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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의 이야기

[월간 산] 일본 북알프스 '다테야마' 관련 기사

[월간 산] 일본 북알프스 '다테야마' 관련 기사

 

월간 산 홈페이지(http://san.chosun.com)에 기재된 2012년 10월호의 '일본 북알프스 다테야마' 관련 기사이며, 가을 단풍이 매혹적인 다테야마 산행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원문 출처 : http://san.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0/26/2012102601894.html

 

[특파원 르포 | 일본 다테야마] 일본의 지붕 ‘북알프스’에 오르다

세계에는 알프스라고 불리는 곳이 몇몇 있다. 그중 원조는 유럽 중남부의 알프스 산맥이다. 우리나라에도 영남알프스, 충북알프스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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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르포 | 일본 다테야마] 일본의 지붕 ‘북알프스’에 오르다

글·사진 손수원 기자 | 취재협조·재팬알프스 광역관광도시연휴회의, 오이토 타임스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 루트 투어… 산악관광의 종합예술

 

   세계에는 알프스라고 불리는 곳이 몇몇 있다. 그중 원조는 유럽 중남부의 알프스 산맥이다. 우리나라에도 영남알프스, 충북알프스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그리고 일본에는 ‘아시아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북알프스가 있다.

 

   일본 북알프스는 유럽 알프스 못지않은 세계적 산악관광지이다. 그중 다테야마 알펜루트(立山 Alpine Route)는 북알프스를 가로지르는 산악관광 루트로, 도야마현(富山縣) 다테야마역에서 나가노현 오기사와역에 이르는 88㎞의 대자연의 여정을 관광하는 산악루트를 말한다. 1971년 1월 1일 전 구간이 완공되었다. 구로베댐-오기사와 구간은 원래 댐 건설을 위해 건설되었던 곳이고, 다테야마-구로베코 구간은 처음부터 관광 목적으로 건설되었다. 실제 여행객들이 찾는 구간은 도야마현 다테야마에서 나가노현 오마치시까지 이르는 37.4km 길이의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다.

 

  ▲ 오야마 정상에서 바라본 북알프스 풍경. 구름에 가린 고봉 곳곳에 만년설이 남아 있다.

 

 

일본인이 꼭 한번 가보고 싶어 하는 산악관광지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는 일본인이 꼭 한번 가보고 싶어 하는 곳으로 손꼽힌다. 특히 도야마 남동쪽에 위치한 높이 3,015m의 다테야마는 후지산, 하쿠산과 함께 일본 3대 영산(靈山)으로 불린다. 이 아름다운 산을 일본의 오이토 타임스의 초대로 다녀왔다. 오이토 타임스는 올해 ‘일본 북알프스 회랑 여행객 유치사업’을 맡아 다테야마-다카야마의 연계 관광 루트를 발굴하고 있다.

 

   다테야마로 가는 가장 가까운 도시는 도야마현이다. 도야마공항에서 미니버스를 타고 다테야마역으로 갔다.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는 케이블카를 비롯해 로프웨이, 트롤리 버스 등을 이용해 관광할 수 있다. 다테야마역에서는 고원버스가 출발하는 비조다이라(美女平)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케이블카라고 하지만 이것은 철로가 있는, 말하자면 급경사를 오르는 철도와 비슷하게 생겼다.

 

   경사가 25도는 족히 되는 곳을 7분 정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비조다이라역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구불구불한 길을 쉼없이 오르는 고원 버스를 타게 되는데, 비조다이라역에서 다테야마 정상 부근의 고원인 무로도(室堂)까지는 약 50분이 걸린다.

 

   버스는 해발 977m에서 2,450m까지 고도를 높였다. 깊은 S라인을 따라 쉴 새 없이 도로를 오르는 동안 차창 밖으로는 북알프스의 절경이 끊임없이 펼쳐졌다. 그중 으뜸은 소묘폭포다. 소묘폭포는 낙차가 350m에 이르는, 일본에서 2번째, 아시아에서 5번째로 높은 폭포다. 4단으로 나뉘어 떨어지는 굉음과 물보라에 압도당하는 느낌이 든다.

 

  ▲ 다테야마역에서 비조다이라로 올라가는 다테야마 케이블. 앞쪽에서 보는 급경사가 아찔하다.

 

   여기서 팁 한 가지. 버스를 타고 올라갈 때는 왼쪽 좌석에 앉는 것이 더 좋은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고원버스가 가장 특별한 시기는 따로 있다. 다름 아닌 3~4월이다. 워낙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라 눈이 오고 나면 길조차 사라져 버린다. 이 길을 찾아내 불도저 등으로 눈을 파내면 길 양편으로 15m가 족히 되는 눈의 벽이 만들어진다. 말만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 설로(雪路)는 4월 중순부터 열려 관광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 특별한 설로 덕분에 다테야마는 하루에 1만 명, 한 해 10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명소가 됐다.

