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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의 이야기

[2016-12-02] 대만 옥산 트레킹(3일차)_옥산-2_배운산장 → 옥산 → 배운산장 → 탑탑가안부

대만 옥산 트레킹(3일차)_옥산-2_배운산장 → 옥산(玉山) → 배운산장 → 탑탑가안부

 

[일시]  2016.12.02(금) 03:33~12:09(8시간 36분 // 산행시간 : 6시간 19분 / 휴식시간 : 2시간 17분)

[날씨]  맑음 / 최고 온도 25℃, 최저 온도 19℃ (손목 착용형 고도계 '순토 코어' 측정치)

[인원]  김창주∙두점민, 김명호∙석미랑, 석미경, 성봉현 / 대만인 산악 가이드 외 2명 동행

          [현지 가이드] 나라여행사유한공사(娜啦旅行社有限公司) 유육명 부장 / 동포산장에서 비상 대기

[경로]  배운산장(排雲山莊 3,402m, 03:33) → 이정표 삼거리(↓排雲山莊 0.7km, 04:11~04:15)

           → 낙석 보호철망 터널(風口, 05:30~05:51) → 옥산(玉山 主峯 3,952m, 06:13~06:47) → 배운산장(08:05~08:49)

           → 대초벽(09:27) → 서봉관경대(10:06~10:14) → 전봉등산구(11:11) → 탑탑가안부(塔塔加鞍部 2,610m, 12:09)

           → 탑탑가안부 → 배운관리참 → 동포산장(東捕山場) : 관리사무소 셔틀 버스(약 10분 소요)

           → 동포산장 → 타이베이(臺北) : 전용 버스(타이베이 시내에서 차량 정체로 약 5시간 30분 정도 소요)

[숙박]  부신(富信, Fushin) 호텔 2

[구글 지도]

 

[구글 어스]  2016-12-02_대만 옥산_2_배운산장~옥산~배운산장~탑탑가안부.gpx

 

[참고 자료]

 

[산행 후기]

   지난밤 두통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시달렸는데 이러다가 옥산 주봉은 포기하고 이 야밤에 하산해야 되는 것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 두 번의 고산 경험이 있었기에 나는 별 신경을 쓰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걱정되었는데 오히려 내가 고산증으로 시달릴 줄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다행히 그나마 한 이십여 분 정도씩 잠깐잠깐 잠이 들고 깨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새벽 2시를 넘어선다.

 

   일어나야 할 시간이 되어서인가 옥산 주봉의 일출을 보려는 산꾼들이 하나둘씩 잠에서 깨어나면서 조용하던 산장의 적막이 흐트러진다. 아울러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깨어난 창주에게서 타이레놀을 받아 먹었는데 기대 효과 때문인지 잠시 후 밤새 괴롭히던 두통이 가라앉는 듯 하다. 다소 가벼운 기분으로 침낭을 정리하고 옥산 주봉에 오르기 위한 필요 물품만 배낭에 수납한 후 쉬고 있으려니 새벽녘 아침 식사가 준비되었다고 한다.

 

   1층 식당으로 내려가 쌀밥으로 만든 죽을 먹고 다시 객실로 올라와 잠시 쉬었다가 배낭을 매고 산장 밖으로 나간다. 아직도 한밤중인 배운산장의 공기는 3,402m 임에도 불구하고 춥기보다는 선선하다는 느낌이 들어 고도계의 온도를 확인해 보니 실내에 있다가 나와서인지 18도라는 다소 높은 수치를 보여 주는데 체감상으로는 좀 더 낮게 느껴진다. 우리 일행 모두 나온 것을 확인한 산악 가이드가 헤드 랜턴을 착용하라고 하면서 선두에서 산장 건물 사이의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03:33).

