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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둘레길)/부산 갈맷길

[2024-02-04] 갈맷길 5코스 #2(2,3구간_신호항 → 천가교) : 해안가 낭떠러지의 아름다운 풍광

갈맷길 5코스 #2(2·3구간_신호항 → 천가교) : 해안가 낭떠러지의 아름다운 풍광

 

[탐방 일시]  2024.02.04(일) 08:06~17:33(9시간 27분 // 구간 : 7시간 38분 / 휴식 : 1시간 42분 / 접근·이탈 : 0시간 7분)

[날       씨]  흐림 / 바람

[인       원]  성봉현

[접       근]  서면역→하단역→'신호하수처리장' : 도시철도/58-2번 시내버스 환승

[이       탈]  '선창'→하단역→서면역 : 강서20번 마을버스/도시철도 환승

[구간 시간]  '신호하수처리장' 정류장(08:06) → 신호항(08:10~08:15) → 가덕대교 하부(08:57) → 부산항 신항 복지플러스센터(09:12)

                  → '현대상선' 버스 정류장(4부두 본관 앞, 09:37) → 천가교(중간 인증대, 09:58~10:04) → 가덕파출소(10:24)

                  → 가덕도 국군용사 충혼비(10:57~11:00) → 천성치(11:09) → 어음포초소(산불 감시 초소/가덕8초소, 11:20~11:22)

                  → 연대봉(11:45~11:55) → 지양곡(12:24~12:30) → 대항마을(12:56~13:36) → 대항새바지(외항포항, 13:47)

                  → 어음포초소 갈림길(이정표[→동선방조제 5.8km], 산불 감시 초소/28초소, 14:32) → 누릉능(산불 감시 초소, 14:57)

                  → 누릉령(산불 감시 초소/가덕5초소, 15:14) → 산불 감시 초소(가덕4초소, 15:36) → 산불 감시 초소(가덕3초소, 15:54)

                  → 동선방조제(중간 인증대, 16:06~16:10) → 국수봉(△138.9m, 국수당, 16:35~16:38) → 정거마을회관(경로당, 16:57)

                  → 산불 감시 초소(가덕15초소, 15:36) → 천가교(17:28~17:30) → '선창' 마을버스 정류장(마을버스 시·종점, 17:33)

[안내 지도]  2023년 부산갈맷길 700리 안내도 (여행자 수첩에는 5-2구간이 '총 길이 15.0km, 소요시간 5시간'으로 표기되어 있음)

 

 

 

[구글 어스]

2024-02-04_갈맷길_5코스-2(2,3구간).gpx
1.21MB

 

[탐방 기록]

   어제에 이어 오늘 걷는 구간은 신호동의 신호항에서 출발하여 5-2구간 중간 인증 지점인 가덕도 천가교에 이르면 가덕도를 한 바퀴 돌아나와 다시 천가교에서 5-3구간을 마무리하게 되는 구간이다. 오늘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아침 기온은 그리 낮지 않지만 바람이 어제처럼 불고 있으니 복장이 어정쩡하게 되었다. 혹시나 연대봉 오르는 길에 땀이 많이 난다면 갈아입을 가을옷 상의를 여벌로 챙겨서 조금 이른 시간에 서면 숙소를 나선다. 아침 7시가 채 안된 시간에 하단역에 도착하고 1번 출입구 인근의 24시간 대구탕 전문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한 후 시내버스로 신호항 인증대에 도착하니 사십여 분 소요되었지만 예정했던 시간과 엇비슷하다(08:10). 주변의 풍광과 가야 할 길을 다시 한 번 정리하고서 천가교까지 걸어야 하는 발걸음을 시작한다(08:15).

 

   신호항 바닷물에서 날개를 퍼덕거리는 청둥오리 무리들을 보면서 가는 발걸음은 십여 분 걸으니 남해안 방파제에 이른다. 엎어 놓은 독처럼 생긴 바위 봉우리가 이웃해 있는 연대봉이 눌차도 뒤로 높게 보이는데 저 연대봉에서 흘러내리는 산등성이를 걷는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저 우람하다는 생각만 하면서 천천히 걸어간다. 부산신항을 향해 방향을 바꾸면 썰물 때인지 갯벌이 보이는데 오늘도 알락꼬리마도요 두 마리가 긴 부리를 갯벌 속으로 박고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먹이 사냥을 하고 있는 중이나 보다. 가야 할 길이 멀기만 한데 시선은 또 다시 가덕도의 연대봉으로 향하고 발걸음은 자연스레 늦어진다. 그렇지만 걸음을 잠시 멈추어 서서 지나왔던 다대포 방향으로도 보고 부산산힝을 향해 다시 움직인다.

