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3구간(매요마을 → 중고개재) : 옅은 운무 속에서 숨바꼭질하는 지리산
[산행 일시] 2012.06.23(토) 06:35~16:46(10시간 11분)
(산행시간 : 7시간 5분 / 휴식시간 : 2시간 34분 / 헛걸음시간 : 0시간 32분 // 대간 이탈시간 : 0시간 26분)
[날 씨] 맑음
[산행 인원] 성봉현
[대간 접근] 용산역 → 남원역 : 열차 / 남원역 → 왕정동 버스 차고지 : 트럭 편승 / 버스 차고지 → 매요마을 : 116번 시내버스
[대간 이탈] 중고개재 → 중기마을(중기민텔) : 도보 / 중기민텔 민박(1박 3식 + 차량 이동(들머리), 40,000원)
[산행 시간] 매요마을(매요휴게소, 06:35) → 사치재(07:25~07:43) → 새맥이재(08:27) → 아막성 안내판(09:37)
→ 아막성터(09:38~10:10) → 복성이재(10:26~10:35) → 봉화산(11:55~12:31) → 광대치(13:55~13:58)
→ 월경산 분기점(14:26~14:28) → 중재(백운농장, 15:17~16:05) → 중고개재(16:46/18:09) → 중기마을(18:35)
[산행 지도] 1:50,000 운봉, 함양(국토지리정보원 1:25,000 온맵 편집)
월간 '사람과 山' 1대간 9정맥 종주지도(2009년 20주년 특별부록) 2구간(여원재~중재), 3구간(중재~육십령)
[산행 기록]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가 올여름의 기온이 어떨지 미리 보여 주는 듯하는데 자꾸만 나약해지는 것인지 이렇게 무더운 기세를 누그러뜨릴 생각이 없는 날씨에 선뜻 집을 나서질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대간이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 하여 목요일 저녁, 부랴부랴 인터넷으로 남원행 열차 승차권을 예약하고 나니 마지막 좌석권이었다.
용산역에서 여수 엑스포행 마지막 열차인 무궁화호에 승차하는데 등산객과 여행객들로 객실의 빈자리가 별로 없다(22:45). 영등포역을 지나면서 전 좌석은 이미 만원이 되어버려 사전 예약을 하지 못한 입석의 승객들과 함께 여행을 한다. 주변 사람들의 시끄러운 대화 때문일까 쉬이 잠들지 못한 채 거의 뜬눈으로 도착한 남원역(02:37), 지리산으로 가는 듯한 산꾼들과 달리 배낭을 매고 개찰구를 빠져나가 대합실의 맞이방에 들어가니 또 한 명의 산꾼이 보인다.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20여 분을 잠들었나 보다, 눈을 떠보니 네 명이 있던 맞이방에는 이제 둘 뿐이다. 잠들지 못하는 시간이 지루하지만 매요마을을 경유하는 가산행 버스의 첫차 시간까지는 아직도 한 시간 이상 더 기다려야 한다. 시간이 흘러 새벽 다섯 시 경 남원역을 나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왕정동 남원여객 차고지로 걸어가기로 한다. 마침 역 광장으로 트럭 한 대가 들어오는데 그 운전자 분의 배려로 남원여객 차고지까지 수월하게 이동하였다(05:20).
남원여객 당직자가 안내해 준 휴게실에서 쉬었다가 가산행 116번 시내버스에 승차하여 왕정동 차고지를 출발한다(05:45). 인적이 드문 시내를 경유하여 5분 정도 후 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 도착하고 지난 2구간 때 고속버스터미널로 가기 위해 하차하였던 도통동사거리를 지나 여원재를 통과한다. 이어 운봉 북천삼거리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바꾸어 조금 더 진행하니 매요삼거리다(06:25). 가산으로 가는 버스에서 하차하여 오늘 진행 방향의 역방향으로 걸어가 매요휴게소에 도착한 후 산행 준비를 한다.
지난 구간의 날머리였던 매요휴게소에서 대간길을 따라 3구간을 출발한다(06:35). 매요교회를 좌측에 두고 가는 대간길은 시멘트로 포장된 오름길로 시작되어 가산행 버스에서 내렸던 매요삼거리에 이르고06:40), 백두대간 안내도를 잠시 살펴본 후 8번 국지도를 따라 1분 정도 걸어가니 좌측편으로 산길의 대간길이 보인다. 이곳에서 도로를 따라 걸어가도 유치삼거리에 이르지만 앞서 걸어간 선답자 분들의 발자취를 따르기로 한다.
