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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산행

[2018-04-01] 천마산 - 느리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천마산 - 느리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산행일시] 2018.04.01(일) 09:57~16:30(6시간 33분)

[날       씨] 흐림

[산행인원] 김창주, 조한근, 성봉현

[접       근] 롯데백화점/구리역 → 호평동 차고지 : 165번 시내버스

[이       탈] 경성아파트 → 롯데백화점/구리역 : 1-4번 경기버스

[산행시간] 호평동 165번 버스종점(09:57) → 천마의집(10:33) → 헬기장(11:08~11:46) → 천마산(12:17~12:22))

                   → 구릉(12:57~14:55 → 스타힐 리프트 정상(15:47) → 마치고개(16:16) → 경성아파트 버스정류장(16:30)

[산행지도] 1:50,000 성동,양수(국토지리정보원 1:25,000  2013년 On-Map 편집)

 

[구글 어스]  2018-04-01_천마산.gpx

 

[산행기록]

봄철이라 그런지 요근래 맑은 날씨를 보기가 힘들지만 주말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아침부터 흐리기만 한 하늘을 올려다 보면서 신내동에서 버스를 타고 망우로에서 경기버스로 환승하여 구리 롯데백화점에 도착한다. 구리역 방향에서 오는 창주와 한근을 만나 165번 시내버스에 승차하는데 생각보다 승객이 없어 여유롭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버스가 호평동 파라곤아파트가 있는 곳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회차를 하더니 종점이란다. 버스에서 내려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호평초등학교 인근의 편의점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 산행을 시작한다(09:57).

 

공영주차장의 왼쪽 도로를 따라 몇 걸음 옮기면 수진사 갈림길이 나오고 '천마산 군립공원 호평등산로' 이정표가 서 있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초입의 등산로 앙 옆으로 다람쥐의 열매저금통이 나무 기둥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주차장에서 0.3km 올라왔고 정상까지 2.5km 남았다고 적힌 '(구)매표소' 표지목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이곳의 이정표에는 '천마산 정상 2.6km'라고 표기되어 있다(10:07). 포장도로에서 벗어나 우측의 산길로 진행하지만 다시 도로와 만나지만 가로질러 계속해서 산길로 오른다(10:15).

 

계곡을 우측에 두고 오르는 산길이라 그런지 아니면 해빙기여서 그런 것인지 물기를 머금은 흙길을 간간이 지나면서 올라가면 포장도로를 다시 만나는데 이정표에 '천마의집'으로 표기된 '서울특별시 학생교육원 천마산 야영교육장'이 윗편에 있다(10:33). 수진사 입구부터 올라온 포장도로를 따라 한구비 돌아 올라서면 사릉길(다산길 13코스)과 합류되는 곳으로 포장도로의 끝이다(10:36).

 

사릉길 종점인 마치고개를 향해 오르는 산길은 지금까지와 달리 다소 경사진 오르막으로 바뀌지만 흙길의 감촉이 여전히 편하다 원형의 통나무를 이용하여 계단 형태로 정비한 천마산 가는 길은 나무의자가 있는 쉼터를 지나(10:47) 헬기장에 도착한다(11:08). 헬기장이라 표기된 표지목이 있는 곳으로 헬리콥터가 이착륙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듯한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다. 오늘 우리의 산행은 딱히 정해진 끝점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바쁜 것도 없으니 휴식을 한다고 한 것이 사십여 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주변을 정리하고 천마산 정상을 향한 오름길을 다시 이어간다(11:46).

 

흙보다 돌덩이가 더 많이 보이는 오름길은 조금 가팔러지는가 싶더니 임꺽정바위라 적힌 표지목을 만난다(11:58). 표지목 뒷편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위험! 샛길 출입금지' 현수막이 가로막고 있으며, 더불어 아래쪽으로 가는 길은 가파르고 위험하니 오른쪽(호평동) 길로 내려가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커다란 임꺽정바위를 가녀린 나뭇가지들이 밑둥을 떠받치고 있는데 언제까지 버틸려는지 궁금하지만 나무계단으로 올라간다. 나무계단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왼쪽으로 의자가 있는 전망쉼터가 나오는데 오늘은 흐릿한 날씨 때문에 조망권이 아쉽다(12:03).

 

얼마 남지 않은 정상을 향해 올라가면 화도 관리사무소로 분기되는 삼거리가 나오고 바위구릉을 넘어가면 천마산(810.3m) 정상이다(12:17). 좁고 길쭉한 형태의 정상부에는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여러 산꾼들이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기 위해 북적거린다. 정상석 뒤편의 삼각점[양동(양수) 21 / 1983 복구]을 확인하고 건너편의 멸도봉에 눈길 한번 주고서 천마산 정상을 벗어난다(12:22).

 

왔던 길을 따라 바위구릉을 지나 만나는 삼거리에서 좌측길로 내려가면 바로 또 다른 이정표가 나오는데 이곳이 백봉산 방향 분기점으로 한북천마지맥 상의 마치고개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12:27). 2005년 9월에 한북천마지맥을 진행할 당시에는 이정표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지금은 낯설은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그것도 우측의 백봉산 방향 표시목은 떨어진 것을 새로 보수했는지 색깔부터 선명하다. 산객들 대부분 관리사무소(묵현리) 방향으로 내려가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우측 3시 방향의 백봉산 방향으로 내려간다.

