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두대간 산행 기록/한반도 물길을 동서로 가르는 산줄기

[2012-06-06] 백두대간 2구간(성삼재 → 매요마을) : 아니 대간길이 왜 이래

백두대간 2구간(성삼재 → 매요마을/매요리) : 아니 백두대간길이 왜 이래 …

 

[산행 일시]  2012.06.06(수) 04:34~15:16(10시간 42분)

                  (산행시간 : 8시간 58분 / 휴식시간 : 1시간 44분 / 헛걸음시간 : 0시간 0분 // 대간 (접근∙이탈)시간 : 0시간 0분)

[날       씨]  흐림

[산행 인원]  성봉현

[대간 접근]  용산역 → 구례구역 : 열차(무궁화호) / 구례구역 → 성삼재 : 군내버스

[대간 이탈]  매요마을 → 운봉 : 도보·트럭 편승 / 운봉 → 남원 : 시내버스 / 남원 → 서울(호남선) : 고속버스

[산행 시간]  성삼재(04:34) → 고리봉(작은 고리봉, 05:06~05:11) → 만복대(06:15~06:18) → 정령치(07:02~07:20)

                  → 고리봉(△, 07:50~07:53) → 고기삼거리(08:46~08:49) → 노치샘(09:17) → 수정봉(△, 10:02~10:15)

                  → 여원재(11:34~12:13) → 고남산(13:46~13:48) → 520능선 안부(불당재, 14:25~14:30) → 매요마을(15:16)

[산행 지도]  1:50,000  남원, 운봉(국토지리정보원 1:25,000 온맵 편집)

                  월간 '사람과 山' 1대간 9정맥 종주지도(2009년 20주년 특별부록) 1구간(중산리~여원재), 2구간(여원재~중재)

 

 

 

[산행 기록]

   백두대간 1구간인 지리산 주능선 구간을 종주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대간을 시작하기 전에는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시원스럽게 진행되리라 생각했었는데 현실은 그렇게 시간을 할애해 주질 않았다. 직장 내 산을 좋아하는 직원들과의 정기 산행을 하고 나서 초파일과 이어지는 연휴를 이용하여 대간길을 가려고 계획하고 있었지만 막상 차편을 알아보았을 때에는 이미 열차와 시외버스 승차권이 모두 매진되어 결국은 발목이 잡혀버리게 된 것이다.

 

   시작부터 지지부진한 일정을 만회해 보기 위해 현충일 다음의 이틀을 휴가 처리한다. 매일같이 일기 예보를 검색하다가 출발일을 결정하지 못했는데 5일 인터넷으로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열차를 예약하니 마지막 남은 표였다. 전날 꾸려두었던 3일간의 일정을 위한 배낭을 부랴부랴 당일 산행으로 변경하면서 옷가지를 꺼낸다. 정맥 산행을 하였을 때에는 혼자 산행한다는 것에 일종의 희열을 느꼈지만 지금은 선뜻 길을 떠나기가 무서워진 것이다. 작년 겨울의 낙동정맥 백병산 구간에서 겪은 후유증인지 아니면 요 근래의 단체 산행 여파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마음 속에 자리한 듯하다. 결국은 2구간인 성삼재에서 매요마을까지만 생각하고 집을 나선다.

 

   용산역을 출발해 구례구역을 경유하여 여수까지 운행하는 전라선 열차의 막차인 22시 45분발 무궁화호에 승차한다. 썰렁하던 객실이 영등포역을 지나면서 조금씩 빈 자리가 없어지더만 어느 순간 지리산을 생각하는 산꾼들만 보인다. 내일의 장거리 산행을 위해 눈을 감아봐도 깊게 잠들지 못한 채 토끼잠을 자다 보니 어느새 남원역에 접근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곡성역을 지나면 구례구역이라 생각하니 그나마 토끼잠도 오지를 않는다.

