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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산행 기록/한반도 물길을 동서로 가르는 산줄기

[2015-10-03] 백두대간 32구간(한계령 → 미시령) : 너덜겅 순례 후의 숨바꼭질 놀이

백두대간 32구간(한계령 → 미시령) : 너덜겅 순례 후의 숨바꼭질 놀이

 

[산행 일시]  2015.10.03(토) 02:55~18:02(15시간 7분)

                  (산행시간 : 13시간 14분 / 휴식시간 : 1시간 53분 / 헛걸음시간 : 0시간 00분 // 대간 (접근·이탈)시간 : 0시간 00분)

[날       씨]  맑음 / 하루 종일 강풍

[산행 인원]  성봉현

[대간 접근]  서울(고속터미널역 8-2번 출입구 앞) → 한계령 : 제로산악회 전세버스 이용(22,000원)

[대간 이탈]  미시령 → 아야진초등학교(고성) : 친구(김창주) 자차

[산행 시간]  한계령(02:55) → 한계령 삼거리(04:24~04:30) → '설악 09-09' 표지목(05:34~05:50) → 끝청(06:41~06:49)

                  → 중청대피소(07:14) → 대청봉(△, 07:31~07:36) → 중청대피소(07:48) → 소청대피소 갈림길(08:06)

                  → 희운각대피소(08:45~08:47) → 무너미고개(08:50~09:00) → 1266봉(10:36~10:42)

                  → 마등령삼거리(12:00~12:02) → 1326.7봉(△, 마등봉/세존봉, 12:19~12:50) → 1279.9봉(14:20)

                  → 저항령(14:54~14:59) → 황철봉(16:05~16:08) → 1318.9봉(△, 황철북봉, 16:35~16:38)

                  → 미시령 무인 감시 카메라(17:47~17:52) → 미시령(18:02)

[산행 지도]  1:50,000  설악(국토지리정보원 1:25,000 온맵 편집)

                  월간 '사람과 山' 1대간 9정맥 종주지도(2009년 20주년 특별부록) 23구간(단목령~미시령)

 

 

[구글 어스]  2015-10-03_백두대간_32_한계령~미시령.gpx

 

[산행 기록]

   추석 연휴가 끝난 다음 날인 구월의 마지막 날 조침령에서 한계령까지 대간 산꾼에게 상당히 까다로운 구간을 마무리하였었다. 이제 남은 구간은 한계령에서 미시령을 경유하여 진부령까지 진행하는 두 구간 뿐이다.

 

   한북정맥을 시점으로 시작한 산줄기 산행을 하면서 내 자신과 한 약속이 있는데 야등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구간인 한계령에서 미시령까지는 산행 예상 소요 시간이 14시간 내외인 점을 감안한다면 희운각대피소를 이용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한계령~희운각대피소/희운각대피소~미시령 그리고 미시령~진부령의 세 구간으로 늘어날 뿐만 아니라 시월 초순에 끝내야 하는 사유가 있는 나에게는 미시령을 두 번 들러야 하는 불편함과 시간적 낭비가 생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한계령에서 대청봉까지 이미 밝은 대낮에 여러 번 산행하였으므로 새벽 산행을 하기로 한 것이다.

 

   본격적인 단풍철이 시작되기 전에 두 구간 남은 대간을 끝내기 위해 한계령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찾다가 산악회를 이용하기로 한다. 반면 날머리 교통편은 구리에 사는 친구인 창주가 미시령 뿐만 아니라 진부령까지 택배하기로 하였으니 모든 것이 순조롭게 풀렸다.

 

   인터넷으로 금요일 밤 무박으로 서울을 출발하여 한계령에서 설악산을 산행하는 제로산악회에 예약과 동시에 회비를 입금하였다. 2012년 5월 3일 지리산에서 출발한 백두대간 산행을 끝내려 아니 남쪽 구간의 종착점으로 가기 위해 금요일 밤 산악회 버스에 승차한다. 23시 25분에 고속터미널역을 출발한 산악회 버스는 설악휴게소에서 50분간 정차한 후 한계령주차장에 도착하니 새벽 2시 25분이다. 아직은 단풍이 이른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많은 차량과 등산객들로 혼잡한 주차장에서 산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린다. 한계령에서 입산 가능 시간은 동절기(12:16~02.28) 04:00~11:00이며 하절기(05.16~11.14) 03:00~14:00다.

