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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관련 자료

[월간山] 암벽등반_2_슬랩∙크랙등반

월간山 홈페이지(http://san.chosun.com)에 실린 기사입니다.

[원문 출처]  http://san.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6/16/2010061601203.html

 

 

[등산학교 명강사의 족집게 강좌] 암벽등반 2 - 슬랩∙크랙등반

 

슬랩에선 상체를 세우고 크랙에선 재밍이 과감하고 빨라야

 

슬랩의 기본 3지점

 

'신력'을 아는가? 신력은 현대의 슬랩 등반에서 중요한 기술이다. 자세가 좀 안 좋아도 등반 실력이 부족해도 신력으로 올라가는 경우를 종종 본다. 신력은 신발의 힘이다.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암벽화의 뛰어난 마찰력 덕택에 현대의 등반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수월해졌으며 고난이도 등반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초보자라 할지라도 신력을 믿고 과감하게 상체를 세우고 다리를 뻗어 바른 자세로 올라야 한다. 그러나 신력은 등반실력이 부족할 때 쉬운 슬랩에서는 통하지만 어려운 데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초보자들은 슬랩에서 4지점과 3지점을 이루어야 한다. 정지했을 때는 양손과 양발이 네 개의 꼭지점, 즉 4지점을 이루어 자세가 안정되어야 하며 이동할 때는 발을 벽에서 떼어 움직이므로 3지점이 된다. 이때의 3지점은 역삼각형이 될 수 있다. 양발과 양손은 너무 넓지 않게 어깨 넓이 정도가 적당하다.


 

상체를 세워 중력을 마찰력으로 바꾸자

 

슬랩등반의 중요한 요령은 상체를 세워서 발에 체중이 실리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체중을 당기는 중력의 힘을 최대한 이용해 마찰력으로 바꿔줘야 한다. 상체를 바위 쪽으로 숙이면 발끝에 실린 마찰력이 줄어들게 되므로 미끄러지고 만다. 이런 원리를 이해하고 있어야 더 나은 슬랩등반을 할 수 있다.

 

▲ 1. 4지점을 이룬 슬랩에서의 바른 자세. 2. 슬랩등반 할 때의 바른 자세. 발을 떼고 이동할 때 3지점이 된다.
   3. 슬랩에서 팔과 다리를 구부린 잘못된 자세. 4. 발바닥이 11자가 되도록 뻗어 발끝으로 서야 한다.
   5. 발바닥 옆면으로 디디면 무릎이 구부러지며 전체적인 자세가 흐트러진다.

 

모든 등반이 그렇지만 균형감각이 중요하다. 완력이 아닌 균형 감각으로 올라야 한다. 리듬 있는 균형을 이뤄야 한다. 한 피치를 올라갈 경우 몇 동작을 연속으로 하고 잠깐 쉬는 식으로 일정한 자기 리듬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미리 루트를 살펴보고 머릿속에 동작을 그려보는 게 좋다.

 

슬랩에서는 과감하게 발을 쭉쭉 펴야 한다. 한 발 내디디면 그 발에 완전히 체중을 싣고 과감히 일어나야 전진할 수 있다. 초보자들은 미끄러지는 걸 부끄러워하거나 무서워해서 과감한 동작을 취하지 못하는데, 이때의 작은 용기가 등반 실력 향상을 좌우한다.

 

 

 

▲ 1.슬랩의 돌기를 잡을 때의 바른 손동작. 손 끝을 모아 눌러야 한다. 2. 슬랩에서의 잘못된 손동작.
   3. 페이스 등반의 바른 자세. 발은 11자로 딛고 상체를 바위에서 떼어야 한다.
   4. 잘못된 페이스 등반 자세. 발바닥을 옆으로 디뎌 밸런스가 깨져 상체가 바위에 붙었다.

 

초보자들은 슬랩에서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을 찾는데 그렇게 하면 팔에 힘이 들어가고, 상체에 힘이 들어가고, 팔에 펌핑이 나고, 당황해서 자세가 완전히 흐트러지게 된다. 손으로 붙잡을 곳이 아닌 발 디딜 데를 봐야 한다. 이때의 보폭은 어깨 넓이 이상이면 안 된다. 아무리 쉬운 슬랩이라도 보폭을 크게 하면 균형이 깨진다.

