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구팀 합동 산행

[2014-10-26] 대구팀 합동산행-16_명성산 - 서울에서 대구팀에게 길을 물어 보아야 하려나

[대구팀 합동산행-16] 명성산 - 서울에서 대구팀에게 길을 물어 보아야 하려나

[산행일시] 2014. 10. 26(일) 10:46~16:46(6시간 00분 // 산행시간 : 4시간 25분 / 휴식시간 : 1시간 35분)

[날       씨] 흐림

[산행인원] 15명(대구팀 10명, 서울팀 5명 / 존칭 생략)

                   (대구팀) 권재형, 기경환, 박상훈, 박영홍·천정미, 임상택, 차성섭·나경숙, 차수근·박금선

                   (서울팀) 시인마뇽, 하이맛, 범솥말, 터푸, 성봉현

[접       근] 구리역 → 내촌면 청송가든 : 터푸선배님 차량 / 내촌면 청송가든 → 산안고개 : 대구팀 전세버스

[이       탈] 상동주차장(산정호수) → 내촌면 청송가든 : 대구팀 전세버스 / 내촌면 청송가든 → 신내동 : 터푸님 차량

[산행시간] 산안고개(10:46) → 숨은폭포(11:03) → 이정표(11:08) → 660능선(11:35~11:55) → 암봉(12:30~12:40)

                   → 삼각봉(12:53~12:58) → 명성산(13:07~13:17) → 각흘봉 분기점(13:25~14:05) → 팔각정(15:13~15:20)

                   → 등룡폭포(16:10~16:13) → 상동주차장(16:46)

[산행지도] GPS 로그 지도 그리기(http://gpson.kr/gps.html) 이용, 네이버 지도 편집   2014-10-26_명성산.gpx

 

[산행기록]

지난 4월 대구팀 주관으로 면봉산~보현산 산행을 한 후 시월 서울팀의 주관 산행지는 명성산으로 결정했는데 어느덧 육 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 벌써 산행이 코앞에 다가왔다. 몇 번 가 보았던 명성산이지만 억새풀의 개화 상태도 살펴볼 겸 겸사겸사 사전 답사를 12일에 하였고, 산행 전날 대구팀과는 산정호수가 있는 상동주차장에서 그리고 서울팀과는 구리역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더불어 작년 가을산행인 강화도 마니산에 동행하였던 터푸 선배님이 차량을 제공하기로 하였다.

 

산행 당일, 구리역에서 서울팀 일행을 만나 명성산을 향해 출발한다. 휴일 나들이 차량들인지 서행하던 47번 국도에서 대구팀의 전세버스가 우리보다 십여 분 뒤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내촌면 청송가든에서 만나기로 한다. 터푸 선배님의 차량을 주차하고 잠시 후 도착한 대구팀 전세버스로 환승하여 산행 들머리까지 이동하기로 한다. 47번 이동교차로에서 좌회전하여 여우고개를 넘어 387번 지방도와 만나는 곳에 이르니 예상했던 대로 정체 중이지만 그닥 어렵지 않게 접속하여 상동주차장을 지나 산안고개 입구까지 수월하게 도착하였다.

 

버스에서 하차하여 산행준비를 마치고 명성산 산줄기를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촬영한 후 산행을 시작한다(10:46). 육 개월 만에 다시 만난 대구팀과 이야기 꽃을 피우면서 가는 산길이 가볍기만 한데 하늘색이 영 부담스럽다. 기상청 일기예보에는 오후 늦게 비가 온다고 하여 맑은 날씨를 기대했지만 당장이라도 비가 내릴 듯한 기세이다. 햇살이 있었다면 눈이 시릴 붉은색 단풍을 못 보여 주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이동한 발걸음은 어느새 거대한 암릉으로 이어지는 숨은폭포를 만나고(11:03). 잠시 후 헬기장과 명성산 정상으로 분기되는 갈림길의 이정표를 지난다(11:08).

 

이정표를 지나면 이내 계곡이 나오고 명성산 정상으로 향하는 산길은 계곡을 건너 직진해야 한다(11:09). 하지만 오늘 산행에서도 정신줄을 놓아버린 것인지 이곳에서 우측의 계곡으로 오르는 크나큰 헛걸음을 하게 되었다. 계곡을 건너 직진하고 있던 기경환씨를 불러 우측 계곡으로 가자고 하니 기경환씨는 직진하는 길이 맞을 것이라 하는데 서울팀에서 산행을 안내하고 있는 내가 우측길이 맞는 등산로라 하니 의아해 하면서도 따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헛걸음이 대구팀과 시인마뇽 선배님에게 누를 끼치게 될 것을 몰랐으니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어이없다.