 

   앞쪽 멀리 가덕대교 너머로 보이는 부산신항의 컨테이너 크레인은 아직 작업 전인지 멈춘 채 움직임이 없다. 직선으로 뻗은 보행로를 따라 걷고 또 걸어가는데 '이 곳은 산업단지 산책로입니다.'라 쓰인 갈맷길 포토존 안내판이 보인다(08:46). 눌차도와 가덕도의 전반적인 풍광을 볼 수 있는 포토존으로 가덕도 완쪽편의 국수봉(264.5m)에서 연대봉을 자나 오른쪽의 삼박등(311.5m) 그리고 가덕대교가 잘 보이는 곳이다. 포토존을 지나 십여 분 정도 더 걸어가면 가덕대교 하단부에 이르고 잠시 후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BCT부선컨테이너 터미널로 연결되는 철로의 연두색 다리가 보인다(09:00). 남해로 흘러드는 송정천을 따라 물류센터 건물을 지나면 녹산산업대로의 녹송3호교가 나오고 조금만 더 걸어가면 '신항입구 교차로' 삼거리에 이른다(09:08).

 

   왼쪽 부산신항 방향으로 견마교를 건너면 '부산항 신항 복지플러스센터'가 있는 9번신호등 교차로 사거리이다(09:12). 다시 왼쪽 차도를 따라 복지플러스센터를 지나 물류센터를 우측에 두고 조금만 올라가면 다시금 차도와 만난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철로 하부를 지나 신항로 도로에 나서게 되고 왼쪽으로 걸어가면 만나는 삼거리에서 갈맷길 안내도처럼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 대각선 맞은편 철로가 있는 곳으로 건너간다(09:27). 이곳부터 이십여 분 정도 철로와 차도 사이의 인도를 따라 걸어가야 하는 것을 아직은 몰랐다. 잠시 후 '부산신항만' 버스 정류장을 지나고 신항을 보면서 가덕도와 연결되는 눌차교를 건너면 4부두본관 앞쪽의 '현대상선' 버스 정류장이 나온다(09:37). 이제 도로는 시계 방향으로 완만하게 꺾이는데 그 끝지점 쯤에 화물차 쉼터인 내트럭플러스가 있어 화장실을 다녀왔다(09:44~09:51).

 

   다시 도로로 나오니 갈맷길은 주유소를 왼쪽에 두고 천가교 쪽으로 방향을 바꾸라 하는데 내트럭플러스 건물을 왼쪽에 끼고 진행하는 것이다. 내트럭플러스 건물이 끝나는 곳에 '선창' 마을버스 정류장과 버스 차고지가 나오고 조금만 더 걸어가면 왼쪽으로 천가교가 보이고 다리로 진입하는 지점 인근에 5-2구간 중간 인증대 '천가교'가 갈맷길 안내판과 함께 보인다(09:58). 갈맷길 안내판 뒤에 수북이 쌓여 있는 굴껍질이 해안마을임을 알려주고 앞쪽의 눌차도는 동선방조제와 천가교로 연결되어 있다. 여행자 수첩에 5-2구간의 중간 스탬프를 찍고 선창마을 안내문을 읽어본 후 남아 있는 길이 멀기에 연대봉을 향해 다시 움직인다(10:04).

