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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의 이야기

[2016-12-01] 대만 옥산 트레킹(2일차)_옥산-1_탑탑가안부 → 배운산장

대만 옥산 트레킹(2일차)_옥산-1_탑탑가안부(塔塔加鞍部) → 배운산장(排雲山場)

 

[일시]  2016.12.01(목) 09:42~15:58(6시간 16분 // 산행시간 : 4시간 38분 / 휴식시간 : 1시간 38분)

[날씨]  맑음 / 최고 온도 25℃, 최저 온도 19℃ (손목 착용형 고도계 '순토 코어' 측정치)

[인원]  김창주∙두점민, 김명호∙석미랑, 석미경, 성봉현 / 대만인 산악 가이드 외 2명 동행

           [현지 가이드] 나라여행사유한공사(娜啦旅行社有限公司) 유육명 부장 / 동포산장에서 비상 대기

[경로]  가의(嘉義) 동방명주호텔 → 상동포(上東捕) 주차장 : 전용 버스 / 상동포주차장 → 배운관리참(排雲管理站) : 도보

           배운관리참 → 탑탑가안부(塔塔加鞍部 Tatajia Saddle, 2,610m) : 관리사무소 셔틀 버스(약 5분 소요)

           탑탑가안부(09:42) → 맹록정(孟祿亭 2,792m, 10:39) → 전봉등산구(前峰登山口, 11:32)

           → 배운산장 4.6km 전 지점(12:03~12:35) → 서봉관경대(西峰觀景臺 3,042m, 13:16~13:31)

           → 대초벽(大峭壁 3,187m, 14;39~14:43) → 배운산장(排雲山莊, 3,402m, 15:58)

[숙박]  배운산장(排雲山莊)

[구글 지도]

 

[구글 어스]  2016-12-01_대만 옥산_1_탑탑가안부~배운산장.gpx

 

[참고 자료]

 

[산행 후기]

   가의(嘉義, Chiayi)에서 오늘 산행 기점인 상동포까지 차량으로 두어 시간 소요된다고 하여 아침 일찍 동방명주 호텔을 나선다(06:40). 서울에서 출발하기 전에 대만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이곳 현지의 날씨를 확인했을 때는 구름이 많고 비 예보가 있었는데 다행히 밁은 하늘이다.

 

   차량에 짐을 실고 승차하니 못 보던 현지인 남녀 두 명이 있는데 우리와 함께 옥산 산행을 할 것이라 한다(이들은 연인관계로 서른다섯 살의 남자가 산악 가이드 교육을 받기 위해 동행한 것이라는 것을 하산 후 동포산장에서 알게 되었다). 호텔 주차장을 빠져 나온 버스는 북쪽 방향의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데 평일임에도 차량이 별로 보이질 않고 한산하기만 하다. 그런 도로를 따라 얼마나 달렸을까, 바닷가와 엇비슷했던 고도가 차츰차츰 높아지면서 대만의 지형적인 특성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산줄기 사면은 시각적으로 직벽에 가까울 정도로 느껴지는 것이 지각판 충돌로 융기되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하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올라감에 따라 도로 한편에 표기된 해발 고도 숫자도 덩달아 커지고 있으며 2000m를 훌쩍 넘어선다. 한 시간 정도 이동한 버스에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한 시간 정도를 더 달려왔나 보다. 드디어 우리가 타고 온 버스가 상동포정차장(上東捕停車場)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려 산행용 배낭만 챙긴다(08:45).

 

   도로 아랫편에는 동포산장(東捕山莊)이 있으며, 이곳에서 배운관리참(排雲管理站)까지 오백여 미터를 걸어가야 한다. 가이드를 따라 일반 차량을 통제하는 곳의 배운등산복무중심(排雲登山服務中, 배운등산안내센터) 표지를 지나 도로를 두어 구비 돌아 올라서니 등산로 지도(玉山國家公園登山步道路線圖 Yushan National Park Trail Map)가 나오고 잠시 후 배운관리참에 이른다.

 

   우리의 여권을 챙긴 가이드가 관리사무소 직원한테 여권을 보여주면서 명단을 대조하는 것으로 입산 신고를 가름한다. 현지 가이드는 이곳에서 우리와 헤어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동포산장에서 대기를 하고 우리는 이곳의 현지인 산악 가이드를 따라 옥산으로 갈 것이다.

