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팀 합동 산행

[2025-04-27] 대구팀 합동 산행-36_창녕 남지 개비리 : 이 길을 왕래했던 누렁이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

성봉현 2025. 5. 8. 13:04

[대구팀 합동 산행-36]  창녕 남지 개비리 : 이 길을 왕래했던 누렁이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

 

[탐방 일시]  2025.04.27(일) 10:28~12:21(1시간 57분)

[날       씨]  맑음

[탐방 인원]  9명(서울팀 3명, 대구 참사랑산악회 6명 / 이하 존칭 생략)

                  (서울팀) 시인마뇽, 범솥말, 성봉현

                  (대구팀) 차수근·박금선, 임상택, 나경숙, 기경환, ㅇㅇㅇ

[접       근]  부산역 → 동대구역 : SRT 열차 / 동대구역 → 창나루주차장 : 대구팀 전세버스

[이       탈]  영아지주차장 → 우포늪 → 동대구역 : 대구팀 전세버스 / 동대구역 → 부산역 : SRT 열차

[탐방 시간]  창나루주차장(10:25) → 억새전망대(10:31) → 용산양수장(10:54) → 마분산 갈림길(이정표, 11:06)

                  → 죽림쉼터(11:16~12:02) → 영아지주차장(12:21)

[탐방 지도]  1:50,000  남지(국토지리정보원 1:25,000  2013년 on-Map 편집) / 국제신문사 지도(2021-03-04)

 

[구글 어스]

2025-04-27_대구팀_36_창녕군 남지 개비리길.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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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기록]

   오늘은 일 년에 두 번씩 만나는 대구 참사랑산악회 회원들과 함깨 합동 산행하는 날이다. 부산역에서 동대구역까지 SRT 열차로 이동하여 동대구 대합실로 올라갔는데 올 때마다 어디가 어디인지 구별이 어렵다. 대합실을 한 바퀴 돌고 나서야 만난 대구팀 임상택 대장과 기경환 씨, 그리고 서울팀의 시인마뇽 고문님과 범솥말 회장님을 만나 대구팀의 전세 버스가 주차한 곳으로 내려간다. 반가운 얼굴들을 보겠거니 생각하면서 주차된 버스에 탑승하는데 빈 자리가 많다. 보고 싶었던 얼굴들이 안 보여 허전하기도 하지만 각자의 개인사가 있기에 다음에는 볼 수 있겠거니 생각하면서 창녕 남지읍의 창나루주차장을 향해 출발한다.

 

   하얀 이팝나무 꽃들이 만개한 모습을 보면서 대구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를 달려간다. 중간의 어느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다시 이동하여 창녕군 남지읍으로 들어서니 오늘이 장날인지 읍내가 북적거린다. 그런 찻길을 빠져나가 도착한 남지수변공원 주차장, 어느 초등학교의 동창회 버스를 비롯하여 제법 많은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우리도 주차장 한편에 주차를 한 후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마분산을 넘어 영아지주차장에서 이곳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탐방을 시작한다.

 

   남지수변공원 산책로를 조금만 걸어가면 남강이 낙동강과 만나는 합수점이 나온다. 남강은 낙동강의 제1지류로서 유로 연장 189.83km, 유역 면적 3,467.52km²의 대한민국 7번째 국가하천이다. 경상남도 함양군 서상면 남덕유산의 삿갓봉대피소 아래에 있는 참샘에서 발원하여 함양군과 산청군을 흐르는데 산청에서는 '경호강(鏡湖江)'이라고도 불린다. 임천강, 덕천강 등의 지류가 있고 진주시의 남강댐(진양호)을 거친 뒤부터 남강으로 불린다. 동북동으로 유로를 바꿔 함안군, 의령군의 사이를 흐른 후 창녕군 남지읍에서 낙동강에 합류한다.

 

   오른쪽에 있는 남지수변공원 억새전망대로 발길을 옮겨 남강이 낙동강으로 합수되는 지점을 바라본다. 남지수변공원에는 메밀꽃밭도 볼 만하다고 하지만 지금은 시기적으로 아니기에 억새전망대를 지나 개비리길로 향한다. 창녕 남지 개비리는 2021년 12월 8일에 명승 130호(국가유산사랑 명승130호 참조)로 지정되었는데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의 '문화재청고시 제2021-154호'에 다음과 같은 사유로 지정하였다고 되어 있다.