 

   인증대 오른쪽의 짧은 골목길을 빠져나가면 웅동농협 가덕도지점과 하나로마트 그리고 하단역까지 운행하는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다. 도로명이 가덕해안로에서 선창길로 바뀐 차도를 따라가는 갈맷길, 섬에 갇힌 작은 섬인 죽도 너머 매봉 뒤로 연대봉이 언듯 보인다. 왕복 2차로의 차도 옆 좁은 인도를 따라 걸어가다 보면 중간중간 갈맷길 안내도가 길 안내를 해 준다. 성북IC 갈림길을 지나면 가덕도동행정복지센터가 나오고(10:16) 동선마을 표석을 지나서 오른쪽의 일방통행로로 진입한다(10:19). 일방통행하는 좁은 골목길은 가덕파출소를 만나고 천가초등학교와 덕문중학교 사이로 빠져나가는데 가덕진성 안내문이 있다(10:27). 중종 39년(1544년) 사량진에 왜구들이 준동하는 사태가 발생하여 가덕도 성북동에 본진인 가덕진을 설치하고 천성동에 속진인 천성(만호)진을 설치하고 성을 쌓았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가덕진성 자리는 공공기관과 민가로 인해 대부분 훼손되고 천가초등학교와 덕문중학교 담장이 옛 성곽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적혀 있다.

 

   시멘트 포장도로로 바뀐 도로는 동선소류지를 지나면서부터 완만한 오르막길로 바뀌어 소양무지개동산 갈림길 삼거리에 이른다(10:39). 이곳의 이정표는 '연대봉 2.7km, 천가교 2.45km'라 되어 있지만 연대봉까지의 거리는 짧아도 어음포초소부터는 급경사 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호흡 조절을 해야 할 것 같다. 펜션인 듯한 갈색 지붕 건물을 지나면서부터 급해지는 오르막 경사길, 체온도 따라서 올라가 등으로 땀이 배어나오고 있다. 연대봉까지 2.5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서 상의를 바꿔 입고 잠시 땀을 식힌 후 다시 출발한다(10:44~10:53). 급한 오르막길은 이제 시계 방향으로 급하게 방향을 바꾸면서 갈지(之)자를 그리며 올라가는데 방금 쉬었던 곳으로 네 명의 바이커들이 힘에 겨운지 산악자전거를 끌고 올라오는 모습이 보인다. 굽이굽이 여섯 굽이를 올라서니 시멘트 도로는 오른쪽 국군묘지 충혼탑 방향으로 올라가고 갈맷길은 왼쪽의 비포장 임도 방향이다(10:56).

 

   왼쪽 비포장 방향의 차량 출입 통제기가 있는 임도로 진행하다가 바로 옆에 있는 국군용사 충혼비에 올라 어느 누군가의 가족이었을 25명의 국군용사들에게 묵념을 올린다(10:57~11:00). 다시 임도로 내려와 완만하게 바뀐 오르막길을 올라가는데 이정표에서 쉬고 있었던 바이커들이 사뿐하게 지나간다. 그들이 지나간 임도를 잠시 걸었나 보다, 눌차도와 그 너머로 신호항에서 출발하면서 지나온 녹산공단지구가 시원스럽게 보인다. 잠시 멈춘 발걸음을 옮기면 이내 매봉(356.6m)에서 내려오는 산길과 만나는 고갯마루에 도착하는데 이곳이 천성치이다(11:09). 2020년 4월 사십여 년 근무했던 직장에서 정년퇴직 후 친구들과 함께 매봉에서 하산한 후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 헤메이다 때마침 산책 나온 가덕도 주민을 만나 길을 물어보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 곳이다.

 

   오늘은 그 날 걸었던 길을 갈맷길이란 주제로 다시 걷는 중이다. 산벚나무가 필 때면 볼 만한 길일 것 같다는 기억이 있는 이 길에 아직은 봄이 오지 않아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는 모습을 보면서 걷는 발걸음은 낯익은 전망 데크를 만난다(11:14~11:16). 전망 데크 옆에 '거가대교 보기 좋은 곳'이라 적혀 있는 안내문이 있다. 2004년 12월 10일에 착공하여 2018년 12월 14일 개통된 거거대교는 길이 3.5km의 2개의 사장교와 3.7km 침매 터널, 1km의 육상 터널로 이루어져 총 길이 8.2km에 달한다고 한다. 전망 데크를 뒤로하고 조금만 더 걸어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올라가면 어음포초소(산불감시초소/가덕8초소)가 있다(11:20).