 

   새벽 3시 전에 조금 일찍 산문이 열리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산꾼들이 설악루를 향해 계단을 오르는데 나 역시 그들과 뒤섞여 2시 55분 한계령휴게소의 산문을 통과한다. 시멘트 계단으로 시작한 오르막길은 설악루에서 끝나고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돌로 정비된 길을 따라 한계령탐방지원센터를 지난다.

 

   설악산의 진면목을 초반부터 보여주는 것인지 여타 산과 달리 돌길로 시작하는 등산로에는 아무 것도 보이질 않지만 앞서간 산꾼들의 헤드 랜턴이 만드는 불빛만이 윗편으로 산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아직 깊은 잠을 자고 있는 설악은 아무 것도 보여주질 않으니 사진을 찍을 일도 없고 또한 지점별 통과 시간과 상황을 기록하는 것도 불편하여 그저 랜턴 불빛에 의지하여 앞만 보면서 올라가는데 초반의 내 의지와 관계없이 밀려서 올라가던 발걸음이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다.

 

   한편 2013년 5월 31일 사무실 직원들과 마지막 올랐던 기억이 떠 오르니 어둠 속이라 하지만 앞으로 나타날 지형지물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낮에 왔다면 귀때기청봉 및 대청봉 방향으로 시원스런 조망이 트이는 1306.3봉을 지나 잠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다 보니 점심을 맛있게 먹었던 안부의 쉼터를 거쳐 어느새 귀때기청봉으로 갈라지는 한계령 삼거리에 도착한다(04:24).

 

   온몸을 휘감으며 스쳐지나가는 바람도 이제는 차갑다라기 보다는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이 오르막길에 체온이 많이 올랐나 보다. 물 한모금 마시면서 잠시 쉬었다가 대청봉을 향해 우측으로 방향을 바꾸는 산길을 따른다(04:30). 한여름이라면 지금쯤 여명이 시작되어 산길의 형태가 구분이 되겠지만 시월이라는 시간 때문에 아직도 미명의 어둠 뿐이다.

 

   어둠 속에 보이는 것은 랜턴 불빛이 비치는 범위 뿐이라 발걸음 속도가 빨라질 수 밖에 없지만 이른 단풍을 찾은 산꾼들의 정체가 완전히 풀리지 않아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완만한 오르내림을 하면서 조금씩 고도를 높여가는 산길을 얼마나 걸었을까, '현위치 번호 : 설악 09-09' 표지판이 있는 평탄한 능선에서 배낭을 벗어 내려놓고 휴식을 취한다(05:34). 갈 길이 멀기에 허기가 들기 전 미리 김밥 한 줄을 먹다 보니 시간이 꽤나 흐른 듯하여 다시 산길을 이어간다(05:50).

 

   날씨가 흐린 것인지 여명이 시작될 시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어둡지만 그래도 랜턴이 필요없을 정도가 되어 배낭에 수납한다. 랜턴 불빛 없이 지나면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밝아진 산길의 이정표[↑중청대피소 2.6km  ↓한계령 5.1km]를 지난다(06:06). 회색빛 구름을 덮고 있는 서북능선의 산길도 이제 플레시를 발광하지 않아도 촬영될 만큼 밝아져 산길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아 본다(06:15).

 

   부드러운 능선 상의 이정표[↑중청대피소 1.6km  ↓한계령 6.1km]를 지나(06:29) 끝청(1609.6m)에 올라 잠시 쉬었다 간다(06:41~06:49). 구름이 아직 걷히지 않았지만 동해에서 일출이 시작되었는지 대청봉 너머로 밝은 빛이 구름을 뚫고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중청봉에는 짙은 구름만 가득하여 두 봉우리가 대조되는 모습을 보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구름만 자욱한 중청봉(1664.5m)이다(07:07).

