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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관련 자료

[마운틴월드] 설악산에서 비박 전면 금지

 

마운틴월드(http://www.mountainworld.net)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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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비박' 전면금지 보다 더 급한 것

관리공단은 생태계 보존의 명분만 앞세워서는 않된다
2008년 07월 04일 (금) 이규태 master@mountainworld.net

 



 
국립공원 설악산사무소는 2008년 7월 1일부터 공원구역 내 전 지역을 대상으로 비박을 전면 금지한다고 공지 하였다.
단속에 적발될 경우에는 1차 위반 20만원, 2차 위반 40만원, 3차 위반 6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한다.

“비박”(Biwak<독>, Bivouac<불>)이란 산에서 텐트를 사용하지 않는 일체의 노영을 의미한다.
나무 밑, 등산로 상의 평평한 곳, 대피소의 처마 밑, 심지어 암벽에 매달린 상태에서의 비박 등 형태와 수단은 다양하다.
침낭을 준비하기도 하고 침낭 커버만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비닐이나 제품화된 초경량 비박시트를 사용하기도 한다.

비박은 예기치 못한 비상사태에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짐을 가볍게 해 워킹이나 등반의 난도를 높이고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경우도 있다. 특히 해외 원정이나 고산등반에 대비한 훈련의 목적으로 비박을 하기도 한다. 이때에는 영하 20도가 넘는 혹한기를 이용해 훈련을 하기도 한다.

국립공원 내에 있는 산장이나 대피소의 수용인원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설악산이나 지리산에서는 대피소 예약을 못한 사람들의 비박은 자연스런 현실이다.
지난 6월 6일~ 8일은 3일간의 연휴였다. 지리산 설악산의 국립공원 산장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수백 명이 산장 주변에서 비박을 하였다.
필자는 그때 지리산 벽소령과 장터목에서 두 번의 비박을 하였다.

16명인 우리 일행은 인터넷으로 추첨되는 산장예약 경쟁에서 벽소령 산장은 3명이 당첨(?)되었고, 장터목 산장은 단 1명도 당첨되지 못했다. 물론 16명의 대원들이 인터넷 신청이 시작되는 날 새벽 0시 컴퓨터 앞에 모두 매달려 입력하였지만 결과는 허탈했다.

6월 6일 벽소령 산장에는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산장주변 이곳저곳에서 비박을 하였다. 그들 모두 우리와 똑같은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산장 예약에 성공한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 조금이라도 평평한 땅을 찾아 산장에서 200m 떨어진 등산로 상에 자리를 깐 등산객도 있었다. 다음날 장터목 산장의 풍경도 똑같았다. 설악산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고 들었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측은 비박 전면 금지조치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산객들을 향해서

<야생동물들이 편히 쉬거나 활동하는 야간시간대의 산행 및 비박으로 자연생태계가 교란되고, 비박장비에 의한 식물훼손, 취사로 인한 환경오염, 안전사고 발생 등 많은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산을 사랑하고 아끼는 모든 분들이 법을 준수하고 특히 마지막 남은 야생동식물의 보호에 협조해 줄 것>

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생태계를 보존 한다는 데에 누가 이의를 제기할 것인가.
그러나 모든 일에는 경중(輕重)이 있고 순서가 있다.

관리공단이 염려하는 ‘편히 쉬어야 할 야생동물’은 구체적으로 산 속 어디에 있는 무슨 동물인가? 산장 주변의 들쥐인가? 아니면 몇 마리 풀어놓은 반달곰인가?
동물의 휴식에 방해가 되는 것은 산악인의 지친 목소리인가? 사찰의 확성기 독경소리와 산장, 사찰에 자재를  실어 나르는 헬리콥터 굉음인가? 
취사로 인한 환경오염이란 것이 등산객이 먹는 소박한 음식이 문제가 된다면, 하루에도 수천 명이 먹고 배설하는 사찰이나 군부대의  오염원에 대하여 관리공단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전면 비박 금지보다는 동식물을 보호하는 방법, 등산 식량 준비요령(예를 들어 추천 먹거리, 금지 먹거리)을 보다 적극적으로 계도하는 일부터 우선 시행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 번 국립공원 설악산사무소의 설악산 전 지역 비박행위 금지 조치가 어떠한 방향으로 시행되고, 단속은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 질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