 

   연대봉 방향에 세워진 '가덕도동 등산로 종합안내도'에는 동선새바지에서 강금봉으로 올라선 후 왼쪽의 매봉으로 내려오는 산길이 개방 중이라고 되어 있어서 그런지 왼쪽의 매봉 방향으로도 산길이 열려 있다. 850m 남은 연대봉 방향으로 올라가기 전 어음포초소의 풍광을 사진 촬영하려고 하는데 근무자가 촬영하지 마라고 손사래를 친다. 무슨 이유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휴일에 근무하는 그 분을 위해 그러려니 하고 연대봉을 향해 거친 오르막길로 발걸음을 옮긴다(11:22). 각목으로 정비된 계단길로 시작하는 오름길은 이내 경사도가 급해지면서 다소 가파르게 올라간다. 현위치에서 연대봉까지 630m 남았다는 안내문을 지나 나무 계단을 올라서면 다대표 방향으로 조망이 시원스런 전망 데크를 만난다(11:40). 또한 바로 아래 보이는 해안선을 따라 5-3구간이 진행된다는 것을 아직도 모른 채 얼마 남지 않은 연대봉으로 발걸을 옮긴다. 연대봉 정상 왼쪽에 장독을 뒤집어 세워놓은 듯한 바위 봉우리가 보이는가 싶으면 이내 산불 감시 초소(가덕11초소)가 있는 구릉에 올라서는데 가덕도의 최고봉인 연대봉(△459.4m) 정상이다(11:45).

 

   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어 배낭 속에 넣어 두었던 바람막이 상의를 꺼내 다시 입는다. 봉수대를 지나 앞쪽으로 나가니 많은 산꾼들이 바람을 피해 데크 한쪽에 모여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봉수대 앞쪽에는 임진왜란이 발생한 1592년 4월 13일(음력) 대마도에서 부산포로 침략해 오는 왜군 함대를 최초로 발견한 장소가 연대봉과 응봉이라 적힌 봉수대 안내문이 있다. 낙동강 하구의 연안사주와 몰운대 그리고 거제도로 연결되는 해저터널의 입구인 침매터널과 거가대교가 구름이 많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잘 보인다. 아울러 정면으로 보이는 국수봉 자락에 걸쳐 있는 새바지와 대항의 해안선이 아름답지만 신공항 공사가 시작되면 국수봉은 지형도에만 이름이 남아 있을 것이며 저 아름다운 풍광도 사라질 것이다. 언제 또 올지 모를 이곳의 풍광을 지금이라도 오래오래 기억하기 위해 사진에 그리고 눈에도 담아 두고서 지양곡을 향해 내려간다(11:55).

 

   어음포초소에서 올라온 것처럼 해발 고도 130m 능선 상의 지양곡으로 내려가는 길 역시 가파른 경사길이다. 마치 바위 너덜같은 연대봉의 정상부에서 조심스럽게 조금만 내려가면 경사도는 여전해도 흙길로 바뀐다. 잠시나마 완만해진 산길에 산불 감시 초소가 나오고 쉼터가 보이는데 2020년 4월에 산행할 당시의 기억으로는 육각정이었다(12:08). 그 육각정의 기둥과 천장이 사라지고 받침대만 남은 듯하다. 더불어 지양곡으로 내려가는 길 역시 무언지 모를 낯설음이 느껴지는 것이 등산로도 정비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걷다 보니 '우리는 지금 멋진 풍경이 있는 갈맷길 안에 함께 있습니다.'라 새겨진 팻말을 만난다(12:19). 팻말의 안내문처럼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김해공항도 있는데 교통편이 열악한 이곳에 공항을 만들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주질 않는다. 이제 지양곡이 발아래 보이기 시작하고 부드러운 흙길을 따라 한 굽이 돌아 내려가면 산불 감시 초소를 지나 5-2구간 종점 인증대를 만난다(12:24).

