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걷기(둘레길)/해파랑길

[2024-09-28] 해파랑길 2코스(해운대관광안내소 → 대변항) :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가 왜 숨겨졌을까

해파랑길 2코스(해운대관광안내소 → 대변항) :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가 왜 숨겨졌을까

 

[탐방 일시]  2024.09.28(토) 07:50~15:32(7시간 42분 // 구간 : 4시간 46분 / 휴식 : 2시간 43분 / 접근·이탈 : 0시간 13분)

[날       씨]  흐림(간간이 소나기) / 맑음

[인       원]  준·희 선생님, 성봉현

[접       근]  서면역→해운대역 : 부산도시철도(2호선) / 해운대역→해운대관광안내소 : 도보

[이       탈]  대변항→'대변항입구' 정류장 : 도보 // '대변항입구'→'기장시장'→기장역(코레일) : 181번 시내버스/도보

[구간 시간]  해운대역(07:50) → 해운대관광안내소(08:00~08:05) →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 미포정거장(08:20)

                  → 문탠로드 입구(08:25~08:33) → 문탠로드 출구(09:02) → 블루라인 파크 청사포정거장(09:07~09:10)

                  →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 송정정거장(구 송정역, 09:50) → 송일정(죽도, 10:03~10:30) → 공수항(10:45)

                  → 시랑대 방향 산책로 입구(오시리아펜션 전, 10:58) → 시랑대(11:31~11:41) → 시랑산(11:53~11:57)

                  → 청초수물회 부산점(해동용궁사 소형 주차장, 12:10~13:20) → 동암항(13:45) → 용왕단(14:10~14:43)

                  → 오시리아 해안산책로 출입구(14:55) → 대변항(15:26~15:29) → '대변항입구' 정류장(15:32~15:41)

[코스 안내]  길이 14.0km / 소요 시간 : 5시간 / 난이도 : 쉬움 (두루누비 홈페이지 해파랑길 2코스 안내 참조)

[지       도]  1:50,000 부산 (국토지리정보원 1:25,000 2013년 온맵 편집)

 

[구글 어스]

2024-09-28_해파랑길 2코스(해운대관광안내소~대변항)_수정.gpx
0.19MB

 

[탐방 기록]

   오늘 해파랑길 2코스는 정맥 및 대간 등 산줄기 산행을 할 때에 산봉우리의 산패와 표지기 등으로 닉네임을 알고 있었고 이후 홀대모 카페의 운영진으로 활동하면서 알게 된 원로 산악인이신 준·희 선생님께서 함께 해 주시었다. 지난 8월 말, 홀대모 운영진 대길 님과 함께 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해파랑길 2코스는 원 해안 산책로를 따라 시랑대로 걸어가는 길이 있다고 하면서 혼쾌히 동행해 주신다고 하신 것이다. 이번 2코스는 연세가 80대로 접어드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 선생님에게는 그리 짧은 거리가 아니지만 나를 위해 동행해 주신다고 하니 그저 감사할 뿐인데 오늘이 그 날이다.

 

   이른 아침부터 걸을 준비를 하여 서면 숙소에서 나와 해운대역에 도착하니 역사는 한가롭다. 조금 기다려 도착하신 준·희 선생님과 만나 해운대역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니 소나기가 내린다. 기상청 동네예보에는 오전 10시 경부터 약 네 시간 정도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비가 내리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나기로 끝나면서 잠시 소강 상태로 변하는데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 미포정거장에 도착할 때까지 소나기성 비가 내렸다가 그치기를 반복하였다. 해운대역에서 나와 해수욕장 앞에서 준·희 선생님과 송정해수욕장 가는 길목에서 만나기로 한다. 이곳에서 선생님은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 미포정거장 방향으로 진행하시고 나는 2코스 시작점 인증을 위해 해운대관광안내소로 이동하여 방문 인증 QR 코드를 촬영한 후 바깥으로 나오니 잠시 멈추었던 소나기가 다시금 제법 거칠게 내린다(08:05).