 

   진통제의 효과인지 밤새 괴롭히던 두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니 낮은 곳으로 내려가려던 생각을 잊어버리고 밤하늘을 올려다 볼 여유가 생긴다. 한밤중이라 하지만 고산의 밤하늘에 별빛이라고는 보이질 않는 것이 아무래도 구름이 짙게 끼었나 보다. 산장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은 길을 지나 나무다리를 건너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드니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도 높은 곳으로 점점이 이어지는 작은 불빛들이 보이는데 아무래도 우리가 너무 늦게 출발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일출 예정시간이 6시 30분 내외이므로 배운산장에서 옥산까지 산길 거리가 2.4km이고 고도 차 550m 정도의 급경사 길인 것을 감안해도 정상에 이르기까지 두 시간이 채 안 걸릴텐데 앞서간 산꾼들이 너무 서두르지 않았나 생각하면서 선두를 따라 천천히 올라간다.

 

   어둠 속이지만 헤드 랜턴을 비추면서 올라가는 산길은 바위산이라는 느낌을 주는데 등산화를 통해 전해지는 발바닥의 촉감으로도 알 수가 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으니 그저 앞사람만 쫓아가다가 체온이 올라 능선 상에서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는다(03:52~03:56).

 

   오늘도 대만 현지인인 젊은 연인과 석자매, 김명호 씨가 선두에서 진행하고 창주 부부 그리고 내가 후미로 올라가는 형태이다. 우리보다 먼저 출발한 산꾼들의 헤드 랜턴 불빛이 멀리 사라졌지만 우리는 천천히 어두운 산길을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배운산장을 떠난지 얼마나 되었을까, 어둠 속에 이정표가 보이는데 우직진 하는 산길은 원봉산옥(圓峰山屋)으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04:11). 옥산(玉山 3,952m)에서 남쪽으로 뻗은 산줄기의 원봉(圓峰 3,752m)에서 만나 옥산남봉(玉山南峰 3,844m)으로 이어지는 산길의 분기점이다. 분기점 이정표를 기록하려고 손을 움직이다가 손목에 걸어 놓은 사진기가 산길을 벗어난 곳으로 떨어졌지만 다행히 다시 찾아 진행한다(04:15).

 

   좌향의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거리 표지판[↑主峰 1.4  ↓排雲 1.0]이 있는 곳에서 산악 가이드와 선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04:22). 고도계를 확인해 보니 보정을 안한 상태로 배운산장에서 고도 3,250m 온도 18도였는데 이곳은 고도 3,431m 온도 15도를 가리킨다. 산에서 해발고 100m를 올라갈 때마다 0.6도씩 낮아진다고 하는데 그 이론이 정확하게 적용되는가 보다. 짧은 휴식을 끝내고 주봉을 향해 잠시 멈추었던 발걸음을 재시작한다(04:28).

 

   가파른 경사 때문에 직등하질 못하고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산길은 완만한 듯 하면서도 조금씩 고도를 올려간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다만 아무 것도 보이질 않는 어둠 속이라 그런지 경사도를 느끼지 못하고 오르다 보니 주봉까지 0.9km 남았다는 표지판이 나타난다(04:50). 후미인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일행과 다시 합류하여 놀면서 쉬면서 여유만만하게 옥산 주봉으로 향한다(04:53).

 

   쉼없이 고도를 올려가는 산길은 오백 미터마다 세워진 거리 표지판[↑主峰 0.4  ↓排雲 2.0]을 또 만나고(05:24) 다소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가니 낙석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철망이 설치된 터널이 나오는데 풍구(風口)라 부르는 곳이다(05:30). 이십여 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터널 안에는 우리보다 먼저 올랐던 다른 팀들도 정상에서의 차가운 바람을 피하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면서 정상에서의 추위에 대비해 복장을 정리하고 나니 이곳까지 오르면서 사용했던 스틱은 모두 한 곳에 모아두라고 한다. 출국하기 전에 인터넷으로 산행기를 검색하였을 때 이곳에서 주봉까지는 상당히 가파른 경사 때문에 스틱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고 하더니 우리 일행들 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 역시 스틱을 모아서 따로따로 보관해 놓았다.

