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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의 이야기

[월간山] 설맹 - 설악산은 30%, 백두산은 45% 자외선 강해

월간山 홈페이지(http://san.chosun.com)에 연재된 기사입니다.

[원문 출처] http://san.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3/13/2013031301354.html

 

산행 시 특히 적설기 설산 산행 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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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과 건강 | 설맹(雪盲)] 설악산은 30%, 백두산은 45% 자외선 강해
박석준 원장

 


고도 1,000피트마다 5%씩 증가… 선글라스로 각막 손상 차단해야

 

흰 눈이 덮인 지리산 종주에 나선 김 부장. 오르막길에 들어서 한참 눈길을 헤치고 가던 중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는 것을 느낀다. 찬바람을 막기 위해 착용한 안면 방한대와 얼굴 사이로 뜨거운 숨이 빠져나오면서 선글라스에 김이 맺혀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선글라스를 벗고 맨 눈으로 하루 종일 산행을 한다. 산행을 마치고 저녁에 산장에 도착해 침낭 속에 들어가 달콤한 휴식을 즐기려는데 눈이 따갑고 눈물이 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안구의 통증은 점점 심해지고 눈을 뜰 수도 없다. 눈이 빠질 듯한 통증과 흐르는 눈물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김 부장은 다음날 아침 산행을 포기하고 일행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하산한다.


이런 증상은 햇빛 속의 자외선이 우리 눈의 각막을 손상시켜 생기는 현상이다. 겨울 산에 쌓인 눈이 자외선을 반사시켜 더 심한 증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설맹(雪盲, snow blindness)이라 부른다. 구름이 없는 청명한 날일수록, 그리고 공기가 희박한, 고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자외선이 더 강하기 때문에 설맹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해수면과 비교해서 고도가 1,000피트(약 305m) 높아질 때마다 자외선의 강도가 5%씩 증가한다고 하니 설악산 정상에서는 약 30%, 백두산 정상에서는 45% 정도 자외선의 강도가 해수면보다 높다고 보면 된다.


설맹은 의학적으로 강한 빛에 의한 광각결막염의 일종인데, 보안경을 착용하지 않고 용접을 한 후 생기는 안구 통증인 속칭 ‘아다리’와 거의 똑같은 형태의 증상과 소견을 보인다.

 

 

 


붉은 살점이 검은 동자 덮는 군날개와 비슷


설맹까지 생기지는 않더라도 자외선에 반복적으로 오랜 시간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군날개라는 질환이 생길 수 있다. 군날개는 눈의 안쪽에서 붉은 살점이 자라나 검은 동자를 덮는 질환인데(사진), 오랜 시간 야외 논밭이나 바닷가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흔히 생기는 질환이다.


예전에 우리나라에 농어촌 인구가 많던 시절에는 흔한 질환이었지만 요즘에는 많이 줄어들었다. 자외선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지금 당장 별 문제가 없더라도 몇 년 후에 이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미리 예방하는 것이 좋다.


설맹이나 군날개를 예방하는 가장 간단하고 좋은 방법은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외선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짙고 어두운 색의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할까? 답은 ‘그렇지 않다’ 이다. 자외선을 차단하는 제대로 된 재질로 만들어진 선글라스는 색깔이 옅어도 충분히 자외선 차단 효과를 발휘한다. 잘 깨지지 않는 장점을 지닌 선글라스 렌즈 재질로 흔하게 사용되는 폴리카보네이트는 실제 투명한 렌즈라도 100% 가까이 자외선을 차단한다. 따라서 정상적인 품질의 선글라스라면 렌즈 색깔의 짙고 흐림과 상관없이 충분히 자외선 차단효과를 볼 수 있다. 반면에 밝은 빛에서 눈부심을 줄이려면 색깔이 진하게 들어 있는 선글라스를 착용해 가시광선을 차단하면 눈부심도 줄고 어느 정도 시야가 뚜렷해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럼 눈이 나빠 근시 안경을 쓰고 있어 따로 선글라스를 쓰기 번거로운 이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일반적인 투명한 근시 안경도 어느 정도 자외선 차단효과는 있다. 그러나 안경 렌즈의 재질에 따라 차단효과에 차이가 크므로 이 점을 고려해서 안경 렌즈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해외에서 해발 2,000m 이상의 산에 오를 때 고산병이 발생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눈에는 고산망막증이 나타날 수 있다. 개인적 특성이나 적응 기간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에베레스트에 오른 사람 중 29%에서 고산망막증이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저산소증에 의해 눈 안의 망막 혈관이 터지면서 망막출혈과 시야 일부가 안 보이는 증상이 온다. 대개 급성 고산증 발현과 망막출혈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으며, 심각한 시력감소가 있다면 산행 중단을 고려해야 한다. 심각하지 않은 고산망막증은 2~3주 사이에 저절로 좋아진다고 한다.

                                                                                                                              ▲ 군날개 질환이 눈에 발병한 모습

 

당일산행뿐 아니라 장기산행에 나서는 이들도 산행 중에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이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장기산행에서도 콘택트렌즈의 사용은 가능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생길 위험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렌즈를 착용한 채로 수면을 취할 경우 세균성 각막염이나 각막궤양이 생길 위험성이 크므로 취침 전에는 꼭 렌즈를 빼야 한다. 또 산행 중에는 손 씻을 물이 충분치 않으므로 렌즈를 세척, 보관하는 과정에서 렌즈나 용액이 오염이 될 가능성이 크므로 평소보다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장기 산행에서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려면 착용 후 빼서 버리는 일회용 렌즈가 도움이 될 수 있으며, 항생제 점안제와 인공누액을 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 비상시 사용할 안경을 항상 지참해야 한다.

 

10여 년 전부터 라식 혹은 라섹 등의 근시 교정수술이 유행하면서 많은 이들이 이미 이런 수술을 받았다. 라식 혹은 라섹 등의 시력 교정수술을 받은 이들은 고산지대에서도 시력 변화는 없다고 한다. 다만 그 이전(1990년대 초반 이전)에 방사상 각막절개술로 시력 교정수술을 받은 이들은 고산지대에서 원시 쪽으로 시력이 변화한다고 하니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겨울 산에 쌓인 눈이 자외선을 반사시켜 더 심한 증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설맹(雪盲, snow blindness)이라 부른다. 구름이 없는 청명한 날일수록, 그리고 공기가 희박한, 고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자외선이 더 강하기 때문에 설맹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 박석준 원장/오세오안과 원장
                                                                                                                                           서울시의사산악회 홍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