 

   기상 레이더 때문에 중청봉을 우회하는 산길은 이정표[↖소청봉 0.7km  ↓한계령 7.4km  ↗대청봉 0.6km]가 있는 삼거리를 만난다(07:12). 대간 마루금은 이곳에서 우측 대청봉으로 올라 희운각대피소를 향한 북쪽의 능선으로 바로 내려가야 하지만 통제 구역이다. 그래서 중청대피소를 거쳐 다시금 이곳 삼거리로 돌아와 소청봉을 지나 희운각대피소로 내려가야 한다. 어차피 다시 지나야 할 지점이라면 굳이 대청봉을 올라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은 추호도 없이 바로 대청봉을 향해 우측길로 진행한다.

 

   조금만 내려가면 중청대피소인데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산꾼들로 시끌벅적하여 바로 대청봉으로 향한다(07:14). 중청대피소를 지나자마자 어디에 숨었다가 나타났는지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에 몸이 휘청거려 줄을 잡고 오른다. 거센 바람은 몸의 중심을 흔들 뿐만 아니라 체감 온도마저 떨어뜨려 추위를 느끼게 하지만 바람 때문에 빨리 걸을 수도 없다. 내려오는 산객들을 피해 힘들게 대청봉에 올라서니 많은 산객들이 정상석을 붙잡고 인증 사진을 찍으려고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07:31).

 

   날이 좋다면 꿈틀거리는 공룡을 볼 수 있을 텐데 짙은 구름에 시야가 좁아 오늘은 별로다. 또한 정상석만을 촬영하기에는 애당초 힘든 상황이라 포기하고 삼각점[설악 11 / 1987 재설]과 이정표 등 주변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는다. 백두대간을 시작하던 날 역시 오늘처럼 이른 새벽녘에 출발하여 지리산 천왕봉에 도착하니 짙은 구름과 거센 바람이 어깨동무하였었는데 오늘 설악산의 대청봉에서도 회색빛 구름과 함께 거센 바람이 반복되고 있다. 대간의 시·종점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두 산 모두 구름과 바람에 숨어 버린 것이 아무래도 산신령과 약주 한 잔 다시 해야 하려나 보다. 미련을 버리고 바람에 떠밀려 중청대피소를 향해 내려간다(07:36).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바람에 맞서며 조심조심 내려가 도착한 중청대피소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람이 다소곳하다(07:48). 다시금 한계령에서 오는 삼거리를 지나 중청의 어깨를 따라 돌아가는 산길은 나무 계단을 내려간 후 소청봉(1581m)을 지난다(08:03). 봉우리 같지 않아 다들 무심코 지나기 쉬운 소청봉을 지나면 좌측의 소청대피소와 봉정암으로 분기되는 갈림길이 나온다(08:06).

 

   이정표[←(소청대피소 0.4km / …)  ↓(대청봉 1.2km / …)  ↑희운각대피소 1.3km]만 사진기에 담고 계속 내려간다. 이제부터는 희운각대피소까지 급경사의 돌길을 내려가야 한다는 것을 모르면 좋으련만 이미 알고 있으니 발걸음이 더 힘들게 느껴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청봉의 상황과 달리 가야 할 공룡의 모습이 희미한 구름 속에서 반겨주고 있는 것이다. 한계령에서 서북능선에 오를 때보다는 덜 심하지만 희운각 방향의 내리막길도 정체되고 있다. 긴 나무 계단이 끝나면 바윗길이 나오고 한참을 내려가서야 또 나무 계단으로 연결되는데 그 계단이 끝나고 드디어 희운각대피소에 도착한다(08:45).

 

   희운각대피소의 앞마당을 꽉 채운 산객들로 이곳에서 아침을 먹으려던 계획을 변경하여 그냥 무너미고개로 진행한다(08:47). 잠시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서면 만나는 응급 환자 구조용 구조물에 많은 사람들이 올라선 모습을 보면서 무너미고개로 내려선다. 바로 이정표[(↑(공룡능선 / 마등령삼거리 4.9km)  ↓(대청봉 2.7km / …)  ↗(양폭대피소 1.8km / ..)]가 있는 무너미고개에 도착하였지만 이곳도 단풍 산행객들인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기는 희운각대피소와 별반 차이가 없다(08:50, 이곳은 지형도에 부내고개로 표시되어 있지만 무너미고개, 무네미고개라고도 한다).

