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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팀 합동 산행

[2018-04-22] 대구팀 합동산행-23_거창 비계산~우두산 - 바람아 불어다오

[대구팀 합동산행-23] 거창 비계산~우두산 - 바람아 불어다오

[산행일시] 2018.04.22(일) 10:25~17:44(7시간 19분)

[날       씨] 산행 내내 안개구름과 보슬비

[산행인원] 15명(서울팀 4명, 대구팀 11명 / 이하 존칭 생략)

                   (서울팀) 시인마뇽, 하이맛, 범솥말, 성봉현

                   (대구팀) 차수근·박금선, 임상택, 박영홍, 기경환, 차성섭·나경숙, 김칠곤님 부부, 박상훈·최미애 / 권재형

[접       근] 서울역→동대구역 : KTX 열차 / 동대구역→1084번 지방도 도리 들머리 : 대구팀 전세버스

[이       탈] 고견사 주차장→동대구 : 대구팀 전세버스

[산행시간] 도리(산길 들머리, 10:25) → 비계산(1130.2m, 거창군 정상석, 12:48~13:36) → 상수월 갈림길 안부(14:07)

                   → 마장재(14:55~14:58) → 우두산(16:12~16:15) → 의상봉(16:38~16:46) → 고견사(17:16) → 주차장(17:44)

[산행지도] 1:50,000 가야, 합천(국토지리정보원 1:25,000 On-Map 편집)

 

[구글어스]  2018-04-22_대구팀_23_거창 비계산~우두산.gpx

 

[산행기록]

이른 아침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에 눈을 떠보니 시간이 5시를 한참이나 지나버렸다. 분명 전날 저녁 휴대폰의 알람을 4시 30분으로 맞추어 놓았는데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를 따질 겨를도 없이 부랴부랴 세면을 하고 아내에게 부탁하여 지하철 6호선 봉화산역으로 향한다. 그렇게 부산을 떨면서 응암행 지하철을 탄 시간이 5시 46분이니 동묘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하여 서울역에 도착하면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뛰어야 할 판이다. 지하철 안에서 무엇이 잘못 되었나 확인해 보니 아뿔사 알람소리를 무음, 무진동으로 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동묘역에서 1호선 열차가 지연되었던 것인지 전 열차가 3분 정도 늦게 도착하여 서울역에 여유롭게 도착, 예매한 부산행 KTX 열차를 타는 곳에 도착하니 하이맛 선배님이 기다리고 계신다. 정시 도착한 열차에 승차하여 광명역에서 시인마뇽 선배님과 합류하고 대전역에서 범솥말 선배님이 승차한 열차는 동대구에 정시 도착하고 역사 2층에서 기다리고 있던 대구참사랑산악회 회원들을 만나 새로 바뀐 통로를 이용하여 역사를 나간다.

 

차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른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 동대구에서 광주대구 고속도로(구 88올림픽 고속도로)로 올라서서 시원스럽게 달려 논공휴게소로 진입한다. 몇 년 전만 해도 고속도로 확장공사로 이곳 휴게소 역시 터만 있었을 뿐이었는데 지금은 반듯한 건물이 들어섰다. 휴게소 한편에서 대구팀이 마련한 산채비빔밥으로 아침을 잘 먹고 주변을 정리한 후 오늘 산행의 들머리를 향해 출발한다.

 

달리는 차창에 부딪치는 빗방울은 기상청 예보와 달리 아침 일찍부터 시작되었고 그 양도 제법 많다. 흐릿한 구름이 덮은 하늘 아래를 달려 가조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난 차량은 고속도로 대화동육교 밑으로 통과하여 오늘 산행들머리인 도리 입구에 도착하는데 입구의 전주에는 '가조가야로 1593'이라 적힌 도로명주소 안내판이 붙어 있다. 이슬비 같은 빗방울을 맞으며 산행준비를 끝내고 단체사진을 촬영한 후 비계산을 향해 출발한다(10:25).

 

※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이곳 '도리'에 접근하는 방법은 거창시외버스터미널에서 2~3분 거리에 있는 서흥여객터미널로 이동한 다음 가야행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거창에서 출발한 버스가 대화동육교 밑을 통과하여 '도리'를 지나 '산제치(아텔스코트 골프장)'를 경유하는데 버스 정류장이 아니므로(?) 운전기사분에게 사전에 이야기해야 된다고 한다.