좌측으로 이어지는 날등을 넘어 743번 지방도가 분기되는 유치삼거리에 내려서니 남원시의 이정표가 나온다(06:44). 도로 건너편 컨테이너 뒷편의 산길 입구에는 서부지방산림청의 '유치삼거리' 이정표가 있는데 이곳에는 해발 420m로 표기하고 있다. 같은 곳의 해발 고도를 서로 다르게 표기하고 있는 이정표, 그뿐만 아니라 2차로의 도로를 건넜을 뿐인데 거리는 300m가 줄었다. 하기사 길을 걷는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해발 고도와 그 거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면서 길을 간다(06:45).
유치삼거리 이정표[↑사치재 2.5km ↓여원재 10.5km]를 지나 산길로 오른다. 외길의 대간길을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야트막한 구릉을 넘어 돌들이 널브러져 있는 곳을 지나 5분여 후 시멘트 도로를 만나고(07:13) 그 시멘트 도로를 몇 걸음 내려가다가 다시금 좌측 숲길로 들어선다. 부드러운 산길이 계속 될 것만 같던 대간길은 접근 금지 표지기가 묶여 있는 금줄을 만나는가 싶더니만 땅에 쓰러진 이정표가 나오고 이내 위태롭게 잘려 나간 산등성이의 절개지 윗편에 이른다(07:21). 88고속도로를 보면서 절개지 좌측면을 따라 조심스럽게 내려가니 끊어진 백두대간을 복원하기 위한 터널 기초 공사가 한창이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차량 통행이 뜸한 틈을 이용하여 88고속도로를 건너 맞은편 절개지에 올라선다. 앞서간 많은 선답자 분들이 보았을 서부지방산림청의 '사치재' 이정표에는 복성이재까지 7.2km 남았다고 되어 있다(07:25).
가야 할 길은 이정표 뒷편으로 올라야 하지만 아침을 먹기 위해 임도에 배낭을 벗어놓고 잠시 쉬어간다. 이른 아침 그것도 남원시의 외곽에 자리잡은 남원역에서 식당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서울에서 준비해 온 김밥을 먹는다. 입맛이 아니라 걸어야 하는 산길이 멀기에 일종의 의무감으로 허기를 달랜 후 길을 이어간다(07:43).
88고속도로의 사치재를 넘기 전에 보았던 산줄기의 높이는 높기만 하였다. 잘려진 능선을 향하여 서서히 오르는 산길은 원 능선을 알게 모르게 만나 계속 고도를 올려가는데 뒤돌아보니 사치재가 발아래다. 사각형 보도 블럭의 헬기장 표식이 있는 능선 구릉을 넘고 또 올라서니 주능선이나 보다. 우측 아래로 보이는 지리산휴게소, 그리고 88고속도로와 나란히 진행하는 대간길은 두어 개 구릉을 올라간 후에 갈림길을 만난다(08:21). 그동안 사용해 왔던 순토 고도계의 배터리가 방전된 것도 모르고 있다가 배낭을 꾸리다 알게 되어 고도계 없이 산행하려니 답답하다. 얼마만큼 올랐는지 모르겠지만 선답자 분들의 표지기가 우측길로 내려가라 한다.
내리막길이 시작된 것을 보니 아마도 새맥이재에 가까이 접근하였다는 생각과 함께 부담없이 내려가 안부를 만난다. 이곳이 새맥이재인지 알았지만 야트막한 둔덕을 넘어 내려가 뚜렸한 안부를 만나는데 새맥이재인 것이다(08:27). 너른 초지의 안부인 새맥이재에는 우측으로 멀리 보이는 두 개의 입석이 문기둥을 연상케 한다.
