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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정맥 자료

[월간山] 국립공원 정책 해부 - 자연공원과 백두대간에 입산예약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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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http://san.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2/04/20090204010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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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정책 해부] 자연공원과 백두대간에 입산예약제 필요한가

등산로 살린다며 환경부·공단·환경단체·산악계, 이구동성 시행 주장

 
환경부는 지난 1월15일 ‘국립공원 구역조정 및 자연공원 제도개선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추진일정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검토하고 연말에 자연공원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상정시키겠다고 못 박았다. 자연공원 제도개선 추진 항목에서 환경부는 “특별한 보전이 필요한 지역을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겠다. 또한 탐방계획지구(Eco-Village)를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정상이나 능선 등 수용능력을 초과하는 지역은 예약입산제를 실시하겠다”며 구체적인 방안까지 발표했다.

2007년 9월 공단은 국립공원 특별관리대책을 발표했었다. 공원 관리사무소가 시행하는 등산교육을 받고 이수증을 보여야 입산시키는 이수증확인제, 입산예약제, 공원별 1일 총량 인원제, 입산시간제, 주민등록번호 2부제, 국립공원별 휴식일제, 정상등산료 징수, 능선통과료 징수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 소백산 비로봉에서 ‘활짝 열린 백두대간 걷기운동’을 펼치는 국립공원시민연대 회원들.

각종 통제를 백지화하여 전면 개방할 것을 요구했다(2008년 6월).

 

위기에 놓인 국립공원과 백두대간을 입산예약제를 시행해서 살려야 한다는 이러한 주장들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는데, 언제부터 거론되어 왔으며, 효과에 대한 근거는 있는지 살펴보자.

 

 

환경부, 정상과 능선 입산예약제 시행발

 

70년대까지만 해도 지역관광개발 차원에서 관광지로 관광객을 끌어들일 궁리를 했다. 그러다 80년대 들어 관광객과 등산객들이 늘어나면서 쓰레기 발생, 불법무질서행위, 등산로 훼손 등 국립공원 입산객수에 대한 우려가 일기 시작했다. 1987년 7월 창단한 국립공원관리공단은 90년대부터 등산통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1990년 11월 취사야영금지, 1991년 1월 자연휴식년제, 1991년 11월 야간산행금지를 발표했다.

▲ 입산예약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환경부가 내놓은 ‘국립공원 구역조정 및 자연공원 제도개선 추진계획서’ 표지.

 

등산통제정책은 이에서 그치지 않고 입산예약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국민의식교육과 생태관광제도 시행을 제안하고 있다. 1992년 6월16일 세종문화회관 대회의실에서는 국립공원관리공단 후원, 국립공원협회(현 자연공원협회) 주최로 ‘21세기를 향한 자연공원의 향방’이란 세미나가 열렸다. 주제발표에서 당시 국립공원관리청인 내무부 정승우 자연공원과장은 “국립공원별 예상탐방객수 및 적정수용 인원수를 성수기에는 라디오, TV, 일간신문을 통하여 대국민 계도를 실시하겠다”라며 “그래서 입산예약제를 도입하여 공원별 등산객수를 조절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듬해 1993년 9월4일 덕유산 무주리조트에서 내무부와 공단의 후원으로 국립공원협회가 주최한 ‘새로운 국립공원상과 관리방향의 모색’이란 세미나가 열렸다. 당시 내무부 나승포 지역경제국장은 주제발표에서 “자연휴식년제를 확대해 나가고, 조건부입산제, 출입허가제를 적극 도입할 가치가 있다”며 “특히 입산예약제를 도입하여 등산객수를 사전에 조정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발표했다.

