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반 산행

[2022-08-20] 만인산→망덕봉(보만식계 2/3) : 빨래판 같은 산길에 식장산은 눈으로만 보고

만인산→망덕봉(보만식계 2/3) : 빨래판 같은 산길에 식장산은 눈으로만 보고

 

[산행 일시]  2022. 08. 20(토) 09:12~18:55(9시간 43분 // 산행시간 : 7시간 34분 / 휴식시간 : 2시간 9분)

[날       씨]  비 / 흐림

[산행 인원]  성봉현

[접       근]  LH연구원(전민동) → 복합터미널/복합터미널 → 가목정마을 : 802번/501번 시내버스(환승)

가목정마을 → 먹티고개 : 도보                                                         

[이       탈]  산내초등학교 갈림길(360능선 구릉) → 낭월임도 → e편한세상아파트(시내버스 정류장) : 도보

   e편한세상아파트 → 복합터미널/복합터미널 → LH연구원 : 501번/802번 시내버스(환승)

[산행 시간]  가목정마을(버스 정류장, 09:12) → 먹티고개(09:28~09:32) → 만인산(10:13~10:20) → 태조태실 갈림길(10:43~10:48)

                  → 푸른학습원 갈림길(11:10~11:12) → 정기봉(11:38~12:18) → 지봉산(12:34)  → 골냄이부락 갈림길(13:17~13:26)

                  → 508.2봉(13:48) → △542봉(14:04~14:08) → 머들령(마달령, 14:35~14:40)  → 400능선 구릉(15:01~15:11)

                  → 명지봉(15:28) → 506.2봉(15:55~16:02) → 닭재(16:28~16:40) → 19번 철탑(16:55~17:00) → 망덕봉(17:40~17:45)

                  → 산내초등학교 갈림길(360능선 구릉, 17:59~18:09) → 낭월임도(18:28) → e편한세상아파트(버스 정류장, 18:55)

[산행 지도]  1:50,000 대전,금산(국토지리정보원 1:25,000 2013년 온맵 편집)

 

[구글 어스]

2022-08-20_만인산~망덕봉(보만식계-2).gpx
0.72MB

 

[산행 기록]

   대전으로 업무차 내려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이 눈앞에 다가왔으니 더 이상 미룰 시간적 여유도 없다. 이번 주가 지나면 경기도 화성으로 올라가야 하기에 이틀에 걸쳐 보만식계 산길 답사를 끝내야지 하는 마음으로 전민동에서 출발하여 두어 달 전에 내려왔던 가목정마을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제법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이제는 물러설 수도 없는 시간이 되었으니 우산을 받쳐들고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먹티고개에 도착하는데 이러한 내 모습이 왠지 처량하다는 생각이 든다(09:28). 한때는 비가 오거나 말거나 산줄기 산행을 하였었는데 세월이 흘러가 버린 만큼 내 자신이 나약해지고 감성적으로 바뀌었나 보다.

 

   먹티고개의 풍경을 잠시 살펴보고 계단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발길에 덮인 풀섶의 빗방울에 바짓자락이 젖기 시작한다(09:32). 시작부터 이러면 오늘은 수중전을 해야 되려나 보다 생각하니 만인산 오르막길이 벌써부터 힘들어진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기에 그려러니 하면서 처음부터 고개를 쳐드는 산길에 삼거리를 만나지만 두 길은 이내 다시 만나게 된다. 계속되는 빗줄기는 그칠 줄 모르고 오히려 더 굵어지면서 주변의 색깔마저 회색빛으로 바꾸어 버리고 있는 중이다.