 

   산길 한편에 배낭을 벗어 놓고 사과 한 개를 먹으면서 쉬었다가 설악산 깊숙한 곳에 숨은 공룡을 만나러 다시 출발한다(09:00). 공룡능선을 다시 걸어가는 것이 얼마만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울긋불긋한 가울옷으로 치장하는 초입부의 산길부터 낯설기만 하다. 돌로 정비된 길을 따라 걷다가 오르막길을 올라선 암릉에서 잠시 멈추어 덧입었던 자켓을 벗어 배낭에 다시 수납한다(09:08~09:10). 다시금 계속 올라가는 암릉길을 따라 이정표[↑(마등령삼거리 4.1km / …)  ↓(대청봉 3.5km / …)]가 설치된 신선대에 이른다(09:23).

 

   조망이 아름다운 곳이지만 안개구름이 아직 완전하게 걷히질 않아 마등령으로 달려가는 공룡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어 아쉽다. 암릉의 길을 따라 줄을 잡고 수시로 오르내리는 공룡능선의 산길도 슬슬 정체가 시작되는지 발걸음의 속도가 조금씩 느려진다. 이정표[↑(마등령삼거리 3.6km / …)  ↓(희운각대피소 1.5km / …)]가 서 있는 안부를 지나고(09:38) '현위치 번호 : 설악 03-06, 해발 1,159m' 표지판이 서 있는 쉼터도 만난다(09:54).

 

   천화대를 우측에 두고 좌사면 하단부로 우회하는 암릉의 좁은 오르막길에서 내려오는 산객들과 맞물려 혼잡을 빗는다. 내려오지도 못하고 올라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앞서간 누군가 교통 정리를 한다. 한 방향으로 10명씩 통과하기로 하면서 교차 주행을 하다 보니 십여 분 이상을 기다린 후 통과할 수 있었다.

 

   전국 각지의 산악회에서 온 단풍 산객인 것으로 보이는데 단풍 시기가 이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단풍 산행이 시작되었나 보다. 그런데다가 안부를 지나 1266봉으로 올라가는 길마저 혼잡도가 심해서 앞사람이 일보 전진하면 같이 따라서 일보 전진하기를 얼마나 했을까, 드디어 이정표[↑(마등령삼거리 2.1km / …)  ↓(대청봉 5.5km / …)]가 서 있는 1266봉을 우회하는 하단부의 쉼터에 올랐다(10:36).

 

   하염없이 흐르는 땀도 식히면서 간식을 먹기 위해 잠시 쉬는 동안에도 많은 산객들이 지나간다. 미시령에서 창주와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에 만나기로 했는데 이렇게 가다가는 마등령삼거리까지 도착하는 것도 수월찮아 보인다. 거기에다 지도 상에 세존봉으로 표기된 1326.7봉을 지나 우리나라 최대의 너덜 지대인 저항령과 황철봉을 밝을 때 지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머리만 지끈거려 일단은 열심히 가야지 하면서 일어난다(10:42).

 

   연속해서 널뛰기하는 공룡의 등줄기 산길은 먹은 것이 부실한 홀로 산꾼을 지치게 하는 것도 있지만 예상치 못했던 산객들 때문에 내 걸음의 속도 조절이 안되어 한걸음씩 옮기는 발걸음마저 조금씩 지쳐만 간다. 우측으로 거대한 암벽이 버티고 있는 암릉길을 오르내리면서 이정표[↑(마등령삼거리 1.7km / …)  ↓(대청봉 5.9km / …)]를 지나고(10:53) 좁은 안부 계곡 능선에서 또 한번 심한 정체가 발생된다.