 

   해수욕장 산책로가 끝나는 삼거리에 도착하니 한참 가셨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선생님이 나를 기다리고 계신다. 선생님과 다시 같이 걷는 발걸음은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 미포정거장을 지나 만나는 문탠로드 입구에서 잠시 멈춘다(08:25). 이곳에서 다시 만날 장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선생님은 그린 레일웨이를 따라 송정역 방향으로 가시고 나는 왼쪽의 해안열차 선로를 건너 문탠로드로 올라간다(08:33). 데크 계단길은 잠시 후 달맞이고개 도로와 만나고 인도를 따라 조금만 더 올라가면 문탠로드 산책로 입구가 나온다(08:41). 이곳부터 흙길의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청사포정거장 가기 전에 다시금 그린 레일웨이로 내려가게 된다.

 

   소나기로 걸쳤던 우의를 벗고 살짝 내려서니 석산, 상사화 등으로 불리는 꽃무릇 단지가 반겨주는데 일부는 꽃을 활짝 피웠다. 선명한 주황색의 꽃무릇을 보면서 걸어가는 길이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문탠로드(Moontan Road)는 '달빛을 받으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정서적 안정을 찾자'는 취지로 2008년 4월에 조성되었다고 한다. 문탠로드에 관련된 안내판이 중간중간 나오는 산책로를 따라 걷는 발걸음도 편하게 느껴진다. 포토존이라 부르는 바다 전망대에 도착하여 바다 방향으로 보는데 지금은 흐린 구름 때문에 원경이 그리 맑지를 않아 아쉽다(08:47).

 

   간간이 내리던 소나기가 이제는 그친 것인지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살짝살짝 비집고 들어온다. 해월정 가는 길목을 지나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해월전망대도 내려다보면서 걷는 발걸음에 미포정거장에서 출발한 스카이 캡슐을 보는데 짖궂은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이른 시간인지 스카이 캡슐에는 승객이 한 명도 안 보인다. 작은 체육공원을 지나고 잠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서면 사방댐을 건너는 데크 다리를 만나며 서서히 내려가는 길은 다시금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문탠로드 출구인 그린 레일웨이로 내려선다(09:02).

 

   소나기가 그친 듯한 그린 레일웨이를 걸어 도착한 청사포정거장에서 다시 선생님과 만나 이후 대변항까지 동행한다(09:07~09:10). 아직 빗물이 마르지 않은 그린 레일웨이를 따라 가다가 청사포 다릿돌전망대에 도착하니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여러 명의 관광객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중이다(09:18). 아쉽게도 거친 바람 때문에 청사포 다릿돌전망대(개방 시간 : 매일 09:00~18:00)의 출입문은 잠겨 있다. 선생님과 같이 사진을 한 장 촬영하였는데 역광이 되어 사진이 어둡게 나왔다. 하지만 날씨가 요상한 것인지 송정역 방향으로 조금 더 걸어가니 흐렸던 하늘에서 햇살이 내리지만 송정 방향의 하늘은 여전히 어둡다.

 

   구덕포 안내문을 지나 만나는 해안열차 선로 왼쪽의 데크 계단길이 보이는데 원래 해파랑길은 저곳으로 내려왔다고 선생님이 알려 주신다(09:29). 조금만 더 걸어가면 갈맷길은 그린 레일웨이에서 오른쪽 계단으로 내려가지만 해파랑길은 직진하라 하여 계속 직진한다. 죽도(죽도산)이 보일 때쯤 그린 레일웨이가 끝나면서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 송정정거장(송정 e-Station)을 만나고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해파랑길은 방향을 틀어가지만 그대로 직진하여 구 동해선 송정역 건물을 본 후 송정해수욕장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09:50).

 

   송정해변으로 나오니 바람이 제법 불고 있는데 그 바람에 일렁이는 파도를 타기 위한 서퍼들이 무척이나 많이 보인다. 송정해변은 물살도 제법 일렁이고 위험하질 않아 서핑 성지라고 한다. 그들을 보면서 죽도공원으로 진행하여 죽도산(23.3m) 정상으로 올라 바닷가에 자리잡은 송일정으로 내려가 간식을 먹으면서 이삼십여 분을 쉬었다가 오늘의 묘미인 시랑대를 보기 위해 송일정에서 다시 움직인다(10:03~10:30).