 

   창녕 남지 개비리는 일제강점기 지형도에 기록된 경로가 현재까지 남아있으며, 개비리는 '개가 다닌 절벽(비리)' 또는 '강가(개)절벽(비리)에 난 길'이라는 뜻으로 벼랑길에서 조망되는 낙동강의 경관과 소나무, 상수리나무 등으로 이루어진 식생이 옛길과 어우러져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명승지임

 

   창녕 남지 개비리는 6.4㎞ 구간에 명승 지정 면적이 남지읍 용산리 일원의 125필지 142,530㎡에 이른다. 그중 74필지 82,298㎡가 사유지에 이를 정도로 사유지 면적이 넓다. 그래서인가 지금은 몰랐지만 용산양수장을 지나면 사유지 재산권 행사에 관한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 지자체와의 원만한 타결로 아름다운 길을 모두가 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램이다.

 

   억새전망대에서 다시 주차장 방향으로 올라가 낙동강 상류 방향으로 잠시 발걸음을 옮기면 '문화관광 해설사의 집'이 나오고 명승 창녕 남지 개비리에 대한 안내문을 보고서 다시 움직인다. 오늘 우리는 이곳에서 오른쪽의 창나루전망대로 올라 마분산을 거쳐 영아지주차장으로 내려가서 개비리길을 따라 다시 이곳 남지수변공원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탐방을 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말 그대로 계획이었을 뿐 실제 상황은 마분산 가는 길을 막아 놓아 영아지주차장까지 이어지는 개비리길만 걷게 되었다. 무슨 연유로 산길을 통제하는지 아무런 설명도 없이 막힌 입구만 눈으로 바라보고서 용산양수장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창녕군청 홈페이지(https://www.cng.go.kr)에는 개비리 유래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창녕 남지 개비리의 유래는 여러 이야기로 전해진다. 영아지마을에 사는 황씨할아버지의 개 누렁이가 11마리의 새끼를 낳았는데 그 중에 한 마리가 유독 눈에 띄게 조그만한 조리쟁이(못나고 작아 볼품이 없다는 뜻의 지방 사투리)였다. 힘이 약했던 조리쟁이는 어미젖이 10개밖에 되지 않아 젖먹이 경쟁에서 항상 밀렸고 황씨 할아버지는 그런 조리쟁이를 가엾게 여겼었고 새끼들이 크자 10마리는 남지시장에 내다 팔았지만 조리쟁이는 집에 남겨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등(山) 너머 시집간 황씨할아버지의 딸이 친정에 왔다가면서 조리쟁이를 키우겠다며 시집인 알개실(용산리)로 데려갔다. 며칠 후 황씨할아버지의 딸은 깜짝 놀랐다. 친정의 누렁이가 조리쟁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누렁이가 젖을 주려고 등(山)을 넘어 온 것이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에 살펴보니 누렁이는 하루에 꼭 한 번씩 조리쟁이에게 젖을 먹이고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폭설이 내린 날에도 여전히 누렁이는 알개실 마을에 나타났고 마을 사람들은 누렁이가 어느 길로 왔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누렁이 뒤를 따라갔는데 누렁이는 낙동강을 따라 있는 절벽면의 급경사로 인하여 눈이 쌓이지 못하고 강으로 떨어져 눈이 없는 곳을 따라 다녔던 것을 확인하였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높은 산 고개를 넘는 수고로움을 피하고 ‘개(누렁이)가 다닌 비리(절벽)’로 다니게 되어 ‘개비리’라는 길 이름으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또 다른 유래로는 ‘개’는 강가를 말하며 ‘비리’는 벼랑이란 뜻의 벼루에서 나온 말로서 강가 절벽 위에 난 길의 뜻으로 벼랑을 따라 조성된 길을 의미한다.

 

   시멘트 포장로를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마분산(馬墳山)과 창나리(倉津)마을' 안내문이 나오는데 신라 때 낙동강을 중심으로 백제와 국경을 이뤄 군사용 큰 창고가 있다 하여 창나리마을이라 하였다고 한다. 또한 마분산은 창진산(倉津山)으로 불리다가 임진왜란을 맞아 천강 옹의장군 곽재우 의병장의 죽은 말 무덤이 있는 산이라 하여 마분산으로 지금까지 불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그런 마분산을 올라보지 못하는 대신 말없이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강물만 바라볼 뿐이다.

 

   잠시 후 '낙동강 전투 최후의 방어선' 안내문도 만나는데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에서 백척간두와 같은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이곳 낙동강에서 반전함으로써 전세를 역전시키게 되었다는 안내문이다. 그 당시의 참혹했을 상황에 고인들의 명복을 빌면서 개비리길을 이어간다. 잠시 후 낙동강 절벽에 지어진 용산양수장이 나오는데 이 양수장은 농업용수 공급을 하기 위해 설치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탐방로 좌우에는 산 정상 등산로와 강변 개비리길 2곳 모두 사유지로 창녕군수와 협의 불가 시 폐쇄 예정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어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면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면서 현수막을 지난다.

