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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정맥 산행 기록/낙동정맥_백두대간의 동쪽 울타리

[2012-05-27] 낙동강과 한강의 발원샘을 찾아 … 너덜샘과 검룡소

낙동강과 한강의 발원샘을 찾아 … 너덜샘과 검룡소

 

[답사 일자]  2012.05.27(일)

[날       씨]  맑음 / 한때 소나기

[이동 방법]  자차

[지형도 명]  1:50,000  태백(1996년 편집, 2009년 수정(2005년 촬영, 2009년 조사), 2010년 인쇄)

 

[답사 후기]

   2004년 9월 4일 강원도 화천군과 철원군의 경계인 56번 국도 상 수피령에서 시작한 한북정맥 산행은 그해 11월 6일 장명산에 도착함으로써 끝이 나고 이듬해 한남정맥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시작된 정맥 산행, 서해안을 따라 남해로 그리고 동해 방향으로 반시계 방향을 그리면서 진행하였으며 한남정맥부터는 입수점에서 출발하여 백두대간의 분기점(또는 3정맥 분기점)을 향해 올라가는 산행 방식을 취하였다.

 

   한남금북정맥까지 순탄하던 산행일정이 금남정맥 진행 중 돌발변수를 만나 흐트러지면서 늘어지더니만 결국은 2011년 12월 17일 낙동정맥 분기점을 눈앞에 나두고 고비덕재에서 119구조대의 도움을 받으면서 탈출해야만 했었다. 원 계획대로였다면 다음 날 낙동정맥 분기점을 끝으로 9정맥의 산행을 마무리함과 동시에 태백시 황지를 거쳐 최장 1차수 발원샘이라고 알려진 두문동재(싸리재) 아랫편의 너덜샘을 찾으려고 하였었다. 하지만 그 꿈은 3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필요로 하였고 그나마 너덜샘을 만나려면 더 기다려야 했다.

 

   혹독하였던 지난 겨울이 물러나고 봄이 오는 길목에서 못다한 낙동정맥의 마지막 구간을 3월 18일 마무리하였는데 산길에 남아있던 잔설에 발목이 잡혀 너덜샘은 커녕 매봉산마저 올라보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기에 급급하였었다. 이후 틈틈이 기회를 엿보고 있었지만 너덜샘을 찾으려는 발걸음은 쉬이 실행되지 않고 어영부영 하다가 백두대간의 첫걸음을 먼저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마음 속에는 낙동강의 발원샘이라는 너덜샘이 자리잡고 있었다. 5월의 마지막 주말, 초파일이 겹친 3일의 연휴기간을 이용하여 백두대간을 이어가려던 계획이 정신줄을 놓았는지 차편이 매진되도록 모르고 있다가 포기하게 되어 그토록 가고 싶었던 너덜샘을 찾기로 한다. 봄이 소원하게만 느껴지던 태백의 봄소식과 함께 너덜샘으로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내딛어 본다.

 

   5월 27일 이른 아침, 아내와 함꼐 서울 신내동 집을 나선다. 구리톨게이트를 지나 중부고속도로에서 호법JC까지는 수월하게 이동하였지만 영동고속도로에서 정체가 시작된다. 정체는 섬강교를 지나면서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여 다시금 정상속도로 만종JC에서 중앙고속도로 제천요금소로 나간다. 이후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제천과 영월을 경유하여 고한을 지난다. 보기와는 달리 경사진 오름길의 38번 국도를 따라 두문동재터널에 이르기 바로 전의 두문동재삼거리에서 우측 1시 방향의 함백산 방향 도로로 진입하여 두문동재를 넘어간다. 금대봉~대덕산 자연생태 사전예약 탐방객을 확인하기 위한 '산림유전자원보호림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두문동재에는 대간길을 찾아왔는지 많은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구불구불한 길을 몇 분 더 내려가다 보니 우측편으로 '낙동강발원샘 / 금샘,은대샘 / 0.3km→' 안내판이 보이지만 좌측으로 한 번 더 돌아내려가다가 만나는 너덜샘터의 넓은 공터에 차량을 주차한다.