 

   50분을 거침없이 달려 도착한 곳은 무로도. 3,003m 오야마(雄山) 바로 아래 2,450m 지점에 펼쳐진 고원이다. 우리나라로 친다면 설악산의 설악동과 비슷한 곳이다.

 

   무로도 터미널에서 밖으로 나오니 전혀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사방으로 우뚝 선 고봉엔 지난 겨울 내렸던 눈이 곳곳에 남아 있다. 설국(雪國)의 흔적이다. 구름은 3,000m 고봉의 머리를 백발처럼 뒤덮고 있다. 다테야마의 위세는 당당했다. 부서진 바위는 협곡을 따라 그대로 쏟아져 내렸다.

 

   구로베 알펜루트에서 가장 높은 고원인 무로도에는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마련되어 있어 일본의 등산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은 미쿠리가(みくりが)연못 주변을 둘러보는 코스. 아기자기하게 설치된 돌길과 계단을 따라 걸으며 무로도의 자연 풍경을 즐길 수 있다.

 

 

2,450m 고원에 펼쳐진 자연 공원

 

   고원 산책로는 평지 못지않게 복잡하다. 사거리도 많고 삼거리도 많다.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도 곳곳에 서 있다. 이곳이 해발 2,450m라는 사실만 뺀다면 여느 자연공원과 다름없어 보였다. 이곳을 걷는 이들도 비단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만은 아니어서 일상복을 입고 휠체어를 끌고 산책을 즐기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 오야마 봉에서 솟아나는 다테야마 타마도노노유스이. 일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약수터다.

     일본 명수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물맛이 좋다.

 

   미쿠리가연못에 이르자 일시에 ‘와~’하는 탄성이 터졌다. 화산 분화구에 살포시 내려앉은 연못은 둘레가 600m 정도로 그리 크지는 않지만 잔잔한 수면에는 다테야마의 세 연봉인 오난지야마(大汝山·3,015m), 오야마(雄山·3,003m), 후지노리다테(富士ノ折立·2,999m)를 그대로 담고 있었다. 무로도에는 미쿠리가 말고도 미도리가, 린도우연못이 있다.

 

   미쿠리가연못을 지나자 어디선가 자극적인 유황냄새가 코를 찌른다. 왼쪽을 바라보니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물 위로 자욱한 수증기와 유황가스가 분출되고 있다. 이곳의 이름은 지코쿠다니(地獄谷), 우리말로 하자면 지옥협곡이다. 주변으로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살벌한 광경은 그야말로 살풍경한 지옥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 옛날 다테야마는 마을 사람들에게 천국이자 지옥이었다. 구름에 가려 그 최고봉을 알 수 없는 이 산을 사람들은 신이요, 부처라고 믿었다. 산 곳곳에서 부글부글 끓으며 유황가스를 내뿜는 모습은 지옥의 그것과 다름없었다. 고대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다테야마는 그리스의 올림포스산이나 티베트의 카일라스와 마찬가지로 순례자들을 끌어 모은 산악신앙의 대상이었다. 오아먀는 다테야마의 연봉 중에서도 신앙의 중심이다. 그래서 오야마 정상에는 아직도 ‘오야마신사미네혼샤(雄山神社峰本社)’가 있다.

 

   오야마 정상은 3,005m의 높이지만 무로도가 2,450m에 있으니 표고차는 555m에 불과하다. 현지 가이드를 맡은 미즈쿠보 미사오씨는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오르라”고 일행을 다독였다. 한 시간 정도 걸은 초반 구간은 무로도고원의 여느 트레킹 코스와 비슷해 그리 어렵지 않았다.

 

  ▲ 오야마 정상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등산객. 꼭대기의 건물이 바로 다테야마 신앙의 중심지인 미네혼샤다.

 

   하지만 오야마 바로 밑 해발 2,700m에 위치한 이치노고시산장에 이르러 사정이 달라졌다. 여기서부터 오야마 정상까지는 너덜지대의 가파른 경사로를 올라야 한다. 따로 길이 있는 것이 아니고 때론 부서진 돌이 굴러 내려오기도 하지만 워낙 사람들이 많이 오가며 길을 다져놓은 터라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았다.

