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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2017-10-30] 제주도 여행 3일차_한라산 어리목 코스 원점회귀 산행

[2017-10-30] 제주도 여행 3일차_한라산 어리목 코스 원점회귀 산행

[산행 일시] 2017.10.30((월) 10:59~16:22(5시간 23분)

[날        씨] 맑음

[산행 인원] 성봉현, 김만기

[산행 시간] 어리목 탐방안내소(10:59) → 사제비샘(12:19) → 만세동산 전망대(13:06~13:12)

                    → 윗세오름대피소(13:51~14:45) → 사제비샘(15:27) → 어리목 탐방안내소(16:22)

[산행지도] 1:50,000 서귀(국토지리정보원 1:25,000 온맵 편집)

 

[구글 어스]  2017-10-30_한라산_어리목 코스.gpx

 

[산행 기록]

아침 8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제주칼호텔을 나서서 주차장으로 가는데 휴대폰으로 문자가 수신된다. '마라도 가는 여객선' 선사로 오늘 아침 선편은 풍랑주의보 때문에 결항이며 오후 선편도 운항 여부가 미확정이라고 한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내일 가려던 한라산으로 계획을 변경하고 다시 숙소로 올라가서 등산화로 바꿔신고 내려오니 어느덧 삼십여 분이나 지나버렸다. 선사로 전화를 해서 내일 아침 배편을 예약하고 한라산 백록담 화구벽으로 오르는 최단 코스인 영실주차장을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출발한다.

 

1100고지 휴게소로 향하는 1100도로는 아침의 햇살을 받고 있어서인지 단풍이 유난히 화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한가로운 도로를 따라 도착한 1100고지 휴게소의 주차장에는 이미 관광객 차량으로 만차를 이루고 있다. 아침 햇살에 하얗게 빛나는 한라산의 모습이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상고대가 핀 듯한데 그것도 잠시뿐 이내 구름이 한라산을 가려 버린다.

(저녁 제주도 현지 뉴스에서 한라산의 첫 상고대가 피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휴게소에서 따뜻한 차 한잔 마시고 서귀포 쪽으로 내려가다가 영실주차장을 향해 방향을 바꾸고 얼마나 갔을까, 긴 차량들의 꽁무니가 보인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 말에 의하면 주차장은 이미 만차가 되었고 차량으로 이동할 경우 주차장까지는 지금부터 두세 시간 정도 소요될 것 같다고 한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어리목에서 오르기로 하고 차를 유턴하여 왔던 길을 따라 어리목주차장에 도착하니 이곳은 한가롭기만 하다.

 

쌀쌀해진 공기를 피부로 느끼면서 산행준비를 하고 어리목탐방안내소의 초소를 지나 호젓한 숲길로 들어선다(10:59).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 나뭇잎들을 보면서 걷다 보니 바싹 말라버려 커다란 돌덩어리들만 보이는 광령천을 건너는 어리목 목교를 지난다(11:04). 현위치 '어리목 목교'를 알려주는 한라산 탐방로 안내판을 지나면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아울러 탐방로 안내판에는 이곳부터 사제비동산(해발 1423m)까지 1.9km, 55분 소요되며 난이도는 A등급 어려움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해발고도차 450m 정도를 처음부터 끝까지 계단형태로 올라가야 하지만 생각보다는 그리 힘들지 않는 길이다.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가는 나뭇잎을 보면서 오르는 산길이지만 날씨가 꽤나 추운 것인지 땀은 커녕 오히려 손이 시렵다. 오늘 그닥 바쁠 것이 없으니 쉬엄쉬엄 오르기로 하는데 노랗게 단풍들은 나뭇잎들이 자꾸만 시선을 빼앗아 가기도 하지만 사진 찍느라 걸음이 더 늦어진다. 고개를 들면 나뭇가지들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는 화창한 날씨가 한라산 백록담 화구벽을 제대로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돌계단과 침목계단을 번갈아 오르는 와중에 우리를 추월해가는 산객들을 보면서 100m씩 높아지는 해발고도 1,400m 표시석을 만나고 잠시 후 계단길이 사라지면서 나무데크로 정비된 탐방로를 만난다(12:13). 탐방로 안내도의 사제비동산 지점으로 이제부터 계단길이 끝나면서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파란 하늘을 벗삼아 천천히 오르는 발걸음은 좌측으로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시원한 물이 제법 흐르는 사제비샘을 지나는가 싶더니(12:19) 답답하던 전방 시야가 트이면서 영실에서 올라오는 길목의 웃세족은오름과 웃세누운오름의 등성이에 핀 하얀 상고대가 눈부시게 한다. 더불어 올라오느라 힘들었다는 생각마저 하얗게 지워지는 것이 자연의 우리에게 주는 힘이리라. 절로 감탄사를 연발케 하는 상고대는 12시를 훌쩍 넘었는데도 아직 그대로 남아 윗세오름 대피소로 올라오는 산객들을 위로해주는 듯하다.

 

>이곳부터 윗세오름 대피소까지는 완만한 경사로 이어지기 때문에 설렁설렁 걸어도 될 것이다. 사제비샘을 지나면서부터 커다란 나무들은 자취를 감춘 반면 잔디가 무성한 벌판처럼 느껴지는 조릿대와 억새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듯하다.