 

헬기장에서 천마산 정상을 올라올 때 보다 더 가파른 내리막길을 낙엽과 자잘한 너덜 때문에 천천히 내려가기를 얼마나 했을까, 급한 내리막이 숨을 고르는 듯 완만해지는 곳을 지나 조금만 더 내려가면 능선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곳이 나온다(12:43). 좌측은 절벽처럼 깍인 곳 앞에 나일론 밧줄이 묶여 있는 길이 있고 자연스레 우직진하는 계곡능선길의 분기점이다. 2005년 9월 한북천마지맥 1구간을 걸을 때 이곳에서 헤메었던 경험이 있어 아직도 기억이 또렸한 곳이다.

 

얇은 밧줄을 따라 좌측으로 돌아 올라선 후 내려가는 산길은 다시 조금 가파른 경사길로 이어지다가 야트막한 구릉으로 올라선다(12:57). 지형도 상 500능선 구릉으로 여기서 자리를 펴고 조촐한 점심을 먹고 나니 식곤증이 몰려 온다. 잊을만 하면 지나가는 산꾼들의 발걸음 소리를 자장가 삼아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 보다, 잠에서 깨어 시간을 확인해 보니 한참 지났다. 한 시간 이상 잠이 들었다가 깨어난 것으로 자리를 정리하고서 마치고개를 향해 하산길을 이어간다(14:55). 오늘 산행의 종점이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여유롭게 아니 느린 산행을 하기에는 처음이다.

 

완만한 안부를 지나 엇비슷한 높이의 구릉을 더 넘어 내려가는 산길을 덮고 있는 참나무 낙엽들이 우리의 발걸음에 놀란 것인지 말을 걸어오는 듯 바스락거리면서 호젓한 산길의 정적을 깨트린다. 그리고나서도 한참을 걸어가 올라선 또 다른 구릉에는 굴피를 채취했던 자리에 새 껍질이 돋아난 참나무 한 그루가 안쓰럽기만 한데 내려서서 만나는 생강나무의 흐드러진 노란 꽃들이 조금 전의 안쓰러움을 반감하라 한다. 조금 더 내려가서 만난 안부에는 나무의자 두 개와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데 좌측은 '묵현리 입구'라고 표시되어 있다(15:22). 반면 직진하는 산길 방향은 사릉길 종점인 마치고개까지 2.0km 남았다고 한다.

 

완만한 산길을 따라 올라선 구릉(405봉)에도 사릉길(다산길 13코스) 이정표가 세워져 있고(15:37) 잠시후 조망이 트이는 곳에 이르니 백봉산 아랫편에 엄청난 면적이 맨땅을 드러내고 있는데 무슨 공사현장인지 모르겠다(다음지도로 검색해 보니 2021년 1월에 입주 예정인 두산알프하임 아파트 공사현장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려가면 천마산스키장으로 불리었던 스타힐 리조트의 스키 리프트 정상부인데 문 닫은 카페가 을씨년스럽다(15:47). 서울 인근의 다른 스키장으로 스키어들을 빼앗기며 기세가 쪼그라든 스타힐 리조트, 초라한 모습을 보면서 구릉을 넘는다.

 

마치고개까지 0.4km 남았다는 이정표를 지나 내려가는 산길은 여전히 푹신한 참나무 낙엽으로 덮여 있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사릉길(다산길 13코스)와 마치고개길(다산길 7코스)가 만나는 능선에 이른다(16:05). 이제 앞쪽으로 있는 야트막한 구릉만 넘으면 고갯마루 아래편에 뚫린 마치터널로 차량들이 왕래하면서 차량 통행이 뜸해진 마치고개가 나올 것이므로 발걸음을 잠시 쉬었다가 이어간다(16:09). 원래 백봉산을 넘으려고 계획하였지만 그것은 계획일 뿐이었나 보다. 거북이 걸음으로 진행한 산길 마치고개에서 접기로 한다.

 

오늘 산행의 마지막 구릉에 올라서서 마치고개로 내려가는 능선길을 버리고 좌측으로 간벌된 계곡능선을 따라 내려간다(16:12). 간벌된 나뭇가지들에 발걸음을 불편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마치고개로 이어지는 도로에 내려서니 아랫편으로 경성아파트가 보인다(16:16). 경성아파트를 향해 내려가다가 만난 주민의 안내에 따라 빌라 사이로 지나가니 마치터널에서 나와 마석 방향으로 내려가는 도로가 나온다. 마석 방향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경성아파트 버스 정류장이 나오고 이곳에서 경기버스를 타고 구리 롯데백화점으로 원점회귀한다(16:30).

 

오늘 산행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느리게 걸었다는 생각만 든다. 하지만 느리다는 것의 기준이 무엇인가 생각하는 것을 버스도 알고 있는 것일까, 금곡동구종점에서 직진하면 되는 것을 홍유릉 쪽으로 좌회전하더니 양정동 방향으로 우회하여 도농역으로 다시 진행하니 오늘은 느림의 미학을 느껴보라는 날이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