※ 2018.05.01 현재 거창에서 출발 시간 : 06:50  08:00  11:00  14:00  16:00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르는 길은 6분여 후 좌측으로 휘어지는 곳에 우측편 산길로 안내하는 이정표를 만나지만 그냥 도로를 따라 조금 더 올라가서 만나는 삼거리에서 우측편 흙길로 진행한다(10:34). 우리가 올라야 하는 비계산 방향의 산능선에는 회색빛 구름이 그 형태를 알 수 없게끔 중턱까지 내려와 가리고 있다. 범솥말 선배님과 차성섭 참사랑산악회 전 회장은 조금 전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산길로 들어섰는지 보이질 않는다.

 

비계산을 향한 오름길에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지만 우의를 입고 걸으면서 땀에 젖으나 그냥 비에 젖으나 물기에 젖는 것은 매 한가지라 배낭 커버만 씌운 채 등로를 따르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뭇가지가 어느정도 우산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무덤이 있는 삼거리 앞에서 '현위치번호 : 도리 1, 해발 615m / 도리 0.5km, 비계산 1.5km'이라 적힌 표지목을 만나는데(10:48) 지형도상 삼각점이 있는 비계산의 고도가 1126.1m이므로 510m의 고도차를 가지는 제법 경사진 길을 올라야 한다고 알려준다.

 

우측의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들어서는 산길을 따라 걸어가지만 아직은 완만하게 이어진다. 모두들 지나간 길을 시인마뇽 선배님과 둘이서 천천히 걸어가는데 조금씩 각을 세우는가 싶더니 돌무더기가 흘러내린 너덜지대를 눈으로만 보면서 지나치지만 이내 다시 너덜지대로 올라선다(11:13).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일행들을 만나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출발하고 점점 더 가팔라지는 등로가 예사롭지 않다. 솔잎과 참나무 낙엽이 깔린 오르막길은 선답자의 산행기를 보아 알고 있었지만 그 경사도를 직접 체험하니 꽤나 가파르다. 봄·가을로 진행되는 대구팀과의 합동산행에서 뵙는 시인마뇽 선배님의 발걸음 속도가 예전같지 않음을 느낄 수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빨리 갈 수도 없는 산길이기에 선배님의 보행속도에 맞추어 천천히 올라서니 도리에서 1.0km 왔다는 '현위치 번호 : 도리 2' 표지목이 나오는데 해발고도는 725m라고 한다(11:22).

 

점점 더 심해지는 오르막길에 숨을 고르는 횟수가 늘어나고 비는 꾸준히 내리니 주변의 조망은 회색빛 수채화를 그린 듯하다. 우측편으로 작은 돌탑이 있는 너덜을 보면서 오르다가 휴대폰의 트랭글 앱을 확인해 보니 GPS 신호가 끊어져 있다. 출발지점에서 오르다가 휴대폰의 기지국 신호를 못 잡아 배터리가 과방전 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비행기 모드로 한다는 것이 위치(GPS) 아이콘을 잘못 눌러 꺼버렸나 보다. 다시 위치 신호를 켜고 비행기 모드로 바꾼 후 올라가니 비계산까지 0.5km 남았다는 '현위치 번호 : 도리 3' 표지목이 나온다(12:07).

 

점점 더 짙어지는 구름 속을 오르는 우리는 밑에서 보면 검은 먹구름으로 가려진 하늘 속을 걷고 있는 중일 것이다. 급한 경사 때문에 직접 오르지 못하고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산길을 얼마나 더 올라갔을까, 너덜길을 올라서니 임상택 대장의 흐릿한 모습이 보이고 잠시 후 비계산과 도리 그리고 산제치로 분기되는 능선 삼거리에 이른다(12:34). 이정표에는 '비계산 0.15km, 도리 1.9km, 산제치 3.4km'라고 거리가 적혀 있으니 이제 비계산이 지척이다. 반면 주능선과 만났으므로 경사는 그리 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진다. 그래서인가 조금 빨라진 걸음걸이로 삼각점이 표시된 1126.1m의 봉우리에 오르니 주위는 온통 짙은 안개구름 뿐이다(12:43).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박상훈씨와 임상택 대장 그리고 시인마뇽 선배님의 인증사진을 남긴다. 지형도에 표기된 삼각점 확인은 생각치도 못하고 합천군 숭산비운산악회에서 세운 정상석을 사진에 담고 계단을 내려간다. 구름이 얼마나 짙은지 바로 앞에 있는 또 다른 봉우리인 1130.2봉은 보이질 않지만 우리를 한참이나 기다렸을 일행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여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는데 우측으로는 상당히 깊을 것만 같은 협곡의 형상을 하고 있다. 짧은 칼날 능선을 올라서니 거창군에서 세운 비계산 정상석이 있는 1130.2봉으로 한참을 기다렸을 일행들과 합류한다(12:48).