 

   공수항 너머로 보이는 시랑산에는 아직도 구름이 덮여 있고 반면 해운대 방면은 맑게 개이고 있는 중이다. 도로를 따라 송정항을 지나 해운대구 송정동과 기장군 기장읍의 행정 경계를 짓는 공수고개를 넘어 내려가면 공수항이 나온다(10:45). 해안선을 따라가는 공수마을 도로를 걷다 보면 도로는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가는 반면 오른쪽 직진하는 비포장 흙길은 공사장 가림막 사이로 뻗어 있다(10:57). 오른쪽 해안 방향의 가림막이 끝나는 곳에도 길의 흔적이 보이지만 이곳이 아니라 오시리아펜션 방향으로 조금만 더 올라가니 오른쪽 공사장용 플라스틱 방호벽이 끝나는 곳에 수풀 사이로 길이 보인다. 선생님이 이 길이 맞다고 하시면서 수풀 사이의 길을 따라가자고 하신다. 좁은 수풀길은 이내 오시리아펜선에서 내려오는 길과 합류되고 잠시 후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 해안 방향으로 내려간다(11:01).

 

   공수항을 지나면서 멀리 보이던 사용이 중지된 전주를 만나는데 전주의 등주용 발판못에 언제 적인지 모를 빛바랜 갈맷길 표지기가 모 산악회의 표지기랑 같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보니 갈맷길도 이쪽으로 왕래했었던 것 같다. 바로 아래 해안가로 내려가서 다시금 왼쪽 산책로로 이어지는 길로 들어가기 전에 뒤돌아보니 아름다운 해안선이 보인다.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원래 해파랑길은 이곳의 해안선을 따라 공사장 가림막이 끝나는 곳에서 공수마을 도로에 올라섰다고 하신다. 이제 해안선에서 산등성이 해안 산책로로 올라 숲길을 걸어가는데 오른쪽으로 계속 아름다운 바닷가 풍경을 종종 볼 수가 있다.

 

   국가지점번호 [마라 5645 8913] 표지판이 나오는데 이런 국가지점번호 표지판을 두어 번 더 만나게 된다. 공수항 너머 구름을 배경으로 솟아오른 장산(634m)이 그리는 하늘선도 보고 저 멀리 동해의 수평선도 보면서 걷는 발걸음이다. 이제 맑게 개여 흰 뭉게구름 아래 오륙도를 보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해동용궁사의 시랑대가 있는 바위 지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시랑산에서 흘러내리는 산줄기의 바위 지대 중턱에 있을 시랑대, 그곳을 향해 임도를 따라가는데 뜻밖의 복병이 나타난다. 생각하지 못했던 철망문이 있지만 그래도 빠져나갈 구멍은 있다고 별 탈 없이 철망문을 벗어나 시랑대 입구에 도착한다(11:31).

 

   시랑대는 기장팔경 중 7경이라고 표기된 안내문에는 다음과 같이 양각되어 있다.

 

조선영조 9년(1733) 기장 현감이었던 권적(權적)이 관내에서 제일의 명성지로 알려진 이곳에 자주 놀러와 풍월을 읊었다고 한다.

한때 그는 이조참의였다고 바위에 시(詩)로서 각자를 했는데 자기의 벼슬인 시랑(侍郞)을 따서 "侍郞臺"(시랑대)라고 큰 바위에 기념으로 새겨두었다. 권적 이후 손경현(孫庚鉉) 현감을 비롯하여 윤학동(尹學東), 김건(金楗), 윤천민(尹天民), 신오(辛澳) 등 많은 시가 시랑대의 병풍같은 바위에 새겨져 있었으나 근래 들어 파손되고 일부만 문헌에 기록되고 있다.

시랑대는 기우제(祈雨祭) 및 풍어제를 빌던 제룡단(祭龍壇)과 해룡(海龍)의 발자취가 남아 있다.

 

   이곳까지 왔으니 막혀 있다 한들 그냥 갈 수 없어 나 혼자 어설픈 공중부양 신공으로 데크 계단을 따라 내려가 '侍郞臺'라 음각된 바위를 본다. 이왕지사 내려온 김에 데크 계단 끝까지 내려가 해동용궁사와 국립수산과학원 방향의 시원스런 풍광도 함께 보고 다시 입구로 올라간다. 무엇 때문에 공수마을에서 오는 해안 산책로와 이곳 시랑대로 연결되는 데크 계단길을 통제하고 있는지 궁금하지만 그 이유는 주변의 여건을 생각해 보니 그럴 법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아쉬운 것은 시랑대의 데크 계단만이라도 출입을 할 수 있게 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겠다.