이제 시리봉을 향한 오름길을 시작한다. 별달리 볼 것도 없고 또한 길을 벗어날 일이 없는 순탄한 산길을 따라 아무 생각없이 그저 걷기만 한다. 흐리지는 않지만 주변을 은근히 감싸고 있는 연무(?)와 함께 보이는 것이라고는 참나무와 소나무의 숲길 뿐이다. 용도가 폐기된 헬기장이 있는 시리봉 분기점에 올라서면서 일단의 오름길이 끝났나 보다(08:53). 다시금 서서히 내려가면서 문득문득 보이는 높은 듯한 구릉이 가야 할 길을 짐작케 하는데 막상 넘어서니 더 높은 구릉이 가로막는다. 4분여 후 올라선 구릉에서 오늘 처음으로 산사람을 만나 잠시 쉬면서 이야기를 하였다(09:15~09:22). 수원에서 오셨다는 김영운 님으로 댓재까지 진행한 모 성당의 산악회 팀원으로 중간에 빠진 구간을 땜방 산행 중이라고 하신다. 같이 가고 싶었지만 먼저 가라는 말에 양해를 구하고 앞서 길을 걷는데 돌무더기가 있는 구릉에서 마주친 어린 멧돼지가 도망가는 듯하더니만 멈추어 서서 나를 뻔히 쳐다보고 있다. 하여 디카를 꺼내어 사진을 찍으려 하자 도망가 버린 어린 멧돼지를 생각하면서 걷다 보니 아막성 안내판이 나온다(09:37).
아막성(阿幕城)
전라북도 기념물 제38호
전라북도 남원시 아영면 성리
돌로쌓은 이 산성은 아영고원 줄기에 자리한 산봉우리를 에워싼 것으로 둘레는 633m 가량이다. 이곳은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 사이에 격렬한 영토쟁탈전이 벌어진 곳으로 신라에서는 <모산>이라고 불렀다. 성터는 대체로 사각형을 이루고 있으며 동, 서, 북쪽 테두리에 성문터가 있다. 북쪽의 성벽은 거의 완전하게 남아 있는데, 네모 반듯하게 다듬은 돌을 가지런하게 쌓아 정교함이 보여준다. 북문터 부근에는 직경 1.5m의 돌로 샇은 둥근 우물터가 있다. 성안에는 삼국시대의 기와 조각, 백제시대의 토기 조각 등이 쌓여 있다.
- 아막성 안내판 전문(全文)
안내판을 지나 좌측으로 몇 걸음 옮기면 성곽이 나오고 앞쪽의 끝지점에서는 좌측으로 허물어진 듯한 곳이 보인다(09:38). 이곳에서 대간길은 좌측으로 성곽터를 따라 내려가야 하는데 그것도 모르고 그냥 잡목이 가리고 있는 성곽을 따라 직진으로 내려간다. 발길의 흔적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우측으로 허스름한 건물이 보인다. '사람과 산'에서 발행된 지도에도 아막성을 지나 운성암이 표기되어 있어 아무 의심없이 좌측으로 내려가니 온전한 아막성이 나온다. 하지만 길은 능선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능선의 좌사면으로 이어지는 데다가 아랫편 멀리 좌측으로 오르는 도로가 보인다. 헛걸음임을 인지하고 나침반으로 방향을 확인한 후 다시 무너진 성터까지 올라보았지만 별다른 길이 없어 다시금 되돌아 내려간다. 도중 암자인 듯한 허름한 가옥에서 주인장을 불러보아도 대답이 없어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가 아무래도 아니다 싶어 휴대폰을 꺼낸다. 전원을 켜고 'e-산경표'를 실행한 후 현재 위치를 파악해 보니 역시나 북쪽의 성리마을로 향하고 있는 중이란다. 아울러 인터넷으로 선답자의 산행기를 검색하여 확인해 보니 올바른 길은 허물어진 성곽터로 내려가야 하는 것이었다. 제법 경사진 길을 숨가쁘게 올라 허물어진 성곽터에 이르니 이제서야 아랫편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표지기가 보인다(10:10). 즉 아막성 안내판을 지나자마자 나오는 허물어진 성곽터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바꾸어 내려가야 하는 것이다.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헛걸음을 하고 나니 그저 헛웃음만 나온다. 대간길인 성곽터를 내려가니 이정표[←시리봉 2.0km ↓(아막성 0.2km/흥부묘 0.7km) →복성이재 1.2km]가 보이고 잡목길을 헤치고 나가면 또 다른 이정표[↑봉화산 4.2km ↓고남산 15.5km →상리(흥부마을) 1.5km]가 있는 시멘트 도로 고갯마루다(10:18). 다시 야트막한 구릉을 넘어 내려가면 비포장 임도가 나오는데 좌측편에는 차량 통제용 차단기가 있으며 우측편은 751번 지방도다. 앞쪽의 돌계단으로 올라서자마자 바로 내려가는 산길은 조금 전 보았던 751번 지방도의 복성이재에서 끝나는데 역시나 내가 헛걸음을 하고 있는 동안 제대로 걸은 김영운 님이 먼저 도착하여 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10:26).