 

   지리산을 꿈꾸는 등산객들은 벌써부터 마음이 들뜨는지 부산스럽게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도착한 구례구역, 역전 앞에서 대기 중인 택시 기사들의 호객 행위를 무시한 채 바로 앞 다리에서 정차하고 있는 성삼재행 버스에 올라탄다. 오래 전 지리산을 찾을 때마다 학습하였던 기억이 떠올라 일찍 자리를 잡고 있노라니 뒤늦게 승차하는 산꾼들로 만원이 되어버린다. 빈틈이 없도록 만원이 되어버린 버스는 남은 승객들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구례를 향해 출발한다.

 

   구례에서 5분 여의 짧은 시간을 정차한 후 화엄사을 경유하여 성삼재에 도착하니 시간은 새벽 4시 20분을 가리킨다. 아직 어두운 성삼재의 하늘에는 음력으로 보름 전후인지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걸려 있고 어슴푸레한 실루엣의 산그림자만 눈에 들어온다. 차에서 내렸던 산꾼들은 산행 준비가 끝나기 무섭게 노고단을 향해 걸어간다. 이제 홀로 남겨졌다는 것과 함께 다가오는 적막감을 떨치기 위해 멀리 보이는 반야봉에서 노고단을 거쳐 종석대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눈으로 감상하면서 디카의 화면 감도를 올려 사진을 촬영해 본다. 아울러 가야 할 능선과 심원마을 방향을 향해 눈인사를 하면서 시간을 지체해 보지만 매요마을을 향해 길을 떠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헤드 랜턴을 손에 들었지만 켜지는 않고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차도를 따라 심원마을 방향으로 내려간다(04:34). 잠시 후 세 개의 불빛이 보여 말을 붙여 보니 만복대까지만 간다고 하여 나름 속으로 동행이 생겼구나 하면서 위안되었던 것도 잠시일 뿐이었다. 갈 길이 머니 빨리 가시라는 산꾼들의 인사를 받으며 고리봉을 향해 열려 있는 금단이 해제된 철망문을 지나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든다(04:38). 다시금 혼자가 되었다는 생각은 산길을 걷는 순간 잊어버렸는데 아마도 그동안 홀로 걸었던 습관이 다시 배어나오는 것이리라.

 

   불빛 없이 어둠에 적응된 시각은 산길을 걷기에 지장이 없지만 길을 걸어가면서도 아쉬움이 남는지 성삼재를 뒤돌아보게 한다. 성삼재에서 1km를 지났다는 이정표가 나오고 숲길을 벗어나니 박명이 시작되는지 사위가 조금씩 밝아지면서 대간길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가던 길을 멈추면서 자꾸만 뒤돌아본다. 어둠에 가려 보이질 않았던 성삼재, 그 출발점을 다시 눈으로 확인하면서 천천히 올라가니 고리봉(1248m)이라고 음각된 정상석이 맞이하여 주는데 정령치를 넘어 만나는 고리봉(1305m)과 구분하기 위하여 해발 고도가 낮은 이곳을 '작은 고리봉'이라고도 한다(05:06).

 

   무언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제서야 생각이 난다. 휴대폰을 꺼내 GPS를 사용하도록 한 후 GPS 앱(Tranggle)을 실행시켜 지금부터의 이동 궤적이라도 저장하기로 한다. 아울러 지난 1월에 산행기 이벤트로 받은 e산경표(www.who.co.kr)를 띄워 현 위치를 확인해 보니 고리봉에 있다고 알려준다. 대간길은 고속도로처럼 길이 뚜렷하여 길 찾기에 어려움이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든든한 후원자를 얻은 듯하다. 눈길을 돌려 반야봉에서 좌측으로 산줄기를 쫓아가 보지만 천왕봉은 오늘도 구름 속에 숨어 얼굴을 보여주질 않고 있다. 아쉬움을 접은 채 헤드 랜턴을 주머니에 담아 배낭에 다시 넣고 앞쪽으로 보이는 만복대를 향해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간다(05:11).

