봉(605m)라고 하는데 모르고 지나쳤다. 잠시 내려가는가 싶으면 다시 데크 계단으로 올라서서 왼쪽 산길로 진행하면 석불사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온다(10:48). 그리고 바로 헬기장에 올라서는데 왼쪽의 암봉인 상계봉과 제1망루가 있는 오른쪽 상학산이 보인다(10:49). 또한 오른쪽으로 시선을 더 돌려보면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뾰족한 모습의 고당봉도 볼 수가 있다.
오르내림이 별로 없는 능선길은 왼쪽의 상학초등학교 갈림길 이정표를 만난다(10:54). 상계봉까지 0.8km 남았다는 이정표가 가리키는 대로 직진하는 능선을 따라가다가 왼쪽 장산에서 황령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와 낙동강 하구 쪽을 바라보고서 잠시 멈춘 발걸음을 이어간다(11:01). 능선길 왼쪽 바로 아래 낙석된 성곽돌을 채집하여 모아둔 곳으로 보수 시 재사용한다는 '성곽돌 적치안내' 표지판을 지나면 남문으로부터 1.1km 왔고 서문까지 2.82km 남았다는 이정표를 만난다(11:03). 그리고 기초가 땅 위로 튀어나와 있는 삼각점[부산 302 / 1996 재설]도 볼 수가 있는데 제1망루가 있었던 상학산(638.1m)이다.
성곽같은 돌담만 남아 있어 무슨 용도였는지 궁금했는데 국제신문사에서 제작한 지도를 보니 1망루라고 적혀 있다. 석문처럼 생긴 문으로 들어가 내부를 둘러보고 나와서 보는 이정표에는 상계봉은 왔던 방향으로 0.4km 떨어져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성곽 환종주 하기 전에 상계봉을 들러봐야지 했지만 이곳 상학산에 도착해서야 지나친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상학초등학교 갈림길을 지나 만나는 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진행했어야 하는데 오른쪽 길로 직진하면서 놓친 것 같다. 되돌아가 볼까 생각했지만 그냥 통과하기로 하고 파리봉(파류봉)으로 발걸음을 옮긴다(11:12).
나무 숲길을 지나 낙동강 하구 쪽을 보고 멀리 고당봉이 보이는 바위 전망대를 지난다(11:20). 서문까지 2.12km 남았다고 표기된 이정표가 땅에 떨어져 있는 곳을 지나 조금만 더 가면 파리봉(玻璃峯) 전망대가 나온다(11:28). 낙동강 하구 방향으로 설치된 데크 전망대 건너편에는 화명산우회에서 세운 정상석이 있는데 '파리란? 불교의 칠보 중의 하나로서 수정을 뜻합니다.'라 새겨져 있다. 사방으로 막힘없는 조망처인 이곳에서 금정산성 성곽을 따라 4성문 위치를 살펴보고서 멈춘 발걸음을 다시 움직인다(11:33).
자연 암벽으로 이루어진 파리봉에서 서문으로 내려가는 길은 제법 가파른 데크 계단길로 이어진다. 암봉과 암봉 사이로 내려가다 보면 왼쪽 위로 산불 감시 초소가 있다. 계속해서 공해마을과 금성동마을을 보면서 내려가는 데크 계단길은 화명동과 금성동주민센터 방향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를 만난다(11:42). 오른쪽 금성동주민센터 방향으로 조금만 더 내려가면 데크 계단이 끝나고 나무 계단으로 바뀌지만 급한 경사는 여전하다. 급경사 길이 서서히 완만해지는가 싶으면 흙길로 바뀌어 고갯마루 차도에 내려서는데 얼음골이라 부르는 것 같다(11:57). 서문까지 2.5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서 있는 고갯마루의 오른쪽은 동문 방향이고 왼쪽 아래에 금정산 가나안수양관이 있는 곳이다.
