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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2020-06-02] 한라산_영실 → 남벽 → 어리목 : 철쭉, 제주조릿대와의 영역 다툼에서 밀리다

한라산_영실 → 남벽 → 어리목 : 철쭉, 제주조릿대와의 영역 다툼에서 밀리다

[산행 일시] 2020.06.02(화) 10:39~16:35(5시간 56분 // 산행시간 : 5시간 3분 / 휴식시간 : 0시간 53분)

[날       씨] 맑음

[산행 인원] 김한권∙김영애, 김창주∙두점민, 조한근, 성봉현

[접       근] 서울/김포공항 → 제주 : 제주항공 // 코업시티호텔 하버뷰(서귀포시 위미항 앞) → 영실휴게소 : 자차(렌터카)

[이       탈] 어리목 주차장 → 영실휴게소 → 코업시티호텔 하버뷰 : 자차(렌터카)

[산행 시간] 영실 탐방지원센터(휴게소, 10:39) → 전망대 #1(11:16~11:19) → '해발 1,600m' 표석(전망대 #3, 11:54)

                 → 윗세족은오름(12:33~12:37) → 윗세오름대피소(12:50~13:25) → '현위치 번호 : 영실 2-21'(남벽, 14:03)

                 → 윗세오름대피소(14:33~14:39) → 만세동산 전망대(15:08) → 사제비물(샘터, 15:28)

                 → '해발 1,300m' 표석(15:57) → 어리목 탐방지원센터(16:35)

[산행 지도]  1:50,000 서귀(국토지리정보원 1:25,000 2013년 온맵 편집) / 2011-03_한라산 국립공원 탐방안내도

 

[구글 어스]

2020-06-02_한라산_영실~어리목.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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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기록]

제주도 한라산의 철쭉을 보고 한라산 탐방로 중 유일하게 가 보질 못한 관음사지구 탐방로도 걷기 위해 일정을 정리한다. 인터넷으로 예년 철쭉이 만개한 시기를 검색한 결과 금년은 유월 초순이 적정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주중 산행으로 결정하여 6월 2일 아침 7시 40분 김포공항에서 출발, 6월 3일 저녁 9시 10분 제주공항에서 돌아오는 항공편을 5월 4일에 예약했다. 제주로 출발하는 일정만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 돌발변수가 발생하였다. 6월 1일부터 5일까지 제주 여행을 계획했다는 창주의 연락 및 출발 며칠 전 한근의 동행 등 여러가지 이유로 나 역시 일정을 변경하여 6월 1일 오후 비행기로 출발하기로 변경하였다.

 

김포공항에서 오후 7시 5분에 출발하는 제주항공 비행기는 정시에 출발하여 오후 8시 10분 경 제주도에 도착하였고 제주공항을 나와 사전에 예약한 렌터카로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한 코업시티호텔 하버뷰로 이동하니 어느덧 야심한 시각이다. 창주 부부는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하시는 창주 둘째 누님과 매형이 거처 중인 숙소로 이동하고 한근과 둘이만 남았다. 깊어가는 밤에도 잠들지 못하는 위미항의 풍경을 보면서 내일을 위해 우리도 잠을 청한다.

 

날이 바뀌어 아침이 되었으니 영실에서 출발하여 남벽 분기점까지 갔다가 되돌아서서 어리목으로 하산하는 산행을 준비한다. 호텔에서 약 1.5km 정도 떨어진 창주 누님의 펜션에서 창주 누님과 매형 그리고 창주 부부를 만나 영실휴게소로 이동한다. 중산간 도로에서 1100도로라고 부르는 1139번 지방도로 접어든 후 한라산과 가까워지면서 보이는 한라산 화구벽은 선명하기만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콩닥거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설레이는 마음으로 영실 입구를 지나 어리목 주차장에 도착하여 우리가 렌트한 렌터카를 주차하고 창주 매형의 차량에 탑승하여 영실주차장에 도착하니 탐방객 차량들이 대기 중이다. 우여곡절 끝에 영실휴게소에 도착하여 마지막 남은 주차장소에 차량을 주차하고 산행 준비를 한다.

 

영실 탐방지원센터 앞쪽의 '세계자연유산 한라산국립공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 적힌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으며, 다른 안내판의 글도 적어 본다.