 

   입산 신고가 끝나고 뒷좌석을 띄어 낸 12인승 크기의 >대기 중인 승합차(7명 탑승 가능)에 배낭을 실은 후 승차하니 바로 출발한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올라서는가 싶더니 배운관리참을 향해 올라오는 등산객들을 스쳐 지나가면서 빠르게 내려간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옥산 산행의 기점인 원형 공터의 탑탑가안부(塔塔加鞍部 Tatajia Saddle, 2,610m 22℃)에 도착하는데 오 분 정도 소요되었다.

 

   화강암석으로 포장된 원형의 탑탑가안부 공터 바닥에 사방위가 표시된 방위표와 옥산 등산로 개념도가 새겨진 판석이 있으며 전망대 뒤편 저 멀리 남옥산의 산줄기에 뭉게구름이 걸려 있는 모습을 보면서 산행준비를 마친다. 이어 가벼운 몸풀기 운동과 함께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서 우리보다 앞서 출발한 대만 현지인들을 쫓아 玉山登山口(옥산등산구)라 음각된 커다란 안내석 좌측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현지인 산악 가이드가 선두로 출발한다. 우리 일행이 모두 출발한 것을 보고 아무도 없는 모습의 탑탑가안부를 사진기에 담고서 마지막으로 배운산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09:42).

 

   화강암 판석이 끝나는 곳의 옥산 들머리 입구에는 '玉山北峰 海拔 3920公尺', '玉山東峰 海拔 3940公尺'이라 새겨진 돌기둥이 서 있다. 玉山前峰에서 玉山西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의 우측 사면을 가로지르는 형국이라 그런지 햇볕을 가려줄 나무가 별로 없는 산길이다.

 

   가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어 서서 뒤돌아보면 조금 전에 출발하였던 탑탑가안부가 아직도 시야에 뚜렸하고 배운산장으로 향하는 산길의 우측편은 나무와 풀들로 덮여 있지만 보기와는 달리 거의 직벽처럼 깎아지른 경사인 듯 하다. 중국의 차마고도 트레킹을 연상시키는 산길을 걸어가면서 나무다리를 두 번째 건너는데 나무다리마다 일련번호가 있다고 창주가 알려준다. 산길 좌측편에 [8.0→ 排雲 / ←0.5 塔塔加]라고 새겨진 거리 표지판이 나오고 1분여 거리에서 나무다리를 만나 확인해 보니 나무다리 좌측편에 '塔塔加−玉山主峯 棧橋編號 03'이라 새겨진 철제 명판이 붙어 있는 것이 보인다(09:57).

 

   두어 명이 같이 지날 수 있을 정도의 산길 좌우로 억새가 간간히 피어 있고 남옥산 능선 방향으로 멀리 보이는 푸른 하늘이 눈부시기만 하다. 그런데 앞에서 가던 산악 가이드가 발걸음을 멈춘 채 뒤돌아서서 일행들에게 탑탑가안부 위로 보이는 구릉에 천문대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탑탑가안부에서 좌측의 깊은 계곡을 향해 구절양장 애돌아 내려가는 잔도가 오히려 시선을 더 붙잡는다.

 

   삼 분여 설명이 끝나고 다시 진행하는 발걸음은 배운산장까지 7.5km 남았다는 거리 표지판을 만나는데 0.5km 간격으로 자주 보게 된다(10:15). 좌측으로는 산줄기 때문에 우측으로는 남옥산 산줄기가 만드는 깊은 계곡으로 또한 전방으로도 남옥산의 높은 산줄기가 가로막고 있는 풍경은 고산이라는 느낌보다 우리나라의 어느 심산유곡의 산길을 걸어가는 듯 하여 시원스런 풍광을 상상했던 것이 어색해진다. 거기에 수시로 앞쪽의 풍광을 가리는 나무들이 답답함에 한몫 더한다.

 

   길가 나뭇가지에 풀어 헤쳐진 실터래가 걸린 것처럼 보이는 풀들이 무엇인지 궁금하지만 가이드는 앞에서 걸을 뿐만 아니라 의사소통도 잘 안되어 그냥 보면서 지나다 보니 사각지붕이 있는 쉼터가 나오는데 안내판에는 맹록정(孟祿先生與孟祿亭)이라 되어 있다(2,792m, 10:39).