 

   빗물 때문에 미끄러운 오르막길이지만 조심조심 500능선 구릉에 오르니 첫 번째 이정표를 만나는데 기둥에는 '해발 505m'라고 새겨져 있다(10:03). 왼쪽길은 '휴양림2주차장'이라고 표기된 이정표가 만인산까지 이제 0.4km 남았다고 한다. 더불어 색깔이 바랜 '현위치 번호 : 만인산 2호' 표지판을 뒤로하고 을씨년스런 풍경을 자아내는 내리막길로 내려서니 산길은 좌우로 급경사 사면을 이루고 있다(이후 오늘 산행이 끝날 때까지 대부분 이런 길로 이어진다). 조금 내려서는가 싶으면 다시 완만하게 올라가는 산길은 이곳도 돌이 많은 곳인지 돌덩이들이 거칠게 드러난 봉우리에 올라서는데 땅에 박혀 있는 삼각점[금산 22 / 2003 재설]이 만인산(537.1m)에 도착했음을 알려 준다(10:13).

 

   정상에 있는 전경 안내도는 거침없는 풍경을 보여 주고 있지만 오늘은 주위 사방이 무채색으로 덮여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그저 전경 안내도에 나온 대로 저 앞에 서대산이 있고 저기는 닭이봉이겠거니 생각만 할 뿐이다. 이런저런 상념과 함께 지난 구간 산행 시 이곳 만인산을 넘어 푸른자연학습원으로 내려가려고 했던 것을 떠올리니 그때 그냥 먹치고개에서 하산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금은 가파른 산길을 올라선 만큼의 휴식을 끝낸다. 오늘은 식장산을 넘어 세천유원지까지 잘 갈 수 있을려나 하는 걱정은 잠시나마 만인산에 묻어 두고 정기봉을 향해 내려간다(10:20).

 

만인산 봉화대터(萬仞山 烽火臺址)

   이곳 만인산(萬仞山-해발537m) 정상은 봉화대가 있었고 산의 동남쪽 기슭에는 조선 이태조태실(朝鮮 李太祖胎室)이 봉안되었던 유서깊은 곳입니다.

   고려말 한 시인이 만인산의 아름다운 경치에 취하여 산정에 올라보니 「산봉우리가 마치 연꽃이 연달아 피어 있는 듯하고 아홉아홉골짜기의 옥구술같은 맑은 물이 한내로 흘러가니 경관이 으뜸」이라 하니 조선 이태조도 명승지라 하여 함경도 용연에 있던 자신의 태(胎)와 태자 정종의 태를 함깨 묻게 하므로서 태봉산(胎封山)이라고 불리기도 하였고, 이 산의 동쪽 계곡인 봉수레미골은 대전천의 발원지입니다.

   만인산 봉화대는 절구통 양식의 봉화자리와 봉화대 주위를 둥굴게 단을 쌓아 봉화가 인근 산으로 번지는 것을 막도록 조성하였습니다. 이 봉화대에서는 한성(漢城)에서 보내오는 봉화(烽火) 신호를 받아 호남으로 보냈으며 만인산에서 동쪽으로 2km지점의 정기봉(正起峰-해발 580m)에서는 영남으로 봉화를 전하었습니다.

   우리 선조들의 문화유적인 이 봉화대를 복원하여 길이 보전하고자 하니 만인산을 이용하시는 모든 분들이 아끼고 보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대전광역시장

 

   고저 차가 별로 없는 길쭉한 정상부 능선을 따라 걸어가다가 원형의 돌무더기를 지나면 다시금 경사진 내리막길이다. 그리고는 방부목으로 만든 계단길로 이어지는가 하면 야자수 매트가 깔린 산길로 바뀌는데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는 최적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물기를 머금은 흙길에서 대전천 발원지가 0.2km 거리에 있다는 이정표를 만난다(10:39).

 

   대전천은 금강 권역의 금강 수계에 속하며, 금강의 제3지류(제2, 3지류는 각각 갑천, 유등천)이다. 지방1급하천, 지방2급하천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지방1급하천은 유로연장(流路延長) 26.29㎞·하천연장 7.7㎞·유역면적 89.31㎢, 지방2급하천은 유로연장 18.59㎞·하천연장 14.7㎞·유역면적 49.14㎢이다.