 

그리 넓지않은 정상에서의 점심식사는 고속도로 방향으로 있는 장의자 두 개를 이용하여 15명이 둘러앉아 이루어진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대구팀과의 산상 식사는 먹는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오늘도 여러 가지 반찬으로 푸짐한 점심을 먹고서 자리를 정리한 후 정상석을 에워싸고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우두산을 경유하는 A팀과 마장재에서 하산하는 B팀으로 두 팀을 나누어 출발하기로 한다. 범솥말 선배님을 비롯한 9명은 우두산을 거쳐 고견사로 내려가고 시인마뇽 선배님을 비롯한 6명은 마장재에서 하산하기로 하여 우두산팀이 거창군 정상석을 뒤로하고 먼저 출발한다(13:36).

 

보라빛 진달래가 반겨주는 능선길은 짙은 구름 속이지만 좌우로 절벽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칼날 능선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가리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을테니 조망이 시원스러울 텐데 오늘은 보이는 것이라고는 구름 뿐이니 아쉽기만 하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이 안개구름을 거두어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위험하다 싶은 곳은 나무계단과 구름다리 등으로 정비된 암릉길, 보이는 것이 없지만 물방울을 매달고 있는 진달래 꽃들이 우리를 보아달라고 하여 그것으로 위안삼으며 암릉을 오르내린다.

 

'비계산 0.5km, 마장재 3.0km'라 표기된 '현위치 번호 : 마장재 6' 표지목에는 해발 777m라 적혀 있고(13:47) 오백 미터를 더 가서 만난 '현위치 번호 : 마장재 5' 표지목에는 해발 780m라 되어 있듯 기복이 별로 없는 능선길이다(13:55). 표지목을 지나자마자 야트막한 구릉으로 오르는 좌측길과 우측 사면으로 우회하는 갈림길을 만나는데 좌측으로 올라가니 이정표[←돌탑 0.7km/거창휴게소 2.2km  ↑(우두산상봉 4.0km/마장재 2.0km)  ↓비계산 0.8km]가 있는 구릉이다(13:58).

 

마장재 방향으로 직진하는 길로 내려가면 우회길과 만나고 '현위치번호 : 마장재 4, 해발 814m' 표지목이 나온다(14:03). 회색빛 구름 바탕에 나뭇잎이 다 떨어진 진달래(?) 관목들이 제멋대로 가지를 뻗으면서 그리는 모습이 을씨년스러운 산길, 잠시나마 이 구름을 걷어버릴 수만 있다면 사방으로 둘러싼 천고지의 산군이 아름다울 텐데 아쉽기만 하다. 그런 마음을 바라면서 내려가지만 여전히 안개 속이고 좌측으로 3.7km 떨어진 상수월 갈림길의 이정표를 만난다(14:07). 비계산에서 1.3km 왔고 마장재는 1.5km, 우두산상봉은 3.5km 남았다고 이정표가 알려주고 있다.

 

다시 올라가는 산길은 '현위치 번호 : 마장재 3' 표지목 앞의 계단으로 올라서는데 앞서가는 참사랑산악회 대박(박영홍) 총무가 몸 상태가 안 좋은지 천천히 걷다가 후미팀과 함께 마장재에서 하산하겠다고 하여 추월하기로 한다. 안개구름이 진달래 꽃잎과 아직 개화되지 않은 꽃망울에 물방울을 만든 모습에 시선이 붙잡혀 발걸음을 잠시 멈춘다. 그리고는 묵은 헬기장을 지나고 또 다시 암릉 구릉을 지나는데 구름이 모든 풍경을 숨겨버려 서운하기가 이를 데 없다(14:23).