찻길를 가로질러 숲길을 따라가는 산길은 이내 다시금 임도같은 포장된 도로를 만난다(12:01). 성곽이 있는 능선의 사유지를 피해 내려온 것 같다. 오른쪽 고갯마루 쪽으로 살짝 올라서서 다시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성벽의 돌담을 따라가다가 돌담이 야트막해진 곳에서 성곽 내부로 넘어간다(12:06). 성곽이 남아 있는지 알 수 없는 산길을 얼마나 걸었을까, 고도가 점점 낮아지면서 화명동과 금성동을 연결하는 산성로로 내려선다(12:22). 화명동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서문으로 성곽이 다시금 연결되는 곳을 만나는데 목책이 길을 막고 있지만 훼손되어 있다(12:23). 그런데 이곳에서 서문으로 연결되는 나무 계단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애당초 연결되었던 것을 인위적으로 막은 듯하다. 갈맷길 6-4구간을 걸었을 때 서문에서 동문으로 올라가다 보면 산성로와 만나게 되는데 아마도 성곽길 역시 그렇게 진행해야 하나 보다. 하지만 산성로에 내려서는 곳에 그러한 안내문이 없으니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나 조심스레 생각한다. 여하튼 나 역시 목책을 통과하여 나무 계단으로 내려서서 성곽을 따라 서문에 도착한다(12:24).
화명수목원 방향으로 서문을 나가서 계곡에 세워진 홍예형 수문과 산성로 방향으로 연결된 성곽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서문에 대한 안내문을 보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금정산성 4대문 가운데 유일하게 계곡에 세워진 것이 서문이다. 서문의 초루와 ㄷ자 모양으로 조성한 성곽의 모습은 견고하고 아름답게 지어졌으며 낙동강과 구포, 김해 방면으로 왕래한 성문이다. 서문은 홍예식문(虹霓式門)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의 단층 문루 건물이다. 좌우에는 폭 4m, 길이 5m, 높이 5m 규모의 적대(敵臺)와 여장이 복원되어 있다. 서문 북측 대천천의 수문은 교량식 홍예형으로 폭이 약 250cm, 높이 약 300cm 규모의 수구(폭 약 230cm) 3개로 아치 형태를 이루고 있다. 이 수문은 금정산성에서 유일한 것으로 천연요새인 협곡에 서문과 수문을 만들었던 선조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다. (이하 생략)
오늘은 이곳을 왕래하는 사람들이 없어 성문 안의 의자에 배낭을 벗어 놓고 온천시장 인근에서 준비해 온 김밥을 먹는다. 날씨가 오월이라기 보다는 유월 말 같은 때 이른 더위라 그런지 쉬고 있어도 이마에 흐르는 땀은 여전하다. 그런 상태로 김밥을 먹고 후식으로 과일을 다 먹을 즈음에서야 세 명이 동문 쪽에서 서문으로 내려오고 있을 뿐이다. 지난번 사월에 갈맷길을 걸었을 때에는 그래도 수시로 사람들이 왕래하였던 것과 너무나 다르다. 잠시 머물렀던 자리를 정리하고서 제일 낮은 위치의 서문에서 제일 높은 고당봉까지 올라가야 하는 구간을 시작한다(12:50).
서문 내부의 여장으로 올라가 수문 위 성곽으로 대천천을 건너면 이제부터 제법 경사진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굵은 각목으로 정비된 계단길을 올라가니 서문에서 0.2km 왔고 고당봉까지는 6.3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온다(12:56). 고당봉까지 쉬지 않고 걸어도 두세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은데 거리 감각을 잊어버리고 걷는 것이 맘 편할 것 같다. 식후 바로 걷는 오르막길이라 속도를 조금 늦추어 천천히 올라간다. 이정표상 조금씩 줄어드는 거리를 보면서 가는 발걸음은 숲길에서 개활지로 나서는데 바로 옆의 건물이 음식점인지 단체인 듯한 사람들로 인한 소음이 그대로 들려온다. 얼른 스치듯 지나쳐 숲길로 들어서니 오른쪽 능선 방향에서 서너 명의 산꾼들이 내려온다(13:09). 아마도 오른쪽 능선은 제4망루에서 내려오는 중성 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삼거리의 이정표에는 서문에서 0.7km, 고당봉까지는 5.8km 남았다고 하는데 0.5km 거리를 13분이나 걸렸다는 것이다. 그래도 동문에는 오늘 중으로 도착할 수 있으므로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내 체력대로 걷자고 생각하면서 발걸음을 옮긴다.