복성이재(福星峙, 해발 601.4m)
전북 남원시 아영면과 장수군 번암면의 경계를 이루는 백두대간의 고개로서, 산줄기는 시리봉과 봉화산을 잇고, 물줄기는 낙동강과 섬진강의 분수령이다. 임진왜란(1592년)이 일어나기 전 변도탄이 천기를 보고 국가에 큰 전란이 일어날 것을 예측하고, 대비할 것을 상소하였으나 평화로운 기운을 어지럽게 한다하여 관직을 삭탈당하고 나서 전란을 대비 북두칠성 중에 복성 별빛이 멈춘 곳에 자리를 잡아 움막을 지었다 하여 복성이재라 전해진다. 그 후 쌀가루로 만든 움막은 군량미로 사용하여 왜적을 물리치는데 큰도움이 되었으며, 조정에서 변도탄의 충성심을 인정해서 큰상을 내리자,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모여서 복성이마을을 이뤘다고 한다. 복성이재의 남쪽에는 삼국시대에 백제와 신라가 서로 영토 쟁탈전을 벌였던 아막산성(전북지방기념물 제38호)이 있다.
서부지방산림청
- 복성이재 안내판 전문(全文)
잠시 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가야 할 산길이 남아 있어 양해를 구하고 차도를 건너 대간길을 이어간다(10:35). 묘를 지나 올라서다가 흑염소목장 철망을 만나고 다소 가파른 산길을 올라서면서 지나온 대간길을 뒤돌아본다. 아름다운 선을 그리며 따라오는 대간길, 우리 국토가 아름답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느낀다. 가파른 오름길은 산불 감시용 무인 카메라가 설치된 매봉에 이르러 숨을 고르게 한다(10:48). 정상석에는 '봉화산 출쭉군락지, 백두대간 매봉, 해발 712.2m'라고 새겨져 있으며 사방으로 조망이 트이는 곳으로 전망대 데크가 설치되어 있지만 오늘은 흐릿한 연무로 조망이 그리 좋지를 못하다. 다시금 이정표[←주차장 1.8km ↓복성이재 0.7km →봉화산 정상 3.3km]가 가리키는 봉화산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10:53).
울창한 철쭉 터널을 지나 나무 데크 계단길을 올라서면 쉼터가 있으며 이후 뜨거운 햇볕에 노출된 채 능선 마루를 걷는다. 얼마나 걸었을까, 잠시 뒤돌아보니 매봉이 손짓하면서 어서 가라 한다. 글자 색상이 희미해진 이정표[↑봉화산 ↓복성이재]가 있는 야트막한 구릉을 지나 내려가다가 올라서면 삼각점[함양 23 / 1988 재설] 옆의 정상석과 돌로 쌓은 봉화대 조형물이 있는 봉화산 정상부다(11:55). 전망 데크 앞의 안내판에는 이곳을 전라북도 남원시 아영면과 장수군 번암면 그리고 경상북도 함양군 백전면의 경계에 솟아있다고 하는데 지형도를 보면 전라북도 남원시 아영면과 장수군 번암면의 경계선 상에 위치하고 있다. 지리산 조망처라고 하지만 오늘도 지리산은 옅은 운무 속에 숨어 모습을 보여주질 않는다. 아쉬움을 접은 채 점심을 먹기 위해 나무 그늘을 찾아 봉화산을 내려간다.