   충청남도 금산군과 경계를 이루는 대전광역시 동구(東區) 하소동(下所洞) 만인산과 비파산 계곡에서 발원하여 머치골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지방2급하천이 시작된다. 이후 북쪽으로 흐르다가 대전광역시 중구(中區) 옥계동(玉溪洞) 옥계교에서 지방1급하천이 되고, 대덕구 오정동(梧井洞)에서 유등천(柳等川)으로 흘러든다. 동구(東區) 삼성1동 부근에서는 식장산에서 발원하여 판암동(板岩洞)·신흥동(新興洞)·대동(大洞)을 관통하여 흐르는 대동천이 흘러들어온다.

   갑천·유등천과 함께 대전시의 3대 하천이며 대전의 발원지로서 예전에는 목척교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도심경관을 자랑하였는데, 지금은 하상도로, 주차장 건설, 복개로 인하여 강의 약 3/4이 콘크리트로 덮여 있고 시내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복개구간에는 상가가 들어서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대전천 [大田川]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추적추적 내리는 비소리를 들으면서 잠시 멈춘 발걸음은 태조태실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는 둔덕에 이르고 이곳에서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이정표가 가라는 방향으로 안 가고 직진하다가 되돌아오는 헛걸음을 삼 분 정도 했다(10:43~10:48). 방부목 계단길을 내려가면 추부터널 상부 쯤의 언저리로 생각되는 안부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외줄 다리(?)가 나온다(10:56). 비도 내리고 하니까 우회길로 갈까 하다가 그냥 건너는데 생각보다 그리 흔들리지는 않아 우산을 받쳐들고서도 수월하게 건넌다. 방금 건너온 방향을 뒤돌아본 후 완만한 산길을 오르면서 오룩스맵으로 확인하니 구릉같지 않는 둔덕이 351.2봉이라 한다(11:02). 그리고 살며시 올라선 넓은 공터를 지나자마자 만나는 갈림길의 이정표에는 푸른학습원이 왼쪽이라고 되어 있다(11:10~11:12).

 

   만인산에서 한동안 내려왔으니 이제 지형도에 573.3봉으로 표시된 정기봉을 향해 또 경사진 오름길을 올라야 한다. 잠시나마 완만한 산길은 중앙에 밀양박씨지묘 비석이 있는 곳을 지나 계단길을 만나는데 산등성이를 직등하지 못하고 왼쪽으로 돌아서 두 번 더 계단을 올라가서야 산악구급함이 있는 정기봉(573.3m)에 도착한다(11:38).

 

정기봉의 봉화대터(正起峰 烽火臺址)

   자연환경학습과 산림체험의 요람인 만인산푸른학습원 뒷편에 우뚝 솟은 이곳 정기봉(正起峰-해발580m)은 봉화대가 설치되었던 곳이고 우리시에서는 식장산(食藏山-해발598m) 다음으로 높은 산입니다.

   이 봉화대는 절구통 양식의 봉화자리와 봉화대 주위를 둥글게 단을 쌓아 봉화가 인근 산으로 번지는 것을 막도록 조성한 우리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 봉화대에서는 한성(漢城)에서 보내오는 봉신(熢信)을 받아 영남으로 보냈으며 이 정기봉 서쪽으로 2km지점에 위치한 만인산(萬仞山-해발537m)봉화대에서는 호남으로 봉화를 전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만인산은 한성과 영호남(嶺湖南)의 삼각지점으로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매우 유서깊은 곳입니다.

   우리선조들의 문화유적인 이 봉화대를 복원하여 길이 보전하고자 하니 산을 이용하시는 모든 분들이 아끼고 보살펴 주기 바랍니다.

대전광역시장

 

   마침 비도 그치고 시간도 점심 때가 되었으니 배낭을 벗어 내려놓고서 점심을 먹는다. 만인산에서처럼 여기서도 사방을 가리는 구름에 볼 것은 없지만 그나마 조금 너른 평지라 작은 돌덩이 위에 걸쳐 앉았다. 오늘처럼 비오는 날 혼자서 처량하게 김밥과 과일로 끼니를 때우면서 이렇게 산행을 해야 하는지 내가 생각해도 참 불쌍하다. 사십여 분이 흘러가도록 아무도 지나가질 않는 산길에서의 휴식을 끝내고 오늘이 아니면 비 내리는 날 언제 이렇게 걸어볼 수 있겠느냐 내 스스로에게 반문하면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지봉산으로 발걸음을 옮긴다(12:18).