 

1999년 12월7일 국회의원회관 1층 회의실에서 국립공원협회 주최로 ‘뉴밀레니엄 시대의 국립공원 관리방향’이란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다. 공단 김규응 감사는 주제발표에서 “이용객수의 과도한 증가로 등산로와 능선부가 훼손되었다. 입산예약제를 시행하면 공원입장료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 점을 감안한 입산예약제 기법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90년대에는 국립공원협회와 공단, 내무부 등이 주축이 되어 거의 해마다 입산예약제를 제안했다. 2000년대는 국시모, 우이령보존회 등의 환경단체와 산악계가 나서고 있다. 1997년부터 공원입장료가 폐지되었다. 그래서 공단 직원수의 약 60%에 해당하는 약 800명의 직원들이 하던 업무가 증발해버렸다. 또한 공원입장료로 충당하던 직원 봉급도 문제였다. 그래서 공단은 국립공원에서 새로운 할 일을 찾아야 했다. 국고지원을 받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단은 입장료 폐지로 입산객이 늘어 국립공원이 위기에 놓였으며, 불법행위 단속과 등산통제가 시급하여 직원 수가 모자란다고 홍보했다. 신문과 방송은 공단이 내준 보도자료 그대로 보도했다. 그러자 공단은 입산예약제 시행, 정상 입산료 별도징수, 특별보호구 지정 등을 시행하겠다고 한 술 더 뜨며, 입산자수 자동계측기와 CCTV 감시탑을 설치했다.

 

 

미시령~신선봉과 점봉산은 특별보호구로 영구봉쇄

 

공단은 지난 1월15일자로 특별보호구 시행 변경공고를 내고 특별보호구를 확대했다. 자연휴식년제 구역으로 조만간 개방예정이던 점봉산 일원, 설악산 화채능선, 마등령~미시령, 용바위골~냉천골 코스다. 가야산은 최고봉인 상왕봉, 그리고 이웃한 동성봉 일대다. 월악산은 무위사~미왕재 구간.

 

▲ 백두대간 입산예약제와 가이드동행제 시행계획을 담은 산림청의 ‘효율적인 국가등산로 지정관리방안’ 계획서 표지.

 

점봉산, 미시령 등 백두대간 구간조차 입산예약도 안 통하게 아예 출입을 봉쇄시켜 버린 것이다. 대간령~신선봉~미시령~마등령 구간과 한계령~점봉산 구간의 백두대간과 한계령~가리봉~쇠밭골, 설악동~권금성~화채봉~대청 등의 능선종주 코스를 막아놓고, 2~3시간의 반나절 가벼운 관광코스로 오색 주전골, 흘림골 코스를 개발했다. 등산을 막는다는 게 국립공원 이용정책의 실체인 것이다.

 

대한산악연맹은 지난해 11월15~16일 1박2일간 환경보전위원회 워크샵을 열었으며, 전국 시도연맹 환경보전위원 15명이 참가했다. 백두대간 종주문제에 관한 토론에서 위원들 상당수가 등산로 훼손과 쓰레기오염 방지방안으로 입산예약제와 가이드동행제를 제안했다.

 

송윤기 위원(울산연맹)은 “뒤도 안 돌아보고 빨리 가는 팀들이 있다. 이건 막무가내식 노가다다. 쓰레기도 버리고 있어서 훼손과 오염이 계속되고 있다”며 “대책으로 인증교육을 받은 가이드가 있는 단체만 입산예약제로 종주케 해야 한다. 코스에 따라 인원을 제한해야 한다”며 “국립공원 구역이든 공원 밖이든 백두대간 입산은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게 좋다”고 발표했다. 또한 송 위원은 “현재 중앙연맹에서만 가이드 인증교육을 하고 있는데, 전국 지방연맹에서도 교육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해용 위원(충북연맹)은 “새벽에 입산하는 경우 많다. 밤에 산에서 내려오는 것은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 주말에 몰리지 않게 주말에는 사전 입산예약제로 인원을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인규 위원(서울연맹)은 “입산허가제와 가이드동행제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현 위원(중앙연맹)은 “가이드는 교육인증 수료자에 한해 해야 한다”고 가이드의 자격을 말했다.

 

백두대간 입장료 징수방안도 제시되었다. 권용주 위원(충남)은 “지난 날 국립공원처럼 백두대간 입장료를 징수하여 인원을 줄일 수도 있다. 입산자에게는 가이드를 동행케 하여 불법을 방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환경보전위원들이 말하는 가이드인증 교육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산림청은 2007년 1월 ‘국가등산로 지정 관리계획’을 발표했다. 백두대간과 정맥에 등산로를 지정하고 등산로만 이용케 하며, 그 외의 등산로는 레인저를 파견하여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백두대간과 정맥 종주는 산림청이 시행하는 인증교육을 받은 자이거나 인증교육을 수료한 가이드를 동행하여 입산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산림청 등록단체인 한국산악회가 산림청으로부터 예산을 배정받고 가이드 인증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록단체인 대한산악연맹도 가이드인증 교육에 나서고 있다. 양대 산악단체가 국립공원과 백두대간의 입산예약제 필요성을 인정한 셈이다.

