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구팀 합동 산행

[2018-10-28] 대구팀 합동산행-24_파주 감악산 - 비와 우박 그리고 천둥에 현혹되다

[대구팀 합동산행-24] 파주 감악산 - 비와 우박 그리고 천둥에 현혹되다

[산행일시] 2018.10.28(일) 10:45~15:31(4시간 46분)

[날       씨] 비 / 초겨울 추위

[산행인원] 11명(대구팀 9명, 서울팀 2명(저녁식사 2명 참석) / 이하 존칭 생략)

                   (대구팀) 차수근, 임상택, 박영홍·천정미, 차성섭, 박상훈·최미애, 김칠곤(+1)

                   (서울팀) 범솥말, 성봉현 / (저녁식사 합류) 시인마뇽, 하이맛

[접       근] 덕정역(지하철 1호선) → 감악산 출렁다리입구 : 대구팀 전세버스

[이       탈] 산머루농원 → 연천군 대교여울목(매운탕 음식점)/대교여울목 → 양주역 : 대구팀 전세버스

[산행시간] 감악산 만남의광장(관리사무소, 10:45) → 감악전망대(10:54~10:58) → 보리암 돌탑(12:07~12:18)

                   → 감악정(13:00~13:37) → 감악산(감악산비, 13:43~13:53) → 팔각정(13:56)

                   → 슈가빌(천둥바윗길-손마중길 분기점, 15:23) → 산머루농원(15:31)

[산행지도] 1:50,000 문산(국토지리정보원 2016년 On-Map 편집)

 

[구글어스]  2018-10-28_대구팀_24_파주 감악산.gpx

 

[산행기록]

시월 중순 경부터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파주 감악산 쪽의 10월 28일(일)의 날씨를 확인하고 있는데 비소식은 없다고 하였다. 하지만 전날 발표에는 강수확률이 절반을 넘는다고 하니 2년 전 남한산성 산행처럼 우중산행이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더니만 산행 당일 아침에 마주한 하늘은 무언가를 잔뜩 숨겨놓은 듯 하다. 좀 여유롭게 시간을 가지고 지하철 6호선 봉화산역에서 출발하였지만 1호선 덕정역에 내려야 하는 것을 한 정거장 지난 지행역에서 하차, 반대편 승강장에서 잠시 기다려 원래 목적지인 덕정역에 내리니 예상했던 시간보다 20여 분이 지났다. 이것이 오늘 산행의 매끄럽지 못한 진행이 될 것이라는 예고편인 줄 모르고 덕정역을 빠져나간다. 더불어 덕정역을 나와 범솥말 회장님과 대구팀을 기다리는데 아니나 다를까 반갑지 않은 빗님이 마중오신다.

 

대구팀을 만나 파주 감악산 출렁다리 입구 주차장을 가는 차창에 비가 부딪치는가 싶으면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등 심상치 않다. 날씨가 짖궂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파주 감악산 단풍맞이 축제(2018.10.27~10.28)' 행사에 참여한 많은 차들로 제1주차장은 이미 만차다. 주차통제요원에게 양해를 구한 후 주차장에서 우리는 하차하고 대구팀 전세버스는 산머루농원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진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와중에도 많은 행락객들로 북적이는 만남의광장을 벗어나 감악산을 향한 오늘 산행의 발걸음을 시작한다(10:45).

 

앞서간 산객들을 따라 올라선 감악전망대, 출렁다리를 건너 감악산 정상부로 향하는 능선은 울긋불긋한 옷을 입은 단풍으로 볼 만하다. 맑은 햇살이 비추어 준다면 더욱 더 아름다웠겠지만 오늘 우리의 복은 이만큼이려니 생각하면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출렁다리를 건넌다. 한 달전 왔을 때하고는 다른 모습의 출렁다리를 뒷사람들로부터 밀리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건넌다. 단풍에 취하는 것인지 아니면 산객들의 화려한 옷색에 취하는 것인지 어영부영 어떨결에 출렁다리를 건너니 이곳 역시 북새통이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등산객들로 미어터지는 와중에 단체사진 한 장 촬영하고 감악산 정상부를 향해 길을 이어간다.

 

범륜사입구 버스 정류장에서 올라오는 도로를 만나고 잠시 후 우측편 '청산계곡길 2,275m' 이정표가 있는 나무데크 계단으로 오르다가 우중이지만 범륜사로 가시는 듯한 분에게 단체사진 촬영을 부탁드렸는데 하산 후 집에서 확인해보니 사진이 보이질 않는다(11:15). 파일 번호도 건너뛰는 것이 없는데 그렇다면 셔터가 눌리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분의 의도적인 실수인지 알 수 없으니 어이하랴. 도로에서 능선에 오르자마자 바로 좌측편 산등성이로 올라야 하는데 선두가 청산계곡길을 따라 산허리를 돌아가려고 한다(11:18). 물론 청산계곡길을 따라 걸어가도 보리암을 지나 정상으로 이어지지만 그래도 능선길로 가기 위해 방향을 바꾼다. 한북감악지맥 산줄기를 바라보면서 오르는 감악능선계곡길은 깊어가는 가을을 느껴보라는 것인지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낙엽이 그득하다. 반면 초반 경사진 오르막길을 오르는 우리를 감악산 산신령은 천둥소리를 내면서 반갑다고 아는 척하는데 우리는 불편하기만 할 뿐이다.