 

   여행자 수첩에 5-3구간의 시작 스탬프를 찍고 만차가 되어 갈맷길 한편에 주차된 승용차들을 비껴서 대항마을로 내려간다(12:30). 지양곡에서 대항마을로 내려가는 차도보다 높게 만들어진 보행자용 길은 차도와 나란히 꾸불꾸불거리면서 대항마을을 향해 고도를 낮추는데 차도의 가드레일에는 신공항 관련 현수막들이 어지럽게 붙어 있다. 이제 보행자 통로와 차도가 만나는 지점의 산불 감시 초소를 지나 도로를 건너 계단길로 내려간다(12:47). 횟집을 지나 다시 한 번 더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골목길을 조금만 내려가면 대항선착장으로 이어지는데 주말 관광객인지 아니면 나들이객들인지 모르겠지만 북새통이다. 정신없는 대항선착장을 빠르게 빠져나가면서 점심을 먹을 만한 식당을 찾는데 혼자 먹기에는 부담스런 식당들만 보인다. 이곳에서 점심 해결을 못 한다면 대항새바지에서 찾아볼 요량으로 걷다 보니 대항마을 버스 정류장 못 미쳐 한적한 식당이 있다. 초로의 사장님에게서 신공항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심을 먹다 보니 사십여 분이 지났다(12:56~13:36).

 

   신공항 때문에 국수봉(264.5m)이 사라진다는 것을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무겁지만 새바지항을 향해 걷는 발걸음은 멈추질 않는다. 연대봉을 보면서 걸어가다 보면 고갯마루 못 미쳐 오른쪽 길로 진행하라는 갈맷길 안대도가 보여 차도를 버리고 골목길로 내려가면 새바지항이 나온다(13:47). 하늘이 낮아서인가 바람이 거칠게 불고 있는 새바지항의 풍광이 쓸쓸하다는 느낌이 든다. 더불어 새바지항을 향해 달려오는 바람에 해안선에 부딪쳐 하얀 포말을 거세게 만드는 파도의 모습을 촬영하는 사진가의 모습이 쓸쓸해 보인다. 새바지항의 풍광을 잠시 둘러보고 연대봉 산자락에 만들어진 갈맷길을 향해 계단길을 올라간다(13:50).

 

   계단 왼쪽의 갈맷길 안내도에는 '현위치 : 대항새바지 / ↑동선방조제 6.5km'라고 되어 있다. 계단을 올라서면 산등성이의 흙길로 갈맷길이 이어지는데 안전 난간줄 오른쪽 아래 해안선에 부딪쳐 부서지는 파도 소리 때문에 국수봉을 보기 위해 가던 걸음이 자꾸만 멈추어진다. 그래도 가는 발걸음이라고 산불 감시 초소 아래에 있는 희망정에 이른다(13:57). 이 희망정(希望亭)은 강서구청에서 2009년 희망근로 프로젝트 사업으로 동선새바지에서 대항새바지까지 6km 등산로를 조성하면서 건립한 정자로 2009년 경제위기 극복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 다시 한번 희망을 가지자는 의미로 '희망정'이라 하였다고 한다. 남해 방향으로 탁 트이는 조망을 잠시 살펴보고 위쪽의 산불 감시 초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희망정이 있는 이곳에서 동선방조제까지는 7.6km, 천가교는 동선방조제에서 4.6km 거리라고 새겨진 이정표를 지난다. 크고 작은 여러 기의 돌탑이 있는 산불 감시 초소를 지나면 연대봉도 바위산인 것인지 너덜같은 돌계단으로 길이 이어진다. 급경사의 산자락 아래로 보이는 해안선을 따라 가는데 산악회에서 온 것인지 여러 명씩 무리지은 팀이 대항새바지 방향으로 오고 있다. 잠시나마 흙길인가 싶으면 다시금 돌덩이들로 덮인 계곡 능선을 지나기를 여러 번, 아울러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동선새바지 3.59km, ←대항새바지 2.00km]라 새겨진 이정표를 만난다(14:26). 계속해서 고도를 완만하게 내려가는 산길에 육각정이 있는 쉼터를 지나면 저점을 찍었는지 실개천을 건너는 나무 다리가 나오고 왼쪽으로 올라가면 어음포초소로 분기되는 삼거리에 이른다(14:32). [국가지점번호 마라 2239 7155][←어음포초소 1.0km ↓대항새바지 2.3km →동선방조제 5.8km] 이정표가 있고 지척에 산불 감시 초소(28초소)가 있는 갈림길이다.