 

   산길에서 만나는 이정표에 새겨진 만복대까지의 거리가 조금씩 줄어들면서 도착한 헬기장이 있는 삼거리(05:36), 이정표[←3.0km 상위마을 ↑만복대 2.2km ↓ 3.1km 성삼재] 상단의 안내도에는 이곳을 묘봉치라고 하고 있다. 아직도 눈앞에 뻔히 보이는 만복대가 멀찌감치 떨어져 보인다. 만복대 방향에서 멧돼지의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마도 자기 영역에 들어오지 마라는 듯하지만 나는 가야 할 길이 있기에 계속 가련다. 다시 잡목 사이로 이어지는 숲길을 걸어가는데 산길 옆에서 야생화가 눈길을 사로잡아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사진기에 담는다.

 

   자그마한 헬기장을 지나 동쪽에서 구름에 가리어 노랗게 빛나는 태양도 담아 보는 등 설렁설렁 걷다 보니 어느새 오름길로 바뀌는데 손에 들고 있는 '사람과 산'에서 발행된 지도에는 이곳을 억새군락지라고 표기하고 있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키작은 참나무 뿐이다. 조금 전까지 보이던 만복대가 일순 사라지더니 바람이 거세진 것을 피부로 느낀다. 반면 뒤돌아보는 성삼재 방향은 옅은 구름이 산능선을 채우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산길을 안내하는 줄이 나오는가 싶더만 만복대 정상을 눈앞에 두고 드디어 사위는 짙은 구름에 가려지고 바람마저 거세어진다. '만복대 1438.4m'라고 새겨진 사각 기둥의 정상석과 돌탑이 반겨주는 만복대에서는 구름만이 포근하게 감싸면서 안아 준다(06:15). 시원스런 조망을 보여줄 것 같은 만복대에 도착하여 보이는 것이라고는 구름 뿐이니 아마도 이번 구간의 복은 이만큼만 받으라는 것 같다. 아쉽지만 이것이 내 복이려니 생각하고 e산경표의 위치와 GPS 앱의 궤적을 확인한 후 정령치로 향한다(06.18).

 

   산길은 다시 온순해지면서 고도를 서서히 떨어뜨린다. 얼마나 걸었을까, 지리산 반달가슴곰 등 야생 동물 서식지 보호 구역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는 곳의 갈림길을 만난다(06:35). 몇 걸음 직진하여 보니 조망이 트일 것 같은 공간이 있지만 아무 것도 보이질 않아 되돌아와 원 진행 방향에서 우측길로 내려간다. 지금까지 순하던 대간길이 짧지만 급한 내리막길로 바뀌는데 이정표에는 만복대와 정령치 모두 1.0km라고 하니 중간 지점이나 보다.

 

   잡목 사이로 스며드는 안개 구름을 벗삼아 걷고 또 걷는다. 호젓한 산길을 언제 지났을지 모르는 산악회의 길잡이 안내 표지들이 산길에 무더기로 방치되어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안타깝다. 마지막 후미를 맡은 팀원(또는 후미대장)이 회수하면 산길도 깨끗해지고 차후 다른 산행에서도 쓸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가 만나는 삼거리에서 좌측길로 산불 감시 초소가 있는 구릉에 올라선다(06:54). 역시나 보이는 것은 회색빛 하늘 뿐이다.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우측으로 내려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좌측으로 잡목을 헤집고 들어가 헤메다가 나왔는데 벌써 5분 정도가 흘러버렸다. 연속되는 나무 계단을 따라 3분여 내려가 전라북도 남원시 주천면과 산내면의 경계를 이루는 737번 지방도의 고갯마루인 정령치에 도착하였다(07:02).

 

   휴게소 앞 대간길로 연결되는 계단 앞에는 차량 한 대가 주차되어 있을 뿐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황량하기만 하다. 갈색 지붕의 돔형 휴게소 앞 계단을 올라서니 우측으로 천막 한 동과 그 앞에는 자전거가 세워져 있는 것이 아마도 바이커가 숙박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이제 하늘은 흐리다 못해 짖궂은 바람과 함께 더 어두워지는 것이 아무래도 한바탕 비를 퍼부을 기세다. 하지만 아침도 거른 채 이곳까지 왔으니 허기진 배를 달래야 한다는 생각에 서울에서 준비한 김밥으로 어정쩡한 아침을 해결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약간의 한기가 들어 서둘러 짐을 다시 정리하고 고리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몇 년 전 여름 휴가차 회사 수련관을 가기 위해 들렀던 이곳에서 눈이 시린 하늘과 맞닿은 천왕봉을 바라보았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하여튼 이번 백두대간에서의 지리산 천왕봉과는 얼굴 대면하기가 힘들다고 생각하면서 정령치를 떠난다(07:20).