 

   어렵게 정체 지점을 통과하여 이정표[↑(마등령삼거리 1.2km / …)  ↓(대청봉 6.4km / …)]가 있는 곳에 이르고(11:23) 다시 내려갔다가 또 올라가야 하는 산길에는 거센 바람마저 귀찮게 하는데 도대체 언제나 바람이 수그러 들려나. 앞으로 밀리고 뒤에서 밀리며 가는 발걸음이지만 그래도 마등령삼거리까지의 거리는 줄어드는지 '현위치 번호 : 설악 03-01' 표지판이 있는 나한봉(1297.4m)에 도착한다(11:46). 이제 저 앞쪽의 봉우리만 넘어가면 마등령삼거리가 지척이다. 무명봉을 지나 거칠었던 공룡의 등뼈를 완전히 벗어나니 등로는 완만하게 내려가 마등령삼거리에 이른다(12:00).

 

   마등령삼거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지만 명칭이 마등령에서 마등령삼거리로 바뀌면서 이정표[←오세암 1.4km  ↓희운각대피소 5.1km  ↑(설악동탐방지원센터 6.5km / …)] 및 탐방로 안내판도 바뀌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지만 이미 선점한 산꾼들로 인해 자리가 없어 마루금 능선을 따라 비선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12:02).

 

   부드럽게 올라가는 산길이 끝나는 정점에서 대간 능선은 좌측으로 계속 올라가는 반면 비선대 방향은 직진으로 내려가야 한다(12:07). 이곳 역시 점심 식사를 하는 산꾼들이 여러 팀 있는데 금줄을 넘어선 곳에도 한 팀이 자리잡고 있다. 국립공원특별보호구 안내판 뒷편의 금줄을 넘어 식사하는 산꾼들을 지나 지형도 상 세존봉으로 표기된 1326.7봉을 향해 빠르게 올라간다. 각목으로 틀을 만든 것이 헬기장으로 사용되는 듯한 곳을 지나(12:09) 대간길을 따르는데 두 명의 산꾼이 내려온다. 미시령에서 출발했다는 대간 산꾼들로 조금 전 안내판 인근에서 식사 중인 산꾼들의 한 팀과 일원인 듯 지나친 산꾼을 보았는지 물어본다. 잠시 짧은 대화를 나누고 계속 올라가니 자잘한 너덜 구릉에 삼각점[설악 304 / 2007 재설]이 매설된 지형도 상 세존봉(1326.7m)으로 작은 돌판에 '백두대간 마등봉 1327M 외대산악회'라고 쓰인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12:19).

 

   잠시 멈춰선 채 사방을 둘러본다. 아침에 지나온 대청봉과 공룡능선, 그리고 울산바위와 동해 및 저 멀리 가야 할 황철봉 등등 막힘없이 펼쳐지는 조망은 시원스럽지만 오늘은 아쉽게도 뿌연 연무가 남아 있어 시야가 그리 맑지를 못한데다가 아직도 거센 바람으로 오래 서 있기가 힘들다. 올라온 길과 거의 나란히 내려가면서 살짝 우측으로 틀어가는 대간 능선을 따라 몇 걸음 내려간 지점에서 키 작은 나무들 사이로 들어간다. 바람을 피해 자체 발열 도시락으로 점심을 준비하면서 미시령에서 만나기로 한 창주에게 전화를 하는데 통화가 되질 않는다.

 

   공룡능선에서 정체되어 예상보다 한 시간 늦게 도착한 1326.7봉, 미시령으로 가야 할지 갈등이 생긴다. 이곳에서 미시령까지 6시간을 예상하고 있는데 점심을 먹고 오후 1시에 출발한다면 미시령에 도착하는 시간은 저녁 7시 …, 요즘 저녁 6시면 어느 정도 어두워질 텐데 가기에도 그렇고 안 가자니 비선대로 탈출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고 이래저래 머리 아프다. 잠시 고민하다가 미시령으로 가는 데까지 가 보기로 하고 껄끄러운 점심을 끝낸 후 발걸음을 다시 옮긴다(12:50).