 

   맹록정은 세금 자문위원이었던 미국인 J. E. Monroe가 1952년 옥산 등산 중 이 곳에서 죽은 것을 기리기 위해 세운 정자이다. 지금이야 길이 많이 정비되고 좋아져서 그렇지 1952년 당시인지 모르겠지만 안내판에 작은 흑백사진이 함께 인쇄되어 있는데 험준하기만 하다. 아울러 맹록정 안에 있는 고산증 안내판을 사진으로 기록하면서 별 생각없이 보았는데 배운산장에서 고산증으로 고생할 것을 이때까지 몰랐었으니…

 

   쉬었다 갈 줄 알았던 일행이 그냥 지나갔는지 보이질 않아 계속 걸어가니 바로 지척에서 쉬고 있는 것이 보인다(10:41). 우측 아래에 작은 목조건물이 있는데 이정표를 보니 친환경 화장실이라 표기되어 있는 것이 보이지만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사과 등으로 간식을 먹으면서 쉬었다가 다시 출발한다(10:55).

 

   배운산장으로 가는 길은 좁지만 부드러운 흙길이 끝나가는 것인지 자잘한 돌덩이들이 등산화의 바닥을 자극한다. 탑탑가안부에서 2.0km를 걸어왔다는 거리 표지판을 지나(11:02) 조금 더 걸어가니 우측으로 삐죽 튀어나온 전망바위가 보인다(11:08). 깊은 계곡으로 내려가는 잔도와 그 계곡을 만들은 남쪽 방향의 산줄기가 만드는 풍광을 즐기고 다시 갈 길을 따라 이동한다(11:13).

 

   추락방지용 노랑색 고무로 코팅된 쇠줄이 있는 곳을 지나 그늘 속으로 들어가니 좌측의 작은 돌덩이를 두점민씨가 가리키면서 타이완 맵이라 하고 그 위에 떨어져 있는 빨간 낙엽이 우리가 있는 곳이라고 가이드가 설명해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작은 돌덩이가 마치 고구마처럼 생긴 것이 진짜 대만의 모습처럼 보인다.

 

   잠시 후 탑탑가안부에서 2.5km 지점을 지나고 있다는 거리 표지판을 또 만난 후 시야가 트이는 산길로 나선다(11:23). 그리고 主意落石(낙석주의지역) 표지판이 서 있는 짧은 너덜길의 모퉁이를 돌아가는데 낯선 이방인 세 명이 쉬고 있다(11:27). 붙임성 좋은 창주 부부가 이들과 함께 사진을 촬영을 하고 헤어진 후 조금 더 걸어가니 좌측의 前峰으로 분기되는 前峰登山口가 나온다(11:32).

 

   이정표[←玉山前峰 0.8K  ↑排雲山莊 5.8K  ↓塔塔加鞍部 2.7K]에는 옥산 전봉(3,239m)까지 0.8km라고 하지만 선답자의 산행기들을 보면 고산지대에 경사가 가팔러 전봉까지 왕복하는데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는 것을 보았기에 미련없이 배운산장 방향으로 직진한다.

 

   갈림길을 지나려니 우측에 보이는 작은 배낭 두 개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니 주인들은 전봉을 왕복하러 간 듯 하다. 평범한 산길이지만 안전을 위해 벽에 쇠사슬을 매달아 놓은 곳을 지나고 여지껏 보았던 나무다리보다 조금 긴 나무다리를 건너면 계곡능선을 가로지르는 오르막 다리가 나온다(11:42). 다리를 건너니 탑탑가안부에서 우리보다 앞서 출발했던 대만 현지인 산꾼들이 줄지어 앉아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배낭 바깥으로 빠져나온 과자봉지가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배 부른 것이 보니 고산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16번 나무다리를 지나면 '배운 5.0K' 거리 표지판과 수준점(內政部國土測繪中心 玉山正高水準點 YS06)을 만나며(11:54~11:56) 우리도 점심을 먹을 만한 자리를 찾아 보지만 마땅치 않아 대만팀처럼 다른 산꾼들의 통행에 지장이 없는 곳에서 일렬로 길게 앉는다(12:03).

 

   동포정차장에서 산악 가이드에게서 받았던 20cm 정도 크기의 죽통(竹筒)을 꺼내어 산행 전 산행기에서 본 것처럼 돌에 가격하여 쪼갠다. 하지만 대나무 통이 쉽게 갈라지질 않아 여러 번 때리고 나서야 서너 줄의 금이 생겨 두 조각으로 분리하니 안에 꼭꼭 채워놓은 쌀밥이 나온다. 대나무 향이 은근히 배어 있는 죽통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제법 흘러 다시 출발한다(12:35).