 

   지리산 태극종주 능선인 바래봉까지 9.2km 남았다는 이정표의 배웅을 받으며 걷다 보니 또 다른 이정표가 개령암지 마애불상군이 있다고 한다. 갈 길이 멀지만 이곳을 언제 다시 오나 싶어 이정표[↑(바래봉 9.1km/고리봉 0.5km) ↓정령치 0.3km →마애불상군 0.3km]가 가리키는 우측길로 솔잎이 푹신한 길을 따라 정령치 습지는 덤으로 구경한 후 개령암지 마애불상군 앞에 4분 만에 도착한다. 1992년 1월 15일 보물 제 1123호로 지정된 마애불상군은 절벽을 이루는 바위에 12가지 모습의 부처가 돋을새김 되어 있다.

 

개령암지 마애불상군(開嶺庵址 磨崖佛像群)

보물 제 1123호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덕동리

절벽을 이루는 바위레 여러 부처의 모습을 돋을새김한 이 불상들은 모두 열두 구에 달한다. 가장 큰 불상은 높이가 4m로 조각솜씨도 뛰어나 으뜸으로 모셔진 것이라 여겨진다. 타원형의 얼굴, 다소 과장된 큼직한 코, 간략하게 처리한 옷주름, 듬직한 체구 등에서 고려시대 유행하던 불상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이 불상 아래에 <명월지불(明月智佛)>이란 글귀가 새겨져 있어 진리의 화신인 비로자나불을 뜻하는 듯하다. 1~2m 크기의 작은 불상들 역시 비슷한 양식으로 모두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주위를 감싼 산자락의 적막함이 헐어진 불상의 무상함을 더해 준다.

- 안내문 전문(全文)으로 햇빛에 훼손되어 일부 글자 판독이 어려웠는데 인터넷에서 찾은 올바른 사진을 보고 적었음.

 

   비바람에 풍화되어 희미해진 마애불을 찾다가 도중에 포기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 가니 12분이 소요되었다. 다시금 이정표를 따라 고리봉 방향으로 완만한 오름길을 오른다. 산길에 삼각점[운봉 25 / 1991 재설]이 보이고 그 너머 이정표[고리봉, ←3.0km 고기삼거리 ↓정령치 0.8km ↑8.6km 바래봉]가 세워진 해발 1305m의 고리봉에 도착하면서 오름을 다한다(07:50). 이곳에서 우직진하는 산길은 태극종주길이므로 좌측 방향의 내리막길로 이어지는 대간길을 따라 보이는 것은 구름 뿐인 고리봉을 내려간다(07:53).

 

   지도를 살펴보면 이제 고기삼거리까지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하지만 지도와 달리 급경사의 내리막길이 끝나는가 싶으면 잠시 올라선 후 내려서기를 반복하면서 고도를 떨어뜨리는 대간길은 좌측으로 보이는 고기저수지를 지나 물소리가 들릴 때쯤 나무 계단이 나오고 대략 오백 미터의 고도를 떨어뜨린 고기삼거리에 내려선다. 고기삼거리에 내려서기 바로 전 좌측으로 커다란 비석이 보여 직진하는 우측길을 벗어나 좌측으로 내려가 보니 수당이종우선생송덕비(守堂李鍾宇先生頌德碑)가 있으며 그 아랫편에도 어려 기의 검은 대리석의 비석들이 보인다. 발길을 돌려 60번 국지도와 737번 지방도가 만나는 고기삼거리에 도착하는데 부부 산꾼인 두 분을 만난다(08:46).

