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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산행

[2020-01-11] 남양주 백봉 - 추억 속에 머문 시간

남양주 백봉 - 추억 속에 머문 시간

[산행일시] 2020.01.11(토) 10:40~17:55(7시간 15분 // 산행시간 : 3시간 28분 / 휴식시간 : 3시간 47분)

[날       씨] 맑음 / 미세먼지 나쁨

[산행인원] 김창주, 조한근, 성봉현

[접       근] 롯데백화점,구리역입구 → 남양주시청(제1청사) : 165번 경기버스

[이       탈] 경성아파트 → 롯데백화점,구리역입구 : 330-1번 경기버스

[산행시간] 남양주시청(10:40) → 수리봉 갈림길(수리봉 왕복, 11:28~11:32) → 430능선(11:50~12:00)

                   → 482봉(△, 12:08~12:10) → 518.3봉(12:41) → 백봉(13:05~16:40) → '(구)스키장뒤' 위치 표지목(17:01)

                   → 마치고개(17:55) → 경성아파트(18:35)

[산행지도] 1:50,000 성동, 양수(1:25,000  2013년 온맵 편집)

 

[구글어스] 2020-01-11_남양주_백봉.gpx

 

[산행기록]

날씨는 맑아도 대기는 미세먼지로 덮여 그리 좋지를 않지만 그래도 산행하기에는 무난한 날씨다. 조금 늦은 감이 드는 아침에 신내동 집을 나와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롯데백화점, 구리역입구'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고 구리역에서 한근과 창주를 만나 다시 '롯데백화점, 구리역입구'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온다.

 

오늘은 포천의 수원산 인근에서 시작되는 한북천마지맥 산줄기가 천마산을 지나 마치고개를 넘은 후 불쑥 올려놓은 백봉(△587.2m)을 산행하기로 하였으니 산행 들머리인 남양주시청(제1청사)까지 165번 경기버스로 이동한다. 별 막힘없이 도착한 '남양주시청앞' 버스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한 무리의 산꾼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산행 준비를 마치고 백봉산 등산로 종합안내도의 제1코스 기점인 나무계단으로 오르면서 산행을 시작한다(10:40).

 

남양주시청 제1청사 앞을 출발하여 수리봉을 지나 백봉산까지 4.4km 거리에 2시간 15분이 소요된다는 안내도를 잠시 살펴본 후 나무계단을 오르다가 잠시 멈추어 서서 산행 들머리를 휴대폰 카메라에 담고서 산행을 이어간다. 짧은 계단이 끝나고 낙엽이 수북한 흙길의 능선으로 이어지는데 간밤의 냉기로 곤두선 서릿발이 발걸음에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아울러 산행하기 적당한 기온과 은은하게 비추는 햇살이 버거운지 앞서간 친구들이 겉옷을 벗기 위해 발걸음을 멈춘다. 우리보다 앞서 올랐던 산행팀들이 몸풀기 체조를 하고 있다가 누군가 인사를 하지만 퇴직한 직원인 듯 한데 기억이 어렴풋하다. 어정쩡한 인사를 나눈 후 양해를 구하고 우리가 먼저 백봉산을 향해 출발하였지만 이내 그들이 우리를 추월한다.

 

아직은 완만한 오르막길의 산등성이를 따라 걷다 보니 약수터 갈림길의 이정표와 국가지점번호(다사 7566 5921) 표지판을 만나고(11:01) 백봉산 방향으로 조금 더 오르면 수리봉을 향한 제법 경사진 산길이 시작된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발목이 불편한 창주에게는 힘들게 하는 오르막길이지만 그래도 잘 오르고 있으니 다행스럽다.