 

   평탄한 것 같으면서도 은근슬쩍 고도를 올려가는 산길은 맨 그 길이 그 길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고도계를 보면 숫자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반면 배운산장까지의 거리는 줄어들면서 눈에 띠는 것은 삼나무가 넘어져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그 굵기가 제법 굵다는 것이다.

 

   두툼한 각목이 손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굵은 철근으로 고정시킨 계단을 오른 후 잠시 멈추어 서서 뒤돌아보니 전봉은 구름 속에 숨어 있다. 우측 낭떠러지 방향에서 자라고 있는 작은 키의 대나무 밭을 지나고 나무다리도 건너 오르다 보니 이제 오늘 산행의 중간지점을 넘어서고 있다. 배운산장까지 4.0km 남았다는 표지판을 지나(12:54) 건들면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너덜 사면을 만나 하늘을 보니 구름이 심상치 않다(12:59). 아직 하늘은 맑지만 구름이 제법 덮여 있는데 비가 올 날씨는 아니지만 내일의 날씨가 걱정되는 것은 왜일까.

 

   쏟아져 내린 돌무더기 길을 지나니 이번에는 직경이 1m를 훌쩍 넘는 삼나무 하나가 쓰러진 채 산길을 막고 있는데 주변에 삼나무가 없는 곳인데 누군가 일부러 옮겨놓을 수도 없는 이 굵은 삼나무가 어찌하여 이곳에 있는지 의아하기만 하다. 아울러 고사목이 주변에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더니 배운산장 3.5km 표지판을 지나자마자 서봉관경대(西峰觀景臺 3,042m)가 나온다(13:16). 계단을 올라가니 비교적 넓은 쉼터로 가야 할 방향의 산기슭에 많은 고사목들이 보이는데 이래서 백목림휴식정(白木林休息亭)이라 하나 보다. 주변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고서 산악 가이드를 따라 다시 출발한다(13:31).

 

   지금까지 비교적 맑았던 하늘은 우리가 가야 할 옥산 주봉 방향의 산줄기에 회색의 구름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하는데 잠깐잠깐 모습이 사라진다. 완만하던 산길이 끝나고 조금씩 고도가 높아지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지 앞서가던 두점민 씨가 두통을 느낀다고 하여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창주와 함께 잠시 쉬었다가 다시 진행한다(13:44~13:50).

 

   앞쪽의 시야를 가리는 옅은 구름은 걷힐 생각이 없는지 조망을 방해하는 와중에 斷崖 小心主意(단애 소심주의) 표지판을 만난다. 절벽이니까 심장이 작아지는 것에 주의하라는 것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위험(危險)이라 표기하는 문구와 엇비슷한 표현이다.

 

   표지판을 지나니 두 명이 동시에 지나기에는 다소 무리인 좁은 산길이 나오는데 우측으로는 잡초만 있는 절벽지대이다(13:56). >좌측 바윗면에 안전용 쇠사슬이 설치되어 있는 짧은 산길을 통과하면 다시 좌우측 모두 삼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이어지고 배운산장까지 3.0km 남았다는 표지판을 지나니 또 우측으로 단애지역의 좁은 산길이 나오지만 그다지 위험한 곳은 없다(14:01).

 

   안개구름이 계곡에서 올라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앞쪽의 모습이 희미해지고 약간 어둡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배운 2.5K' 표지판을 지나 걸어가면서 손목에 차고 있는 고도계를 확인해 보니 3,007m를 표시하는데 생각하지 않았던 고산증이 오는 것 같다. 일본 북알프스의 오쿠호다카다케(3,180m)와 중국 윈난성의 옥룡설산(4,900m 지점까지 오름)에서 몸이 별다른 증세없이 고산을 경험하였기에 아무렇지도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자만을 거두라고 하는지 고산증이 오는 것을 느낀다. 창주에게 아스피린을 달라고 하여 복용하고 잠시 쉬었더니 괜찮아지는 것 같아 다시 진행한다(14:22~14:29).