 

   이곳에서 우측의 도로를 따라 노치샘까지 가야하는 도로 순례길 구간이 시작된 것이다(08:49). 앞서가시는 두 분의 뒷모습을 따라 전방으로 보이는 수정봉을 향해 좌측의 선유산장을 지나고 정령치웰빙촌숙박집도 지난다. 고기리 산촌생태마을 진입로를 지나서 만난 덕치 버스정류장 앞 삼거리에서 좌측 직진길로 진행하고(09:04) 잠시 후 만나는 노치마을 표석이 있는 삼거리에서 화살표 방향따라 우측길로 걸어가니 덕치보건진료소가 나온다. 5분 정도 더 걸어가다 만나는 삼거리에서 좌측길로 방향을 바꾸면 다시금 삼거리가 나오는데 좌측편에 인터넷으로 미리 살펴보았던 '백두대간 노치마을' 그림이 보인다.

 

   이곳에서 짧은 거리나마 동행하였던 부부 산꾼과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져 다시금 혼자 걸어가는 대간길을 이어간다. 이정표가 세워진 노치샘을 지나면서(09:18) 샘을 들여다보니 음용수로 먹기에는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 정도로 물이끼가 끼어 있다. 샘터 상단에 부착된 수질 검사 성적서를 보니 2010년 3월에 시행한 성적서다.

 

   선답자 분들의 표지기가 이끄는 방향으로 가옥을 지나 철로 침목으로 사용될 법한 나무 계단길을 올라서니 커다란 네 그루의 소나무가 보인다. 그 아랫편의 상석에는 당산제전(堂山祭典)이라고 새겨져 있으며 더불어 천룡후토지지신위(天龍后土地之神位)라고 새겨진 비석이 있다. '백두대간 등산 안내도'를 지나(09:23) 다시금 산길로 이어지는 대간길은 약 15분 여 제법 가파르게 올라서서야 숨을 고르게 하고 잠시 후 이정표[↑여원재 5.3km / 수정봉 1.0km ↓노치 0.8km]가 세워진 쉼터 삼거리를 만난다(09:41~09:43).

 

   고생했다는 듯 편안해진 산길은 삼각점(운봉 308 / 1981 재설)이 매설된 수정봉까지 이어진다(10:02). 커다란 화강암석의 정상석에는 '백두대간 수정봉 해발 804.7m'라고 음각되어 있으며 뒷면을 보면 운봉읍 행정리와 이백면 양가리 경계에 있는 산으로 산 중턱에서 수정이 생산되던 암벽이 있었다 하여 수정봉이라 불리운다고 한다. 노치샘에서 제법 거칠게 올라왔다고 벌써 허기가 든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잠시 쉬면서 남은 김밥을 서너 개를 먹었는데 그만 나머지가 땅바닥에 떨어지고 말아 별수 없이 일어나 남은 길을 떠난다(10:15).

 

   삼각점 앞으로 이어지는 대간길은 헬기장을 지나면(10:21) 오늘 구간의 마지막 고봉이 될 고남산의 모습이 잠깐 보인다. 이후 산길은 다시금 급경사를 보이면서 내려가라 한다. 10여 분 정도 내려가니 이정표[↑여원재 3.1km ↓(노치 3.0km/수정봉 1.3km) ←이백과립리 2.3km →운봉엄계리 2.5km]가 있는 안부 사거리가 나오는데 이곳이 갓바래재(입망치)다(10:34~10:36).

 

   직진하여 맞은편 산길로 계속 올라간다. 앞쪽의 700능선 구릉이 보이는 야트막한 구릉을 넘어서면 또 다시 치받이 오름길로 바뀌어 돌들이 널려 있는 700능선 구릉에 이르는데 한편에 세워진 '여원치민박' 입간판에 누군가 '현위치 685m봉'이라고 써 놓았다(10:56). 가파르던 오름길과 달리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길은 이정표[↑여원재 1.65km ↓수정봉 2.7km]를 지나(11:05) 삼거리가 나온다(11:15). 좌측 능선으로 올라가는 초입에 누군가 나무로 길을 막아 놓았고 선답자의 표지기 역시 우측길로 진행하라 한다. 우사면으로 우회하는 능선길은 이정표[↑여원재 1.0km ↓수정봉 3.4km]를 지나자마자 임도를 만나고 산길로 다시 들어가는가 싶더만 이내 임도로 다시 내려서게 된다. 주지암으로 분기되는 임도로서 대간꾼의 발걸음은 이정표가 가리키는 여원재 방향으로 진행한다.