 

   이번 구간도 지난 구간처럼 파도타기 하듯이 오르내리는 산길이려나 보다. 식장산 가는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서 있어야 할 이정표는 비탈이 버거웠는지 밑둥이 부러진 채 바닥에 누워버렸다. 그나마 넘어진 이정표라도 방향을 가리키는 표시목은 온전해 만인산에서 3.2km를 왔고 식장산까지는 16.7km라고 한다. 낙엽이 수북한 내리막길을 조심스레 내려가니 지봉산이 정기봉보다 낮다고 잠시 완만해지는 듯하다가 산등성이 좌측으로 지봉산의 정상부(502.1m)를 살며시 우회하면서 올라선다(12:34).

 

   내려가는 길목에 일반인에게는 암호같은 문구가 새겨진 시멘트 표석이 묻힌 곳을 지나 '해발 501m'라 새겨진 이정표[↖청소년수련관 1.8km ↓만인산 4.2km ↗닭재 8.2km]가 서 있는 삼거리를 만난다(12:42). 가목정마을 버스 정류장부터 오늘 목적지로 생각한 세천유원지까지 도상 거리는 대략 26km 정도이지만 식장산 이후 세천유원지까지는 도로를 따라 내려가는 길이므로 후반부 부담이 없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산행 거리는 약 1/5정도 온 것 같다. 반면 지금까지 소요된 시간을 계산해 보면 3시간 정도 소요되었으니 걸음 속도가 평균 시속 2km 정도 되나 보다. 이런 속도로 간다면 식장산을 지날 때의 시간이 어떻게 되려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닭재 방향으로 올라가는 길을 이어간다.

 

   정기봉 오르기 조금 전부터 비는 그쳤지만 높아진 습도 때문에 땀이 비오듯 쏟아지니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것조차 힘들게 느껴진다. 그렇게 어떤 장소를 특정지을 수 없는 그저 그런 능선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걷다 보니 앞쪽으로 508.2봉과 △542봉이 높게 보이는가 싶었는데 내리막 능선 상에서 골냄이부락 갈림길을 만난다(13:17). 만인산에서 5.7km를 왔고 닭재는 아직도 6.7km 남았다는 이정표와 맞은편에는 '머들령 2.4km, 만인산 5.5km'라 표기된 이정표가 있다. 가야 할 길은 멀지만 몸은 이곳에서 쉬었다 가자고 하여 십여 분 쉬었다가 다시 움직인다(13:26).

 

   주변의 시야를 가리는 숲길을 따라 그냥 앞만 보면서 꽤나 깊숙이 내려선 것 같으니 다시 그만큼 올라가야 하겠지. 경사진 오르막길은 왼쪽 사면으로 돌아서 가라 하는데 그렇게 올라서니 비 그친 후의 파란 하늘이 보이는 구릉이다. 508.2봉이겠거니 하면서 휴대폰의 오룩스맵스의 오프라인 지형도를 보니 이곳에서 살짝 떨어진 곳이라고 한다. 이제 오를 만큼 올라선 것인지 완만한 길을 따라 일 분 정도 걸어가니 508.2봉으로 두 개의 나무 의자가 있고 정면으로 삼각점이 매설된 542봉이 시야를 가로막는데 꽤나 높아 보인다(13:48).