 

   울창한 나무들에 가려진 낙동강이 다시 보이는 개비리길을 걷다 보면 옹달샘쉼터를 만나는데 옹달샘은 찾지를 못했고 옥관자(玉貫子) 바위(巖)와 관직에 등관시킨 층층나무 설명문을 보고서 지난다. 한 굽이 돌아가다가 잠시 멈추어서서 지나온 남강 합수점 방향으로 낙동강을 바라보니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온하다. 다시 움직이는 발걸음은 창나루주차장에서 2.21km를 왔고 영아지주차장까지 1.53km 남았다는 이정표를 만나는데 오른쪽으로 마분산 가는 길이 있는 곳이다.

 

   이제 개비리길은 왼쪽으로 낙동강을 향해 급경사를 이루는 절벽이지만 수풀들에 가려 그 모습을 제대로 보지를 못했다. 다만 좁은 잔도 오른쪽으로 낙석방지망이 설치된 것으로 미루어볼 때 급경사지가 확실하다. 하지만 그런 길도 잠시 뿐 길은 다시 산등성이 쪽으로 들어와 울창한 대나무 숲을 지난다. 남지읍에서 의령∙합천군을 연결하는 유일한 길이 '회락재(匯洛齋)'를 지나서 가는 개비리길이었고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신작로가 생겨 방치되었다. 60여 년의 세월이 흘러가면서 귀곡산장으로 변한 회락재를 철거하고 2015년 '낙동강 남지개비리길' 조성사업으로 정비하여 대나무 숲이 지금의 모습으로 새롭게 조성되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을 지나 인정전으로 가는 길목의 다리인 금천교(禁川橋)에서 발취하였다는 금천교를 지나면 '여양진씨 감나무 시집보내기' 안내문을 만나는데 선조들의 지혜가 느껴진다. 감나무 시집보내기란 단오 날에 대추나무와 감나무는 암꽃만 피기 때문에 나뭇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넣어주는 감나무 시집보내기를 하면 감나무가 위기 의식을 느껴 생존본능에 열매믈 많이 달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 조상님들은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이곳 여양진씨 집 앞뜰에 심어져 있는 나무는 7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까지 '감나무 시집보내기'를 한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계속 이어지는 대나무 숲길을 걸어가다가 '죽림쉼터 유래' 안내문을 지나면 금천교를 건너면서 사악한 마음을 버렸으니 신선과 선녀가 사는 신성한 곳으로 접어든다는 동천교(洞天橋)도 만난다. 두세 걸음 걸이의 동천교를 건너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낙동강변에 지어진 팔각정의 죽림쉼터가 나온다. 이곳 죽림쉼터에서 간단한 먹거리와 함께 못다 한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모른다. 하지만 마냥 쉴 수 만은 없기에 잠시 머물렀던 쉼터를 정리하고서 얼마 남지 않은 영아리주차장으로 발길을 다시 움직인다.

 

   사오 분 후 왼쪽에 개비리길의 네 개 중 세 번째인 야생화쉼터가 있지만 앞서간 선두들을 뒤쫓느라 그냥 지나친다. 하기사 잠깐이지만 발치 너머로 보는 야생화쉼터에는 야생화가 있는지 의문들 정도라 별로 아쉬움 없이 지날 수가 있었다. 다시 왼쪽으로 급경사의 좁은 개비리길을 마주 오는 사람들과 비켜 가면서 걷다 보니 또 한 번 더 낙석방지망을 만난다. 시원스레 트이는 낙동강 조망을 즐기면서 걸어가는 발걸음은 오른쪽으로 영아지전망대 가는 길목의 삼거리를 지나 영아지쉼터를 만난다. 영아지쉼터 앞쪽으로 보이는 영아지주차장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대구 참사랑산악회의 전세버스가 눈에 들어온다. 창나루주차장에서 마분산을 경유하여 이곳 영아지주차장을 지나 다시 창나루주차장으로 가는 계획은 무산되었지만 그래도 발걸음이 즐거웠고 눈(眼)도 행복했던 남지 개비리길의 탐방을 마무리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황당할 법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남지 개비리길, 오늘은 비록 반쪽으로 끝났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걸었기에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는다. 낙동강의 물줄기처럼 시간이 흘러 먼 훗날이 되더라도 오늘의 이야기는 가슴 한편에 남아 있을 것이다.

 

   아쉬움을 접고 동대구역으로 돌아가기 전 우포늪을 둘러보기로 한다. 그렇지 않아도 언제 시간을 내서라도 와 봐야지 했던 곳이다. 영아지주차장에서 이삼십여 분 정도 이동하여 우포늪생태관 주차장에 도착한다. 우포늪 생태관 인근에 있는 우포늪 생명길 안내도를 보니 우포늪의 규모가 제법 크게 느껴진다. 오늘은 시간 관계상 제1전망대까지만 다녀왔는데 다시 한 번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짧은 시간의 우포늪 탐방을 끝내고 동대구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