 

계곡길로 올라가는데 산길이 무언가 낯설기만 하다. 산길이 낯설다고 생각하였을 때 되돌아 내려갔어야 하는 것을 헬기장으로 연결하면 되리라 생각하고 진행한다. 길은 갈수록 오리무중으로 빠져들고 그나마 희미하던 길의 흔적마저 사라진다. 별수 없이 좌측 능선으로 다소 비탈진 경사길을 올라서니 누군가 다녔던 흔적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고비 깔딱을 넘어선 능선 중턱에서 말없이 묵묵히 따라주는 대구 참사랑산악회 회원들을 기다리기 위해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휴식을 갖는다(11:35). 힘들어 하면서 도착하는 참사랑산악회 회원들에 이어 가장 걱정했던 시인마뇽 선배님이 범솥말 선배님과 함께 도착하신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죄송스런 마음에 할 말이 없을 뿐이다.

 

기경환씨가 청도에서 공수해 왔다는 감을 먹으면서 잠시 쉬었던 발걸음을 다시 이어가기로 하는데 권재형씨는 궁예봉까지 왕복하겠다고 하면서 먼저 출발한다. 좌측으로 봉우리가 보이지만 한번 흐려진 방향감각 때문인지 명성산 정상과 삼각봉이 헛갈리기만 하니 걱정스럽다. 차근차근 지형지물을 살펴보고 나서야 삼각봉임을 확인하고 지금 이어지는 길이 890m 암봉 정상이라는 것이 판단된다. 계곡을 건너서 진행해야 하였지만 우측 계곡길로 진행한 것까지는 그렇다고 해도 헬기장이 있는 주능선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마져 놓친 것이 이해가 되질 않지만 일단은 정상적인 등로를 만나야 한다.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급해지지만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할까나, 890m의 암봉이 정면으로 보이는데 길이 과연 있기나 한 것인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선두로 앞서가면서 길을 확인하는 마음이 무겁기만 한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권재형씨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즉, 주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행히 조심스런 암릉길도 끝나고 암봉의 정상에 이르러서야 긴장했던 마음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12:30). 속속 도착하는 대구팀 회원들을 내려보내면서 시인마뇽 선배님을 기다리려고 하였지만 임상택씨가 기다려 준단다. 하여 다시금 대형을 갖추어 명성산 정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12:40).

 

올바른 산길이 이렇게 반갑다는 것을 새삼 다시 한번 느끼면서 삼각봉을 지나고, 명성산 정상에 이르니 많은 산객들로 붐비지만 정상석을 배경으로 한 인증사진을 찍기 위해 순서를 기다린다(13:07). 짧은 시간 정상석과 함께 인증사진을 촬영하고 한북명성지맥 갈림길 방향으로 되돌아 간다(13:17).

 

한북명성지맥의 각흘봉으로 분기되는 갈림길에 이르니 후미로 오던 일행들이 점심상을 준비하는 것이 보인다(13:25).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였는데 엉뚱한 길로 진행하는 바람에 점심 먹는 시간마저 늦어진 것이다. 항상 진수성찬으로 차려지는 대구팀의 식탁과 달리 조졸하게 준비한 점심밥을 풀어놓으니 건배 한잔 하잔다. 이렇게 고생한 것은 이미 잊어버린 듯 식욕을 즐기기 시작하는데 잠시 후 궁예봉에 다녀온 권재형씨가 도착한다. 사십여 분이라는 점심시간을 정리한 후 정상을 다녀온 선두 일행은 팔각정으로 향하고 뒤늦게 도착한 후미 일행은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14:05).

 

날씨가 좋았다면 삼각봉을 지나는 주능선길에 펼쳐지는 억새풀 및 시원스런 주변 조망이 일품이겠지만 오늘의 하늘은 무거운 잿빛 구름 사이로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한 기세이다. 억새풀은 역광으로 볼 때 하얗게 빛나는 모습이 아름다워 일부러 산안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한 것인데 그 의미를 잃어버린 산길이 뭇내 아쉽기만 하다. 2주 전에 왔을 때의 산길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지만 지금 그 모습을 대구팀에게 보여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그나마 2008년 4월 12일 걸었던 대구의 비슬산~앞산 산행 때처럼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이 다행일 뿐이다. 하기사 하늘의 표정을 우리 인간들이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니 그러려니 해야지 어찌할 것인가.