 

나무데크 탐방로에서 현무암의 자연스런 돌길로 바뀌고 해발 1,500m 표시석도 지난다(12:41). 상고대가 핀 눈향나무는 마치 눈이 쌓인 듯하고 뒤돌아서서 내려다 보는 맑은 하늘 아래 펼쳐지는 오름들의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 같다. 그런 와중에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오는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직원과 함께 올겨울 탐방객들의 안전산행을 위해 깃발을 세우는 작업자들을 만난다. 지금은 꽤나 높아 보이지만 한겨울 눈에 덮이면 꼭대기의 붉은 깃발만 조금 보일 뿐일 것이다.

 

얼마나 올랐을까, 만세동산 전망대 너머로 한라산 백록담의 화구벽이 찐빵처럼 보이기 시작하더니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의 시선을 붙잡는다. 지금 만세동산 전망대를 들르지 않고 올라가면 내려올 때 역시 그냥 지나칠 것 같아 만세동산 전망대로 발걸음을 옮긴다. 여러 명의 산객들과 어울려 주변 조망을 살펴보고 다시 윗세오름 대피소로 진행한다(13:06~13:12).

 

무성한 조릿대를 뚫고 솟아오른 눈향나무에 핀 상고대가 한겨울을 연상케 하고 키작은 나뭇가지에 붙어 있는 상고대는 바람이 만든 작품을 보는 듯하다.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천천히 걸어서인가 예상보다 늦게 도착한 윗세오름 대피소 앞마당을 지나 매점이 있는 휴게소 건물로 들어간다(13:51).

 

윗세오름은 크고 작은 봉우리 세 개가 연달아 이어져 있는데, 제일 위쪽에 있는 큰 오름을 붉은오름(1740.5m)이라 하고 가운데 있는 오름을 누운오름(1711.7m), 아래쪽에 있는 오름을 족은오름이라 한다. 예로부터 윗세오름 또는 웃세오름으로 불렀는데 위에 있는 세 오름이라는 데서 붙인 것으로, 아래쪽에 있는 세 오름에 대응되는 것이라 한다.

 

매점판매 중단 알림이라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는 휴게소에서는 아직 컵라면과 간단한 먹거리를 팔고 있어 우리도 컵라면을 구입하여 점심을 해결한다. 몇 년 전의 한겨울에 성판악에서 출발하여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컵라면과 함께 준비한 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백록담에 올랐다가 급체된 것처럼 고생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도 그때가 생각이 나서 컵라면을 먹는 것이 조심스럽기만 하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휴게소 안에서 미적거리다 보니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기에 내려가기 위해 밖으로 나선다. 윗세오름 정상석 등 주변의 모습을 살펴보고 차량 회수 때문에 돈내코 방향으로 내려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접은 채 어리목으로 내려간다(14:45).

(이곳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돈내코 방향으로 하산을 하려면 13시 30분까지는 출발해야 한다.)

 

해가 중천에 떠올라서인지 아침보다 조금은 포근해진 기온을 느끼면서 나무데크의 탐방로를 따라 고도를 낮춘다. 내려가는 발걸음이지만 백록담 화구벽을 보기 위해 걸음걸이를 멈추고 뒤돌아 보기를 여러 번,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화구벽의 상고대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만세동산 전망대는 눈으로만 바라보면서 지나치고(15:08) 완만한 내리막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사제비샘에 이른다(15:27).

 

올라오면서 보는 풍경과 같은 길을 걸음에도 불구하고 내리막길에서 보는 풍경은 새롭기만 하다. 계단길로 바뀐 내리막의 탐방로는 사제비동산에서 0.3km를 내려왔다고 알려주는 탐방로 안내도를 지난다(15:35). 아무래도 올라올 때보다 빨라지는 걸음걸이라 그런가 탐방로 안내도의 거리가 조금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더불어 윗세오름 대피소로 오르면서 보았던 단풍의 색깔이 햇빛의 세기가 달라져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더욱 선명하게 다가선다

 

>나무에 가려 답답하던 시야에 어승생악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 이제 어리목 탐방안내소가 지척이리라. 어리목 목교를 건너 살짝 올라선 탐방로는 구배가 사라지면서 완만하게 바뀌고 이내 탐방안내소의 초소를 지나 주차장에 도착한다(16:22).

 

아침에 출발할 때에는 조용하기만 했던 어리목 탐방안내소의 주차장이 시끄러운데 중국인들의 큰 목소리가 느껴진다. 어승생악은 눈으로만 보고 남은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마라도가는 여객선' 승선장 앞에 있는 송악산을 둘러보기 위해 주차장을 벗어난다. 1100도로를 달려 도착한 1100고지 휴게소에서 한라산 방향을 바라보니 아침에 보았던 상고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서귀포 방면의 거린사슴오름 전망대를 거쳐 송악산 입구에 도착하니 탐방로 복원공사 관계로 탐방을 중지한다는 현수막이 눈에 띈다. 내일 마라도에 가기 전에 송악산을 오를려고 했는데 이른 아침부터 헛고생할 뻔 했다고 생각하니 이번 제주여행 일정이 순로롭기만 하다. 땅거미가 내려앉는 송악산을 뒤로 하고 오늘도 정체되는 1135번 평화로를 달려 제주시의 모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한라산 일정을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