 

   잠시 후 숲길에서 벗어나면서 △542봉은 바로 앞에 있지만 그 왼쪽으로 구름에 가려진 식장산은 아득한 거리에 있는 듯하다. 야트막한 안부로 내려섰다가 올라가면 왼쪽의 상소동산림욕장으로 분기되는 갈림길을 만나는데 '대전 둘레산길잇기 안내도'가 있고 그 옆에 서 있는 이정표는 식장산까지 13.9km 남았다고 한다(13:58~14:02). 물 한모금 마신 후 살짝 올라선 것 같은데 산길 왼쪽에 기초대가 훼손된 삼각점[금산 420]이 있는 △542봉에 도착했다(14:04).

 

   머들령까지 다시 꽤나 깊숙이 내려가는 산길이 기다리고 있는데 보만식계 산줄기는 이렇게 빨래판 같은 능선의 연속이다. 오늘 어디까지 갈련지 모르겠지만 가야 할 길이 아직은 멀기에 잠시 멈춘 발걸음을 머들령을 향해 내려간다(14:08). 완만하나 싶던 산길은 차츰차츰 고도를 떨어뜨리면서 내려가다가 둥그런 형태를 띄는 돌무더기를 지나고 묘비 없는 석물이 있는 누군가의 음택을 가로질러 내려가니 마달터널을 통행하는 자동차들의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더불어 또 만나는 상소동산림욕장 분기점, 상소동산림욕장이 어디 있기에 이렇게 여러 번 만나는가 하면서 식장산 방향으로 칠 분 정도 더 내려가니 통영대전고속도로 마달터널 상부 전의 안부 사거리인 머들령(마달령)이다(14:35).

 

   머들령에 세워진 '정훈'의 머들령이란 시가 각인된 목판은 1949년 계림사(鷄林社)에서 간행된 정훈(丁薰)의 첫 시집(5부 57편의 시 수록)명이면서 표제시라고 한다. 오 분의 휴식을 끝내고 머들령 이정표를 뒤로하고 경사진 오르막길을 또 올라간다(14:40). 35번 대전통영고속도로 마달터널과 17번 국도 금산터널 상부를 지나면 나무 의자가 있는 구릉이 나오는데 388.1봉이다(14:51). 이후 예상과 달리 고저 차가 별로 없는 산길을 따라 서서히 올라가다가 만난 400능선 구릉의 나무 의자에서 잠시 쉬었다고 생각했는데 십 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15:01~15:11).

 

   엇비슷한 능선 구릉을 또 넘어 고만고만하게 기복진 산길은 406.2봉을 지나(15:18) 명지봉(404.2m)까지 이어진다(15:28). 그리고 내려가는 길의 나뭇가지 이파리 너머로 보이는 흐릿한 윤곽은 아마도 506.2봉인 듯한데 고도 차 약 100m의 오르막길이다. 안부로 내려선 후 올라가는 발걸음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잠깐잠깐 쉬기를 여러 번 하고서야 506.2봉에 올라선다(15:55). 정상부에 서 있는 이정표는 '만인산 10.9km, 닭재 1.5km'라 하고 작은 돌무더기에 세워진 길쭉한 돌덩이에는 '국사봉'이라 표기해 놓았는데 지형도에는 이곳이 아니라 윗편 북쪽에 있는 391.3봉을 가리키고 있다.

 

   체력의 한계에 이르는 것인지 마음과 달리 늦어지는 발걸음의 속도를 계산하면서 식장산을 넘을 수 있을까 고민한다. 지금 이런 속도라면 식장산을 넘을 때 쯤이면 저녁 해가 떨어진 후가 될 것이고 이후 길은 도로를 따라 내려가는 길이다. 그렇기에 별 부담이 없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일단 닭재를 향해 다시 움직인다(16:02). 이제 닭재까지는 거침없이 내려가는 길인데 예전같으면 이런 길이 싫었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반갑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명지봉부터 506.2봉까지의 거리보다 더 먼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닭재에는 생각보다 빠르게 도착했다(16:28).