 

   다시 산길로 이어지는 길은 '여원재 민박 / 막걸리'라고 쓰인 표지판을 지나자마자 시야가 트이면서 24번 국도가 보인다(11:28). 밭의 가장자리로 내려서면 만나는 이정표에는 여원재까지 0.24km 남았다고 표기되어 있으며 길은 시멘트 포장로로 바뀐다. 시멘트 도로가 좌측으로 휘어지는 지점에서 다시금 직진으로 흙길을 따라가면 조금 전 보았던 '여원재민박'집이 우측에 있다. 민박집을 지나 2분 정도 더 걸어가니 24번 국도 상의 여원재에 내려서는데 '운성대장군'이라고 음각된 장승이 나그네를 맞이하여 준다(11:34).

 

   우측 운봉방향으로 보이는 '백두대간 여원재휴게소 편의점'으로 가 보니 지금 영업 준비 중이라고 하면서 이달 즉 6월 말쯤 개장한다고 한다. 주위를 살펴보지만 식사를 할 만한 곳이 안 보이는 것이 낭패스럽다. 하여 왔던 길을 되돌아가 여원재민박집(☎ 063-634-1858, 010-8509-1858)으로 가서 라면이라도 끓여달라고 부탁하여 허기진 배를 든든히 채운다. 민박집 주인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꽤나 흐른 것 같아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식비를 계산하고 민박집을 나선다(12:13).

 

   다시 만난 여원재에서 주변 지형지물 등을 사진기에 담고서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도로를 건너 이정표[백두대간 여원재 해발 480m ↑유치삼거리 10.5km ↓노치샘 6.7km] 옆의 여원재 유래판을 읽어 보고 산길로 오른다.

 

여원재(女院峙, 해발 470m)

전북 남원시 운봉읍과 이백면의 경계를 이루는 백두대간의 고개로서, 산줄기는 고남산과 수정봉을 잇고, 물줄기는 낙동강과 섬진강의 분수령이다. 고려 말(1380년, 우왕 6년) 이성계가 황산전투에 임할 때 어느 노파가 꿈에 나타나 고남산 산신단에 올라 3일간 기도하고 출전하라고 알려 주어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한다. 이성계는 꿈 속의 노파가 고갯마루에서 주막을 운영하다가 왜구의 괴롭힘으로 자결한 주모였다고 믿고 노파를 위로하기 위하여 사당을 짓고 '여원(女院)'이라 불렀는데 그때부터 이 고개 이름이 여원재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여원재의 서쪽 약 200m 지점에는 황산대첩 승리에 대한 보은의 뜻으로 만들어진 마애불상(전북유형문화재 제162호)이 있다.

서부지방산림청

 

   둔덕을 올라서면 멀리 가야 할 고남산이 시야에 들어오고 고추밭을 지나 시멘트 도로를 만나는 지점에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12:19). 이정표[백두대간 등산로 해발 490m ↑고남산 5.2km ↓여원재 0.2km]는 전면의 밭을 가로질러 가라 하지만 그냥 시멘트 도로를 따라 걷는다. 도로를 따르다가 삼거리에서 좌측길로 조금 올라가니 밭을 가로질러 넘어온 대간길과 다시 만나는 곳에 이정표가 있다(12:23). 우측으로 올라선 후 밭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면 다시금 산길로 바뀌는 대간길은 넓은 임도의 고갯마루인 장치에 이른다(12:38).