 

   일출시간이 가까워지는 것인지 산악 가이드가 주봉을 향해 올라가자고 한다(05:51). 낙석 보호철망 터널을 빠져 나오니 이정표[↓排雲山莊 2.1k  ↑北峰 2.2k  →主峰 0.2k]가 있는 삼거리인데 주봉 방향은 가파른 오르막이다. 아울러 칠흑같던 어둠이 여명에 밀려나고 주변의 풍광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야속하게도 잿빛 배경에 주봉으로 오르는 길만 보인다. 회색빛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많은 산꾼들을 올려다 보면서 한발한발 오르다 보니 어느새 옥산 주봉(玉山 主峯 3,952m)에 도착한다(06:13).

 

   고산답게 제법 매서운 찬바람이 불어대는 옥산 주봉, 고도계를 확인해 보니 보정을 안한 상태로 고도 3,770m 온도 13도를 가리킨다. 우리보다 앞서 오른 산꾼들은 일부 바람을 피해 북사면의 작은 공터로 내려갔지만 '玉山主峯 標高 3952 公尺'이라 새겨된 정상석과 함께 인증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사진 촬영은 잊어버린 채 사방을 둘러 보아도 가시거리가 이삼십여 미터 밖에 되질 않는 것이 오늘 일출은 물 건너 갔다는 생각이 든다. 동북아시아의 최고봉인 옥산에서 사방으로 펼쳐지는 산줄기의 아름다운 모습을 내심 기대했지만 옥산의 산신령이 다음에 오라고 한다. 언제 줄을 서 있었는지 창주가 사진을 찍으라 하여 인증 사진을 촬영하고 북사면의 공터로 내려가 현지인이 주는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신다.

 

   안되는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기다렸지만 역시나 코빼기도 보이질 않는 태양과의 만남을 포기하고 내려가기로 한다. 정상석과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산꾼들 때문에 촬영하지 못한 정상석만을 사진기에 담기 위해 기다려 보지만 도통 짬이 나질 않는다. 어제 만난 독일인들의 개인 사진 촬영 도중에 별수 없이 양해를 구한 후 정상석만 촬영한 후 바로 옆에 있는 일등 삼각점도 사진기에 담고서 먼저 내려간 일행들을 찾아 옥산 주봉을 떠난다(06:47).

 

   주봉을 향해 오를 때에는 그다지 경사를 느끼지 못했지만 반대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하산길의 경사도는 제법 가파르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두 손 두 발을 모두 사용해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경사가 진 산길이기에 조심조심 내려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안개구름이 시야를 가려 고도감을 줄여주는 것이고 그와 반대로 아름다운 풍광은 숨어 버렸으니 이율배반적이다. 또한 올라올 때에는 어두워서 몰랐지만 산길이 아닌 곳에는 떨어지고 부서진 돌덩이들이 여차하면 흘러내릴 듯 쌓여 있다.

 

   어느 정도 내려가니 초록색의 낙석 보호철망 터널이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고 잠시 후 북봉으로 분기되는 갈림길인 풍구에 이르는데(06:57) 이곳에서 좌측으로 급하게 방향을 틀어 낙석 보호철망 터널을 빠져 나가면 산길의 경사도가 조금씩 수그러든다. 고도가 낮아짐에 따라 바람에 버티려 땅바닥에서 얕게 자라고 있는 나무들의 모습이 가끔싹 눈에 띄는가 싶더니 어느새 무성한 숲을 만나고 잠시 후 14번 수준점(內政部國土測繪中心 玉山正高水準點 YS14)을 지난다(07:14).

 

   산길은 산등성이를 갈지(之)자로 왕복하면서 키 작은 나무들 사이로 이어지다가 새벽녘 사진기를 떨어뜨렸던 원봉산옥 갈림길을 만난다(07:38). 森林界線(The Tree Line) 안내판을 살펴보고 배운산장을 향해 내려가는 발걸음을 계속 이어간다. 수목한계선 내로 들어와서 그런가 키 큰 삼나무들을 다시 만나는데 계곡의 안개구름이 만드는 분위기는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고도를 낮추는 하산길이라 그런지 쉼없이 내려가면서 배운산장까지 0.5km 남았다는 표지판을 지나니 옥산으로 오를 때 몰랐던 다리가 보인다. 탑탑가안부에서 옥산 주봉에 이르는 나무다리 중 마지막인 86번(塔塔加−玉山主峯 棧橋編號 86) 다리이다(07:55).