산길 중간의 나무가 만드는 그늘에서 전날 준비해 온 밥으로 점심을 먹지만 무더운 날씨에 지처서인지 입맛이 껄끄럽다. 물에 말아 몇 숟가락 먹어 보지만 들어가지를 않아 결국 자리를 털고 일어나 대간길을 이어간다(12:04~12:31). 햇살이 따가운 산길을 내려가니 장수군 번암면 동화리와 남원시 아영면 일대리를 연결하는 시멘트 도로의 고갯마루가 나오는데(12:37) '봉화산쉼터' 이정표[↑광대치 3.2km ↓봉화산 0.7km ←장수 6.9km →임도삼거리 1.1km] 앞의 '봉화정'이 잠시 쉬어가라 유혹한다. '봉화산에서 바라본 지리산 봉우리들' 조망도를 살펴보면서 쉬어가는 발걸음을 광대치 방향으로 옮긴다(12:40).
나무 계단을 지나 완만한 오름길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전라북도 장수군 번암면, 남원시 아영면 그리고 경상남도 함양군 백전면이 만나는 야트막한 구릉으로 연결되는데 그 정상부에는 '무명봉'이라고 새겨진 나무 판자 안내판이 있다(12:47). 지금까지 전라북도 장수군과 남원시의 경계를 이루던 산줄기는 이제부터 경상남도 함양군과 전라북도 장수군의 경계선을 그린다.
앞쪽으로 보이는 산줄기의 저 어느 지점이 오늘 산행을 종료할 중고개재이겠거니 눈대중해 보면서 진행한다. 부드러운 산길은 소나무에 묶어 놓은 '944m봉'이라고 쓰여진 비닐 코팅지를 만나고(13:08) 내리막길에 '우회하세요 / 훼손등산로 복원중'이라고 적힌 철제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우회길로 돌아서 내려간다. 갈림길이 있는 안부를 지나(13:17) 오르는 산길을 따라 구릉을 넘고 다시 오른 구릉에서 잠시 쉬었다가 간다(13:34~13:37). 그리고 2분 후 이정표[↑중치 4.1km ↓봉화산 3.8km]가 있는 구릉에 올라서고 우회길로 돌아서 내려가는 능선길을 따르면 광대치의 이정표[광대치, ↑중치 3.2km ↓봉화산 4.7km]를 만난다(13:55~13:58).
월경산 분기점을 향한 오름길은 더위에 지쳐가는지 힘들게 한다. 가다쉬다를 반복하면서 오르다가 완만한 능선으로 바뀐 마룻금을 따라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진행한다. 오름길에 만난 '약초재배단지' 이정표[↖중치 2.6km ↘봉화산 5.3km] 앞의 철망에는 많은 선답자 분들의 표지기가 매달려 있다(14:13). 이제 철망을 벗삼아 가는 산길은 어느 순간 철망과 헤어진 후 야트막한 구릉을 넘어 내려서니 '월경산' 이정표가 나온다(14:26). 하지만 실제 월경산은 이곳에서 우측편으로 조금 떨어져 있는데 물 한 모금 마시면서 쉬었다가 그냥 대간길을 따라 이동한다(14:28).
잠시 후 '중기민텔(011-578-0949)'을 알리는 입간판을 지나 구릉을 우측 사면으로 우회하면서 내려간다. 그런데 인적이 없는 산길에 노랫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중기마을에서 들려오는 노래이겠거니 생각하면서 내려가는데 산길에서 쉬고 있는 대간꾼을 만났다(14:44). 같이 쉬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서울에서 오신 분으로 오늘은 영취산이라 불리는 1075.6봉까지 진행하신다고 한다. 아울러 비박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동행을 제의하시어 일단 중재에서 식수를 구하면 가기로 합의하고 일어선다(14:57). 혼자 걷다가 둘이 걸으니 힘들다는 것을 잊어버렸는지 생각보다 수월하게 중치에 도착하는데(15:17) 이정표[백두대간 중치, 해발 650m, ↑백운산 4.6km ↓복성이재 12.1km]가 세워진 이곳까지 차량 통행이 가능할 것 같다.