 

   산행 전 선답자의 산행기에서 보았던 작은 너덜이 바로 시작된다. 너덜겅의 우측으로 갈지(之)자 형태를 그리면서 조심스럽게 내려가면 너덜이 짧게 끝나면서 우측편 숲길로 산길이 이어진다(12:53). 하지만 숲길은 몇 걸음 걷지 않아 다시 너덜 지대로 나가는데 중간중간 빨강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표시된 화살표가 길을 안내하고 있다. 정면으로 보이는 암봉 능선의 아랫부분으로 오르내리다가 끝자락에서 우측으로 넘어 내려가면 저항령인데 아직은 모른 채 진행하는 중이다.

 

   너덜의 내리막이 끝나는 곳에서 선답자의 표지기들을 따라 숲길로 들어서면(12:57) 한동안 흙길을 따라 오르내리면서 고도를 낮춘다. 어느 정도 내려섰는지 안부를 만나 다시 오름길이 시작되는데(13:07) 마냥 올라갈 것 같은 산길은 암봉을 좌사면으로 우회하면서 내려간다. 흙길이라고는 하지만 커다란 돌들이 섞여 있는 산길은 그리 쉬운 길이 아닌지 걸음 속도가 생각보다 더디기만 하다. 능선이 바람을 막아주는 것인지 더위가 느껴져 암릉의 능선 상에서 자켓을 벗어 배낭에 수납하고 잠시 쉬어 간다(13:17~13:22).

 

   산길은 계속 반 너덜같은 흙길로 이어지다가 너덜 지대로 나가지만(13:33) 이내 다시금 나무 숲길로 들어선다(13:35). 안부에서 계속 서서히 오르는 형국의 산길은 능선 마루에 올라선 후 암봉을 좌사면으로 우회하고(13:47) 선답자의 표지기와 페인트로 표시된 화살표 방향대로 진행하면서 또 다른 암봉을 만나 좌사면으로 우회한다(13:59). 그리고는 바로 우측 2시 방향의 오르막길을 따라 암릉의 봉우리에 올라서니 지나온 길과 가야 할 길이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처다(14:03).

 

   잠시 사방을 둘러보고 암봉을 조심스레 내려간 후 계속해서 내려가다가 능선 마루를 우측으로 넘어간다(14:11). 몇 걸음 걸어가면 산길은 다시금 좌사면으로 넘어가서 커다란 바위의 너덜 지대를 만나는데 좌측 아랫편으로 내려간다(14:16). 지형도 상 1279.9봉을 좌하단으로 우회하면서 제법 깊숙한 안부에 내려서는데 올라야 할 구릉이 높아만 보이고(14:24) 급경사의 너덜을 지나 바윗길을 조금 더 올라선 후 커다란 바위 사이로 넘어가면 드디어 저항령으로 내려설 수 있는 능선 분기점이다(14:32).

 

   대간 마루금 능선은 저항령으로 내려간 후 직진하여 1368.1봉으로 올라가는데 우측으로 보이는 황철봉(1379.5m)이 더 낮아 보인다. 아직도 심술을 부리는 바람을 피해 저항령으로 내려가다가 적당한 자리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하고 발걸음을 쉼 없이 옮긴다. 말로만 들었던 우리나라 최대의 너덜 지대를 직접 만나러 내려가는 길은 전초전인지 아직은 지금까지 보아온 너덜이나 별 차이가 없고 완만한 내리막길은 나무 숲을 거쳐 너덜 지대로 이어지려는지 키 작은 나무 숲을 지난다. 내려가는 길 도중에 적당한 자리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간식과 물 한모금을 먹으면서 미시령까지 가기 위한 체력을 보충한다(14:37~14:44).

 

   휴식을 끝내고 너덜 지대에 나서니 드디어 본격적인 너덜이 펼쳐지는데 너무 기대해서일까, 너덜의 크기가 생각보다 작아 좀 실망스럽다. 저향령을 향해 내려가는 방향의 커다란 너덜 바위에는 어김없이 빨간색 페인트로 화살표를 표시해 놓았으며, 야간이나 기상 악화에 대비한 것인지 '안전길잡이'라 쓰여진 원통형의 야광 표식이 곳곳에 걸려 있어 산꾼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너덜이 끝나면서 다시 숲길로 이어지고(14:50) 숲을 가로지르는 빨래줄 같은 나일론 줄이 보이는가 싶으면 이내 저항령이다(14:54). 너덜길을 내려와서인지 이렇게 넓고 평탄한 초지의 안부가 있을까 싶은 저항령, '저항령 정상부(1,100M), 그 산(山)에 가고 싶다'라고 인쇄된 종이를 비닐 코팅해서 나뭇가지에 묶어 놓은 것이 보인다.