 

   밋밋한 능선 안부인 닭재에는 두 기의 돌무더기와 평상 대신 의자가 있는 사각정 그리고 이정표 등이 있다. 이곳의 이정표는 왼쪽의 덕산마을까지는 1.2km라고 하고 식장산까지는 7.5km 남았다고 한다. 7.5km, … 7.5km, … 마음 속으로 되새기며 현재 시간과 지금의 걸음 속도를 따져 가면서 하산 예정 가능 시간을 계산한다. 이곳에서 탈출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고 그렇다고 계속 가자니 체력이 딸리니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다. 망덕봉을 넘어 곤룡재까지 내려가면 식장산까지의 고도 차는 약 250m 정도 되는데 정상적으로 넘을 수 있을려나.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수가 없지만 일단 가는 데까지 가 보기로 결정하고 닭재에서 망덕봉을 향해 출발한다(16:40).

 

   정자에서 출발하는데 왼쪽편에 있는 안내판을 보니 실수하는 거 아닌가 하는 무언지 모를 회의감이 들지만 애써 무시한다. 삼괴동 덕산마을 느티나무에서 이곳 닭재를 거쳐 식장산으로 올라서서 내려가면 만나는 동신고 버스 종점까지 13.6km 거리에 7.5시간이 소요된다고 겁주는 것이다. 이때까지도 내 자신의 상황을 모르고 14km 밖에 안 되는데 무슨 7.5시간, 5시간이면 충분하겠건만 하면서 애둘러 부정한다. 식장산까지 7.4km 남았다는 이정표에 눈길을 주면서 올라가는 산길은 조금씩 각을 세우기 시작한다. 잠시 후 325봉에 이르니 야트막한 돌담같은 것이 보이는데 그 앞에 '계현산성(鷄峴山城)'이라 음각된 작은 오석이 있다(16:50). 계현산성은 대전광역시 기념물 제24호라고 한다.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에서 '계현산성'을 검색하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대전광역시 기념물(지정(등록)일 1991.07.10)로 백제 시대의 성으로 대전광역시 동구 삼괴동 닭재 위의 북쪽 봉우리를 감싸고 있는 산성으로, 성의 둘레는 220m이다.

   성벽은 대부분 허물어져 있으나 남동쪽의 성벽 일부분은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밑에서 1.8m까지의 성벽은 안으로 약간씩 오므리며 쌓다가 그 위 1.5m 정도의 성벽은 거의 수직으로 쌓았다.

   이곳에서 백제의 것으로 보여지는 토기 조각과 기와 조각 등이 발견되어 건물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성안에는 남쪽 성벽 부분에 폭 6∼8m의 평평한 대지가 마련되어 있으며, 북쪽에는 장대로 보이는 시설이 있다. 남쪽벽과 북쪽벽에는 성문터가 보인다.

   계현산성은 충청남도 금산군 마전 방면의 추정리산성, 금성산성과 연결되어 있어 이곳에서 넘어오는 적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 동으로는 성치산성, 서로는 소호동산성, 사정성, 보문산성으로 통하게 되어 있다.

 

   325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아직 완만하게 내려가면서 19번 송전 철탑을 만나는데 위치를 기록하려고 하니 수첩이 없어졌다. 아마도 325봉 언저리에서 흘린 듯하여 내려온 길을 되돌아가니 역시나 325봉에 떨어져 있다. 그렇게 짧은 걸음 왕복한 후 19번 송전 철탑에 다시 오니 5분이란 아쉬운 시간과 체력을 허비하였다(16:55~17:00). 잠시 후 삼괴동 방향 갈림길이 있는 안부에 내려서고(17:05) 계단을 올라서면 나뭇가지 뒤로 망덕봉이 높게만 보인다(17:10). 그나마 망덕봉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산마루는 별 기복이 없어 보인다는 것에 한시름 놓고 망덕봉을 향해 계속 오른다(산행 당시 망덕봉으로 생각했던 그 구릉은 동남쪽에 있는 △420.1봉인 것을 몰랐다). 하지만 완만하던 산길이 짧은 거리에 망덕봉을 남겨 놓고서는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로 바뀌니 한 걸음 한 걸음이 힘겹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 발길이라고 망덕봉(439m)에 올라서니 좁은 공간에 서 있는 이정표가 반갑게 맞이해 준다(17:40).