살짝 내려서는 길에 실개천처럼 졸졸 흐르는 물줄기를 건너 올라서니 도원사 앞의 갈림길이다(13:15). 도원사의 돌담인지 아니면 성곽돌의 돌담인지 모를 돌담을 따라 도원사를 지나는데 견공이 요란스럽게 맞이해 준다. 산행 전 누군가의 글에서 도원사가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경내가 볼만하다고 하였는데 어찌하다 보니 그냥 지나친 것이다. 짧은 철계단을 올라 잊어버린 성곽을 다시 만나 내려가는데 서문에서 올라오다가 만난 산꾼들이 오고 있어 그들에게 길을 양보하여 뒤에서 따라간다. 하지만 잠시 후 그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걷다가 만난 삼거리에서 그들은 왼쪽 길로 가지만 나는 오른쪽 길로 방향을 바꾸어 걸어가니 바로 성곽 돌담이 나온다(13:28).
아마도 성곽돌인 것 같은 돌로 쌓은 곳에서 야트막한 성곽 위로 올라간다. 성곽 위에 올라서니 성곽은 오른쪽의 부산광역시교육청 학생인성교육원 앞쪽을 향해 길게 뻗어가고 있다. 성곽을 따라 대천천의 지류인 듯한 냇물을 건너는데 왼쪽 길로 진행한 산꾼들이 냇가를 건너는 모습이 보인다. 잠시 후 성곽과 오른쪽 길의 높이가 엇비슷해지는 곳에서 지나온 성곽을 뒤돌아보니 냇물을 건너온 지점에 암문이 보인다. 조금 전에 성곽으로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왼쪽 길로 진행하여 냇물을 건넌 후 저 암문으로 들어오는 것이 맞겠구나 생각하면서 성곽에서 오른쪽 길로 내려선다(13:31).
하천을 건너느라 평탄했던 산길은 다시 오르막으로 바뀐다. 산길 왼쪽의 '가람낙조길 17'이라 적힌 초록색의 표지목을 지나 올라가다가 고당봉까지 4.5km 남았다는 이정표를 만난다(13:39). 계속해서 왼쪽의 성곽 흔적만 보이는 산길을 올라가니 송전 철탑[345kV 북부산-신울산T/L No.102]이 나온다(13:45). 송전 선로 너머로 보이는 고당봉은 가깝게 보이지만 보는 것과 달리 멀기만 하다. 철탑 번호를 확인하기 위한 숨 고르기를 끝내고 다시 올라간다(13:48). 완만하게 올라가는 산길은 급경사를 피해 왼쪽으로 돌아서 오르다가 고당봉까지 3.8km 남았다는 이정표를 만나면서 방향을 바꾼다(13:56). 그러면 이내 화명동·율리역에서 올라오는 능선길과 만나는데 고당봉으로 이어지는 산등성이 능선이다(13:59). 완만한 능선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성벽같은 돌담이 보여 방향을 바꾸어 올라서니 지형도상 496.4봉이다(14:07).
상학산의 제1망루처럼 돌담으로 에워싸인 입구에는 작은 석문같은 것이 서 있는데 건드리면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제1망루와 유사한 돌담이 있는 이곳은 국제신문사의 금정산성 지도를 보니 물리재 석문(장골봉)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또한 고당봉까지 3.6km 남았다고 표기된 이정표 기둥의 한쪽 면에 누군가 장골봉이라 적어 놓았다. 장골봉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을 끝내고 해발 표고 차 삼백여 미터 정도 높은 고당봉을 향해 다시 발길을 옮긴다(14:10).
거리 표기가 없는 고당봉 방향의 이정표를 지나면 산길 왼쪽으로 암문이 있는데 조성협진아파트 방향이다(14:16~14:19). 계속해서 성곽을 따라 직진하는 산길은 오른쪽 학생인성교육원 방향의 갈림길을 지나 제2금샘 표지판이 있는 삼거리에 이른다(14:27). 표지판 우측에 있는 야트막한 바위에 올라서면 고당봉 아래에 있는 금샘과 유사한 형태의 바위 홈에 물이 고여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비가 내리지 않고 시간이 더 흐른다면 물이 말라버릴 것 같은 제2금샘을 보고 다시 내려와 잠시 멈춘 발걸음을 옮긴다(14:30).