 

   짧은 휴식을 취한 후 황철봉을 향해 다시 오름길을 시작한다(14:59). 부드러운 흙길이 잠시 이어지다가 너덜 비슷한 돌길로 바뀌어 오르는 산길은 서서히 고개를 들면서 고도를 올려간다. 짧은 밧줄이 있는 곳을 올라선 후(15:09) 우측편 바위로 건너가서 조금만 올라가면 또 너덜길이 시작된다(15:14). 좌측 10시 방향으로 보이는 선답자의 표지기를 따라 너덜을 오르는가 싶으면 금방 끝나면서 가파른 숲길로 이어진다. 한동안 숲길을 따라 오르다가 물 한모금 마시고(15:34~15:36) 조금 더 올라가니 저항령에 이어 두 번째 너덜이 나온다(15:37). 1279.9봉을 지나 저항령으로 내려오면서 만났던 너덜의 바위보다는 규모가 조금 더 큰 바위의 너덜 지대다.

 

   스테인리스 스틸 파이프에 야광 물체를 감싼 야광봉도 보이는 거친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1368.1봉 쪽에서 한 무리의 산꾼들이 내려온다. 오르던 발걸음을 잠시 멈춰선 채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그 유명한 감마로드 회원들이다. 즐거운 산행을 기원하면서 그들과 헤어져 다시 오른다. 계속하여 얼기설기 엮어놓은 듯한 너덜을 조금 더 올라가니 드디어 가파른 오르막의 정점인 1368.1봉이다(15:51). 저항령을 내려서기 전 보았을 때에는 그리 힘들 것 같지 않았는데 막상 올라보니 너덜의 오름길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

 

   너덜이 끝난 것이지 흙길의 산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만나는 삼거리인 듯한 곳에서 좌측 9시 방향으로 진행한다(15:54). 고저 차가 별로 없는 흙길로 완만하게 이어지는 마루금은 십여 분 후 돌밭에 '천연보호구역'이라 음각된 화강암 표석이 있는 곳을 만나는데 그 위편의 나뭇가지에 '백두대간 황철봉(1,381M) / 산신령·산중모·초록'이라 인쇄된 명판이 걸려 있는 황철봉(1379.5m)이다(16:05). 이곳까지 오느라 고생했다는 것인지 그렇게 거칠게 불어 대던 바람도 잔잔해지면서 홀로 산꾼을 위로해 주어 숨 한번 고르고 출발한다(16:08).

 

   잡목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의 완만한 내리막길은 어느 순간 서서히 오르막으로 바뀌어 능선 구릉을 지나고(16:20) 돌밭의 숲길로 이어지는 마루금 산길은 다시 너덜 지대로 나선다(16:34). 하지만 너덜은 바로 위 황철북봉으로 불리는 1318.9봉에서 끝나며 그 정점에 삼각점[설악 22 / 1987 재설]이 매설되어 있다(16:35).

 

   삼각점을 확인하고 주변의 풍광을 잠시 조망한 후 미시령을 향한 하산길을 시작한다(16:38). 직진하는 길이 있지만 대간 마루금은 삼각점의 번호를 똑바로 볼 때 좌측 9시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짧은 숲길은 너덜 지대로 이어지는데 숲길서부터 미시령 방향으로 나일론 줄이 길을 안내하고 있다(16:41). 다음 구간인 상봉과 신선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서면서 빨리 오라 아우성치니 어딘가 숨어 있던 거센 바람이 또 시샘을 시작한다.