 

갈색옷으로 치장하고 억새풀로 꾸며진 주능선 산길을 따라 삼각봉은 아랫편 길로 우회하여 걷다 보니 어느새 작은 돌탑이 있는 야트막한 구릉을 넘어 '현위치 5-2 헬기장' 이정목이 세워진 산안고개 분기점에 이른다(14:36). 호젓한 산길을 두 팀으로 나뉜 채 걷고 있지만 후미를 위해 천천히 걸어간다. 느린 발걸음으로 우측 아랫편에 산정호수가 보이는 한북명성지맥 갈림길 구릉에 도착하는데 명성지맥으로 이어지는 억새풀밭에서 대구팀의 총무인 박영홍∙천정미 부부가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15:10). 억새풀이 산행하는 산꾼들을 모델로 만드는 것이다.

 

이제 저 아래로 팔각정이 보이는 것이 이번 산행도 그 끝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하늘은 비록 도와주질 않지만 우리의 끈끈한 정으로 이어진 산행은 더욱 더 견고하게 묶일 것이다. 빨간 우편함 옆에 차려진 주막집에서 발걸음을 멈춘 일행들의 논쟁이 귀에 들린다(15:13). 사연인즉 막걸리 한 잔의 가격이 얼마인가 하는 것인데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막걸리를 주문한다. 그렇게 한바탕 웃음을 안주 삼아 즐기는 사이 정상을 다녀온 후미마저 도착하니 이제서야 다시 단체로 움직이게 된다.

 

억새축제가 열리는 억새풀밭인 이곳에는 또 하나의 명성산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상동주차장에서 올라온 등산객들이 억새가 지천인 이곳에서 대부분 하산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세운 것일 것이다. 넓은 분지같은 이곳에서 아침과 달리 조금은 표정이 풀린 하늘빛 아래 미풍에 하늘하늘거리는 민낯의 억새풀이 서울팀을 비롯하여 대구팀의 시선마저 유혹하는지 모두들 억새풀을 감상하는 듯하다. 환한 태양빛이 색깔을 빼앗아 간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래도 아쉬움을 달랠 수는 있을 정도이다.

 

팔각정을 떠나 억새풀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촬영한 후 하산길을 조금은 서두른다. 억새의 향연이 끝나면 그 여운을 붉은 단풍잎이 이어가는 하산길, 군부대 사격장으로의 출입통제를 위해 막은 펜스 철망을 따라 너덜의 돌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언제인가 군부대 공사로 등산로와 나란히 내려가는 계곡물이 뿌옇게 보이던 산행이 생각난다. 하지만 지금은 그 물길조차 말라 존재감을 잃어버렸지만 말이다. 범솥말 선배님과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등룡폭포가 반겨준다(16:10).

 

외길로 이어지는 하산로이기에 자연스레 흐트러진 일행들 역시 이곳의 폭포를 보았고 이 폭포가 등룡폭포라는 것을 인지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윗편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아래편 소로 떨어지면서 만드는 동심원의 모습을 담은 블로그의 글이 생각나 나 역시 폭포 중간에서 아래편 소에 만들어진 동심원을 사진기에 담아 본다.

 

연노랑의 단풍잎 그리고 눈이 시릴 정도로 붉은 단풍잎을 감상하라고 하는지 다소 옅어진 회색의 하늘빛이 반갑다. 조금은 밝아진 하늘을 벗삼아 단풍을 감상하면서 내려가는 산길도 끝나가는지 시끌벅적한 소음이 들리기 시작하는 것이 이제 다 내려왔다고 알려주고 있다. 먹거리를 내놓고 산객을 유혹하는 음식점을 지나 아침에 차로 지나친 상동주차장에 도착하지만 여전히 북적거리기는 마찬가지인 듯하다(16:46).

 

마지막 후미까지 도착한 것을 확인하고 상동주차장을 나와 여우고개를 넘어 이동으로 들어간 후 내촌면에 있는 청송가든으로 향한다. 청송가든은 한때 범솥말 선배님이 운영하였던 음식점이었다. 영업권을 이전한 청송가든에서 오늘은 손님의 자격으로 대구팀과의 합동산행 뒤풀이를 하는 것이다.

 

선두에서 산행 길잡이로 나섰지만 대구팀에게 길을 물어 보아야 할 정도로 실수를 하였던 제16차 합동산행, 실수를 너그러이 눈감아 주리라 생각하면서 힘들었던 산행을 마무리한다. 아울러 멀리 포천까지 마다않고 기꺼이 올라와 준 대구팀과의 산행으로 이어지는 끈을 한 매듭 더 묶는다. 그렇게 소리없이 깊어가는 가을밤과 함께 한 잔의 술잔을 부딪치면서 다음을 기약한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대구 참사랑산악회 회윈님들의 각자 집까지 무탈하게 도착하기를 바라면서 어둠 속으로 스며드는 버스를 배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