 

내리막길에 만나는 '현위치 번호 : 마장재 2' 표지목에는 마장재가 1.0km 남았다고 하고(14:30) 평탄한 산길을 따르는 발걸음은 억새밭을 지나 '현위치 번호 : 마장재 1' 표지목이 나타나는가 하면 3분 여 후 너른 헬기장이 있는 안부를 만난다(14:48). 올라가는 길 좌측으로 '우두산 면민 안녕 기원단'이 짙은 구름에 가려 희미하게 보이며 이어 올라선 859.8봉 구릉에는 '우두산 철쭉 군락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14:52). 잠시 내려가면 좌측편 산길은 주차장까지 1.6km라고 표기된 이정표가 서 있는 마장재가 나온다(14:55).

 

9명에서 8명으로 바뀐 선두팀의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2.0km 남은 우두산을 향해 걸음을 빠르게 옮긴다(14:58). 가시거리가 삼십여 미터도 채 안되는 짖굳은 날씨이지만 앞서가는 선두를 따라 완만한 산길을 걸어간다. 이제 현위치 번호 표지목은 마장재에서 우두로 바뀌어 '우두 4, 우두산상봉 1.5km' 표지목을 만난다(15:03). 내려선 만큼 다시 올라가라 하는지 다시금 암릉의 오르막길이 시작되는가 싶으면 내려섰다가 나무계단을 오른다. 악어의 머리를 연상케 하는 커다란 바위를 지나좌측길은 주차장까지 1.5km라고 새겨진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 이른다(15:21).

 

잠시 후 바위에서 쉬고 있는 일행들이 있는 곳에 오르니 지나온 능선을 배경으로 바람과 구름이 수묵화를 그리고 있는 중이다. 고견사 주차장 쪽에서 바람이 계곡능선을 타고 올라오면 구름이 도망가면서 숨겨놓은 산등성이의 바위덩어리들을 보여주다가 힘에 부친 바람이 쇠잔할 때면 이내 다시금 잿빛으로 물들이기를 되풀이하는 모습을 오 분여 즐긴 후 일어선다.

 

앞쪽으로 잠깐잠깐씩 보이는 뾰족한 암봉의 능선을 향해 안부로 내려섰다가 계단길을 올라간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올라갈 의상봉을 비롯한 여러 구릉들은 역시나 구름에 숨었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날씨이고 바위구릉 옆으로 붙어 있는 나무계단을 걸어가지만 이렇게 정비가 되기 전에는 산행하기 꽤나 힘들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반면 회색빛 구름이 걷히는 것인지 좌측 아랫편으로 보이는 가조마을에서 우리가 있는 곳을 본다면 구름만 보일 것 같다. 울퉁불퉁 제멋대로 생긴 바위들이 함께 어울려 만드는 산세는 아름답기 그지 없고 그런 곳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걷는다.

 

황매산의 누룩덤을 연상시키는 바위덩어리들과 촛대처럼 솟아난 바위를 보면서 걷다보니 발걸음이 늦어진다. 우두산상봉과 마장재의 중간지점이라고 표기된 '현위치 번호 : 우두 5' 표지목을 지나니 앞쪽으로 커다란 바위구릉이 보인다. 계단과 나무다리 그리고 안전밧줄로 정비된 등로를 따라 암릉능선을 지나는데 안개구름이 짙어졌다가 옅어지기를 반복한다. 그런 몽환적인 풍경을 눈으로 즐기다 보니 어느새 우두산 상봉이 0.5km 남았단다(현위치 번호 : 우두 6, 해발 955m)(16:01). 암릉에서 흙길로 바뀌어 다소 너른 공터를 지나자마자 주차장 2.0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서 있는 갈림길을 만난다(16:03).

 

큰 바위 위에 올려진 돌덩이가 떨어질까봐 받침대를 괴어놓은 듯한 세 개의 돌이 코끼리 코를 연상시키는 바위를 보면서 바위군 옆을 따라 잠시 돌아서 올라가니 세워진 쌀알 모양의 정상석이 서 있는 우두산(△1046.3m)이다(16:12). 구름 때문에 보이는 것이 없어 정상석을 벗삼아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0.6km 떨어진 의상봉으로 향한다(16:15).