 

   사방으로 막힌 조망이지만 배낭을 벗어놓고 잠시 쉬면서 휴대폰 오룩스맵스의 지형도를 살펴보니 식장산은 아직도 요원하다. 이제 달리 방법도 없으니 숨을 고른 후 곤룡재를 향해 망덕봉에서 출발한다(17:45). 조금 전에 보았던 산길이 맞다면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도 못하고 그냥 내려가는 산길을 따라 걷다 보니 15번 송전 철탑을 지나고 계속해서 내려가는 산길은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 도착한다(17:59, 조금 전에 보았던 산세는 망덕봉에서 △420.1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본 것이고 △420.1봉을 망덕봉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이정표는 왼쪽으로 3.0km를 내려가면 산내초등학교가 있는 반면 식장산까지는 아직 5.1km를 더 가야 한다고 한다. 야간 산행을 하더라도 식장산을 넘어갈 것인지 아니면 이곳에서 산내초등학교 방향으로 내려갈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 간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하면서 고민하다가 이번 구간도 식장산을 눈앞에 두고 내려가야 하는 것이 아쉽지만 이곳에서 산행을 끝내고 하산하는 것이 지금의 내 상태로서는 최선이리라 결정내리고 하산하기로 한다. 지난 1구간 때도 계획했던 만인산을 보면서 내려가야 했었는데 오늘도 같은 상황이 되었다.

 

   하산을 결정했으니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미련이 없을 것 같아 내려놓은 배낭을 다시 메고서 산내초등학교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18:09). 이곳의 해발 고도는 360능선 구릉이고 산내초등학교가 있는 곳은 90m인데 산길이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다소 경사진 내리막길이라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내려가야 할 것 같다. 제법 많은 비가 내렸던 아침과 달리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을 뒷배경으로 걸치고 있는 식장산을 눈으로만 바라보면서 내려가다 보니 직진하는 길을 버리고 오른쪽 사면길로 내려가라고 이정표가 알려 준다(18:22). 제법 경사진 산사면으로 우회하듯이 내려가는 산길을 조심하면서 얼마나 내려갔을까 시멘트 임도를 만난다(18:28). 조금 전 이정표가 가리킨 낭월임도이나 보다.

 

   임도에서 어느 쪽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몰라 오룩스맵으로 확인해 보니 오른쪽으로 가는 것이 그나마 거리가 짧을 것 같다. 산내동(낭월동) 방향의 시멘트 포장길은 이내 자잘한 돌들이 깔린 비포장 임도로 바뀌어 천천히 고도를 낮춘다. 임도 왼쪽의 사방댐을 지나고(18:37) 차량용 통제기가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이어지는 임도는 차도를 만난다. 오른쪽으로 가면 곤룡터널로 연결되는 차도에서 왼쪽으로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산내초등학교를 지나 사거리에 이른다. 횡단보도 신호에 맞은편으로 건너 지척에 있는 'e편한세상아파트' 버스 정류장에 도착함으로써 힘들었던 산행이 끝났다(18:55).

 

   오늘 아침 비가 내릴 때 지났던 도로에 비가 그친 후 도착하여 산행 들머리로 이동하였던 동선을 역으로 움직인다. 501번 시내버스에 승차하여 복합터미널에서 802번 시내버스로 환승, 전민동에 도착하니 e편한세상아파트에서 한 시간이 소요되었다(19:19~20:20). 만약 산내초등학교 갈림길에서 탈출하지 않고 계속 산행을 하였다면 지금쯤 식장산 언저리에 있겠거니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 축나는 체력은 생각도 않고 무리한 계획으로 시도하였다가 두 번 모두 목적지를 눈 앞에 두고서 내려온 보만식계 사전 답사 산행, 이제는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수긍해야 하려나 보다. 그래도 산행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는 꿈을 꾸면서 남은 한 구간의 산행 계획을 구상한다.