성곽인지 모를 정도의 형태만 남아 있는 금정산성 성곽을 따라가다가 완만한 능선상의 572.4봉에서 땀을 식힐 겸 십여 분 이상 쉬었다가 간다(14:42~14:55). 572.4봉 바위 아래에 있는 이정표는 서문 3.3km, 고당봉 1.9km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서문에서 본 이정표의 거리와 이곳까지 오면서 만난 이정표들의 거리가 조금씩 줄어들었던 것이다. 휴대폰의 GPS 앱인 트랭글이 기록하고 있는 거리를 보면 서문에서 이곳까지의 거리는 3.2km라고 한다. 하기야 거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므로 그러려니 하면서 고당봉을 향해 다시 걷는다.
산성을 따라 걷는 것인지 아니면 일반 산길을 걷는 것이지 구분이 잘 안되는 그늘진 숲길 삼거리에서 만난 또 다른 이정표는 고당봉까지 2.0km라고 한다(14:58). 그리고 '미륵사 0.3km'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하였는데 김해에서 오신 산꾼 한 분을 만났다. 오늘 고당봉에 무슨 일인지 사람들이 많다고 하면서 시작된 대화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가야 할 길이 멀기에 서로 갈 길을 가자고 하면서 끝났다(15:04~15:11).
'고당봉 1.2km' 이정표를 지나 산길 오른쪽 둔덕같은 곳에 삼각점 같은 것이 보여 올라보니 번호 없는 표주석이다. 다시 내려와 호포역 갈림길을 지나(15:20) 국제신문사 금정산성 지도에 미륵바위라고 표기된 711.8봉에 도착한다(15:24). 바위에 올라서니 앞쪽으로 봉곳하게 솟아오른 고당봉이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 있고 더불어 동문으로 흘러 내리는 산줄기와 지나온 금정산성 성곽의 산등성이를 쭉 훑어보고 산길로 다시 내려온다(15:26).
산길을 따라 걷다가 왼쪽으로 성곽돌로 추정되는 돌무더기 방향으로 길이 있는 것 같아 올라보지만 길은 커다란 바위에 막혀 다시 내려와 오른쪽으로 향하는 길을 걷다 보니 또 다른 미륵사 갈림길을 만난다(15:33). 이정표는 고당봉까지 0.5km, 미륵사 0.5km라고 한다. 잠시 후 그늘진 숲길이 끝나고 햇살이 그대로 내리꽂히는 곳에는 '해발 750M 부산교육원'이라 새겨진 스테인리스 스틸 기둥이 있고 다시 숲길로 이어진다(15:40).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왼쪽으로 바윗길이 나오는데 고당봉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오른쪽에 보이는 데크를 향해 방향을 바꾼다(15:42).
사면을 횡단하듯이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북문에서 고당으로 이어지는 데크 계단에 도착한다(15:45). 이곳에서 고당봉으로 올라간 후 다시 이 길로 내려와야 한다. 북문 방향으로 향하는 급경사의 데크 계단을 보고서 위에 있는 고당봉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고모당은 내려오면서 보기로 하고 그냥 지나쳐 고당봉에 올라서니 미륵사 갈림길에서 만났던 김해 산꾼의 말과 달리 시간이 지나서인지 대여섯 명만 있을 뿐이다(15:47).