 

   지금까지는 연대봉 산자락 길이었고 이제 매봉에서 흘러내리는 산자락 길을 따라 누릉능으로 가게 된다. 가던 걸음 잠시 멈추어서서 연대봉과 눈인사를 나누고 또다시 산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걷는다.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낙동강 하구의 연안 사주와 몰운대 방향으로 조망이 트이는가 싶으면 다시 고도를 제법 떨어뜨린다는 느낌이 든다. [국가지점번호 마라 2289 7191][↑동선새바지 2.59km ↓대항새바지 3.0km] 이정표를 지나 조금 더 내려가면 해안가 자갈 마당이 발아래로 펼쳐지는 곳의 전망 데크를 지나 누릉능에 도착한다(14:57). 누릉능은 행정구역상 부산광역시 강서구 동선동 지역으로 '바닷가 여(礖)가 누른색을 띤다'하여 붙여진 지명으로 1970년대까지 누릉능 중턱 계곡에는 독립가옥이 몇 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바닷가 바윗돌이 누른색을 띤 것처럼 보인다.

 

   오른쪽 둔덕 위로 보이는 산불 감시 초소를 보면서 매봉과 응봉산이 만드는 계곡 능선을 올라가면 누릉능~동선새바지 구간은 낙석위험지역으로 우회 등산로를 이용하라는 안내문이 있는데 갈맷길 역시 이 우회 등산로로 변경된 듯하다. 응봉산 쪽의 대나무숲과 왼쪽 매봉으로는 겨울의 앙상한 가지들만 보이는 계곡 능선길은 완만하게 올라가 가덕도관광안내도가 서 있는 고갯마루인 누릉령 사거리로 이어진다(15:14). 누릉령 사거리는 어음포초소과 응봉산 정상으로 분기되는 사거리로 오른쪽 응봉산 방향에 산불 감시 초소(가덕5초소)가 보인다.

 

   산불 감시 초소 근무자 두 분과 인사를 나누고 사슴농장 방향으로 직진하는 진흙같은 흙길의 내리막길로 진행한다. 썩지 않은 낙엽이 깔린 흙길은 겨울이 가면서 지온이 올라서인가 지표면이 미끄러워 조심스럽다. 벌을 키우는 곳을 지나면 한아름사슴농장이 나오는데 철망 안에서 사슴들이 낯선 이방인을 경계하듯 쳐다보고 있다(15:23). 이제 동선새바지까지 2.3km 남았다고 이정표가 알려주는 방향으로 진행하는데 가덕도와 눌차도에 막혀 섬 속의 섬이 되어버린 죽도가 나뭇가지 너머로 언듯 보인다. 잠시 후 시멘트 도로로 바뀌어 왼쪽으로 돌아내려가면 산불 감시 초소(가덕4초소)가 왼쪽에 있고 갈색 지붕의 가옥들을 지나 동선동 마을의 차도와 만난다(15:41~15:43). 차도와 만나는 곳에 세워진 갈덕도 갈맷길 이정표에는 천가교까지 5.8km, 누릉능은 2.8km라고 표기되어 있다.

 

   오른쪽으로 몇 걸음 걸어가다가 다시 왼쪽 골목길로 방향을 바꾸면 사람과 사슴, 사거리 그리고 해안가 바위를 그림으로 표시한 특이한 안내판을 볼 수가 있다. 죽도와 마주하는 해안길로 나온 것으로 오른쪽으로 진행하면 조금 전 차도와 다시 만나고 산불 감시 초소(가덕3초소)를 지나 동선새바지 삼거리에 이른다(15:57). 오른쪽으로 보이는 동선새바지 방파제 등대를 보고서 동선방조제를 따라 눌차도로 건너간다. 방조제에 뜬금없이 있는 산불 감시 초소를 지나면 5-3구간의 중간 인증대인 동선방조제를 만난다(16:06).