 

   또한 인터넷으로 '기장현감 권적'에 대해 검색하니 시랑대 부근에 다음과 같은 시가 새겨져 있다고 하는데 데크 계단상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謫居猶得近蓬萊(적거유득근봉래)   귀양살이 하는데도 지척에 봉래산이 있고

人者天曹二席來(인자천조이석래)   사람들은 조정의 이인자가 내려왔다 하네

三字丹書明翠壁(삼자단서명취벽)   세 글자 붉은 글씨를 푸른 바위벽에 새겨

千秋留作侍郞臺(천추유작시랑대)   천년 세월 시랑대로 남게 하리라

*擁正癸丑 仲冬 權적(옹정계축 중동 권적)  /  옹정계축 : 1733년(영조9년)

 

   오늘 준·희 선생님께서 공수마을에서 이곳까지 오는 길과 시랑대 각자를 보여 주시려고 하셨던 것이다. 아마도 나 혼자 해파랑길을 걸었다면 이 길을 모른 채 공수마을에서 해동용궁사로 그냥 지나쳤을 텐데 선생님 덕분에 아름다운 풍광의 해안 산책로와 시랑대 각자를 볼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드리고 해동용궁사 주차장 방향으로 내려간다(11:41).

 

   한적한 시골 동네 마을길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황토벽 담을 따라 내려가면 용궁사 신도들을 위한 주차장인 듯한 곳이 나온다. 주차장에서 해동용궁사를 향해 십이지신상을 지나면 만나는 곳이다. 이곳에서 왼쪽 대나무숲으로 올라가는 옛길을 따라 올라가서 대형 버스 주차장으로 나간 후 이정표에 해안갈맷길로 표시된 직진 방향의 산길을 따라 올라간다(11:48). 조금만 올라가면 '통제구역'이라 적힌 팻말이 제 역할도 하지 못하는 철문에 걸려 있는 곳에서 왼쪽 산길로 오 분 정도 올라가면 시랑산(81.8m) 정상부에 도착한다(11:53).

 

   해안 산책로의 풍광처럼 기대하진 않았지만 막혀도 너무 막혀 답답한 조망으로 주변을 잠시 둘러보고서 다시금 올라왔던 길을 따라 내려간다(11:57). 출입통제 팻말이 있는 곳에서 기다리고 계시는 선생님과 함께 대형 버스 주차장으로 내려가고 그 옆에 있는 소형 주차장으로 이동하여 청초수물회 부산점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꽤 많이 흘렀다.(12:10~13:20). 짧은 거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변항까지 동행하시겠다는 선생님과 함께 식당을 나와 해동용궁사로 걸음을 옮긴다.

 

   주차장에서 해동용궁사 입구로 가니 벌써부터 관광객들로 북적거려 길을 가는 것이 부자연스럽다. 십이지신상 석물을 지나 일주문(?)으로 내려가니 이번에는 계단을 못 내려가는데 우리는 용궁사를 볼 의향이 없어 한쪽으로 질러나간다. 그렇게 쌍향수불 앞의 계단길로 내려가고 바닷가에 도착하니 이곳 역시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리기는 매한가지다(13:30). 반면 바닷가 방생터 옆에 있던 금빛 지장보살상이 보이질 않는 것이 철거한 모양인데 언제 철거된 것인지를 모르겠다. 대신 거칠게 출렁이는 바닷물을 보면서 우리의 발걸음은 국립수산과학원 방향으로 진행한다.

 

   이제 청명한 하늘을 보여주는 바다의 수평선을 보면서 바쁠 것이 없으니 쉬엄쉬엄 걸어간다. 이곳 국립수산과학원도 볼 만하다고 하는데 아직 미답인 곳으로 언제 한 번 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동암항으로 나선다(13:45). 토요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하게 느껴지는 동암항을 지나 '아난티 앳 부산 코브'의 독특한 건물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13:51). 아난티 코브 안쪽에서 시작하는 오시리아 해안산책로를 따라 대변항을 향해 걷는 이 길 역시 해안 풍경이 아름다운 길이다. 오시리아 해안산책로 안내판에는 오시리아의 어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오랑대 …… 숨막히게 아름다운 / 시랑대 …… 용녀와 미랑스님의 러브스토리 / 부산으로 오시라 …… 환영합니다]

무언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문구이지만 대신 풍광이 아름다워 제법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것 같다.