 

   답사 전 인터넷에서 미리 보았던 너덜샘 표석과 함께 수도꼭지 시설이 되어 있는 너덜샘터에는 한 동의 천막이 있으며 주인장이 누군인지 아무런 인기척도 없는데 등산 조끼를 입고 있는 한 분이 우리에게 말을 붙여온다. 너덜샘을 보러 왔다고 하니 두문동재 방향으로 다시 올라가다 보면 안내판이 있으므로 그곳에서 올라가라 한다. 그래야지만 쉽게 볼 수 있다고 하여 조금 전 보았던 곳으로 다시 이동한다.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차를 돌려 주차한 후 안내판 아래에 있는 조그만 산길을 따라 가는데 이내 도로로 내려서게 되어 아니다 싶어 되돌아가면서 산 능선쪽을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어느 곳에도 길이 없다. 하여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다시금 살펴보니 너덜샘 가는 길은 차량 방호용 가이드레일 너머 직접 오르는 것이었다.

 

   말라버린 희미한 계곡을 따라 약간 경사진 오름길을 올라서서 완만한 길을 따라 조금 더 가니 샘터가 보인다. 아니 샘터라 하기에는 부적절한 너덜샘은 아무런 표식도 없이 방치된 초라한 곳이다. 사각형 나무틀의 한쪽면에 걸쳐진 비닐을 타고 한방울 한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이 한반도에서 압록강 다음으로 길다는 낙동강(길이 506.17km, 네이버 백과사전 참조)의 최장거리 1차수라고 한다.

 

   너덜샘 주위의 돌탑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다시 수도시설이 되어 있는 너덜샘터로 이동한다. 답사 전 인터넷으로 검색하였을 때에는 도로에 대해 언급이 없었던 터라 너덜샘터의 배수관을 따라 능선을 올라가기로 한다. 잡목으로 우거진 능선의 물길 흔적을 따라 설치된 배수관은 도로 방향으로 올라가고 있으며 그 배수관을 따라 오르면 역시 조금 전 38번 구 국도의 지하터널을 만난다. 즉 너덜샘의 청색 물통에서 시작된 배수관은 도로 밑의 터널을 지나 너덜샘터의 수도꼭지로 연결되는 것이다.

 

   차량을 돌려 구불구불한 구 국도를 내려가 두문동재 터널을 지나온 신 도로를 만나 태백의 황지공원으로 향한다. 나무들이 제법 울창하게 자란 황지공원에는 휴일을 맞이하여 찾아온 관광객과 함께 지역주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낙동강의 문헌상 발원지인 황지는 태백시에서 공원으로 만들어 관광자원화 한 곳이다. 공원 입구에 세워진 커다란 입석에는 '洛東江 千三百里 예서 시작되다'라고 음각되어 있으며, 안내문에는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황지는 古地圖를 비롯한 동국여지승람, 택리지 등 옛 문헌에 의하면 한민족과 숨결을 같이한 洛東江 1300리의 첫 여울이 울리는 發源地라 하였다. 이 못이 불가사이 한 것은 가뭄이나 장마 시에도 언제나 수량이 일정하여 靈池라고도 불리며 傳說에 의하면 黃氏 姓을 가진 소문난 구두쇠가 老僧이 시주를 청하자 시주바랑에 소거름을 퍼부어 罰을 받아 뇌성벽력과 함께 黃氏 집터가 연못으로 변하였다는 由來에서 地名이 黃池라는 傳說이 있다.