 

우리나라 3대 영산(靈山) 중의 하나인 한라산은 한반도의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해발 1,950m로 남한에서 가장 높다. 또 다양한 식생 분포를 이뤄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고 동∙식물의 보고(寶庫)로서 1966년 10월 12일 천연기념물 제182호인 한라산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신생대 제4기의 젊은 화산섬인 한라산은 지금으로부터 2만 5천 년 전까지 화산분화 활동을 하였으며, 한라산 주변에는 368개의 '오름'들이 분포되어 있어 특이한 경관을 창출하고 있다. 또한 섬 중앙에 우뚝 솟은 한라산의 웅장한 자태는 자애로우면서도 강인한 기상을 가슴에 품고 있는 듯하다. 철 따라 어김없이 바뀌는 형형색색(形形色色)의 자연경관은 찾는 이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명산으로, 1970년 3월 24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2002년 12월에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특히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한라산과 아름다운 땅. 제주는 신이 우리에게 선물한 최고의 보물이자 세계인이 함께 가꾸어야 할 소중한 유산으로 인정받아 2007년 6월 27일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우리나라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고, 2010년 10월 4일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었다.

 

[오백장군 전설]

◈ 지점명칭 : 영실기암과 오백나한

◈ 지정종별 및 번호 : 명승 제84호

◈ 소 재 지 : 서귀포시 하원동 산1-4, 도순동 산1-1 일원

 

영실기암(靈室奇岩)은 한라산을 대표하는 영주십이경 중 하나로 춘화, 녹음, 단풍, 설경 등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모습과 울창한 수림이 어울려 빼어난 경치를 보여주는 명승지이다. 한라산 정상의 남서쪽 산허리에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들이 하늘로 솟아 있고, 석가여래가 설법하던 영산(靈山)과 흡사하다 하여 이곳을 영실(靈室)이라 일컫는데, 병풍바위와 오백나한(오백장군) 상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 병풍바위 : 기암괴석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서 마치 병풍을 쳐 놓은 모습과 같아서 병풍바위라 불린다.

◈ 오백나한 : 이상야릇하게 생긴 기암괴석들이 하늘로 솟아 있는데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장군' 또는 '나한'같이 보여 오백나한(오백장군)이라 불린다.

 

[제주도의 오름]

제주도에는 360여 개의 화산추(火山錐) 또는 '오름'이 있다. 오름의 대부분은 분석구(噴石丘)이며. 이들은 한라산 자락에 특히 많이 나타난다. 응회환(凝灰環)이나 응회구(凝灰丘)와 같은 수성화산(水性火山)은 십여 개가 있는데 이들은 주로 바닷가에 나타난다. 그 밖에 산굼부리 같은 함몰분화구(陷沒噴火口 : 용암 유출 후 지반이 함몰하여 생긴 분화구)나 산방산 같은 용암원정구(熔岩圓頂丘 : 점성이 높은 용암이 만든 돔(dome) 또는 반구(半球) 모양의 화산체)도 나타난다. 분석구는 분석(噴石) 또는 '송이'로 이루어진 원뿔 모양의 화산체이며 아아 용암을 뿜어낸 화구에 해당된다. 제주도의 지하에는 150여 개의 수성화산이 용암 밑에 묻혀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영실통제소라 새겨진 명패를 아직도 달고 있는 영실 탐방지원센터 앞의 탐방객 계수기를 통과함으로써 산행을 시작한다(10:39). 이곳의 해발 고도가 1,280m이고 윗세오름대피소의 해발 고도는 1,700m이므로 고도 차 480m에 거리 3.7km인 영실탐방로는 한라산 탐방로 중 가장 짧은 반면 경사도가 조금 높은 탐방로이지만 그리 힘들지 않고서도 오를 수 있는 곳이다. 처음부터 윗세족은오름(전망대) 입구에 이를 때까지 대부분 계단으로 이루어진 탐방로답게 계단을 올라간다. 2년 전인 2018년 9월, 갑자기 한라산이 보고 싶어 한근과 함께 아무 생각없이 찾았던 영실 탐방로를 오늘도 같이 걷는다.