 

우측 계곡 능선으로 이어지는 진곡사 갈림길의 이정표[↑백봉산 정상 3.51km  ↓남양주시청 1.19km  →진곡사 0.42km]를 지나(11:17) 산등성이 구릉을 좌측 사면으로 우회하는데 오룩스 맵의 지형도를 살펴보니 수리봉(355.8m)이라 표기하고 있다. S자 모양으로 돌아가 도착한 안부의 이정표[←백봉산 정상 3.1km  ↓남양주시청 1.6km  →율석리 0.72km]에는 수리봉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도 없는데 창주 왈 이곳에서 남양주시청으로 가는 산꾼들이 가끔씩 율석리 방향으로 모르고 직진하는 곳이라 한다(11:28). 더불어 지형도 상 수리봉과 달리 수리봉은 백봉산을 향해 오르다가 만난다고 하는데 나는 지형도를 따라 수리봉으로 올라가 본다. 창주와 한근은 백봉산을 향해 가는 것을 보고 이 분여 거리의 수리봉 정상에 도착하였지만 조망도 답답할 뿐만 아니라 그냥 능선 상의 구릉일 뿐 별다른 모습도 없어 바로 조금 전 안부로 내려와 앞서간 친구들을 따라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11:32).

 

주능선에 올랐다고 다시금 부드럽게 바뀐 산길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멀찌감치 떨어진 친구들의 모습이 안 보인다. 우측편 백천사 갈림길의 이정표를 지나서야 다시 만나고 조금 더 걸어가 통나무 의자 두 개가 있는 양지바른 곳에서 배낭을 벗는다(11:50). 오룩스 맵을 확인하니 430능선이라 알려주는 곳으로 간단한 간식을 먹으며 쉬었다가 백봉산을 향해 다시 움직인다(12:00).

 

간밤의 냉기로 얼었던 흙이 조금씩 녹는 것인지 약간의 물기를 보이기 시작한 산길은 이내 삼각점[성동 428 / 1994 재설]이 매설된 482봉에 이르는데 의자가 쉬었다 가라 하지만 우리는 2km 떨어진 백봉산을 향해 걸음을 이어간다(12:08~12:10). 언제 내렸던 눈일까 잔설이 드문드문 남아 있는 산길은 평내호평역 갈림길인 다소 널찍한 390능선 상의 안부로 내려선다(12:20). 이정표는 남양주시청에서 3.2km 걸어 왔고 백봉산 정상까지 1.5km 남았다고 알려주고 있다. 아침부터 하늘을 가리던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 사라진 것일까 조금은 맑아진 하늘색을 보면서 서서히 올라가다 만나는 518.3봉, 밋밋하지만 약간 넓은 곳으로 통나무를 잘라 간이의자처럼 세워 놓은 쉼터인데 백봉이 저 앞에서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듯하다(12:41).

 

겨울이지만 아직 채 떨구지 못한 갈색의 나뭇잎이 매달려 있는 나무들을 보노라면 가을인지 겨울인지 헛갈린다. 518봉과 흡사한 느낌의 550능선 구릉을 넘어(12:50) 우향으로 틀어가는 능선은 팔각정이 있는 백봉에서 오르는 것을 일단락한다(13:05).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행된 지형도에는 이곳을 백봉(柏峰)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정상석에는 백봉산이라 음각되어 있다.

 

또한 남양주 문화원에서 자료를 제공했다는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이곳의 본래 이름은 예로부터 잣봉산이라 불리었고, 와부읍 일원에서는 묘적산이라 불리기도 하였으나, 1910년 경술국치로 인하여 일제식민지 시절 일본인들에 의하여 백봉산으로 표기 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현재는 백봉산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백봉(柏峯)이란 한자 표기중 柏자는 잣나무 柏자이며 평내동 일원에 잣나무가 많았으며 지금의 평내 동쪽에 잣골이란 마을 지명도 있었으나 현재는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백봉과 백봉산, 봉과 산이라는 두 단어는 의미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남양주시에서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명인 백봉 대신 백봉산이라는 지명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어느쪽 지명이 맞는 것인지 궁금하지만 오늘 우리의 주제는 아니니 통과하기로 한다.