 

슬랩도 자세히 보면 길이 있다. 멀리에서 보면 그냥 반질반질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오돌도돌한 홈이 있다. 그런 홈을 따라가야 한다. 그러므로 충분히 바위면을 살피며 서두르지 말고 올라야 한다.

 

완만한 슬랩에서는 발로 오르고 손은 균형만 잡지만 가파른 슬랩에서는 미세한 돌기를 홀드로 사용해서 오른다.

 

슬랩등반은 어제의 등반과 오늘의 등반이 다르다. 등반을 오래했다고 자만하면 안 된다. 그날그날의 컨디션과 바위 상태가 중요하다. 비교적 건조한 날이 등반에 좋고, 이른 아침은 이슬이 내려 불리할 수 있다. 한여름 땡볕에는 바위가 무척 뜨거워져 암벽화의 창이 바위의 열 때문에 말랑말랑해지기도 한다. 이때 마찰력은 더 좋아지지만 창이 빨리 닳는다. 그러나 창이 너무 부드러워지면 마찰력이 떨어져 밀린다.

 

60~70도의 벽은 초보자들에겐 직벽처럼 느껴진다. 등반을 하면 벽이라는 높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밑을 안 보고 위만 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상체가 바위에 붙고 엉덩이는 허공으로 향하게 되어 자세가 불안해진다. 엉덩이를 집어넣고 상체를 벽에서 떼는 게 중요하다.


 

과감하고 빠른 재밍이 아픔을 줄이는 비결

 

크랙에서는 재밍기술을 많이 쓴다. 크랙이 어느 방향으로 기울었느냐에 따라 등반 동작이 달라진다. 손 재밍은 아플 때가 많지만 그걸 참고 버텨야 등반이 가능하다. 재밍 장갑을 끼면 손은 보호할 수 있지만 촉감이 둔해져 등반감이 떨어진다. 다만 클라이밍 테이프는 추천할 만하다. 오히려 힘을 더 낼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러나 초보자는 베테랑의 도움을 받아 제대로 감아야 한다.

 

 

 

▲ 1. 손재밍 자세. 2. 엄지손가락을 응용한 손재밍.크랙에 발을 너무 깊숙이 넣으면 발을 빼는 게 힘들어져

   체력 소모가 커진다. 살짝 비틀어서 넣었다가 다시 비틀어서 빼야 쉽게 빠진다.

 

계속 등반해야 하므로 발을 깊게 넣지 말고 발끝으로 재밍하며 가야 한다. 발 재밍이 마찰력은 크지만 아프다는 게 단점인데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과감하고 빠른 재밍을 통해 빨리 일어나서 재밍 구간을 돌파하는 것이다.

 

초보자는 크랙에서 고도감 때문에 안으로 파고드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밖으로 나오는 게 체력소모가 덜하고 등반 스피드도 빠르다.

 

 

▲ 1. 발재밍 동작. 2. 잘못된 발재밍 동작. 발이 너무 깊숙이 들어가 빼기가 쉽지 않다.

   3. 정확한 발재밍 동작. 살짝 넣어 비틀어야 뺄 때도 쉽게 빠진다.


 

자기 몸에 맞는 동작을 찾아라

 

슬랩등반은 완력이 약해도 가능하지만 크랙에서는 어느 정도의 완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초보자가 크랙등반을 잘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서 팔의 힘을 키워야 한다. 팔의 힘이 있다면 균형감각을 최대한 활용해서 힘을 가능한 한 적게 들이며 등반하는 요령을 터득해야 한다.

 

크랙에서는 3지점 같은 기본에 연연할 게 아니라 3지점, 2지점, 4지점 등 모든 걸 이용해서 올라서야 한다. 재밍도 손가락 재밍부터 어깨까지 들어가는 재밍까지 정해진 공식이 없다. 자신에게 맞는 동작으로 크랙을 최대한 이용하고 기본 기술들을 응용해 변형시켜 올라야 한다. 같은 크랙이라도 등반자의 키나 힘에 따라 자세가 다 다를 수 있다.

 

기본적인 등반 자세들을 자기 몸에 맞도록 응용해서 오르는 게 중요하다. 등반은 남이 어떤 자세로 잘한다고 나도 그 자세로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맞는 걸 찾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재밍은 크랙등반의 기본 기술로 중요하다. 재밍을 잘하기 위해선 그 원리를 이해하고 경험해서'저렇게 갈라진 데를 어떻게 잡고 올라가나'하는 생각을 없애야 한다.