 

0.5km를 걸었다는 한라산 탐방로 안내도를 지나면 잠시나마 울창한 수풀 사이로 병풍바위가 모습을 보여준다(10:54). 깎아지른 듯한 병풍바위 윗편에 분홍색으로 물들은 저 애들은 내가 보고 싶어 했던 철쭉꽃이리라.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계단길에는 다시 조망이 막히지만 뜨거운 햇살에 노출되는 것보단 나은 것 같다. 아침부터 느껴지는 열기가 오늘 꽤나 땀을 흘리겠다는 생각을 만들지만 그늘진 계단길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영실기암 안내판이 있는 첫 번째 전망대에 이르고 우람한 병풍바위와 더불어 오백장군이 그리는 하늘선에 취해 더위를 잠시나마 잊어버린다(11:16). 그렇게 땡볕의 전망대에서 즐기는 짧은 시간의 조망을 접고 다시 윗세오름대피소를 향해 올라간다(11:19).

 

이제부터 햇볕에 그대로 노출되는 오르막 능선의 탐방로, 오르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어서서 뒤돌아보면 산행 시작점이었던 영실휴게소가 저 아래 짙은 녹음 속에서 한 점 붉은색으로 가물가물 보인다. 나무 계단으로 올라가는 탐방로에서 '현위치 번호 : 영실 2-5' 위치 표시판을 지나 조금만 더 올라가면 '해발 1,500m' 표석이 좌측편에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11:32). 아울러 본격적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철쭉꽃들을 눈으로 보는 즐거움을 느끼면서 한걸음 한걸음 오르다 보면 영실 탐방로 입구에서 1.5km 지점까지 왔다는 한라산 탐방로 안내도를 지난다(11:41).

 

오르던 발걸음을 다시 멈추어서서 뒤돌아 우측 아래를 내려다보면 해발 고도 1,100m 대에 크고 작은 봉우리 세 개가 연달아 이어져 있는 삼형제오름 중 첫째인 삼형제오름(큰오름)과 그 아래에 있는 1100고지휴게소가 보인다. 다시 발걸음을 옮기면 이내 두 번째 전망대가 나오고 조금만 더 올라가 세 번째 전망대를 만나는데 '해발 1,600m' 표석이 있는 곳으로 전망대를 선점한 탐방객들로 그냥 지나치는 바람에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보이는 공룡 바위를 놓쳤다(11:54). 위에서 내려다 볼 때 티라노사우르스처럼 보여 나는 티라노사우르스 바위라 이름을 지었는데 한참을 지나고나서야 알게 되었다.

 

제법 경사진 지금까지와 달리 이제 완만해진 탐방로를 따라 만개한 철쭉들과 눈인사를 나누면서 윗세오름대피소까지 1.6km 남았다는 탐방로 안내도를 지나 병풍바위 상단부의 탐방로를 걸어간다(12:02). 우리가 영실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만난 첫 번째 전망대에서 올려다보았던 지점으로 아랫편에서 보았던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 중이며 잠시 후 구상나무의 고사목 지대를 통과하니 한라산 분화구 화벽이 얼굴을 보여준다(12:18). 이어 '현위치 번호 : 영실 2-10' 위치 표시판을 지나면 드넓은 선작지왓이 시원스레 보이지만 기대했던 진분홍빛은 안 보인다. 영역 다툼에서 제주조릿대에 밀리는 것인지 아니면 시기가 이른 것인지 알 수가 없지만 진분홍색 철쭉을 못 보니 아쉽기만 하다.

 

[한라산 선작지왓]

문화재 지정번호 : 명승 제91호

문화재 지 정 일 : 2012년 12월 17일

소 재 지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영남동 산 1-0

수량/면적 : 2필지 / 632,485㎡

한라산 표고 1,400m 위에 분포하는 아고산 초지대 가운데 영실기암 상부에서 북쪽으로는 윗세오름, 동쪽으로는 방애오름에 이르는 표고 1,500∼1,700m의 평원을 선작지왓이라고 부른다.

 

선작지왓에서 ‘작지’는 조금 작은 바위나 돌을, ‘왓’은 벌판을 가리키는 제주어이므로 돌들이 널려있는 벌판이라는 의미이다. 또는 ‘선’을 서 있다로 해석하면 선작지왓은 바위들이 서 있는 넓은 벌판을 가리키는데, 선작지왓 일대에는 탑궤를 비롯하여 높이가 7∼10m에 달하는 암석군이 10여 곳에 분포하고 있다.