태백시장

 

   너덜샘에 이어 황지까지 답사하였으니 한강의 발원지라 하는 검룡소로 가기 전에 있는 매봉산에 들러보기로 한다. 태백시내를 빠져나와 낙동정맥의 마룻금이 지나는 작은피재를 경유하여 삼수령으로 불리는 피재에 도착하여 좌측으로 백두대간길을 따라 올라간다. 잠시 후 대간길은 산길로 이어지지만 차량을 이용하는 관계로 고냉지 채소 재배 단지의 도로로 한참을 더 올라가니 드넓은 고냉지 채소 재배 단지가 나타나는데 아직 시기가 아닌지 고랑만 일구어 놓은 밭이 황량하게 보인다. 밭을 가르는 도로는 일방통행로를 지나 주차장에서 끝나는데 '매봉산풍력발전단지 / 해발 1272m' 표석이 반겨준다.

 

   좌측으로 매봉산 정상이 보이지만 하늘이 회색빛 구름으로 덮이면서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여 매봉산을 생략하고 풍력발전기를 따라 우측편으로 걸어가 이곳의 명물이 되어버린 풍차가 있는 나무데크를 만난다. 무섭게 불어대는 바람 때문에 이곳이 '바람의 언덕'이라는 별명을 얻었구나 생각하면서 사진을 촬영한다. 그리고 대간길을 따라 금대봉 방향으로 조금 더 걸어가니 '백두대간 매봉산' 정상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곳은 지형도 상 1260능선 상의 구릉으로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세워놓은 듯 하다. 드디어 거센 비바람과 함께 한두 방울씩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하는데 대간을 종주하는 두 명의 산꾼이 걸어오고 있다. 두문동재(싸리재)를 출발하여 건의령까지 진행한다는 대간꾼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주차장으로 복귀하니 약하던 빗방울이 기어코 거센 소나기로 바뀌어 한바탕 뿌려댄다.

 

   올라왔던 방향과 반대로 내려가는 일방통행로의 좁은 도로를 따라 삼수령으로 내려가는 길에 낙동정맥 안내도를 만난다. 빗속에서 사진을 찍고 계속 고냉지 채소 재배 단지 도로를 내려가 다시 만난 삼수령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바꾼다. 내리막길을 얼마나 갔을까, 검룡소 안내판이 보이는 곳에서 좌측으로 90도 방향을 바꾸어 창죽교를 건넌다. 거세던 비가 조금씩 잦아지더니만 검룡소주차장에 도착하니 말끔히 개이는 것이 검룡소 답사를 환영해주는 것이라 생각해 본다. 대형 관광버스가 서너 대 주차되어 있으며 개인 차량도 몇 대가 보이는 것이 방문객이 제법 있나 보다.

 

   탐방안내소(?)에서 이름과 주소 등 간단한 인적 사항을 기재하고 '검룡소 오름길 (1.3km→)' 안내판을 지난다.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대덕산·금대봉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되기 훨씬 전에 아이들과 함께 왔었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주변을 다시 살펴보면서 검룡소로 걸어간다. 하지만 산책로 주변에 피어 있는 야생화에 눈길이 빼았기면서 발걸음은 늦어지고 시선은 주변 키작은 식물들로 향한다. 그렇게 쉬엄쉬엄 걷다 보니 어느새 낯익은 돌덩어리를 만나는데 주변이 너무 바뀌어 버렸다. '태백의 광명 정기 예솟아 민족의 젖줄 한강을 발하다'라고 음각되어 있는 표석과 함께 자리잡고 있던 육각정이 없어진 것이다.

 

검룡소(檢龍沼)

이곳은 한강 발원지로 1억 5천만 년 전 백악기에 형성된 석회암동굴 소(沼)로서 하루 2000여 톤 가량의 지하수가 용출되고 수온은 사계절 9℃ 정도이며 암반 주변 푸른 물이끼는 신비함과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 금대봉을 시작으로 정선 영월 충주 양평 김포 등 평야와 산을 가로질러 서울을 비롯한 5개 시•도를 지나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합류하여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를 지나 서해로 흘러가는 514.4km의 장강(長江)이다. 천 년 역사와 함께 흘러온 한강은 지금도 민족의 산하와 대지를 적시며 5천만 국민의 생명수가 되는 겨레의 수맥(水脈)이다. 전설에 의하면 서해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려고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와 이 소(沼)에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 친 흔적이 지금의 폭포이며 인근에서 풀을 뜯다가 물먹으러 오는 소를 잡아 먹기도 해 동네사람들이 메워 버렸다고 전해진다. 1986년 태백시와 태백문화원에서는 메워진 연못을 복원하고 주변을 정비하였으며 갈수기에도 물이 마르는 일이 없이 힘찬 물 솟음으로 내달아 우리 겨레의 정신과 육신을 보듬는 민족의 젖줄이자 생명의 근원지이다.