고당봉 정상석 뒤로 넘어가 보니 미륵사 갈림길을 지나 만난 바윗길에서 올라오는 길이 눈짐작된다. 다음에 고당봉에 올 일이 있다면 그때에는 바윗길로 오를 것이다. 낙동강 하구 방향을 보고 다시 정상석을 넘어와 북문에서 제4망루를 거쳐 동문으로 흐르는 산줄기를 살펴본다. 동문이 자리잡은 안부 너머로 보이는 장산 그리고 그 뒤편 수평선에 떠 있는 대마도도 보인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억지쓰는 일본 정부에 쓰시마섬이 아닌 대마도는 원래 우리나라 섬이었다고 말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질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2011년 5월 11일자 경향신문 기사 "일본이 국제공인 지도 통해 대마도 조선땅 인정" 참조]
달음산 환종주 산줄기를 마지막으로 보고서 북문으로 내려가는 데크 계단으로 향한다(16:00). 고모당을 보고 가파른 데크 계단을 거쳐 돌길로도 내려가면 '119 조난 위치 표지판 (금정산 고당봉)'이 나온다(16:08). 이곳에서 북문 방향은 직진길이지만 왼쪽에 있는 금샘을 보기 위해 고당샘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고당샘은 북문 인근에서 양갈래로 갈라지는데 큰 갈래는 범어사를 지나 온천천으로, 작은 갈래는 북문 습지를 채우고 대천천으로 흐르는 발원지 샘이라고 한다. 금샘 가는 길은 중간중간 갈림길이 있지만 안내판이 잘 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그렇게 도착한 금샘이 있는 바윗길에 내려진 줄을 잡고 올라가면 북문 방향으로 금샘이 보인다(16:15).
금샘(金井)은 백악기 말기인 8천만 년 전부터 형성된 화강암 바위로 오랜 세월동안 풍화 작용과 기후 변화를 거치면서 만들어진 풍화암 가운데 하나인 나마(Gnamma : 평탄한 암석면에 수직적으로 발달한 구덩이 모양의 풍화 지형)이다. 나마의 어원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인 아보리진의 언어로서 '구멍'을 뜻한다고 한다. 물이 고여 있는 금샘 너머로 보이는 금정산성과 고당봉을 보고서 다시 고당샘으로 돌아간다(16:20). 왔던 길을 따라 다시 도착한 고당샘에서 북문을 향해 내려간다(16:25). 각목의 계단과 돌길을 지나 내려가는데 음악과 함께 마이크의 음성이 크게 들려온다. 이 깊은 산중에 무슨 연유로 이리 시끄러울까 생각하면서 걷다 보니 세심정을 거쳐 북문에 도착한다(16:40). 북문 앞에는 '금정산 달빛걷기' 운영 부스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 행사장에서 틀어 놓은 앰프의 소음이었다.
'대자연이 만든 성곽 - 토르' 안내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불쑥 솟아 있거나 누군가가 돌탑을 쌓아놓은 것 같은 바위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 암석들은 풍화에 의해 형성된 토르(Tor)라고 하는데 "똑바로 서 있는 돌탑"이라는 뜻으로 영국 콘웰 지방의 지방어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암석이 땅 위에 드러나기 전 지하에 있을 때 암석의 빈틈을 따라 차별적인 풍화와 침식이 일어나게 되었고, 이 암석이 지표에 드러나면 풍화되어 부스러진 부분이 없어지고 남은 암석 덩어리가 기반암(bed rock)과 연결되어 돌탑처럼 보이는 지형입니다.
인간이 만든 성벽과 대자연이 만든 성곽이 조화롭게 어울리고 있는 금정산입니다.
북문은 금정산성의 4문 가운데 가장 투박하고 거칠며 아치형의 장식도 없고 규모도 다른 성문보다 작다. 육축 상부에는 정면 1칸, 측면 1칸으로 익공계 우진각지붕 단층 문루이며, 성문의 폭은 250cm이고 측면은 350cm이다. 이러한 북문에서 고당봉으로 그리고 원효봉 방향으로 이어지는 성곽을 본다. 북문에서 고당봉으로 이어지는 성곽이 만드는 선은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데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겠다. 이제 세 개의 성문을 만났으니 출발점이었던 동문을 향해 원효봉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긴다(16:45).
이정표가 동문까지는 4km라고 하니 한 시간 반 정도면 도착하겠거니 생각하면서 자연석으로 만든 돌계단을 오른다. 그런데 왼쪽 무릎에 약간의 통증이 와 걸음 속도가 더디어지는 것이 동문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지난 4월 갈맷길 7코스의 원효봉에서 북문으로 내려설 때 무릎 통증이 도졌는데 오늘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쉬엄쉬엄 천천히 걸으면서 조심스럽게 지형도상 △686.5봉인 원효봉에 올라선다(17:03). 원효봉은 금정산 동쪽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이다. 어둠을 헤치고 동해에서 떠오르는 햇빛을 받아 갓 피어난 매화처럼 화려한 자태와 빛깔로 수놓은 형상을 하고 있어 '으뜸의 새벽'이란 뜻으로 원효봉이라 불렀다고 한다. 동문 쪽으로 멀리 보이는 바위 뒤에 살짝 보이는 제3망루의 지붕을 보고서 원효봉을 내려간다(17:06).