 

산철쭉, 털진달래, 눈향나무, 시로미의 군락이 넓게 발달해 있고 누운오름 아래는 연중 물이 흐르는 노루샘이 있다. 그 주변은 백리향, 흰그늘용담, 설앵초, 구름송이풀 등이 자라는 고원습지가 있어 생태적 가치가 큰 지역이다

 

*** 네이버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라산 선작지왓' 참조

 

기대했던 만큼의 철쭉을 보지는 못 하지만 행여나 남벽 아래에서는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나무데크 탐방로를 따른다. 저 앞쪽으로 윗세오름의 오름들이 일렬로 줄지어 서 있는데 윗세오름의 막내라 할 수 있는 족은오름(1700.7m)의 전망대가 보이고 그 우측으로 누운오름(1711.7m), 붉은오름(1740.5m) 그리고 한라산 화구벽이 웅장하게 자리잡고 있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멋지다. 평지 같은 탐방로에서 전망대 안내판을 만나 좌측으로 방향을 바꾸어 조금만 올라서면 전망대가 설치된 윗세족은오름이다(12:33). 윗세족은오름에서 방금 걸어온 길과 앞쪽으로 보이는 풍경들을 본 후 윗세오름대피소를 향해 다시 내려간다(14:39).

 

[윗세오름]

윗세오름은 크고 작은 봉우리 세 개가 연달아 이어져 있는데, 제일 위쪽에 있는 큰 오름을 붉은오름이라 하고, 가운데 있는 오름을 누운오름, 아래쪽에 있는 오름을 족은오름이라 한다. 윗세오름의 큰 봉우리인 붉은오름과 가운데 봉우리인 누운오름 사이에는 윗세오름 대피소가 있다. 가운데 봉우리인 누운오름 동남쪽 기슭에는 노루샘이 있다. 예로부터 윗세오름 또는 웃세오름으로 불렀는데 위에 있는 세 오름이라는 데서 붙인 것으로, 아래쪽에 있는 삼형제오름과 대응되는 것이다. 삼형제오름은 윗세오름의 서쪽 방향인 1100고지휴게소 뒤에 있는 군 통신부대가 자리잡은 삼형제오름/큰오름(1144.9m), 삼형제오름/샛오름(1114.3m), 삼형제오름/말젯오름(1076.9m)이다.

 

윗세붉은오름에 듬성듬성 무리지어 피어난 철쭉들을 보면서 가볍게 걷는 발길은 음용이 가능한 노루샘을 지나고 모노레일과 나란히 좌향으로 틀어가는가 싶으면 이내 여러 채의 건물들이 보이는 윗세오름대피소에 이른다(12:50). 영실에서 이곳 윗세오름대피소까지 걷느라 땀을 많이 흘렸지만 그늘 속으로 들어가면 추위를 느낄 수가 있어 대피소 앞마당의 너른 쉼터 한곳에 우리도 자리를 잡고 창주 누님께서 준비해 오신 김밥과 삶은 계란 등으로 여유로운 점심을 먹는다. 전에는 각 대피소마다 한라산국립공원후생복지회노조에서 매점을 운영해 왔지만 무기한 노동쟁의로 2017년 10월 28일부터 매점 운영이 중단되어 지금은 먹거리를 탐방객 스스로 준비해 와야 한다. 그렇게 따가운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즐기는 점심 식사를 끝내고 우리가 머물렀던 자리를 정리한 후 산행을 재시작한다.

 

다리가 불편하신 창주 누님과 매형 그리고 두점민 씨는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상황에 따라 어리목 탐방지원센터로 먼저 내려가시라 하고 창주와 한근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은 남벽분기점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13:25). 화구벽을 향해 윗세오름 표석을 지나 몇 걸음 올라가면 '해발 1,700m' 표석이 나오고 너덜 같은 탐방로는 잠시 내려섰다가 다시금 남벽을 향해 계단길로 이어진다. 장구목오름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가로막는 금줄과 그 너머에 서 있는 출입금지구역 표시판을 지나면 서북벽으로 이어지지만 지금은 갈 수가 없으니 그냥 눈으로만 쫓아가면서 오래된 기억을 소환하여 서북벽을 올라본다(13:36).