 

   고도가 높아지고 구름에 가까워지면서 날씨가 부쩍 변덕스러워졌다.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가도 어느 순간 뿌연 안개가 시야를 가렸다. 밟히는 돌이 굴러내려 가기라도 할세라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과연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산이라더니 평일인데도 등산객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30여 분을 올라 드디어 오야마 정상에 올랐다. 제법 큰 신사건물은 휴게소처럼 쓰이고 있었다. 건물 안에서는 컵라면이며 각종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신사의 본분에 맞게 물건을 파는 종업원들도 전통의상을 입고 있었다. 이곳에서 500엔을 내면 조금 더 높이 있는 미네혼샤까지 올라 기도를 올릴 수 있다.

 

 

로프웨이에서 보는 북알프스 풍경 압권

 

   미즈쿠보씨가 내린 원두커피 한 잔을 마시며 주변 경관을 둘러보았다. 산맥의 지세가 가히 ‘아시아의 알프스’라고 불릴 만한 풍광이다. 협곡 곳곳에 남아있는 만년설은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고 시시각각 온몸을 훑고 지나가는 구름은 신비감을 더한다.

 

  ▲ 일본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 개념도

 

   무로도에서 다음 행선지인 구로베댐까지 가는 길은 그야말로 산악관광의 종합예술이다. 일단 무로도에서 다이칸보(2,316m)까지 버스를 이용하는데 올라왔을 때처럼 산 바깥쪽의 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고 다테야마를 수평으로 관통하는 지하 터널을 지난다. 이때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무궤도 전차다. 이 버스를 타고 10분간 달리면 무로도의 반대편인 다이칸보에 이른다.

 

   다이칸보에서는 다시 로프웨이를 타고 구로베다이라(1,828m)까지 내려간다. 약 7분 동안 운행하는 이 로프웨이는 다테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절경을 볼 수 있는 기회다. 로프웨이 아래로 다테야마의 능선과 협곡이 펼쳐지는데 특히 가을에는 불타는 듯 붉게 물든 단풍이 관광객의 눈을 홀릴 지경이란다. 또한 겨울에는 하얗게 변한 설산을 오롯이 내려다 볼 수 있다.

 

   구로베다이라에서 구로베댐(1,455m)까지는 또 다시 지하 케이블카를 타고 5분 동안 간다. 사람들은 이다지도 험하고 높은 곳에 이렇게 완벽한 터널을 파고 다양한 이동 수단을 들여놓은 것에 감탄사를 멈출 줄 몰랐다. 가히 ‘산악관광의 종합예술’이란 찬사가 아깝지 않은 북알프스의 절경과 관광시설이다.

 

[교통]  다테야마로 가는 가장 편한 방법은 도야마를 경유하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도야마공항까지 주 3회(화, 금, 일 오전 9시 10분 출발) 운항한다. 도야마에서 인천까지도 주 3회(화, 금, 일 오후 12시 출발) 운항한다. 도쿄, 나고야, 오사카 등에서도 JR과 고속도로를 이용해 2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국내 여행사들은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 여행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 일본 도야마 다테야마 위치도

 

[숙박]  다테야마 무로도에 묵을 만한 산장이 여럿 있다. 무로도산장, 이치노코시산장, 라이조산장, 츠루기고젠고샤 등, 고지대의 산장이지만 일반 료칸과 비슷한 정도로 깔끔하고 음식도 괜찮다. 구로베댐 관람까지 마쳤다면 트롤리 버스를 타고 오기사와로 나와 오마치 온천마을로 가면 숙소 잡기가 편하다. 온천마을답게 고급스러운 다다미 료칸이나 호텔이 많다. 구로베 관광호텔, 료칸 카시와소 등. 대부분 숙박료에 조·석식과 온천 이용료가 포함되어 있다.

 

[주변 관광지]  다테야마에서 2시간 정도면 ‘작은 교토’로 불리는 다카야마(高山)로 갈 수 있다. 다카야마 시내에 있는 전통거리는 일본을 상징하는 교토 문화와 에도시대의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곳이다. 다카야마의 축제로도 매년 봄과 가을에 펼쳐지는 ‘다카야마 마쓰리’는 교토의 기온 마쓰리, 지치부의 밤 마쓰리와 함께 일본의 3대 축제로 꼽힌다. 이밖에도 오쿠히다온천 마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시라카와촌(白川村) 등도 아주 볼 만하다. 신호타카온천이 있는 가마타가와마을에서 일본 최초의 2층 곤돌라인 신호타가 로프웨이를 타면 2,156m의 니시호타가 입구까지 올라 북알프스의 전망을 바라볼 수 있다.

 

 

이상 월간산 2012년 10월호 연재기사였으며, 다음은 카카오톡으로 연결된 일본 다테야마 사진을 첨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