 

   맞은편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는 듯싶던 산길은 이내 다시 임도와 만나게 되는데 우측 2시 방향의 산길로 이어간다. 10여 분간 올랐나 보다, 고도를 상당히 올린 산길은 능선에 올라선 후 우향으로 방향을 틀어 이어진다(12:52). 다시 내려가던 산길이 고남산을 향해 고도를 올려가는지 힘겹게 한다. 체력의 한계가 오는 것일까 아니면 대간길은 부드러울 것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이 오산이라고 일깨우는 것인지 오름길이 힘들어진다. 한참을 버겁게 올랐다고 느껴질 때쯤 도착한 780능선에서 다시 우향으로 틀어간다(13:35). 몇 분 후 줄이 내려진 짧은 암릉길을 넘어서고 나무 계단길을 올라서니 그토록 멀게만 느껴지던 산불 감시 초소와 이동 전화 중계기가 있는 고남산이다(13:46).

 

   시야가 일망무제로 트이는 고남산 정상부이지만 여름을 방불케 하는 무더위에 지친 산꾼에게는 그저 호사일 뿐이다. 좁은 정상부 한편에 자리잡고 있는 국방부지리연구소의 대삼각점을 사진기에 담고서는 이내 앞쪽의' KT 고남산중계소' 방향으로 내려간다. 정상이 아닌 아랫편에 세워진 고남산 정상석을 둘러보고 한낮의 뜨거운 열기를 느끼면서 헬기장을 지나 중계소를 좌측편으로 우회한다. 그늘의 산길이 끝나면서 중계소 진출입용 시멘트 도로를 만나는데 빨간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려진 화살표가 길을 안내해 준다(13:56).

 

   도로를 따라 우측으로 올라가다가 중계소 정문이 보이는 곳의 적사함이 있는 굴곡점에서 좌측 산길로 내려가면 다시금 중계소 도로를 만나게 된다. 도로를 따라 올라가도 되지만 좌측으로 그냥 내려와도 되는 것이다. 지그재그로 내려가는 도로를 가로질러 내려가다가 만나는 녹슬은 교통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드디어 도로를 버리고 산길로 접어든다(14:03). 잠깐 올라섰다가 매요마을을 바라보며 높이를 낮추는 산길은 묘 1기가 있는 680능선에 이르러 우측 2시 방향으로 휘어지고(14:14) 한없이 고도를 떨어뜨리다가 고갯마루 임도를 만나는데 '사람과산'에서 출판된 지도에 불당재로 표기된 곳이다(14:25).

 

   이제 매요마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잠시 숨을 고르면서 쉬어간다. 5분 여 짧은 쉼을 끝내고 야트막한 구릉을 넘어서니 우측편으로 저수지가 보이는데 어느 저수지인지 구분이 안된다. 완만해진 대간길은 삼각점[운봉 403 / 1981 재설]이 매설된 573.2봉에 이르는데 구릉같지 않은 이곳에는 길 잃은 이름표가 매달려 있다. 유치재는 이곳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치재라는 이름표가 매달려 있는 것이다.

 

   3분 후 좁은 안부 사거리를 지나고 나서 만난 밋밋한 넓은 안부의 나뭇가지에 목원대학교 백두대간7차팀의 '유치재' 이름표가 매달려 있다(14:54). 고도의 차이가 별로 없는 매요마을로 이어지는 능선길만 남은 대간길은 좌측으로 88고속도로를 확장하기 위한 교각 건설용 타워 크레인을 보면서 외길로 이어지다가 시멘트로 포장된 고갯마루로 내려선다(15:10). 좌측편에는 쓰러진 이정표[백두대간 등산로 해발 470m ←고남산 4.4km →사치재 3.2km]가 절개지 면에 기대어 서 있다. 여기서부터는 시멘트 도로를 따라 매요마을까지 진행하면 된다. 좌측으로 내려가는데 견공 두 마리가 사납게 짖어대는 가옥을 지나 우측으로 방향을 바꾸어 매요마을 회관을 향해 걸어간다. 새로 지어진 우측편의 매요마을 회관과 용도 폐기된 좌측편의 매요마을 회관을 지나 좌측길로 방향을 바꾸니 매요휴게소가 보이고 마당 앞 나뭇가지를 장식한 선답자의 많은 표지기가 눈에 확 뜨인다(15:16).