 

짧은 시간 먼 과거의 산길을 떨치고 앞쪽으로 펼쳐진 화구벽의 남벽 아래 저 들판에 보이는 것은 누런 제주조릿대만 가득하니 이런 모습을 보려고 오늘 한라산에 온 것이 아닌데 하늘이 화창하여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배가된다. 제주조릿대에 묻혔지만 그나마 띄엄띄엄 무리지어 피어난 철쭉꽃과 아직 꽃망울을 채 터트리지 못한 철쭉들이 나를 보고 마음을 비우라 하는 듯하여 오늘의 내 복은 이만큼이려니 하면서 탐방로를 따른다. 대신 맑은 날 화구벽의 남벽은 비바람에 깍인 것인지 울퉁불퉁한 모습을 보는 것으로 위안 삼으며 얼마나 걸었을까, 저 앞의 방애오름(1699.6m)을 향해 완만한 나무 계단을 올라서니 '현위치 번호 : 영실 2-21' 위치 표시판이 나온다(14:01). 짧은 내리막길을 내려가다가 더 이상 가 보았자 볼 것이 없으리라 판단하고 윗세오름대피소로 돌아가기로 한다(14:03).

 

진행 방향이 바뀌면 똑같은 사물도 다르게 보이는 것인지 남벽분기점을 향해 가면서 보는 풍경과 되돌아가면서 보는 풍경이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으니 윗세오름대피소로 가는 발걸음이 새삼스럽게 늦어진다. 영실 북벽 상단과 윗세족은오름 방향으로 펼쳐지는 저 너른 선작지왓에는 철쭉꽃보다는 누런 제주조릿대가 더 울창하니 아무래도 철쭉이 제주조릿대에 식생 영역 다툼에서 밀리고 있나 보다. 조릿대가 한라산을 뒤덮고 있는데 적당한 면적만 자랄 수 있도록 무언가 해결 방안이 정립되어야 할 듯 싶다.

 

왔던 길을 되집으며 돌아가는 탐방로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자란다는 구상나무의 화분(?)이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모습도 보면서 설렁설렁 걷다 보니 어느새 점심을 먹었던 윗세오름대피소가 지척이다. 윗세오름대피소에서 돈내코 탐방지원센터 방향으로 출발할 수 있는 시간이 넘었는지 윗세오름 표석 앞에 금줄이 걸렸다(14:33, 5월부터 8월까지 윗세오름대피소에서 돈내코 탐방지원센터 방향으로 진행할 경우 통제시간은 오후 2시이다). 윗세오름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 남벽분기점 방향으로 출발한지 한 시간이 조금 넘은 시간에 다시 도착하였는데 그새 탐방객들이 대부분 하산을 한 것인지 썰렁하지만 잠시 쉬었다가 어리목 탐방지원센터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14:39).

 

만세동산을 향해 완만하게 내려가는 탐방로에서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서 한라산 화구벽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는다. 멈춘 발걸음을 다시 이어가면 '현위치 번호 : 어리목 1-17' 위치 표시판을 지나(14:41) 탐방로 주변에 피어 있는 철쭉꽃과 설앵초를 보면서 내려간다. 보이는 전경의 변화가 거의 없는 완만한 내리막 탐방로를 걸어가다가 대피소 방향으로 올라오는 모노레일에 작은 묘목들이 보여 탑승한 직원에게 물어보니 털진달래 묘목이라고 한다. 제주조릿대에 영역을 빼앗기는 철쭉과 털진달래 개체수를 보존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심어주나 보다.

 

쉬엄쉬엄 내려가는 발걸음은 만세동산 전망대 입구에 이르는데 그 앞에서 한라산 화구벽만 한번 보고 그냥 내려간다(15:08). 아직 그늘을 만들어줄 만한 나무들이 없는 땡볕의 탐방로는 나무데크에서 자연석의 돌길로 바뀌어 탐방 안내도 상의 사제비동산에 도착하고 잠시 후 다시 나무데크 탐방로가 시작되는 곳의 우측편에 있는 사제비물(샘)에 도착한다(15:28). 나보다 앞서간 한근은 어떻게 내려갔는지 흔적도 보이질 않지만 나무데크가 끝나고 조금 내려간 나무의자가 있는 쉼터에서 십여 분간 쉬었다가 하산길을 계속 이어간다(15:31~15:40).