 

레이백은 팔힘이 있어야 한다

 

레이백은 짝힘이다. 서로 반대되는 힘을 이용해서 오르는 것이다.  레이백 자세에서 엉덩이가 밑으로 처지면 두 팔에만 체중이 실리므로 펌핑이 빨리 온다. 엉덩이를 들고 올라야 체중이 분산된다. 팔힘 소모를 줄이려면 팔을 쫙 펴서 뼈로 가야 한다.

 

 

▲ 1. 레이백 등반 자세. 2. 레이백과 페이스 홀드를 결합한 혼합 기술.

 

사실 초보자에게 레이백은 난이도가 있는 자세다. 바위에서 레이백은 변형된 자세로 많이 쓰이며 바위 모양에 따라 레이백 자세가 달라진다. 그러므로 등반 경험이 많을수록 레이백 자세를 더 안정적이고 능숙하게 쓸 수 있다.

 

레이백에서는 팔에 체중이 실리므로 완력이 어느 정도 있어야 기술을 소화할 수 있다. 그래서 초보자는 근력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을 안 하고 주말에 등반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며, 그렇게 해선 실력이 늘지 않는다. 주말에 열심히 등반했어도 일주일 사이에 근육이 풀어져버린다. 주중 2~3회 정도는 운동해야 주말 등반에 효과를 볼 수 있다.

 

 

▲ 중간 넓이 침니에서 짝힘을 이용해 오르는 연속동작.

 

근력을 키우려면 철봉이나 완력기를 습관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강박관념이 아닌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아야 한다. 남들보다 빨리 잘하고 싶다면 헬스클럽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산길을 걸을 때도 앞꿈치로 바위를 디디며 균형감각을 키운다거나 일상에서 계단을 오를 때 앞꿈치로 꾹 밟고 일어나는 연습을 하는 것도 좋다. 가장 좋은 건 실내암장에 나가서 운동하는 것이다. 똑같이 등반을 시작했어도 주중에 실내암장에서 운동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등반실력의 차이가 크다. 결국 등반실력은 주중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고도감 있는 크랙에서 자신 있게 등반하기 위해선 장비와 확보자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하며 적재적소에 장비를 잘 써야 한다. 선등자의 경우 크랙에 어떤 캠이 들어가겠다는 걸 빨리 판단해서 설치해야 힘의 소모가 적다.

 

발을 너무 넓게 벌리면 안 좋다는 것은 크랙에서도 적용된다. 발을 넓게 벌리면 발이 끌리게 되고, 힘이 더 들고, 균형이 깨진다. 가급적 어깨 넓이 안에서 이동하는 게 좋다. 그러나 슬랩과 달리 크랙에서는 빨리 판단해서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힘의 소모를 줄이는 방법이다.

 

초보자는 자기에게 맞는 크랙 코스를 충분히 연습한 다음 더 어려운 코스로 넘어가는 게 좋다. 자기 힘으로 감당하기 벅찬 코스를 등반하면 실력이 늘지 않고 등반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된다.


 

침니에선 짝힘을 써라

 

크랙이 등반자가 안에 들어가서 오를 수 있을 정도로 크면 침니라고 한다. 침니등반의 기본 원리도 짝힘이다. 오를 때는 양발을 서로 반대로 밀어주면서 올라야 한다. 발을 밀어줄 때 힘의 방향은 7시와 5시 사선 방향이어야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있다.

 

 

▲ 넓은 침니 등반 자세. 과감하게 밖으로 나와 양쪽 벽을 이용해 균형을 잡아 올라야 한다.

 

등반에서 줄(로프 혹은 자일)이 너무 팽팽하면 안 좋다. 자기 힘으로 가야 하기에 너무 당겨주면 실력이 늘지 않고 동작을 자유롭게 취하는 데 방해가 된다. 확보자는 등반자의 리듬에 맞춰 로프를 당겨야 한다. 확보자도 함께 오른다는 생각으로 바위를 읽어야 편안하고 호흡이 맞는 확보를 할 수 있다. 등반에 왕도는 없다. 계속 등반하는 게 중요하다. 등반은 본인 스르로 몸으로 체험해야 하기에 말로써 가르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오르고자 하는 이여, 가자, 바위로!”


 /정리 신준범 기자
  사진 정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