- 검룡소 안내판 전문(全文)

 

   물론 답사 전 찾아본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못내 섭섭한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아울러 힘차게 솟아오르는 검룡소의 물줄기가 단단한 바윗면을 깎아내면서 만들은 용틀임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았는데 이제는 사라진 이끼를 복원하기 위해 나무데크로 만든 관광로에서 내려다 보아야만 하는 것이다. 또한 그 당시에는 검룡소에 이르기 전 무언가 음산한 듯한 신비스런 기운이 느껴졌지만 지금은 음산함은 고사하고 물줄기가 솟구쳐 오르던 토출구를 비롯하여 자그마하던 원형의 샘터를 장방형으로 복원하여서인지 힘찬 물결이 안 보인다. 설상가상일까 비가 그친 후의 한낮의 햇빛은 검룡소를 덮고 있는 나뭇가지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위에서 내려다 보아야 하는 시각마저 흩트려 놓아 그 형체를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아쉬움을 마음 속에만 새긴 채 한북정맥과 한남정맥을 걷고 난 후 찾은 한강의 발원샘이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짧지만 아쉬움만 남는 검룡소 탐방의 발길을 되돌려야 할 시간이 되었다. 왔던 길을 따라 지난 날의 풍경을 떠올리면서 주차장으로 돌아간다. 매봉산에서의 일기와는 판이하게 얼굴을 바꾼 하늘을 보면서 걷다 보니 낙동강과 한강의 발원샘 답사가 끝났다는 생각에 그동안 잊었던 허기가 한순간 밀려온다. 이제 태백시내로 들어가 태백 한우와 함께 식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어서인지 발걸음이 조금 빨라진다.

 

   낙동정맥을 마지막으로 끝낸 산경표의 9정맥 마룻금을 가르는 강줄기 중 낙동강과 한강의 발원샘 답사가 끝났으니 충청도 땅을 가르며 흘러가는 금강과 경상남도와 전라남도를 마주보며 흐르다 남해와 만나는 섬진강 원천을 찾으려 한다. 그 물줄기의 근원을 품고 있으며 양쪽으로 가르는 산줄기인 금남호남정맥, 금강의 발원샘인 뜸봉샘과 섬진강의 발원샘인 데미샘을 찾을 계획에 마음이 들뜨는 것은 왜일까.

 

[답사 사진] 

  ▼ 두문동재(싸리재)

 

 

  ▼ 38번 구 국도변의 너덜샘 표지판

 

 

  ▼ 너덜샘(표지판에 표시된 '금샘, 은대샘')

 

 

  ▼ 조금 더 내려가면 나오는 너덜샘터

 

 

  ▼ 태백시 황지공원

 

 

  ▼ 황지

 

 

 

 

  ▼ 매봉산 고랭지 채소 재배 단지

 

  ▼ 주차장의 표석과 매봉산풍력발전단지

 

 

 

  ▼ 풍력발전기 뒷편으로 보이는 매봉산(1303.1m)

 

  ▼ 1260능선 상의 매봉산 정상석

 

 

  ▼ 검룡소 가는 길의 모습들

 

 

 

  ▼ 갈색 '검룡소 유래판'이 있던 곳의 좌측에 육각정자가 있었는데 철거되었는지 안 보인다

 

 

  ▼ 검룡소 (해가 머리 위에 있는 관계로 그림자가 생겨 검룡소의 모습이 불분명하다)

 

  ▼ 이끼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나무데크에서 본 검룡소에서 흘러내리는 물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