 

   산길이 없는 산등성이를 돌아가는 86번 다리를 건너 조금 더 내려가면 배운산장에서 사용하는 물탱크가 나오는데 2, 3번 번호판이 있다(08:02). 그리고 바로 헬기장으로 사용될 법한 철제 구조물의 쉼터를 지나 내려가는데 이곳을 기준으로 옥산 방향으로는 회색빛 구름이 덮여 있고 반면 탑탑가안부 방향으로는 파란 하늘과 함께 산줄기가 구름 밑으로 살며시 보이는 것이 옥산 주봉 언저리만 구름이 감싸고 있는 것 같다. 85번과 84번 나무다리를 연이어 건너면 황갈색의 배운산장 건물이 나오고 두 건물 사이로 빠져 나가 산장 출입구에 도착한다(08:05).

 

   몇 걸음 앞선 김명호 씨와 석자매가 1층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있는 중인데 산악 가이드가 나보고 아침을 먹으라 손짓하여 들어가 보니 식단은 쌀국수인 듯 하지만 밤새 시달렸던 고산증의 휴유증인지 입맛이 그리 당기질 않아 사양하고 객실로 올라가 하산 준비를 한다. 아침식사를 마친 일행들이 모두 올라오고 잠시 후 가이드가 와서 30분 후 출발하자고 한다. 어영부영 시간이 흘러 이제 하산할 시간이 되었기에 산장 입구로 내려가니 모두들 모여 있다가 가이드를 따라 배운산장을 떠난다(08:49).

 

   올라왔던 길을 역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하루 만에 걸어가는 길이라 그런지 산길이 그리 낯설지는 않다. 부드러운 흙길로 시작되는 하산길, 주봉에 올라갈 때 입었던 초겨울 바지를 바꿔 입지 않아서 그런지 체온이 올라감에 따라 불편하기만 하다. 위도가 낮은 지역이라 그런지 우리나라의 겨울과는 달리 초가을 같은 날씨임을 잊어버리고 그냥 하산하다 보니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남옥산과 옥산서봉이 만드는 계곡능선을 보면서 휴식없이 내려가 가파른 경사면을 가진 대초벽(大峭壁 3,187m)에 이르고(09:27), 나무계단을 올라선 후 내려가다가 남옥산 방향을 바라보니 산중턱에서 폭포같은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데 작은 물줄기처럼 보인다.

 

   옥산 주봉에서와 달리 맑은 하늘을 벗삼아 내려가는 하산길, 금요일이라 그런지 배운산장을 향해 올라오는 대만 현지인들을 심심찮게 만난다. 탑탑가안부까지 5.5km 남았다는 표지판을 지나면 어제 오름길에서도 보았던 바위지대에서 자라고 있는 작은 소나무(?) 한 그루가 시선을 붙잡으면서 사진기를 꺼내게 하여 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어 선다(09:54).

 

   어제 배운산장으로 올라올 때에는 앞에서 걸었던 석자매와 산악 가이드를 다시 만났는데 창주 부부는 언제 이들을 앞서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석자매와 함께 햇볕을 가려줄 큰 나무가 별로 없는 산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서봉관경대(西峰觀景台/白木林休息亭 3,042m)를 만난다(10:06). 휴식정 벽면에 붙어 있는 어제 무심코 보았던 高山症的自我檢視 안내판에 그려진 그림이 눈에 띄는 것은 왜일까. 이곳에 먼저 도착한 창주가 옷을 갈아 입었다고 하면서 나에게 옷을 바꿔 입으라 하지만 주위 여건도 그렇고 귀찮아서 그냥 가기로 한다(10:14).