 

순간순간 매섭게 불어대는 강풍과 함께 쏟아지는 굵은 빗방울이 반복되는 이 산길에 우리는 또 하나의 추억을 새기고 있는 중이다. 비옷을 입거나 우산을 받쳐들고 산길을 올라 청산계곡길에서 올라오는 안부를 만나고 오분여 후 보리암 돌탑 분기점에 이른다(12:05). 우측으로 방향을 바꾸어 커다란 돌탑을 구경하고서 돌할배를 들어올리는 대구참사랑산악회 회원님들을 기다린 후 암자대신 자리잡고 있는 간이매점에서 목마름 해소를 위한 막걸리를 한잔씩 하고 원래의 산길로 되돌아 간다(12:18). 오르막길의 낙엽에 떨어진 빗방울이 미끄럽지만 조심하면서 오르는 길은 그나마 잠시 멈춘 비가 고맙기만 하다.

 

범륜사에서 올라온 산길과 만나는 야트막한 안부에서 우측으로 감악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길은 거센 바람 뿐만 아니라 간헐적으로 동반되는 비바람 때문에 체감적으로 느껴지는 온도는 차갑다라기 보다는 초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느끼게 한다. 갈색 나무숲에서 다시 한번 우측으로 벗어나면 조망이 시원스럽게 트이는 야트막한 바위 구릉으로 '악귀봉 정상' 표지판이 서 있다(12:36). 지형도에는 아무런 표시도 안되어 있는 600능선 상의 바위구릉으로 사기막고개에서 올라온 감악지맥과 만난 것이다. 날씨가 좋았다면 거침없는 조망을 선사하는 곳이지만 오늘은 강한 비바람도 짙은 운무를 어쩔 수가 없는지 불량한 시계가 아쉽다.

 

점점 더 굵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면서 앞쪽으로 보이는 바위능선(장군바위라 부르는 곳이다)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발아래 신암저수지와 원당저수지 사이의 능선에 가로막혀 넘지 못하는 비구름을 내려다 보면서 도착한 640능선상의 장군바위, 보이지 않는 어디인지 모르는 곳을 내려친 번개는 우렁찬 천둥소리와 함께 우리에게도 순간적으로 짜릿한 느낌을 전한다. 우산을 통해 전해지는 대기 중의 방전현상을 간접적으로 느낀 것이다. 장군바위라 표기된 등산로 안내도를 뒤로 하고 만나는 삼거리에서 몸 상태가 안좋은 참사랑산악회 이수근 회장과 두 명의 회원들과 함께 감악산 정상으로 직접 가는 좌측길로 가기로 하고 뒤에 따라 오는 회원들은 임꺽정봉을 경유하기로 하면서 헤어진다.

 

더욱 거세진 빗줄기와 바람을 헤치고 임꺽정봉에서 내려오면 만나는 안부를 지나 윗편에 있는 양주감악정에 오르니 한 명의 산객만 있다. 행정구역상 양주시에 해당하는 곳이라 양주감악정이라 부르는 곳으로 비를 피할 만한 곳은 이곳 뿐인데 다행히 단체팀이 없다. 웃옷을 덧입어도 차갑게 스며드는 비바람은 임꺽정봉을 들렀다 오는 일행들을 기다리는 우리들에게 초겨울 한기를 느끼게 한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나 보다, 전원 도착한 것을 확인하고 점심을 먹는데 손이 곱아지니 젓가락질이 불편하다. 그래서인가 다른 때와 달리 일찍 마무리된 점심을 끝내고 자리를 정리한 후 지척의 감악산 정상을 향해 오르니 비바람이 다소 잠잠해진다.

 

헬기장이 있는 660능선 구릉, 지형도에는 삼각점이 매설된 674.9봉을 감악산이라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곳을 정상으로 부른다(13:43). 군부대 철망 앞에 서 있는 감악산비는 음각된 글자가 지워져 몰자비(沒字碑)라고도 부르는데 설인귀비, 빗돌대왕비라 구전되기도 한단다. 한편 1982년 동국대학교 감악산고비 조사반에서 2차례에 걸쳐 이 비를 조사한 결과 그 형태가 북한산의 "진흥왕순수비(眞興王 巡狩碑)"와 흡사하여 제5의 진흥왕순수비일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아직 결론지을 만한 확실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한다. 범솥말 회장님의 주변 산 이름을 듣고 감악산비 인증사진을 촬영하다 보니 어느새 내려갈 시간이 되어 객현리를 향해 내려간다(13:53).