 

가이드 인증이라며 이론교육 받았다고 자격이 갖춰지는 걸까? 등산이란 짧지 않은 세월 동안에 기상조건 등 여러 상황에서 산에서 직접 터득할 수 있는 체험이다. 정부기관에서 예산을 준다고 한국 산악계가 가이드 1급, 2급 자격증을 줄 수 있는 것일까? 그냥 ‘등산 소양교육 이수증’이라면 모르지만-.

 

며칠동안의 인증교육 받은 가이드의 동행 의무에 대해 대산련 환경보전위원 손상익씨(경북연맹)는 “국내 단위산악회의 활동유형은 일괄적이지 않고 개성적이며 다양하다. 그런데 우리 단체에 어떠어떠한 가이드를 붙여달라고 요청할 때 그 단체 가이드에 적절한 가이드를 확보하여 출장케 할 수 있느냐”며 가이드동행제는 탁상공론이라고 우려했다.

 

▲ 반나절 가벼운 관광등산코스로 개발한 설악산 오색지구 주전골.

반면 공단은 대간령~신선봉~미시령~저항령~마등령 구간과 한계령~가리봉~주걱봉,

권금성~화채봉~대청 등 백두대간과 주요 능선 코스를 막아놓았다.

 

자연학습 탐방로와 생태관광제도도 입산예약제처럼 줄기차게 제안되어 왔다. 환경부가 특별보호구와 생태관광을 자연공원법에 법제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자연휴식년제는 사기극이다. 시행 18년이 지났건만 등산로가 자연훼복이 이뤄진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당시 공단은 등산로가 훼손되고 있다는 국민들의 여론을 무마하기 위하여 자연보호대책을 세워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전시성 행사인 것이다. 3년 주기의 전시성 행사를 영구 통제하겠다는 게 특별보호구다. 역시 사기극인 제도를 자연공원법에 법규화하겠다는 것이다.

 

 

"자연이 수용할 인원수 산출할 수 없다"

 

또한 환경부는 탐방계획지구를 자연공원법에 명시하겠단다. 그래서 탐방계획지구 위주의 생태관광을 법규화하겠단다. 공단은 자연관찰로를 생태관광로로 명칭을 바꿨는데, 현재 시행 중인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보자. 도봉산 프로그램은 1박2일인데, 제1일 낙엽 이용한 자연놀이, 아토피 피부염 공부 및 아토피 피부관리, 아토피 밥상꾸미기, 피부관리실습(목욕) 등이다. 제2일은 마당바위 경관해설 등이다.

 

설악산은 2박3일인데, 제1일은 케이블카 타고 권금성 방문, 속초시립박물관 방문 등이다. 제2일은 송천 떡마을 구경과 백담사 방문이며, 제3일은 백담탐방안내소 방문 등이다.

 

덕유산은 1박2일인데, 제1일은 곤돌라를 타고 향적봉에 올라가서 구상나무 관찰하곤 곤돌라 하산이다. 제2일엔 구천동 자연관찰로 탐방, 천연염색 체험, 곤충박물관 방문 등이다. 백두대간인 노고단은 등산을 통제하고 입산예약제로 가이드가 야생화를 설명하고 있다. 이게 관리공단이 내놓은 국립공원 생태탐방이다.

 

생태관광은 몇 명씩의 가이드가 안내하며, 모집 인원은 프로그램별로 20~30명이다. 그런데 인원을 채우기 힘들어 연중 시행횟수도 적다. 고작 몇 명이 이용하는 방식을 중요한 탐방방법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이 수용할 수 있는 적정 인원수는 얼마일까? 대산련 환경보전위원 송윤기씨(울산연맹)는 “적정 입산자수에 대해서는 토론하지 못했다. 그러나 1일 입산자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보전위원회는 적정 인원수에 대한 검토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일정 인원만 입산시키면 등산로가 어떻게 보전되는지에 대한 분석도 전혀 없이 막연히 인원만 줄이면 된다는 논리를 전제로 입산예약제를 주제로 토론한 것이다.