 

   아래에 보이는 미시령 옛길을 보면서 너덜을 내려가는데 나일론 줄도 동행하려는지 야광봉을 매단 채 따라오고 있다. 바위와 바위 사이를 건너뛰면서 내려가는 재미에 그리 힘들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 채 세 번의 너덜 지대가 끝나고 다시 숲길이 나온다(17:02). 이제부터는 자잘한 너덜이 숲길에 뿌려진 듯 고도를 낮추면서 안부까지 쫓아온다(17:12).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치미 떼는 흙길의 마루금은 완만하게 올라 아무런 표시도 없는 능선 분기점인 야트막한 구릉에 이르는데 우측 2시 방향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울산바위로 가는 길이며 미시령은 좌측 11시 방향의 능선이다(17:20). 이곳에서부터 휴대용 간이 무전기의 전원을 켜 놓기로 약속한 창주에게 휴대폰으로 연락을 해 보니 미시령으로 오고 있는 중이라 한다. 사전 각본에 의하면 지금쯤 미시령에 도착해서 국공단 직원들의 동태를 알려주기로 했는데 …

 

   하여 6시가 넘어서 도착할 요량으로 천천히 내려가기로 한다. 좌측길로 완만하게 내려가는 마루금은 돌로 얕게 만든 원형 구조물을 지나고(17:33) 하얀 나일론 줄이 땅바닥에 붙어서 길을 안내하고 있다. 시야를 가리던 나무들이 사라지고 드디어 미시령 도로가 보이는가 싶더만 능선 중턱에 있는 국공단의 무인 감시 카메라도 눈에 띈다. 자연스레 나도 모르게 느린 발걸음이 더 늦추어지지만 안 내려갈 수는 없기에 조심조심하면서 내려간다.

 

   드디어 무인 감시 카메라 인근에 도착해서 어떻게 통과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우측으로 우회길이 있다는 선답자의 산행기가 생각난다(17:47). 길도 없는 곳으로 나뭇가지를 뚫고 진행해 보지만 몇 걸음 걷지 못하고 다시 원위치하여 잠시 망설이다가 정면 승부하기로 한다(17:52). 퇴근 시간이 되었다고 하지만 막상 감시 카메라가 지척인 곳에 이르니 마음이 바뀌어 좌측으로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우회하여 돌아 내려간다. 그렇게 용대리 방향으로 조금 내려간 지점으로 향하는 길을 따르다가 미시령으로 올라오니 철망 너머로 미시령 감시 초소가 보인다(18:02). 멀찌감치 서서 동태를 파악하는데 아무런 인기척이 없어 철망까지 나와 잠시 머뭇거리다가 철망을 넘어 자유의 몸으로 복귀하였다.

 

   미시령 정상석을 촬영하고 주변을 잠시 둘러보는데 오늘 아침 구리에서 출발하여 인제 자작나무 숲과 소똥령마을을 둘러본 창주가 도착한다. 2006년 10월에 백두대간을 끝마친 창주가 나의 백두대간 산행의 마지막을 함께 하면서 지원을 해주기 위해 온 것이다. 남들도 다 한 산줄기 산행이 끝난다고 창주, 창주 처인 두점민 여사와 후배 그리고 김명호씨가 동행하였으니 부담스럽지만 어이하랴. 복장을 정리하고 창주 차량으로 사전에 허락을 구한 큰동서 형님의 아야진 집으로 이동한다.

 

   아야진초등학교 인근의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땀도 씻은 후 오호리의 어느 횟집으로 이동, 전복치 회와 함께 소주 한잔 하면서 32구간의 무탈한 산행 마무리 그리고 내일의 마지막 구간도 무탈하기를 마음 속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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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 한계령휴게소  시외버스 운행 시간(양양고속·시외버스터미널  ☎ 033-671-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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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양종합버스터미널 홈페이지(http://www.yangyangterminal.co.kr)  '시외버스 → 동서울종합터미널' 참조

 

양양에서 한계령까지 택시를 이용할 경우 요금은 30,000~35,000원 정도 예상됨(2015.10.03 현재 기준)

   [양양 개인택시]  ☎ 033-671-1199, 033-672-1199 / 010-3211-1822, 010-5377-8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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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령에는 대중교통편이 없으므로 속초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속초 콜택시]  ☎ 033-637-9700 / 033-633--3999 / 033-635-6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