 

팔각정 아래 헬기장을 지나 한북천마지맥의 수리너머고개 방향으로 내려가면서 텐트를 칠 만한 장소가 있는지 찾아보았지만 그리 마땅한 장소가 없어 다시 헬기장으로 올라와 추위를 막기 위한 텐트를 설치한다. 코오롱스포츠에서 독일 SALEWA사 제품을 직수입하여 판매한 1~2인용 텐트로 1984년 5월에 구입하였지만 아직은 쓸 만한 상태이다. 텐트 안에서 주고받는 우리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1980년대 중반 어느 여름날 폭우가 쏟아지는 지리산 장터목에서 침수된 다른 텐트의 야영객들을 포함한 6명이 칼잠을 잤던 것으로 시작하여 20대 젊은 시절로 되돌아간 기억을 소환하느라 끝이 없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이제 하산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텐트를 걷고서 주변을 정리한 후 팔각정으로 복귀한다. 이곳 백봉에서 올라왔던 길을 따라 남양주시청으로 내려갈 것인지 아니면 마치고개로 내려갈 것인지 잠시 고민하다가 한북천마지맥 능선길을 따라 마치고개로 내려가기로 하고 이동통신 중계기가 서 있는 572.5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16:40).

 

응달진 능선길을 따라 잠시 내려가다가 만나는 572.5봉, 지금은 폐쇄된 서울리조트스키장이 조성되면서 흉칙하게 잘려나간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그나마 평내동 방향으로 살아남은 산등성이에 걸린 저녁노을을 준비하는 석양의 황금빛이 위로해 준다(16:54). 아쉬워하지 말라는 무언의 소리를 들으며 마치고개로 내려가는 발걸음은 기온이 떨어지면서 미끄럽게 바뀌는 산길에 조심스럽기만 하다.

 

서쪽편 산등성이 나무에 붙잡힌 석양을 보면서 '(구)스키장뒤 | ↓정상 0.6km  ↑마치고개 1.6km' 위치 표지목을 지나고(17:01) 저녁 바람이 잠잠한 곳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하산길을 계속 이어간다. 겨울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골퍼들로 북적거릴 비전힐스컨트리클럽의 누렇게 변한 황량한 그린의 풍경에도 별 감정을 느끼질 못 하고 우리는 그저 하산을 하기 위해 미끄러져 넘어지지 않기 위해 조심할 뿐이다(17:10).

 

지금은 먼 기억이 되어버린 한북천마지맥 2구간 산행(2005.09.12) 때 처음 걸었던 산길을 오늘은 역방향으로 내려가는 중이다. 단 오늘은 혼자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 말이다.

 

조심조심한다고 하였지만 한순간 내가 미끌어지면서 넘어지는가 싶었는데 뒤에서 오던 한근이도 엇비슷한 시간대에 같이 넘어진다. 나는 별로 타격이 없었지만 한근은 왼쪽 발목이 접질린 것인지 불편함을 감추지 못 한 채 마치고개까지 하산하게 되었다. 이후 천천히 걷는 발걸음이지만 그나마 어스름할 때 도착한 마치고개. 겨울 해가 짧음을 새삼스럽게 다시 한번 느낀다(17:55).

 

미끄러지는 사고가 있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하산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경성아파트 버스 정류장을 향해 지척의 마치고개를 넘고 마치령 강동빌라 표석을 보면서도 이곳에서 좌측길로 내려가면 수월하다는 것을 잊어버린 채 좀 더 내려간 공터에서 쉬었다가 간다. 발목 통증이 심해지는 한근을 어르고 달래면서 큰마을경성아파트 2단지로 내려선 후 육교를 건너 1단지를 지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다. 짧은 길을 나두고 돌아오느라 생각보다 많이 늦어진 시간이지만 금방 도착한 시내버스에 승차하여 구리역으로 향한다.

 

한근, 하산길에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있었지만 그래도 백봉 정상에서 지나간 과거의 시간 여행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즐거웠던 산행이라고 기억될 하루였던 것이 고맙고 다음에는 아무 탈 없는 산행을 하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