중기민텔에서 민박한다고 사전에 전화로 예약하면 이곳까지 승합차로 올라와 택배를 한다는 선답자 분들의 산행기를 본 적이 있다. 하여 배낭에 넣어둔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켠 후 중기민텔로 전화를 하여 식수 배달 여부를 타진하니 10여 분 거리에 민가가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식수를 구할 수 있으며 물맛이 좋다고 하면서 그곳으로 가기를 권해 전화 통화를 끊고 물을 구하러 간다(15:25). 넓은 임도를 따라 조금 내려가니 좌측으로 가옥이 보여 가 보니 '함양 백운농장'으로 인기척이 없다(15:30). 이리저리 물이 있을 법한 곳을 찾다가 출입문 옆의 화이트 보드에 적힌 글을 보고 실내에 들어가 수도를 틀어보지만 나오질 않는다. 안내판에 적힌 바깥에 있는 물탱크에서 비어버린 수통에 물을 가득 채운 후 고맙다는 마음을 남겨둔 채 중재로 돌아간다(15:45). 때 이른 무더위에 비어버린 수통을 가득 채우니 다시금 힘이 솟아나는 듯하다. 내려왔던 길을 따라 다시 도착한 중치 이정표 앞에서 쉬면서 이상욱 선배님의 텐트를 넘겨 받는다(15:52). 백운산 오름길만 남은 상황이니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중고개재를 향해 일어선다(16:05).
구릉을 넘어 조금씩 고도를 올려가는 대간 능선길은 680능선 상에 나무 의자 두 개가 있는 쉼터를 만나 쉬어간다(16:29~16:38). 내색은 하질 않지만 조금씩 힘들어 하는 이상욱 선배님을 보고 있노라니 과연 백운산을 넘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은 채 기초대가 훼손된 삼각점이 있는 755.3봉을 넘어 내려서니 중고개재다(16:46, 755.3봉의 삼각점 번호는 국가기준점성과발급시스템 홈페이지(http://nbns.ngii.go.kr)에서 확인해 보니 '함양 438'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나는 이곳에서 3구간 산행을 접고 중기마을로 내려가 중기민텔에서 쉬었다가 내일 육십령까지 가기로 한 곳이다. 하지만 계획을 수정하여 금남호남정맥 분기점인 1075.6봉까지 진행한 후 무룡고개로 내려가는 나무 계단 쉼터에서 이상욱 선배님과 함께 비박하기로 하였으니 잠시 쉬었다가 백운산 오름길을 오르기로 한다.
중고개재의 해발 고도가 지형도 상 720능선이니 1278.9m인 백운산까지는 대략 560m의 고도 차가 있고 도상 거리는 약 2.3km 정도다. 오늘 산행의 종료 지점을 가름하게 될 백운산 오름길을 앞서 걸어가는 이상욱 선배님의 발걸음을 보면서 뒤따라 오른다. 하지만 걸음 속도가 조금씩 늦어지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런 상태라면 백운산에 도착할 즈음 해는 서산에 걸릴 것 같다. 이정표를 지난 약 900능선으로 추정되는 지점에서 잠시 쉬었다 가자고 한다. 짧은 휴식을 끝내고 계속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중기마을로 되돌아 내려갈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할 것 같아 의사 타진을 해본다(17:34). 무룡고개로 향하는 마음과 달리 무더위에 지친 체력으로 백운산을 넘는다는 것이 무리임을 인정하고 중기마을로 되돌아 내려가기로 한다.
힘들게 오른 산길을 내려가는 발걸음은 아쉬움이 남지만 부담없이 고도를 빠르게 떨어뜨리고 있다. 얼마 걷지 않았던 것 같은 오름길을 꽤 멀리 걸었었나 보다, 한참을 내려와서야 중고개재에 다시 도착한다(18:03). 물을 먹으면서 숨을 고른 후 좌측편의 중기마을로 이어지는 계곡 능선을 따라 잡초가 무성한 길을 내려간다(18:09). 너덜 지대 같은 느낌이 드는 계곡 능선길을 지그재그로 진행하다 보니 잡초가 사라지는가 싶더만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가 나온다(18:18). 중기마을을 향한 도로는 급경사로 이어지다가 우측으로 분기되는 갈림길을 만난다(18:23). 이곳이 중치(중재)로 오르는 도로인 줄 알았지만 다음날 아침 중기민텔 사장님으로부터 나무 의자가 있는 쉼터로 오르는 길이라는 설명을 듣게 되었다. 경사를 누그러뜨린 도로를 한참을 더 내려가서야 마을 회관 앞의 함양행 버스가 회차하는 종점인 중기마을에 도착한다(18:35).