 

   시멘트로 포장된 해안산책로를 설렁설렁 걸으면서 야트막한 고갯마루를 넘어서면 해광사 용왕단이 보인다(14:10). 바닷가 쪽으로 돋아난 바위에 세워진 용왕단, 1900년대초 당시에는 모진 풍랑에 목숨을 잃은 어민들이 원혼을 달래고 부처님께 의지하여 극락왕생을 발원하던 곳이었다. 또한 바닷길 안전과 무사귀환을 기도하던 기도처로 1941년 노해광 스님이 현재의 건축물을 조성하였으며 용왕대신을 모신 전국 유일의 해상 법당이 되었다고 한다. 용왕단에서 선생님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근처에 있는 그네에서 간식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오늘 종점이 되는 대변항의 건물 뒤로 보이는 일광산과 달음산, 그리고 그 우측으로 펼쳐진 봉대산을 보면서 쉬었던 자리를 정리하고서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대변항을 향해 다시 움직인다(14:43).

 

   분양형 호텔 같은 건물의 신축 공사 현장을 지나면 오시리아 해안산책로도 끝나고 다시금 차도로 나선다(14:55). '서암입구' 버스 정류장을 지나 만나는 삼거리에서 연화리 방향으로 내려가는데 해안가를 따라 만들어진 보행로가 낯설기만 하다. 작년 12월 갈맷길 1코스를 걸었을 때에는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맞는지 나도 헛갈린다. 간간이 지나다니는 자동차에 주의하면서 조심스레 걸어가는 길은 서암마을 어민 복지회관 앞을 지난다(15:05).

 

   저 앞 대변항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죽도 뿐만 아니라 대변항 일대의 토지가 1957년 박태선과 그를 따르는 목사 및 장로에 의해 설립된 신앙촌 소유의 토지라고 선생님께서 알려 주신다. 내가 알고 있던 신앙촌은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면 덕소리에 있었던 신앙촌만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란다. 신앙촌 소유의 토지가 도대체 얼마나 넓은지 모르겠지만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대변어촌계 수산물 직매장을 만난다(15:20). 이제 해파랑길 2코스의 종점인 대변항 방문 인증 QR 코드가 있는 스탬프 함에 가까워진 것이다. 하지만 폐가처럼 흉물스럽게 방치된 직매장 인근의 천막들과 쇠파이프의 기둥들을 정리하지 않아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래서인가 잠시 후 만나는 삼거리에서 아스팔트 도로의 일부를 재포장 작업하고 있는 커다란 차량에 가려진 해파랑길 방문 인증 스탬프 함을 못 보고 그냥 지나친다. 분명 이 근처에 있어야 하는데 안 보여 두루누비 앱의 지도를 확인하니 지나쳤다고 한다. 하여 다시 되돌아와 '해파랑길 2-4코스' 안내판 옆에 서 있는 스탬프 함의 QR 코드를 촬영하면서 2코스 인증을 마친다(15:26).

 

   이제 해파랑길 2코스가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왼쪽 위에 있는 '대변항입구교차로'로 올라가 다시 왼쪽의 '대변항입구'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한다(15:32). 이후 181번 시내버스를 타고 '기장시장'에서 내려 지근 거리에 있는 코레일 기장역으로 걸어가서 간단히 세면을 하고 동해선 부전행 전철을 타고 벡스코역에서 부산도시철도 2호선으로 환승하여 서면역에 무탈하게 도착하였다.

 

   해파랑길 2코스의 14km 거리는 나에게는 짧은 거리일 수 있지만 올해 80대로 접어드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 준·희 선생님께는 제법 버거운 거리였지 싶다. 더구나 요근래 석 달 정도 별로 걷지를 못 하셨다고 하시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운대역에서 대변항까지 함께 동행해 주시고 시랑산의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와 시랑대 석각까지 안내해 주시어 더욱 더 기억에 오래 남을 해파랑길 2코스가 되었다.

 

   걷기가 끝난 지금 탐방 기록을 작성하면서 준·희 선생님께 글로서나마 다시 한 번 더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준·희 선생님, 앞으로도 건강하신 모습으로 오래오래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