 

윗세오름대피소에서 사제비물까지 완만했던 경사는 이제 어리목을 향해 다소 급하게 내려가야 한다. 더불어 울창한 나무숲으로 조망이 가리는 산길이므로 볼 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돌길로 이어지므로 천천히 내려간다. 만세동산 전망대에 들렀던 창주가 마지막으로 내려와 두점민 씨와 다시 만나 내려가고 급할 것 없는 발걸음이지만 고도가 많이 떨어진 것인지 '해발 1,300m' 표석을 만나자마자 어리목 탐방로 입구까지 1.6km 남았다는 탐방로 안내도가 나온다(15:57). 울창한 나무숲과 햇빛이 만드는 풍경을 즐기면서 쉬엄쉬엄 내려가다 보니 이번에는 창주 누님과 합류하여 다 함께 내려간다. 조금씩 경사가 누그러들면서 어리목 탐방지원센터가 가까워졌음을 알려주는 어리목 목교에 내려서고(16:29) 바짝 말라버린 어리목계곡의 모습을 보면서 다리를 건너 산책로 같은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어리목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면서 철쭉 산행을 끝낸다(16:36).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듯이 분홍색의 천상화원을 연상하였지만 제주조릿대와의 영역 다툼에서 밀린 것인지 아니면 시기적으로 조금 일렀던 것인지 화창했던 날씨라 기대가 더 컸던 영실→남벽→어리목 구간의 철쭉산행이 끝났다. 우리보다 먼저 내려왔던 한근을 다시 만나 작은 차에 여섯 명이 승차하여 1100고지휴게소를 경유하여 영실휴게소에 도착, 주차하였던 창주 누님의 차량을 회수하여 숙소로 돌아간다. 그리고 어둠이 어슴푸레 내려앉는 저녁 시간, 남원읍 위미항의 회센터에서 창주 누님과 매형이 사 주신 회와 함께 간단한 반주를 하면서 오늘 즐거웠던 산행을 마무리한다.

 

산행기를 작성 하면서 인터넷으로 검색한 결과 금년에는 6월 7일(일) 산행 사진에 온통 분홍색으로 바뀐 선작지왓을 보았다. 결론적으로 사오 일 늦추어 주말에 산행했었더라면 기대했던 풍경을 볼 수가 있었을 텐데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 본다.

 

 

[교통 정보]  ※ 대중교통별 운행시간이 수시로 변경될 수 있으므로 해당 교통편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재확인을 요함

제주버스터미널 → 영실매표소(어리목 경유) 240번 간선버스 운행시간(삼화여객 ☎ 064-753-1621)

    (동∙미) : 동절기(11월1일~3월31일) 미운행

    [52분 소요 / 평일] 06:30(동∙미) 07:30 08:30 09:30 10:25 11:30 12:30 13:30 14:30 15:20 16:10(동∙미) 17:10(동∙미)

    [52분 소요 / 주말] 07:30 08:30 09:30 10:25 11:30 12:30 13:30 14:30 15:20

    (어리목 경유 시간은 영실매표소 도착 시간에서 15분을 빼면 됨 / 제주터미널에서 09:30 출발, 어리목에는 10:07 도착)

 

제주 국제컨벤션센터 → 영실매표소 240번 간선버스 운행시간(삼화여객 ☎ 064-753-1621)

    [26분 소요 / 평일] 08:10 09:10 10:10 11:10 12:10 13:10 14:10 15:10 16:10 17:00 17:50 18:50

    [26분 소요 / 주말] 09:10 10:10 11:10 12:10 13:10 14:10 15:10 16:10 17:00

    (어리목 경유 시간은 영실매표소 출발 시간에 19분을 더하면 됨 / 영실매표소에서 09:36 출발, 어리목에는 09:55 도착)

 

영실매표소→제주버스터미널(어리목 경유) 240번 간선버스 운행시간(삼화여객 ☎ 064-753-1621)

    [54분 소요 / 평일] 08:36(동∙미) 09:36 10:36 11:36 12:36 13:36 14:36 15:36 16:36 17:26 18:16(동∙미) 19:16(동∙미)

    [54분 소요 / 주말] 09:36 10:36 11:36 12:36 13:36 14:36 15:36 16:36 17:26

    (어리목 경유 시간은 영실매표소 출발 시간에 19분을 더하면 됨 / 영실매표소에서 09:36 출발, 어리목에는 09:55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