 

   탑탑가안부까지의 거리가 5.0km에서 4.5km로 줄어드는 것과 동시에 경사도 함께 수그러들면서 길이 완만해진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그런 와중에 우리는 하산하지만 많은 짐을 지고 배운산장으로 향하는 짐꾼들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만 든다. 발걸음이 늦어진 석자매와 함께 그늘에서 잠시 쉬었다가(11:00~11:06) 걸어가면서 창주 부부와 다시 만나 전봉등산구를 지난다(11:11).

 

'   탑탑가 2.5K' 표지판을 지나 전망바위에서 대만 산꾼들을 만나고 맹록정(孟祿亭 2,792m)에 이르니 더 많은 대만 산꾼들로 북적인다(11:33). 점심을 먹느라 시끄러운 그들을 피해 '탑탑가 1.5K' 표지판을 보았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탑탑가안부가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아울러 두 대의 셔틀버스도 보이는데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듯 하다. 따가운 햇살을 피할 방법이 없는 산길도 서서히 끝나가는지 1번 나무다리가 나오고(12:02) 조금 더 걸어가 탑탑가안부에 도착한다(12:09). 마지막 마무리를 하면서 고도계를 확인하니 고도 2,477m 온도 26도를 표시하는데 초가을의 날씨만큼이나 더웠던 하산길이었다(탑탑가안부(塔塔加鞍部)의 해발고도는 2,610m로 고도계를 보정하지 않아 차이가 나는 것이다).

 

   동북아의 최고봉 옥산(玉山), 이틀간의 여정이 끝났지만 주봉에서의 일출을 볼 수가 없어 아쉬움이 남는 산행으로 기억될 것이다. 대기 중인 버스에 승차하여 어제 입산 신고를 하였던 배운관리참(排雲管理站)에서 옥산등산구에서 함께 승차하였던 대만 산꾼 두 명이 하차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버스로 상동포정차장(上東捕停車場)을 거쳐 동포산장(東捕山場)까지 이동하였는데 약 10분 정도 소요된 것 같다. 우리가 산행 중 생각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이곳 동포산장에서 숙박하면서 대기했다는 현지 가이드를 다시 만나고 밥과 함께 된장국이 곁들여진 점심을 먹으면서 배운산장에서 고산증으로 하산까지 생각했던 옥산 등산을 마무리한다.

 

   옥산 트레킹을 추진하는 여행사를 찾다 보면 첫날 일정이 우리처럼 호텔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동포산장에 숙박하는 여행사가 있다. 그 동포산장이 이곳으로 9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외부에서 본 건물은 턱없이 작아 보여 과연 그 인원을 수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동포산장에서 출발한 버스는 상동포정차장에서 어제 올라왔던 도로를 따라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반대쪽인 水里(Shuili)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고갯마루를 넘은 후 구불구불한 도로를 유유자적 내려간다. 상대적으로 고도가 낮아짐에 따라 온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볕의 열기에서 느낄 수가 있다. 타이베이(臺北)로 이동하다가 잠시 들른 상점에서 하차하였는데 뜨거운 열기가 훅 다가서는 것이 우리나라의 초여름을 방불케 한다.

 

   이후 일반도로에서 고속도로로 올라선 차량은 휴게소 한 곳을 경유하여 타이베이에 향하는데 주말 정체로 인해 예상보다 늦은 시간에 도착, 젊은 연인 두 명과 산악 가이드가 각자의 거처로 돌아가기 위해 하차한다. 정체가 심한 시내로 진입한 버스는 서녕남로(西寧南路, XiNing S. Rd.)에 우리를 내려 놓는데 우리나라의 명동과 비슷한 것 같다. 입구에 있는 '三兄妹 芒菓氷'에서 망고 빙수를 한 그릇 해치우고 한 시간 정도 밤거리를 구경한 후 다시 버스로 어디론가 이동한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한식요리점 '韓宮'으로 불고기로 저녁을 먹고서 부신(富信, Fushin) No.2 호텔로 이동하여 사흘째 여정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