 

   울창한 삼나무 밭을 천천히 통과하면서 '배운 2.0K' 표지판을 지나면(14:34) 오르막이 끝나는 것인지 내리막길의 64번 나무계단이 나오는데 좌측에는 45~60도 정도로 경사진 거대한 바윗면의 대초벽(大峭壁 3,187m)이 있다(14:36). 옥산의 지질구조를 설명한 옥산지질지형(玉山地質地形) 안내판은 해저의 유라시아판과 필리핀판이 충돌하면서 융기된 지형이라 한다. 설명문을 대충 훑어보고 계단 아래에서 노닥거리고 있는 일행들과 만나 잠시 쉬었다가 얼마 남지 않은 배운산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14:43).

 

   쓰러져 넘어젔지만 직경이 1m는 족히 넘을 것 같은 삼나무를 지나는데 주변을 살펴보니 이 나무만큼이나 굵은 삼나무들이 빽빽하기만 하다. 잠시 후 '배운 1.5K' 표지판을 지나 남옥산 방향으로 시야가 트이는 곳에 이르니 옥산 주봉에서 흘러내린 산자락에 자리잡은 고사목들의 모습이 마치 빗줄기가 내리는 것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15:00). 어둡던 하늘이 언제 개였는지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옥산 주봉 방면을 가리고 있으며 그 계곡 사이로 길게 길이 이어지는 모습이 아름답다. 빗줄기처럼 보이던 고사목들이 지척에 다가서는가 싶었는데 '배운 1.0K' 표지판이 나오면서 다시 울창한 삼나무 숲으로 길이 이어진다(15:15).

 

   오르막의 나무계단 형태의 다리를 올라서니 다시 살짝 내려가라 하더만 또 다시 올라가는 산길은 180도 방향을 바꾸면서 작은 물길을 건넌다. 지그재그로 돌아가는 산길따라 고도가 조금씩 높아지고 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어 서서 호흡을 가다듬은 후 길을 이어간다(15:29~15:32).

 

   눈에 띄게 올라가는 산길에 '배운 0.5K' 표지판을 만나고(15:37~15:40) 안전용 쇠사슬이 걸려 있는 구간을 지나 배운산장에 가까워질수록 산 위에서 옅은 구름이 더 많이 밀려 내려오고 있는 중이다. 구름 속으로 걸어가다 보니 산줄기의 모퉁이에 굵은 쇠파이의 난간이 있는 나무다리가 보이는데 '棧橋編號 82'라 되어 있다(15:47). 아울러 이제 손에 잡힐만한 거리에 배운산장의 건물이 시야에 들어오고 부드러운 흙길을 따라 창주 부부와 함께 천천히 걸어간다. 배운산장이 지척인 곳에서 창주가 먼저 올라가고 두점민 씨와 함께 쉬엄쉬엄 올라가다 보니 드디어 배운산장(排雲山莊)에 도착한다(15:58). 고도계를 확인하니 고도 3,250m에 온도는 19도를 가리키는데 이곳의 높이가 3,402m이니까 대략 150m 정도 낮게 지시하였던 것이다.

 

   1943년 일본인이 만든 배운산장은 1967년과 2003년에 개축되고 2013년에 리모델링 후 재개장을 해서 그런지 3층 구조의 외관은 깨끗해 보인다. 산장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다가 산악 가이드를 만나 배정받은 2층의 객실로 올라가 배낭을 벗어놓고 휴식을 취한다. 저녁을 먹으라는 가이드의 말에 따라 1층 식당에 내려갔지만 딱히 무어라 표현하기 힘든 묘한 상태가 느껴지는데 입맛이 껄끄럽기만 하다.

 

   먹는 둥 마는 둥 저녁식사를 끝내고는 바로 객실로 올라가서 일찌감치 취침 모드로 진입하지만 그것마저 내 뜻대로 되지를 않는다. 휴대폰으로 일몰을 촬영하고 들어온 창주가 보여주는 사진을 대충 보고 저녁 8시 소등, 내일 새벽 2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잠을 청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는 편두통, 1층 침상의 김명호 씨도 편두통을 호소하여 둘이서 불꺼진 식당으로 내려가 따뜻한 물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달래보지만 고산증은 그리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는지 증상이 완화되질 않는다. 어이되었던 간에 잠이라도 자야 하니까 다시 객실로 올라오니 모두들 피곤했는지 곤히 잠든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배운산장의 밤은 깊어만 가는데 고산증으로 홀로 잠을 못 이루고 이상한 생각과 함께 뒤척이면서도 순간순간 짧은 잠에 빠져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