 

   나무가 만드는 그늘에서 땀을 식히면서 매요휴게소의 신순남 할머님의 말씀을 듣는다. 이제는 기력이 많이 쇠해져서 움직임이 전만치는 못 하시다는 신순남 할머님, 오래오래 건강하고 편안히 여생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런저런 말씀을 듣다 보니 17시 50분 남원행 버스를 기다리기에는 너무 한량하여 운봉 개인택시로 전화를 해본다. 세 대 있다는 운봉 택시들 모두 사정이 있어 올 수가 없다고 하여 사치재까지 진행할 것인지 잠시 고민에 빠진다. 그렇게 망설이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할머님께서 다른 차편을 알아보시지만 마땅치 않은가 보다. 하여튼 복잡하게 꼬이는 듯하였는데 노인정에 계신 어르신들의 조언에서 해답을 찾았다. 운봉까지 걸어도 30분이면 충분하다는 말씀에 743번 지방도를 따라 운봉까지 걸어가기로 한다(16:00). 10여 분을 걸어가다가 마침 신기리 쪽에서 나오는 트럭에 편승하여 수월하게 운봉에 도착, 남원행 버스를 기다린다.

 

 

[교통 정보]  ※ 대중교통별 운행 시간이 수시로 변경될 수 있으므로 해당 교통편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재확인을 요함

용산역 → 구례구역  열차 시간(철도고객센터  ☎ 1544-7788, 1588-7788, 1544-8545)

   05:40(KTX)  06:28  07:20  08:35(새마을)  09:05  10:05  11:15  12:15  14:20(K)  15:15  16:28  18:15(새)  19:28  21:25  22:45

   코레일 홈페이지(http://www.korail.com) 참조

 

남부터미널 → 구례  시외버스 운행 시간(서울남부터미널  ☎ 02-521-8550)

   [3시간 10분 소요]  06:30  08:00  09:30  11:30  13:30  15:30  17:30  19:30  22:00(심야)

   서울남부터미널 홈페이지(https://www.nambuterminal.co.kr) 참조

 

구례 → 성삼재  군내버스 운행 시간(구례공영터미널  ☎ 061-781-2730, 2733 / 구례여객운수사  ☎ 061-782-5151)

   03:50 06:00 08:20 10:20 11:40 13:40 15:40 17:40 (동절기인 11월~익년 4월 중순까지는 운행 중지)

   구례군청 홈페이지(http://www.gurye.go.kr) '여행정보 → 교통정보 → 군내버스' 참조

-----------------------------------------------------------------------------------------------------------------------------------------------------------------------

매요마을 → 남원  시내버스 운행 시간(남원여객  ☎ 063-631-3116)

   06:57  09:20  11:17  14:09  17:50  19:20

   남원시 홈페이지(https://www.namwon.go.kr) '분야별 정보 → 차량/교통 → 시내버스' 참조

 

북천(운봉삼거리) → 남원  시내버스 운행 시간

   06:49  07:04  07:16~17:56  18:15  18:36  18:50  19:06  19:20  19:31  19:50  20:11  20:47  20:53  21:35  21:50

   남원시청 홈페이지(https://www.namwon.go.kr) '분야별 정보 → 차량/교통 → 시내버스' 참조

 

운봉 개인택시  ☎ 063-634-0398/011-680-0398, 063-634-0555, 063-634-0041

 

 

[산행 사진]

  ▼ 성삼재 주차장

 

  ▼ 고리봉(작은 고리봉)

 

  ▼ 고리봉에서 보는 만복대

 

  ▼ 지나온 대간길

 

  ▼ 묘봉치

 

  ▼ 만복대

 

  ▼ 정령치

 

  ▼ 정령치 습지

 

  ▼ 개령암지 마애불상군

 

  ▼ 고리봉

 

  ▼ 고기삼거리

 

  ▼ 노치샘을 지나 만나는 당산제전의 소나무들

 

  ▼ 수정봉

 

  ▼ 뒤돌아본 갓바래재(입망치)

 

  ▼ 여원재

 

  ▼ 고남산의 산불감시초소와 중계기

 

  ▼ kt 고남산중계소

 

  ▼ 불당재

 

  ▼ 유치재

 

  ▼ 매요마을

 

  ▼ 매요휴게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