 

군부대 철망을 우측에 두고 객현리 방향으로 내려가면 팔각정자가 나오고 이곳에서 우리는 우측 객현리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13:56). 하지만 앞서간 선두가 보이질 않는 것이 아무래도 뚜렷한 길을 따라 까치봉 방향으로 내려간 듯 하여 빠른 걸음으로 뒤쫓아 가보니 역시나 까치봉을 향해 내려가고 있는 중이었지만 그리 먼 거리를 내려간 것이 아니어서 수월하게 되돌아 올 수 있었다. 팔각정에서 임진강 너머로 북녘땅이 보여야 하지만 오늘은 임진강 인근까지만 보여줄 뿐이니 아쉽기만 하다. 아쉬운 마음을 접고 객현리 방향으로 나무데크의 안전목이 트인 잡초가 무성한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간다.

 

지난번 계곡능선으로 헛걸음 했던 군벙커에서 좌측의 오르막길을 올라 능선을 따라 내려가야 하는데 이 길이 낯설기만 하다. 더불어 산길을 덮어버린 무성한 낙엽들로 길의 흔적마져 지워졌으니 앞장서서 가야하는 길잡이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본의 아니게 좌측 능선으로 내려섰다가 다시금 우측편 능선으로 복귀하는 짧은 헛걸음을 하게 되었다. 비는 내리고 낙엽으로 길은 미끄러운데 헛걸음마져 했지만 아무 불평없이 따라주는 대구참사랑산악회 회원님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정상적인 산등성이 등로로 복귀하여 내려가는 길은 여전히 낙엽에 묻혀 있어 내리막길의 발걸음이 조심스럽기만 하다.

 

낙엽을 치우면서 내려서길 얼마나 했을까, 다소 경사진 길이 완만해지면서 봉암사에서 올라오는 천둥바윗길 이정목을 만난다(15:10). 잠시 후 좌측의 산촌마을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만나면서 직진하는 짧은 길을 나두고 좌측의 사방댐을 건넌다. 산행 전 임상택 대장에게 산행코스를 알려줄 때 산촌마을(슈가빌, 천둥바윗길-손마중길 분기점)을 지나 산머루농원으로 간다고 했는데 그래서였나 비바람이 불어대는 좋지 않은 날씨였으므로 직진하는 빠른 길을 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좌측의 산촌마을로 우회하게 되었다. 생각치 않았던 천둥바윗길과 손마중길 분기점인 슈가빌(산촌마을)에 도착하여 잠시 숨을 고른다(15:23).

 

이제 포장도로를 따라 산행종점인 산머루농원을 향해 내려가는데 어디선가 백구 한마리가 달려와 우리의 갈 길을 안내해준다. 집으로 돌아가라고 쫓아보아도 앞장서서 내려가다가 사방댐으로 우회하지 않고 직진으로 내려오는 길과 만나는 곳에서 백구는 돌아가고 다리를 건너 산머루농원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바람은 얌전해졌지만 비는 간헐적으로 계속 내린다(15:31). 이로써 요란한 비바람과 더불어 추운 날씨였지만 스물네 번째 대구팀 합동산행을 아무런 탈없이 마무리를 한다.

 

버스 정류장 앞에서 범솥말 회장님의 사돈분을 만나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잠시 추위에 떨은 몸을 녹인다. 이후 산머루농원에서 운영하는 산머루주를 숙성하는 요크통이 진열된 지하터널을 구경한 후 다른 건물에서 간단한 시음을 하였다. 비는 그칠줄 모르고 계속 내리지만 전날(토요일) 경동고 동문산행 때문에 오늘 산행을 함께 하지는 못 했지만 저녁식사에 참석하시는 시인마뇽 고문님과 하이맛 고문님이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계시는 대교여울목 매운탕집을 향해 대구팀 전세버스로 이동한다.

 

임진강 메기매운탕으로 저녁식사를 겸하면서 즐기는 산행 뒤풀이가 끝날 무렵 대구참사랑산악회의 차수근 회장으로부터 생각치 못한 찬조금을 받았는데 양주역에서 이차 자리를 찾기위한 시간 낭비를 줄이고자 이곳에서 참게튀김으로 한 잔 더 하게 되었다. 깊어가는 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날이 새면 다시금 자기의 일터로 돌아가야 하기에 다음을 기약하면서 감악산을 뒤로 하고 양주역에서 서울팀을 내려준 대구팀 전세버스는 어두운 밤공기 속으로 달려간다.

(이 지면을 빌어 대구참사랑산악회 차수근 회장님의 찬조금 지원에 다시 한번 더 감사인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