서울로 올라가신다는 이상욱 선배님의 차편을 확인하고 텐트를 다시 돌려드린 후 중기민텔(☎ 011-578-0949)에서 숙박을 한다. 간단히 땀을 씻고 조졸한 저녁밥을 사장님과 함께 먹은 후 방으로 돌아와 내일 걸어야 할 구간을 미리 살펴본다. 깊어가는 중기마을의 밤공기는 산행을 할 때 느꼈던 열기를 모두 거두어 갔는지 선선하다 못해 약간의 추위를 느끼게 한다. 또 한 구간이 끝났다는 생각과 함께 4구간을 위하여 일찍 잠을 청한다.
[교통 정보] ※ 대중교통별 운행 시간이 수시로 변경될 수 있으므로 해당 교통편 홈페이지에서 재확인을 요함
용산역 → 남원역 열차 시간(철도고객센터 ☎ 1544-7788, 1588-7788, 1544-8545)
05:40(KTX) 06:28 07:20 08:35(새마을) 09:05 10:05 11:15 12:15 14:20(K) 15:15 16:28 18:15(새) 19:28 21:25 22:45
코레일 홈페이지(http://www.korail.com) 참조
서울(동서울) → 남원 시외버스 운행 시간(동서울종합터미널 ARS ☎ 1688-5979)
[4시간 소요] 09:00 10:00 15:20
동서울종합터미널 홈페이지(https://www.ti21.co.kr) '운행정보 → 배차정보조회 → 전라북도 남원' 참조
센트럴(호남선) → 남원 고속버스 운행 시간(동서울종합터미널 ARS ☎ 1688-5979)
06:00 07:10 08:10 09:20 10:20 11:10 12:10 13:10 14:20 15:20 16:10 17:10 18:10 19:20 22:20(심야)
이지티켓 홈페이지(https://www.hticket.co.kr) '승차권예약/예매 → 남원' 참조
남원(왕정동 차고지) → 매요마을 시내버스 운행 시간(남원여객 ☎ 063-631-3116)
05:47 08:05 09:50 12:16 16:27 18:03 (가산행 시내버스가 매요마을을 경유한다)
(매요마을 버스 시간이 여의치 않을 경우 운봉까지 이동한 후(약 20분 간격으로 운행) 매요마을로 걸어가도 된다)
남원시청 홈페이지(https://www.namwon.go.kr) '시내버스 → 115번, 116번'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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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 함양 시내버스 운행 시간(함양군청 건설교통과 ☎ 055-960-5194 / 함양군내버스터미널 ☎ 055-963-3745~6)
07:00(06:20) 14:20(13:30) 19:10(18:20) / 괄호 안은 함양에서 출발하는 시간이며, 40분 소요됨
함양군청 홈페이지(http://www.hygn.go.kr) '여행정보 → 교통안내 → 군내버스 → 백전노선' 참조
[산행 사진]
▼ 남원역
▼ 왕정동 남원여객 차고지
▼ 매요마을(구간 들머리)
▼ 매요삼거리 방향으로 본 유치삼거리(우측의 산길로 왔지만 좌측의 차도로 걸어와도 된다)
▼ 백두대간 복원 공사(생태 이동 통로인 터널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인 88고속도로 상의 사치재
▼ 복성이재 진행 방향에서 우측으로 본 새맥이재
▼ 아막성 안내판
▼ 아막성 안내판을 지나자마자 만나는 성터가 허물어진 곳(이곳에서 좌측으로 내려가야 하지만 직진한 후 되돌아 왔음)
▼ 751번 지방도의 복성이재
▼ 매봉에서 진행하다가 본 봉화산
▼ 봉화산
▼ 봉화정
▼ 무명봉
▼ 광대치
▼ 중치(중재)
▼ 중치(중재)에서 중기마을 방향으로 5분여 거리에 있는 '함양 백운농원'(이곳에서 식수를 조달하였음)
▼ 중고개재 방향의 나무 의자 쉼터(이곳에서 우측으로 내려가면 중기마을로 이어지는 도로가 2분여 거리에 있다)
▼ 중고개재(우측이 중기마을 방향)
▼ 이곳에저 좌측으로 돌아 조금만 더 내려가면 중기 버스 종점(좌측편에 중기민텔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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