성곽과 나란히 이어지는 흙길의 산길을 따라 완만하게 내려가다가 지형도상 643m 구릉인 의상봉을 향해 올라가는데 의상봉 왼쪽의 바위 봉우리에 암벽 등반을 하는 것 같은 산꾼들 여럿이 보인다. 그들을 보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바위 봉우리인 의상봉 정상부에 도착한다(17:20). 바위 정상의 아래로 우회하는 길을 따라 의상봉을 내려가면 산불 감시 초소가 나오고 이내 제4망루에 이른다(17:25). 이곳에서 서문 방향으로 중성이 이어지는데 언제 한 번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제3망루로 향한다.
성곽을 따라 숲길로 걸어가는데 성곽 길은 커다란 바윗덩어리에 가로막혀 오른쪽 길로 우회한다(17:34). 우회하던 걸음 잠시 멈추어서서 뒤돌아보니 제4망루가 어느새 작은 점으로 보이고 가야 할 제3망루는 멀리 바위 뒤에 숨어 있다. 다시 수풀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가면 '제3망루'라 적힌 표지판이 세워진 삼거리에 이른다(17:42). 왼쪽으로 조금만 가면 바윗길을 지나 암반과 암반 사이 경사면에 축대를 쌓아 지은 제3망루가 있다(17:44~17:46). 망루로 건너가서 잠시 조망을 살펴보고 다시 갈림길로 돌아온다(17:47).
동문으로 향하는 길은 첫 번째 공터에 서 있는 커다란 바위군을 만나고 이어 지척에 있는 두 번째 바위군도 만난다(17:48). 바위 앞 나뭇가지에는 부처님 오신 날에 사용되었을 법한 연등 케이스가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는데 정리를 하였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동문으로 향하는 산줄기 능선을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지형도상 541봉으로 추정되는 밋밋한 능선에 있는 커다란 바위가 나오는데 왼쪽으로 우회하라고 붉은색 화살표가 그려져 있다(17:52). 화살표가 그려진 곳으로 우회하는 길은 이내 다시 성곽돌을 넘어 내부로 이어진다.
성곽이 있는 것인지 아리송한 능선길은 수풀 사이로 나 있고 동문까지 0.5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있는 금강아파트 갈림길에 이른다(18:02). 그리고 완만하던 능선이 서서히 고도를 낮추면서 내려가다가 갈맷길과 만나 한길로 가게 된다(18:07). 원효봉에서 이곳까지 갈맷길이 아닌 성곽을 따라 내려온 것이다. 복원된 성곽이 보이는가 싶으면 이내 동문이 나온다(18:12). 아침에 이곳 동문에서 출발하여 시계 방향으로 돌아서 다시 도착한 동문, 트랭글 앱에 기록된 거리는 18.5km라 한다.
북문에서 원효봉으로 올라설 때 느꼈던 무릎 통증이 걱정되었지만 다행히 별 이상 없이 동문까지 도착하였다. 동문의 모습을 사진 촬영하고서 온천장역으로 운행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동문으로 빠져나간다(18:16). 동문주차장까지 300m라고 표기된 이정표의 거리처럼 '동문'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사 분 정도 소요되었다(18:20). 에어건으로 등산화와 바지에 묻었을 먼지를 털어내고 복장을 정리한 후 203번 좌석버스로 온천장역으로 이동한다.
꽤 오래 전의 낙동정맥 2구간 산행 그리고 2020년 4월의 금정산 산행 및 지난 4월에 갈맷길을 걸으면서 생각했었던 금정산성 4성문 환종주를 무탈하게 끝냈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더 걸린 산행이었지만 성곽을 따라 걸었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다음에는 제4망루에서 서문 방향으로 이어지는 중성도 걸어 볼 요량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걸을 수 있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음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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