 

   인증대에서 여행자 수첩에 스탬프를 찍고 뒤돌아보니 뒤쪽의 응봉산(313.4m)보다 높아 보이는 강금봉(199.9m)이 날카롭게 보인다.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 찌푸린 하늘이 심상치 않아 얼마 남지 않은 천가교를 향해 다시 움직인다(16:10). 인증대 앞의 삼거리에서 야트막한 오른쪽 오르막길로 걸어가다가 만나는 하얀색 목조 주택 앞에서 또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짧은 시멘트 마을 골목길의 끝지점에서 직진으로 올라가는 산길은 능선 고갯마루 안부에 이르는데 천가교까지 1.13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서 있다(16:25). 이제 국수봉으로 향하는 능선길은 구릉으로 올라서는데 국수봉인지 알았지만 다시 올라가라 한다. 낙엽이 수북한 산길을 조금 더 올라가니 돌담으로 둘러싸인 국수당이 있는 국수봉(△138.9m) 정상이다(16:35). 오룩스 맵으로 현 위치를 확인해 보니 국수봉이고 삼각점 표시가 되어 있어 삼각점을 찾아 보았지만 없어진 것인지 찾을 수가 없다.

 

   국수봉의 국수당 안내문을 보면 가덕도는 예로부터 해양세력의 침략을 방어하는 최전방 방어진지였다고 한다. 가덕도 최남단 외양포의 국수봉은 전장에 나가 싸워온 남성을, 눌차도 국수봉은 전장을 지원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여성을 상징하고 있으며 지역을 지켜오신 "할머니" 신을 모신 곳이라 한다. 국수당을 뒤로하고 내려가는데 가덕도의 동선새바지 방향으로 시원스런 조망이 트이는 쉼터가 있어 연대봉과의 마지막 눈맞춤을 하고 천가교를 향한 내리막길을 이어간다(16:40). 흐린 하늘 때문인지 다소 어둡게 느껴지는 내리막길은 갈맷길 이정표가 서 있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급하게 뱡향을 바꾸는데 이정표에는 천가교까지 2.8km 남았다고 한다(16:46).

 

   산은 낮아도 해수면에서 시작하는 탓에 정거마을로 내려가는 길 역시 다소 경사진 내리막길이다. 각목의 계단길을 내려가다 보면 진우도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고 이내 가파른 계단이 나온다. 진우도는 1905년 경부터 당시 낙동강 본류였던 서낙동강 하구 토사가 퇴정되어 형성된 섬으로 1955년 지적 등록이 되었다는 안내문을 지나 계단이 끝나는데 개인 가옥의 마당으로 내려선 듯하다(16:54). 갈맷길 안내표식대로 바닷가 쪽 담으로 우회하여 ㄷ자 형태로 진행하여 가옥을 빠져 나간다. 해안선과 나란하게 이어지는 마을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정거마을회관(경로당)을 만나고 벽화가 그려진 골목길을 빠져 나가면 마을버스 정류장이 나온다(17:03).

 

   정거마을을 벗어나는지 '정거마을' 표석이 나오고 오른쪽의 김 양식장을 보면서 해안 도로를 따라 걸어가면 또 다른 마을버스 정류장 앞의 산불 감시 초소(가덕15초소)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한다(17:12). 정거마을을 빠져나오면서 보았을 때에는 이곳을 지나 야트막한 구릉을 돌아간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라 한다. 항월(項越)마을 표석을 지나면 폐교된 눌차초등학교 정문이 나오고 국수봉에서 흘러내린 안부 고갯마루를 넘어간다(17:18). 거의 외길 수준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을 빠져 나가면 가덕대교가 그리고 그 아래의 천가교가 보인다. 천가교의 보행자용 다리로 눌차도에서 가덕도로 건너가 5-2구간의 중간 인증대이자 5-3구간의 종점 인증대인 천가교 스탬프 박스에 도착함으로써 가덕도 구간을 마무리하였다(17:28).

 

   천가교에 도착한 시간을 확인하니 예상했던 시간보다 조금 더 걸렸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가덕도의 풍광을 즐겼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볍다. 지금까지 참아주었던 흐린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는가 싶었지만 살짝 흩날리는 정도로 끝났고 내트럭플러스 주유소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 '선창' 마을버스 시·종점에 도착한다. 한 십여 분 기다려 '하단역환승센터' 버스 정류장까지 운행하는 강서20번 마을버스에 승차하여 하단역에 도착하니 사십여 분이 소요되었다. 이제 수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갈맷길 6코스의 일정 계획을 생각하면서 하단역에서 서면역으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