 

▲ 북한산 백운대를 오르내리는 등산객들. 사진 뒤로 정상 태극기가 보인다.

공단은 등산객 분산을 위해 백운대 정상입산료와 포대능선, 대동문능선, 대남문능선, 비봉능선에서

능선통과료를 징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공단도 대산련처럼 적정인원을 산출하지 못하고 있다. 공단이 2000년, 2004년, 2005년에 작성한 ‘국립공원별 특성에 따른 공원관리방안 연구Ⅰ,Ⅱ,Ⅲ’의 통계자료(연구책임자 대구대 권태호 교수)를 인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1일 적정인원수, 시간대별 적정인원수를 산출하고 있다. 소백산은 1일 최대수용력을 9,215명(노폭 1.5m 기준)이라 적고 있다. 북한산의 경우 등산로 노폭 1.5m 기준으로 1일 최대 12,563명, 노폭 2.5m 기준으로 1일 최대 78,288명이 수용능력이라 밝히고 있다.

 

설악산의 경우 등산로 노폭 1.5m 기준으로 1일 최대수용력은 24,350명, 노폭 2.5m 인 경우 56,189명이다. 객관적 근거가 부족한 통계수치인 것이다. 한계령은 1일 적정수용능력이 400명이라는 용역보고서 내용대로 2001년도에 1일 400명을 입산시켰다. 입산자 분산이라는 목적이라면 인파가 밀리는 오색 코스에서 시행해야 하는데, 엉뚱하게도 한계령에서 입산예약제를 시행했다. 그러자 이웃한 오색코스 입산자 수가 더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한계령 입산예약제는 실패로 끝났다.

 

어쨌건 400명만 입산시켰더니 등산로 훼손이 줄어들었다거나 보존이 양호하다거나 하는 결과를 공단은 현장조사를 거쳐 분석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공단의 발표는 없었다.

 

최상규 환경보전위원(경기연맹)은 “등산을 제약하는 가이드동행 입산예약제는 반대한다. 훼손 등산로를 정비해서 누구나 이용케 해주어야 한다. 등산로훼손 방지책으로 자연형 계단을 설치하면 훼손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피력했다. 북한산 공원사무소는 2002년부터 자연형 계단을 등산로정비사업 공법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미 불광동 족두리봉, 비봉능선, 하루재코스 등 곳곳에 설치되었으며, 이용객들의 호응도는 99.9%로서 절대적이다. 인공계단은 이를 피하느라 노폭이 넓어지고 있으나 자연형 계단은 오르내리고 있다는 느낌이 안 올 정도여서 등산로 옆으로 통행하는 경우도 없다.

 

 

등산로 폐쇄 대안은 자연형 계단

 

국립공원관리공단, 서울시산악연맹, 국립공원시민연대가 공동 연구하여 창출한 자연형 계단은 산림청과 서울시 등이 공법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전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설악산 등 국립공원에도 자연형 계단을 설치하고 있으나 제대로 공사가 되지 않아 거부감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북한산 자연형 계단 현장을 답사하여 단 10m를 공사할지라도 백 년을 내다보고 제대로 시공해야 할 것이다.

 

환경부와 공단은 등산로훼손을 방지할 수 있는 1일 적정인원수, 또는 1시간 적정인원수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가이드동행제와 입산예약제를 본격 시행하려 하고 있다. 한 마디로 입장료 징수가 사라져 직원들의 역할이 사라지자 일거리를 만들려고 구상했다는 걸 추측케 한다. 또한 자연보호 실적 하나 올리기 위한 사업을 벌이려는 것이다. 이러한 마당에도 입산예약제나 가이드동행제를 주장하는 산악단체들은 많아도 점봉산, 미시령, 신선봉, 노고단 등을 활짝 개방하라는 소리를 제대로 내는 산악단체는 없다.

 

 

/ 이장오 아름다운산하(전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