 

내리막길에 의상봉이 보이는가 싶으면 이내 구름 속으로 숨어버리는 풍경, 나무계단을 따라 좌측 안부로 내려선다(16:30). 안부에 서 있는 안내판에는 의상봉을 가조1경이라 하였는데 안내판의 내용을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가조1경 의상봉(義湘峰)

의상봉(해발 1,046m)은 가조의 진산 우두산(牛頭山) 서쪽지맥으로 가조면 수월리에 위치한다.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義湘大師)가 참선한 곳이라 하여 이름 되었으며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라 할 정도로 우뚝한 돌부리가 뛰어난 산이다. 산 아래에는 의상대사가 수도할 때 쌀을 얻었다는 쌀굴이 있고, 신라 때 창건한 고견사(古見寺)와 최치원 선생이 심은 은행나무를 비롯해 십이지신상석, 수석이 아름다운 고견천, 가정산 폭포, 낙화담, 가마소 등의 명소가 즐비하다. 주봉 우두산은 일본 왕가의 조상신으로 숭배되는 스사노(スサノミノコト, 素戔鳴尊)가 천강(天降)하여 살았다는 소시모리(ソツモリ, 曾尸茂梨)에 비정되기도 한다.

 

의상봉을 향해 가파르게 붙어 있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서 뒤돌아 보면 구름과 숨바꼭질하는 우두산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그렇게 올라선 의상봉 정상부는 생각보다 길쭉하면서 너른 공터이고 작은 정상석이 소나무를 배경으로 삼아 서 있다(16:38). 보이는 것이 없지만 주변을 둘러본 후 마지막으로 의상봉 정상석만 사진에 담고서 올라온 계단을 따라 다시 내려가(16:46) 안부에서 우측편 길로 고견사를 향해 하산을 서두른다(16:49).

 

키 작은 산죽지대를 지나면 너덜지대가 나오고 바람에 떨어진 벗꽃잎으로 점박이가 된 돌길의 계곡능선을 조심스레 내려간다. 간간이 나타나는 작은 웅덩이와 무성한 산죽만이 반겨주는 내리막길에 쌀굴 갈림길을 만나고(17:08) 삼 분여 올라서서 고갯마루를 넘어 내려가면 천년고찰 고견사가 우측으로 보인다(17:16). 고견사는 해인사(海印寺)의 말사로 신라 문무왕 7년(667년)에 의상, 원효 스님이 창건하였다고 하며, 고견사(古見寺)라는 이름은 원효 대사가 절을 창건할 때 이곳에 와 보니 전생에 와 본 곳임을 깨달았다는 데서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지는데, 견암(見庵), 견암사, 견암선사라고도 불려졌다고도 한다.

 

중턱에 있는 고견사 대웅전을 보고 싶지만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일행들을 위해 은행나무와 작별인사를 하면서 내려간다. 이정표에 1.2km 라고 표기된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등로와 나란히 우측편으로 설치된 모노레일은 고견사에서 끝나는데 아마도 절에서 사용하는 물품을 운반하기 위해 설치한 것 같다. 우두산고견사라 적힌 현판이 걸린 문에는 사천왕이 아닌 두 왕의 모습만 있는 것이 다른 사찰하고 다르다. 쌀굴 방향표시판이 있는 이정표 삼거리를 지나(17:24) 조금 더 내려가면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데 견암폭포다(17:40).

 

제법 높아 보이는 절벽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를 보면서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데 폭포와 멀어져 조망이 아쉽기만 하다. 이제 하산길이 끝나는지 돌계단으로 정비된 내리막길 아래로 건물 공사 중인 곳과 함께 대구팀의 노란 미니버스가 보인다. 비계산에서 마장재에 도착하여 이곳으로 바로 내려온 B팀과 다시 만났는데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렸다고 한다(17:44). 우리의 예상은 그리 차이가 나질 않으리라 생각했었지만 의외로 늦어진 산행이었다.

 

이곳 고견사 주차장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없으므로 가조면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고견사 주차장에서 가조면 버스 정류장까지는 약 3.7km 정도이고, 가조면 택시를 호출하면 십 분 내외로 도착한다고 한다.

 

아침에 타고 왔던 대구팀의 미니버스에 승차하여 가조나들목으로 광주대구 고속도로에 올라선 차량은 예전과 달리 시원스레 대구를 향해 달려가지만 하늘은 아직도 짙은 구름에 덮여 있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능선에는 아직도 구름이 걸려 있지만 아침보다는 많이 옅어졌는데 능선을 걸을 때 바람이 불어와 구름을 걷어갔다면 주변의 아름다운 산세와 아늑한 분지에 자리잡은 가조면을 볼 수 있었을 것을 생각하니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